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자들의 세상-5화 (5/86)

〈 5화 〉 포식자들의 세상 ­5­

* * *

나는 짧게 보고서를 쓰고 지구군 본부 에서 나왔다. 군대에 권한도 없는 기업회의 놈들의 간섭을 간신히 별 탈 없이 넘겼다. 이 점은 스스로 꽤 칭찬 받을 부분이라고 여겼다. 이른 퇴근에 내심 기분도 나쁘지 않다. 일찍 집에 가서 쉬려고 하는데 회의에 참관하던 기자 양반이 말을 걸었다.

“저 소령님!”

뒤에서 쫓아온 기자가 숨을 헐떡인다. 그녀는 짙은 파랑색의 눈, 붉은 빛 머리카락에 주근깨가 코와 볼에 덮여 있었다.

“무슨 볼일이라도 있습니까?”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지만 예의 상 물어보았다.

“아뇨. 인터뷰 요청을 드릴까 해서요.”

성숙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목소리가 상당히 하이톤이다.

“오래 걸리나요?”

“어... 어쩌 면요?”

“일단 들어보죠.”

나는 기자 양반을 데리고 근처 카페로 갔다. 적당히 자리를 잡고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대충 커피 두 잔을 시켰다. 기자 양반은 나의 성격을 누구에게 듣기라도 했는지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나이가 30세라고 들었는데 맞죠?”

커피 한 모금 마시자 마자 본론에 들어간다.

“네.”

내가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예상했던 몇몇 반응들로 압축이 된다. 단답에 대한 ‘당황’, 예의 없다고 판단하고 ‘경멸’, 무시하고 자신의 일을 ‘속행’. 기자 양반은 3번 이었다. 그리고 질문을 하고 있으니 녹음은 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

“굉장히 이른 나이에 소령으로 진급하셨는데요. 소령님은 인지 못하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게 상당히 화제가 되고 있거든요. 군부의 차대를 이끌어갈 인재라는 평판도 있고요.”

대단히 귀찮은 평판이다. 그리고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이것 때문에 제법 귀찮아졌기 때문이다. 애초에 경찰이 할 일을 주제넘게 나섰다가 성공해 버리고 특진한 케이스라 소령이라는 계급에 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특별히 군사적 업적을 이루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그런 것도 아니다. 은행 강도를 말로 구슬려 자수하게 만든 게 다였다.

“표정이.. 별로 마음에 안 드시는 것 같네요.”

기자 양반이 내 표정을 읽었는지 눈치를 준다.

“군대에 지원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많은 직업들이 있는데.”

“그건.. 나름 동경하고 있었거든요. 아버지가 군인 출신이라.”

“아~ 아버지를 보고 자라셨군요. 좋은 이유네요.”

“군사작전을 수행하던 중 돌아가셨습니다. 22년 전 쿠데타 사건이 있었죠. 그 사건에서 정부 측에서 싸우다 전사하셨습니다.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 때 쿠데타 가담했던 군인들을 증오하고 방황했었죠. 그래도 이겨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군대에 지원했고 면접에서도 아버지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반가워하더군요. 쿠데타 진압 작전에서 전사 하셨다라는 말 한마디로 제 면접은 만점으로 통과했습니다. 다른 면접자들은 10분, 20분 씩 말하느라 고생했지만요. 그리고 장군님들의 추천을 받아 바로 사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리고 소위에 임관하고 마르카 지방에서 근무하다가 은행 강도 사건을 우연히 해결하게 되어 바로대위, 대위 달고 6년 뒤 진급 시험에 또 통과하며 소령을 달게 됐습니다. 이 정도면 인터뷰가 되었겠죠?”

“예? 하하 묻지도 않은 내용까지...”

“어차피 편집 하실거잖아요. 녹음도 되고 있는 것 같고. 대답에 맞춰 알아서 질문 생각하시고 뉴스 든 사이트 든 게재하시기 바랍니다.”

“네???”

나는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녹음을 사전에 통보 하는게 기자의 원칙 중 하나일텐데 왜 녹음 통보를 안 하신거죠?”

“아.. 긴장해서 깜빡했나봐요... 그 성격이 꽤 급하시다고 들어서.”

성격이 급하다고? 굉장히 순화해서 표현해주고 있다. 기자 양반은 뒷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러면서 약간 손의 움직임이 뒷 목 부분에서 어색하게 움직인다.

“지금은 녹음을 중단 하신건가요?”

“예? 아 네..”

“하...기자 원칙 중 하나가 녹음 시작 통보와 녹음 종료 통보를 해야 한다 일텐데요. 기자 시작 한지 얼마 안 되신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뉴레든이면 꽤 인지도 있는 보도 업체 일텐데. 방금 회의에는 어떻게 참관하게 된겁니까.”

