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 포식자들의 세상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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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로 복귀하자 바보들이 나를 맞이했다. 총수의 말도 있고 하니 대놓고 뭐라고 하지는 못했지만 분위기가 냉랭한 것을 보니 나에게 불만이 있는 것 같다. 장교 숙소로 돌아와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빈둥대던 중 마침 작은 바보가 제16 미사일 방위기지로 상황을 알아보라고 명령을 내렸다.
갑자기 무슨 상황을 알아보라는 것인가하고 물어보니 미사일 기지에서 수상한 움직임들이 포착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 내가 부탁한대로 미사일 사정거리를 늘리는 개조 작업을 진행 중인 것이겠지만 그건 그렇고 늙은 꼰대도 육군 대장이나 되었으면서 작업을 자신보다 계급도 낮은 사람들 몰래 진행하고 있다. 너무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것 아닌가. 비밀로 해달라고 하긴 했지만.아마 다른 방위 기지장들도 보안 유지를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일을 너무 크게 벌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이 정도로 내가 제안한 전략을 실현해주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들었다. 내가 뭐라고. 그냥 소령 나부랭이일 뿐인데 말이다.어쨌든 상당한 예산과 자원들이 들어가고 있다고 들었다. 금성이 공격해 들어오지 않는다면 엄한 돈만 쓰는 결과가 되니 내심 금성이 공격했으면 했다.
부대 입구에 가보니 군 차량과 운전병이 있었다. 운전병의 경례를 받은 나는 운전병에게 말했다.
“가자. 길 알지?”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니까 운전병에게 길을 맡기면 될 것이다. 운전병은 잠시 있다가 대답했다.
“잠시 기다리시라고 합니다.”
“뭐? 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탑승할 사람이 한 명 더 있다고 방금 연락이 왔습니다.”
곧 보스가 왔다. 보스는 사단장이다. 97사단장 피니르가 직접 제16 미사일 방위기지의 상황을 알아보려고 했다. 나와 운전병은 경례를 하고 보스에게 자초지종을 들었다.
“아무래도 장교 하나 보내는 것보다 내가 직접 가서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왔다. 파루스 대장님은 군에서 가장 최고참이시기도 하고 말이야.”
한마디로 인사도 할 겸 눈도장도 찍어서 잘 보일 겸 해서 간다는 것이다. 나는 상관 없지만 운전병은 잔뜩 얼어있는 것 같다. 보스는 전형적인 군인이다. 아마 돌아가신 아버지와 성격이 비슷한 스타일일 것이다. 즉,원칙에 집착하는 버릇이 있다. 이것은 나도 그렇다. 아버지를 닮았는지 누군가에게 잔소리할 때 원칙을 강조한다. 물론 나는 아버지나 지금 옆에 보스처럼 우직하게 밀고 가지는 않는다.
기지에 들어서자 역시 옆에 보스가 있으니 불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데 늙은 꼰대랑 편하게 대화하기 껄끄러워 졌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나보다 윗 상관이니까 대장 급인 늙은 꼰대와 편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늙은 꼰대도 그런 상황들은 나보다 많이 겪었을 테니 바로 이해하고 나보다 사단장인 보스에게 더 신경 쓰며 대화했다. 나는 기지장실에서 각을 잡고 앉아 기강이 들어있는 체 했다. 그리고 미사일 개조는 지구의 총수 조차 모르는 사실이므로 늙은 꼰대는 오해가 있었다고 둘러댔다.
늙은 꼰대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마 앞으로 전쟁에 얽힌 회의는 수도에서 불러도 참가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차라리 독단으로라도 진행하는 편이 났다는 판단이 들었다. 물론 늙은 꼰대가 지원해주기 때문이지만. 나는 이번 지구군 회의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기대를 접었다. 어차피 이번 내 전략이 성공한다면 회의하러 불려 다니는 일도 한동안은 없을 것이다.
보스는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았지만 늙은 꼰대가 계급이 높고 나이도 많고 해서 그런지 미사일 개조 작업을 들키지 않고 보낼 수 있었다. 가기 전에 늙은 꼰대가 나를 불렀고 보스도 그것에 대해 따지지 않고 먼저 돌아갔다.
“거짓말 하기 영~ 익숙하지 않다.”
