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화 〉 포식자들의 세상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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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은 태양이 아득히 멀게 느껴지는 느낌이 있다. 지구를 한 번이라도 가보면 그 느낌을 더 강하게 받는다. 공전 주기를 감안 하더라도 화성은 지구보다 더 태양에 먼 행성이다. 나는 지구에서 일을 마치고 화성에 도착했다. 아직은 한창때라고 부를만한 나이지만 확실히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얼른 돌아가서 에프타인이 빌려준 인공지능 로봇의 마사지를 받고 싶다.
그 인공지능 로봇의 효능은 굉장하다. 제조일을 알아보니 이 로봇은 유물 수준으로 인공지능이 한창 위세를 떨칠 때 제작 된 로봇이다. 어떻게 에프타인이 이 로봇을 입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늙고 팔다리가 아픈 나에게는 유용한 로봇이다.
집에 도착하자 카사라가 말을 걸었다.
“다녀오셨습니까. 밀런님.”
“그래. 카사라.”
넓은 대 저택에는 나와 나의 부인 로민, 그리고 카사라가 살고 있다. 금발에 파란 눈, 아담한 키에 늘씬한 몸을 가지고 있는 카사라는 예의 있고 품위 있게 인사를 건 냈다. 묘하게 에프타인을 닮았다. 나는 바로 부인의 안부를 물었다.
“로민님은 쇼핑 중에 계십니다.”
“그래? 곧 돌아오겠지.”
“만약을 대비해 일일 경호원을 고용해 두었습니다.”
“그래? 잘했어. 잘했는데 좀 물어보고 고용하면 안 될까.”
나는 재산이 있는 편이지만 경호원에 나가는 지출은 웃어 넘길 수준은 아니었다. 그리고 카사라는 은근히 이런 점을 캐치 하지 못 했다. 눈치가 좀 없다고 해야 하나. 물론 거의 5000년 전 물건이기 때문에 인공지능 치고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 하는 경향이 있다. 인공지능 로봇이 마지막으로 제조 되었던 7700년 대 물건들은 확실히 인간 같다.
인공지능을 몰아 낸 이후에도 인공지능 로봇은 생각보다 많았다. 일단 많은 인류의 많은 분야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단번에 없애지 못 했고 독립한 뒤의 인류는 연달아 실수하고 어설프게 지구를 운영했기 때문에 인공지능 로봇은 결국 다시 채용 되었다.
6666년을 기점으로 인공지능은 완전히 불법이 되었지만 뒤에서는, 다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그 편리함은 값을 따질 수가 없다. 카사라는 이미 집안 청소를 끝내 놓고 있었다. 처음 부인이 카사라를 보고 화를 냈지만 지금은 마치 자기 딸이라도 되는 냥 애지 중지 아끼고 있다. 부인의 마음이 바뀐 것은 집안일에서 해방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부인은 카사라의 유용함을 알자마자 금성 출신 가정부를 바로 해고해 버렸다. 요즘 금성은 지구에 선전포고를 한 이후 화성에서 사는 금성인들은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목숨만 빼앗기지 않았을 뿐 사회적으로 매장되었다고 봐도 과장이 아니다. 친절하고 예의 있고 정의롭고.. 대외적으로 자신의 선량함을 뽐냈던 화성인들은 금성인들에게 여러 폭력성을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지구와 동맹을 맺고 적당한 10000년 기념 행사를 경험하고 왔는데 어느새 내가 화성으로 돌아온 사실이 알려졌는지 호터 치안 장관이 연락을 했다.
“도저히 못 버티겠습니다.”
“호터? 오랜만일세.”
“오랜만이 문제가 아니라.. 언제까지 화성 시민들을 통제 해야 됩니까. 이미 곳곳에서 폭행 죄, 강간 죄 등 금성인을 향한 범죄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미 한계입니다. 금성인들을 추방하던가 해야 합니다. 살고 싶으면 떠나라고 말이에요. 경찰들도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고요.”
쌓인 게 많았는지 속사포 처럼 자신의 말을 쏟아냈다.
