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자들의 세상-31화 (31/86)

〈 31화 〉 포식자들의 세상 ­31­

* * *

다행히 아버지는 소년을 데려온 것에 대해 반대 하거나 혼내지 않았다. 데이번도 반응이 나쁘지는 않았다. 둘 다 오히려 좋아하는 것 같다. 일단 소년은 아주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외모 덕분인지 둘은 거부감이 없었다.그리고 먹지 못 해서 몸은 마른 상태였다. 집에 오자마자 소년은 허겁지겁 아버지가 차려 준 밥을 먹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먹는 것이 느려지자 나는 질문을 했다.

“이름이 어떻게 돼?”

소년은 내 말을 들은 것 같지만 대꾸 없이 고기와 빵을 입에 넣었다. 많이 배고팠던 모양이다.

“말을 할 수 없나?”

“있어요.”

소년은 먹는 것을 우물거리면서 또렷하게 있다고 대답한다.

“야 그렇구나? 말을 할 수 있었구나. 이름이 어떻게 돼? 가족 관계라던가 사는 곳을 알 수 있을까? 내가 이상한 사람은 아니고 경찰이야. 집에 데려다 주려고 그래.”

소년은 다시 말 없이 밥만 먹는다. 직장에서 돌아온 엄마가 상황을 다 본 건지 한마디 한다.

“애 밥 좀 먹게 놔둬라. 배고픈 것 같은데. 질문은 나중에 해.”

“앗 엄마. 오셨어요?”

“그래. 니 아버지가 연락해서 상황은 알고 있다. 아이가 안 돼 보여서 데려왔다며?”

“예..”

“모처럼 좋은 일을 하는구나. 빨리 가족을 찾아 줘.”

“네.”

소년은 밥을 다 먹고 얘기했다.

“제 이름은 누마에요.”

“누마?”

“네.”

“성은 어떻게 돼?”

“성은 없어요. 이름만 알아요.”

“누가 지어줬는데? 어머니? 아버지?”

“....”

소년은 다시 말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 그 다음부터는 내가 다른 질문을 몇 개 했지만 갑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

“내가 뭐 잘 못 말한 것이 있어? 기분 나쁜 점이 있었니?”

소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결국 포기하고 잠 잘 곳을 마련해주었다. 빈 방은 없었으므로 거실에 푹신한 겨울 이불들을 꺼내 깔아주었다. 물론 그 전에 씻겨 주기 까지 했으니까 이 정도면 자기 이야기를 해도 좋을텐데 소년은 계속 입을 열지 않았다.

아침이 되자 나도 어쩔 수 없이 출근을 해야 했다. 외교부 장관의 일이 마무리 되었기 때문이다. 아마 유리치가 알아서 보고 하고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마르마스 기업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지구가 다시 경제적으로 시비를 걸 것 같아서 불안하다. 뭐 그런거야 윗 사람들이 알아서 잘 조절 하겠지 뭐.

몇 일 빠진 것도 아닌데 경찰서에 오자 정말 오랜만에 온 것 같은 낯선 느낌이 들었다. 분명 경찰 제복을 입고 있고 다들 어는 얼굴들인데도 어색하다. 혹시 나는 경찰이 천직이 아닌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왔기 때문에 나는 서장실로 가서 서장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보고하고자 갔다.

“어 오랜만이다.”

역시 화내지 않는 것을 보니 외교부 장관이 잘 이야기 해준 것 같다.

“경찰도 그만 두더니 어쩐 일이야? 제복은 또 왜 입었어?”

“네?”

“네라니? 너 몇 일 전에 나한테 말도 없이 그만둔다고 사표까지 네트에 게시 했다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전 그만 둔 적이 없는데!”

서장은 바이오칩이 들어있는 손 목 부분을 몇 번 치더니 이야기했다.

“봐라. NP4719 경찰서 직원 사표 처리 게시판.”

