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 포식자들의 세상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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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야렘이라는 도시로 들어갔다. 야렘은 중남부 지역 해안가에서 100km도 떨어져 있지 않은, 엘리베이터 타워 6개를 운용하고 있는 큰 도시다. 나는 곧 바로 서부 지역으로 가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일단 서부 반란군은 북부의 금성군과 연합하고 있는 상태였다. 군사 동맹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더구나 동부 반란군과 달리 개전 초기부터 서부의 사단들을 박살내며 엘리베이터 타워들을 장악하는 바람에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서부에 가까운 중부의 엘리베이터 타워로는 정보를 얻는데 한계가 있다.
지역 위치도 위험했다. 서부 지역은 중부 지역과 굉장히 가깝기 때문에 수도가 사정권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다이타르 장군이 전사하기 전 공군 기지의 전투기나 미사일 방위 기지들을 적에게 넘겨주지 않고 폐쇄 시켰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확실하지 않다.
나에게 주어진 사단은 반쪽 짜리 두 개 사단으로 두 사단을 합쳐5만 여 명의 보병이 있었는데 그마저도 서부 지역에서 게릴라 전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었으며(이 사실도 겨우 알아내 보고된 것이다) 방해 전파로 통신도 불가능한 상태였다. 사실 2개 사단이 지금도 남아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중부 지역의 수도 방위군은 한 명도 내줄 수가 없다고 했고 기껏 받은 지원군은 에프타인 단 한명, 그것도 화성에서 온 지원군이라는 명목으로 붙어 버렸다. 이래도 괜찮을까? 화성에서 몇 백만 명이 지원 와도 모자랄 판이다.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 한다. 에프타인 한 명으로 퉁 치는 것 같아 사기 당한 느낌이다.
야렘으로 루디샤와 에프타인을 데리고 가면서 나는 몇 번 에프타인을 째려 보았는데 이 자식이 그것을 인식했는지 조곤 조곤 설명하기 시작했다.
“화성은 미사일 개조로 막대한 인공지능 로봇을 지원했으니 지원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뜬금없이 지원을 했다고 주장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우리가 맺은 조약은 군사적인 지원인데요. 더구나 공짜로 해준 것도 아니고 총수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릴 정도로 비용이 나왔던데.”
“우리도 인공지능 로봇을 사용한다는 것이 공개 되어버렸습니다. 국제적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졌습니다. 그 정도는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비난이라고 해봐야 지구 아니면 금성인데 지구는 실질적으로 동맹이고 도움까지 받았으니 할 말이 없다. 금성은 적이니까 비난해봐야 아무것도 아니다. 에프타인 저 자식 자꾸 말장난하면서 엄살을 피우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에프타인이 공손하고 예의 바르다는 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아무리 봐도 자신이 흘린 이미지 같다. 화성에 정적이 많다는 말도 사실인 것 같다. 나라도 적대 시 했을 것이다. 예의 있는 척 하면서 자꾸 시비 거니까 말이지.
야렘에 도착하자 시민들의 표정은 동부 지역의 콜드라는 도시보다 더 어두웠다. 마치 지구의 마지막을 보내는 사람들 같다. 서부군의 궤멸, 당장이라도 쳐들어 올 것 같은 서부 반란군, 이해는 된다. 어쨌든 나는서부 지역에 고립되어있는 60사단과 192사단은 만날 수도 연락할 방법도 없으니 일단 야렘의 예비역들을 모았다.