“대통령 각하께서는 뭐라고 하시 던가?”
“인권 위원의 눈치나 보고 계시겠죠.”
“뭐야? 의견이라도 내보지 그래. 내가 대통령 각하를 주욱 봐서 아는데 강단 있을 때는 있는 사람이야. 이유 없이 각하를 욕하지 말고 금성인들을 내보내라고 말이라도 해봐.”
“알겠습니다. 갑자기 하소연해서 죄송합니다. 밀런 외교 장관님.”
“그래. 사실 지금 좀 피곤해. 쉬어야겠어.”
“예. 죄송해요. 쉬세요.”
나는 4층 난간을 잡고 화성의 수도 BC003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이 집은 무려 40억 코스트를 주고 구매한 앞에는 넓은 공원이 뒤에는 인공 호수가 펼쳐진 최적의 저택이다. 좌우에는 상가들과 각종 편의 시설이 있다. 인구 7천 만의 대도시이자 화성의 자랑이고 지구의 수도 페르샤를 넘보고 있다고 각종 자화자찬이 끊이지 않는 도시다.
지금 인류는 3분의 2가 전쟁 중이다. 화성은 그런 분위기와 전혀 동떨어져 있다. 지구와 동맹을 맺으면 전쟁에 휘말릴 것 이라고 드레이즌 내정 장관이나 바이카 군부 장관의 우려와 달리 화성은 평화롭게 노을이 지고 있다. 공원에는 화성의 아이들이 공 놀이를 하고 있다.
경치를 감상하며 나의 고향에 대한 자부심에 취해 있던 참에 카사라가 말을 걸었다.
“로민 님께서 연락이 왔습니다. 짐을 들어 달라고 부탁해서요. 지금 나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수고하게. 그나저나 어딜 나갔길래 저녁이 되어도 안 오는 거야?”
“지구에서 성공적으로 동맹을 맺고 온 밀런님을 환대 하기 위해 장을 보고 있는 중이십니다. 짐이 많아져서 제가 호출된 것입니다.”
“아.. 환영 파티였어? 혹시 몰래 해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하려고 했던 건가?”
“맞습니다. 말하지 말라고 로민님이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그럼 얘기하지 말았어야지. 얘기하면 어떡해..”
“밀런님 께서 대단히 기분 나빠 하셔서 말을 했습니다.”
“아니. 그렇게 기분 안 좋은 것은 아닌데. 너가 잘 못 판단한 것 같아.”
“그렇습니까?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부인을 도와주러 가보게.”
“예.”
아무리 봐도 마사지 솜씨 빼고는 불량인 것 같다. 특히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 같다. 에프타인도 고생 좀 했겠는걸. 그나저나 이제 깜짝 파티의 존재를 모르는 척 연기를 해야 한다. 부인이 알면 말해버린 카사라도 곤란해지지만 나도 부인을 감당하기 힘들어 진다.
부인과 카사라가 잔뜩 고기를 사가지고 왔다. 화성의 고기는 사실 먹고 싶지 않다. 전부터 수상해서 사람을 시켜 알아본 바로는 화성의 고기들이 출처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나는 일단 모른 척했다.
“여보! 지구에서 막 왔어. 아니 그런데 뭔 고기를 이렇게 사왔어?”
“당신 요번에 큰 일을 했으니까 고기라도 좀 먹이려고 산 거죠. 그리고 지구는 어떤가 얘기도 들을 겸 해서. 아 물론 지구산 고기에요. 화성 고기는 좀 격에 안 맞잖아요?”
“그래? 지구 얘기야 그냥 물어도 답해 줄 텐데 뭐 이렇게 잔뜩 사와. 허허.”
“빨리 들어 나 가요. 잔뜩 맛있게 고기 구워 줄 테니까. 카사라 가자.”
“네 로민님.”
“엄마라고 불러도 괜찮대도.”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에잉. 좀 맞춰 줄 수도 있지. 뻐기기는.”
