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 포식자들의 세상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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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나의 상사’ 에프타인의 집에서 잤다. 고백 직전 까지 갔지만 에프타인은 별 관심이 없었는지 일 얘기 뿐이다. 나를 금성에 파견 보내기 위해서라고 했다. 아침밥을 먹으면서 에프타인은 나도 2차 회의에 참여해 달라고 했다. 마음을 추스린 나는 일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질문했다.
“그런데 제가 금성에 가면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 건가요?”
나는 핵심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비서 노릇하던 내가 갑자기 차관에 임명되어서 전쟁을 선포한 금성에 가는 것이다. 저명한 정치인, 실무자들이 모두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내가 가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지.
“제가 왕을 설득시켜야 한다거나 그런건가요?”
에프타인은 먹던 빵을 품위 있게 삼키고 대답했다.
“그런 임무는 아닙니다.”
에프타인은 주머니에서 작은 검은 구체를 꺼냈다.
“이것은 적당한 이름은 없지만 통신기기라고 부르겠습니다. 저는 리디스씨에게 이 통신기기를 드리겠습니다.”
“통신기기요?”
“방해 전파도 소용없는 특수한 기기죠. 세상에 몇 개 없습니다. 값을 매길 수 없는 기기입니다.”
나는 구체를 손바닥에 올려 놓았다.
“엄청난 물건이군요.”
“개인적인 흥미로 몇 명이 쓰고 있는 것을 관찰한 적이 있습니다. 정말 몇 개 없는 희귀한 기계인 것이기도 하고 혹시 악용 될까봐 걱정되기도 해서요.”
단순히 방해 전파에 구애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행성 간 통신이 가능한 기계일 뿐인데 그렇게 값이 나가는 기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이것을 내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사용법은 귀에 넣으시면 됩니다.”
“이걸 귀에 넣으라고요?”
“처음에 이질감이 좀 드실 수 있습니다만 쓰다 보면 익숙해질겁니다.”
“그러면..”
“만약 정부에서 승인이 나면 금성에 가시게 될 겁니다. 그 때 저는 그 기계로 실시간으로 하셔야 할 일을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실시간으로 상황을 좀 보면서 알려드려야 리디스씨도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고요.”
업무 지시가 하루 종일 실시간으로 귀에 꽂힌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지만 에프타인도 계속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긴장해야 하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싶다.
나와 에프타인은 아침 식사가 끝난 뒤 외교부에 출근, 사정을 비서들에게 설명했다.
“이게 무슨 말도 안돼는..”
유리치는 어이 없다는 표정이다. 칼렌도 놀랐는지 허허하고 헛웃음만 내뱉는다.
“지금은 전시이고 긴급 상황입니다. 각 행성의 인류를 위해서라도 때로는 상식을 벗어나는 일도 필요하다면 해야 합니다.”
“차관님. 물론 옳은 말씀이신데요..”
유리치는 불쾌감을 숨길 수 없었는지 따지려고 운을 띄었으나 에프타인이 선수를 쳤다.
“지금은 따질 때가 아니니 받지 않겠습니다. 불편하셔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유리치씨, 이 사태가 끝나면 나중에 듣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통쾌했다. 유리치와 내가 말싸움이나 주먹을 쓰며 때렸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업무적으로 마찰을 빚은 적도, 다툼도 없었으나 묘한 기싸움은 있었다. 유리치 역시 인식은 하고 있었을 것이다.라이벌 같지 않은 라이벌로써 이 인사는 단숨에 상하관계를 역전 시켜버렸으니 나는 통쾌할 수 밖에 없다. 다르게 보면 직위 상 에프타인과 동급이다. 급작스러워서 불안하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큰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부들거리는 유리치를 뒤로 하고 2차 회의에 참석했다. 금성의 선전포고 이후처럼 많은 인원이 넓은 공간에서 모인 것은 아니고 작은 방으로 한 번 더 들어간 곳에서 회의가 진행되었다. 인원은 주요 인물만 모아둔 듯하다. 아무리 봐도 나는 낄 자리가 아니다.