큰 도시였기에 기대를 했지만 병력이라고 모인 사람들은 만 여명이었다. 두 사단을 기적처럼 재회한다 해도 6만 명이다. 전차나 로켓 발사기 같은 무기는 기대할 수도 없었다. 다 부서졌는지 전차는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병사 없는 사령관이나 마찬가지였다. 북부 쪽으로 간 두 기업회의 출신 사령관들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물론 내가 중부 지역에서 서남쪽으로 내려와 버렸으니 거리 상 더 멀어진 것도 있지만 방해 전파가 강력하고 따로 루디샤를 통해도 북부 쪽이 연락이 되지 않았다. 루디샤의 통신기가 통신이 안 될리 없으니 아마 북부군이 연락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루디샤의 통신기는 잘 작동한다는 것이 고무적인 일이지만 어쨌든 상황은 조사하면 할수록 절망적이었다. 당장이라도 서부 반란군들이 공격하지 않는 것이 행운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나는 고민하다가 혹시라도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어 숨겨진 무기 창고라던가 미사일 기지라던가 예비역들을 시켜 알아보게 했다. 예비역들이 느릿느릿하게 알아낸 정보는 야렘 근처에 미사일 방위 기지가 두 곳이 있고 전부 금성군 우주선들을 산화 시키기 위해 발사된 덕에 텅 비어있는 사실이었다. 적당히 쏠걸 그랬나...
이렇게 되면 북부 사령관들이나 남부 사령관들이 성과를 내고 서부로 지원해 달라고 징징대는 수밖에 없다. 남부 쪽은 엘리베이터 타워를 통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는데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남부 반란군 역시 만만치 않게 저항하고 있어 애를 먹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북부는 금성군이 무슨 수라도 썼는지 엘리베이터 타워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에프타인이 말을 걸었다.
“제가 조사를 해볼까요?”
“? 무슨 조사요.”
“현재 조사된 것은 무장 상태 정도잖아요? 남은 전차라던지 소총의 개수, 유탄 발사기 등등. 제가 들은 바로는 리튼 소.. 사령관님은 지형이나 여러 가지 요소들을 전부 이용해서 동부 반란군을 진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도 여러 요소들을 조합해서 상대한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방금 리튼 소령이라고 하려고 했나? 어쨌든 내가 동부 반란군을 빠르게 진압할 수 있었던 것은 금성군이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고 동부 쪽이 넓게 퍼져서 동시 다발적으로 공격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아끼고자 함정을 파서 전투기 미사일을 퍼부은 결과다. 하지만 미사일 방위기지도 공군기지도 통제하에서 작전을 짠 것이다.
지금처럼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태에서 무슨 수를 낼 수 있을까. 심지어 해군 기지마저 적의 수중에 떨어져 있다. 우린 배도 없다. 아니 애초에 적들은 해군도 필요 없을 것이다. 수도까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니까. 서부와 중부도 바다가 가로막고는 있지만 굉장히 좁은 해역을 사이에 두고 있으니 지리적으로 방어에 유리하지도 않다.
그렇기 때문에 총사령관은 나에게 병력을 주지 않은 것이다. 수도 자체에서 방위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막아주면 좋고 막아주지 못해도 자신들이 막으면서 북부와 남부, 전후 처리 중인 동부군을 기다릴 것이다.
한마디로 나는 시간벌기용이다. 아마 대외적으로 서부 지역에 사령관조차 파견하지 않으면 서부를 포기했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 나를 보낸 것이다.
나는 에프타인에게 자세한 조사를 지시하는 것이 의미가 있나 싶었지만 뭐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에프타인을 보냈다. 외부인에게 지구의 사정이 공개되는 것 같아 한편으로 불안하다. 더구나 속을 알 수 없고 얄밉기까지 한 에프타인이라 더 불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예비역들은 둔했고 비록 군사 분야는 아니더라도 외교 차관으로써 다양한 실무 경험이 풍부한 에프타인에게 한 번 맡겨보는 수 밖에 없었다. 유능하다니까 뭐. 소문을 확인할 겸? 여유나 부릴 상황은 아니지만.
나는 예비역들과 엘리베이터 타워에 최대한 경계와 정보를 모을 것을 지시하고 이제 기다리는 것 밖에 없었다. 경계 근무에 제외 되어 있는 인원들은 도시 외곽에서 훈련을 시키도록 퇴역 장교들에게 지시했다. 나는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다 했다. 그것 밖에 없었다.
어쩌면 나는 반쯤 아니 완전히 포기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역할이 단순한 약간의 시간 벌기라는 결론에 도달하자 의욕조차 없었다. 잘하면 포로, 운이 없으면 빗나간 포탄에 클로시아처럼 하반신이 날아가며 비참하게 폭사할지도 모른다.
