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자들의 세상-7화 (7/86)

〈 7화 〉 포식자들의 세상 ­7­

* * *

나는 부대에 복귀하자마자 큰 바보(5연대장)에게 핀잔을 들어야 했다.

“지금이 전시 상황이라는 것을 잊고 사는 것 같아. 언제 금성이 올지 모르는데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는 거냐.”

차분하게 말하고 있지만 속으로 꽤 열 받았을 것이다. 큰 바보와 6년 동안 있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인데 폭발 직전에 항상 고요한, 마치 마지막으로 참는다는 느낌이다. 지금 크게 일을 만들어봐야 손해니 진지하게 잘못을 빌었다. 큰 바보도 만족했는지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더는 너 가는 곳을 타 부대 장군님에게 들어야 하는 사태는 없었으면 좋겠다. 정 가야 할 일이 생기면 적어도 나에게 보고는 해줘.”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그래. 가봐.”

나는 숙소에 도착했다. 먼저 할 일은 백칩 제거를 시도한 14세 소녀에 대한 기사를 찾는 일이다. 나는 루디샤에게 5개월 전 기사를 알아보라고 했고 몇 초의 시간이 흐르자 루디샤가 내용을 말해주었다. ‘백칩 부작용 호소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났었으며 소녀의 인터뷰도 있고 사건의 전말도 소개했지만 결과적으로 올 해 유일한 부작용 사례로 백칩의 안전성이 점점 향상되고 있다는 긍정적 기사였다.

기사의 출처는 뉴레든이다. 그 뒤 여러 보도 업체에서 뉴레든 기사들을 인용하는 기사가 났으니까 역시 소녀를 직접 인터뷰한 곳은 뉴레든이다. 그러고 보니 몇 일전 회의에 참관했던 기자 양반도 뉴레든 출신이었다.

현재 장교들의 질적 저하와 사관 학교 수석 ,차석 졸업자들의 연속적 군대 퇴역은 늙은 꼰대와 상의한 결과 백칩 때문이라는 결과에 도달했다. 물론 심증 뿐 증거는 없다. 하지만 일련의 부자연스러운 상황은 지구의 군사력을 약화 시키고 싶어 하는 세력의 개입일 가능성이 보이고 있고 때마침 금성의 선전포고와 5년 전부터 금성에서 지구인과 화성인의 실종 사건, 그리고 그 실종 사건이 5년 전을 기점으로 장래성 있는 장교들의 집단 퇴역이 시작된 것과 시기가 일치하는 것으로 미루어 봤을 때 정체불명의 적대 세력은 금성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나의 계획은 내일 또 다시 연차를 내고, 불가능하다면 또 늙은 꼰대에게 부탁해서라도 나가서 뉴레든에 기사에 관해 물어보고 사건 소녀의 주소를 알아 낼 계획이다. 부작용이라던지 소녀에게 물어보면 백칩에 대해 좀 더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애초에 백칩 제조사가 자신에게 불리한 일일 수도 있는 이건에 솔직하게 답해 줄 것 같지는 않다. 역시 소녀에게 물어보는 것이 백칩의 약점을 잡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고 약점을 바탕으로 백칩 제조사에 중요한 정보를 요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날이 밝자 나는 큰 바보에게 연차를 요청했다. 올 해의 마지막 연차라고 말하면서 나 치고 예의 있게 말했다. 잠시 날 멍하게 바라보던 큰 바보가 말했다.

“리튼. 대채 왜 그래?무슨 일 있어? 어떻게 된 거야?”

어느 정도 수긍 가는 질문이다. 하지만 현재 사실대로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 마냥 숨기고 있는 것도 그러니 대략적으로 말하기로 했다.

“사실 놀러 가는 것은 아닙니다. 제16 미사일 방위기지 대장님과 논의 된 상황인지라..”

“음... 방위기지장님이 자네랑 각별한 사이 인 것은 알고 있지. 혹시 기밀 사항인가?”

