소설리스트

포식자들의 세상-34화 (34/86)

〈 34화 〉 포식자들의 세상 ­34­

* * *

나는 대왕이다. 모두가 머리를 조아리며 일인자 취급을 해준다. 나는 아침에 일어날 때도 백칩으로 알람 신호를 따로 설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시종이 깨우러 와주기 때문이다. 나의 권위를 보여주기 위해 그러는 것은 아니다. 알람으로 하는 것이 나도 훨씬 편하지만 리어츠가 반대했다. 시종이 금성의 왕을 지정된 시간에 깨우는 것이 금성의 오랜 전통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나는 한동안 그 일로 리어츠에게 속 된 말로 삐져있었다. 더욱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내가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하자 리어츠는 왕을 깨우는 시종의 전통을 없애버리면 당장 시종은 직업을 잃어버린다고 했다.

직업을 잃은 시종은 어떻게 살아가겠냐고 하는데 가끔 나는 리어츠를 이해하기 힘들다. 아침에 왕을 깨우는 것이 직업이라니? 시종의 급여를 보니 무려 200코스트였다. 깨우는 것만 하는 주제에 보통 직장인의 월급과 비슷한 수준인 것은 명백한 낭비다.

나는 그렇게 생각만 하고아직 시종을 해고하거나 제도를 없애지는 않았다. 막상 실행하려고 하니 귀찮았다. 특히 제도를 없애거나 바꾸는 것은 꽤 복잡함을 요구해서 함부로 말할 수가 없었다. 금성의 법을 만든 사람들은 그것을 노린 것 같다. 복잡하게 해서 함부로 바꾸거나 없애지 못하게 장치를 한 것이다.

금성에서 왕의 일과는 오후까지 대부분 접견이 주 업무다. 각계 각층의 대표들을 만나 어려운 점을 들어주고 해결해주거나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응원 겸 해서 직접 만나 힘을 복 돋아 주는 역할을 한다. 저녁 시간 쯤 되면 왕은 자유 시간이다. 전쟁이나 인명 사고, 재해 같은 급박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왕은 오후 4시 정도를 기점으로 자유 시간이다.

나는 이 접견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신체 안의 칩을 통한 네트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데 직접 얼굴을 보고 일을 처리하다니 시간 낭비, 힘 낭비, 공간 낭비, 하여튼 낭비 투성이다. 물론 리어츠는 이것도 전통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하여튼 리어츠는 금성왕의 권위를 세우는 일이라면 그의 선량함과 별개로 어떤 짓도 할 것 같았다.

한 달의 마지막 날에는 각 대표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한다. 이 시간 역시 나에게는 고문과 같은 시간이다. 일단 회의의 90%는 내가 관심이 없는 이야기들이다. 이런 이야기들도 잘 듣고 판단을 내릴 줄 알아야 훌륭한 대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리어츠의 말버릇이지만 애초에 의욕도 없는 사람을 왕위에 앉힌 것 부터가 넌센스다.

그리고 회의는 금성의 미래를 위한 건실한 분위기가 아니라 내가 맞고 너는 틀린 유치한 말싸움의 각축장이다. 대부분 리어츠가 조절하느라 애쓰고는 있지만 고성이 오고 가는 분위기가 되면 나는 소리 지른 놈을 죽이고 싶어 진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소리 지르는 사람을 극도로 싫어하게 되었다. 남자의 굵은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거나 여자의 째지는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는 등, 남녀구별 없이 모두 거슬린다. 나는 이것이 아버지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아버지는 내가 왕위에 오르자마자 반역죄로 처형해버린 인물이다.

이렇게만 들으면 나는 구제불능 패륜아지만 나름 이유는 있다. 몇 번 보지도 못한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아버지는 매우 순박하고 귀여운 남자였다는데 자신과 결혼 후 왕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사람이 변했다고 한다.

