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식자들의 세상-4화 (4/86)

〈 4화 〉 포식자들의 세상 ­4­

* * *

지루한 훈련이 끝났다. 적당히 훈계를 들은 다음 훈련실에서 나왔다. 나는 잠시 정수기를 이용하며 물을 마시고 있는데 늙은 꼰대가 말을 걸었다.

“뉴스 봤나?”

저 늙은이는 ‘파루스 데 칼트’ 151년 산 꼰대다. 나를 위해서라고 말하며 자꾸 언성을 높이고 비꼬는데 내가 도움이나 깨달음을 얻는데 아무 소용 없고 스트레스 만을 주는 존재다.

“안 봤습니다.”

내가 짧게 대답하자 파루스가 말했다.

“쯧쯧. 지금 세상이 난리인데. 이상한 게임 프로그램이나 보지 말고...”

또 잔소리 하려고 하길래 보고서 쓰러 가야 한다고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 늙은이가 나를 잡는다.

“보고서는 나중에 써도 돼. 그보다 급한 일이 있으니.”

재미없고 짜증 나는 늙은 꼰대 파루스는 나를 좀처럼 열릴 일 없는 회의실에 데려갔다. 그곳에는 지구 총수라고 자칭하는 녀석과 군대에 기생하는 별 달린 기생충들 여러 명이 있었다. 매일 헛소리로 빌어먹고 사는 쓰레기도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늙은이가 나를 문 앞 자리에 앉히고 소개하자 보스 마냥 거들먹대는 총수 녀석이 나를 보며 말했다.

“자네가 군에서 차세대를 이끌어갈 재목이라는 그 사람인가? 지구를 위해 노고가 많네. 나는 지구 92대 총수 엘로안이라고 하네. 뭐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름이 엘로안이라고 하는구나? 오늘 처음 알았다.

“중령 리튼 페일입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적당히 맞춰주기로 했다.

“화성에 오랫동안 파견 나가 있었지만 금성 녀석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복귀시켰습니다.”

늙은 꼰대가 이렇게 굽신 거리는 장면은 오랜만에 보는군. 그렇게 나이 타령 하더니 자기보다 어린 친구에게 허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몇 번이고 숙여 댄다. 꼴 좋다. 회의실에는 총수와 여섯 별자리들, 창가 쪽 테이블 밖에 앉아있는 네 명의 외부인들이 있다. 윗님들 하는 일에 나를 끌어들인 것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꼰대가 말한 뉴스라면 아마 금성의 멍청한 도발 때문일텐데 그것 때문에 부른 거라면 실망스러울 것이다.

“2주일 전, 금성의 왕 케테로스가 경악스러운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이 일에 대해 장성분들, 그리고 차세대를 이끌어갈 젊은 소령 분의 의견을 듣고자 회의를 개최하였습니다.”

총수 녀석이 말했다. 어차피 마땅히 공격할 방법도 없는데 그냥 외교 문제로 처리하는게 좋지 않을까? 금성 녀석들 불만이 많은 것 같던데 이것 저것 경제 지원 좀 해주면 끝날 일 같아 보이는구만.

“아 그리고 창가 쪽에 앉으신 분들을 소개해 드리자면 기업회의 임원 노아드씨, 키들러씨, 덴슨씨, 그리고 공식적으로 기록을 맡아주실 뉴레든의 기자 아리카양입니다.”

총수 녀석은 손을 써가며 각자 소개를 했다. 상호 간의 목례와 약간의 정적이 흐른 후 기업회의 놈들 중 한 명인 덴슨이 말했다.

“이 사태를 군부에서 어떻게 처리를 하실 생각이십니까. 당연히 선전포고를 받았으니 공격하셔야죠?”

갑자기 공격하라고? 덴슨이 주변을 잠깐 들러보고 총수 녀석과 눈이 마주친 다음에 다시 입을 열었다.

“금성이 선전포고를 하지 않았습니까? 당연히 지구를 공격해 올 것인데.. 만약 그렇게 되면 지구에 수많은... 그... 뭐냐... 에...”

“기반 시설.”

“예예. 수많은 기반 시설이나 주요 시설들, 몇 천 년을 거치며 완성이 된 문화 전통이 살아있는 유적들이 전쟁터가 된다면.. 그것은 지구가 아니라 인류에 있어 큰 손해라는 것이 기업회의의 입장 인지라. 다들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멀쩡하게 생겨서 말을 더듬고 우물우물 거리 는게 짜증 나는 녀석이다. 덴슨? 이 시간 이후로 멍청한 말더듬이 줄여서 멍말이로 부르자. 물론 속으로. 진지하게 생긴 늙은이는 아마 키들러라는 놈이다. 멍말이가 말을 더듬자 ‘기반 시설’이라고 한마디 거들었다. 기자양반은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 것을 보니 지금 대화들을 기록 중인 것으로 보인다. 멍말이가 물어본다.