하루가 지나고 아침에 에프타인이 복귀했다. 나는 야렘에서 2일을 지냈다. 큰 도시 답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에프타인은 주변을 있는 대로 다 조사라도 했는지 정보가 어마어마했다. 나는 이것을 하루 만에 아니 어제 점심시간부터 오늘 아침까지 했으니 하루조차 안 되는 시간에 이 많은 정보들을 모아 온 것에 약간 감탄했다.
에프타인은 화면판을 연결해 나에게 설명했다. 야렘 도시의 역사까지 말하는데 나는 그건 스킵 하라고 요청했다. 확실히 쓸모 있는 정보들이 있었다. 내가 흥미롭게 들은 내용은 두 가지다. 여기서 400km 정도 남쪽으로 가면 버려진 군사 기지가 있는데 그 군사 기지에는 과거에 사용되었던 수 많은 야포들이 비용 문제로 폐기 처리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었다. 또 하나는 자기 부상 철도가 야렘을 지나지 않고 야렘 서쪽의 긴 해안가를 관광용으로 지나고 있었다.
수 많은 버려진 야포, 그리고 긴 해안가를 지나는 철도, 나는 전략이 떠올랐다.
나는 내 전략을 실행시키기 위해 물 밑작업을 하기로 했다. 먼저 총사령관에게 연락했다. 방해 전파도 소용없는 루디샤의 통신기가 또 다시 전공을 세웠다. 누가 발명했는지 정말 신통하다. 나는 총사령관에게 수도 방위군을 서쪽으로 포진 해달라고 부탁했다. 중부 지역 서쪽의 산악지대에 참호를 파거나 벙커를 짓는 등 서부 반란군이 도하 될 것이라 예상되는 지점을 철저히 수비해서 들어오기 곤란함을 느끼도록 만들어 달라고 했다. 물론 진지 구축에는 마르마스 기업에서 공수해온 인공지능 로봇을 활용하라고 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유용하게 화성의 로봇들을 부려 먹지 뭐. 빠르게 방어 진지를 완성하여 서부 반란군으로 하여금 수도로 진격하는 것을 다른 루트로 돌아오게 유도하기 위해서다.
다른 루트는 야렘 도시가 있는 긴 해안선이다. 사막 지역이기도 하고 사실상 서부군이 궤멸 된 상태에서 수도 방위군이 중부 서쪽 지역의 산악 지방을 점령해 튼튼하게 방어 진지를 구축해 놓으면, 더 북쪽은 북부군들이 있으니까 위험 부담이 있으니 남쪽으로 돌아오게 하는 전략이다. 남쪽으로 우회하기 위해서는 배가 필요하다. 툭 튀어 나온 산악 지방을 수도 방위군이 지키고 있으니까 남쪽의 긴 해안선으로 올 수 밖에 없다.
나는 서부 반란군이 그럼에도 다른 루트를 찾을지도 모를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죽은 셀로아, 즉 할망구가 사실 살아있고 야렘 도시에 갇혀 있다는 거짓 정보를 흘리기로 했다. 나는 적들이 완벽하게 우리 쪽 긴 해안선으로 배를 타고 오게 만들고 싶었다. 거짓 정보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나는 루디샤에게 할망구 연기까지 시키면서 거짓 영상도 흘렸다. 루디샤가 인공지능 로봇인 만큼 할망구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흉내 낼 수 있었다.
동부에서 반란군의 사령관 클로시아는 내가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상대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을 짜고 실행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지만 서부 반란군 위실론은 할망구를 옆에서 보좌하던 인물이라는 것 외에 아는 것이 없었다. 이것도 도박에 가깝지만 할망구에게 얼마나 충성심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이 불가능하다. 그래도 반란 이유가 할망구 처형이니까 명분 때문이라도 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이 거짓 정보들을 네트에 영상으로 흘렸다.