부인은 투정을 부리며 카사라와 함께 부엌으로 갔다. 20년 전 음식의 등장은 인류의 생활 공간을 뒤 바꿔 놓았다. 일단 인테리어 사장들은 부자가 되었다. 너도 나도 부엌을 만들었다. 기존 부자들의 집은 서로 맡겠다고 경쟁까지 붙었다. 공간이 넓으니까 재료도 인건비도 많이 들어가고 결과적으로 큰 돈을 만질 수 있었다.
반대로 영양 캡슐 공장은 줄줄이 문을 닫았다. 그래도 군대에 전투 식량으로 납품하는 것으로 명맥은 유지하게 되었다. 이 흐름은 화성 뿐 아니라 금성, 지구에도 똑같았다. 지구 같은 경우에는 야생의 돼지와 소를 잡기 위해 사냥꾼이 인기 직종으로 각광 받았다.
금성은 일방적으로 수입해야 했고 화성은 마르마스 기업 회장 아킬로가 재빨리 동물들을 양식 하는 것에 성공하면서 지구의 경제 침식을 막아냈다. 애초에 음식을 발견한 복고주의자도 화성의 복고주의자가 먼저이긴 하지만 고기를 얻을 환경만 보면 지구가 월등했다.
지구에서는 원수처럼 여기고(돈 벌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지구에서 가장 원한을 깊게 사는 행위다) 화성에서는 영웅 취급을 받는 마르마스 대기업의 회장 아킬로지만 나는 요즘 아킬로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다. 저번 지구 동맹에도 참가하더니 관심도 안보이고 그 후 행동들이 수상했다. 그렇지 않아도 세금 문제부터 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요즘 에프타인과 다니는 걸 보니 나는 아킬로가 더욱 수상해졌다.
테라스에서 바람을 쐬며 생각에 잠겨 있는데 카사라가 왔다. 저녁이 되었으니 식탁으로 오라는 것이다. 한평생 캡슐을 먹었기에 지금도 식탁에 앉아 먹는 습관은 불편하다. 요즘 녀석들이야 익숙하겠지만 나 같은 오래된 사람은 먹는 시간도 길어서 시간 낭비 같고 불편할 뿐이다.
식탁에 앉으니 부인이 웃으면서 박수를 치며 지구에서의 일을 성공 해서 축하한다고 얘기했다. 옆에 카사라도 무표정하게 박수를 치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박수치는 것이 잘못 됐습니까?”
“아니야 아니야 잘했어. 그냥 웃겨서 그래.”
“아니 당신은 또 카사라를 놀리는 거에요? 적당히 좀 해요. 적당히.”
“부인은 카사라 없으면 못 살겠지? 친 딸이나 친 아들한테도 좀 살갑게 굴지 그래.”
“걔네들은 결혼하고 독립하고 오지도 안잖아요. 그리고 카사라가 더 이쁘구만 뭐. 그러는 당신도 에프타인에게 쏟는 애정 좀 친 아들과 친 딸에게 나눠주지 그래요?”
“에프타인이라...”
나는 에프타인을 꼬맹이 시절부터 알고 있다. 그 때는 단순히 똘똘한 구석이 있는 나한테 한 방 먹이고 의기양양 해 하는 귀여운 꼬맹이였는데 어느 새 키도 훌쩍 커지고 지금은 외교 차관으로 화성의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으니 대견했다.
“에프타인이 하는 거 보면 누구라도 좋아하지 않을까? 예의도 바르고. 내 아들이었으면 소원이 없겠구만.”
“라디아네(딸)나 우티슨(아들)에게 그 말은 진짜 하지 말아요. 애들 난리 납니다.”
부인이 한 마디 했다.
“걱정 마. 에프타인이야 지금 지구에서 바쁠 테니까. 한 동안 볼 일 없어.”
부인은 어릴 적 일들 때문인지 에프타인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환영 파티라고 하기에는 평범한 저녁 같았던 시간이 끝나고 밤이 깊어지자 나는 카사라를 불렀다. 카사라는 이미 예상했는지 긴 바퀴가 달린 침대를 끌고 왔다. 침대를 넓은 거실에 고정 시켰다.