“그래서 확실한 공격 방법이나 작전을 요번에 정해주신다면 우리들도 안심하고 시민들도 안심하고 그럴 것 같아서 그러는데 젊으신 분이 뭐... 유능하고 그러니 벌써 뭐.. 생각해 둔게 있지 않나.. 하는..”

“없습니다.”

총수 녀석이 말을 건다.

“없습니까?”

없습니까?? 따지는 거야 뭐야?

“제가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서요.”

내가 단답형으로 이야기 하자 별자리들이 당황하기 시작한다. 전략의 부재보다 내 태도로 당황하는 것이 분명하다. 늙은 꼰대가 사태를 진정 시키려고 말을 한다.

“아직 일이 일어난 지 얼마 안되었고 우리의 전력 점검도 해야 하고 하니 아직 확고한 전략이 없는 것 뿐입니다. 조만간 작전을 세워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아니요. 작전을 세워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장난도 아니고 작전을 왜 기업회의에 보고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작전을 말할 수 없다고 선언하자 기록 중인 기자양반 빼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늙은 꼰대도 별자리도 기업회의 능구렁이들도 각자 말을 하며 회의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총수 녀석이 조용히 하라고 한번 소리를 친 후 나에게 물었다.

“왜 말을 할 수 없죠? 전 총수고 이 분들은 지구를 이끌어가는 기업회의 분들인데 그리고 미리 알아야 우리도 대비를 하죠. 기업은 손해 보는 것을 매우 싫어하니까요.”

어처구니 없는 질문이라 별로 말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지구 최고 윗대가리라니까 말하기로 하자. 오늘부로 총수는 윗대가리라고 부르겠다. 물론 속으로.

“군사회의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군관계자 이외에는 알아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군사 회의에서 이루어진 모든 작전들은 군관계자 이외에게 발설할 수 없습니다. 군법에 의거하여 중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보안 상의 문제 때문입니다. 적에게 알려지면 안되니까요.”

“우리는 적이 아니에요. 금성에게 오늘 논하고 있는 일들을 말할 리가 있겠습니까. 전쟁에 지면 우리 손해인데.”

“전쟁에서 지면 손해로 끝나는 문제가 아닐 것 같습니다. 총수님. 당장 금성인들의 저녁 메뉴가 될 것 같으니까요.”

나와 윗대가리가 대화를 하는데 늙은 꼰대가 자꾸 헛기침을 하며 주의를 준다. 윗대가리도 점점 표정이 안 좋아지는 것이 나에게 안 좋은 감정이 생기는 모양이다. 난 사실을 말한 것 뿐이다. 기업이야 당연히 손해 따져가는 사람들의 모임이겠지만 군대랑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리고 전쟁에서 패배하면 금성놈들 하는 짓을 보니 단순히 승리자와 패배자로 나뉠 것 같지도 않다. 기업은 금성에 붙는 다는 선택지도 있겠지만 금성놈들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지면 먹힐테니까. 지구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우리는 전쟁에서 지면 전부 먹잇감 행이다. 금성은 타협할 여지를 선전포고 방송에서 완전히 묻어버렸다.

늙은 꼰대가 말한다.

“일단은 리튼 소령 좀 진정하고 총수님도 기업회의 분들도 다 지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고 우리도 마찬가지니까 같이 회의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싶어. 너무 원칙대로 가서 조직이 분열이 일어나면 그것도 패배로 가는 길이야.”

진정하라니.. 나는 화나지 않았다. 짜증이 조금씩 나기 시작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중재하는 듯한데 결국 기업회의 쪽 편드는 거잖아. 군사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하고 작전 회의를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무슨 상품 아이디어 회의가 아니란 말이지. 하지만 지구는 기업이 지배하는 세상이니 어쩔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군대도 결국 기업의 물적 지원 하에 성립되고 있는 조직이다. 헌법에서는 정부와 군부를 정확히 분리하고 있지만.. 사실 예전부터 기업이 은근히 간섭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고 결국 나 혼자 젊은 혈기에 생 때나 부린 결과로 끝났다.