“아이씨!”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올 뻔한 상태로 나는 눈을 감고 게시판에 접속했다. 게시판의 중간 부분에 내 코드로 ‘그 동안 감사 했습니다’라는 제목이 써있다. 나는 그 게시글에 들어갔다. 들어가자 거기에는 ‘복귀를 축하한다 –경찰서장­’이라고 적혀있었다.

나는 눈을 떴다.

“크크크크. 새파랗게 질려 가지고는.”

“아! 서장님!!! 이게 뭐에요!!”

“자세한 내용은 외교부 장관님께 다 들었다. 안심해라. 뭐하고 왔는지 다 알고 있으니까.”

“하아... 진짜 심장마비 걸려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거라면 걱정마. 요즘 시대에 심장마비로 죽는 사람도 있냐?”

“됐습니다!!”

나는 서장실로 나와 내 자리에 앉았다. 남자 고참 바리넬이 말했다.

“신참 티 좀 벗어나나 싶더니만 아직도 서장님에게 당하고 앉았냐?”

“이런 장난을 칠 줄은 몰랐죠!”

“낄낄.”

옆에 여자 고참 소네샤가 낄낄 거리며 웃었다. 그리고 이내 정색하며 말했다.

“유러스. 웃기는 짓은 이제 그만하고 밀린 서류 정리나 정리해.”

소네샤가 말하자 나는 바이오칩에 급히 접속했다. 미확인 서류 파일 247개.

“아니. 무슨 파일이 몇 일 만에 이렇게 쌓이죠?”

“그 양이 몇 일 동안 쌓인 양이겠어? 너 읽고 쓰고 승인하고 보내기 하는 네 단계가 그렇게 어렵냐? 아무리 본부에서도 교통 정리 보고서 확인을 잘 안 한 다지만 니 머릿속에 안 읽은 서류 파일이247개면 찝찝하지도 않아?”

소네샤의 잔소리가 또 시작된다. 소네샤는 사실 내 스타일이다. 운동이 취미라서 그런지 얼굴은 평범하지만 몸이 아주 탄력 있고 좋다. 성격도 털털하고. 물론 리디스를 만나기 전까지는 고백할까 이리저리 고민했었다.(한눈에 반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나를 남자로 보는 것 같지 않아서 망설이던 차에 리디스를 보게 되었다. 웬소년을 데리고 신고를 하러 온 여자다.

전형적인 금성 여자처럼 생긴 리디스는 좋은 샴푸 냄새를 풍기며 경찰서로 들어왔다. 한눈에 반한다는 것이 이런거구나라고 나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연한 베이지색의 찰랑 거리는 긴 머리, 하얀색에 가까운 흰 피부, 큰 금색 눈... 날씬하고 좋은 몸매.. 어울리지 않게 큰 가슴....

“야. 아까부터 눈감고 있는데 왜 미확인 서류 파일이 그대로야? 딴 거 보고 있냐?”

소네샤가 나의 리디스에 대한 감상을 깨부수고 들어왔다.

“할게요.”

“어차피 막 복귀했으니 오늘은 너가 할 일은 없어. 마침 잘 됐지. 서류 정리 좀 해. 간간히 접속해서 볼테니까 알겠어?”

“네...”

정신 좀 차리고 일 좀 하려고 바이오칩을 통해 네트로 접속하니 이번에는 유리치가 연락을 해왔다.

“출근하셨어요?”

“네? 아 유리치씨군요.”

유리치는 상대하기 어려워서 싫다.

“무슨 일이세요?”

내가 물어보자 유리치가 말했다.

“진짜 죄송한데요. 장관님이 부르십니다.”

“예? 저는 없어도 되는 것 아닌가요?”

“데이번씨도 같이 보고 싶어 하세요. 그 쪽 서장님에게는 제가 말씀드릴게요.”

“아..네. 어쩔 수 없죠.”