갑자기 어울리지 않게 점잖은 척을 한다거나 귀족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투를 과도하게 따라 한다거나 이런 현상들은 내가 태어나고 왕족의 일원이 되자 더욱 심해졌다. 어머니는 결국 아버지에게 질려서 떠났다. 나와 아버지만 남게 되자 왕족들은 대놓고 아버지와 나를 따돌리기 시작했다.

원래도 대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왕족만 보면 죽는 시늉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비굴하게 굴었지만 어머니가 떠나자 그나마 빵 부스러기만큼 있던 자신감, 자존심도 박살나고 술만 먹으면서 나한테 소리나 쳤다. 그리고 항상 마지막에 이런 말로 끝을 냈다.

“너가 왕족임을 잊으면 안돼!”

아버지는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왕족의 외가는 왕족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가 왕족으로 인정받은 이유는 어머니가 왕족들에게서 인기 있고 선대왕의 사촌이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부탁했다고 한다. 분명 어머니도 한 때는 나와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었을 것이다.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았어도 인간의 속마음은 다른 법이다. 어느 날왕족 모임에서 어떤 사람이 지구에서 가져 온 애완 동물을 소개했다. 나는 그때 개라는 생물을 처음 보았다. 당연히 그날 왕족 모임은 그 개에 대한 이야기로 밤을 새웠다. 다들 관심이 폭발했다. 정말 귀여웠기 때문이다.

개를 가져와 자랑한 그 왕족은 지구에 가면 다들 애완 동물을 기른다고 바람을 넣었다. 나는 거기서 이 사람이 다른 왕족들에게 동물을 팔려고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기한테 말하면 이 귀여운 생물을 더 가져와 보겠다고 신나서 떠들었다. 아버지도 귀여운 생물이라며 그 왕족에게 인사를 했다. 왕족은 처음에 누군가 싶어 아버지에게 질문 형식으로 대화를 했고 대화가 끝나자 아버지를 모임이 끝날 때 까지 한 번도 보지도 않았다. 그러면서도 아버지는 계속 아는 척을 하려고 애쓴다. 나는 속에서 무언가 부글부글 끓었다.

모임이 끝날 때 쯤 그 왕족은 아버지가 열심히 말을 건 대가로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배고프지 않니? 간식 줄까?”

“감사합니다.”

그는 고급 진 그릇에 자신이 가져온 개가 먹던 것과 같은 것을 부었다. 그리고 말했다.

“자 밥이다. 먹어라.”

개가 먹던 밥을 나에게 주었다. 그리고 아버지를 돌아보며 인상을 썼다. 아버지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못 했다. 그 왕족에게 있어 우리는 지구의 개라는 생물과 동급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다른 왕족들은 나와 아버지의 모습에 낄낄거리며 비웃었다. 나는 그 경험으로 왕족이라는 타이틀에 미련을 버렸다. 애초에 포기하는 것이 맞는 위치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후에도 계속 왕족임을 잊지 말라고 강조하며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봐도 우리는 왕족도 무엇도 아니었다. 운 좋게, 아니 운 나쁘게 아버지는 어머니와 눈이 맞는 바람에 비참한 왕족 생활에 걸리고 만 것이다. 아버지는 어쩌면 왕족과의 달콤한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와 다르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매달리는 것을 아닐까.

상관없는 이야기다. 나는 아버지의 연설과 가끔 악을 쓰듯이 말하는 것에 노이로제라도 걸렸는지 어처구니 없게 왕위에 오른 나는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나조차 지금까지 잘 모르겠지만 아버지를 처형하고 사람들을 모아 놓고 전달할 것은 차분하게 말할 것을 주문했다. 조금이라도 언성이 높아지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면서.

리어츠가 월말 회의만이라도 언성이 높아지는 것을 봐 달라고 부탁했었다. 그 부탁을 들어주면 안 되었다. 덕분에 나는 월말 회의에 미칠 것 같은 소리들을 들어야만 한다. 내가 알현실 의자에 앉아 밍기적 거리고 있으니 리어츠가 말했다.