“어머. 이제는 제가 인터뷰를 받는 건가요?”

“한심해서 물어보는 것 뿐입니다. 대답하실 필요조차 없습니다.”

“.....”

슬슬 말이 거칠어지니 자리를 뜨는게 좋겠다. 그전에 질문을 하나 해야겠다.

“방금 회의도 뉴스로 나가나요?”

기자 양반은 깜짝 놀라면서 대답한다.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말 그대로 저는 참고인 위치였습니다. 녹음을 위한 거니까.. 녹음 자격증도 있고.. 이미 녹음본은 총수님께 전달했고요. 아무리 기자들이 극성적이긴 해도 이런 사항을 기사로 막 내고 그러지는 않죠..”

“그럼 됐습니다. 그 점이 약간 불안했거든요. 먼저 가보겠습니다.”

나는 자리를 떠났고 기자 양반도 나를 붙잡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저 기자는 자기 이름 소개도 까먹었다. 나보다 예의를 모르는 모양이다. 그리고 계획적으로 나에게 접근한 것 같지도 않다. 보나 마나 실적이나 올리려고 한때 지구에서 화제였던 나를 찔러 본 거다. 기왕 온 김에 말이지. 많은 사람들이 나보고 성격 좀 죽이라고 하거나 까칠하다고 하지만 나를 이렇게 만드는 건 언제나 상대방이었다. 나만 양보하고 참아야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어느 새 내가 유명해졌지만 사관학교 졸업할 때만 해도 나는 그렇게 장래성 있는 장교는 아니었다. 물론 아버지의 명성을 등에 업고 사관학교 선생님들은 나를 호의적으로 대했지만 우수한 성적은 아니었다. 내 위로 수 십 명이 훨씬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었다. 신체적, 군사적으로도 다들 나보다 뛰어났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를 제외하고 모두 보이지 않는다. 다들 나랑 친하지도 않고 나도 다가간 적은 없지만 별자리들이 기대하던 우수한 젊은이들은 어느 샌가 나를 제외하고 소식이 들리지 않게 되었다.

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가 하면 늙은 꼰대가 나한테 하는 아부성 발언은 제쳐두고 오늘 회의만 해도 나는 동기들이 참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 뿐이었다. 아니 본부에서 근무하는 것도 아닌 내가 회의에 참석한 것은 의외였다. 오늘 전군 통합 훈련 때도 보이지 않았다.

보통 전군 통합 훈련 시 지구 곳곳에서 근무하는 장교들은 백칩(Back chip)을 통해 참석한다. 어차피 훈련이야 가상 세계에서 아바타로 참가하는 훈련이니까 백칩은 필수지만 백칩이 없는 나는 귀찮게 전군 통합 훈련 때 마다 수도 본부로 불려와야 한다. 하지만 나 같은 이유를 가진 사람만이 아니라 일부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장래가 유망한 장교들로 일찌감치 높으신 별자리들과 얼굴을 익혀두기 위해 별자리들의 배려로 참석하는 사람들이다.

그곳에서도 동기들이 보이지 않았다. 내 기수는 상당히 인재들이 모였던 기수들로 별자리들도 평가하고 있던 기수다. 이번 훈련 때는 볼 줄 알았는데 아무도 없었다.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유년 시절을 혼자 보냈기 때문인지 약간의.. 피해망상증이 있다. 그래서 최악의 상황들을 자꾸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나는 내 동기들, 기타 여러 젊은 인재들이 상당히 적어진 이번 훈련의 모습들이 불안하게 다가왔다. 맨 처음 6년 전 훈련 때 북적거렸던 수도 본부와 달라진 모습은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중 나는 내 집 현관에 도착했다. 언제 택시를 타고 지불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백칩을 쓰지 않으므로 지불이 꽤나 번거로웠을텐데 그것조차 기억이 나지 않다니 정말 골몰했던 모양이다.

내가 백칩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무섭기 때문이다. 백칩은 뒷 목 척추 부근에 백칩을 심어 뇌와 연결 시켜 인간의 삶을 전반적으로 보조 해주는 칩이다. 비슷한 역할로 화성의 바이오 칩이 있다. 나는 처음 백칩의 존재를 알았을 때 본능적인 거부감이 생겼다. 뇌와 직접 연결한다는 것에서 겁이 났다.