회의는 별자리들, 늙은 꼰대, 내가 하고 기업회의는 참견을 최소화하여 진행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참견을 되도록 자제하는 것이 타협안이란다. 진짜 미친 거 같아. 하지만 회의 첫 마디부터 타협안이 무색해졌다.

“그래서 언제 어떻게 공격하실 거죠?”

멍말이가 말했다. 저 자식은 아까부터 공격만 외쳐 댄다. 분명 선전포고 받고 기업회의 자체 회의에서 공격하자고 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한테 이러고 있겠지. 멍말이가 운을 띄우자 이름도 기억 안나는 별자리 몇 명이 이렇게 저렇게 공격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공격 가능성을 비추자 기업회의는 표정이 한결 밝아진다. 윗대가리도 웃으면서 무능력한 별자리 녀석 하나를치하 하고 격려 한다.

늙은 꼰대가 내 생각을 물었다.

“리튼은 어때. 저렇게 공격해도 괜찮겠나?”

내가 말을 하려고 하는데 멍말이가 말을 끊고 자기 말을 하기 시작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옛 격언도 있는 만큼 저는 다이타르 장군의 전략에 찬성하는 바입니다. 리튼 소령도 에...뭐... 물론.. 찬성하시겠죠?”

“아니요.”

“예?”

“찬성하지 않습니다.”

윗대가리가 한숨을 쉰다. 별자리들도 리튼이 또..라는 반응을 보인다. 창가 쪽의 멍말이는 얼굴이 벌써 붉어진 것이 화가 난 것처럼 보이고 키들러라는 사람은 무표정, 옆에 뚱뚱한 노아드는 안경을 벗고 분노에 찬 표정이다.윗대가리가 물어본다.

“리튼씨는 그럼 다른 공격 작전을 생각해 낸 겁니까?”

“아니요.”

“아니.. 그게.. 무슨....”

“먼저 다이타르 장군님의 전략은 우주선을 징발 해서 금성으로 강습, 수도인 제17도시를 점령하고 왕을 생포하여 전쟁을 끝낸다는 것인데요.”

“되도록 많이 징발입니다. 숫적 우위로...”

“예. 그것은 알고 있습니다. 인구 수도 병력 수도 우리가 압도적으로 많으니까요.”

내가 별자리의 말을 끊고 이야기하자 윗대가리가 말을 이었다.

“병사들의 희생 때문이라면 우리도 충분히 보상을 지원할 생각이고 어차피 전쟁이 나면 안 죽을 수가 없습니다. 조금 희생이 나더라도 전쟁을 하루 빨리 끝내버리는 것이 더 큰 희생과 손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조금 희생을 염려해서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이타르 장군의 전략은 이기는 것은 고사하고 전멸할 뿐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흠 그렇게 반대하시니 그럼 이유를 들어볼까요?”

윗대가리가 말했다. 이걸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귀찮고 기업회의 눈치 보느라 무리하게 공격 전략을 세우는 별자리들도 짜증 난다. 하지만 별 수 없다. 차근차근 설명해야겠다.

“먼저 저는 화성에 파견 나가 있었습니다. 이유는 총수님도 알고 계실테니 말씀드리겠습니다. 몇 년 간 복고주의자들의 테러 활동이 화성이 뒤에서 조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심증이 있었기에 저는 그 증거를 수집하고자 화성에 대학원생으로 위장하여 간 적이 있습니다.”

주변은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좋은 경청 자세가 되어 내 기분도 한층 누그러졌다.

“하지만 그 증거는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연루되었다는 느낌은 저도 받았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틈틈이 화성이나 금성의 군사력에 대해 좀 알아봤는데요. 확실히 지구에 비하면 군사력은 낮지만 적어도 방어 체계 만큼은 굉장히 튼튼하게 구축해 놓았습니다.”

“금성이 말인가?”

멍말이가 끼어든다.

“아니요. 화성, 금성 둘다.”

다시 내가 말을 이어간다.

“화성은 일단 제외하고 금성만 말씀드리자면 미사일 기지수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적어도 외부에서 공격해오는 우주선들을 전부 고철 덩어리로 만들 만큼이요. 다이타르 장군님의 전략은 병사들을 전부 미사일 세례를 받게 만들기 충분한 전략입니다.”

별자리가 말없이 고개를 숙인다. 멍말이가 별자리를 잘 알아보지도 않고 그런 이야기를 했냐고 타박한다. 다른 별자리가 멍말이에게 말했다.

“그럼. 엘리베이터 타워로 침투하는 건은 어떻습니까.”