“그렇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군.”

큰 바보에게 시간을 낭비한 후 나는 다시 부대를 나섰다. 이미 설득했지만 그래도 예의를 차린다고 금성이 금방 공격하지는 않을 거라고 안심 시켜 주었다. 큰 바보 역시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부대를 나오자마자 나는 다시 수도로 날라갔다. 작은 바보에게도 보고가 갔을 테니 이제 내 윗놈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수도의 뉴레든 회사에 도착하자 역시 안내 데스크가 있다. 백칩으로 대부분 해결 가능한 요즘 직접 찾아오는 것이 드문데 내가 모습을 보이자 안내원이 약간 당황한 기색이다.

“백칩 부작용 호소 사건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아. 네.. 올 해 있었던 사건이군요. 어떤 점이 궁금하십니까?”

흑발의 남자는 공손한 태도로 말한다.

“기자분을 좀 만나고 싶은데요.”

안내원은 약간의 정적 후 안내 데스크 앞 중앙 홀로 안내했다. 중앙 홀에는 10개의 테이블과 커피 판매기가 있다. 안내원은 커피 판매기를 사용해 나에게 건내고 10분 정도 기다려 달라고 했다.커피는 내가 사관학교 있을 때만 해도 꽤 비싼 음료였는데 어느새 커피 판매기의 등장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료가 됐다. 주니까 먹기는 하지만 커피는 역시 너무 써서 별로다.

커피를 조금 마시다가 그냥 큰 창가 너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누군가가 나를 불렀다. 하이톤의 목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붉은 머리, 주근깨, 짙은 파란 눈에 익숙한 여성이 보였다. 몇 일 전 회의장에서 본 그 기자 양반이다.

“오랜만이네요 소령님. 저를 찾아오셨다고 들었어요.”

“아 회의장의 그 기자분이시군요?”

“예. 기억해 주셨네요?”

“네... 부작용 사건 기사를 업로드한게 정말 기자분이신가요?”

“부작용 사건이면 아아 백칩 부작용 호소 사건 말씀이시군요. 예. 기사 마지막에 제 이름을 적어 놨으니 확인 가능 하실텐데..”

나는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루디샤에게 기사의 기자 이름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루디샤는 ‘아리카 배너리아’라는 이름을 말했다.

“아리카 배너리아?”

“예 맞아요! 제가 인터뷰 때 제 소개를 안했었나요?”

“안 했습니다. 기억이 전혀 없으니까요.”

“기억을 못하시는 것은 아니시겠죠?”

“저는 기억이 좋은 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령님처럼 생각하시더라고요.”

전에 봤을 때보다 태도가 까칠한 것을 보니 기자 양반도 나 때문에 화가 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기자 양반이 먼저 원인 제공을 하지 않았나?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기사에 있는 백칩을 제거해달라고 난동 피웠던 소녀 말인데요. 그 소녀가 어디 사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 소녀를요?”

“예. 만날 일이 좀 있어서.”

“그건 정부 쪽 일인가요?”

“뭐 그렇죠. 당연히 기밀 사항입니다.”

“흐음.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생각보다 감이 좋은 것 같다.

“기밀 사항 맞습니다.”

나는 정부에 관한 단어를 빼고 약간 애매하게 대답했다.

“그런가요? 하지만 알려드릴 수는 없겠네요.”

“공적인 업무입니다.”

“하지만 전에 소령님께서 저에게 원칙을 엄청 강조 하시지 않았나요? 원칙 상 기자는 인터뷰 상대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하거든요. 그 소녀는 저에게 프라이버시 보호 요청을 하기도 했고. 이건 총수님이 부탁하셔도 거절해야 한답니다. 아 물론 지금 녹음 같은 거 하고 있지 않아요. 녹음하게 되면 당연히 소령님께 ‘원칙’에 의거하여 미리 통보하도록 할게요.”

단단히 화가 났구나.

“그때는 에.. 죄송합니다. 다른 일들 때문에 화가 나고 예민해져 있어서..”