뇌와 직접 연결하는 만큼 그와 관련된 보험만 수 백 개가 존재하지만 뇌 손상을 돈으로 메꾼다는 발상은 어이가 없다. 죽거나 사지가 마비되는 일을 단순히 보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걸까. 아마도 나는 지구 상에서 가장 지구인과 거리가 먼 인물일 것이다. 겁이 편리를 이기고 불편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물론 신체 개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 또한 나는 지구 상에서 가장 인간 본연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유일한 인물일 것이다.

집에 들어가자 루디샤가 나를 반겨준다.

“다녀오셨어요. 주인님.”

루디샤는 밝게 인사한다.

“그래.”

나는 짧게 대답하고 밥과 씻을 준비가 되어있는지 물었다. 루디샤는 차려진 밥상을 안내하고 욕탕에 이미 적당한 온도의 물이 차있는 것을 확인 시켜 주었다. 역시 루디샤의 일처리는 완벽하다.

루디샤는 여자의 모습을 한 인공지능로봇이다. 인공지능 로봇은 어떤 분야, 형태를 막론하고 불법이다. 이것은 지구와 화성, 금성 모두 통용되는 불문율이다. 인류는 먼 옛날에 약 1000년 간 인공지능에게 지배를 받은 역사가 있다. 결국 지배에 불복한 인류는 몇 명의 역사적인 영웅들과 함께 힘을 모아 인공지능을 몰아내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개뿔 인류는 여전히 나를 포함해 힘들기만 하다. 금성에게 선전포고나 받고 조금의 손해라도 입을까 앓는 소리나 해대는 기업회의 놈들 비위나 맞춰야 되고.. 늙은 꼰대 녀석은 죽으면 나한테 모든 걸 맡길 것처럼 행동한다. 파루스 데 칼트. 늙은 꼰대. 151세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긴 하다. 그 양반도 뭐가 꼬인 건지 한참 전에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왜 현역으로 복무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나 같으면 벌써 은퇴하고 연금이나 타 쓰며 살텐데.

루디샤가 차려준 밥을 맛있게 먹고 욕조에 들어갔다. 적당히 뜨거운 물에 몸을 담구고 있으니 스트레스도 풀리고 나른해졌다. 그리고 나는 다시 생각들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늙은 꼰대는 왜 나를 의지하고 있을까. 나보다 성적 좋고 뛰어난 사람들은 많다.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 전군 통합 훈련에서 내가 항상 이기고 있다. 최근에 내가 나도 모르게 재능이 생겨 각성이라도 한 걸까. 나는 훈련에서 잘 해보겠다고 의욕적으로 공부를 한 것도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무리를 하거나 실수들을 연발하기 시작했다.

나의 걱정은 이런 점도 섞여 있을 것이다. 장교들의 질이 낮아지니 더구나 선전포고까지 당한 마당에 나는 점점 불안해지는 것이다. 어느 순간, 내가 기대를 받고 훈련에서 좋은 성적만 거두고 사람들이 점점 나를 높여 보기 시작한 순간이 어느 순간이었지. 그냥 신경 안 쓰고 살 수도 있지만 역시 전시가 되니 예민해져 가는 기분이다. 사소하다고 여기는 부분마저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욕실 문을 열고 루디샤가 들어온다. 루디샤는 평소처럼 나를 씻기기 시작했다. 로봇임에도 사람이 손으로 만져주는 듯한 착각이 든다. 목, 팔, 가슴, 등. 점점 밑 부분으로 내려가기 시작하자 나는 황급히 루디샤의 팔을 잡고 제지했다.

“돼..됐어. 여기서부터는 내가 씻을게. 언제나 고마워.”

“알겠습니다. 주인님.”

눈을 감고 목례를 하고는 루디샤는 나갔다. 아무리 로봇이라지만 여자 모습을 하고 있으니 영 그렇다. 그렇다고 남자 모습으로 하는 것도 별로지만. 인공지능 로봇은 불법이지만 나는 합법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나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백칩이 필수인 시대에 백칩을 거부한 나는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인공지능 로봇이 필요하다는 사유로 특별 허가 하에 인공지능 로봇을 소유할 수 있었다.