“곧 회의 시간입니다.”

“알고 있어요.”

나는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회의실에 도착했다. 그래도 이번 회의는 몇 가지는 예상이 가는 주제들로 이루어 질 것이다. 나도 관심 있는 주제다.그것은 바로 플리사의 지구 침공 건이다. 지구 녀석들이 홍보라도 할 목적인지 수천, 수만 발의 미사일로 플리사의 우주선 함대를 박살 내놨다. 그리고 뉴스로 내 보냈다. 어떻게 찍었는지 감도 안 잡히지만 플리사의 우주선들이 화염에 휩 쌓이며 터져 나가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었다.

회의실에 들어가자 각 대표들이 인사를 했다. 회의실에는 같이 도착한 귀족회 대표 리어츠, 아직 시민회 대표를 유지하고 있는 드레이돈, 슬슬 부담되고 있는대왕회 대표 에셀 각계각층의 대표들이 긴 테이블에 차례대로 앉아있었다.

내가 자리에 앉자 마자 에셀이 말했다.

“먼저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논의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습니다. 대왕님. 플리사님이 출정한 우주 함대가 지구에 가기도 전에 요격 당했다는 소식입니다. 우리는 이 일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논의해야 합니다.”

내가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사실 어느 정도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에셀이 말했다.

“예? 그 말씀은.. 플리사님을 사지로 보내셨다는 건가요?”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지구와의 전쟁 계획은 전부 플리사와 귀족회 소속 군인당의 일인자 트리실이 정한 것입니다. 전 그것을 승인한 것 뿐이고요.”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트리실을 쳐다 보았다. 트리실이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이야기했다.

“예. 대왕님의 말씀대로 입니다. 지구의 대기권에서 미사일 요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적은 수의 우주선을 보내 지구를 둘러쌓게 하고 가능한 많은 미사일을 발사 시키는 것이 1차 금성군의 목적이었습니다. 적의 방위력을 약화시키고요.”

에셀이 질문했다.

“1차? 1차라면 2차 파병도 있다는 겁니까?”

“당연한 것 아닙니까? 1000대의 우주선과 300만 명의 목숨을 담보로 한 작전입니다. 헛되이 할 수는 없죠.”

“하지만 플리사님은 이제 얼마 없는 왕족이신데..”

내가 말했다.

“제가 임명한 일이긴 하지만 그전에 플리사가 먼저 개인적으로 나한테 신청했던 일입니다. 나는 고민하다가 결국 플리사의 뜻대로 결정 한 거죠. 플리사는 왕족이 나서야 이런 위험한 임무를 진행해도 시민과 군인들에게 면목이 설 것이라고 했습니다.”

에셀이 말했다.

“그렇군요... 용맹한 플리사님께 행운이 작용하기를..”

내가 말했다.

“그건 그거고 이제 우리는 2차 금성군에 대해 논의해야겠군요. 군 편성은 이미 예전에 끝내두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지휘관이 되느냐 입니다.”

에셀이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트리실님이 직접 가시는 것은..”

트리실이 차분하게 말했다.

“저는 이 작전의 총 지휘를 맡고 있습니다. 저는 어디에도 갈 수 없습니다. 직접 전쟁터로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트리실이 말하자 에실이 대답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내가 말했다.

“금성의 전통에 따르면 귀족회에서 지휘관을 뽑히게 될 겁니다. 보통 군인당에서 지휘관을 뽑죠. 저는 트리실 원수가 당연히 내정해 놓고 오늘 보고하실 줄 알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생각보다 인재들이 없었습니다. 다들 의욕은 넘치지만...”

리어츠가 말했다.

“정 그렇다면 귀족회 대표로써 귀족들 중 병사 지휘가 가능한 사람을 알아보겠습니다. 찾다 보면 나오지 않을까요?”

트리실이 말했다.

