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포식자들의 세상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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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하고 내일은 진짜로 부대에 복귀할 준비를 했다. 루디샤는 군복을 다려주고 내가 사 온 생선을 맛있게 요리해 주었다. 루디샤가 만들어 준 생선 요리를 먹으면서 든 생각은 복고주의자들의 유일한 업적이 이 음식을 부활시킨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인류는 인공지능에 지배 당하던 시절로부터 무려 최근 20년 전까지만 해도 영양 캡슐로 끼니를 해결했었다.
필요한 열량과 영양소가 전부 들어가 있는 영양 캡슐은 인공지능의 작품이기도 하다. 편리하고 포만감도 주기 때문에 인류는 지금까지 별 생각 없었지만 복고주의자들이 인류의 옛 열량 및 영양분 섭취법을 공개했다. 아버지는 음식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돌아가신 셈이다.복고주의자들은 지구, 화성에서 꽤 성가신 존재들이다. 기존의 정부를 부정하고 인류는 옛날로 회귀해야 한다며 과격한 짓을 서슴지 않는다. 우리부대의 주 역할 역시 복고주의자들의 테러 활동을 저지하는 것이다.
화성은 지구처럼 정도가 심하진 않지만 복고주의자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 복고주의자들이 재발견한 음식을 사업으로 확장해 돈방석에 앉은 것이 화성의 마르마스라는 기업이다. 예전부터 지구 기업에 적대적이었지만 요식업으로 인해 재산이 늘어나면서 지구에 공격적으로 자신의 상품들을 마케팅하고 있다.
금성은 복고주의자들이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지구의 복고주의자들은 심각한 수준이다. 고대에 ‘국가’라는 정부 형태를 부활시키겠다고 공언하며 기업회의 사람들을 자극하고 있다. 처음에 시민들은 별 생각 없었지만 과격한 테러 행위들이 반복되자 일반 시민들도 복고주의자들에게 적대적으로 변했다.
내가 복무하는 마르카 지방은 구역 이름이고 마르카 지방 안에4개 도시의 방위를 담당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타워는 한 개도 없다. 다들 소도시다. 하지만 복고주의자들의 테러가 활발히 일어나는 곳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좁은 지역임에도 4개 사단이 배치되어 있다. 도시 하나 당 사단 한 개가 배치 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복고주의자들을 생각하다가 잠든 뒤다음 날, 마르카 지방으로 비행기를 타고 2시간 동안 날아갔다. 나는 루디샤에게 무사히 도착했음을 알리고 부대로 들어가 복귀 신고를 마쳤다. 그리고 장교 전용 숙소로 들어갔다. 숙소에 몇 명이 나를 보고 인사했고 나 역시 인사하며 인간관계의 적정선을 유지하며 내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침대에 누워서도 내 동기들의 퇴역 이유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나도 퇴역해버릴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그러기에는 사회적으로 눈치가 보였다. 지금은 많이 잊혀 졌지만 은행 강도를 말 만으로 제압했다고 매스컴이 떠들썩했었다. 난 그저 잘 구슬려서 자수를 시켰을 뿐이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사기를 쳤다.
그 날 나는 손을 머리에 얹고 숙이고 있다가 강도들에게 나도 은행 강도질에 참가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 관계자라고 속였다. 군대 배지와 경찰 배지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 역시 사회에 불만이 많고 지방으로 떠나 부유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은 이미 늦어 경찰들에게 포위되어 있어 경찰들과의 총격전을 피할 수 없으니 일부로 자수한 뒤 밤이 되면 내가 훔친 돈과 함께 유치장에서 몰래 꺼내주겠다고 제안했다.
돌이켜 보면 이걸 믿은 강도들이 어이가 없다. 이걸 믿다니... 물론 약간의 과장된 몸짓과 말투, 경찰차의 위협적인 사이렌 소리,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서 속은 것이겠지만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흥분한 강도들에게 말을 걸고 그러는 것은 두 번 다시 안 할 것이다.
어찌 되었던 이 일이 마치 진실 된 설득으로 강도들을 교화 시켜 스스로 자수하게 만든 의인의 행동으로 둔갑하여 시민들이 열광한 적이 있다. 부대로 들어가서 진실을 말하자 이를 안 동료들은 배를 부여잡고 웃어댔지만.동료라는 생각을 하자 나는 궁금해졌다. 내 동기들, 심지어 수석과 차석이 이른 나이에 퇴역을 했는데 다른 기수들의 사정은 어떤지 말이다. 나는 복도로 나오자 마침 걸어가고 있는 소위를 보았다. 그는 니루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야!!!”