“아~ 다른 일 때문에 저는 화풀이 대상이 된 거였군요? 너무 하시네요.”

“그런 것은 아니고..”

“아니면 뭔데요?”

나는 화풀이나 하려고 그랬던 것이 아니라 이 기자가 개념 없이 구니까 그런 것인데 지도 그때 기분 나빴다고 다시 만나서 이렇게 보복성 꼬장이나 부리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 하지만 이렇게 얘기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으니 자세를 낮춰 얘기하기로 했다.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없네요. 아무쪼록 너그럽게 마음을 풀어주신다면...”

“공적인 일이라고 하셨나요?”

“네.”

“원칙을 무시하는 게 되겠지만 소령님도 제발 원칙을 깨부셔달라고 하시니 잘 알겠습니다. 단 조건이 있어요.”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어떤 조건이죠?”

“저도 따라가고 싶어요.”

어쩔 수 없다. 소녀의 소재지를 알기 위해서는 이 기자 양반과 타협해야 한다. 나는 어쩔 수 없다면 이 상황을 이용하는 것을 선택하기로 했다. 이 기자 양반의 녹음 기능을 쓰도록 하자. 루디샤를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루디샤를 너무 부려먹는 것도 찝찝하니 루디샤에게 잠시 휴식을 주기로 했다. 인공지능 로봇이니까 필요는 없겠지만.

“어쩔 수 없군요. 기밀 사항이지만 기자님을 데리고 다녀야겠네요. 하지만 저도 조건..이 아니라 부탁 드리고 싶은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조건..이 아니라 부탁은 어떤 것인가요?”

아 꽤 짜증 나는 스타일이었네.

“기밀 사항인 만큼 이것을 기사화 시키시려면 먼저 제가 미리 검수를 좀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녹음은 당연히 저에게 미리 통보해주셔야 하고요.”

“녹음은 원칙이니 잘 알겠습니다만 기사를 기사 대상이 검수 하는 것은 원칙을 깨는 일이지 않나요?”

“제가 기사 대상이었나요? 기밀 사항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거야 기자의 선택이죠. 소령님이거나 기밀 사항이거나.”

얄미운 표정으로 말하는데 한 동안 속 뒤집어 지는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

기자 양반은 다시 한번 자신이 아리카라고 소개하고 나 역시 리튼이라고 소개 한 뒤 소녀의 주소를 알려주었다. 소녀의 이름은 네라 울센, 북쪽의 중형 도시 스케나에 거주 중이다. 스케나면 추운 곳이다. 수도 페르샤에서도 멀고 인구도 별로 없는 곳이다. 산과 숲으로 둘러 쌓인 경관이 좋은 곳이다.나에게 있어서는 그냥 춥고 불편한 곳이다. 관광업으로 먹고사는 곳으로써 자연을 느끼고 싶어하는 도시 사람들이나 화성, 금성에서 많이 찾는다. 화성과 금성에는 자연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없다. 행성 주변을 둘러 싸고 있는 수 많은 외부 대기 장치들이 산소를 생성해 지상으로 보내고 있을 뿐 내부는 삭막하다고 볼 수 있다.

금성은 외부 대기 장치 뿐 만 아니라 자전 주기를 지구 시간과 맞추기 위해 금성을 통과하는 거대한 원형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금성 극지방에 거대한 원형 엔진을 우주선에 특수 합금 줄 등을 연결, 조정해서 박고 그 당시(3000여 년 전) 특수하게 제작된 충돌 우주선으로 망치로 치듯이 금성의 극지방에서부터 박아 넣은 것이다.

