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포식자들의 세상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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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이 끝난 후 케테로스는 플리사와 개인적인 면담을 가졌고 나는 엘리베이터 타워로 먼저 갔다. 물론 병사들의 호위와 함께 였다. 한동안 말이 없던 에프타인이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왕족인 플리사에게서 떨어지지 말라고 지시했다. 나는 본의 아니게 꿈을 이루게 되었다. 우주선은 역시 수송선과 여객선을 전투형으로 급히 개조한 것이었다. 어색하게 미사일들이 달려있다. 일련의 과정들이 끝나고 플리사가 멀리서 면담을 끝내고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플리사에게 접근했다.
“이제 출정하시는 거군요?”
“그렇다.”
갑자기 반말을 한다.
“이 우주선에 탑승하시는 건가요?”
“그렇다. 지금 이 우주선이 금성에서 가장 큰 우주선이지. 원래 여객선이었지만.”
짧은 말들이 오갔다. 영양가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어릴 적 선망의 대상이었던 플리사와 대화할 수 있었다. 예상보다 무뚝뚝한 것은 좀 놀랐다. 답도 짧고 아무리 군인이라고 하지만 너무나도 군인다운 나머지 행동도 딱딱하다. 긴 엘리베이터 타워의 탑승 시간이 끝나고 나는 우주선의 입구로 들어갔다. 우주복을 전달 받으며 주의 사항들을 들었다. 소독제가 분사 되며 한동안 숨을 참아야 했다. 그녀는 부관들에게 지시하고 자신도 우주복을 입으러 갔다. 원래 우주복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항상 우주복을 입기로 정했다. 나도 환복을 위해 탈의실을 찾았다.
나는 생전 처음으로 우주복을 입어보았다. 일을 위해 혹은 간혹 여행으로 우주에 나가기를 반복했지만 우주선 수리나 정비, 엘리베이터 타워 상층부 수리를 위한 기술자가 입던 것들을 입게 되었다. 우주복은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지만 옷을 두겹으로 껴입은 듯한 느낌이 좋지는 않았다.
우주선은 수송선 답게 기장실과 여객실로 나뉘어 있었고 여객실의 많은 의자들은 제거되었다. 대신 전략회의실에 어울리는 테이블로 교체 되어 있었다. 병사들의 숙소는 원기둥 모양 우주선의 뒤쪽에 배치되었다. 앞쪽은 장교들의 방과 내가 머무는 방, 플리사의 방이 배정되었다. 플리사는 전략회의실 가장자리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었고 나도 슬쩍 접근해서 옆에 앉았다.
플리사는 말없이 있다가 얼마 후 부관에게 출발 명령을 내렸다. 약간의 충격음과 흔들림이 있고 그 후 창문들은 태양광 차단막이 내려와 밖을 볼 수 없게 되었다. 나는 통신기를 켜둔 채 말없이 있었다.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다.
나는 방송에서 봤던 플리사의 이미지와 괴리가 너무 심해 적응할 수가 없었다. 내가 봤던 그 누구보다도 과묵했다. 에프타인 급이다. 에프타인은 그래도 필요할 때는 말이 많았지만 플리사는 그것조차 없이 바닥만 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그런 생각들이 들었을 때갑자기 플리사가 말을 걸었다.
“너는 화성인이냐 금성인이냐.”
“네?”
“너.제1도시 출신이지?”
그녀는 꽤 어울리는 저음으로 물어보았다. 그런데 내가 금성인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것 같다.
“네.”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금성이 마음에 안 들수도 있지. 이해한다.”
잔뜩 긴장했지만 갑자기 이해한다고 하자 긴장감이 조금 풀렸다. 나는 화성인으로 보여지고 있을까. 에프타인은 내가 배신자 취급을 당할 수 있다고 충고하긴 했다. 사실 잘 모르겠다. 나는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자 부모님의 지원에 화성의 대학을 나왔고 그대로 화성에 취직했을 뿐이다. 내가 지금까지 한 행동들은 금성을 버리고 화성인이 되고 싶다는 그런 개념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고민을 뒤로 하고 기왕 플리사가 먼저 말을 걸었으니 조금 더 대담한 질문을 하기로 했다.