늙은 꼰대가 거짓말하는 것이 불편해서 하는 이야기인지 남을 속이고 있는 것이 재밌어서 하는 이야기인지 헷갈리는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묘하게 즐거워 보이시는데요.”
“낄낄. 당연히 재밌지.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야.”
"어휴.."
한편으로는 늙은 꼰대가 걱정이 된다. 내 제안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결국 공식적으로는 늙은 꼰대가 판단하고 진행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면 당연히 아무도 안 들을 테지만 늙은 꼰대의 말이라면 무게감이 다르다. 만약 일이 잘못되어 문책을 받게 되면 책임은 고스란히 늙은 꼰대가 지게 된다.
“이제 와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제 의견대로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뭐 잘 못 먹었냐?”
“하아.. 아닙니다.”
“고민이라도 있어?”
“아뇨.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럼 뭐가 문제야?”
“문제 없습니다.”
“그래?”
“진행 상황이나 좀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은데요.”
“그래. 따라와.”
늙은 꼰대의 안내를 받아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에는 수 많은 인공지능 로봇들이 열심히 개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새삼 이런 프로젝트가 손쉽게 실현되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늙은 꼰대를 존경할 뻔 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말을 걸었다.
“그나저나 저 로봇들은 어떻게 구하신 거에요? 쉽지 않으셨을텐데.”
“임마. 내가 뒷 방에서 혼자 외롭게 골골 대는 늙은이인 줄 아냐. 나도 다 손도 있고 발도 있고 다 있어.”
“흠 그렇습니까?”
“안 믿는 눈치네.”
우연히 일을 하던 로봇 하나가 가까이 접근하기에 유심히 살펴보았다. 로봇의 등에는 검은 원안에 금색의 쌍 브이 마크, 마르마스 기업의 마크가 찍혀 있었다.
“기지장님. 혹시 마르마스 기업에서 구하신 거에요?”
“그래. 무려기업의 회장님이 흔쾌히 제공해주었지.”
그렇다면 화성의 기업은 전부터 우리가 하고 있던 일들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는 것은 에프타인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용케도 비밀을 말하지 않고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군?
“왜? 다른 행성 놈들이 알게 돼서 불편하냐?”
에프타인을 만나기 전이라도 물론 불편했겠지만 에프타인을 만나고 이 사실을 알게 되니 불쾌하다. 화성 놈들을 믿기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내가 말이 없자 늙은 꼰대가 말했다.
“야! 아무리 비밀로 일을 진행한다고 해도 모두에게 비밀로 할 수는 없는거야. 같이 일하려면 누군가는 알아야 해. 지구 몰래 금성 몰래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한 놈밖에 더 있어?”
아무리 그래도 화성이라니. 박쥐 같은 녀석에게 일을 맡기다니 감정이 복잡했다. 이성적으로는 늙은 꼰대의 방식이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정말 화성밖에 답이 없었나 싶기도 하다. 지구에서도 잘 찾아보면 우리 말을 들어주면서 지구 정부 몰래 일을 해줄 업체들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네요. 믿어봐야죠.”
“그래. 그리고 화성 놈들이 교활하네 뒷 통수를 잘 치네 하는데 그런 거 다 편견이야 편견. 사람 함부로 의심하면 안된다.”
“그거야 그렇죠...”
늙은 꼰대에게 입으로는 수긍한다고 했지만 과연? 에프타인의 행동들이 좀 걸린다. 늙은 꼰대와 여러 가지 대화를 하다가 헤어졌다. 군 차량은 보스랑 같이 갔기 때문에 근처 도시까지 가서 택시를 잡아야 했다.
길거리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걸었다.
“고객님?”
“?”
내가 뒤를 돌아보니 왠 녹색 머리 여자가 나를 아는 척 했다.
“누구세요?”
“백칩에 대해 알아보러 오셨던 분 아니세요?”
“백칩이요?”
“왜 백칩의 사건 사고에 대해 조사하셨던..”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저렇게 호들갑 떠는 말투였다. 저 사람도 만나기 싫은 녀석 리스트에 올릴 예정이다.
“아 기억났습니다.”
“혹시 백칩 시술은 받으셨나요?”
“아니요.”
“아하! 그러시군요. 언제 받으실 예정이세요?”
“나..나중에요. 지금은 좀 바빠서.”
