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 포식자들의 세상 9
* * *
“뭘 잘못 알고 있는데요?”
나는 할망구에게 물었다. 할망구는 내가 배운 역사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이 왜 인간을 지배했다고 생각하지? 애초에 인공지능은 인간을 지배한 적이 없어.”
그러면서 할망구는 모니터에 배경 그림과 문구들을 띄운다. 내용은 교과서에 실린 내용 들이었다.
“인류가 추구하는 것이 뭐라고 생각해? 그것은 바로 즐거움, 편리함, 쾌적함이야. 적게 움직이고도 이득을 취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몸이 더러워지지 않고 이득을 취하지. 그리고 심심하지 않게 재미를 추구하는,인간은 그런 존재야.”
“역사 교육은 고등학교 때 끝났는데. 꼭 들어야 되나요?”
“나도 어쩔 수 없이 하는거라니깐. 좀 참아.”
나는 혀를 차고는 다시 할망구가 하는 말을 들었다.
“인공지능은 고대부터 있었지만 점차 발전하면서 인간은 일들을 점점 인공지능에 맡기기 시작했어. 결과는 물론 편리함, 쾌적함, 즐거움 등을 추구하지 않고 일만 하는 인공지능 답게 대단히 효율적이었지. 인간은 인공지능에게 모든 것을 맡기면 돼. 그리고결과는 끔찍한 실업 사태였지.”
지루한 역사 시간이다.
“처음에 인류는 실업자들을 구제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과는 참혹했고 정치인들의 상투적인 공약 중 하나가 됐지만 어느 날 인류는 관점을 아예 바꿔버리게 되지.”
할망구는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이며 자료를 모니터에 띄운다. 솔직한 심정을 말하자면 정말 불편해 보인다.
“아예 모든 것을 인공지능에게 맡긴거야. 정치, 법, 경제. 인류는 아예 일을 하는 것을 그만 두었어. 인공지능이 알아서 다 해주게 바꿨으니까. 자원의 분배도 식량 수급도 전부 인공지능에게 맡겨버렸어. 인간들은 먹고 자고 싸고 놀거리를 찾아서 놀기만 하면 되는 사회가 되었지.”
저 말은 내가 아는 것과 좀 다르다. 역사 시간에 배운대로라면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야심을 품고 사람을 지배했다 뭐 이런 식이다. 자료 화면을 띄우고 있지만 저것이 진실이라는 보장은 없다.
“쾌락 출산이라는 단어를 들어봤나?”
“그게 뭐에요.”
별로 관심도 없고 궁금하지도 않지만 예의 상 물어봤다.
“지금은 조제법을 유실했지만 얼마나 다행인지... 쾌락 출산은 말 그대로 출산 전에 약물을 맞고 출산의 고통을 쾌락으로 바꾼 채 아이를 낳는 거야.”
“흠...”
기자 양반이 갑자기 소리를 냈다. 흥미라도 생겼나 보다. 기사거리정도는 될 것 같기도 하다.
“그전에도 다양한 출산법이 있었지만 그건 언제까지나 산모와 아이의 안전을 위한 방법이었지. 아예 시험관에서 태아를 만들어 산모의 부담을 없앤다거나.. 어쨌든 임신과 출산은 숭고하지만 위험하니까. 하지만 저 약물의 등장으로 출산은 하나의 성적인 오락 행위가 돼버렸지.”
“그건 좀 충격적인 이야기네요.”
기자양반이 말했다.
“인공지능의 완벽한 일 처리가 사람들에게 일거리를 빼앗았거든. 심심함 때문에지금은 상상도 못할 엽기적인 놀이들이 많지. 인류의 타락은 한계를 몰랐어.”
할망구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한 동안 뜸을 들였다.
“내가 이 쾌락 출산을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히 자극적으로 너희들의 관심 끌려고 하는 것은 아니야. 인류가 인공지능을 버린 결정적인 이유가 돼서 하는 이야기야.”
“어떤 일이 있었는데요?”
할망구는 관심 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쾌락 출산 이야기에 약간의 관심이 생겼다.