갑자기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올라서 불안해졌다. 높은 사람들은 믿을 만한 사람들이 아니다라는 말. 또 부르는 것에 이번에는 진짜로 이용 당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망설였지만 경찰서장이 나와서 먼저 말을 했다.

“유러스 요즘 바쁘네? 외교부장관님께서 또 호출했다며.”

바리넬이 말했다.

“또요?”

소네샤가 말했다.

“제길. 서류 정리 꼭 해라. 집에서도 할 수 있잖아?”

내키지 않았지만 나는 외교부로 갔다. 외교부와는 가깝기 때문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외교부 건물에 들어가자 유리치, 칼렌, 데이번도 있었다. 그들 맞은 편에는 밀런 외교부 장관이 앉아 있다.

“어서 오게. 갑자기 불러서 미안한데 아무래도 보고를 들으려면 다 같이 모여있는 상태에서 해야 객관적인 검증도 되니까 이렇게 불렀어. 내가 서장에게 잘 말해둘게.”

“유리치씨의 보고면 되지 않.”

나는 말을 하다가 유리치가 팔꿈치로 툭 치는 바람에 미쳐 다 하지 못했다.

“이해해줘서 고맙구만. 어차피 보고는 대표로 유리치가 다 할 거니까 나중에 내가 질문하면 물음에 답해주면 돼.”

“네. 알겠습니다.”

나는 마지 못해 대답했다. 그 보다 이게 무슨 보고야? 청문회 같은 느낌마저 든다. 외교부 장관이 외교부 차관 비서의 말을 믿지 못해서 나를 불렀다니? 아무래도 믿지 못하는 느낌인데.

유리치가 보고를 했다.

“저와 유러스 순경은 소년의 실종 사건에 있어 마르마스 기업회장 아킬로가 실종 소년과 면담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직접 기업 본사를 방문하여 혹시 수상한 점이 있나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칼렌 제2비서와 데이번씨는 실종 소년의 소재를 파악하는데 주력했습니다.”

“데이번.”

갑자기 외교부 장관이 데이번을 불렀다.

“네?”

데이번은 깜짝 놀라서 물어보았다.

“방금 보고가 사실인가?”

“예. 형과 유리치씨가 기업으로 갔고 저와 칼렌씨가 실종 소년을 찾았습니다. 맞습니다.”

“알겠네. 유리치. 계속 해.”

“이틀 간 조사결과입니다. 마르마스 기업은 어떠한 수상한 점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실종 소년도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

아니 허위 보고 아닌가?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이야? 우리는 마르마스 기업의 약점도 찾았고 소년이 불에 타 죽은 것도 보았다. 물론 그 소년이 그 실종 소년인지는 모르겠다. 우리 집에 있는 누마가 일단 실종 소년 같은데. 이따가 집에 돌아가면 리디스를 만난 기억이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유러스.”

“네?????”

“왜 그렇게 놀라?”

내가 지나치게 반응했는지 외교부 장관이 물었다. 나는 당황해서 유리치를 무심코 보게 되었는데 살벌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사실대로 얘기하면 죽일지도 모르는 눈빛이다.

“죄송합니다. 잠시 밀린 서류 보고가 아른거려서 그만 하하.”

“좀 집중 좀 해주게. 불러내서 미안 하다니까?”

“죄송합니다.”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못 듣고 다른 생각했다고 둘러댔으므로 유리치는 한번 더 같은 보고를 해야 했다. 그리고 외교부 장관이 물었다.

“저 보고가 사실인가?”

아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대로 말할까? 아니면 유리치의 장단에 맞춰 줘야 하나? 곤란한 상황에 몰렸다. 무슨 말을 해도 ‘뭐’ 될 것 같은 상황이다. 결국 나는 이틀 간 함께 해동한 유리치의 편을 들기로 했다.

“맞습니다. 유리치씨의 보고가 맞아요.”

“그래? 그렇군.”