“하긴 일도 중요하죠. 꼭! 꼭! 백칩 시술 받으실 때 이쪽으로 오셔야 해요. 아시겠죠?”
“네...”
하긴 저 사람도 자신의 실적이 중요 할 것이다. 그런데 호객 행위를 저렇게 강요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내가 먼저 택시를 탔고 저 여자도 택시를 기다리는 모습을 창문 너머로 보았다. 실적 하나를 보장 받았는지 얼굴이 웃고 있다. 차라리 저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수도에서 복귀하고2주가 지났다. 슬슬 화성에서 지구와 화성의 멍청한 행사를 위해 장관들이 올 예정이다. 그런데 갑자기 큰 바보가 장교들을 소집했다. 작전실로 가자 큰 바보가 긴장된 모습으로 얘기했다.
“드디어 금성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달에서 연락이 왔다. 금성 소속으로 보이는 우주선들이 1000여 척, 달 쪽으로 오고 있다고 한다. 수도도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 금성군이 오고 있다. 그보다 왜 이렇게 늦게 왔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나는 상부에서 내려온 지시를 경청했다.
“각각 엘리베이터 타워로 올라가서 우주선에 탑승한다. 우리는 케루다 지역으로 가서 118사단과 47사단, 89사단, 142사단과 함께 우주선에 탑승 할 것이다.”
우주선을 타서 뭐 어쩌겠다는 거야. 우주선끼리 부딫히고 들어가서 백병전이라도 하게? 내가 말했다.
“그런 멍청한 작전은 됐습니다. 제가 총수님께 연락해보겠습니다.”
내가 말을 하자 주위가 조용하다. 너무 상식 이하의 발언을 들었기 때문인지 아무도 대꾸조차 못 하고 있다. 나는 루디샤에게 총수님과 연락해달라고 말했다. 총수가 말했다.
“누구냐! 이 연락 코드는 어떻게 알고 있지?”
“총수님. 저 리튼입니다.”
“리..리튼?? 리튼 소령?!”
“예. 지금 급히 제안 드릴 것이 있습니다.”
“...뭔데?”
나의 장거리 미사일 프로젝트가 공개되었다. 나는 총수의 목소리가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는지 깨달은 시간이기도 하다. 같이 듣고 있던 통신기 넘어의 지구군 총사령관은 물론이고 옆에서 큰 바보와 작은 바보도 멱살을 잡으며 소리 질렀다. 나는 침착하게 얘기했다.
“징계는 나중에 받을 테니 일단 요격부터 했으면 합니다.”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40만 km, 달 까지도 닫는 거리다. 금성군의 우주선은 이미 사정거리에 있었다. 제16 미사일 방위기지를 필두로 수많은 미사일 방위기지는 준비를 끝마쳤다. 나는 총수에게 지금 발사라는 말을 하면 모든 상황이 끝날 것 이라고 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총수가 아닌 지구군 총사령관이 말했다.
“..발사해라.”
가까운 제16 미사일 방위기지에서 폭발음들이 연속으로 들렸다. 낮이었지만 더 큰 빛들이 주변에서 번쩍이면서 사람들의 눈을 못 뜨게 했다. 한동안길었던 폭발음 시간이 끝나고 주변이 조용해졌다.
다시 나를 문책하는 것은 아닐까 했지만 그들도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지 조용히 의자에 앉아 기리고 있을 뿐이다. 1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큰 바보가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작은 바보도 부대 내 장병들도 갑자기 환호를 하고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미사일이 금성군에게 잘 배달된 모양이다. 아까 화내던 모습은 사라지고 작은 바보는 나를 껴안고 춤까지 추는데 너무 역겨웠다.
곧 루디샤를 통해 총수가 연락했다.
“소령의 전략은 칭찬하고 싶네. 그런데...”
“네.”
“예산이나 좀 알 수 있을까? 개조하겠다고 쉽게 개조 되는 것은 아닐 거 아냐.”
돈 걱정을 하다니 기업인 다운 발상이다.
“저도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제 생각이긴 하지만 결국 실행하는 데 다른 기업의 도움을 받았으니까요.”
