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 포식자들의 세상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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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9년 11월 25일 지구 북부 우거진 숲 어딘가에 나는 갇히게 되었다. 복고주의자들은 고대 유적지라고 부르는 곳이다. 그 후 몇 일이나 지났을까.할망구는 마치 금방이라도 동부로 보내 나를 처형 시킬 것 같이 말하고 있지만 꽤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나와 기자양반은 방에 갇혀 있다.
차라리 혼자였다면 좋을텐데 기자양반은 이미 반 쯤 정신이 나갔는지 예의범절을 잊어버렸고 나한테 툭하면 짜증과 고성을 지르는데 차라리 빨리 동부로 가고 싶을 지경이다. 네라는 가끔 씩 밥을 주면서 우리 동향을 살폈다. 기자양반은 되지도 않는 딜을 자꾸 14살 꼬마애한테 걸어대는데 네라는 현명하게 대처하며 빠져나갔다.
“우리가 감금된지 얼마나 됐죠?”
“왜요.”
기자양반은 짧고 무성의하게 대답한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기분이 진정되었는지 적어도 ‘요’자는 붙였다.
“얼마나 됐는지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왜 알고 싶은데요.”
또 저런다. 물으면 자꾸 딴 소리 하는게 더 물어봤다가는 어제처럼 폭발할 것 같다. 나는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근처에 있던 이불을 들고 내 얼굴을 덮었다. 시간은 체감 상 몇 주는 된 것처럼 느껴지는데 기장양반의 활약이 아주 컸다. 시도 때도 없이 신경을 긁으니 정신 이상이 올 것 같았다.
지금 이 상황이 그동안 복고주의자들을 죽인 대가라면 할망구는 나에게 제대로 복수하고 있는 셈이다. 저녁이 되자 할망구가 식사거리를 들고 왔다. 빵과 구운 고기다. 언제나 같은 메뉴다. 어차피 복고주의자들이 공개한 요리가 빵과 구운 고기였다. 커피나 샐러드 같은 것도 있었지만 야채는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는 꿈의 음식이다. 반대로 고기는 어디서나 유통되고 있다. 대표적인 유통기업은 마르마스 기업. 요리에 소극적이었던 지구의 기업들은 요리가 대 히트를 치고 마르마스가 어디서 고기들을 구해오는지 예의 주시하는 중이다. 재료 판매부터 까페, 음식점 등 요식 사업까지 연달아 성공한 마르마스 기업은 지구의 기업들이 없애버리고 싶어하는 기업이었다.
반대로 화성에서는 영웅 취급이다. 마르마스의 회장 아킬로는 화성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내가 화성에 파견되었던 이유는 복고주의자들이 요리를 대중에 공개한 것과 화성 마르마스 기업의 재빠른 요리 사업성공이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나 역시 화성과 복고주의단체들의 연관성은 의심하고 있다.
나는 할망구와 총을 든 병사들이 보는 가운데 빵과 고기를 먹었다. 기자양반도 잠자코 먹고 있다. 할망구한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기자양반은 네라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것 같다.몇 일 간 복고주의자들을 관찰한 결과 화성과 연관성은 찾을 수 없었다. 아예 화성 얘기조차 나오지 않는다. 은근히 언급하며 유도도 해봤지만 네라야 모를만 하니까 그렇다 치고 할망구는 갑자기 화성 얘기는 왜 하나하는 반응이었다.
지구는 크게 북부, 서부, 중부, 동부, 남부 다섯 행정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보통 복고주의자는 서부 복고주의자와 동부 복고주의자로 나누어 부른다. 서부 쪽은 비교적 온건한 편이었고 동부가 굉장히 거칠었는데 서부가 동부에 비해 비교적 온건한 것이지 테러활동과 군사행동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는 당연히 서부 어딘가에 본거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북부에 본거지가 있는 줄은 몰랐다.
어찌 되었든 이 위기만 넘기면 서부 복고주의자들의 세력은 일소 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탈출할 수 있다면 말이다. 할망구가 먹고 있던 나에게 말을 걸었다.
“동부에서 너의 행동들은 정말 멋졌어.”
나는 대꾸하지 않고 먹는 데 집중했다.
“동부 녀석들이야 널 찢어 죽이고 싶겠지만 내 생각은 달라.”
스카웃 제의 같은데 그럴 생각은 없다. 나는 무시하기로 했다.
“대답이 없군? 이대로 가면 너나 기자양반이나 죽는 다니까.”
기자양반도 죽는다고? 적어도 개죽음은 아니겠군.