그러자 외교부 장관이 유리치씨의 멱살을 잡는다. 나와 데이번, 칼렌은 당황했다. 아무리 상관이라도 부하 직원을 폭행하면 범죄다.

“거짓말은 아니겠지? 에프타인에게 방해만 되는 녀석 같으니!”

칼렌이 말했다.

“장관님! 아이고 진정하세요!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유리치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에프타인님은 제가 누구보다도 위하며 살고 있는데 무슨 말씀이십니까 장관님.”

이건 또 무슨소리야?

“내가 에프타인을 제일 오랫동안 알고 또 키운 사람인데 무슨 억지인가? 유리치 제1비서관.”

“이제는 제가 에프타인님에게 가장 도움이 되고 있죠. 장관님도 그렇게 생각 하시는거죠? 그러니 이렇게 폭력적인 방법으로 제 기를 죽이시려고 하는 것이겠죠?”

“이년이!!”

마치 천둥 번개 같은 소리를 내며 유리치를 때리려고 했으나 칼렌과 나, 데이번이 필사적으로 막아서 유리치는 맞지 않을 수 있었다. 외교부 장관은 모두 나가라고 했다. 우리 네 명은 장관실에 빠져나왔고 데이번이 화를 냈다.

“유리치씨를 때릴 때가 어디 있다고! 이런 미친 늙은이!”

칼렌이 말했다.

“이봐 유리치. 너 왜 그래? 장관님한테 무슨 말 버릇이야?”

“마치 에프타인을 자기가 가장 아끼고 위하는 것처럼 행동하잖아요!”

유리치가 소리쳤다. 칼렌이 어이없다는 듯이 얘기했다.

“너...너 좀 정상 아닌 것 같아. 정신과에서 케어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럼 흥분해서 부하 직원의 멱살을 잡고 때리려고 하는 장관님은요? 정상인가요?”

“...물론 장관님도 이상하긴 했지. 난 둘 다 걱정돼. 예전부터 느낀건데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아 둘 다.”

“선배는 신경 꺼요.”

“야 불안해서 안되겠다. 꼭 병원을 갔다 오고, 그리고 이제는 연락 좀 해라.”

“저는 에프타인님 이외 남자에게는 연락하지 않아요.”

“하아...”

칼렌이 한숨을 쉰다. 유리치는 그 길로 먼저 가버렸다.

“일편단심이구나. 정말 유리치씨는 멋져.”

데이번이 멍청한 발언을 한다. 나도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너도 정신과 좀 갔다 올래?”

“내가 왜?”

“...아니다. 동생아.”

나는 칼렌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 데이번과 같이 집으로 갔다. 가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화성의 외교부가 이렇게 개판이었다니.”

“솔직히 좀 놀라긴 했어. 에프타인이 대체 누구야?”

“외교부 차관이시랜다. 그나저나 유리치씨가 멋져 이 따위 얘기는 왜 해?”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 보여서 좀 밝게 해보려고 그랬지.”

“절대 두 번 다시 그러지마. 진짜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다.”

동생 데이번에게 형으로써 충고를 하는데 이번에는 외교부 장관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나를 호출했다. 설마 나한테 히스테릭을 부리려는 것은 아니겠지? 바쁘다고 핑계 댈까 했지만 앞에서 그의 광기를 본 나는 후환이 두려워서 결국 응하고 말았다. 나는 데이번과 함께 다시 외교부의 장관실로 들어갔다.

“아까는 추태를 보였군. 미안하네.”

“아닙니다.”

내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실은 말이야. 나는 유리치를 믿을 수가 없어. 전부터 그랬지. 그래서 말인데 자네들이 수고를 좀 해줘야겠네.”

“무슨 맡기실 일이라도 있나요?”

“마르마스로 잠입 해 주게.”

“장관님. 아무리 장관님이시라도.. 저는 그런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공인이고 능력도 없고..”