나는 차마 늙은 꼰대가 책임자라고 말하지 못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아니 총수에게 직접 연락한 순간 늙은 꼰대의 책임은 누구도 묻지 못하게 된 셈이다. 그러자 총수는 불같이 화를 냈다. 기업의 정체가 마르마스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지구 기업이어도 곱게 안 보일 판에 남의 행성의 기업에게 손을 빌렸단 말이야?!”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야기 하지 그랬나. 귀뜸이라도 해줬어야지!”
나는 이야기를 했다. 이상하게 결론이 안 나는 그 회의장에서.
나는 결국 수도로 소환을 당했다. 수도로 소환을 당하자 에프타인이 나를 반겼다.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화성으로 안 가셨어요??”
“곧 축하 행사도 있을테니 일부로 동선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밀런 장관님도 여전히 지구에 머물러 계십니다.”
나는 애써 불쾌한 표정을 참으며 있었다. 에프타인이 말을 이었다.
“게다가 금성군이 전멸했으니 개선식도 있지 않을까요? 리튼 소령님의 작전으로 금성군이 궤멸했다고 들었습니다.”
“흠. 궤멸이라...”
미사일 7500만 개를 쏟아 부었으니 1000여 척의 우주선이 버티지는 못 했을 것이라고 생각은 한다. 그보다 나는 미사일 개조에 들어간 비용을 계산하는 자리가 두려워졌다. 나도 비용을 계산하면서 개조를 진행한 것은 아니어서 비용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모른다. 늙은 꼰대에게 들어보니 단순히 거리만 늘린 것이 아니었다. 적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게 스텔스 장치까지 탑재 시켰다는데 그럼 스텔스 장치가 7500만 개가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금성군의 새로운 방어체계에 걸리지 않기 위해 미사일의 무게를 늘렸는데 그것도 늙은 꼰대의 말을 들어보니 내가 부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무게였다.
총살 당하거나 하지는 않겠지? 할망구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랐다. 다행히 서부 쪽이든 동부 쪽이든 복고주의자들은 얌전했다. 아니 오히려 금성의 선전포고 이후에는 지나칠 정도로 얌전한 느낌이다. 유일한 복고주의자들의 행적은 나를 납치한 것이 유일했다.
총수는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파랑관으로 오라고 했다. 파랑관은 총수실을 포함한 지구 정부 건물이다. 파랑관은 별명이고 지구관이라고 불리는데 지구의 땅과 바다가 건물 외벽에 직관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유치 찬란한 관저였다. 이 건물에는 총수와 가족들이 살고 있다. 이곳에 오라는 것은 본격적으로 나를 갈구겠다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나는 에프타인과 헤어지고 지구관으로 들어갔다.
필요하니까 한 행동이긴 하지만 갑자기 후회가 밀려왔다. 나는 꼭 행동하고 후회하는 못된 버릇이 있다. 하긴 누구나 그렇게 살겠지만.
총수실에 도착하자 늙은 꼰대도 서 있었다.
“혼자 죽게 하지는 않겠다.”
라는 말을 하며 늙은 꼰대가 폼을 잡고 있다. 생각이나 말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고맙지 않다면 아마 사람이 아닐 것이다. 고맙긴 한데 내가 벌인 일이니 늙은 꼰대가 같이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벌인 일이니 저 혼자 처벌 받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적극적으로 도왔으니 나도..”
말을 하다가 늙은 꼰대는 말을 멈추고 잠시 무언가를 들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총수님께서 들어오라고 하시는군.”
긴장된다. 총수실은 지구 최고 실권자의 거처 답게 호화롭게 꾸며져 있었다. 금색 벽에 붉은 양탄자, 조명도 단순한 조명이 아니라 무슨 크리스탈 같은 것들이 박혀 있는 호화 전등이었다.총수실 정 가운데는 하얀 개인 책상이 있고 책상 앞에는 편안한 의자들이 커피 테이블을 중심으로 도열해 있었다. 구조는 평범하지만 구조의 구성체들은 고급 그 자체였다.
“둘 다 앉게.”
총수의 짧은 말에 나와 늙은 꼰대가 편안한 의자에 앉았다.
“미사일 개조 보고서를 마르마스 기업에서 받았네.”
받았네라고 할 때 총수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화성에 행성을 팔아먹을 생각인가? 솔직히 말해봐.”
내가 말했다.
“얼마나 나왔습니까..?”