이런 난리를 피웠지만 막상 자연 생태계를 조성하는데는 망설였다고 한다. 자신이 없었는지 아니면 문제가 많았는지, 기술력이 부족했는지는 현재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어쨌든 금성과 화성의 삭막한 환경은 지구의 관광업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나는 기자 양반에 바로 내일 출발하자고 했다. 그러자 기자 양반은 스케줄도 없는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이런 일들은 미루지 말고 빨리빨리 처리해야 한다. 특히 금성이 어떻게 공격해올지 알 수 없으니 서둘러야 한다. 금성이 장교들의 심리를 백칩을 통해 조종했다면 이것도 하나의 공격 전술이 될 것이다. 약체화 된 사이에 금성이 강습해서 우리가 대처를 못하게 한다는 그런 전략이다. 하지만 그런 전략이면 선전포고를 안 하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괜히 경계심을 늘려서 당장 내가 조사를 하고 있다. 만약 선전포고를 안 했다면 나는 장교들의 퇴역이 우연으로 여겼거나 관심을 주지 않았을 것이다. 선전포고를 한 상황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도 이상하다. 공격하지 않는다면 왜 선전포고를 한 것인가. 공격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물론 맞지만 선전포고는 공격 전략이 세워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2주가 넘게 아무 공격도 없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외교적으로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도발을 했다고는 생각 할 수 없다. 그렇게 보기에는 너무 외교적으로 허용 가능한 도발의 선을 넘었다. 외교 차관을 잡아먹는 그런 퍼포먼스는 외교 선택지를 완전히 지워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전쟁 양상을 파악할 수가 없는 완전히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에 지구도 금성도 엄청난 희생을 강요 당하고 있다. 이 희생은 두 행성의 시행착오에서 오는 희생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도 결국 내가 할 고민은 아니다. 지구의 정부 부처가 알아서 정할 일인데 문제는 외교는 100% 기업회의쪽 사람들이라 손해 안 보겠다고 무리를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당장 금성을 점령해서 광산업에 뛰어들거나 빈 땅들로 부동산 장사를 시작한다거나. 그러니 자꾸 금성을 공격하라고 압박을 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나는 부대 숙소로 가지 않고 수도의 내 집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루디샤가 상냥하게 맞이해 준다. 나는 환대를 받고 루디샤에게 다음 행선지를 말했다. 루디샤는 주인님의 성공을 빈다고 손을 잡아 준다. 나는 살짝 웃으며 고맙다고 짧게 대답했다.

다음 날 루디샤에게 연락을 부탁하여 기자 양반에게 수도의 서쪽 공항에 오라고 했다. 약속 시간, 약속 장소에 도착 하자 곧 기자 양반도 도착해서 인사를 나눴다.

기자 양반은 저번과 달리 별로 말이 없었다. 왠지 수다쟁이일 것 같았는데 비행기 안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아도 어차피 백칩으로 뇌속 가상 세계에서 이것저것 할 수 있겠지만 나는 루디샤랑 함부로 이야기할 수도 없어서 좀 심심했다. 왠지 이 기자 양반은 내가 루디샤랑 얘기하는 것 만으로 뭔가 알아내려고 귀찮게 할 거 같기 때문이다.

스케나에 도착하자 확실히 공기가 상쾌했다. 수도나 부대 안 특유의 쾌쾌함과는 차원이 달랐다. 좋으면서도 이미 겨울을 향해 가고 있어서 숨을 쉴 때마다 안쪽부터 얼얼하다. 그리고인구가 없다고 들었지만 이 정도 없을 줄은 몰랐다. 도시라고 부르기도 힘든 수준이다.

하지만 관광업이 발달해서 엘리베이터 타워가 7개나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사단도 없고 테러나 범죄 조직도 없다. 스케나의 엘리베이터 타워를 보니 회의에서 말했던 엘리베이터 타워를 폭파하라는 의견은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다.

기자 양반이 알려준 곳으로 가니 집은 비어 있었다. 기자 양반이 몇 번 호출을 했지만 반응이 없자 잠시 집 앞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기자 양반이 비행기 안에서와는 달리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왜 백칩을 안 쓰세요?”

기자 양반이 대뜸 질문한다.

“알레르기가 있어서 백칩 못 씁니다.”