거짓 정보를 흘리는 동안 서부 반란군들의 배들을 묶을 수뢰 로봇 제작을 야렘 도시의 공장에 지시했다. 또한 해안선에 배치할 야포들을 위장하기 위해 홀로그램 위장막을 주문했다. 이쪽은 화성에서 제공하겠다고 에프타인이 말했다. 빨리 서둘러야 한다. 역시 이런 준비들은 언제 서부 반란군들이 올지 모르니 빨리 끝낼 필요가 있었다.
또한 북쪽에 자리 잡은 금성군도 변수다. 둘이 연합했다고 했으니 어떻게 서부 반란군을 지원할지 알 수가 없다. 기업회의의 두 멍청이들이 사령관으로, 지휘 체계조차 일원화가 아니니까 애초에 기대하면 안 된다. 나는 금성군이 얼마나 지구에 있는지 모르지만 북부군이 이길 것 같지 않다.
마지막으로 각 해안가의 마을에서 어선을 공출 해왔다. 이것은 내가 직접 돌면서 마을들을 설득했다. 서부 반란군에게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바득바득 어선이라도 긁어와서 막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척하는 것이다.내 작전은 죽은 줄 알았던 할망구가 사실은 야렘이라는 도시에 억류되어 있고 기업회의가 복고주의자들과의 싸움에서 여의치 않을 시 협상카드로 쓰려고 할망구를 죽이지 않았다는 설정이다. 이것이 사실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거짓 정보를 흘리면서도 할망구가 협상카드로 살아있었으면 했다. 그럼 이런 고생은 안 해도 되지 않았을까.
어쨌든 이 정보를 캐치한 서부 반란군이 할망구에 대한 충성심이든 대의명분이든 수도로 가는 진격 루트가 수도 방위군의 빡빡한 방어 진지때문에 여의치 않든 간에 야렘으로 배들을 타고 우회하게 되고 그것을 바닷 속 수뢰 로봇으로 엔진을 고장 내 긴 해안가에 길게 늘어선 야포로 화력을 집중해서 배 안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된 서부 반란군을 바다로 쳐넣어 무력화 시킨다는 것이 내 전략 구상이다. 수뢰 로봇도 당장 쓸 폭약이 부족해서 급히 만든 아이디어다. 근처에 화학 공장 같은 것도 없었다.
만약에 서부 반란군이 소수 정예로 할망구를 구하려고 시도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상관없다. 어차피 시간을 벌 수 있으니까. 나는 내심 동부 때처럼 서부 반란군들도 어리석은 선택을 해주기를 빌었다.
준비는 일주일 안에 끝났다. 홀로그램 위장막은 아주 완벽해서 바로 옆에서 봐도 해안가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해안가의 철도로 하여금 쾌적하고 빠르게 야포들을 배치 할 수 있었다.어선들도 긴 해안가에서 떨어트려 세워 놨다. 민간인들은 배들만 바다 한가운데에 세워 놓고 이미 집으로 돌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저 수평선 너머로 수 많은 배들을 보았다. 해군 기지에서 끌어 모은 엄청난 수의 함선들이었다. 나는 처음 해군 함선을 보았다. 테러 방지나 해적, 범죄 조직들을 막는 역할을 하던 함선들이 잔뜩 대포가 장착된... 한마디로 잔뜩 개조 되어 있었다. 개조된 함선의 포는예상보다 긴 사정거리에서 포탄이 날아왔다. 포탄으로 인하여 어선들이 부서지고 있다. 멀리서 서부 반란군이 쏘는 덕분에 그들은 어선에 사람이 없는 위장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개조 된 긴 사정거리가 그들의 시야를 흐리게 만들었다.
그 때 루디샤가 말했다.
“주인님. 수도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수도에서?”
중요한 때에 수도에서 연락이 왔다. 내용은 수도에서 파견한 수도 방위군들이 서부 반란군과 교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서부 반란군은 부대를 둘로 나누었다는 소리가 된다. 어쩌면 거짓 할망구를 구하기 위해 수도 방위군이 남쪽으로 내려오면 안 되니까 공격하는 척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지금 이곳도 바다를 뻑뻑하게 매운 함선들을 상대하고 있다.예비역들에게 야포 사용법을(간신히 찾아낸 설명서를 보면서) 알려주었지만 훈련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루디샤가 체크한 것에 따르면 야포들은 정상 작동한다고 하는데 예비역들이 잘 작동 시킬지 의문이다.