“쾌락 출산의 등장, 죽을 걱정이 없어진 인공지능의 발달된 의학,관리력은 남자도 여자도 피임을 잊어 버리게 됐지. 인공지능 지배시기 말에는 부모라는 개념도 사라져. 아이를 낳으면 무조건 인공지능 시설에 맡겨버렸거든. 임신을 해도 쾌락 출산이니까 여자들은 오히려 보너스처럼 기대하게 되었지. 아이를 낳아도 책임질 필요도 없어졌거든.”
“....”
꽤 충격적이다.
“그 결과는 어마어마한 인구였다. 지구는 인구를 부양하기 어려워졌지. 인공지능의 임무는 인류를 잘 보살피는 것이었어. 인공지능은 아마 열심히 계산 했을거야. 이 사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인류의 방탕한 멸종을 피할 수 있을까.”
“그것이 잘 알려진 대량 학살이라는 건가요?”
내가 묻자 할망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인공지능은 인류를 말살하려고 학살을 저지른 것이 아니야. 인류의 멸망을 막으려고 한거지.”
“엄청난 얘기네요. 물론 사실이라면요. 증거도 없어 보이고.그리고 그것이 복고주의자들과 무슨 상관인가요. 쾌락과 방탕의 시기로 돌아가자는 건가요?”
“당연히 아니지. 그건 인류의 실수야. 나는 아니 복고주의자들은 인공지능과 인류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봐. 물론 복고주의자들이 인공지능만 한정해서 말하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는 옛날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어. 음식의 부활이 좋은 예시겠지?”
음식은 복고주의자들의 좋은 예시지만 오히려 그 점을 이용하는 느낌도 있다. 좋은 것을 던져주고 결국 모두 갈취해버리는 사기꾼들처럼.
“결국 그 많던 인구는 인공지능의 학살로 80억 까지 줄어버리고 인공지능은 이정도면 인류가 유지될 것이라고 판단, 학살을 멈추지. 하지만 인류는 심각한 PTSD에 걸리게 되는 계기가 돼.”
그 다음 이야기는 역사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알고 있는 이야기다. 200여 명의 영웅들이 모여 인공지능을 몰아낸다는 이야기다. 전 인류가 합심하여 군대를 조직하고 인공지능을 격파했다고 전해진다.
“그 후 영웅들이 등장하지만 그것도 많이 과장된 이야기야.”
할망구는 아까부터 통상적인 사람들의 지식을 전부 부정하고 있다.
“200명까지만 진실인거지. 애초에 군대를 조직한 적이 없어.다들 대학살로 패닉에 빠져있을 때 그 200명은 인공지능 제어 장치로 가서 인공지능을 꺼버린게 다거든. 물론 인공지능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어. 전쟁이 일어났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야. 오히려 인공지능이 사라진 뒤 인류는 끔찍한 전쟁, 기아, 전염병 등에 휘말리게 돼. 그럴만도 한 것이 인공지능은 5000년대에서 6000년대까지 무려 1000년 간 인류를 관리해 왔거든 1000년 간 인류는 노는 것밖에 몰랐으니 수 많은 시행착오들을 겪게 돼. 그것도 3000년 동안, 지금까지 말이야.”
나와 기자양반은 말 없이 할망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물론 그 200명은 귀족아닌 귀족이 되었지. 기업회의 사람들은 모두 영웅들의 후손이고 금성의 왕 역시 영웅들의 후손 중 한 명이지. 화성이 그나마 영향이 좀 덜하겠군. 그러나 화성도 정치, 경제 등 분야에 영웅들의후손이 전반적으로 퍼져있고. 애초에 자신들의 활약에 살을 붙여 우상화 했으니까 노는 것 밖에 모르는 순진한 인류는 그대로 먹힌거지.”
“멋진 이야기에요. 셀로아씨. 물론 증거가 있다면요.”
내가 말했다. 그러자 할망구가 대답한다.
“증거? 우리가 한 것이 고대 데이터들을 복구하는 거였어.”
할망구는 손을 뻗으며 이곳을 가리킨다.
“이곳은 고대 도시의 유적이야. 숲에 덮여있어서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옛날 사람들은 직사각형 모양의 건축물에서 살았던 것 같더군.”
