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 포식자들의 세상 15
* * *
아침이 되자 루디샤가 나를 깨워주었다. 한 동안 고생해서 그런지 잠이 들자 마자 깬 느낌이다. 루디샤의 말로는 여러 번 깨웠다고 했다. 정신이 좀 들고 루디샤가 차려준 아침 식사를 먹었다. 아침을 먹다가 루디샤의 얼굴을 잠깐 보았다. 특유의 무표정. 루디샤의 무표정한 얼굴을 보니 갑자기 네라의 죽은 얼굴이 떠올랐다.
속이 메스꺼워지자 나는 아침을 남겼다. 나름 전쟁터에서 구르며 시체를 보고 사람을 죽이는데 거부감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네라의 시체는 도통 적응이 되지 않았다. 단순히 어린 소녀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나와 비슷한 처지의 아이가 한 끗 차이로 인생을 망쳐버린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까.
루디샤의 안내로 나는 회의 장소로 향했다. 군사 회의 때문인지 지구군 본부로 가게 되었다. 원래 지구군 본부는 통합 훈련 할 때나 가끔 가는 곳이었지만 올해 들어 자주 가는 것 같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현관을 나서는데 루디샤가 말을 걸었다.
“주인님. 총수님이 저도 방문 해 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뭐?! 그걸 왜 이제 얘기해?”
“방금 파루스 대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곤란해 하는 말투였습니다.”
“하아...”
올 해 들어 한 숨도 점점 많이 쉬게 되고 있다. 서열 개념이 확실한 늙은 꼰대는 총수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안 들킬 수 있지?”
“네. 제가 들킬 확률은 한 없이 0에 수렴합니다.”
“확신할 수 있어?”
“현재 인류의 기술은 정말로 작정하지 않는 이상 저를 로봇인지 인간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작정하면 어쩌려고...”
나는 힘이 빠졌다. 총수의 목적이 궁금해진다. 분명 뭔가 이상함을 느끼지 않고서는 일반인을 그런 중요한 회의에 방문 시킬리가 없다.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회의 장소에 도착했다. 혹시 회의실까지 가게 된다면 나는 한 층 더 불안했겠지만 다행히 루디샤는 지구군 본부 홀에서 대기하게 되었다. 하지만 기껏 불러서 홀에 두고 어디에도 가지 못하게 하는 것도 불안해지기는 마찬가지다.
장사나 관심 있고 밥 먹듯이 거짓말하고 비겁함이 기본인 사람들이 정치를 하고 있다고 여겨 총수도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짐작하고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나를 구출한 후부터 총수의 행보는 나를 새가슴으로 만들고 있다. 아니 원래 나는 소심한 편이다. 의심도 많고.
총수는 루디샤를 이미 인공지능 로봇으로 생각하고 떠보기 위해 부른 것이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중요한 회의를 앞두고 루디샤와 총수에 정신이 팔리고 있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나는 루디샤에게 조심하라고 하고 중간에 늙은 꼰대를 만났다.
“지각 안 했구나?”
“원래 지각 안 하는 성격입니다.”
“맞아 무단 이탈은 해도 지각은 안 하지.”
“어째 점점 짖궂어지시고 계시네요.”
“난 지극히 정상이야. 별로 변한 것 없어.”
“작업은 잘 되 가세요?”
“작업? 아 미사일 개조? 잘 되 가고 있지. 어차피 수치 값만 입력하고 그 친구들이 다 하고 있는데 뭐.”
“그 친구들.. 인공지능 말이죠?”
“어허. 조용히 해. 다른 사람이 들으면 오해해.”
오해는 아니다. 엄연히 인공지능 로봇들을 사용해 미사일을 개조하고 있다. 미사일 사정거리는 물론이고 적이 미사일을 방어하지 못하도록 무게를 늘리는 등 지구에 우주선이 접근했을 때 초토화 시킬 수 있도록 미사일 방위 기지의 장이기도 한 늙은 꼰대에게 부탁했었다.
늙은 꼰대는 군에서 최고참에 속하기 때문에 다른 미사일 방위 기지의 장까지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들이기 때문에 속도도 빠르다. 몇 일이면 지시 된 작업은 완성이라고 했다.
