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자들의 세상-21화 (21/86)

〈 21화 〉 포식자들의 세상 ­21­

* * *

예비역을 이끌고 3일간 행군 하다가 적들의 눈에 띄지 않는 적당한 숲에 진지를 구축했다. 나는 아이스박스에 있는 식수와 빵과 구운 고기를 지급해서 점심을 해결하라고 명령했다. 북부군의 요청에 따라, 그러니까 일단 위급하다고 했던 덴슨이라고 하는 기업회의 작자의 요청대로 북쪽으로 가는 중이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도통 내키지가 않았다.

서부 지역의 사단들은 연락이 두절 되어 사실 상 합류가 불가능한 상태다. 늙은 꼰대가 지원해주기로 약속한 10개 사단도 몇 일은 지나야 했다. 그마저도 서부 지역 끝에 10개 사단이 들어오는 것이니까 여기서 우리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적어도 5000km는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합류를 시작해야 하는 셈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예비역 만 명으로 북부군을 지원하는 것은 안 가는 것보다 못한 행위였다. 전차도 없고 무기도 평범한 소총들이다. 로켓탄, 개틀링.. 아무것도 없다. 애초에 야렘이 군사와 전혀 관련이 없는 도시였다.

충분히 휴식 시간을 보냈지만 나는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보다 여기서 나는 전략적인 행동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내가 생각한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 이대로 덴슨 사령관의 북부군을 지원한다. 그들은 스케나라는 곳에 있다. 전에 한 번 가본 곳이다. 문제는 스케나라는 곳이 산과 숲이 우거진 복잡한 지형이라는 점이다. 자연 경관 하나로 관광업이 돌아가는 곳이다. 하필이면 이곳에 있다니 수세에 몰려서 쫓겨 들어가기라도 한 건지.

둘째, 지원을 가지 않고 서부 지역 장악에 주력한다. 서부 반란군은 이제 북쪽으로 진군 중이니까 서부 지역을 장악해서 수많은 엘리베이터 타워와 미사일 방위기지, 공군, 해군 기지들을 다시 정상화 시키는 것이다. 또한 서부 지역이기 때문에 나중에 오는 동부 지원군과 합류도 수월하다.

셋째, 노아드 사령관의 요청을 따른다. 현재 엘리베이터 타워에서 들어온 정보로는 서부 반란군 역시 아직 북부군에 합류하지 못했고 북부 지역에 진입하지도 못 했다. 북쪽으로 갈수록 지형이 험난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 되는 것으로 추측 된다. 그리고 그들은 200만 명이 한 번에 우르르 몰려가는 것이 아니라 10개 부대로 나뉘어 행군 중이다. 빠르게 올라가서 한 부대씩 각개 격파하는 것이다. 위험 부담이 크고 성공 여부가 가장 불투명하다는 단점이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해도 거지 같다. 둘째 방법이 우리한테는 가장 합리적이지만 기업회의의 기분을 거슬리기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 서부 사령관이니까 서부 지역에 집중했다라고 변명하기도 힘들다. 나부터가 수도 방위군에게 지원을 요청하며 서부 지역으로 오라고 했으니까 말이다.

나는 에프타인과 루디샤를 불렀다. 그리고 세 가지 방법을 말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아니면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얘기해 주셔도 됩니다.”

“서부 지역을 장악하는 것이 아무래도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북부군 지원은 동부군이 합류한 뒤 가도 좋을 것 같네요.”

에프타인이 바로 대답했다. 나도 현재로서는 그 방법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기업회의의 눈치도 봐야 한다. 가뜩이나 과소비로 찍혔다. 그들에게 과소비는 중죄다. 진짜로 처벌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미치는 것이다. 비공식적으로 사람을 괴롭히고 직장을 그만두게 만든다.

내가 망설이자 에프타인이 말했다.

“눈치 같은 거 별로 안보시는 성격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지구에 가장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방법을 선택하십시오.”

“...”