어선들이 박살 난 후 서부 반란군들은 유유히 접근했다. 위장막은 스텔스 기능도 포함하고 있어 그들의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았다. 미안해 총수. 전쟁이 원래 돈이 많이 들어. 나는 서부 반란군의 함선들이 지정된 위치를 넘어서자 신호를 보냈다. 점점 다가오던 함선들이 빈약한 폭발음이 나면서 모두 멈췄다. 수뢰 로봇도 일주일 동안 쉴새 없이 만들어두길 잘했다. 적들의 함선은 정말 오른쪽 끝에서 왼쪽 끝까지 끝없이 보이고 있었는데 그 함선들의 이동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도 야포들이 긴 해안가를 메우고 있다. 이동이 불가능해진 함선들을 향해 나는 발포 명령을 내렸다.
“아끼지 말고 빨리 빨리 쏴라! 적들은 움직이지도 못 하는 표적이다!”
나는 개조 된 서부 반란군의 함선이 포 사정거리가 얼마나 긴지를 알 수 없었다. 예상이 쉽지 않으니 사정거리에 닿아있고 발이 묶여버린 적 함선에 빨리 쏘라는 명령을 내렸다. 적들은 배가 움직이지 않으니 당황하고 있을 것이니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는 목적도 있다.
과거의 야포들은 굉장한 위력으로 발사되었다. 중간 중간 제대로 숙지 못한 병사들이 충격파에 휩쓸려 희생되었다. 나는 악을 쓰며 계속 멈추지 말고 쏘라고 했다. 나의 말이 전달되었는지 아닌지 폭음에 묻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야포들은 계속해서 발사되었다. 귀가 얼얼해져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어느 정도 소강상태가 되었다. 중간에 적들의 함선이 도망갔는지 아닌지 체크하지 못 했을 정도로 나도 예비역들도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확실했다. 바다는 서부 반란군 함선들의 잔해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중간 중간 적들의 시체들도 보인다.
나는 야렘에 있는 엘리베이터 타워에 정보를 요청했다. 정보에 따르면 300만이 넘는 서부 반란군이 바다에 빠져 죽거나 포탄에 맞아 죽었다. 수도로 진격하기 위해, 혹은 교란 작전을 위해 위쪽을 공격하던 서부 반란군은 이미 후퇴를 했다고 한다. 내가 다급하게 통신병에게 요청했다.
“그렇다면 당장 추격해서 서부 반란군을 섬멸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교란 작전에 투입되었던 일부 서부 반란군이다. 지역은 상관없다. 나는 그들이 북쪽으로 올라가 금성군과 합류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수도 방위군이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고 수도만 방위하는 것이 철칙이지만 지금은 지역을 벗어나 추격해야 한다고 총사령관님한테 전해 줘라.”
내가 말하고 나서도 과연 총사령관이 내 의견을 따라 줄까 의구심이 들었다. 내 말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지지하는 사람은 늙은 꼰대 정도다. 그래도 총사령관이니 그 정도는 들어주시겠지. 그 정도 안목은 있지 않을까.
“수고했다. 리튼 소장. 야렘에서 활약한 예비역을 이끌고 서부 지역으로 들어가서 패잔병들을 처리해라. 그리고 고립되어 있는 두 사단 역시 규합해라. 또한 북부군 상황이 좋지 않으니 지원군을 요청했다. 서부 반란군을 처리하고 곧 바로 두 사단과 예비역을 더해 북부군을 지원할 수 있도록. 이상.”
“예?”
내가 어처구니 없어서 물어보았지만 이미 통신이 끊긴 상태였다. 예비역은 야포를 발사하던 도중 사고로 몇 죽었지만 여전히 만 명은 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다다. 지구군은 모병제로 예비역이라고 해도 전문 군인들이었으니까 병사로써 익숙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대부분 나이가 중년이었다. 나보다 나이 많은 아저씨들에게 반말로 명령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고 그들은 갑자기 병사가 되고 서부 반란군과 전투한 것도 불합리하게 느껴질텐데 이제 살던 곳을 떠나 서부 지역, 유로피아로 떠나라고 하는 것이다.