내 얼굴이 보였을 때 다들 ‘저건 뭐야’하는 느낌이 들었다. 자격지심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좀 찔리는 기분이 든다. 회의 참여자는 대통령 에더슨, 외교부장관 밀런, 내정부장관 드레이즌, 군부사령관 바이카, 마르마스 회장 아킬로 그리고 에프타인과 나였다. 그나저나 아킬로는 왜 여기 있지?
“저분은... 전에... 금성 출신이었던가?”
드레이즌이 기억을 더듬는 듯 했다.
“네. 저의 제3비서 리디스입니다.”
드레이즌이 한 숨을 쉰다.
“하아.. 차관님. 여기 다들 혼자 왔어요. 비서는커녕 보좌관들도 다 떼고 온 마당에.”
“뭐 차관님도 다 뜻이 있었겠죠. 그렇게 따지면 외교 차관도 참여할 수 없는 거 아닌가요. 장관들의 회의 자리인데.”
밀런이 의견을 말하자 드레이즌이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외교 장관님도 그렇고 대통령 각하도 그렇고 에프타인에게 너무 무르게 대하는 것이 꼭 숨겨둔 아들이라도 되는 것 같군요.”
그러자 밀런이 예의 좀 차리라며 나무랐다. 대통령 에더슨이 다들 그만 하라고 정리를 한 뒤 회의 주제를 상정했다.
“회의 주제는 지구군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선전포고 후 가만히 있는 금성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지구에 외교관을 보내서 어떤 것을 논의 할 것인가 정도로 일단 잡도록 하겠습니다.”
논의 할 것이야 많지만 대통령은 세 가지를 먼저 논의하자고 했다. 군부사령관 바이카가 먼저 말했다.
“사실 우리가 군대를 지원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장관들, 에프타인 또한 바이카를 쳐다 보았다.
“군사력 차이가 어마어마 하잖아요. 금성은 지구에게 게임이 안됩니다.”
다들 바이카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지구 인구가 현재 200억 조금 안되는데 금성은 23억입니다. 뽑아낼 수 있는 육군 수만 해도 당연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이 질문했다.
“숫자만 보면 그렇다는 얘기군요?”
“전쟁 물자 비축 수나 가동 가능한 군수 공장의 수, 방위기지 안에 미사일 숫자들.. 지구가 작심하고 공격하면 금성이 당해낼 수가 없죠.”
“그럼에도 금성은 전쟁을 선포하지 않았습니까?”
바이카가 대통령의 질문에 대답하자 밀런이 말했다. 바이카가 밀런의 말에 대답한다.
“금성 왕이 정신적으로 문제 많다는 것은 즉위 할 때부터 이미 다 알려진 사실 아닙니까? 왕이 되자마자 한 짓이 자기 부모를 반란죄로 처형한건데요. 그냥 제정신이 아니니까 전쟁 선포 따위를 하는 겁니다.”
바이카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실제로 전쟁 선포하고 뭐 아무 일도 없었잖아요? 금성이나 지구가 공격하거나 방어하는 정황도 안보이고 지구도 금성도 서로 외교적, 경제적으로 단절만 되었을 뿐 다들 평범하게 일상생활 하는 것 같던데요.”
밀런이 말했다.
“그래도 지구 같은 경우에는 전쟁 선포 직후 군대들이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바이카가 대답했다.
“방어를 위해서 움직인거죠. 안쓰던 미사일 기지도 다 활성화 되었고. 그런데 금성은 공격을 안하고 있으니.”
드레이즌이 말했다.
“그럼 바이카 사령관의 의견은 어떤 것이죠?”
“기왕 지구를 지지하는 선언 했으니 외교관은 파견하는 것이 맞지만 군대까지는 불필요하다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
바이카가 말하자 대통령은 책상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을 두다가 말했다.