회의는 소규모로 진행 된다. 화성은 외교부 장관과 차관, 지구에서 가장 미움 받는 인간, 마르마스 기업 회장 3명이었다. 우리 쪽도 전보다 간소했다. 총수, 키들러라고 하는 기업회의 간부, 그리고 나였다. 늙은 꼰대도 참가를 안 한다고 했다. 그럼 3:3이다. 정말 적은 인원이다.
사람이 적으면 그만큼 이목을 끌기 쉽다. 한 마디 만으로 천하의 몹쓸 쓰레기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사람과 대화가 서툴다. 나와 대화에서 좋은 감정을 느낀 사람이 드물다. 늙은 꼰대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석과 차석 장교들이 줄줄이 퇴역만 안 했어도 내가 이런 역할을 맡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데서 통신기를 착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혹시 모르니 귀 안에 통신기를 넣었다. 어차피 내가 백칩이나 바이오칩 없이 외부 인원에게(루디샤) 도움을 받으며 사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아니까 혹 들켜서 화성 쪽이 문제 삼아도 적어도 총수가 커버쳐주지 않을까 싶었다.
회의실에 들어가니 우리 테이블쪽에 키들러라는 사람이 있었다. 키들러를 보니 전에 그 무표정하게 무게 잡고 있던 그 노인네였다. 화성에는 이미 3명이 전부 앉아 있었다. 외교부 장관 밀런, 그도 노인네였다. 화성은 바이오칩은 허용해도 신체 개조는 함부로 하는 것을 안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밀런도 신체 개조 같은 것은 안 했을 것이고 그런 점을 감안했을 때 움직임이 아주 정정했다.처진 눈과 약간 작은 키와 외소한 덩치가 만만함을 느끼게 했다.
마르마스 기업의 회장인 아킬로는 한 눈에 보기만 해도 성공한 부자처럼 보였다. 전에 뉴스를 보니 늙은 꼰대 만큼이나 나이를 먹어 오늘 내일 한다고 들었는데 지금 회의장에서 보니 역시 건강해 보인다.
나머지 한명은 외교차관이라던데 뭔가 재수 없게 생겼다. 칠흑같이 검은 머리에 핏기가 없나 싶을 정도로 하얀 얼굴, 지구의 푸른 하늘에 가까운 눈동자 색, 큰 키와 균형 잡힌 몸매 등 얼굴로 뽑혔나 하는 착각이 들었다.
화성 쪽은 다들 나를 보고 가볍게 목례했다. 무표정씨도 보일 듯 말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인사하는 것이 맞겠지? 지정된 자리에 앉은 뒤 우리는 총수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인사나 소개가 오갔다. 그 때 나는 외교차관이 에프타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에프타인은 화성에서 유명한 인물인데 유능함과 뛰어난 외모 때문이다. 유능한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외모는 수긍이 갔다. 그리고 이 사람은 내가 화성에 파견 갔을 때 흥미로 각 행성의 방위력을 조사하면서 이름을 많이 들었던 인물이다. 화성의 군사력을 조사하는데 외교부 차관의 이름이 제일 많이 나와 황당했던 적이 있다.
이 상황은 그의 주변이 적으로 둘러 쌓여 있다는 것을 의미 했다. 성실함, 유능함. 좋아하는 사람은 에프타인 만큼 의지 되는 사람이 없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에프타인 만큼 독선적, 위선적인 인간이 따로 없었다. 내 일을 갑자기 뺏어서 처리해버리면 기분 좋을 사람은 없다. 대통령의 신임도 두터워서 질투도 많이 받고 있을 것이다.
“이름은 많이 들었습니다. 굉장히 유명하세요.”
일단 손님이니 비위나 맞출 겸 에프타인을 띄어주었다.
“과찬이십니다.”
“하하. 과찬 이라니 화성 외교부는 에프타인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밀런이 에프타인을 과도하게 칭찬했다. 장관이 차관 눈치를 보고 있는 듯 하다. 옆에 아킬로는 우리의 대화에 무관심했다. 처음부터 지구 기업들과 회의할 것이 있어서 왔다고 말해버린 탓에 외교 행사 건이나 군사 회의 같은 것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그는 왠지 회의가 끝나면 지구의 기업 본사로 직행 할 것 같다.