“부탁 드리겠습니다. 대표님(금성에서 대표라고 하면 귀족회 대표를 말한다 다른 대표들은 대왕회 대표, 청년단 대표하고 앞에 소속을 붙인다) 저도 더 알아봐야겠습니다.”

나는 이번 회의에서 2차 금성군 총사령관이 뽑힐 것이라 기대했는데 전부 알아보겠다는 내용 뿐이라서 실망했다. 플리사가 죽었는지 아직 확인하지 않은 이상, 탈출선이 전부 지구로 세팅되어 있는 이상 2차 금성군은 빨리 보내야 하며 그래야 플리사가 살아 있다는 가정하에 생존 확률도 올라가게 될 것이다.

드레이돈이 말했다.

“지휘관을 뽑는 것이야 귀족회와 군인당이 맡으면 되겠지만 중요한 것은 지구에서 날라오는 요격 미사일입니다. 분명 지구는 이번 선전포고 이후에 미사일에 꽤 신경을 썼던 것 같습니다. 몇 십 만 km를 날아왔다고 합니다.”

트리실이 말했다.

“시민회 대표님. 아주 잘 지적하셨습니다. 그것은 지휘관을 찾는 와중에 군인당 내부에서 끊임없이 회의했던 일입니다. 우리는 1차 금성군의 우주선과 다르게 2차 금섬군의 우주선은 미사일을 무력화 시키는 쪽으로 개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차 금성군이 주력인 만큼 생존해서 지구에 착륙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공을 들일 생각입니다.”

드레이돈이 말했다.

“이미 방법을 찾고 계셨군요. 그렇다면 저도 안심했습니다. 아마 대왕님도 안심하셨을 것입니다.”

애초에 나는 아무런 불안감도 느끼고 있지 않았지만 회의에 참관 하다 보면 자신의 뜻을 마치 내 뜻인 마냥 슬쩍 얹으면서 주장을 펼칠 때가 종종 있다. 그 역겨움에 대해서는 적응이 되었다. 이제 그런 것으로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나지는 않는다.

그 외에 향락비즈니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도 논의가 오고 갔다. 이 건은 리어츠가 발의했다. 다들 제2도시에 신세라도 지고 있었는지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은 향락비즈니스 대표 레세라를 만족 시켜주기 위해 각 대표들이 적극적으로 지원금 논의를 했다.

그 밖에 2개인가 3개의 안건들을 논의한 뒤 끝날 때 쯤 에셀과 리어츠가 약간의 말다툼이 있었다. 에셀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

“마지막으로 제가 안건을 하나 상정하고자 합니다. 대왕님께서 허락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안건을 상정하는 일은 대왕이 개입하지 않고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월말 회의의 장점으로 알고 있고요제가 허락할 것이 없습니다.”

내가 말하자 에셀이 실례했다며 사과하고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전시로써 금성은 쓸모없는 지출을 되도록 줄이고 전쟁에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전쟁이라고 해도 전쟁터가 지구가 되었으니 실감을 못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렇게 편안히 회의를 하는 중에도 지구에서는 총탄이 날아다니고 있겠지요. 전쟁은 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쟁의 지속 기간이 길어질수록 돈도 빠져나가는 양이 커져 갈 것입니다.”

에셀이 여기까지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거나 ‘맞는 말씀입니다’ 등 여기저기서 동의를 표했다. 에셀은 주위의 반응을 잠깐 살핀 후 말했다.

“그래서 저는 제안하는 바입니다. 지속적인 지출보다 한 번에 지출해서 조기에 전쟁을 종식 시키고 더 이상의 끝없는 전쟁 비용을 막아야 합니다. 그 편이 금성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길 확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리실이 말했다.

“물론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미 지출을 최대한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정단도 귀족회 소속이니까.. 이미 모든 분야에서 조금씩 전쟁 자금을 일시적으로 추징하지 않았습니까 대표님?”