엘리베이터 타워의 정보로는 긴 해안가에 300만, 위쪽 산악 지형에 200만이 투입되었다고 하니까 서부 반란군은 500만 명 정도 있었던 셈이다. 기존서부군보다 2배는 많았다는 이야기다.예비역과 반쪽 짜리 두 개 사단을 더해도 대략 6만 명이다. 6만으로 200만을 추격하라니? 당장 공격 당할 일이 없는 수도 방위군이 추격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자기 말만 하고 통신까지 끊어버린 시점에서 지원은 물 건너 갔다.
“혹시 견제 당하고 계신 것 아닙니까?”
옆에 있던 에프타인이 신경을 긁는다.
“별 수 없죠. 하라면 해야지 뭐.”
아버지는 저런 놈들을 위해 죽은 것이다. 쿠데타를 일으켰던 사람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어쨌든 나는 양심 상, 그들의 예비역이라는 위치 상 부담감이 있었으나 상부의 명령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병사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그렇다고 나랑 루디샤, 에프타인 셋 이서 서부 반란군을 추격할 수도 없다.
“총사령관님이 명령하셨는데...”
나는 자신감 없이 말했다.
“서부 반란군을 추격하기 위해 서부 지역으로 진입하라고 하셨다. 서부 지역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60사단, 192사단과 합류해서 남은 잔당을 소탕하는 것이 목표다.”
나는 두 사단의 위치와 남은 병력 숫자도 말하지 않았다. 위치도 파악이 안되고 있을 뿐더러 병력도 얼마나 남았는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받은 정보도 일주일 전에 두 개 사단 합쳐 5만 이라는 정보 뿐이다. 그러나 예비역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에게 호의적이었다. 처음에는 대답도 없었다. 나는 반응이 시원찮다고 생각하고 연단에서 내려오자 갑자기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나는 어느새 예비역에게 바다를 가득 메운 서부 반란군의 함대를 지략으로 격파한 유능한 장군으로 불리고 있었다. 맹렬한 환호와 따라가겠다는 함성에 부끄러워진 나는 고개를 숙이고 빨리 준비를 하라고 말하고는 내 임시 숙소로 돌아갔다.
“장군님이 생각보다 쑥맥이네.”
“내가 저분 장교 시절 때 봤지. 그때도 괴짜이긴 했어.”
“하하하.”
얼굴 빨개지는 대화들을 들으며 도시에서 마련해준 임시 숙소로 돌아온 나는 서둘러 짐을 챙겼다.
한밤 중에 출발하기는 그래서 다음 날 아침 나는 예비역을 데리고 서부 지역으로 출발했다. 중간 중간에 엘리베이터 타워와 연락하며 서부 반란군의 동향을 살폈다. 서쪽으로 후퇴하던 서부 반란군은 크라틴 산맥쯤에서 전군이 북상했다고 했다.
목적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금성군에게 가는 것이다. 거기다 북부군의 뒤를 칠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북부군이 얼마나 있는지 전혀 정보가 없다. 서부 반란군이 북쪽으로 간다면 서부 반란군을 소탕하라고 명령 받은 만큼 우리도 북쪽으로 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나는 먼저 서부 지역의 남은 두 사단에 연락을 취했다.
루디샤가 계속 연락을 시도했지만 두 사단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다음 선택으로 늙은 꼰대에게 연락했다. 동부군이 바다를 건너 서부로 넘어올 수 있을지 여부를 물었다. 동부군은 동부군 나름대로 고생하고 있었다. 동부 반란군 사령관이 죽으면서 진압이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동부는 그때 부터 시작이었다. 숨어 있는 반란군을 찾아내며 소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휘관도 없이 중구난방 퍼져있는 동부 반란군은 이제 될대로 되라라는 식으로 과격해져 있어 공격 대상이 군대건 일반 시민이건 가리지 않았다. 숫자도 적어 행동도 빨랐다. 나는 그래도 지원이 가능한지 물었다. 우리도 위급하긴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공군 지원이라던가. 뭐가 되었든 필요한 시점이다.