“그렇게 되면 지구는 화성을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것 입니다.”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자 드레이즌이 말했다.
“그건 당연합니다. 저도 군대까지 파견해야 외교적 결례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태를 만든 것은 저기 얌전히 있는 에프타인 외교 차관의 의견을 따랐기 때문 아닙니까?”
밀런이 말했다.
“갑자기 에프타인한테 책임을 씌우는 거요?”
나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상황이 화성에 불리해지기라도 하면 또 모를까.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난 것이 없는데 드레이즌은 에프타인이 큰 실수라도 한 것처럼 몰려고 했다. 에프타인은 아무 말이 없고 무표정하게 드레이즌을 보고 있다.
바이카가 잠깐 군대를 보내는데 불쾌감을 나타냈을 뿐 결국 드레이즌도 에프타인 탓을 하며 군대는 보내게 되었다.
“만약 군대를 보낸다면 어디로 보내게 될까요.”
대통령이 묻자 바이카가 말했다.
“아무래도 금성 아니겠습니까? 지구가 공격하고 우리에게 지원을 요청하면 우리도 금성에 들어가서 같이 공격하는 식으로요.”
그러자 에프타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는.. 먼저 공격하는 쪽이 불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바이카가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요. 공격이 불리한 것은 당연 한거요. 다만 지구는 우리 화성이나 금성과 다르게 군대 숙련도가 다르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복고주의자들의 테러, 3대 범죄조직과의 전쟁들. 우리랑 비교하면 지구는 계속 전쟁 상태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병사 숫자도 질도 차이가 나는데, 저는 아무리 봐도 금성 왕이 단단히 미쳤다고 밖에는 생각이 안 들어요.”
바이카의 말에 에프타인이 대답했다.
“그런 것을 비교해보면 금성은 당연히 필패 할 것이라고 저도 생각하지만 지구는 지금까지 자신의 행성 안에서 전쟁을 치뤘습니다. 우주로 나가서 다른 행성을 공격하는 것은 지구도 해본 역사가 없습니다. 그것은 금성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니 먼저 공격하는 쪽이 질 가능성이 높지 않나 싶습니다.”
바이카가 말한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요? 두 행성은 그래서, 지기 싫으니까, 가만히 있을 것이다라는 거요? 그럴거면 선전포고는 왜 한 겁니까. 끔찍한 짓과 함께 말이요.”
“과연 금성이 아무 준비 없이 선전포고를 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을 뿐입니다.”
에프타인이 마무리하는 듯한 말을 했다. 그러자 대통령이 말했다.
“무슨 작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건가요?”
바이카가 대신 말한다.
“아무리 유능한 에프타인이라도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대통령이 정리했다.
“결국 군대 파견은 상황을 좀 더 봐야겠군요. 목적지가 지구든 금성이든. 사실은 우주선 협회에서 나온 말이라서 물어본 것입니다.”
드레이즌이 말했다.
“우주선 협회요?”
대통령이 말했다.
“예. 지구에 보내든 금성에 보내든 환경에 맞춰서 우주선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가만히 있던 마르마스 회장 아킬로가 반응했다.
“우주선 조정이 필요한가?”
대통령이 말했다.
“아무래도 엘리베이터 타워로 병사들이 오고 갈 수는 없으니까 대기권을 뚫고 직접 수송선이 내려가게 될텐데요. 만약 그렇게 되면 금성과 지구의 환경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우주선도 그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바이카가 말했다.
“다를 게 있나? 테라포밍 된 세월이 벌써 3000년이나 되가는데요. 지구랑 다를 것도 없지 않습니까?”
바이카의 말에 에프타인이 대답했다.