“그것도 무리입니다. 좁은 엘리베이터 타워로 들어가게 되니까요. 우리는 병력의 숫자가 장점인데 그 점이 사라져 버리거든요. 동등한 병력 숫자로 금성과 싸우게 되겠죠. 아니지. 더 최악은 우리 병력이 어느 정도 엘리베이터 타워에 들어서면 엘리베이터 타워를 폭파 시킬 가능성도 있는 거죠. 그럼 싸워보지도 못하고 일정 병력들이 엘리베이터 타워와 함께 날아가겠네요.”

“.....”

“더 말씀드리자면 지구에는 엘리베이터 타워가 10000개가 넘습니다. 공사 중인 것 포함하면 30000개는 될 겁니다. 그런데 금성은 엘리베이터 타워가 12개 뿐 입니다. 주요 도시에 각 한 개. 제2도시 3개. 수도인 제17도시에 5개가 있습니다. 어쨌든 숫자가 중요한데 금성은 12개 밖에 안 되기 때문에 감시하기도 좋고 방어하기도 편합니다. 여차하면 폭파 시키면 그만이고. 장군님의 전략은 우리가 할게 아니라 금성이 채택할 경우, 우리에게 있어 대단히 불리한 전략이 될 겁니다. 감시, 방어 할 대상이 10000개나 넘게 있으니까요.”

이름도 모르는 별자리를 말로 찌그러트렸다. 그 후 다들 말이 별로 없는 것 같으니 내가 말을 하기로 했다.

“일단 강습 작전은 미사일 행이고 엘리베이터 타워 공격도 폭파 엔딩 이기 때문에 작전으로 채택하면 안 됩니다. 더구나 강습 작전 시 처맞을 미사일은 미사일 기지와 더불어 금성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 대기 장치에도 있다는 것을 잊으시면 안 될 것입니다.”

“그럼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는 거요?”

기업회의의 뚱뚱한 노아드가 말했다. 오늘부로 당신은 돼지 새끼야. 물론 속으로만.

“공격 방법은 없습니다. 저는 외교적으로 푸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아예 없다는 건가?”

이번에는 늙은 꼰대가 말했다.

“뭐 굳이 무리하자면 엄청, 엄~~~청 크고 두껍고 단단한, 미사일 세례를 견딜 정도의 우주선을 만들어서 최대한 병력을, 정말 최~~~~대로 우겨 넣을 수 있을 때까지 우겨 넣고 강습 시킨 뒤 넓은 공터에 자리를 잡고 그곳에서부터 육군을 지휘하여 군사작전을 펼치면 그나마 이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다들 또 말 없자 내가 말을 이어갔다.

“현재 우주선은 지구, 화성, 금성 세 행성 모두 여객선의 형태로 내구성보다 여객들의 편의를 제공하는 형태의 우주선 밖에 없습니다. 그게 아니면 물자를 나르는 수송선입니다. 전쟁에 맞는 우주선은 인류 역사상 아직 한번도 나온 적이 없습니다. 개념조차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장 지구에서 전쟁을 한 것이라고는 범죄 조직, 테러 조직, 쿠데타에 맞서는 정도 밖에 없었습니다. 행성 간 전쟁은 유례가 없던 것입니다.”

조용히 내가 하는 말을 경청 중이다.

“우주 밖에서 행성을 공격 하는 것은 인류 역사 상 정말 한 번도 없던 일이고 그것은 금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공격 방법보다 제가 지금 의아한 것은 금성의 태도입니다.”

“의아한 것?”

윗대가리가 물어 본다.

“이 머저리들은 재미없는 쇼를 포함해 선전포고 까지 해 놓고 왜 2주 간 아무런 반응이 없나 하는 것입니다.”

“음...”

늙은 꼰대도 다른 별자리들도 모두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 어차피 답도 못 내겠지만 차라리 생각하는 척이라도 하며 입이라도 다물어주면 고맙겠다.

“저는 선전포고를 당했을 때 당연히 지구가 전쟁터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금성이 저러는데 확실한 공격 전략을 세우고 뭔가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금성은 선전포고하고 2주일 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공격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내부 문제가 생긴 걸까요?”

무표정씨가 물어 보았다. 무표정씨는 키들러다.

“그건 저도 모릅니다. 알수가 없죠.”

내가 대답하고 조금 있다가 다른 별자리가 말한다.

“차라리 우주선을 무장 시켜서 우주선끼리 전쟁을..”

“아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나는 다시 말을 이어간다.