그리고 할망구는 기계에 손을 대며 말했다.
“옛날 사람들도 백칩이나 바이오칩 개념 같은 것이 있었어. 사람 상반신 만한 박스 같은 것에 데이터들이 들어있었지. 처음에는 무슨 기계라고만 생각했는데. 우연히 이 기계를 작동 시킨 후 가치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물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럼 증거를 저한테 보여주실 수 있나요?”
“보여줘도 못 알아 볼 거야. 문자가 해석이 안 되니까.”
“그럼 할망... 셀로아씨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건가요?”
“나는 못 하지만 그 비결은 비밀이야. 알고 싶으면 우리 단체로 들어와.”
나도 기자양반도 거절했다. 아무리 그래도 테러 단체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복고주의자들은 지금도 그렇지만 말을 들어보면 그럴싸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다. 과거에 인류가 방탕했고 결과는 인공지능의 대학살이었는데 다시 옛날로 가자는 것은 무슨 궤변인지 모르겠다. 좋은 자극이 되는 이야기일 뿐이다. 고대의 좋은 점은 받아들이고 나쁜 것은 거르고 뭐 이런 이야기 같은데 그렇게만 보기에는 복고주의자들의 무차별 테러를 용납할 수는 없다. 덕분에 내가 고생하기도 했고.
“시간을 빼앗아서 미안해. 우리가 너무 나쁜 놈들로만 인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할망구는 기자들이라고 생각해서 우리를 잘 해준 것인가 싶다. 이제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다. 결국 집단 퇴역이 의도였는지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증명할 수가 없었다. 이제 부대로 돌아가서 금성의 공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최소의 피해를 입을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나는 할망구의 안내를 따라 넓은 문으로 왔고 마찬가지로 간단한 검문을 받았다. 그런데 받는 중에 내 손에 수갑을 채웠다. 기자양반도 채워졌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기자양반이 소리쳤지만 경비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할망구가 말했다.
“리튼 페일. 지구군 소령. 동부 지역 97사단에서 우리들을 괴롭히는 존재. 만나서 반갑구만.”
내가 물었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지?”
“현관으로 바래다 주면서 들었지.”
“들었다고? 백칩이라도 썼나? 여긴 전파가 안 통한다며.”
“백칩은 아니지만 통신 수단은 있지. 자연적으로 전파가 차단되긴 하지만 심하지는 않아. 우리가 의도적으로 백칩을 차단하는 방해 전파를 뿌리고 있으니까.”
처음에는 몰랐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신상을 파악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고대 기계들을 통해서 말이다. 나는 다급히 말했다.
“동부에는 지금까지 수많은 테러가 있었어! 복고주의자들의 공격에 나는 시민들을 지켰을 뿐이라고!”
“동쪽 놈들이 좀 거칠긴 하지. 그건 인정해. 하지만 결국 우리 조직이거든. 나를 너무 미워하지는 마. 전파는 안 통하니 아가씨는 백칩으로 연락 시도는 생각도 말고.”
할망구는 그렇게 얘기하고 우리를 방에 가뒀다. 복고주의자 본부 맨 윗층이었다. 감옥처럼 쓰이고 있지만 그냥 깨끗한 방이다. 침대도 두 개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와 다르지 않았다.
“계획 있어요?”
기자양반이 물어보았다.
“무슨 계획이요?”
“당연히 탈출 계획이죠!!”
“큰소리 치지 마요. 들리겠어요.”
“...백칩도 안 된다고 했어요.”
“진짜로 안돼요?”
내가 묻자 기자양반은 몇 초 후에 안된다고 대답했다.
나는 어찌되었던 생긴 시간을 활용해 복고주의자들의 생각을 파악해 보고자 했다. 결국 추측의 영역이지만 그들은 왜 옛날로 돌아가겠다고 하는 것일까. 물론 그들이 주장하는 것은 걸러 듣는 것이 좋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좋은 뜻을 어필하기 때문이다. 들어보면 나쁜 사람은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의도를 파악해보자면 복고주의는 역시 앞에 내새우는 명분 같은 것이고 본 뜻은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서라고 본다.