지구보다 나에게 가장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고 싶다. 군인에 대해 순수했던 시절도 소위로 임관하던 시절에 사실상 끝났다. 고속 승진도 처음에 우쭐하게 만들었지만 위에는 위가 있다고 늙은 꼰대도 처음에 그렇게 지랄 맞을 수가 없었던 사람이다. 시달리고 시달리다가 나는 냉소적, 무관심, 무기력하게 되었다.

“루디샤는 어때?”

인공지능 로봇의 생각은 어떨까?

“저는 세 번째 방법을 추천 드립니다.”

루디샤는 가장 힘들어 보이는 것을 추천했다. 내가 지금까지 이긴 승리는 전부 무기의 승리다. 함정으로 적군들을 몰아 놓고 전투기나 야포 같은 화력으로 섬멸 시킨 케이스인데 지금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태다. 예비군 만 명이 적에게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을까? 특수 제작한 방탄막은 방어용이다.

그 흔한 로켓탄도 없다. 상대에게 치명타를 줄 만한 무언가가 전무 했다. 나는 루디샤보다 에프타인이 추천한 전략을 택했다. 루디샤는 뭔가 더 할 말이 있었는지 머뭇거렸는데 곧 목례를 하며 천막을 빠져나갔다.

그래도 북부군의 두 사령관이 요청한 것들이 있으니 서부 사령관으로써 우리의 행동은 알려 줄 필요가 있다.

“서부 사령관 리튼입니다. 서부군은 서부 지역을 장악하고 북부군 지원에 나설 것입니다. 지금 급히 지원을 가기에는 전력이 너무 빈약합니다. 서부 지역 장악과 동부군의 지원을 받은 뒤 북부 지역으로 지원을 가겠습니다.”

이렇게 녹음한 나는 북부군 두 사령관에게 전달했다. 나는 루디샤에게 연락이 와도 받지 말라고 하고 서쪽으로 떠났다. 10개 사단만 받으면 숨통이 트일 것 같다. 그리고 에프타인에게 북부군과 금성군의 상황 조사를 의뢰했다. 북부도 엘리베이터 타워가 제 기능을 상실했으니 정확한 대응을 위한 정보가 필요했다. 에프타인이 떠난 뒤 우리는 서쪽의 엘리베이터 타워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말이 제압이지 가서 서부 반란군이 사라졌다안심해라 같은 통보에 가깝다. 그러면서 숨어있거나 갇혀있는 엘리베이터 타워 직원들을 불렀다. 어느 엘리베이터 타워는 패스워드까지 걸어가며 철저하게 폐쇄 된 경우도 있어 시간을 잡아먹기도 했다.

그것이 내가 잘못 판단한 계기가 되었다. 서부 지역은 중부 지역과 더불어 대단히 발전된 도시와 엘리베이터 타워 수를 자랑했다. 이것을 일일이 장악하며 서쪽으로 가서 동부군과 합류하고 다시 북쪽으로 가는 것은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일이었다.

5일이 지났을 때 에프타인이 북부 지역의 상황을 가지고 왔다. 북부군은 현재 약 55만 명의 병력을 가지고 있었고 처음에는 80만 명으로 병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한 달 정도 교전을 하면서 25만 명이 사망했다. 금성군은 현재3만 명이다.

에프타인은 금성의 우주선들이 지구 밖에서 미사일로 격추되면서 3만 명 정도가 지구에 탈출선을 타고 들어왔다고 했다.

“그 얘기는 금성은 3만 명의 보병이 들어와서 북부군의 25만 명을 죽이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겁니까?”

“대략적인 숫자지만 그렇습니다. 북부군은 계속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습니다. 금성군의 숫자는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여기서 서부 반란군이 금성군에 합류하면 북부는 끝난다. 시일이 꽤 지났으니 이미 합류했을지도 모른다. 동부군의 지원은 공군의 수송선으로 이동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사단들이 이렇게 대량으로 이동하는 사태가 처음이다 보니 느렸다. 단순히 행동이 느리다기 보다는 비행 수송선 자체가 몇 만명씩 탑승할 수 있는 그런 크기가 아니었다.