“밀런님. 누우세요.”
“그래. 부탁해.”
나는 발가벗고 침대에 엎드렸다. 곧 카사라가 근육을 스캔 하고 마사지를 시작했다.
두두둑.
“크어억.”
둔탁한 소리를 내며 나는 고통스러워 신음을 냈다. 하지만 곧 시원해진다. 이 감각을 잊을 수가 없다. 찌뿌둥했던 느낌들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돌아 누우십시오.”
나는 발가벗고 있지만 어차피 로봇이니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카사라는 내 다리를 잡고 접은 뒤 가슴 쪽으로 압박을 준다.
우두두둑.
“크에에엑.”
평소에 내지도 않고 시민들이나 외교부 직원들이 들어보지 못했던 신음 소리를 나는 낸다. 마사지가 끝나고 엉거주춤 일어났다. 시원하다.
“카사라 너는 그 기술을 빨리 인류에 전수 해야 해. 수 많은 사람들이 찌뿌둥한 감각에서 해방될 거라고.”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가는 기술입니다. 사람들이 하려고 할지는 의문입니다.”
“정 그러면 금성인들 시키면 되잖아. 돈 된다고 하면 바로 달려들걸.”
나는 어깨를 돌리며 말했다. 카사라는 생각 해보겠다고 시덥지 않게 대답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나도 옷을 입고 침실로 갔다.
창문 밖에서는 사이렌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요즘 밤 만 되면 사이렌들이 난리도 아니에요.”
부인이 불편함을 호소했다.
“음. 요즘 화성인들은 예민하거든. 금성인들이 불쌍할 지경이지.”
“빨리 사태가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어요. 금성왕은 대체 뭐 하자는 건지 원.”
나는 사이렌 소리를 애써 신경 쓰지 않고 잠을 청했다.
다음날 이 되자 나는 외교부로 출근을 했다. 쉴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지구나 금성의 돌아가는 상황은 파악하고 싶었다. 외교부는 독립된 건물이지만 중앙과 가깝고 유사시 다른 부서와 의견을 교환하거나 소식을 들을 수 있다. 뉴스도 한계가 있다. 뉴스는 지구산 뉴스가 최고다. 정확성, 객관적, 간결함, 전달력. 지구의 뉴스는 프로다. 그에 비해 화성의 뉴스는 신용 할 정도는 아니다.
외교부에 가서 확인해 보니 예상과 달리 지구가 위기 상황 이었다. 엉뚱하게도 복고주의자들이 반란을 동서지역으로 일으키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나는 깜짝 놀라서 말했다. 외교부의 직원들이 나를 보자 인사를 했다. 나는 모두의 인사를 받은 후 장관실로 들어가 지구 뉴스를 마저 시청했다.
“지구는 지금 초유의 사태에 놓여 있습니다. 어서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합니다. 금성과의 일전을 앞두고 복고주의자들의 반란은 빨리 종식 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상 지구 중앙 뉴스 뉴레든의 수석기자, 아리카 베너리아 였습니다.”
에프타인이 안 가고 남겠다고 한 것이 이것을 노린 건가? 가끔 에프타인은 같은 상황을 맞이해도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볼 때가 있다. 그것은 좋게 보면 미래를 남들과 다르게 예측하고 대비하거나 맞춰서 사람들을 감탄 시킬 때가 있다.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자주 다른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난 체로 보이거나 이해를 잘 못 한다. 튀는 사람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에프타인은 나댄다고 생각하기 딱 좋은 인물이었다.
더구나 태도와 말투는 공손하기 이를 데 없기에 더욱 재수 없게 느끼게 한다. 녀석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 모습이 어처구니 없어 웃음이 나오지만 그래도 그 만큼 녀석도 나이를 먹었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에프타인은 남아서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더구나 리디스라고 하는 금성 여자를 차관까지 임명하면서 말이지. 에프타인이야 걱정하지 않는다. 언제나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친구니까. 문제는 아킬로다. 그 녀석이 에프타인과 붙어 다니는 것이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늙은이 주제에 욕심은 한도가 없는 인물이다. 분명 에프타인을 이용하려고 붙은 것 일텐데 에프타인도 아킬로를 거부하지 않고 있다.