리어츠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다들 힘들어 하면서도 따르고 있습니다. 모든 시민과 단체들에게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물론 그 중에 정말 힘들어서 하소연하러 온 대표도 있었지만.. 이해는 하고 있습니다.”

에실이 말했다.

“아니요.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것이 아닙니다. 가용 범위 내에서 지출을 쓰는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더 지출량 늘려서 한 번에 지구를 공격하자는 의견입니다.”

리어츠가 질문했다.

“대왕회 대표님의 말씀은 그럼 뭐 어디를 해체라도 해서 그 돈으로 전쟁 자금에 쓰자 이런 얘기입니까?”

“그렇습니다. 사실 창녀단ㅊ.. 아이고 죄송합니다. 향락 비즈니스단을 지원하는 것도 뒤로 미루어야 한다고 봅니다.”

리어츠가 약간 짜증 났는지 언성이 약간 높아졌다.

“그럼 아까는 왜 동의 한 거요. 회의가 거의 끝난 마당에 다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겁니까?”

“예시를 든 것 뿐입니다. 그보다 저는 어디 해체라도 해야 하냐는 대표님의 질문에 답해드리고 싶습니다.”

“무엇이죠?”

“일단 제가 살펴보니 대왕님을 깨워주는 역할을 하는 시종 역이 하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으니 해고해서 비용을 확보하고 그 비용을 전쟁 자금으로 투입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리어츠가 빠르게 대답했다.

“봉급을 줄일 수는 있어도 없애는 것은 반대합니다. 3000년 간 내려온 금성 왕실의 전통입니다. 이제 보니 대왕회 대표님은 전통들을 하나 씩 없애고 싶어 하시는 건가요?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두렵기까지 합니다.”

에셀이 말했다.

“단순히 전통 때문에 시종을 해고할 수 없다니. 약간 말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리어츠는 에셀을 노려보고 있다. 에셀이 계속 말했다.

“솔직히 말씀 해 주십시오. 대왕님을 깨우는 시종이 조카분 이시잖아요. 조카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전통을 운운하는 것이 창피하지도 않습니까?”

“뭐요?!”

리어츠가 소리치며 일어났다. 곧 내 앞이라는 것을 인식했는지 다시 조용하게 말했다.

“그러는 대왕회 대표님은 어떻습니까? 대왕회 소속들이 시민들을 갈취하고 협박 폭행 강간 온갖 쓰레기 짓을 일삼고 있지 않습니까? 금성법에 따르면 사형도 가능합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왕회는 대왕님을 왕위에 올렸다는 사실만 믿고 안하무인처럼 행동하고 있지 않습니까?”

“초반에 그런 일들이 종종 있었죠. 그런 친구들은 모두 자숙시켰고.. 충분히 처벌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그런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없을텐데요?”

“그 처벌이나 자숙 같은 것이 미약하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글쎄요. 조카 한 명 편하게 돈 타 먹게 하시려고 별 필요도 없는 일에 전통 운운하시는 것보다는 공정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대표님이 생각해도 좀 아니지 않습니까?”

“뭐라고?!”

내가 제지했다.

“그만. 회의 막판에 다들 뭐 하는 짓 들입니까?”

리어츠도 에셀도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에셀이 대답했다.

“마지막에 추태를 부려 죄송합니다 대왕님. 하지만 할 말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왕님을 적극적으로 옹립한 것은 다름 아닌 대왕회입니다. 대왕님의 아버지를 체포하는 욕먹는 역할이요? 그것도 대왕회가 각오하고 처리했습니다. 온갖 궂은 일은 우리가 다 했는데 왜 귀족회 대표만 옆에 두고 계십니까. 하다 못해 오른 편에 대표님을 두셨다면 왼 편에는 대왕회 대표인 저라도 두고 계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드레이돈이 침묵을 깨고 말했다.

“대왕회 대표님. 좀 격해지신 것 같은데 진정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대왕님 앞입니다.”

내가 말했다.

“아니. 불만 좀 쌓인 모양인데 이번에 말씀해보시죠. 털건 털어 보자고.”