“말을 내가 잘 못 했나? 몰래 들어가라는 것이 아니라위장 취업으로 들어가라 이 말이야.”

외교부 장관, 밀런의 설명은 이렇다. 수상한 점을 찾기 위해 나와 데이번이 마르마스의 기업 경비로 취업하라는 이야기였다. 수상한 점을 발견하면 즉시 빠져나오라고 했다.

“저.. 경찰서 출근은..”

“걱정마. 서장에게 잘 말해둘게.”

누가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아마 유리치는 아닐거다) 우리는 장관실로 나오자 마자 마르마스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취업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나와 데이번은 빠른 일 처리에 소름이 돋았다. 우리는 어리둥절하면서도 마르마스 기업으로 향했다.

“엄마가 높은 사람들을 조심하라고 했는데..”

“젠장. 이제 어쩔 수 없지.”

“형. 지금이라도 그냥 모른 척 하고 돌아갈까? 못 하겠다고 하고.”

나는 데이번의 말을 듣고 그러고 싶었지만 아무리 봐도 발을 뺄 수 있는 타이밍은... 아니, 맞고 있던 금성인을 구해줄 때 외교부 장관을 만났던 시점에서 이미 끝난 것이다. 이것을 운이 없다고 해야 할까.

“늦었어. 여기서 그만 두면 어떻게 될 거 같냐?”

“해코지라도 당할 까봐?억측일 수도 있어 형. 아무리 그래도 화성의 공무 기관인데 우리를 뭐 처리하지는 않을 거 아냐?”

“신체적으로 해하지 않아도 우리를 조지는 방법이야 많지. 사회적으로 매장 시킨다던가.”

“그렇게 까지 한다고?”

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데이번에게 얘기했다.

“넌 집으로 돌아가. 경찰 시험이나 준비해. 내가 알아서 할게.”

“뭐? 형이 뭘 어떻게 알아서 해?”

“나 혼자 기업에 들어갈게. 그러면 외교부 장관도 다른 생각은 안 하겠지.”

“형..”

“가 임마. 부모님한테는 일단 말하지 말고.”

“...알았어.”

이 결정이 정말 잘한 결정일까? 나는 불안감을 안고 마르마스 본사에 들어갔다. 이렇게 되니 3일 연속으로 마르마스 기업 본사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이제는 익숙한 게리아가 말했다.

“또 오셨네요?”

“네.”

“혼자세요?”

“예에에에.”

나는 늘어지게 대답했다. 그러나 게리아는 웃으면서 2층으로 안내했다. 또 관리실로 가는 건가. 관리실에 들어가니 익숙한 베르나사가 있었다.

“무슨 속셈으로 온 겁니까?”

“그렇게 됐어요.”

“쳇.”

베르나사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내가 물어보았다.

“경비 책임자가 누군가요?”

“접니다.”

“아니..청소도 유지 보수도 경비도 전부 베르나사씨가 담당이라구요?”

“누구는 좋아서 하는 줄 아세요?”

베르나사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저는 어디를 경비 서나요?”

“위치는보통 돌아가면서 섭니다.”

“근무표라던가..”

“기다려봐요.”

베르나사가 바이오칩으로 확인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관리실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 아킬로 회장이 들어왔다. 베르나사가 아킬로 회장을 보자 재빨리 일어났다.

“회..회장님?! 아직 지구에 계시다고 들었는데..”

“지구는 전쟁통이야. 오래 있을 곳이 못 돼. 그나저나 뉴스는 봤나? 지구에 젊은 인재가 하나가 튀어나왔어. 이제 갓 30 넘은 친구인데 복고주의자들을 전부 때려 부수고 있다고. 정말 놀랐네.”

나도 회장이라는 얘기를 듣고 일어났다.

“응?자네가 신입 경비인가?”

“그렇습니다.”

“흠.”

아킬로가 나를 한동안 쳐다본다.

“따라와. 마침 경비 자리가 한 군데 비었는데.”