“아니요. 오히려 3000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테라포밍 되었던 부분들이 점점 지구랑 비교해 오차가 생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3000년 전에는 지구를 기준으로 화성과 금성을 테라포밍 한 것이니까요. 금성은 원래 자전축도 지구와 다르고 자전 속도도 엄청 느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행성 만한 기둥 모양의 엔진을 박아 넣어서 지구랑 비슷하게 만들었다는데 지금은 자전축도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고 속력도 점점 떨어지는 중이라고 합니다. 대기 구성 물질도 점점 달라지고 있고.”
그 말에 바이카와 함께 하던 드레이즌이 모처럼 에프타인의 말에 호응했다.
“음. 그러고 보니 원래 바다나 숲도 조성할 생각이었다는데 그 프로젝트는 엎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인간의 손을 떠나면 어떻게 될지 예측이 안 되고 위험하다고 해서요. 빈 땅에 실험하는 의미면 모르겠지만 다른 행성 환경에 속한 바다나 숲의 데이터도 없고 무엇보다 금성이나 화성은 그때 당시 이미 자원 채취를 목적으로 인부들이 살고 있었으니까.”
대통령이 말했다.
“어쩌면 점점 변화하고 있는 환경 때문에 금성인들이 이상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그 얘기는 그 쯤 해두고,그럼.. 금성은 왜 움직이지 않는가에 대해 의견을 나눠 볼까요?”
또 바이카가 먼저 대답했다.
“그건 금성 왕이 대책도 없이 저질러버렸기 때문이죠. 제 생각에는 금성 내부도 지금 골치 아프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러자 에프타인이 대답했다.
“어쩌면 전혀 상상도 못했던 전략을 세웠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아까 나눴던 의견의 연장선이 되겠군요.”
“그러니까 그 전략이 뭐가 있는데요?”
에프타인은 그제서야 나를 본다. 이제 내 얘기가 나올 때가 되었나 보다.
“그것은 이제 알아볼까 합니다. 한 사람을 금성에 파견해서요.”
일 순간 회의는 조용해졌다. 약간의 정적이 흐른 뒤 아킬로 회장이 말했다.
“그.. 비서를 금성에 보내려고 그러는 겁니까?”
아킬로 회장은 생각보다 눈치가 빠른 것 같다. 에프타인이 아킬로 회장의 말에 대답한다.
“그렇습니다. 제가 리디스를 회의장에 데리고 온 이유입니다.”
밀런이 말했다.
“저는 찬성입니다.”
밀런의 빠른 찬성에 드레이즌과 바이카가 불만을 터뜨렸다. 회의가 잠깐 소란스러워지자 대통령이 빠르게 제지했다.
“자자 다들 진정하시고 외교 차관의 말을 계속 들어봅시다.”
에프타인이 말했다.
“저는 리디스를 외교 차관 금성 담당에 임명하고 금성과의 분위기를 진전 시키기 위하여 장기간 금성에 체류하며 금성의 왕에게 조언하는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건의 드립니다. 물론 이는 지구에 통보 할 생각입니다.”
드레이즌이 책상을 치며 말했다.
“언제는 지구를 지지하고 금성을 적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했잖아! 이제 와서 외교관을 그것도 장기 파견이라니!! 지구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에프타인이 말했다.
“저는 지구와 금성, 화성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지 금성을 적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한 행성이 멸망하면 다른 행성은 결과에 따라 정복 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전에 다 설명 드렸다고 생각하는데요.”
드레이즌이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더 이상의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아킬로 회장이 대신 질문을 던졌다.
“지구에 알리는 것이 우리 화성에 도움이 될까요?”
에프타인이 말했다.
“어제 회의에서 지구로 떠날 대사로 밀런 장관님과 제가 정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말했다.
“그렇죠. 외교부니까요.”
에프타인이 말했다.