나는 에프타인을 믿고 있기 때문에 별 말 없었지만 솔직히 아킬로는 거슬리는 인물이었다. 지구의 암울한 소식들을 들은 후 나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외교부 직원도, 다른 정치인이나 장관들을 만나서 느낀 것은 의외로 지구가 곤란해 하는 것에 고소해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지구 놈들은 좀 당해도 된다. 하지만 에프타인이 말한 것처럼 지구가 멸망하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옅은 베이지색의 머리를 한 한눈에 봐도 금성인이 화성 시민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경찰에 신고할 까 생각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들이 나서서 말렸다.
“그만 둬! 저 사람이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거야?!”
“사람 잡아먹는 금성인이잖아? 좀 맞아도 된다고.”
“저 사람은 화성에 쭉 산 금성인이야. 사람을 먹을 생각조차 안 했을 거라고.”
“야. 금성 촌놈. 저 말이 맞아?”
폭행하던 남자가 맞고 누워있는 금성인에게 묻는다.
“저는... 사람을.... 때려 본 적도 없..”
말을 다 마치기 전에 화나 있는 화성 시민들은 금성인을 폭행하기 시작했다.
“그만두라니까!”
금성인을 구하려는 남자는 폭행하고 있는 화성 시민들을 말렸고 곧 몸싸움이 벌어지자 뒤에서 어떤 덩치가 큰 인물이 그만두라고 소리쳤다.
“다들 그만 두십시오!”
그는 한마디를 했을 뿐이지만 굉장히 굵고 낮은 목소리가 바로 귀 옆에서 소리 지른 것처럼 크게 들렸다. 더벅머리에 턱수염과 콧수염이 덮고 부리 부리한 녹색 눈, 큰 키에 근육질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다른 남자가 말했다.
“일 크게 만들기 싫으면 가시죠. 참고로 말씀드리면 저 경찰입니다.”
화성의 시민들은 그 때서야 상황을 파악했는지 맨 뒤에 남자를 보다가 다들 돌아갔다. 금성인도 고맙다고 하고는 돌아갔다.
“쳇. 화성의 수치들 같으니.”
세 명은 서로 악수를 하며 통성명을 하는 듯 하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정의로운 청년 들이로군.”
셋은 나를 본다. 그러자 맨 처음 금성인을 구해주려고 몸싸움을 벌였던 남자가 깜짝 놀랐다.
“장관님 아니세요?!”
“응?”
“밀런 장관님 맞으시죠?”
“어... 맞네. 날 아는가?”
“아.. 제 이름은 칼렌 카릭, 에프타인님의 제2비서입니다.”
“아아아아. 그랬구만!”
본 기억은 없지만 아는 척을 하기로 했다. 칼렌이라는 친구가 무안해지면 안되니까. 나는 자연스럽게 오른쪽 옆에 두 남자에게 쏠렸다.
“저는 유러스 디클레아라고 합니다. BC003, NP4719 경찰서 소속 순경입니다.”
“음 죄 없는 금성인을 구하려는 행동 멋졌네.”
“저분과 이녀석이 다했죠 뭐.”
유러스는 자기 앞의 덩치의 등을 친다.
“아는 사이인가?”
“데이번. 화성의 외교 장관님이셔. 인사드려.”
“데이번 디클레아입니다. 유러스 형의 동생이에요. 저는 아직 경찰은 아니지만 경찰 시험을 보려고 준비 중 입니다.”
“아 그렇구만. 다들 대견해.”
“헤헤.”
칼렌이 멋쩍게 웃었다.
“유러스 자네는 평상복인 것 보니 오늘 쉬는 날인가?”
“네. 그래서... 아 아닙니다.”