늙은 꼰대는 10개 사단의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당장 받을 수는 없다. 오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나는 북부군 사령관에게 연락했다. 노아드라는 사람이 받았다.
“서부군 사령관 리튼이라고 합니다. 서부 반란군들이 지금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아마 금성군과 합류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뭐야?! 뭐하고 있는 거요! 서부 담당이니 확실하게 서부 반란군들을 진압해야 할 것 아니요!”
목소리가 왠지 낯이 익다. 어디선가들어본 목소리 같은데.
“우리도 서부 반란군의 반을 섬멸하느라 고생했습니다. 지금 추격 중 입니다. 어쩌면 우리도 북부군과 합류할 수도 있어서 미리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책임감이 너무 없군! 우리가 서부 반란군도 상대해야 하는거요?!”
“아니.. 같이 싸울 수도 있고 동부군도 지원이 온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최대한 서부 지역에서 결판을 내십시오! 우리도 힘드니까 피해주지 말라고. 알았습니까?”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그냥 전멸하게 둘까. 북부군이 얼마나 있는지 물어볼 생각도 있어서 연락했던 것인데 기분만 버렸다. 루디샤가 말했다.
“북부군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북부 사령관 덴슨이요! 당장 지원이 필요하니까 서부군은 하루빨리 지원을 오십시오!”
“네?”
“아 빨리 오라고! 여기 진짜 위험하단 말이야!!”
그러고 보니 북부군은 사령관이 둘 이다. 왜 사령관을 두 명으로 했는지 이해 가지 않지만 어쨌든 한 명은 서부 지역에서 서부 반란군을 소탕하라고 했고 다른 한 명은 위험하니까 빨리 지원을 오라고 했다. 물론 어디로 지원 오라고 하는지 아무것도 밝히지 않았다.엘리베이터 타워가 있으니 소재 파악이야 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시간이 걸리는 작업인데 북부군은 지금 괜찮은 것일까?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8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49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6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 화성 남자. 133세. 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
소년 – ?? 남자. 15세. 쓰레기장에 기절해 있었다. 리디스가 구조.
남자친구 – 지구 남자. 30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이름은 리튼 페일. 소령.
97사단 5연대 작전부장.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29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 – 지구 남자. 61세. 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 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4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7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6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6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8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 – 지구 남자. 151세. 육군 대장.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7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지구 남자. 67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3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6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2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 – 지구 남자. 55세. 육군 중장. 사망.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0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 – 지구 여자. 30세. 전업주부.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0세. 중위. 142사단 34연대 21중대 소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0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2세. 97사단 전 사단장. 동부군 작전부장.(작은 바보)
안내원 – 지구 여자. 23세. 보험회사 안내원.
네라 울센 – 지구 여자 14세. 실종소녀. 사망.
셀로아 하린 – 지구 여자 119세. 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 사망.
유러스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2세. 경찰관.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8세. 금성군 총사령관.
리어츠 비란 – 금성 남자 78세. 귀족회 대표.
로드카 하디바이스 – 지구 남자 29세. 몬케르드 대학 조교. 남부반란군 대장.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3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 지구 남자 62세. 소장. 97사단장.
케리스 모나키아 – 지구 남자 100세. 대장. 국방부 장관.
위실론 크리데인 – 지구 남자 48세. 서부반란군 대장.
클로시아 레턴 – 지구 여자 52세. 동부반란군 대장. 탈옥수 출신. 사망.
메이클 로더슨 – 지구 남자 79세. 중장. 142사단장.
바티우스 엘로렌 – 지구 남자 89세. 소장. 13사단장.
지쿠 스톨스 – 지구 남자 61세. 소장. 89사단장.
티메로파 키나비치 – 지구 여자 90세. 중장. 제2공군단장.
웰론 와츠 – 지구 남자 48세. 소장. 105사단장.
가니로 루서스 – 지구 남자 60세. 상사. 보급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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