서부 지역 끝 바르다크라는 지역에 동부군 3개 사단이 도착했다. 이제 3개 사단이 도착했다는 것은 꽤 실망스럽다.

나는 에프타인을 통해 금성군의 사령관이 플리사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플리사? 금성의 사령관이라는 말이죠?”

“그렇습니다.”

“성격은.. 아니 그런 것 까지 알 수는 없겠죠.”

“플리사는 금성에서 유명한 사람입니다. 어느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그래요?”

“플리사는 금성의 왕족입니다. 선대 왕의 육촌 쯤 됩니다. 원래라면 금성의 왕은 케테로스가 아니라 플리사가 되었어야 합니다. 성격은 과묵한 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여성입니다.”

여자, 왕족, 과묵, 군사령관. 성격이 과묵하다는 것은 말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왕족임에도 이런 사지에 뛰어든 것을 보니 적어도 겁쟁이는 아닐 것이고. 북부군에 대한 전공은 그녀가 예사롭지 않은 군재를 가지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북부군에는 어떻게 이기고 있습니까? 참고할 만 전술이나 전략이 있을까요?”

“그게 어려운 부분입니다.”

“어렵다고요?”

“갑자기 소규모 병사가 나타나 지휘관만 골라서 죽이고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게 가능한가요?”

“글쎄요.. 저도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지휘관만 암살하고 혼란해진 틈에 습격, 추격하면 복잡한 지형의 오지에서 게릴라 전술로 습격. 계속 잘게 잘게 돌을 깎듯이 상대 병력을 갈았다. 금성군은 소수로 훌륭하게 북부군을 농락하고 있었다.

북부의 지형을 습득하고 적군의 사정도 밝다. 한 마디로 정보력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서부 반란군이 금성군에 합류하고 있으니까 아.. 무리를 해서라도 서부 반란군을 북쪽으로 보내면 안 되었다. 플리사 같은 타입은 절대 힘이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병력이 합류한다든가 무기가 늘어난다든가... 하여튼 편하게 해주면 안 된다.

나는 전략을 수정하기로 했다. 지금 서부 바르다크에 모인 동부 지원군 3개 사단에게 북쪽으로 이동하라고 명령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어쨌든 서둘러야 했다.예비군과 3개 사단의 합류 지점도 결정되었다. 노보츠라는 곳이다.

우리는 다시 방향을 바꿔 북동쪽으로 향했다. 한창 행군 중 안 좋은 소식이 들렸다. 우주에 2차 금성군이 모습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우주선은 100000여 척이다.

“몇 척???”

“100000척 이라고 합니다.”

루디샤가 차분히 말했다. 거기에 타고 있는 인원이 몇 명인지 상상도 안 간다.어마어마한 우주선의 숫자를 보니 한 편으로는 이 웨이브만 견딘다면 금성은 전투 능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저 병력만 없앨 수 있다면, 외교적으로 항복을 받아내거나 아니면 반대로 금성으로 쳐들어가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내가 미사일을 초전에 많이 썼지만 다 쓰지는 않았다. 먼저 방위를 위해 십만 척의 금성 우주선에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다. 우리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지만 쉬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 쯤되면 복고주의자들이나 반인공지능파들이 알아서 휴전하고 힘을 합쳤으면 한다. 당장 우리를 잡아먹으러 온 놈들보다 우리끼리 싸우는 것이 더 중요하지는 않으니까.

저녁이 되어 행군을 멈추고 진지를 구축했다. 예비군 아저씨들은 기특하게도 불평 없이 내 명령을 수행 중이다. 그리고 루디샤를 통해 나는 연달아 우주에 있는 소식들을 접했다.

먼저 미사일 방위가 실패했다. 1차에서 문제점을 파악했는지 2차 우주 금성군들은 미사일을 훌륭히 방어했다. 십만 척 중 2~3척만이 부서졌다. 어떻게 미사일들을 막았을까. 방법은 쉬웠다. 처음부터 지구의 미사일을 격추 할 생각으로 우주선을 무장 시켰다. 2차 금성군은 지구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자신들이 준비한 미사일로 격추 시켰다.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으니 처음부터 지구와 달의 거리에 도달했을 때 미리 발사했다고 한다. 우주선이 십만 척이다. 십만 척이 일제히 미사일을 발사하니 무거운 중량에 최첨단 스텔스 장치를 달고 있는 미사일도 어쩔 수 없이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격추 당했다.