“화성에 우리 행성을 팔아먹을 생각 인지부터 대답해!!!!”
총수는 책상을 쾅 치며 소리 질렀다. 늙은 꼰대가 진정 시켰다.
“아이고 총수님.. 얼마나 나왔길래...일단 진정하시고...”
“하아아아아...흐흐흐흐..허허허.”
총수는 한 숨을 쉬다가 갑자기 웃는다.
“허허허. 미사일 무게는 왜 늘렸나?”
내가 대답했다.
“금성의 새롭게 도입 된 미사일 방어 체계를 무너트리기 위해 무게를 무겁게 했습니다. 쉽게 자기장으로 튕겨내지 못하도록 하려고요.”
“음 그래. 한 개당 10만 톤. 허허허허.. 7500만 개...?허허허. 스텔스 장치도 달았다며? 허허허허허. 7500만 개? 허허허. 게다가 10만 톤을 발사하기 위해 추진체 연료와..”
총수는 미사일에 들어간 자원과 예산을 일일이 나열하기 시작했다. 계산하는 동안 가격이 끝도 없이 올라갔으며 이 개조를 실질적으로 진행한 화성에 배상해야 할 처지였다.
“리튼 소령. 이렇게 할 거면 뭐 하러 작전을 짜? 돈 때려 박으면 안 되는 일이 뭐가 있어. 효율적으로, 아껴가면서 해야 되지 않아? 결과만 좋으면 다야?”
나는 이 일을 단순히 돈 때려 박으면 안되는 일이 없다는 식으로 말할 사항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명백히 가장 효과적으로 적을 섬멸 시킬 작전을 짰고 실행한 것이다. 적을 이기는데 효율적이어야 하는 것에는 동의해도 아껴야 된다는 것은 동의 못 하겠다. 더구나 금성에게 패배하는 것은 그냥 패배하는 것이 아니라 전 지구인의 목숨이 걸려 있는 것이다. 금성의 저녁 식사로 전락할 뻔했는데 결과가 너무 좋았는지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총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화냈다.
속에서 끓어 올랐지만 꾹 참았다. 화를 삭히기 위해창문을 보니 하늘에서 반짝거리면서 뭔가가 쉴 새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내가 창문을 바라보고 있자 총수가 말했다.
“지금 창문을 보고 있나? 이봐자네 지금 혼나고 있는 거야!”
“죄송합니다.”
총수도 창문을 잠시 본다. 하늘에는 계속 반짝 거리는 물체들이 떨어지고 있다.
“우주선 파편 아니겠어?”
총수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물론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미사일로 박살 난 우주선 파편들이 지구로 떨어질 수 있긴 하지만 40만 km를 넘어 이렇게 빨리 떨어질 수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딴 생각하지 말고 듣게. 따져 볼 일들이 지금 한 가득이야.”
총수가 나를 다그쳤다. 애초에 늙은 꼰대는 혼나지도 않고 이따금 나를 변호해주었다. 총수도 늙은 꼰대는 실행만 했을 뿐 내가 주범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8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49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6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 화성 남자. 133세. 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
소년 – ?? 남자. 15세. 쓰레기장에 기절해 있었다. 리디스가 구조.
남자친구 – 지구 남자. 30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이름은 리튼 페일. 소령.
97사단 5연대 작전부장.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29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 – 지구 남자. 61세. 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 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4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7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6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6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8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 – 지구 남자. 151세. 육군 대장.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7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지구 남자. 67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3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6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2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 – 지구 남자. 55세. 육군 중장.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0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 – 지구 여자. 30세. 전업주부.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0세. 중위. 142사단 34연대 21중대 소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0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2세. 97사단 사단장.(작은 바보)
안내원 – 지구 여자. 23세. 보험회사 안내원.
네라 울센 – 지구 여자 14세. 실종소녀. 사망.
셀로아 하린 – 지구 여자 119세. 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 사망.
유러스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2세. 경찰관.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8세. 금성군 총사령관.
리어츠 비란 – 금성 남자 78세. 귀족회 대표.
로드카 하디바이스 – 지구 남자 29세. 몬케르드 대학 조교.
카리탈크 스텔리온 – 지구 남자 63세. 페르샤 대학 철학교수.
피니르 블란 지구 남자 62세. 소장. 97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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