다 그렇다. 그들은 옛날 기술들, 음식, 고대 기계들을 다시 쓰자고 하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늘리려고 하는 것이다. 과거 복고주의자에 호응하던 정계 인물들이 몇 있었으니까 그들은 정계에도 진출하려고 시도 했고 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점점 과격해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복고주의자들이 호감을 얻었다면 그것을 계기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업을 하거나 기업회의에 들어가거나 정치 관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들의 재산이 늘어나게 된다. 결국 자신의 이득으로 연결된다. 이것은 인간의 불변하지 않는 진리다. 그러고 보니 할망구가 동쪽 놈들이 거칠다고 했다. 이 점은 복고주의자 내부에도 여러 파벌이 있을 것으로 본다. 나중에 복고주의자들을 해체할 때 요긴하게 쓰일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데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네라인데요. 저녁 식사를 가져다 주라고 했어요.”
“네라? 우리 좀 꺼내줘!”
기자양반이 다급히 이야기 하자 내가 제지했다. 그리고 침착하게 네라에게 내가 물어 보았다.
“우린 처형이라도 당하는 거냐?”
네라가 말했다.
“아니요. 셀로아할머니가 말해주라고 하셔서 하는 말인데복고주의자들은 여러분들을동쪽으로 보낸다고 했어요.”
“동쪽?”
“아마 메리크 쪽 일 거에요.”
“메리크? 이야아~. 진짜로 부대에 복귀하게 생겼군.”
“시체로 복귀하게 되겠죠.”
“네라. 그건 말이 좀 심하구나.”
내가 곤란하다는 듯이 이야기 했다. 네라는 말을 돌렸다.
“복고주의자들이 괜히 옛날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에요.”
“무엇 때문인데?”
나도 다른 말에 호응하자 기자양반이 말했다.
“지금 한가하게 복고주의자들의 미친 사상이나 연구할 때에요? 네라. 여기서 꺼내주면 우리가 어떤 보상이든 할게. 보니까 셀로아씨가 너를 죽이거나 할 것 같지는 않아. 다정한 사람으로 보이니까...”
말도 안돼는 거짓말을 태연히도 한다. 우릴 꺼내주면 할망구가 네라를 가만히 놔두겠냐.
“셀로아 할머니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다정한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여러분들을 탈출시켜주면 전 죽을 거에요.”
내가 말했다.
“그래. 위험한 사람이지. 그런 사람을 왜 따르게 된 거야.”
“그냥 살아가기에는 전 너무 가혹한 처지였어요. 그래서 셀로아 할머니가 접근한 거겠지만.”
잠깐 얘기했던 왕따 이야기 같다. 물론 심해지면 자살하거나 살인을 저지르기도 하니 심각한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나 역시 어느 정도 경험했다. 고등학교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도망치는 바람에 말이다. 나 같은 경우 어머니가 재혼으로 도망갔다고 소문이 났기 때문에 나를 놀리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고등학교 때 경험했던 일이고 성격이 나름 있기 때문에 비교적 별 일 없이 넘어갔다. 하지만 네라는 어릴 때 얘기다. 오히려 어린 아이가 더 잔인하게 굴 때가 있다. 타인의 고통을 전혀 인식하지 못 한다. 고등학교만 되어도 아이들은 많이 얌전해지는 편이다.
“과거에는 평등한 세상이었다고 해요. 괴롭힘도 없고 계급도 없고 다들 건전하게 살아갔다고 했어요. 그러나 인공지능 세상 때 타락해버렸고 지금도 인류는 인공지능 세상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고 했어요. 전 지금처럼 약해 보인다고 괴롭히는 사회가 싫어요. 저는 셀로아 할머니의 가치관에 공감했어요. 다시 인류를 예전처럼 공손하고 예의 바르고 포악한 욕심 없이 건전하게 살아가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그건 개소리야.”
듣다가 짜증난 나는 네라에게 말했다.
“개소리라고요?”
“내가 장담하는데 너를 괴롭혔던 애들보다 지금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한 친구가 훨씬 악질이야. 전 재산도 걸 수 있어.”
“그건 소령님이 안 당해봐서 그래요!!”