내가 부르자 니루스는 관등성명을 대며 나한테 뛰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작전부장님.”
“잠깐 내 방으로 와봐.”
“알..알겠습니다.”
“긴장하지 말고 와. 그냥 물어볼게 있어서 그래.”
나는 니루스에게 내 방의 의자를 하나 건네 앉혔다.
“니루스 너 동기 중에 퇴역한 사람 몇 이야?”
“다 알 수는 없지만 한 20명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것만 말해서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는다. 실제로 퇴역이야 비일비재로 일어나는 일이다. 쿠데타 같은 큰 사건이 없는 이상 테러 행위에 병력이 많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들도 소규모로 움직이니 우리도 기동성을 유지하기 위해 장비도 가볍고 움직이는 인원도 소수로 움직인다.
퇴역 역시 자유로운 편이다. 결혼 날짜가 잡혀서 퇴역한다 해도 사유로 인정받는다. 다만 예비역으로 편성되기 때문에 위급한 일이 생기면 부대로 소환될 수 있다. 나는 질문을 약간 바꿔보았다.
“혹시 너 동기 중에 수석이랑 차석도 퇴역했냐?”
“어...? 예. 그렇습니다.”
이거다. 내가 느꼈던 묘한 어색함. 능력 있는 젊은 장교들의 이유 없는 집단 퇴역. 아이러니 하게도 나보다 뛰어났던 젊은 장교들이 나가면서 내가 두각을 나타내게 되었다. 물론 스스로를 평가 절하 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별자리들은 이런 일련의 사태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관학교 48등 짜리가 차대를 이끌어갈 재목이라고 하고 앉아있으니까. 그래서 더 늙은 꼰대가 나를 아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심하게 대해서 수석, 차석 같은 재능 있고 젊은 장교들이 그만두고 있는 것인가 하고 자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역시 별자리들은 무능하고 멍청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아무리 봐도 부자연스럽고 이상 하니까.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면 외부의 개입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을텐데.
물론 아랫기수 하나만 보고 이런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나는 밖으로 나가 저녁 식사 시간을 활용하여 다양한 기수들의 장교들에게 물어보고 다녔다. 꽤 많은 다양한 기수들의 수석과 차석들이 퇴역했다는 것을 알았다. 심지어 윗기수들도 많았다.
멍청한 별자리들은 이 사태를 숨기고 있었다. 이것은 절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꽤 심각한 상황이다. 나는 절대 자연스럽게 이런 사태가 일어났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분명 조작을 했거나 유도 당한 것이다. 어쩌면 군의 사기가 떨어질까 숨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설마 이런 상태인지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기수가 정상적으로 사관학교를 졸업해서 군생활을 하고 있다하면 그 기간은 6년이 된다. 9994년에 졸업했으니까. 기수대로 따져보면 내 기수와 아랫기수는 수석과 차석은 물론이고 등수가 높은 장교들까지 모조리 퇴역했다. 가장 높은 등수는 39등 나랑 8등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우연히 안 사실이지만 나보다 1등 높았던 리노이도 다른 부대에서 군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윗기수들도 상당히 많은 수석과 차석들이 퇴역했다. 윗기수들은 장군 계급까지 유능하다고 평가 받은 장교들이 퇴역했다고 한다. 나는 거기서 비로소 늙은 꼰대가 왜 아직도 퇴역을 안 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너무 무심하게 지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물론 우리 사단은 장군과 장교들이 퇴역이 없었던 것이 더 눈치를 못 채게 만들었지만 이 사실은 우리 97사단 5연대의 장교들은 사관 생도 시절 성적들이 별로 였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뉴스에서 알려지지 않은 것은 충격이었다. 왜 알려지지 않았을까. 기업회의가 사회 불안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은폐한 것일까. 나는 다시 복도로 나가서 군부대 휴게실로 갔다. 두 명의 병사가 경례했다. 생각을 조용히 정리하고 싶기에 쉬라고 하고 나왔다.
이 부자연스러운 퇴역 사태는 분명 외부에서 우리 군을 약체화 시킬 목적으로 수작을 부리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들 이유들이 없을지언정 퇴역의 의사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사태를 만들었을까. 집단 최면? 그런게 있을리 없다. 나는 최면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그저 예능 소재 정도 일 뿐이라고 본다. 가족이나 인질에 의한 협박이었다면 벌써 공론화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나는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고 내일을 위해 잠을 청했다.