“만약에 지금 우주선끼리 싸운다면 100% 우리의 패배입니다. 왜냐하면 여객선이나 수송선으로 싸우는 것이니까요. 우리가 아는대로라면 금성도 사정은 마찬가지겠지만. 뭐 금성은 선전포고를 한 만큼 전투선이 준비가 되어있을수도 있지 않습니까. 여객선이나 수송선을 무장 시키는 방법이라면 그것도 포기 하시는게 좋습니다. 미사일 한방 발사하고 다 터져나갈테니까요.”

다들 말이 없다. 또 나 혼자 이야기한다.

“차라리 금성이 우주선.. 뭐 전투선이든 뭐든 지구로 접근 해주는게 우리도 훨씬 대응하기 좋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도 미사일을 퍼부우면 되거든요. 그런데 금성은 그걸 안 하고 있습니다. 금성도 바보는 아니니까 행성에 접근하면 전멸한다는 것을 알고 있겠죠.”

다이타르가 내가 바보라는건가라고 중얼거린다.

“정리해드리면 이렇게 되겠네요. 행성 간의 전쟁은 인류 역사 상 처음이다. 행성으로 강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 행성 모두 대비는 철저하게 해 놓았다. 엘리베이터 타워 루트는 우리만 불리한 루트다. 이건은 엘리베이터 타워를 전쟁 기간 동안 주요 타워 빼고 폭파 시킬 것을 권해 드립니다.”

이 엘리베이터 타워 폭파하라는 말에 기업회의 쪽이 당황한다. 나는 계속 말했다.

“그리고 우주선끼리 전투도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여객선과 수송선 밖에 없고 무기를 장착해봐야 무기 낭비, 인력 낭비일 뿐입니다. 이렇게 되면 결과는 지구 대기권에서 어떤 형태로든 공격해오는 금성을 미사일로 요격한다를 큰 전략 틀로 삼고 세부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정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금성도 공격을 안하고 있지 않나.”

무능한 별자리 중 한 놈이 말했다.

“예... 그러니 공격하도록 유인을 해야 합니다. 외교적으로도발을 한다거나. 뭐이건 아직 구체적인 작전이 없습니다만.”

약간의 대화가 더 오가고 회의는 끝났다. 시작부터 끝까지 답답함과 짜증이 났다. 윗대가리도, 기업회의 놈들도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일이 풀리지 않았는지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전쟁의 승패는 누구의 행성 대기권에 적이 오느냐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전쟁에서 전투지가 되면 피해가 막심하겠지만 이 전쟁은 오히려 전투지가 되어야 유리해지는 상황이다. 더욱 유리해 지기 위해서 엘리베이터 타워는 반드시 소수를 빼고 전부 파괴해야 한다. 다시 재건하려면 끔찍하겠지만 포식자라고 주장하는 놈들에게 포식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손실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

리디스 케언– 금성 여자. 28세. 외교부 차관 제3비서

에프타인 슈라흐 – 화성 남자. 49세. 외교부 차관(지구담당)

유리치 프리구프– 화성 여자. 36세. 외교부 차관 제1비서

칼렌 카릭– 화성 남자. 41세. 외교부 차관 제2비서

아킬로 브레스터– 화성 남자. 133세. 화성 대기업 마르마스 회장

소년 – ?? 남자. 15세. 쓰레기장에 기절해 있었다. 리디스가 구조.

남자친구 – 지구 남자. 30세. 리디스의 전 남자친구. 이름은 리튼 페일.

케테로스 미카드 – 금성 남자. 29세. 금성의 227대 왕

이리탈크 에실 – 지구 남자. 61세. 지구 외교부 차관(화성 담당). 사망.

에더슨 베일렌 – 화성 남자. 84세. 642대 화성 대통령.

바이카 솔 – 화성 남자. 77세. 군부 총사령관. 육해군 총 책임자.

밀런 키웨이스 – 화성 남자. 96세. 외교부 장관.

드레이즌 피커리우 – 화성 남자. 106세. 내정부 장관.

호터. 페이오스 – 화성 남자. 68세. 치안부 장관.

파루스 데 칼트 – 지구 남자. 151세. 육군 대장.

레실 엘로안 디파르트 – 지구 남자. 77세. 지구 92대 총수.

노아드 에실 ­ 지구 남자. 67세. 기업회의 간부.(돼지새끼)

덴슨 미렌 – 지구 남자. 53세. 기업회의 간부.(멍말이)

키들러 롤킨스 – 지구 남자. 106세. 기업회의 간부.(무표정씨)

아리카 베너리아 – 지구 여자. 42세. 뉴레든의기자.

다이타르 기란 – 지구 남자. 55세. 육군 중장.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