이런 것을 보면 분명 나 말고도 인공지능 로봇 소유한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사람들 인식 때문에 숨기고 있을 것이다. 숨긴다는 것은 당연히 사람들 눈에 띄어 서는 안된다. 허가 받을 때 당부를 받은 내용이다. 걸리면 압수다. 루디샤는 불쌍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집에서만 활동하고 있다. 백칩 없이 생활하면불편할 것 같지만 인공지능 로봇의 존재는 생각보다 훨씬 편리하다. 나는 오른쪽 귀에 작은 공 같은 둥근 기계를 끼는데 그 기계를 통해 루디샤에게 원하는 일들을 제공 받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루디샤와 말을 주고 받을 수 있는 통신 장치지만 상대방이 제공한 영상 자료를 귀의 기계를 통해 전송 받아 루디샤가 알려주거나 내가 정보를 전송해야 되는 상황은 이 기계로 루디샤에게 자료를 부탁하여 상대방에게 다이렉트로 전송하는 식이다.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면 안 불편하냐고 물어보지만 나는 이게 편하다고 대답한다. 물론 전달하는 존재는 인공지능 로봇이 아닌 고용된 개인 비서가 한다고 말한다. 또한 백칩 시술을 받지 않은 이유를 지나치게 겁을 먹어서라고 할 수는 없으니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서라고 거짓말했다. 거의 모든 병을 정복한 인류지만 이렇게 얘기하면 상대방도 딱히 더 묻지 않는다.

나는 목욕을 끝낸 뒤 루디샤가 가져다 준 맥주를 마시면서 특수 개조된 기계 장치로 방송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다시 부대로 복귀하기 위해 루디샤에게 이것저것 지시를 내렸다. 그러다 문득

“루디샤. 혹시.. 가이론 연락처 알아?”

“가이론이라는 사람은 현재 지구, 화성, 금성 포함 27000여명의 사람이 검색되었습니다.”

“음. 성이 뭐였더라.. 나랑 같은 사관학교 출신이고 기수도 같은데.”

“주인님 기수면 한 명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가이론 에드버트. 30세. 지구출신 남자. 대 지구 사관학교 6428기 여름 기수 졸업생. 현재 수산 시장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니 연락처만 알려주면... 뭐?”

지금 수산 시장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가이론은 6년 전 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인간이다. 나는 사관 생도 시절 그 어떤 분야도 범접 조차 불가능해 보이던 인간이다. 외모도 훌륭했고 여자들한테 인기도 많았고 키도 크고.. 그런데 지금은 수산 시장에서 생선이나 팔고 있다고 한다.

“마리엔느 오센은?”

“마리엔느 오센. 성까지 말씀해 주셨지만 동명이인 5143명이 검색되었습니다. 주인님과 같은 사관학교 기수로 포함된 인물을 찾으신다면 한 명으로 줄이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래 그 친구.”

“마리엔느 오센. 30세. 지구출신 여자. 대지구 사관학교 6428기 여름 기수 졸업생. 현재 전업주부입니다.”

물론 그들의 인생을 군대에서 복무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언가 사정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나와는 다르게 의욕이 넘치던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기껏 수석과 차석으로 졸업해 놓고 퇴역이라니. 뭔가 이상했다. 나는 이 의문점을 도저히 두고 갈 수가 없었다. 나는 부대에 연락하여 하루 연차 내는 것을 사정 사정해서 얻어내고 루디샤가 알려준 주소로 가이론을 찾아가기로 했다.

가이론은 지구의 수도인 페르샤에서 서쪽으로 약 2000km 떨어진 중형 도시 이스라는 곳에서 살고 있다. 이스에 도착하자 엘리베이터 타워가 한창 공사 중이었다. 사람들 역시 활력이 넘쳐 보인다. 미래를 함부로 예측해보면 엘리베이터 타워가 세워진다는 것은 기업회의에서 나름 인정한 도시라는 것이다. 대형 도시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해안가에 자리 잡은 도시 이스는 좋게 말해 바다 냄세가 진하게 풍기는 도시이고 나쁘게 말하면 비린내가 진동하는 도시였다.

나는 코를 만지작 거리며 약간의 인상을 쓴 채 루디샤가 알려준 도시의 골목길 부근을 배회했다. 나는 루디샤에게 말한다.

“골목길이 꽤 복잡해서 찾기가 힘들어. 알려준 부근이긴 한데.”

“....”

약간의 침묵 뒤 루디샤가 대답한다.

“주인님의 현재 위치를 확인하였습니다. 지금 보이는 붉은 간판의 음식점에서 정면으로 530m를 걸어가신 뒤 사거리가 나오면 우측 방향으로 220m를 가시면 됩니다. 제가 말씀드린 곳에 도착하시면 하얀 간판에 생선 두 마리가 나란한 방향으로 왼쪽 방향을 보는 그림이 그려져 있으며 그 그림 밑에 검은 글씨로 에드버트 수산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문은 은색으로 합금 금속 문으로써....”

“오케이 오케이. 찾은 거 같아. 고마워 루디샤.”

“...네 주인님. 필요하시면 다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은색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지금까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리고 습한 곳 이었다. 문 여는 소리가 들렸는지 가게 주인이 가게 안의 작은 문을 열고 나온다.