“플리사님은 스스로 인간과 다른 종이라고 생각하고 계시나요?”
플리사는 바닥만 보고 있다가 나의 질문에 고개를 돌리고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대왕님은 그런 것에 의의를 두고 있지 않다.”
“네?”
“내가 대왕님을 다 아는 것은 아니야. 그렇게 선언을 하셨으니 나도 따를 뿐이다.”
플리사가 말을 이어 했다.
“인류와 결별을 선언했지만 ‘인간’이라는 단어를 대체하지도 않고 불편하면 적절한 단어를 찾을 때까지 금성'인'으로 부르라고 하셨다. 그렇다고 송곳니 시술도 처음에나 강압적이었지만 요즘은 그런 것들을 요구하고 있지도 않으시지.”
“송곳니 시술이요?”
“이를 전체적으로 뾰족하게 만드는 거야. 선전포고 때 이를 보여주지 않았나?”
“아.. 그랬죠.”
자세히 보니 플리사의 이는 평범했다.
“대왕님과 대왕회 사람들은 시술을 받았지만 대부분은 받지 않았지. ”
“...귀족회 대표님도 그렇고 인류와 결별한다는 것에 많은 금성인들이 동조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송곳니 시술도 많이 받지 않았고 대왕님도 강요를 안 하시는 것 아닌가요?”
“그런 것도 있고 금성의 일반 시민들은 그런 시술을 받을 형편 자체가 안돼.”
“가난해서 송곳니 시술을 못 받는다구요?”
“나도 몰랐던 사실이데..금성이 세 행성 중 가장 가난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간단한 시술을 받을 돈도 없을 줄은 몰랐어. 대왕님도 그 사실을 알고난 뒤에는 송곳니 시술을 강요하지 않게 되었지.”
슬픈 현실이다. 내가 처음 화성에 와서 받은 충격은 다들 돈을 쓰는데 아무 망설임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적응했지만. 많은 금성인들이 가난하게 살아간다. 많은 금성인들이 노동에 비해 적은 대우를 받고 있다.
“처음에 대왕님의 과격함을 따르기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점점 실상들을 알게 되자 나도 대왕님의 뜻에 동참하게 되었지.”
“실상이요?”
내가 묻자 플리사는 다른 말을 하며 화제를 전환했다.
“그런데 너는 왜 따라오게 된 거지?”
“예? 그거야 대왕님이...”
“그냥 거부하고 금성으로 돌아갈 수도 있지 않았나?”
“거절할 수가 있었나요?”
내가 물었더니 플리사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대답이 없다.
“리디스 너는 마치 누군가에게 중계라도 하려는 것 같단 말이야.”
“주..중계라니요 그게 무슨...”
“스캔 해봤지만 너의 눈이나 몸속에 특별한 기기반응이 없었지. 그래도 행동하는 것은 꼭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처럼 중요한 곳으로 계속 접근하는 그런 느낌이란 말이야.”
여기서 부정하면 수상하게 보일까. 그렇다고 아무 말도 안 해도 수상해 보일 것이다.
“저는 대왕님이 권유하셔서 따른..”
“그래 그래. 아주 공무원의 표본 같은 대답이네.”
플리사는 짜증을 냈다.
“심증이 있다고 함부로 대할 수는 없지.”
플리사는 혀를 차며 말했다.
플리사는 부관들을 모으고 브리핑을 했다. 어떤 부관이 눈치를 주었으나 플리사는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냅두라고 했다. 나는 자리를 지켰다. 그러자 플리사가 살짝 미소를 보인 것 같았다.브리핑으로 인해 알 수 있었던 사실은 우주선에는 약 3000여 명의 병사가 배속 받았으며 우주선은1000여 대를 징발해서 지구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송선을 개조했다고는 해도 병사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은 놀랍다. 아마 소형, 중형의 여객선은 제외하고 대형 수송선과 여객선을 사용한 결과 일 것이다. 플리사가 탑승한 우주선은 초대형 여객선이자 금성의 한 대밖에 없는, 나름 지구나 화성의 방송으로 보도도 되었던 이름 있는 여객선이었다.