“군사 작전들이 꽤 날카로웠어. 우리는 리튼 너가 능력이 있고 재능도 있다고 생각해. 허무하게 죽을 필요는 없잖아? 우리에게 붙어. 그럼 동부 녀석들에게 내가 잘 말해줄테니까.”
나는 남은 고기를 먹었다. 그리고 접시를 할망구한테 건냈다.
“잘 먹었습니다.”
할망구는 조금 서글픈 표정을 짓는다.
“고민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할망구는 그런 말을 남기고 떠났다. 고민은 한 적 없다. 앞으로도 내가 복고주의자들과 함께 할 일은 없을 것이다. 기자양반도 배불리 먹었는지 바로 자기 침대로 드러누웠다. 계속 저렇게 얌전히 있어주면 좋겠다. 기자양반은 백칩도 있으니 그냥 눈감고 백칩에 있는 게임이라도 즐겼으면 한다. 나 좀 내버려 두었으면.
하루 종일 갇혀 있는 것은 누군가에게 끔찍한 일이지만 다행히 나에게는 타격이 큰 일은 아니었다. 그냥 침대에 누워 여러 가지 지금 까지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정리하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었다. 내가 사색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새벽, 문이 열리는 소리가 생각보다 컸는지 자다가 깨고 말았다. 눈을 뜨자 네라의 얼굴이 보인다. 기자양반은 자고 있다.
“네라?”
“소령님은 지금 이 지구가 얼마나 가치 없는지 전혀 모르고 계세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겪었던 일들.. 셀로아 할머니와 만남.. 부모님의 상실.. 이 세상은 너무 잔인했어요.”
네라의 눈에 눈물이 몇 방울 떨어진다. 물론 힘들게 살았다고 생각한다. 동정의 여지도 있다. 하지만 복고주의자들을 용납할 수는 없다. 네라가 복고주의자가 되었다고 해도 아직 희망이 있다.
“세상은 잔인하지 않아. 그것은 너의 착각이야.”
네라가 날 쳐다본다.
“세상은 상냥하지도 잔인하지도 않아. 그저 흘러갈 뿐이야. 네라, 너는 그저 안 좋은 흐름에 떠내려가고 있을 뿐이지. 그렇다고 막 나가서는 안돼. 정말로 그러다가 흐름에 빠져 죽게 될 수 있어.”
“..저는 소령님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 안 해요. 몇몇 동료 아저씨들은 소령님이 죽어 마땅하다고 했지만 저는 소령님이 복고주의자에 합류했으면 좋겠어요.”
“복고주의자처럼 사는 것이 해답이 될 수는 없어. 그들은 범죄자들의 모임이야. 기존 범죄 조직에서 복고주의자라는 새로운 범죄 조직이 하나 더 추가되었을 뿐이라고. 사람을 죽이고 싶은 거야? 사람을 죽이면정말 돌이킬 수 없게 돼.”
“그럼 당하고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건가요. 피해 다녀도 봤지만 쫓아 와서 절 더 괴롭게 했다고요.”
“불공평해 보이겠지만 때로는 가만히 있는게 정답일 수 있어. 네라. 너가 원하는게 복수야? ”
“그냥 평범하게 걱정 없이 살고 싶을 뿐이에요.”
“걱정 없이 살 정도면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좋아 네라. 그럼 복고주의자 곁에서 빠져 나와. 너가 힘들어하는 것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니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어느새 기자양반이 껴들었다.
“그래. 그러니까 우리를 탈출시켜줘.”
“아씨. 언제 일어났어요?”
“좀 전에요. 네라. 어디로 나가면 되는거야?”
네라가 일어났다.
“그럴 일은 없을 거에요.”
네라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방을 나갔다.
“또 실패야.”
기자양반이 푸념을 했다.
“기자님이 방해해서 그래요.”
“소령님의 설득력이 별로 여서 아니에요?”
“하아 힘만 빠지니까 그만 합시다.”
“맨날 이런식이시군요.”
기자양반은 얼마나 날 봤다고 맨날 이런식이라고 하는 걸까. 나는 이불을 머리까지 덮고 잠을 청했다. 잠이 들고 의식이 사라지던 나는 폭발음에 그만 깨고 말았다.
“무..무슨 일이지?!”
내가 얘기하자 기장양반이 대답했다.
“누군가 온 것 같은데요.”
“누구요?”