“알레르기요? 감기, 에이즈, 암, 코로나 등 다 정복한 인류가 알레르기를 치료 못하고 있다고요?”

“신종 알레르기에요. 지금까지 못 본 거라서 그래요.”

“이상하다. 어차피 신종 알레르기라고 해도 매커니즘은 거기서 거기니 고치는 건 일도 아닐텐데. 면허증도 없는 돌팔이 의사에게 간 거 아니에요?”

“그보다 복잡해요. 더 이상 묻지 마세요. 일하러 온 건데.”

“당장 할 게 없자나요.”

“그렇다고 개인 정보를 막 캐 물으시면 어떡합니까. 네라인지 뭔지 하는 소녀 프라이버시는 칼같이 지키려고 하시더만.”

“그거야 소령님이 하도 원칙을 강조하시니 저도 정신이 번쩍 들어서 그런거라니까요?”

또 그 일을 꺼낸다.

“게다가 공적인 일이라서 전 또 원칙을 깨버리고 결국 알려드렸자나요? 또 소령님한테 한소리 듣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아 진짜.”

나는 확 짜증이 나서 자리를 떠났다. 기자 양반이 재빨리 쫓아 온다.

“지금 화나셨어요?”

“아니요.”

“방금 화내신 거 같은데.”

“아니에요. 계속 기다려도 네라인지 뭔지 하는 소녀가 안 올 것 같아서요. 숙소라도 잡고 근처를 탐문해봐야 할 것 같아요.”

“아아~ 그런 거군요?”

나는 화나지 않았다고 뻔하게 거짓말했다. 거짓말이긴 하지만 이유는 납득 할 만한 이유를 댔다. 기다리는 시간이 꽤 길긴 했으니까. 기자 양반 역시 수긍하는 척을 했다. 숙소에 침대가 두 개인 방을 잡고 나는 기자 양반에게 소녀가 이사라도 갔냐고 물어보았다.

“글쎄요. 그런 것 까지 알 수는 없죠.”

“그럼 결국 경찰서나 시행처(시민행정처리부서)에 가서 네라 울센에 대해 물어봐야겠군요.”

“공적으로 말이죠?”

“...신분증을 제시하고 사정을 설명하는 수 밖에 없겠네요. 안녕히 주무십쇼.”

나는 더 이야기하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것 같았다. 서둘러 정리하고 먼저 이불을 머리까지 덮고 자버렸다. 기자 양반도 네네~ 라고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자기 침대로 갔다.

날이 밝자 세수나 화장실을 각자 차례대로 순서를 지켜 하고 아침은 숙소 밖 식당에서 같이 해결했다. 기자 양반은 아침이 약한지 반쯤 감긴 눈으로 기계처럼 팔과 입을 움직였다. 나는 이제는 저렴해진 커피를 사주며 이제 바빠질 테니 정신 차리라고 했다. 기자 양반은 어제에 이어 또다시 건성으로 대답하며 커피를 후룩후룩 마셨다.

기자 양반은 경찰서보다 시행처가 더 가까우니 시행처를 먼저 들러보자고 했다. 나는 기자 양반을 말을 따르기로 하고 시행처로 갔다. 역시 한결같은 반응이다. 직접 찾아오는 사람이 약간 신기해 하면서 당황스러워하는 그 반응. 생각해 보면 그런 반응이 없었던 것은 부대 앞 보험사 안내 직원정도였다.

시행처의 직원은 신분증을 보여주고 네라 울센에 대해 물어 봤지만 개인 정보를 그런 식으로 알려 줄 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영장 수준이 서류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나는 군인이지 경찰이 아니다. 군인에게 영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공적 업무라고 부탁해보지만 시행처 직원은 여전히 단호했다.

기자 양반이 내 어깨를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밖으로 부른다.

“소령님. 생각보다 정말 대책 없이 사시네요. 난 뭐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무슨 소리에요.”