“음?”
나는 말을 하다 마는 유러스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아니 왜 말을 하다 마는거야. 얘기해봐.”
유러스는 머뭇 거렸다.
“그것이.. 자칫 하극상처럼 비춰질수도 있어서요.”
“하극상이 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래도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것이겠지? 얘기해보게.”
유러스의 말은 이렇다. 얼마 전에 한 소년이 발가벗은 채 비오는 날 쓰레기장에 버려져 있었는데 한 여자가 그 소년을 경찰서에 맡겼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소년이 경찰서에 있는 동안 마르마스의 대기업 회장이 그 소년을 보고 갔고 외교 차관인 에프타인도 그 소년을 보러 왔다고 했다.
그 뒤 소년은 경찰서에서 사라졌고 서장은 이 일을 더 이상 신경 쓰지 말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유러스는 이 일이 의구심을 품고 비번 날에 몰래 조사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킬로와 에프타인이..?”
나는 입을 막고 생각에 잠겼다. 가뜩이나 둘이 붙어 다니는 것 같아서 신경 쓰였는데 그 소년 때문에 둘이 경찰서를 방문했다는 사실이 더욱 신경 쓰이게 한다.
“유러스라고 했나?”
“예.”
“그 조사를 계속 맡겨도 되겠지?”
“예? 아 그건... 제가 그냥 쉴 때 하는 거라서.”
“그건 걱정 말게. 그 사건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지.”
“저도 돕겠습니다.”
데이번이라는 덩치 큰 친구도 거들었다.
“그래. 형제에게 맡기겠네. 단 이 사건에 진척이 있을 때마다 나에게 보고 좀 해주게. 부탁하지.”
“알겠습니다.”
유러스가 대답하자 나는 칼렌을 보았다.
“자네는 어떤가?”
“네?”
“자네도 돕겠나?”
“저는... 내일출근도 해야 하고..”
“어차피 차관들이 다 없는 마당에 나가서 하는 것도 없지 않나?”
“아니 장관님. 할 일이없다뇨. 그렇게 한가하지는 않습니다...”
“에프타인이 뭐 시킨 것 있나?”
“아니요..”
“제2비서면 제1비서도 있겠네? 그 친구랑 같이 요기 형제를 돕게.”
“예에??”
나는 그들에게 아킬로 조사에 대해 부탁(명령)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면서 잠시 에프타인을 만났을 때가 생각났다. 나는 젊었을 적 야망이 있던 청년이어서 검사나 경찰과 친분을 쌓고 부패한 정치인들을 고발한다고 한 동안 난리 친 적이 있다. 그 덕에 결국 외교 장관까지 역임하게 되었지만 그 당시 보면 여러 자기로 화성 시민들에게 민폐를 끼친 것도 사실이다.
부패한 정치인을 고발하고 결과가 지지부진하면 시민들을 선동해서 시위를 주동 하고 다녔다. 어느 날 정부에게 찍힌 나는 건장한 청년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자 어떤 꾀죄죄한 꼬맹이가 벽 위에 걸터 앉아 나를 보고 있었다.
“아저씨. 지금 곤란해요?”
“응? 넌 누구냐?”
“쫓기고 있는 상대에게 잡혀서 맞기 싫으면 저를 따라오세요.”
나는 소년의 팔을 잡고 벽을 기어 올랐다.
“맞는 수준이 아니라 아마 죽게 될 거다.”
“뭐하고 돌아다녔길래 사람들이 쫓아다녀요?”
“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아~ 네~ 그러시군요.”
“야. 건성으로 대답할래?!”
나는 꼬마랑 티격태격 하며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벗어나고 한참 소년을 따라가니 어두운 둑길 아래에 왠 남녀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판자 하나를 깔고 있는 누가 봐도 노숙자 남녀였다.
“엄마. 내가 이 아저씨 구했어.”
“누군데?”
엄마라고? 그 꼬마의 엄마는 검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아빠처럼 보이는 인물은 베이지색 머리를 한.. 금성인처럼 보인다.