갑자기 네라가 소리쳤다. 그리고 울먹이며 말한다.
“그건..안 당해본 사람은 몰라요. 그런 악마들은 없어져야 해요. 이런 세상을 나는 용납할 수 없어요. 나는... 나는..”
말을 제대로 이어하지 못하자 내가 말했다.
“미안하구나. 그것도 상당한 고통 일텐데. 하지만..”
“그만해요. 소령님.”
기자양반이 껴들었다.
“미안해 네라. 너의 아픔을 우리는 확실히 이해 할 수 없어.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야. 가서 쉬는 것이 좋겠다.”
네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눈물을 닦으며 돌아갔다.
“쳇. 결국 아픈 애를 이용하는 것 뿐이잖아.”
내가 한탄하자 기자양반이 말했다.
“그렇다고 가슴 아픈 진실만 들이대는 것도 잔인한 것 아닌가요? 소령님 못 된 거야 진작에 알았지만 때로는 거짓이라도 위로해주고 넘어갈 줄 아셔야 해요.”
“거짓은 거짓이에요. 선의를 가진 거짓말은 존재 할 수 없다고요. 이유가 어찌 되었던 거짓은 상대방을 이용할 수단에 지나지 않아요. 방금 기자님도 네라를 살살 구슬려서 탈출할 생각이었잖아요.”
“..소령님이랑 실랑이 벌일 생각은 없지만 때로는 거짓말도 필요한 것은 맞아요.”
“네. 그렇게 서로 속고 속이며 먹고 먹히는 것 아니겠어요? 정말 아름다운 포식자들의 세상이군요.”
나는 기자양반이 조용해지자 말을 이었다.
“지금은 자두죠. 당장 우리를 동부로 보낼 것 같지는 않으니까.”
“소령님의 말이 진실이길 빌어요.”
기자양반의 비꼬는 이야기를 들으며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네라가 아닌 다른 인간이 우리에게 아침을 주었다. 빵과 소금으로 구운 고기다. 복고주의자들이 알려준 최초의 요리 레시피다.
기자양반은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딜을 했다. 꺼내주면 반드시 보상한다고 했다. 그 사람은 들은 채도 안 했다.
“어쩌죠?”
“차라리 얌전히 있다가 동부 쪽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을 수도 있어요.”
“뭐라고요?”
“운이 좋으면 마르카 쪽으로 갈 수도 있잖아요? 거긴 평지가 많으니까 방해 전파가 약해질수도 있고.”
“그걸 이 인간들이 모르겠어요? 대책을 세우겠죠.”
“예. 어쩌면 그전에 백칩을 제거할지도 모르겠네요.”
“장난해요? 태평하게 잘도 얘기하시네요. 우리 지금 엄청 위기인 것은 아시죠?”
“물론 알고 있죠.”
내가 태평해 보였는지 무슨 수가 있냐고 물었지만 기자양반은 가뜩이나 어제부터 짜증나게 굴었고 오늘도 장난 하냐고 성질을 부리니 나도 빈정거리기만 했다. 기자양반은 몇 번 씩 주먹을 쥐며 때리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소령님...이 아니라 아저씨! 우리 이러다 죽는다니까. 뾰족한 수라도 좀 생각해봐.”
나는 그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밥만 먹었다. 기자양반은 이제 반말로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8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49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6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 화성 남자. 133세. 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
소년 – ?? 남자. 15세. 쓰레기장에 기절해 있었다. 리디스가 구조.
남자친구 – 지구 남자. 30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이름은 리튼 페일. 소령.
97사단 5연대 작전부장.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29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 – 지구 남자. 61세. 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 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4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7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6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6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8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 – 지구 남자. 151세. 육군 대장.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7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지구 남자. 67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3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6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2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 – 지구 남자. 55세. 육군 중장.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0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 – 지구 여자. 30세. 전업주부.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0세. 중위. 142사단 34연대 21중대 소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0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2세. 97사단 사단장.(작은 바보)
안내원 – 지구 여자. 23세. 보험회사 안내원.
네라 울센 – 지구 여자 14세. 실종소녀.
셀로아 하린 – 지구 여자 119세. 복고주의자 조직의 일인자.(할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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