“시민 정보를 그것도 시행처 공무원에게 알려달라고 하니 줄 리가 없자나요? 잘못되면 짤리는 건데. 난 당연히 확실한 방법을 마련하고 오신 줄 알았죠.”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빠른 해결을 위해 서둘다 보니 좀 허술하게 진행했다.

“하면 막연히 될 거라는 생각은 고치시는게 좋을 거에요.”

기자 양반은 바닥을 보며 작게 이야기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말을 이었다.

“저한테 이 빚, 어떻게 갚을지나 생각해두세요.”

그렇게 말하고 기자 양반은 완고한 시행처 직원에게 갔다. 그녀는 직원에게 자신이 말한 코드로 연락한 뒤 자기 이름을 대라고 했다. 직원은 잠시 뒤 깜짝 놀라며 네라 울센은 아무대도 이사 가지 않았고 3개월 전부터 이미 실종 상태라고 했다. 그 밖에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 네라는 백칩 부작용으로 3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더 어렸을 때 이혼해서 소식이 없다고 한다.

실종이라니, 금성하고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이혼 후 연락 두절이라.. 내 가정 환경이랑 비슷하다. 나도 아버지가 쿠데타를 막다가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그 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재혼으로 도망갔다. 물론 새아버지와 같이 살자고 권유하기는 했지만 내 성격을 아는 어머니가 내가 거부할 것을 알고 떠본 것이다. 내가 거절하자 그럴 것 같았다고 하고는 그 뒤 연락도 없다. 이 일로 방황은 좀 했지만 그래도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이고 이미 군인이라는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네라는 3년 전이면 11살이다. 11살에 부모님이 아무도 없는 상태였 던 것이다.

네라는 집을 물려 받는 바람에 고아원에 들어가지 못했다. 물론 고아원이 네라를 더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겠지만 혼자 살게 되었으니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하는 상태고 이것이11살 꼬마 아이가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금성과 관계없이 실종 된 것일 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범죄에 당한 것 일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 힘이 빠진다. 어떻게 금성이 단체 퇴역에 연루되었는지 알아낼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연차가 많이 남았기를 바랄 뿐.

“그냥 돌아가야 하나요? 네라가 실종이라는데.”

“집에 뭔가 있을지도 모르니 집 안을 좀 볼 수 있을까요.”

직원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지만 담당 경찰에게 연락하겠다고 했다. 시행처 밖에 나온 뒤 경찰서로 가면서 내가 물어보았다.

“어떻게 직원을 설득하신 거에요?”

“당연히 비밀이죠.”

“흥, 높으신 분의 자제분 이거나 그런거겠죠 뭐.”

“비밀이라니까요. 호호.”

우리는 경찰의 안내를 받아 네라의 집을 둘러보았지만 결국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집도 깔끔하게 정리 되어있었고 특이 사항이 없었다. 경찰 역시 사라진 당시에도 특별한 게 없었다고 증언했다. 실종 신고는 학교에서 한 것이다. 네라가 계속 등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찰과 헤어지고 공항으로 돌아가는데 어떤 할머니가 말을 걸었다.

“그 집은 왜 들어갔다 온 거야?”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서 나와 기자 양반은 목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8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49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6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 화성 남자. 133세. 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

소년 – ?? 남자. 15세. 쓰레기장에 기절해 있었다. 리디스가 구조.

남자친구 – 지구 남자. 30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이름은 리튼 페일. 소령.

97사단 5연대 작전부장.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29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 – 지구 남자. 61세. 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 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4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7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6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6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8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 – 지구 남자. 151세. 육군 대장.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7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 지구 남자. 67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3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6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2세. 뉴레든의 기자.(기자 양반)

다이타르 기란 – 지구 남자. 55세. 육군 중장.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0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 – 지구 여자. 30세. 전업주부.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0세. 중위. 142사단 34연대 21중대 소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0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2세. 97사단 사단장.(작은 바보)

안내원 – 지구 여자. 23세. 보험회사 안내원.

네라 울센 – 지구 여자 14세. 실종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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