그러고보니 군사회의도 포함된 자리인데 화성은 군부 출신이 한 명도 없다. 화성의 군부 총사령관은 바이카란 인물인데 이번에 오지 않은 것 같다. 화성에서도 그의 행적을 잠깐 살펴보았을 때 물론 별 볼 일 없는 놈이기는 하다.
“군사 회의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적어도 바이카 군부 총사령관님은 오실 줄 알았습니다. 아니면 다른 장성들이나..”
“군사 문제는 바이카님이 바쁘셔서 부득이하게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내 말을 끊고 에프타인이 말했다. 여기서 나는 기분이 나빠졌다.
“예. 그런데 에프타인님은 외교부 쪽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번에 외교 문제는 밀런 장관님께서 맡게 되었습니다.”
“군에 관해 지식이 좀 있으시겠죠?”
“저는 전적으로 리튼 소령님을 의지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에프타인이 말을 끊어먹길래 시비라도 거는건가 싶었는데 바로 발을 빼버렸다. 나는 비꼴 타이밍도 가지지 못한 채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올해 말 나는 나를 화나게 하는 인간들만 만나고 있다.
그 후 에프타인은 지구와 화성에 듣기 좋은 말들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질 뻔 했다. 에프타인이 무서운 점은 아부성 발언을 해도 그것이 저급하거나 싸보이는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의와 격식, 품위가 느껴지는 태도와 말투로 상대방을 띄어주는데 보통 사람들은 그냥 넘어갈 것이다.
화성의 참석자들은 에프타인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호응했지만 나는 물론이고 무표정씨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는 무슨 제안이 나올 때 마다 총수님과 상의해라라는 말만 반복했다. 에프타인의 말에도 반응이 없다. 에프타인도 표정의 변화가 없는 인간이지만 무표정씨랑 있으니 누가 포커페이스인지 시합이라도 하는 것 같다.
피곤함이 아직 덜 풀린 나는 빨리 회의가 끝나고 집으로 가고 싶은 심정이다. 게다가 루디샤도 집에 있어야 안심이 될 것 같다. 그런데 총수가 오지 않는다. 혹시 루디샤를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은상상도 하기 싫다.
불안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총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늦게 왔지만 아무도 총수를 탓하지는 않았다. 탓을 당할만한 위치가 아니기는 하다. 늦은 시간도 애매했다. 약 20분 정도 늦었다. 나를 포함, 다들 일어나서인사를 한 뒤 자리에 앉았다.
“올 해 말, 이런 비공식 회의들이 너무 자주 일어나는 듯하니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우리는 미래를 위해 회의를 해야 합니다.”
총수의 짧은 인사말 뒤 6명은 회의를 시작했다. 초반 회의는 나와 상관없는 분야였으므로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뭐 뉴스에 무슨 내용을 내보낼지 미디어에 노출 할 장소 같은 외부적인 요소부터 경제, 기술 등의 지원과 협력, 동맹으로써의 이점 등을 논의했는데 경제 부문은 마르마스 회장이 관심을 가질 법 했음에도 별 반응이 없이 무관심했다.
회의는 전체적으로 4명이 열심히 이야기하고 나와 마르마스 기업 회장이 딴청을 피우는 그림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이 회의를 겪으면서 투표로 분야 별 대표는 왜 뽑나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투표든 뭐든 뽑히고 활약해도 오늘 이 회의에서 그 누구도 의견을 말하지 못했다. 화성은 어떤 외교부 차관이 전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고 지구 역시 총수가 모든 일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었다. 무표정씨는 이따금 의견을 표출하기는 했지만 그것 뿐이다. 무표정씨의 의견은 에프타인의 반론으로 무마 되고는 했다. 화성의 외교부 장관은 에프타인의 꼭두각시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에프타인의 말해 동의하거나 칭찬하는 행동만 반복한다. 사실 이 회의는 총수와 에프타인만 있으면 됐다.
군사적 이야기가 나오자 총수와 무표정이 나를 보았다. 내 차례가 온 것 같다. 이 사항 역시 에프타인이 나섰다. 나는 돌려 말하지 않고 직접 이야기 하기로 했다.