우리는 300만 명의 보병을 이끌고 지구로 향하고 있다. 과연 300만 명으로 가능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플리사를 보면 케테로스에 비교해서 과묵하고 자신감이 보이지도 않고 뭔가 무기력한 그런 느낌이었다. 케테로스를 따른다고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진심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원래대로라면 플리사는 여왕이 되었어야 할 인물이다.
그녀가 진심으로 전쟁을 이기려고 가는 것인지 자포자기하고 죽으러 가는 것인지 태도가 애매모호 했다. 애매모호하고 진심을 알기 어려운 것이 나를 후자 쪽으로 판단하게 만든다. 플리사는 부관들에게 여러 브리핑을 하고 자세한 전술, 전략은 지구의 레이더망에 도착했을 때 알려주겠다고 하며 나를 슬쩍 보았다. 명백히 나를 의식하고 있다.
그러고나서 플리사는 자리에 앉아 부관이 가져다 준 커피를 마셨다. 부관들도 모두 빠져나가고 둘만 있게 되자 나는 다시 물어보았다.
“저도 금성인입니다. 물론 화성에 취직했고.. 화성의 외교차관이 되었지만 금성의 실상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가족들도 모두 금성에 있어요. 오히려 화성의 고위직에 위치한 제가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도움이 될까?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야.”
플리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물론 경제 문제라면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긴 하다. 화성 내정부에서 근무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금성이 지구와 화성에 이용 당한 역사를 알게 되었지.”
플리사가 말했다. 이용 당한 역사라고. 지구와 화성의 금성 차별이나 저급한 노동만 접근 시키고 고위 노동에 문이 닫혀있는 등 금성인으로써 화가 날 만한 이유들이야 많이 있었지만 이것이 전쟁을 해야 할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외교부 차관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돌이켜보면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화성이 독립할 때 금성도 같이 독립했어. 당연히 알고 있지?”
“누구나 배우고 알고 있는 사실이죠.”
“화성은 혼자 독립을 시도하면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여론을 모으기 위해 금성을 끌어들였어. 금성은 애초에 독립할 마음이 없었지만화성은 여러 지원을 약속하고 금성도 독립결사에 조인 시키면서 지구를 압박했지. 하지만 겉으로는 지구를 적대시 하면서 뒤로는 외교적인 협상을 하고 있었던 거야. 순진했던 금성은 화성 말만 믿고 독립 기치를 내걸고 강경하게 나왔고 그 결과 지구의 경제 제재였어.”
“같이 싸우고자 동맹했던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요?”
“교묘하게 지구와 금성 사이를 이간질 시켰던 거지. 화성은 뒤에서 지구와 협상하느라 공격을 받지 않아 타격이 없었지만 타격을 정면으로 받은 금성은 그 때부터 경제 후진성이 되고 말았네. 지구의 경제 공격은 상상을 초월했어. 결국 금성이 총알 받이가 된거야.”
플리사가 계속 말했다.
“금성도 금성이지만 지구도 경제 제재를 하며 제 살을 깎아 먹으니 결국 독립을 인정하게 되었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그 덕분에 인류는 행성 간의 전쟁을 아직도 경험해보지 못하게 되었지만.”
플리사는 그리고 주먹을 꾸욱 쥐며 계속 말한다. 에프타인은 잘 듣고 있겠지?
“화성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아무 손해도 보지 않은 채 독립을 쟁취했지. 그런 주제에 가난해진 우리를 비웃고 있어. 사실은 나는 지구보다 화성이 더 싫어. 야비한 인간들이지. 물론 지구는 지구대로 금성으로 쥐어 짜내고 있다. 경제를 종속시켜 버렸으니까. 경제는 물론이고 시간 기준마저 지구에 맞추게 강요하고 있지. 그러면서 화성하고 사이가 틀어질 때 마다 무시하던 금성을 끌어들이며 마치 세 개의 행성이 평등하고 공평하게 지내는 것처럼 연기를 하는 역겨운 짓 들을 하고 있어.”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 화성에서 먹고 잤던 나는 스스로가 생각해봐도 배신자로 보일 것 같았다.