얼마나 미사일을 발사했는지 지구에도 미사일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렇게 큰 피해를 입히지는 못했다. 미사일 자체가 우주선에 많은 양을 장착하기 위한 것이라 소형이었고 지구 바로 밖에서 전술적으로 정밀 폭격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부분 바다로 떨어졌다. 그래서 피해는 적었다. 하지만 금성은 그것 만으로 충분 할 것이다. 우리의 미사일 방위 체계는 끝났다.

여기서 지구를 둘러싸 폭격이라도 가했으면 우리의 패배겠지만 왕족이 지구에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미사일을 전부 격추 하느라 여유 미사일이 없었는지 십만 척의 우주선들이 대기권을 뚫고 지구로 착륙했다.

이 과정들이 모두 뉴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오랜만에 보는 기장 양반의 얼굴이 어두웠다. 금성의 우주선들은 동부 지역으로 착륙했다. 늙은 꼰대가 있는 곳이다. 나는 여기까지 시청하다가 곧 전군에게 시청을 멈추라고 명령했다.

침략 당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기보다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먼저 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포석이라도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플리사가 이끌고 있는 금성군을 격퇴하고 왕족인 플리사를 인질로 잡는다면 금성을 흔들리게 할 수도 있다. 어쨌든 북부 지역에서 서부 반란군과 금성군을 격퇴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부에서 온 지원군과 잠깐 연락도 해봤는데 일단 그들도 흔들리지 않고 노보츠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열심히 행군 했는지 우리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몇 일이 지나자 우리는 노보츠에서 합류했다. 거기에는 이제는 반가운 97사단과 142사단, 13사단이 있었다. 142사단과 13사단은 동부 반란군에 의해 피해가 있었음에도 지원을 위해 먼 길을 달려 왔다. 다르게 표현하면 완전한 전력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나의 동기였던 리노이도 오랜만에 만났다. 팔에 총 상을 입었다고 했는데 그녀의 왼팔은 기계 팔로 바뀌어 있었다.

리노이가 경례했다.

“음... 오랜만이다 리노이. 계급이.. 대위? 오 진급 좀 했네?”

“이 자식이 한번 동기면 영원한 동기지. 별 달았다고 벌써 계급부터 찾냐?”

“어허. 반말은 사석에서 하라고. 지금은 진지해져야 할 때 아냐?”

사실 나는 리노이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리노이가 나를 무척 아는 척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도 많이 모여있는데 나와 동기였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은 모양이다.

곧 리노이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말했다.

“진지해지고 말고 할 것도 없어. 금성은 그런 것을 상관하지 않을 테니.”

“금성?곧 북부 지역의 금성과 만날 것이다. 서부 반란군의 잔당과 함께 없애 버릴 거야.”

“....?”

리노이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그래?”

13사단장 바티우스가 대신 말했다.

“사령관님. 동부 쪽 소식 못 들으신 겁니까?”

바티우스는 전에 빡빡하게 굴더니 계급이 깡패라고 바로 경어를 쓰며 깍듯이 대한다.

“사실 노보츠로 가는 것에 집중하고 싶고 괜히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질까봐 뉴스 시청을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3개 사단과 합류도 했으니 중요한 사실이 있다면 알아야겠네요.”

97사단장 내 전 보스 가 말했다.

“사령관님은 뉴스만 끊은 게 아니라 중앙 본부에서 오는 보고도 끊은 모양입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물어보았다.

“무슨 일 있었습니까?”

내가 묻자 루디샤가 재빨리 말했다.

“제가 나중에 주인님께 설명 드리겠습니다.”

“?”

“주...주인님..?”

리노이가 의문을 표하자 나는 그런 게 있다라고 설명하고 개인 천막으로 돌아왔다. 루디샤도 따라가며 걱정하는 듯이 말했다.