“폐 끼칠 생각은 없습니다. 곧 갈거에요. 구해줘서 고맙다 꼬마야.”
그러자 꼬마가 내 옷을 잡으며 나를 붙잡았다.
“어?”
“아저씨 구해줬으니까 돈은 주고 가요.”
“푸하하하!”
나는 나도 모르게 크게 웃고 말았다. 긴장이라도 풀렸던 걸까.순간 사람을 벙찌게 만드는 것이 보통 놈이 아닌 것 같았다.
“이야. 꼬마야 제법이다. 이름이 뭐냐?”
“세르탈크.”
“탈크가 붙은 이름이면 금성인이니?”
그 꼬마아이는 금성인치고는 새까만 머리색을 가지고 있다.
“제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세르탈크 2세입니다. 쿨럭쿨럭..”
뒤에서 힘없이 기침 하며 대답하는 남자가 있었다. 저 사람이 아버지인 모양이다.
“음. 아버님. 화성에서 살아가는 팁을 하나 드리자면 너무 금성적인 이름은 바꾸는 것이 좋아요. 사람들이 얕볼 겁니다.”
“....”
한 동안 말이 없다가 세르탈크가 이야기 했다.
“제 아들을 데려 갈 수는 없을까요? 너무 환경이 열악합니다. 저는 이미 글렀어요. 곧 죽을 것 같아요. 병을 고칠 돈도 없고..”
옆에 어머니가 거들었다.
“부탁 드려요. 우리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까..”
“아니..저도 단칸방에 끼어 사는 처지이고 이미 결혼까지 해서 혼자도 아닙니다.”
그러자 세르탈크 꼬맹이가 말했다.
“안 데려 가셔도 돼요. 어차피 지금 정부 하는 것을 보니 다른 아저씨들이 시위하다 곤란해지면 구하면서 돈 벌면 되니까. 오늘도 벌써 세 번째 아저씨 구하는 건데 뭐. 돈 벌면 아빠 병도 고쳐 줄게. 병도 없다는 세상에서 아빠 혼자 왜 죽으려고 그래?”
그건 재산이 있는 사람들의 얘기다. 노숙자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이야기다. 하지만 어린 꼬마가 정부를 운운하는 것은 흥미로웠다.
“세르탈크. 정부가 어떻길래 요즘 하는 것이 어쩌니 하는 거냐?”
“돌아다니면서 구걸하면 다 알아요. 정부가 잘하면 사람들도 착해지고 친절해지고 돈도 주고 그러는데 정부가 나쁘게 하면 사람들도 예민해져서 그런지 못 되게 굴어요. 돈도 안주고 욕하고 주먹질 하려고 시비를 걸고 하거든요.”
나는 깜짝 놀랐다. 어설프지만 정부와 시민들의 관계를 꿰뚫는 예리함이 보였다. 나는 이 꼬마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나도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었지만 지금 이 친구들보다는 나은 삶을 살고 있다. 성공해보겠다고 이 사단을 냈고 있는데 이 꼬마는 거둘 가치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꼬마를 데려갔다. 그리고 꼬마의 부모에게 여유가 생기면 당신들도 도와보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세르탈크의 아버지는 곧 사망해서 구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세르탈크의 어머니는 구할 수 있었다. 그 뒤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세르탈크가 나한테서 독립한 뒤 어머니를 시설에서 빼와서 자신의 집에서 모시고 살았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그런데 확실히 알고 싶어서 그러는데 너는 금성인인거냐?”
“그게 중요해요?”
“그냥 확실히 해두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저는 금성인도 아니고 화성인도 아니에요.”
“지구인이라는 말이냐?”
“에휴. 농담하시는 거에요? 반반 섞인 거죠. 아빠는 금성인이고 엄마는 화성인이에요.”
“그..그래? 그러면 화성인처럼 살아도 거부감은 없겠구나.”