잠이 오지 않았지만 억지로 잤다. 노력하니 잘 수는 있었다. 일어나서 점호를 마친 뒤 아침 식사 시간에 다시 한번 장교들 사이를 돌며 질문을 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질문을 하니 다른 장교들이 나보고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설문 조사쯤으로 얼버무렸다. 나는 아직 공개할 만한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나는 퇴역한 시기를 알 수 있을까 물어보았다. 다들 그것까지는 모른다고 했다. 아침 식사 후 인사부에 들러 조사해서 적은 메모지를 건내 주었다. 인사부 행정 요원은 내가 명령한대로 메모지에 적힌 인적 사항을 토대로 언제 퇴역했는지 리스트를 전송했다. 나는 수고했다고 칭찬 한 뒤 숙소 방으로 돌아와 루디샤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리스트에 적힌 시기를 불러 달라고 했다. 이 퇴역 릴레이는 5년 전 최초로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5년 전이면 정확히 금성에서 지구와 화성인들이 실종되기 시작한 시기다. 나는 이 묘하게 겹치는 시기가 금성이 이 퇴역 사태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심증 뿐으로 금성에 다짜고짜 따질 수 없다. 그리고 퇴역을 결심한 이유를 아직 찾을 수도 없었다.처음에 금성이 선전포고 뒤 조용한 것이 금성의 내부 문제일까 생각했었지만 이 사태를 알고 난 뒤 금성은 이미 5년 전부터 착실히 공격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이 결론이 나를 소름 돋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소름만 돋고 있을 수는 없다. 일단 늙은 꼰대라도 불러서 의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상황에서 그나마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은 늙은 꼰대 정도 일 것이다. 다행인 점은 마르카 지방이 메리크 지역에 속한다는 것이고 메리크 지역은 지구의 제16 미사일 방위기지, 미사일 1억 6천만 개를 관리하는 곳이다. 그리고 그 방위 기지의 장이 파루스 데 칼트 대장이다.
나는 큰 바보(연대장, 몸무게 158kg)와 작은 바보(사단장, 키 160)에게 순차적으로 보고한 뒤 외출을 허가 받았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친척의 방문이었다. 큰 바보는 대놓고 금성이 언제 어떻게 쳐들어올지 모르는데 왜 연차에 외출에 염병이냐고 말한다.
루디샤에게 늙은 꼰대에게 연락을 부탁하고 30분 거리의 제16 미사일 방위 기지에서 늙은 꼰대를 만났다. 미사일 방위기지는 지구에서 인공지능이 허락된 몇 안 되는 곳이다. 늙은 꼰대는 내 개인비서과 로봇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나는 내가 조사한 자료들을 말했다.
“그래. 별로 들키고 싶지 않은 진실을 아주 잘 알아왔네.”
“농담하실 때가 아닙니다. 장군님.”
“헷. 장군은 무슨. 인공지능에게 명령 내리는게 장군이야?”
“파루스 장군님. 제 의견은 어떻습니까?”
“..금성이 꾸민 짓이라는 말?”
“물론 증거는 없습니다.”
“아니 짚이는 데가 있긴 해. 물론 이것도 심증이지만.”
“짚이는 데라면 어떤...?”
늙은 꼰대는 자신의 뒷 목을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백칩이야. 백칩. 이걸로 사람들의 퇴역을 유도 한거야. 그럴 듯 하지?”
백칩. 가능성이 있다. 뇌에 직접 연결되어 있으니까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게 가능한 일인가. 인간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다면 지구는 진작에 금성에게 멸망 당했을 것이다. 하긴 그정도는 아니니까 퇴역으로 군 약체화를 진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백칩이라면 지금 이 대화가 금성에 자동으로 전송되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그럴지도.”
늙은 꼰대는 뒷통수에 깍지를 낀 채 의자에 편히 앉아있다.
“왜 백칩이라고 생각하셨습니까?”
“너는 백칩이 없으니 모르겠지만 백칩으로 인한 사고는 항상 있었어. 갑자기 뇌사판정을 받고 팔다리가 마비되고. 악랄한 해커들의 해킹이라던가. 덕분에 백칩에 관한 보험만 수 백 개나 되거든?”
늙은 꼰대는 자기 책상 위에 음료수 컵을 집어 두 모금 정도 마신 뒤 말을 이었다.
“리튼 소령. 재밌는 점은 말이야. 이 항상 있어 왔던 백칩의 부작용들이 5년 전부터 확 줄었단 거야.”
“예..?”