“주인님.”

“왜 그래. 너도 아는 일이야?”

“사단장들의 말을 듣고 혼자 확인해 봤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전달해드려도 될지...”

평소처럼 무표정하지 않고 진짜 걱정하는 것 같다. 새삼 그녀가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사실이 떠올라 소름이 돋는다. 정말 인간 같다.

“괜찮으니까 말해. 아니면 화면을 보여주던가. 예상해보면.. 금성군이 대량으로 동부에 왔으니 동부도 지금 위급하다 뭐 이런 것 아냐? 맞지?”

그녀는 화면판을 연결하여 나에게 보여 주었다.

첫 뉴스는 금성 우주선 십만 척이 동부에 착륙하면서 조종사의 착륙 실수 및 지구 대기권에 대한 준비 부족 등으로 2만 척이 폭발했다는 소식이다. 폭발은 잘 가던 우주선들 까지 휘말리면서 금성 입장에서는 재난을 당한 셈이다.

“일단 처음은 나쁜 뉴스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다음 뉴스는 충격이었다. 동부군이 전멸했고 동부 사령관 파루스 데 칼트 장군 사망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일주일 전 뉴스다. 늙은 꼰대는 금성군과 교전하다가 사망했다. 아르카스 공군기지도, 빈 껍데기 뿐이었지만 미사일 방위 기지도 전부 금성군에 넘어갔다.

동부에 있는 금성군은 보병 병력만 2300만 명이었다는 뉴스도 나왔다. 그리고 지구인들의 사기라도 꺾을 생각인 연설 장면도 있었다. 처음 보는 인물이다.

“나는 금성군 총 사령관 드레이돈이다. 뭐 내 이름이나 직위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고 그냥 한마디 하려고 한다. 지구인들이 항복을 하면 목숨을 살려 주기로 정했기 때문에 이렇게 연설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드레이돈은 짧은 올백 머리에 넓적한 얼굴,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비만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다부진 체격으로 한눈에 봐도 군인이라는 느낌의 남자였다. 말은 그리 잘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지구 놈들도 이미 눈치 챘겠지만 내가 연설에 소질이 있는 편은 아니다. 나도 못 하는 것을 딱히 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항복을 안 했을 경우 너희들에게 미래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는 정확히 사람 크기의 뚜껑이 닫힌 쟁반 앞에 섰다. 금성의 왕이 전에 한 짓이 있기에 저 안에 사람이 들어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또 저러나 싶었다. 겁먹을 놈은 먹겠지만 일단 나는 그런 것으로 흔들리지는 않는다라고 생각했다.

쟁반의 뚜껑이 열리자 녹색 머리의 어떤 여자가 요리 되어 들어있었다. 눈은 뜨고 있지만 초점이 없다. 발가벗은 신체에는 소스가 뿌려져 있고 빵과 귀하다는 야채가 곁들여져 있었다. 그녀는 이미 요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팔과 다리 등이 분리되어 있다.

그녀는 나에게 백칩 시술을 받으라며 권유했던 보험 회사 안내원이었다. 이름도 모른다. 그녀는 수다스러운 인물이고 나를 질리게 만들었던 사람이다.

“그나저나 이 지구인은 요리할 때 진짜 웃겼어.”

드레이돈의 옆에 한 금성인이 웃으며 이야기 했다.

“왜?”

“요리 되면서도 말을 쉴 새 없이 하더라고.”

“아 맞아! 그랬어! 하하하하.”

“엄마가 어쩌고 백칩이 어쩌고.”

“혀부터 자르라고 했잖아.”

“저런 애는 혀가 잘려도 계속 말할걸.”

“깔깔깔.”

드레이돈 주위 쓰레기들의 말들이 들린다. 저 말은 안내원을 산 채로 요리를 했다는 이야기다. 나는 이날 이후로 금성인에 대한, 상식적인 개념들을 버리기로 했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루디샤는 황급히 화면을 껐다.

“주인님..?”