“금성인들한테 가면 화성인이라고 쫓겨나고 화성인들에게 가면 금성인이라고 무시해요. 미리 말씀드리는데 화성인 대우를 해줘도 화성에 별로 좋은 감정은 안 생길 거에요.”
“흠. 지구 놈들을 보면 생각이 바뀔걸. 그래도 화성인들은 착한 편이야 임마.”
한 동안 우리는 내 집으로 걸었다. 내가 제안을 했다.
“이름은 바꾸는 게 좋겠다. 괜찮지?”
“얹어 사는 입장인데 거부할 수 있겠어요. 바꾸죠 뭐.”
“짜식. 말 하나는 잘 하는구만. 좋아 내 외할아버지의 이름을 주마. 에프타인이라고 유명한 정치가셨다. 지금은 돌아가셨으니까 헷갈릴 일도 없을 거다.”
“그래요. 상관 없어요.”
세르탈크는 자신의 이름을 에프타인으로 변경하는데 아무 상관없어 했다. 그 말은진심인 것 같다. 집 문 앞에 도착했다.
“아저씨도 못 사는 편이었군요?”
“둑길밑에서 살던 놈이 누굴 비난해? 이 집을 얻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나는 긴장감을 가지고 문을 열었다.
“여..여보.”
문을 열자 두 어린아기와 씨름 하는 부인이 보였다. 간난 아기들은 말도 못 하면서 활발하게 부인을 괴롭히고 있다. 부인은 나를 보고 곧 지저분한 꼬마에게 눈길을 보냈다.
“여보. 이 아이는..”
“나가!!!!!!!!!!!!!!!”
“알았어!”
나는 부인의 괴성을 듣자마자 재빨리 에프타인을 데리고 나갔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노숙을 했다. 에프타인이 오히려 경험자라 에프타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 추억이다. 노숙도 해보고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부드러워진 부인도 있고. 결국 성공해서 큰 저택에서 살고 있다.
나는 내 아들처럼 아낀 에프타인이 아킬로 같은 돈에 미친 야비한 인간 때문에 망가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아킬로의 약점을 잡고 에프타인을 아킬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다. 나는 유러스와 그 일행의 보고를 기다리기로 했다.
10000년 1월 1일 기준.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9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50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7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 화성 남자. 134세. 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
소년 – ?? 남자. 16세. 쓰레기장에 기절해 있었다. 리디스가 구조.
리튼 페일 – 지구 남자. 31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소장. 서부 사령관.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30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지구 남자. 61세.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5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8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7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7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9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지구 남자. 152세.육군 대장.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8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지구 남자. 68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4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7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3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지구 남자. 56세.육군 중장.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1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 – 지구 여자. 31세. 전업주부.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1세. 중위. 142사단 34연대 21중대 소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1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3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지구 여자. 24세.보험회사 안내원.사망.
네라 울센–지구 여자15세.실종소녀.사망.
셀로아 하린–지구 여자120세.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사망.
유러스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3세. 경찰관.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9세. 금성군 총사령관.
리어츠 비란 – 금성 남자 79세. 귀족회 대표.
로드카 하디바이스 – 지구 남자 30세. 몬케르드 대학 조교. 남부반란군 대장.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4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3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1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49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지구 여자53세.동부반란군 대장.탈옥수 출신.사망.
메이클 로더슨–지구 남자80세.중장. 142사단장.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90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지구 남자62세.소장. 89사단장.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1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49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1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 – 금성 남자 56세. 금성군 제2총사령관.
레시아 로던 – 금성 여자 43세. 대령. 금성군 총사령관 보좌.
로제스 브테르트 – 금성 남자 26세. 일병.
노웬 아스테리사 – 지구 남자 119세. 대장. 남부 사령관.
콜트렘 길린시아 – 금성 남자 61세. 대령. 1차 금성군.
카사라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지구. 제조일 5224년 11월 21일.
로민 우세라 – 화성 여자 92세. 주부.
데이번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0세. 경찰 지망생.
라디아네 키웨이스 – 화성 여자 45세. 영상 제작자.
우티슨 키웨이스 – 화성 남자 42세.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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