“지금부터 드리는 말은 다른 곳에 발설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그 뒤의 회의는 아침 식사 때 나에게 얘기한 내용이었다. 바이카가 그런 물건을 어디서 구했냐고 물었지만 에프타인 답지 않게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처음에 아연실색하던 회의장은 나의 역할을 들은 뒤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내 역할은 한 마디로 스파이였다. 금성에 들어가 금성왕의 신임을 얻고 통신 기기로 계속 보고하는 것이었다. 에프타인은 실시간으로 상황을 들으면서 지시도 함께 한다고 했다. 상황을 듣기만 하고 지시가 될지는 의문이다. 두 번째 논의가 끝나갈 때 쯤에 바이카가 금성 출신인 나를 믿을 수 있겠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대통령이 바이카를 진정 시킨 후 두 번째 논의를 끝냈다. 그리고 지구에 가서 어떤 점을 논의할지 정했다. 마르마스기업의 회장 아킬로가 참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자신이 이 회의에 참석한 이유가 지구로 가서 기업회의 사람들과 할 말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뒤 그들만의 대화들이 오갔고 간간히 에프타인이 거들었다. 2차 회의가 끝나고 이제 행동하는 일만이 남았다. 회의는 길게 느껴지지도 않았는데 벌써 노을이 지고 있었다. 화성중앙부 밖의 거대한 계단을 나와 에프타인은 말없이 걸어 내려가고 있었다.
에프타인이 말을 시작하며 나와 대화를 시작했다.
“이제 와서 말씀드리자면 이 일은 사실 굉장히 위험한 일입니다.”
“알고 있어요. 차관님.”
“단순히 그렇게 말할 내용이 아닙니다. 일 자체가 스파이입니다. 들키면 목숨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들키지 않아도 금성왕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당신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금성의 왕이 정말로 미쳤는지 알 수 없지만 그는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인물입니다.”
“......”
“하지만 리디스씨. 이 일은 화성 뿐 아니라 금성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금성을 위해서?”
“리디스씨. 현재 가장 위기에 처한 행성이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바로 금성입니다. 금성은 지금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서 바로 다음 달에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냉정하게 보면 그렇겠죠.”
“이것은 금성을 위해서, 그리고 리디스씨 당신의 가족을 위해서도 꼭 해야 하는 일입니다. 지금 금성왕의 폭주를 막지 않으면 금성은 미래를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에프타인 답지 않게 목소리가 약간 커지고 힘이 들어가 있다. 어제는 힘이 빠져 깊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 에프타인의 말을 듣고 나니 확실히 나는 엄청난 일에 휘말린 것 같다. 금성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나는 금성의 왕 케테로스 옆에 있어야 한다. 그 뒤에프타인 답게 다음 일을 꾸물거리지 않았다. 할 일을 바로바로 정하고 실행해 나갔다.나는 안전상을 이유로 몇 일 더 에프타인의 집에 머물면서 통신 기기의 사용법을 익히고 통신 기기를 통해 에프타인과 통신하는 연습을 했다.
또 다시 몇 일이 지나고 에프타인은 지구로, 나는 금성으로 향했다. 대통령이 직접 와서 나에게 보조 인원을 줄 수가 없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즉, 나는 혼자 금성으로 떠나야 했다.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8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49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6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 화성 남자. 133세. 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
소년 – ?? 남자. 15세. 쓰레기장에 기절해 있었다. 리디스가 구조.
남자친구 – 지구 남자. 30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이름은 리튼 페일. 소령.
97사단 5연대 작전부장.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29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 – 지구 남자. 61세. 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 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4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7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6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6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8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 – 지구 남자. 151세. 육군 대장.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7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지구 남자. 67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3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6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2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 – 지구 남자. 55세. 육군 중장.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0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 – 지구 여자. 30세. 전업주부.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0세. 중위. 142사단 34연대 21중대 소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0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2세. 97사단 사단장.(작은 바보)
안내원 – 지구 여자. 23세. 보험회사 안내원.
네라 울센 – 지구 여자 14세. 실종소녀.
셀로아 하린 – 지구 여자 119세. 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
유러스 디클레아 – 화성 남자 32세. 경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