“얼마나 보내주실겁니까?”
“물자말씀하시는건가요?”
이놈 봐라. 물자로 퉁 칠 생각인가.
“당연히 병력이죠. 경제 동맹 맺으러 오신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보내는 위치는 어디로 생각하고 계십니까.”
“어디라니 당연히..”
“지구죠.” /“금성이죠?”
나와 에프타인이 동시에 다른 말을 했다. 에프타인의 말에 화성 쪽이 당황하는 기색이 보였다. 회의에 무관심했던 마르마스 회장마저 에프타인을 쳐다 보고 있었다. 이것은 화성도 나름대로 병사를 어디에 보낼지 의논이 끝난 상태였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화성도 전쟁터를 지구로 잡은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저런 반응이 나올리가 없다.
밀런이 귓속말로 에프타인에게 말했고 에프타인은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당연히 전쟁터는 금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성은 선전 포고를 한 뒤 아무런 행동도 취하고 있지 않고 있고 지구의 압도적인 물량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금성으로 병력을 보낸다면 전쟁은 쉽게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점에 우리 화성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입니다.”
에프타인은 지구의 기업인들이 들으면 반가워 할 말들을 골라 하는 중이다. 나는 빨리 전쟁을 끝내려면 당연히 지구에 끌어들여 병력을 섬멸, 금성의 전력을 무력화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에프타인의 말은 지구를 약화 시키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단순히 말 잘하고 재수 없게 생긴 인간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총수는 에프타인의 말에 역시 그렇지?라고 말하며 나를 째려보았다. 차라리 금성이 대량으로 우주선을 보내 지구를 침공해주었으면 한다. 다른 놈들이 다른 소리 못하게 말이지.
“지구에서 격퇴할 겁니다. 병력은 지구로 보내주세요.”
나는 고집을 꺾지 않고 말했다. 총수가 나를 또 노려보기 시작했다. 구해줄 때는 언제고 또 의견이 안 맞으니 저런다. 총수는 만만하지 않다라고 생각하다가도 저런 모습을 보면 또 저렇게 멍청해 보일 수가 없다. 어쩌다 군인 대표가 된 것 같지만 기왕 이렇게 된거 군사 쪽은 내 의견을 따라 주면 안 되는 것일까.
“그럼 금성의 움직임에 따라 병력을 지구든 금성이든 보내주겠다고 약속해주세요.”
이렇게 말하면 될 것이다. 금성이 지구로 보내면 화성은 지구로 병력을 보내야 하고 금성으로 공격을 들어가도 화성은 병력은 보내줘야한다. 총수가 물어보았다.
“그러다가 금성이 1년이 지나도 가만히 있고 10년이 지나도 가만히 있으면 어떡할텐가.”
“그럼 더 좋은 것 아닌가요? 경제적으로 고립되서 가만히 말라 죽을텐데. 그렇게 되면 우린 더 편하게 이길 수 있겠네요.”
총수가 입을 다물어 버렸다. 밀런은 그렇게 불확실하게 결정하면 화성이 어떻게 맞춰줘야 할지 어렵다고 했다. 지구가 하자는대로 끌려다니게 될 것이라며 동맹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덧 붙였다.
“하긴 그렇게 해두는 편이 확실하겠네요.”
에프타인이 내 말을 받았다.
“대통령 각하에게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에프타인이 그렇게 얘기하니 화성 측은 조용해졌다. 그럼 이제 숫자를 정할 차례다.
“병력은 몇 명이나 보내주시나요? 사단 수로 말씀하셔도 좋고요.”
“그건 금성이 어떻게 나오는지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금성이 어떻게 나오는지 결과를 보고 결정 한다는게 무슨 의미인가요?”
“전쟁터가 지구가 될지 금성이 될지 아직 모르는 상태에서 병력과 물자, 전차나 전투기를 몇 대 보낼지 정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전쟁터가 결정되고 금성의 군사력을 알게 되면 그 때 정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겁니까!”
“안될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령님도 지구가 되든 금성이 되든 병력을 제공하라고 하셨잖아요? 그러니 우리도 금성과 지구 중 전쟁터 결과가 나오면 그때 제공되는 병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어 보이네요.”