“어서오세요.”

가이론은 여전히 잘생긴 얼굴을 하고 있다. 약간 살이 찐 것 같지만 크게 변한 것은 없다. 하지만 어딘가 사람 좋아 보이게 인상이 바뀐 거 같다. 사관 생도 시절의 가이론은 날카롭고 빈틈이 없어 보였는데 지금은 좀 흐리멍텅해졌다.

나는 가이론에게 말했다.

“오랜만이야. 기억나? 사관학교 동기. 다혈질에 성격 더러운 리튼 페일이야.”

“리튼?”

가이론은 약간 웃는다.

“아 리튼이군. 반가워. 정말 오랜만이군. 앞으로 동기들을 만날 거라고 생각은 안 했는데.”

“생선을 사러 온 것은 아니야.”

“그래 보여.”

가이론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래..내가 47등으로 졸업했던가.”

“아니 48등. 너 막판에 리노이에게 전술 실기로 밀렸잖아.”

리노이가 누구지? 기억도 안 난다. 내가 47등 따위를 기억 할리 없다. 물론 내가 48등 따위였다고 해도 말이다. 난 사관 생도 시절 실기가 약하긴 했다. 물론 이론도 별로 였지만. 가이론은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 군대는 왜 퇴역 한거야. 무슨 사고라도 친 거야?”

“?? 그냥 내가 생각했던거랑 달랐어. 적성에 안 맞더군.”

“너가? 그 누구보다도 어울렸는데.”

“하하. 원래 외모가 좀 생기면 어디에도 어울리는 법이야.”

그렇게 말하며 가이론은 자신의 짧은 턱수염을 스스로 어루만졌다. 조금씩 재수 없었던 가이론의 성격이 생각나기 시작한다.

“그게 이유야? 별 다른 이유는 없어?”

“그래. 왜 물어봐? 그러고 보니 금성이 선전포고 했지?”

“그건 다 아는 사실이지.”

“군대에 복귀할 생각은 없어. 전쟁 때문이라면.”

뭐 그것도 그의 선택이다. 재입대 하라고 만난 것도 아니고,내가 탓할 부분은 없어 보인다.

“그래.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

“그러려고 이런 외진 도시로 나를 찾아와?”

나는 고개만 끄덕이고 예의 상 생선 몇 마리를 샀다. 나가기 전에 가이론이 잠깐 충고를 했다.

“요즘도 너 장군님들을 별자리들이라고 부르냐?”

내가 뒤를 돌아보면서 대답했다.

“물론이지. 하지만 나도 많이 변했어. 이제는 말로 안하고 속으로만 생각하거든.”

“하하하하. 여전히 재밌는 녀석이라니까.”

가이론은 나를 재밌는 녀석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나는 루디샤에게 연락해 마리엔느의 연락을 부탁했다. 루디샤는 마리엔느에게 연락을 취한 뒤 내 기계를 통해 통화할 수 있게 시스템을 조작했다.

“누구세요?”

모르는 코드로 연락이 와서 그런지 누구냐는 말을 먼저 듣는다.

“나야 사관학교 동기 리튼 페일. 기억나?”

“아니. 기억 안나. 아 그런 사람이 있었던 같기도 하고..”

뭐 마리엔느랑 친했던 것은 아니니까. 주변 일 묻기도 뭐하고 역시 다른 말 없이 물어보기로 했다.

“마리엔느.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연락했어. 왜 퇴역한거야?”

“힘들어서.”

“뭐? 그게 다야?”

“적성에 안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뭐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아 키우는게 나은 것 같기도 하고.”

마리엔느는 이렇게 애매하게 말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래 알았어. 방해해서 미안.”

나는 전화를 끊고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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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8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49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6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 화성 남자. 133세. 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

소년 – ?? 남자. 15세. 쓰레기장에 기절해 있었다. 리디스가 구조.

남자친구 – 지구 남자. 30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이름은 리튼 페일. 소령.

97사단 5연대 작전부장.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29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 – 지구 남자. 61세. 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 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4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7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6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6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8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 – 지구 남자. 151세. 육군 대장.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7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 지구 남자. 67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3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6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2세. 뉴레든의 기자.

다이타르 기란 – 지구 남자. 55세. 육군 중장.

루디샤 – 인공지능 로봇. 메이드 인 금성. 제조일 7757년 7월 23일.

가이론 에드버트 – 지구 남자. 30세. 생선가게 주인.

마리엔느 오센 – 지구 여자. 30세. 전업주부.

리노이 실리스 – 지구 여자. 30세. 중위. 142사단 34연대 21중대 소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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