내가 묻자 기자양반은 대답이 없다. 한동안 우리는 총소리, 폭발소리를 주기적으로 들어야 했다. 흡사 전쟁터에 온 것 같았다. 무기가 없는 우리는 급한 대로 책상을 부섰다. 부서진 나무조각을 무기라도 된 양 손에 쥐었다.총소리나 폭발소리가 점점 커진다. 사람들이 소리치는 소리도 점점 커졌다. 뛰어다니는 소리도 여기저기 들렸다. 나도 기자양반도 소리가 커질수록 긴장감도 커졌는지 말수가 줄어들었다.
“문 옆에서 대기하고 있을까요?”
기자양반이 물었다. 어차피 상대는 총을 들고 있고 들리는 소리로 봐서 다수다. 그것이 복고주의자든 다른 세력이든 문 옆에서 습격하는 것이 의미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손에 든 무기는 그냥 최후의 저항할 때 쓸 물건입니다. 어차피 문 옆에서 공격해도 의미 없어요.”
“지금이 최후의 저항이라는 것을 할 때 아니에요??”
“밖은 지금 전투 중 이잖아요. 우리 편이라고 기대해 보죠.”
“쳇.”
기자양반은 불편한 심정을 한 단어로 표현하며 침대에 걸터 앉는다. 곧 문이 거칠게 열렸다. 거기서 내가 본 얼굴은 놀랍게도 지구의 총수 엘로안이었다.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총수가 직접 복고주의자들의 기지를 공격한 것일까? 시킬 줄이나 알지 직접 무엇인가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더 놀라웠다.
“삼촌!”
기자양반이 총수를 보며 말했다.
“아리카!”
총수가 대답했다. 그리고 총수는 기자양반의 머리를 향해 꿀밤을 날렸다.
“야 임마! 누나가 얼마나 걱정 했는 지 알아?!”
“아프잖아요 삼촌!”
“아프라고 때렸다. 정신 좀 차리라고.”
기자양반은 총수의 조카였다. 총수 누나의 딸이 기자양반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경찰이 원칙을 깨고 협조해주었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의 위치도 추적 될 수 밖에 없다. 기자양반은 기업회의 쪽 사람이다. 기업회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높은 문화 생활, 의료 시설, 기술력 등을 보장 받고 있다. 백칩은 당연히 프리미어 백칩일 것이다. 복고주의자들이 방해전파를 뿌려 자신의 위치를 숨겼겠지만 프리미어가 붙은 백칩은 방해전파 같은 것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기자님. 혹시 백칩 프리미어에요?”
“흐흠. 네.”
갑자기 기분 나쁘게 웃음을 띄며 말한다.
“아니 그럼 왜 안되는 척, 당황한 척..”
“만약 여유 있게 굴었으면 복고주의자들도 더 경계하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더 교묘하게 숨겨져 지금 이렇게 구조를 못 받았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안된다고 한 이유? 도청이라도 되고 있었다면 어쩌려고요. 당연히 안되는 척하면서 복고주의자들을 방심시켜야죠.”
일리 있는 말이긴 하다.
“거짓말도 필요하다니까요?”
전에 했던 대화를 또 연장시키려고 한다. 기장양반은 좀 집요한 구석이 있다. 그것이 나를 기자양반과 지내고 싶지 않게 만드는 원인이다. 어차피 더 볼일도, 이제 없겠지만 저런 타입은 딱 질색이다.
좀 있으니 나의 비밀 무기가 왔다. 루디샤가 총을 들고 나타났다. 루디샤는 나를 보더니 울먹이면서 달려들었다.
“주인님!! 무사하셨군요!!!”
루디샤는 나에게 온몸으로 안겼다.
“뭐어어? 뭔 님?”
옆에 기자양반이 불편해한다. 뭐라고 둘러댈까. 내 귀에는 통신기가 꼽혀있다. 할망구에게 말하고 화장실을 갔을 때 켜 두었다. 나도 기자양반처럼 도청이라도 당할까봐 말은 하지 않았지만 켜 두기만 해도 루디샤에게는 충분히 의미가 전달되었다. 루디샤는 기기가 켜진 채 한동안 말이 없다가 붙잡히는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달되었기 때문에 빨리 위치 추적을 시작할 수 있었다. 기자양반의 프리미어 백칩과 나의 귓 속 통신기가 추적 단서가 되어 총수도 루디샤도 찾을 수 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울창한 숲 입구에서부터 만나서 같이 행동했다고 한다.
“아.. 그... 루디샤라고 제 사촌 동생입니다.”
“그 쪽 집안은 사촌 동생이 사촌 오빠에게 주인님이라고 불러요?”
“안 될 이유는 또 뭔데요?”
루디샤가 말했다. 기자양반이 당황한다.
“예?”
“안 될 이유가 없지 않나. 주인님이라고 부르는거야 저와 오빠 사이의 일이니까요.”