“나도 전 세계를 향해 연설인지 뭔지를 좀 해야겠다. 지금 준비할 수 있나?”

“네.”

2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안에 세팅이 끝났다. 루디샤는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루디샤의 눈은 아마 카메라 모드로 전환되었을 것이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지구에 있는 금성인들에게 말한다. 더 이상 지구에 자비를 바라지 마라. 말만 하면 짐승 같은 너희들이 이해를 못 할테니 북부의 플리사를 살아있는 채로 조각 조각 내주겠다. 지구의 무자비함을 증명해주지. 금성 왕족의 처절한 비명을 들려주겠다. 못 할것 같다고? 몇 일 안에 보게 될 광경이다. 기대해도 좋다.”

루디샤는 내 신호에 방송을 껐다. 방송 직후 지구의 총사령관, 그러니까 국방부 장관이 연락했다. 무슨 방송을 한 것이냐며 당황한다. 나는 똑같이 갚아 주겠다고 말했다. 방송을 본 사단장들도 리노이도 일단 진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들 늙은 꼰대가 죽어서 이해는 하지만 폭주하면 안된다며 설득한다.

나는 늙은 꼰대의 죽음보다 안내원이 죽은 것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 왜 일까. 나는 늙은 꼰대와 친분이 있다. 내가 혹시 안내원을 좋아하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다. 시각적으로 안내원의 비참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까? 옆에서 금성 쓰레기들이 안내원의 죽기 직전 모습을 조롱했기 때문일까? 모르겠다. 하지만 이 분노는 사실이다. 그리고 안내원의 모습에 분노를 느낀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나도 금성의 광기에 전염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병력을 모아 연설했다.

“북쪽의 암컷 짐승을 사냥하러 간다. 지금 출발한다.”

모든 병사들은 그 뉴스를 알고 있는지 분노에 찬 얼굴로 포효했다. 나는 병사들을 뒤로 하고 루디샤를 통해 북부군에 연락했다.

“북부군은 우리군과 합류한다. 위치는 카미일이라는 곳이다.”

덴슨이 말했다.

“이봐 리..리튼 사령관. 무슨 소리야? 중...중앙에서 지시가 내려 온 건가?”

“내 생각이다. 그리고 이것은 내 명령이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자네가 무슨 자격으로..”

“따르지 않으면 북부군과 전투를 해서라도 그렇게 만들 것이다.”

“.....”

덴슨도 노아드도 공평하게 똑같이 말해주었다. 북부군은 따르기로 했다. 나는 3개 사단과 예비군9만의 병력을 이끌고 카미일이라는 지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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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8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49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6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 화성 남자. 133세. 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

소년 – ?? 남자. 15세. 쓰레기장에 기절해 있었다. 리디스가 구조.

남자친구 – 지구 남자. 30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이름은 리튼 페일. 소령.

97사단 5연대 작전부장.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29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 – 지구 남자. 61세. 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 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4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7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6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6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8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 – 지구 남자. 151세. 육군 대장. 사망.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7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 지구 남자. 67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3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6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2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 – 지구 남자. 55세. 육군 중장. 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0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 – 지구 여자. 30세. 전업주부.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0세. 중위. 142사단 34연대 21중대 소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0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2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 – 지구 여자. 23세. 보험회사 안내원. 사망.

네라 울센 – 지구 여자 14세. 실종소녀. 사망.

셀로아 하린 – 지구 여자 119세. 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 사망.

유러스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2세. 경찰관.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8세. 금성군 총사령관.

리어츠 비란 – 금성 남자 78세. 귀족회 대표.

로드카 하디바이스 – 지구 남자 29세. 몬케르드 대학 조교. 남부반란군 대장.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3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2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0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48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 – 지구 여자 52세. 동부반란군 대장. 탈옥수 출신. 사망.

메이클 로더슨 – 지구 남자 79세. 중장. 142사단장. 사망.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89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 – 지구 남자 61세. 소장. 89사단장. 사망.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0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48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0세. 상사. 보급관.

드레이돈 바롤트 – 금성 남자 55세. 금성군 제2총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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