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 34. 던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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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명 숲 던전 ≫
□ 등급 : E
□ 명성 : 국가적으로 알려짐
□ 보유 욕망 : 12,200(1,232 욕망 사용 가능)
★ 시설 건축
┗ (New!) 마력 보관실(Lv1) 5,000욕망
┗ (New!) 투기장(Lv1) 7,000욕망
┗ (New!) 간이 포탈(Lv1) 10,000욕망
★ 괴물 소환
┗ (New!) 스켈레톤 워리어(F등급) 300 욕망
┗ (New!) 서큐버스(F등급) 500 욕망
┗ (New!) 셀티아 거미(F등급) 900 욕망
★ 네임드 소환 – 5,000 욕망
★ (New!) 중급 네임드 소환 – 20,000 욕망
“던전 등급이 올랐네요?”
“아, 맞다. 오늘 아침에 던전 등급이 올랐더라고. 말해주려고 했는데 깜빡했어.”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레베카가 깜빡한 이유는 분명 내가 갑작스럽게 손님을 데려온 탓일 테니까.
“흐음.”
등급이 오른 덕분에 건축할 수 있는 시설도 늘었고, 소환할 수 있는 괴물의 종류도 늘었다.
뭐, 나쁘지는 않아.
마력 보관실은 장치를 이용한 함정이 아니라 마법적인 함정을 사용할 때 필요하다. 또한, 마력 보관실에 쌓인 마력을 이용해서 던전 내의 괴물을 일시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투기장은 괴물과 괴물끼리 싸우는 장소인데. 솔직히 이게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괴물과 인간이 싸우는 거라면 또 모를까.
마지막으로 간이 포탈. 이건 꽤 중요한 시설이다. 숨겨놓은 간이 포탈로 상처를 입고 관리실로 이동한 괴물을 원래 장소로 빠르게 되돌려보낼 수 있다.
그게 아니면 포탈을 이용해 모험가들을 위한 지름길을 만들거나, 혹은 함정을 만들 수도 있겠지.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
그래,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다. 딱 한 가지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어서 문제지.
“중급 네임드 소환은 또 뭔데.”
그냥 네임드 소환만 있는 거 아니었어? 네임드 소환에서 조금 더 좋은 네임드가 나올 확률을 높여준 건가? 다시 한 번 바르바라가 지구 사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럴 리는 만에 하나라도 없겠지만.
≪ 연구 목록 ≫
□ 연구실 레벨 : 1
★ 시설 레벨 업그레이드
┗ (Event!)공터(Lv4) 6,000 욕망
┗ 함정방(Lv2) 3,000 욕망
┗ 쉼터(Lv2) 5,000 욕망
┗ 훈련장(Lv2) 10,000 욕망
┗ 연구소(Lv2) 10,000 욕망
★ 몬스터 등급 업그레이드
┗ 슬라임(E) 2,000 욕망
┗ 고블린(E) 2,500 욕망
┗ 스켈레톤(D) 5,000 욕망
“어.”
“왜 그래?”
“공터 연구가 뚫려서요.”
공터 레벨4 연구를 먼저 끝내면 욕망을 대신할 수 있는 재화를 주겠다고 했었지.
대체 재화가 조금 탐이 나기도 하고, 공터 연구는 해놓으면 나쁘지 않아서 3레벨을 찍었었다. 그런데 던전 등급이 낮아서 4레벨은 연구조차 할 수 없어서 아쉬웠었는데.
“지금이라도 해볼까요?”
대체 재화를 얼마나 줄지는 잘 모르겠지만, 받아두면 나쁘지는 않을 거다. 4000 욕망 정도면 충분히 투자할 만도 하고.
이벤트 표시가 아직 남아있는 걸 보니 공터 레벨4 연구를 끝낸 던전은 아직 없는 모양이다. 아니 그렇게 연구에 신경을 쓰는 마족이 없나?
“우리가 먼저 끝낼 가능성은?”
“높다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낮다고 말하기도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이벤트가 끝나지 않은 걸 보면 다른 마족들은 아예 신경도 안 쓰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반대로 연구에 손을 대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인간들을 맞이하고 있을 수도 있지.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 던전이 사기를 치고 있기는 하지. 본래 던전을 운영하는 데 있어 욕망은 계속 소비되기 마련이다.
인간을 상대하기 위해서 괴물이 필요하지만, 그 괴물은 단순 소비품이다. 마력으로 스켈레톤을 계속 재생시키고 있는 우리랑은 사정이 다르다고 할까? 물론 이건 마을이 아직 규모가 작아서 강한 모험가가 찾아오지 않아 가능한 일이기는 하다.
강한 모험가가 찾아오면 스켈레톤은 재생도 하지 못할 정도로 박살 날 테니까. 그때쯤이면 괴물의 편성도 다시금 생각해보긴 해야 할 거다.
그리고 하나 더, 인간의 욕망을 뽑아내기 위해서라도 마족은 욕망으로 보상을 구매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던전은 사정이 달라. 당장 고룡의 둥지에서 털어온 보물을 보상으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0%도 채 사용하지 않았다.
당분간 아니 어쩌면 영원히 보상을 욕망으로 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욕망을 온전히 던전의 발전으로 돌릴 수 있고.
이렇게 생각하면 몇 달 스타트가 늦기는 했지만, 던전이 외지에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이것도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서 그렇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거기는 하다. 그 당시에는 레베카의 히스테리를 견디면서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그럼 해.”
“예.”
「공터(Lv4) 연구 완료까지 남은 시간 : 200:00:00」
「40,000 욕망으로 연구를 즉시 완료할 수 있습니다.」
레베카의 허락도 떨어졌으니 곧바로 공터 레벨4 연구를 시작했다. 와 그나저나 공터 레벨4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필요한 욕망이 6천인데, 즉시 완료 욕망은 4만이나 필요하다니.