“아. 그렇네요? 내가 괜히 참견했나 보네.”
루디샤가 말하자 기자양반도 화가 났는지 비꼬는 말투로 대답한다. 그나저나 루디샤는 대단하다. 다른 사람 앞에 있을 때는 자연스럽게 인간인 척 해야 한다고 지시해두었지만 너무 사람다워서 헷갈릴 정도다. 더구나 나도 모르게 사촌이라는 거짓말을 했는데 같이 둘러 대봐야 수습이 안 될 것 같으니 뻔뻔하게 나가서 상황을 정리해 버렸다. 옆에 병사가 나에게 루디샤를 칭찬했다.
“정말 대단한 직감을 가지고 있더군요. 어디서 총알이 날라오는지 순식간에 파악하고 피하라고 지시하고..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사격 솜씨도 대단하시더군요.”
"칭찬해주시다니 감사드려요. 그냥 할 일들을 한 것 뿐인데. 호호호.”
기자양반이 의기양양하던 표정이 사라지고 화기애애한 루디샤와 병사를 보며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니 내가 다 흐뭇했다. 지휘관처럼 보이는 사람이 사상자가 많으니 여기서 이야기 할 시간이 없다고 다그쳤다. 총수도 헛기침을 하며 자기는 기자양반을 데려 가겠다고 했고 지휘관은 경례하며 총수와 기자양반을 보냈다. 드디어 해방이다 빌어먹을.
루디샤에게 물어보니 나는 3일 간 이 숲 유적지에 감금 당해 있었다. 몇 주를 견딘 기분이었는데 고작 3일이다. 적들의 고문도 아니고 옆에 사람 때문이었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나도 군인이니 지휘관에게 보고한 뒤 현장 수습을 도왔다.
나는 복고주의자들의 사체를 옮기던 중 네라를 보게 되었다. 네라는 복부에 4 곳의 총알 자국을 남기고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있었다. 내가 네라의 시체에 눈길이 한동안 멈춰 있자 루디샤를 칭찬하던 병사가 네라의 시체에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아 이 꼬맹이가 나를 죽일 뻔 했습니다 소령님. 루디샤양이 아니었으면 전 이미 죽었을겁니다.”
“루디샤.”
“네.”
루디샤는 나의 감정을 벌써 읽었는지 조용히 대답했다.
“이 친구를 잘 구해주었어.”
루디샤는 대답 대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병사가 시야에서 벗어나자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리고 말했다.
“저 소녀는 물러서지 않고 유리한 위치에서 총을 계속 발사했습니다. 방금 병사의 말대로 재빨리 처리하지 않았으면 사상자가 상당히 나왔을 겁니다.”
“이해해.”
나는 네라의 시체를 옮기고 사각형의 고대 유적지의 문을 걸어 나왔다. 총수와 기자양반이 무슨 일이 있는지 아직 가지 않고 있었다.
“아직 안 가셨네요?”
내가 묻자 총수가 나를 봤다. 그리고 다가와서 소근 거렸다.
“셀로아가 아직 근처에 있네.”
할망구가 아직 여기에 있다?
“셀로아가 보기에 나는 아주 좋은 미끼지. 유인하고 있는 중이야.”
총수는 할망구가 이 지역을 벗어나지 않았음을 확인했고 방심하고 헬기를 기다리는 척하며 유인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기자양반은 어색하지 않은 연기로 헬기 언제 도착 하냐고 짜증을 냈다. 다시 보니 기자양반은 연기력이 제법이다.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스스로 미끼를 자청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총수는 보통 사람도 아니고 지구를 대표하는 화성의 대통령이나 금성의 왕 같은 존재다. 함부로 저렇게 해도 되는 걸까?
한참을 밖에서 기다리니 감금이 끝나 긴장감이라도 풀렸는지 추위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11월의 북부, 도시도 아닌 숲이다. 야외에서 기다리는 것은 꽤 추웠다. 총수와 기자양반, 대기 하고 있는 병사들은 나처럼 추위를 느끼지 않는다. 더위와 추위에 적응하기 쉽도록 몸이 개조 된 상태다.
내가 백칩을 거부하는 이유는 두려움도 있지만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번 몸에 손대기 시작하면 이렇게 되는 것이다. 편리함을 쫓아 이것 저것 손대기 시작하며 점점 자신의 몸이 개조 되어 간다. 기업들은 느슨해지는 이 점을 파고들며 자신의 상품을 사람의 몸에 집어 넣는다. 나는 별종이라도 되는지 그런 법칙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백칩이니 신체개조니 하는 것들이 강제는 아니니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루디샤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잠시 후 내 멱살을 잡았다. 나는 당황했다.