뒷통수가 얼얼할 지경이다. 내가 당황해서 소리치는 것을 보고 총수가 만족했는지 피식하고 웃는다. 이게 무슨 군사 회의냐. 역시 화성은 제대로 도와줄 생각이 없다. 없는 전력이라고 생각하고 작전을 염두 해 둬야 할 것이다.
“이제 슬슬 끝냅시다.”
마르마스 회장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우리는 금성이라는 희대의 악당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대의는 우리에게 있습니다. 우리의 대의를 관철 시키고 사람을 잡아먹으며 인류를 부정하는 사악한 악당들을 처단해야 할 것입니다. 위대한 지구와 화성이승리하게 될 것입니다.”
내가 우물쭈물 하는 사이 마르마스 회장이 끝내자고 했고 그에 맞춰 에프타인이 회의를 끝내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거창하게 연설을 했다. 총수는 좋아 죽는다. 에프타인이 무슨 아들이라도 되는 것 같다. 이거 나 갈구려고 5명이 짠 것은 아니겠지?
회의가 끝나고 나가면서 나는 에프타인에게 말을 걸었다. 이대로 가면 밤에 잠을 못 잘 것 같다. 한 소리라도 해주고 싶었다. 너무 심하게는 말고.
“대의니 무슨 신념이니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이 뒤에 꿍꿍이가 많던데. ”
“네?무슨 말씀이세요?”
에프타인이 질문했다.
“사실 대의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인간이 원래 다 이득 때문에 움직이는건데. 그런 말은 연막에 불과한 겁니다. 자신의 본심을 숨기려고 대의 같은 말들을 팔아 먹는거죠. 그래놓고 자신이 뭐라도 되는 양 대의는 우리에게 있네~ 뜻이 있네~ 가식이나 떨고. 아 물론 에프타인씨 얘기는 아니고 복고주의자들 얘기입니다.”
“복고주의자들이면... 지구에서는 골치가 좀 아프겠습니다. 너무 과격하니까요.”
“그러니까 말입니다. 지구는 항상 전시 상태나 마찬가지죠.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저는 복고주의자들한테 감금 당해 있었다니까요?”
“저런 큰일날 뻔 하셨네요.”
에프타인은 내 말에 맞장구 쳤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리튼씨. 그렇게 대의가 무의미하다고 말하면서 가식 싫어하는 사람들이 나중에 꼭 영웅이 되고 싶어 하더라고요.”
“...네?”
“아무쪼록 그 무심함과 게으름을 관철시키시길 바랍니다.”
“....”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이다. 나는 루디샤에게 곧장 갔다. 루디샤는 홀의 편안해 보이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내가 다가오자 루디샤는 나를 보며 일어났다.
“혹시 통신기로 다 들었어?”
“에프타인이라는 사람 이야기인가요?”
“진짜 재수 없는 인간이야.”
결국 경제 분야만 회의가 진척된 셈이다. 군사 쪽으로는 금성의 움직임에 모든 것이 결정되게 생겼다. 적에게 끌려가는 것 같아 기분이 찜찜하다.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8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49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6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 화성 남자. 133세. 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
소년 – ?? 남자. 15세. 쓰레기장에 기절해 있었다. 리디스가 구조.
남자친구 – 지구 남자. 30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이름은 리튼 페일. 소령.
97사단 5연대 작전부장.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29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 – 지구 남자. 61세. 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 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4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7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6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6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8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 – 지구 남자. 151세. 육군 대장.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7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지구 남자. 67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3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6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2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 – 지구 남자. 55세. 육군 중장.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0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 – 지구 여자. 30세. 전업주부.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0세. 중위. 142사단 34연대 21중대 소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0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2세. 97사단 사단장.(작은 바보)
안내원 – 지구 여자. 23세. 보험회사 안내원.
네라 울센 – 지구 여자 14세. 실종소녀. 사망.
셀로아 하린 – 지구 여자 119세. 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
유러스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2세. 경찰관.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8세. 금성군 총사령관.
리어츠 비란 – 금성 남자 78세. 귀족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