너무 배보다 배꼽이 큰 게 아닌가 싶어.
“그럼 남은 욕망으로는…….”
잘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내가 던전에 있을 시간이 줄어들 거다. 그러니까 철저하게 기틀을 쌓아 올려놔야 한다.
‘던전 자하드’는 던전 오펜스 게임이다. 당연히 던전의 구조가 어려울 수밖에 없어. 그래서 대부분의 모험가들은 던전 초입에서 괴물을 사냥했었다.
던전의 방비를 생각하면 그게 옳은 구조다. 하지만 욕망을 벌기에는 그다지 좋은 구조가 아니야. 축제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많은 욕망이 필요하다. 바르바라의 말이 진실이라면 대청소를 늦추기 위해서도 최대한 많은 욕망을 얻어야 해.
그러니까 지금 내가 생각하는 던전의 구조는 방어를 위한 구조가 아니다. 사람들에게, 모험가들에게, 던전을 공략하는 자들에게 친화적인 구조를 만들 생각이다.
“왜 던전을 세 가지 길로 나누는 거야 아르켈?”
내가 던전을 주무르는 꼴을 보고 있던 레베카가 눈을 찌푸렸다.
“코스를 나누려고 생각 중입니다.”
“코스를 나눠?”
“하나는 초급자, 하나는 중급자 마지막 하나는 상급자 코스로 나누는 거죠.”
이렇게만 해놔도 어지간한 모험가들은 초급자, 중급자 코스를 이용할 거다.
“당연히 관리실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상급자용 코스로 들어와야 합니다. 뭐, 구상은 그런 거지 당장은 상급자용 코스까지 만들 욕망은 없으니까 중급자용 코스와 관리실을 이어놓을 생각입니다만…….”
“그렇게 코스를 나누는 이유는?”
“사람에게 친화적으로 다가가려고요.”
“아르켈님. 방금 그 말씀은 좌시할 수 없는 말이에요.”
메르넬라가 눈을 찌푸렸다. 그녀는 내가 사람에게 친화적으로 다가간다는 말을 이해하고 싶지 않겠지.
“지금 발언은 아포디미아의 왕 아르켈이 아니라 레베카님의 부하이자 마족인 아르켈의 발언이라고 생각해.”
“흐음. 그러시다면…….”
괴변이지만 어쩔 수 없네요, 라고 중얼거린 메르넬라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인간에게 친화적으로 다가간다는 건 무슨 뜻인데?”
“저희를 적대하는 건 신전 쪽 인간들뿐입니다.”
물론 던전을 토벌하겠다는 모험가들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 모험가들도 신전의 사주에 의해서 움직이는 셈이다. 신전에서 던전을 토벌했을 때 약속한 명예와 보상을 노리는 거니까.
결국 던전에 적대적인 것은 신전일 뿐. 모든 인간이 그런 것은 아니다.
“모험가들은 던전에서 돈을 버는 걸 좋아하죠. 일반 사람들은 모험가들이 돈을 쓰는 걸 좋아하고요. 마족의 침략이니 뭐니 하는 신전의 선전 때문에 불안해하는 것뿐이지, 실제로 저희가 사람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도 않잖아. 당장 발락은 국보를 훔쳤다고.”
“그렇기는 하죠. 하지만 누구를 죽이지는 않았잖습니까. 그냥 훔쳐간 거지.”
심지어 발락은 명예를 중시한다. 그래서 에일리안드 왕국의 국보를 훔쳐갔음에도 그것을 하찮게 다루지 않았다.
덕분에 게임 상에서 주인공은 아무 손상도 없는 에일리안드 왕국의 국보를 다시 왕국에 돌려줄 수 있었다.
“마족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그 점을 홍보하려는 겁니다.”
물론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마족도 있다. 없다고는 말하지 않아. 하지만 모든 마족이 그렇지 않다는 것만 알아줘도 충분하다.
“코스별로 괴물과 함정을 다르게 할 겁니다. 당연히 어려운 코스일수록 보상이 커질 거고요. 지금 당장은 초급자 코스에는 기존의 스켈레톤을, 중급자 코스에는 스켈레톤 워리어를 배치할 생각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욕망이 충분해지면 다양한 괴물을 소환할 겁니다.”
“좋아. 코스를 나눈다고 치자. 그럼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아는데?”
“당연히 안내해야죠.”
“안내?”
“예. 표지판을 세우고, 안내역도 입구에 배치할 생각입니다. 안내역 역할은 자이로니아면 되겠죠. 그녀라면 인간이 위해를 가할 수도 없을 테니까.”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잖아.”
확실히. 모험가들이 마족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겠지. 천족에 의해서, 신전 때문에 사람들에게 마족의 인식은 땅에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그건 코스가 나뉜 후 처음 입장하는 방부터 괴물의 종류를 나누면 됩니다. 중급자 코스의 시작에 스켈레톤 워리어를 두는 거죠. 대신 선제공격은 가하지 않게 설정해두면 됩니다.”
우선은 그렇게만 해두면 된다.
“스켈레톤 워리어가 무서우면 돌아가겠죠. 물론 실력도 안 되는 놈들이 과한 욕심에 눈이 멀어 스켈레톤 워리어를 공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죽기 직전에 쫓아내는 거죠.”
“그건 또 누가할 건데? 설마 나?”
“그것 역시 자이로니아가 해줄 겁니다. 괜히 최고룡이 아니잖아요.”
“그 용을 이런 식으로 써먹으려고 드는 건 너뿐일걸?”
“칭찬 감사합니다.”
“칭찬 아니야.”
레베카가 짜게 식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누가 봐도 방금은 칭찬인 거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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