“루디샤 왜 그래?”
루디샤는 내 멱살을 잡은 손을 힘차게 아래로 당겼고 나는 로봇의 힘을 당해낼 수 없어 바닥으로 내리 꽂혔다. 나의 턱이 풀 천지인 바닥에 부딪혔다. 그와 동시에 내 머리 위로 총알이 지나갔다. 굉음과 함께.루디샤는 총알이 날아온 역방향을 가리키며 저쪽이라고 외쳤다. 병사들은 곧 바로 루디샤가 가리킨 곳으로 돌격했다. 나는 얼얼한 턱을 만지며 일어났다. 총수가 말했다.
“루디샤양은 혹시 알고 소령을 구한건가?”
루디샤의 범상치 않음을 눈치챘나. 루디샤가 너무 나대긴 했다. 총수가 의심하면 안 되는데. 인공지능 로봇의 소유는 불법이다.
“풀에 발이 걸렸어요. 우연히 구해주는 모양이 되었네요.”
“음.. 그런가?”
껴들어서 수습이라도 해야 하나 싶었지만 이런 수습에 관한 분야는 내 전문도 아닐 뿐더러 오히려 악화된 전적만 수두룩하기 때문에 조용히 있기로 했다. 총수는 이 이상 말이 없으니 더 이상 궁금해 하지 않았다. 속으로는 어떨지 모르겠다.
곧 수풀이 헤쳐지며 병사들이 나왔다. 그는 할망구를 포로로 잡은 채였다.
“복고주의자의 수장을 이렇게 만나게 되는군.”
총수가 회심의 미소를 보였다. 전략적으로는 좋은 상황이다. 금성과 전시 상태인데 내부는 범죄 조직들과 쓸데없이 전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복고주의자의 수장이 잡혔으니 복고주의자들을 얌전히 만들 수 있다.
할망구는 총수를 노려 본채로 끌려갔다. 나도 파란만장했던 한 주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부대에는 연락을 하고 수도의 자택으로 왔다. 총수가 고생도 했으니 복귀하지 말고 집에서 쉬고 있으라고 했다. 부대의 바보들도 총수의 말을 거절할 수는 없으니 별 말없이 인정했다.
집에 도착하니 늙은 꼰대가 찾아왔다.
“아니. 어쩐 일 이세요??”
“응? 총수한테 아무 말도 못 들은거냐?”
“무슨 말이에요?”
“녀석. 내일 화성에서 파견 온 외교관들과 회의가 있다. 공식적으로 지구와 화성이 동맹임을 선포하기 위해 모이는 자리고 거기서 여러 가지 조정들이 있을 거야. 너도 참가해야 해. 군사 회의도 겸하는 거니까.”
“아... 방위장님. 총수님은 저 보고 쉬라고 했다고요.”
“왜 멋대로 직책을 줄여 말 하냐. 방위기지장님.”
“하아. 왜 이렇게 나를 못 부려 먹어서 안달 들인지.”
“그거야 너 보다 뛰어난 친구들이 전부 퇴역을 했기 때문 아니겠냐?”
“아니그건..”
“야 임마. 솔직히 유능한 그 친구들이 퇴역 안 했으면 넌 나랑 말도 못 섞었어. 잔말 말고 내일 지구군 본부로 올 수 있도록 해. 자세한 건 루디샤에게 보내주마.”
“하아...들어가십시오.”
늙은 꼰대가 돌아갔다. 나는 모처럼 휴식을 취할 수 없게 되었다.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8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49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6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 화성 남자. 133세. 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
소년 – ?? 남자. 15세. 쓰레기장에 기절해 있었다. 리디스가 구조.
남자친구 – 지구 남자. 30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이름은 리튼 페일. 소령.
97사단 5연대 작전부장.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29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 – 지구 남자. 61세. 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 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4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7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6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6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8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 – 지구 남자. 151세. 육군 대장.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7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지구 남자. 67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3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6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2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 – 지구 남자. 55세. 육군 중장.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0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 – 지구 여자. 30세. 전업주부.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0세. 중위. 142사단 34연대 21중대 소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0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2세. 97사단 사단장.(작은 바보)
안내원 – 지구 여자. 23세. 보험회사 안내원.
네라 울센 – 지구 여자 14세. 실종소녀. 사망.
셀로아 하린 – 지구 여자 119세. 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
유러스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2세. 경찰관.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8세. 금성군 총사령관.
리어츠 비란 – 금성 남자 78세. 귀족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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