나는 아킬로 회장을 따라갔다. 그는 노인이었지만 허리도 곧고 나이가 무색하게 잘 걸어 다녔다. 하긴 돈도 많으니 지구의 시술을 받았을 것이다. 지구는 팔과 다리를 개조해서 노인들도 젊은이 못 지 않게 잘 뛰어다닌다고 들었다.

나는 지하로 내려갔다. 그러자 베르나사가 당황하며 말했다.

“회..회장님.. 여기는..”

“왜? 여기 경비는 너무 자주 빈 자리가 난단 말이야.”

“굳이 필요가 있을까요. 아무 문제도 없는 곳이고..”

“문제가 없다니? 아직 탈출한 그 녀석도 못 잡았잖아!”

회장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베르나사가 덜덜 떨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계속 찾고는 있는데..”

“반드시 찾아서 잡아와. 계속 녀석이 수도를 활보하고 다니면 골치 아파져.”

“예. 반드시 잡겠습니다.”

누구 얘기지?

“젠장. 경찰서에 그 녀석을 확인해서 데려올 수 있었는데... 직접 갔더니 갑자기 에프타인이 등장해 가지고...”

그 얘기는 설마 찾는 사람이 누마인가? 회장이 경찰서를 방문하고 그 다음 외교부 차관이 방문했다. 그리고 둘 다 경찰서를 나갔고 그 뒤 누마는 사라졌다. 만약에 그렇다면 회장은 누마를 찾으러 온 것이고 때마침 에프타인이 오는 바람에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누마를 놓아둔채 나갔다는 이야기다.직후에 누마가 사라진 것이다.

“베르나사. 난 자네가 회사에 헌신한 기간과 진심을 존중하지만 그런 큰 실수를 하면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알겠나?”

“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

베르나사는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말했다. 한참을 내려가니 컨베이어 벨트들이 즐비한 넓은 공간이 나왔다. 그리고 비린내가 심하게 났다. 나는 본능적으로 코를 막았다.

“왜 냄새가 심한가? 어쩔 수 없네. 그래서 경비들이 여기는 잘 안 오려고 해.”

“그런 것 같습니다. 여긴 어디죠?”

“도축장이야.”

“아아. 그렇군요.”

마르마스 기업을 우주적으로 확대 시킨 결정적인 사업 중 하나다. 요식업과 도축업. 지구와 다르게 척박한 환경에서 지구, 화성, 금성의 식탁에 올라가는 수 많은 고기들을 생산해 내는, 기적을 행사한 사업이다. 그 비결을 보게 될 것 같다.

그곳에는 수 많은 소년과 소녀들이 웃으며 앉아 있다. 그리고 위생복을 입은 남자가 안내하자 웃으며 컨베이어 벨트에 눕고 이동한다. 소년이 해맑게 말했다.

“안녕 아저씨!”

“그래. 잘 가라~.”

나는 그 광경을 보고 회장에게 물어보았다.

“쟤들은 누구에요?”

“내 자식들이라고 할 수 있지.”

“예?? 저 많은 아이들이요?”

“그래.”

한 두명도 아니고 수 만 명이다. 어떻게 저 아이들이 전부 회장의 자식이 될 수 있지? 나는 그 중 한 아이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컨베이어 벨트 중간에 위생복을 입은 여자가 주사를 놓았다.

“아야!”

“따끔하지? 이제 괜찮아. 이제고통은 없을거야.”

“고마워요!”

아이는 눈을 감고 편안하게 누웠다. 그리고 날카로워 보이는 톱 날이 움직이는 기계로 들어갔다. 곧 피가 바닥에 흥건해진다.

“아니??”

“왜.”

“저게 어떻게 된 건가요? 방금 아이가..”

“곧 포장 되서 시장에 부위 별로 유통되겠지.”

“예???”

“뭘 놀라나. 어차피 자네도 고기를 먹을 때 마다 저 아이들을 먹은건데.”