“5년 전부터 시작된 실종 사건과 집단 퇴역, 그리고 백칩의 ‘확’ 줄어든 부작용이 뭔가 연관성이 느껴지는 것 같지 않나?”
나는 마치 머리에 번개가 파팟하고 튀며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나갈 채비를 했다.
“돌아가게?”
“아니요. 가볼 곳이 있습니다.”
“뭐 어디?”
“백칩 보험 회사입니다.”
“거길 간다고?”
늙은 꼰대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그냥 루디샤에게 자료 요청을 하면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지 않나.”
“일련의 사태들이 금성의 침략 행위라면 대략적인 자료 같은 것으로 사태를 진정 시킬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직접 보험 회사에 문의 해 봐야겠습니다.”
“보험 회사도 회사일세. 회사는 손해 볼 낌새만 나타나도 바로 비협조적으로 나올텐데?”
“자료도 자료지만 태도나 분위기도 좀 보려고요. 어디까지 연관 되어있나.”
“그래. 그래. 자네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잖나.”
이 늙은 꼰대는 꼭 둘 만 있으면 비꼬면서 막말을 한다. 나를 챙겨는 주는건 좋은데 솔직히 이런 점은 짜증난다.
“파루스 장군님. 죄송하지만 저는 그 보험 회사에 가봐야겠으니 97사단장님께 제 얘기 좀 해주십시오. 아! 그리고 이 상황을 아직 보고할 만 한 상황은 아니니까 적당히 핑계 대주시고요.”
“뭐?내가?!”
나는 대답을 듣지 않고 서둘러 보험 회사로 향했다. 나는 루디샤에게 가까운 보험 회사의 길 안내를 부탁했다. 마르카 지방 중 포겐이라는 도시에 보험 회사 체인점이 있었다. 나름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고 백칩이 없는 사람들을 고려한 기기들이 있다고 한다.나는 무백칩 전용 기기에 호기심을 느끼며 보험 회사 체인점에 도착했다. 큰 사거리에 꽤 큰 건물이 사거리 한쪽 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부대에서 1시간 거리니까 그리 멀지는 않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짙은 녹색의 특이한 머리 색을 가지고 있는 여자가 인사를 했다.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아! 그전에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안내원의 밝고 힘찬 목소리로 말하고 1~2초 뒤에 눈이 조금씩 반짝였다. 눈의 홍채에서 반짝이는 현상이 멈추자 안내원이 다시 말을 했다.
“고객님의백칩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아..그거요. 저 백칩이 없습니다.”
“네????고객님... 요즘 백칩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지경인데.. 어떻게 견디셨어요....”
과장되게 놀란 뒤 금방이라도 울것처럼 나를 불쌍하게 쳐다보며 나를 불쌍한 사람 관점에서 과하게 공감해주고 있다. 뭐야 이 여자.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고객님. 우리 보험 회사에서는! 백칩 시술도 무료로 해드리고 있거든요~ 시술은 3분에서 4분 정도로 실력 있는 선생님께서 금~방 끝내주실 거에요. 무통증도 보증 드릴 수 있고요. 왜냐하면 우리 보험 회사에서는 무통증에 관한 보험도 제공하고 있거든요? 백칩이 있는 인생과 없는 인생은 정말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객님... 몸이 지구 반대편에 떨어져 있어도 백칩만 있으면 언제든 연락 오케이! 무료한 시간에도 눈을 감고 약간의 생각만으로 수~~ 만 가지 게임을 해보 실 수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백칩을 무료로 한번 체험해보시는 것. 어떠세요?”
쉬지 않고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나는 말리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어떠세요? 라고 하면서 말이 한번 끊기자 나는 기회를 포착하고 적극적으로 내 입장을 전했다.
“잠깐! 잠깐만요! 백칩 시술 받으러 온 것 아닙니다!”
“백칩을 제공 받으시면 시술비는 할부로.. 네?”
시술비 발언부터가 애초에 무료가 아니지 않나? 어찌 되었든 나는 내 입장을 전달했다.
“사실 저는 백칩에 관해 부작용이 최근에 몇 건이나 발생했는지 조사를 좀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백칩도 없어서 물어보기 위해 직접 가까운 보험 회사를 찾은 것 이고요.”
“아!!! 죄송해요 죄송해요. 저는.. 고객님이 백칩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시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내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싶게 생겼나? 나는 다시 차분하게 안내원을 진정 시키며 내 주문을 전달했다.
안내원은 잠시 기다리라고 부탁하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 약간 시간이 지난 뒤 말을 했다. 표정이 굉장히 어둡다가 곧 눈물을 글썽이며 말한다.