“그런데.. 저는 사실 그런 뒷이야기는 처음 듣습니다. 물론 지구인들이야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화성에 관한 이야기는다른 금성인들도 몰랐던 것 같은데 그런 이야기는 누구에게 들은 것인가요?”
“대왕님께 직접 들었다. 자료들도 모으셨는지 보여주면서 말씀하셨어.”
“믿을 만한 자료였나요?”
“믿지 못할 자료는 아니었다만.”
나도 화성에 살면서 가끔 화성인들의 이중적인 태도에 실망하고는 했지만 그것이 지금 이 이야기를 뒷받침할만한 이유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 동안 겪어왔던 화성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배에서부터 올라오는 짜증과 분노에 불을 붙이기에는 충분했다.
“너가 믿든 안 믿든 상관없어. 그래도 화성에서 오래 살았으니 느낀 바가 있긴 하겠지. 결국 금성은 경제적으로 종속되고 피 빨리며 사는 삶을 3000년 간, 독립하는 순간부터 당해왔으니 분노가 쌓이고 쌓였지.”
“지금 그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건가요?”
“분노라기 보다 도박에 가깝지 않을까.”
“도박이요?”
“전쟁은 도박이야. 한방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가는 거지.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되버리는 그런 거야.”
플리사는 힘 없이 웃었다.
확실히 전략이 있어서 공격하는 건가. 진짜 자살하러 가는 것은 아니겠지?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보병 300만으로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플리사는 이제 방에 들어가야겠다고 했다. 아무도 없는 전략회의실에서 있기 뭐해서 나도 내 방으로 돌아갔다. 우주 한복판이라 그런지 나를 감시하는 인원은 없었다.
지루하지만 어쨌든 2주가 지나고 지구권에 접근했다. 인류는 서기 10000년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하기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역사적인 순간을 앞두고 인류는 사상 초유의 전쟁을 하려고 한다. 어찌 되었던 플리사는 우주선 무리를 멈추고 전략 회의에 들어갔다. 나는 플리사를 보러 가던 중 병사에게 이야기를 듣고 회의실로 가지 않았다.
나는 방에 돌아가서 2주간의 일을 생각해봤다. 첫날 플리사에게 화성이 생각보다 금성에게 얍삽한 짓 들을 했고 그 여파로 지금까지 금성이 비참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뒤 플리사의 2살 아들의 대한 사랑, 남편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결혼할 때 왕족들의 반대가 극심했다는 것, 왕위에 정말 관심이 없고 군인이 취향에 맞는다는 것 등 친숙해지니 점점 말이 많아졌다. 이제 알게 되었지만 플리사는 낯을 꽤 가리는 스타일이었다. 첫날에 비해 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화려한 생활, 외모, 왕족이라는 계급에 가려진 진짜 플리사의 모습은 순박하고 청순한, 가족을 사랑하고 수다 떨기 좋아하는 평범한 어머니였다.
그나저나 에프타인은 요 2주 간 아무런 지시도 없었다. 물론 지시를 내릴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위급한 상황도 없었고 의심은 좀 받았지만 플리사는 사람을 의심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화끈하고 생각 없어 보였던 케테로스 역시 의외로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전적으로 플리사의 발언을 토대로 한 판단이지만 어쩌면 진심으로 인류를 등지거나 한 것은 아니라 금성이 이만큼 화가 났고 너희들이 너무 했다라는 어필을 위한 퍼포먼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식인은 커버가 불가능하다.
회의가 끝나고 플리사가 밖으로 나오자 나는 목례를 하며 인사를 했다. 플리사도 가볍게 목례했다. 2주간 우리의 생활 패턴은 항상 회의실에 앉아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플리사는 백칩 소유자였지만 눈을 감고 게임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로 게임에 관심이 없는지라 자연스럽게 대화가 일상이 되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전 남자친구의 영향이 컸다. 그 놈 때문에 게임에 관심이 사라지고 부정적인 이미지만 있다.
회의가 끝나자 나는 평소처럼 플리사에게 다가갔다.