에셀이 말했다.

“우리가 신진 세력인 만큼 견제 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단체 대표들과 알력 다툼이나 하려고 만든 것이 아닙니다. 나름 뜻이 있어 모인 것입니다. 물론 중간에 어이없게 사고 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대표님은 청렴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계시죠. 효자로도 소문이 났고.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다들 어딘가에서는 실수들을 하고 계십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면서 말입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는가 입니다. 다들 우리와 다를 것도 없는 주제에 왜 우리한테 감시역을 그렇게 많이 붙이는 겁니까. 우리가 뭐 스파이에요? 지구나 화성이랑 내통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습니까? 대표님은 그렇다고 합시다. 금성의 2인자로써 그럴수도 있죠. 그런데시민회는 뭐죠? 시민회에서 왜 우리를 감시해요? 각 소속단들도 조금씩 우리를 의혹의 눈길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서로 감시할 때입니까? 지금은 전쟁 중이란 말입니다!”

내가 말했다.

“진정하십시오 대왕회 대표.”

“죄송합니다. 감정이 격해졌습니다.”

“대왕회 대표의 의견은 알겠습니다. 머리도 식힐 겸 일단은 집에서 쉬십시오. 회의는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회의는 끝났다. 나는 내 방으로 가서 조금 빈둥거리다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리어츠 집으로 갔다. 리어츠가 황급히 달려왔다.

“대왕님. 집까지 방문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개인적으로 왔습니다. 민망한 인사는 할 필요 없습니다.”

“으음. 그럼 어쩐 일로..”

“에셀이 말한 시종 건은 사실입니까?”

“....”

리어츠는 대답이 없다. 곧 말을 꺼냈다.

“죄송합니다. 대왕님. 제가 그만 정에 눈이 멀어서 가족이라는 이유 만으로 버텼던 것 같습니다. 제 조카를 해고 하신다면 이제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저도 귀족회 대표에서 물러나라고 하시면 물러나겠습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아..아니지...진심입니다..”

“그건은 뭐 됐습니다. 별로 관심 없습니다. 그보다 다른 일 때문에 왔습니다.”

“어떤 일 인가요 대왕님.”

“저는 에셀을 죽여야겠습니다. 에셀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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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9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0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7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화성 남자. 134세.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사망.

소년 – ?? 남자. 16세. 쓰레기장에 기절해 있었다. 리디스가 구조.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1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30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1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5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8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7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7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9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2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8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 지구 남자. 68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4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7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3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6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1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 – 지구 여자. 31세. 전업주부.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1세. 중위. 142사단 34연대 21중대 소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1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3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4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5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0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화성 남자33세.경찰관.사망.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9세. 금성군 총사령관.

리어츠 비란 – 금성 남자 79세. 귀족회 대표.

로드카 하디바이스 – 지구 남자 30세. 몬케르드 대학 조교. 남부반란군 대장.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4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3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1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49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3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0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0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2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1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49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1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 – 금성 남자 56세. 금성군 제2총사령관.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3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6세. 일병.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19세. 대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 – 금성 남자 61세. 대령. 1차 금성군.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2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0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5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2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6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화성 여자89세.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사망.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4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8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브레스터– 화성 남자 16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이 아닌 마르마 스 기업 회장.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0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8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1세. NP4719 경찰서장.

에셀 볼레스 – 금성 남자 87세. 대왕회 대표

나르카샤 리덴 – 금성 여자 54세. 왕실 전속 요리사.

하이온 벨라티스 – 금성 남자 27세. 청년단 대표.

아르티웬 데라일 – 금성 남자 63세. 시민회 대표.

키시르 비웬 – 금성 남자 30세. 사랑호 탐사선 선장.

멜리네스 아나티세아 – 금성 여자 28세. 사랑호 탐사선 부선장.

레세라 카뉘아 – 금성 여자 34세. 향락비즈니스 단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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