“백칩에.. 의해 발생한 부작용 건수는.... 현재까지 29억 7244만 6721건 입니다......”
“아니?? 갑자기 왜 울어요?”
“하지만.. 너무 부정적인 숫자 같아요...고객님이 백칩에 생각이 바뀌실 까봐...흑..”
나는 애초에 백칩을 박을 생각이 없다.
“그런데 29억 건 이라는게 언제부터 일어난 건수를 말하는 거죠?”
“네? 아아...예 고객님. 백칩이 개발 된 1074년 후, 최초 보험 회사의 자체 조사에서 누적된 건수입니다.”
그렇다는 건 1000년 동안은 본인이 비용을 부담하며 부작용을 치료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 상관없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5년 전 발생 건수다.
“좋아요. 범위를 좀 좁혀 보죠. 5년 전, 그러니까 9996년도에 발생한 부작용 보고 수는 얼마 입니까?”
“네 고객님. 9996년에 발생한 부작용 건은 4천 3백 5십 7만 7664건입니다.”
“9997년은요?”
“네 고객님. 어머!!! 고객님. 9997년 부작용 건은 8789건 이네요! 엄청 줄어 들었어요!!”
갑자기 힘차게 소리 좀 그만 질렀으면..
“9998년도 부탁해요.”
“네 고객님. 245건이에요.”
“올해는?”
“내 고객님. 어머 어머 어쩜! 딱 한 건이에요!!”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
“딱 한 건이요?”
“예. 고객님의 정보를 유출할 수는 없어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올해 여름쯤에 부작용을 호소한 일이 있었어요~.”
“...호소한 뒤에는 치료를 받았나요?”
“으음...알려드려도 될지...”
“부탁드립니다.”
안내원은 다시 풀이 죽은 모습으로 말했다.
“네..고객님.... 유감스럽게도 백칩의 제거를 요구하셔서.. 어쩔 수 없이...제거해 드렸어요...”
백칩을 제거했다고 한다. 꽤 신경 쓰이는 정보다.
“그 고객은 어떤 부작용을 호소 하던가요?”
내가 재차 묻자 안내원은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그게..아무래도 개인 프라이버시 때문에 말씀드리기가...”
“대략적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안내원은 망설였지만 결국 힌트 형식으로 주겠다고 하며 말했다.
“그럼.... 진짜 조금만 말씀드릴게요.. 그 고객님은 환청이 들리고 감시 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어요.. 그래서 막 본사에서 난리 치고 소리 지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백칩을 제거 하신거에요. 아직 14살 어린 소녀였는데 그렇게 그렇게 악을 지르며...하지만.. 상황이 진정되면.. 다시 백칩 시술을 받으실거라고.. 믿어요...”
조금이 아니라 다 말한 것 같다.
“꽤 소란이 컸나 보죠?”
“그렇죠. 올해 유일의 부작용 사례인데다가 보험 회사, 그것도 수도 본사에 들어가 난리를 쳤거든요. 물건을 막 부수고 욕하고.. 그랬어요. 저도 우연히 본사에 있다가 봤는데.. 세상에 그게..”
“아감사합니다. 그만 말씀해주셔도 돼요.”
자세한 내용을 알아낼 방법이 생긴 것 같다. 나는 안내원에게 가보겠다고 하고 보험 회사를 나섰다. 안내원이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며 ‘또 오실거죠?!’ 라고 외치는데 진짜 왜 저러는 건지 모르겠다. 나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또 올게요’라는 발언을 해버렸다.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8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49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6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 화성 남자. 133세. 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
소년 – ?? 남자. 15세. 쓰레기장에 기절해 있었다. 리디스가 구조.
남자친구 – 지구 남자. 30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이름은 리튼 페일. 소령.
97사단 5연대 작전부장.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29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 – 지구 남자. 61세. 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 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4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7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6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6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8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 – 지구 남자. 151세. 육군 대장.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7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지구 남자. 67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3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6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2세. 뉴레든의 기자.
다이타르 기란 – 지구 남자. 55세. 육군 중장.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0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 – 지구 여자. 30세. 전업주부.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0세. 중위. 142사단 34연대 21중대 소대장.
빌 시프 – 지구 남자. 60세. 대령. 97사단 5연대 연대장.(큰 바보)
흐라벤 피르시치 – 지구 남자. 소장. 62세. 97사단 사단장.(작은 바보)
안내원 – 지구 여자. 23세. 보험회사 안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