2주 전 경계하던 모습은 많이 사라져 수다를 떨다 보니 자연스럽게 금성군의 전략도 알 수 있었다. 금성의 전략은 전 함대, 즉, 1000대의 우주선을 지구 주위를 원으로 배치시켜 미사일을 퍼붓는다는 전략이었다. 현재 확인된 바는 지구가 우주선을 무장시켜 함대를 조직하지 않았다는 것과 레이더망 근처까지 온 현재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다.
그 사실이 플리사에게 여유를 주었고 지구 자체를 우주선으로 포위하여 무차별 포격을 가한 뒤 무력화 된 지구에 강습하여 전쟁을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나는 플리사에게 응원을 보냈다. 플리사가 모처럼 웃으며 고맙다고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우주선들은 빠르게 지구로 향했다. 이제 지구도 알고 있겠지만 방해도 없었고 금성 함대를 막을 수단도 없어 보였다. 포위망을 형성하기 위해 퍼지려는 순간 갑자기 기장실에서 기장이 뛰쳐 나왔다.
“사령관님! 탈출하셔야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지구에서 수 천만 개의 미사일이 우리를 향해 오고 있습니다! 피할 수가 없습니다!”
“뭐라고?!”
플리사는 방어자기장을 형성해 미사일의 경로를 어긋나게 하라고 지시했다.
“소용없습니다! 적미사일을 제어 할 수 없습니다!”
플레어를 뿌릴 만한 숫자도 아니었다. 자기장으로 미사일의 경로를 어긋나게 할 수도 없었다. 플리사는 우주복 뒤에 달려있는 후드형 헬멧을 황급히 쓰며 모두 우주복을 입게 하고(2주 동안 답답하다고 우주복을 벗은 놈도 있었다.) 탈출선으로 가라고 지시를 내렸다. 다들 지정되어 있는 탈출선으로 갔지만 나는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 플리사는 내가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을 보고 내 팔을 잡아 자신의 탈출선으로 끌고 갔다.
“어쩌시려고 그러시는 거에요!”
“같이 타야지.”
“이거 일인선 아니에요?! 산소나 물자가 일인용 밖에 없잖아요!”
“내가 말했잖아. 전쟁은 도박이라고.”
플리사는 나를 탈출선에 우겨 놓고 자신도 뛰어들었다. 나와 플리사는 서로 낑겨 있는 상태로 탈출했다. 일인용이지만 플리사는 생각보다 덩치가 더 커서 움직일 공간도 없었다. 탈출선은 지구로 경로가 맞춰졌다.
탈출선 뒤로 보이는 광경은 수 천만 개의 미사일이 우주선들에 박히며 폭발하는 장면이었다. 뒤늦게 빠져나오던 탈출선은 거대한 폭발 반경에 휘말려 녹아 없어졌다. 얼마나 많은 미사일이 발사되었는지 폭발하는 곳에 또 다시 미사일들이 날아들어 폭발하는 장면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나와 플리사는 그 광경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한 편으로 황홀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장관이었다.폭발지에서 멀어지면서 우리는 점점 지구의 대기권으로 다가갔다.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8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49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6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 화성 남자. 133세. 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
소년 – ?? 남자. 15세. 쓰레기장에 기절해 있었다. 리디스가 구조.
남자친구 – 지구 남자. 30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이름은 리튼 페일. 소령.
97사단 5연대 작전부장.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29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 – 지구 남자. 61세. 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 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4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7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6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6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8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 – 지구 남자. 151세. 육군 대장.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7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지구 남자. 67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3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6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2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 – 지구 남자. 55세. 육군 중장.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0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 – 지구 여자. 30세. 전업주부.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0세. 중위. 142사단 34연대 21중대 소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0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2세. 97사단 사단장.(작은 바보)
안내원 – 지구 여자. 23세. 보험회사 안내원.
네라 울센 – 지구 여자 14세. 실종소녀.
셀로아 하린 – 지구 여자 119세. 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
유러스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2세. 경찰관.
플리사 에토레브 – 금성 여자 38세. 금성군 총사령관.
리어츠 비란 – 금성 남자 78세. 귀족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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