.

.

.

“우욱...”

나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헛 구역질을 했다. 내가 물었다.

“회장님..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경비만 서면 되는데 나한테 지금 질문을 하는거야?”

회장이 말하자 옆에 베르나사가 말했다.

“다 사정이 있어서 그러는 겁니다. 쓸대 없는 말 말고 경비나 잘 서도록 해요.”

“하지만...”

회장이 말했다.

“좋아. 설명해 주지. 20년 전 나는 음식의 존재가 세상에 나오자 아주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요식업에 뛰어들었지. 지금이야 화성이 앞서가네 어쩌네, 지구는 관심이 없다가 뒤늦게 뛰어들었네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아. 우리는 치열하게 경쟁했어. 지구도 처음부터 음식 사업에 열을 올렸지. 실제로 고기의 등장은 지구에게 아주 유리했거든. 널린 게 고기였으니까. 야생에 있던 돼지나 소들을 잡아 들여서 기르기 시작했지. 옛날 기록들을 보면서 돼지나 소가 맛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야.”

나는 회장의 말을 경청했다.

“우리도 노력했지만 애초에 화성에 무슨 동물들이 있었겠어? 화성의 유일한 동물은 인간인데 말이야.”

“그래서 사람들을 죽이고 고기로 만든 거에요...?”

나는 힘이 빠진 채로 따져 물었다.

“나는 내 세포를 연구원들에게 주고 고기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 연구는 성공적이었지. 배양관에 고기들이 무럭무럭 자랐지. 하지만 맛이 없었어. 똑같은 고기인데도 육질도 형편없고 도저히 경쟁성이 없었지.”

나는 계속 회장의 말을 들었다.

“나중에 연구 보고서를 받았는데 같은 고기라도 행복하고 잘 뛰어놀고 잘 먹고 그런 고기들이 아주 우수하다는 보고를 받았지. 그때 난 결정했네. 내 세포를 고기로 만들지 말고 인간으로 만들라고 말이야.”

어이없는 사업이다. 너무 역겨워서 구역질이 났다. 회장은 나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처음에는 다른 동물로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인간의 세포로 다른 동물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어. 인공지능이라면 가능했을까? 아니 시간을 충분히 들이면 가능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수익은 점점 마이너스를 향해 달려갔고 우리는 막대한 피해를 입을 위기에 놓였어. 결국 쉬운 방법을 택했지. 그 것이 저기 결과물들이다. 나의 피를 이어받은 훌륭한 고기들이지. 그리고 지구의 기업 놈들은 경쟁력을 잃어버리고 이 사업에 거의 다 손을 때 버렸고.”

“미치셨군요? 외교부 놈들도 미친 것 같았는데. 당신도 미쳤어요.”

“미쳤다고? 하지만 결과를 봐. 화성은 이제 지구에게 꿀리지 않는 경제력을 갖췄어. 멍청한 금성 놈 들이나 지구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다 전쟁이나 일으키는거지.”

그러다 회장은 웃으면서 이야기 했다.

“금성왕의 선전포고 기억하나? 얼마나 웃기던지. 진작에 인간을 먹고 있던 주제에 마치 큰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인간을 요리해 먹는 쇼를 펼쳤잖아? 아마 금성의 실종 사건도 금성인 빼고 외부인들을 먹으려고 잡은 거겠지만 그 전부터 인간 고기를 먹고 있었다는 것을 금성놈들은 물론이고 금성왕도 모르고 있을거야. 히히히.”

“웃음이.. 나오세요..?”

“왜 그래? 우는 거냐?”

“보통 사람들은 이 끔찍한 상황에 울겠죠. 지금 화성의 70~80억 인구들이 전부 사람을 먹고 있었다는 얘기잖아요. 크흑..”

“화성 뿐이겠어? 금성 23억, 지구 206억의 인구 역시 우리 고기를 안 먹은 사람이 없을 거야.”

잠시 베르나사를 쳐다보니 베르나사는 고개를 못 들고 안 좋은 표정을 하고 있다. 역시 저 사람도 못 견디고 있다. 아킬로 회장은 미친 인간이다. 연속으로 미친 인간들만 보니까 내가 미칠 것 같았다.

“저 아이들은 그러면...”

“그냥 고기 상품이야. 잘 먹고 잘 가르쳐서 항상 밝은 기분을 유지하고 또 재밌는 놀이를 많이 시켜서 아주 튼튼하지. 올해도 수익은 플러스겠어. 생산량이 많거든.”

“저 아이들은 끔찍할 거에요. 죽어가면서 후회하고 고통스러울 거라고요!”

“그렇지 않아. 철저하게 교육시키고 있고 또 배양관에서 만들어지자 마자 뇌 수술을 해서 슬프거나 고통스러워하거나 의심하게 만드는 그런 곳들을 전부 제거하거든. 저 아이들은 행복하게 살다가 죽는 거라네. 그리고 아프지 않도록 마취를 시키고 보내. 거짓말도 하지 않아. 우리는 20세가 넘으면 너희들을 죽여서 다른 사람들에게 먹일거라 충분히 설명했다고. 착한 아이들은 모두 그렇게 돼서 좋아요라고 웃으면서 대답해. 뭐가 문제인가?”

“..우에에엑..”

나는 결국 구토를 하고 말았다.

“쯧쯧. 결국 이렇게 되는구만. 다들 처음 오면 구토부터 하더라고.”

나는 결국 근처에 있던 경비의 도움을 받아 휴게실로 들어왔다. 휴게실 창문 너머의 회장은 베르나사에게 몇 마디를 더 하고 위로 올라갔다. 베르나사가 휴게실로 들어왔다.

“적응하기 힘들겠지만 연봉은 좋으니까 좀 참으세요. 다들 힘들지만 애써 적응하며 일하는거니까.”

“네에..”

“그리고저 아이들에게 정 주지 마세요.”

베르나사는 그렇게 한 마디하고 담배를 입에 물며 돌아갔다. 역겹던 비린내가 담배 냄새에 가려지자 한결 편안해졌다. 나는 베르나사가 왜 그렇게 담배를 펴 댔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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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9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0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7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 화성 남자. 134세. 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

소년 – ?? 남자. 16세. 쓰레기장에 기절해 있었다. 리디스가 구조.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1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30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1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5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8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7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7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9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2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8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 지구 남자. 68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4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7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3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6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1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 – 지구 여자. 31세. 전업주부.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1세. 중위. 142사단 34연대 21중대 소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1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3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4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5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0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3세. 경찰관.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9세. 금성군 총사령관.

리어츠 비란 – 금성 남자 79세. 귀족회 대표.

로드카 하디바이스 – 지구 남자 30세. 몬케르드 대학 조교. 남부반란군 대장.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4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3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1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49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3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0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0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2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1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49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1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 – 금성 남자 56세. 금성군 제2총사령관.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3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6세. 일병.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19세. 대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 – 금성 남자 61세. 대령. 1차 금성군.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2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0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5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2세. 회사원.

게리아 메네스트 – 화성 여자 36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안내원.

베르나사 키드로 – 화성 여자 89세. 마르마스 기업 본사 관리총감.

뤼덴 플리톤 – 화성 남자 74세. 유러스, 데이번의 아버지. 전업주부.

아로디아 맥켄 – 화성 여자 68세. 유러스, 데이번의 어머니. 육상코치.

누마 – 화성(?) 남자 16세. 쓰레기처리장에 버려져 있던 정체 모를 소년.

바리넬 벤스 – 화성 남자 40세. 경찰.

소네샤 티르마크 – 화성 여자 38세. 경찰.

리브 팜 – 화성 남자 81세. NP4719 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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