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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게임 속 히든 보스가 되었다-63화 (63/99)

〈 63화 〉 26. 교황 자치구

* * *

“아라엘 왕국에서 왔군. 이름과 신분 그리고 넘어온 이유를 말해라.”

현재 우리가 포탈을 넘어 도착한 곳은 프라울 왕국의 교황 자치구였다.

오자마자 경비병의 환영 인사를 거하게 해준다.

하긴 서로 사이가 나쁘니까 혹시나 첩자가 들어올 수도 있으니 이렇게 경계하는 거겠지.

하지만 다른 영지라면 모를까 이곳은 교황 자치구다.

“견습 사제, 아르라고 합니다. 대신전에 순례하러 왔습니다.”

그리 말하며 품속에서 순례 허가서를 내밀었다.

견습 사제가 교황이 있는 대신전에 순례를 하러 왔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뭐, 여기서 프라울 왕국의 다른 영지로 포탈을 타고 넘어가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지만.

“아, 견습 사제님이셨군요.”

경비병의 태도가 갑자기 공손해진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지.

이곳은 교황 자치구다.

경비병조차도 신을 믿는 신도다.

같은 신도이니, 서로 예의를 지키는 건 당연하지.

물론 난 신도가 아니지만.

“뒤에 분은?”

“저를 호위해주시는 모험가님이십니다.”

“성함이 어떻게 도시죠?”

“루이나에요.”

“그렇군요.”

사제가 호위를 데리고 다니는 일은 빈번히 있는 일이었기에 경비병은 쉽사리 내 말을 믿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경비병은 급히 명부에 몇 가지 글자를 적은 후, 다시금 나를 바라보았다.

“지나가셔도 좋습니다. 부디 좋은 순례길이 되시길.”

“감사합니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쉽게 잠입할 수 있었다.

교황 자치구에는 천족의 눈이 있기에 순간이동 마법으로 이동하기는 좀 그랬거든.

애초에 순간이동 마법을 사용한다고 해도, 교황 자치구 근처로만 이동할 수 있을 뿐이다.

나조차도 자치구 안까지는 순간이동 마법으로 이동할 수 없다.

그게 있으니까.

그러니 나중에 아리아에게 고맙다고 말해야겠다.

포탈 건물 밖으로 나가자, 도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여타 도시와 다른 점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아, 하나 있기는 하네.

도시 중앙에 거대한 신전이 눈에 밟힌다.

“저기가 교황님이 계시는 곳인가요?”

“응.”

루이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지금 루이나와 함께 프라울 왕국의 교황 자치구에 왔다.

원래는 혼자 가려고 했지만, 아리아가 순례길에는 호위와 같이 가는 것이 의심을 덜 받는다고 해서 루이나와 함께 왔다.

“가자.”

“네.”

루이나와 함께 대신전으로 향한다.

그리고 나서는?

뭐, 일단 운에 맡겨야지.

운이 좋으면 훈련 중인 페리드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다.

대신전은 선택받은 자를 훈련하는 모습을 대중에게, 그리고 신도들에게 보여주는 편이니까.

우리가 또 용사님을 찾았어요!

그렇게 홍보하고 싶은 거겠지.

물론 운이 좋으면 그렇다는 거다.

내가 페리드의 훈련 일정까지 상세히 알 리가 없잖아.

게임에서는 게임적 허용으로 순식간에 몇 달이 지나갔으니까.

운이 나쁘면.

그때는 잠입이라도 해봐야지.

순례 허가서를 받느라 아리아가 꽤 고생했으니까.

“아르켈님.”

“지금은 아르라고 불러.”

현재 내 신분은 아르켈이 아니라, 견습 사제 아르다.

일부러 마법으로 외모까지 바꾼 상태니까, 그에 맞춰줬으면 좋겠어.

“그럼 아르님.”

“응, 왜?”

“같이 가자고 해서 왔는데, 왜 굳이 신분까지 숨기고 여기 오신 거죠?”

“선택받은 자를 보고 싶어서. 신분을 숨긴 건 이렇게 오는 게 제일 편한 방법이라.”

“아르님도 관심이 있으세요?”

루이나는 깜짝 놀랐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아르님‘도’ 라고 말한 것을 보면 루이나도 선택받은 자에 관심이 있나 보다.

하긴 모든 이들이 선택받은 자에 관심이 있기는 하지.

역사상 선택받은 자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강해졌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강해져. 그 어떤 이보다도 강한 존재가 된다.

무인이고, 마법사고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는 존재인 거다.

“있지.”

“혼자서 그 정도 고룡을 토벌하실 정도로 강하신 데도 관심이 가나요?”

당연히 관심이 갈 수밖에.

페리드는 주인공이니까.

루이나가 프라울 왕국으로 가지 않았기에 스토리가 어떻게 꼬일지 궁금해서 언제 한 번은 와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만 아니었으면, 이렇게 급하게 오지는 않았을 거다.

“역사서에 기록된 걸 대충 보면, 선택받은 자는 언젠가 나보다 강해질 거야.”

“그런가요?”

“응.”

딱히 거짓말은 아니다.

마족 행세 중인 아르켈보다, 그리고 인간 행세 중인 아르켈보다는 훨씬 강해질 테니까.

그리고 아르켈 소토르프보다도 강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다.

내가 그 증인이니까.

바로 내가 페리안으로써 아르켈 소토르프를 죽여보았기에.

물론 게임 내의 일이고 다른 유저들은 전부 도달하지 못한, 오로지 나만이 달성한 업적이기는 하지만.

“그리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니, 부럽네요.”

잠시 고개를 돌려 루이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 약간의 질투심이 깃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무인으로서 부러운 건 이해해.

하지만 그것도 지금뿐일 거야.

루이나는 현재 자이로니아를 통해 얻은 장비들을 입고 있다.

이걸로 마력 부족이 해소되었으니 감각을 익힐 수 있다면 분명 더 강해질 것이다.

이대로 육성한다면 마스터의 경지도 꿈은 아니겠지.

“조급해하지 마.”

애초에 게임에서 주인공의 동료들은 주인공과 함께 강해질 수 있다.

그러니 루이나 역시 그럴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애초에 육성 방법을 알고 있는 내가 지도를 해주고 있는데, 강해지지 않는 게 이상하지.

“네.”

본래 게임에서는 루이나가 주인공의 스승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그 루이나를 가르치고 있으니 뭔가, 뭔가, 뭔가다.

“어떻게, 마나로 육체를 강화하는 건 조금 익숙해졌어?”

“죄송해요. 아무리 써도 마나가 부족하지 않은 건 생애 처음 있는 일이라 아직 익숙하지가 않아요.”

그럴 수 있지. 지금까지 강화를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더더욱 그럴 거야.

하지만 루이나가 금방 강화에 익숙해질 거다.

그러기만 하면 성장은 순식간이다. 보통 무인은 강화에 익숙해져서, 본인의 육체를 단련하는 것을 게을리하고는 한다.

“루이나는 조건이 좋은 편이야.”

“네?”

강화라는 건 결국 그 뜻 그대로 강화하는 거다.

뼈대인 육체의 단련을 게을리하면 그만큼 효율이 떨어진다.

그런 녀석들이 도태되기에 십상인 놈들이지.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았잖아. 순수한 육신의 힘으로도 그 정도 실력이야. 강화에 익숙해지면 더욱 강해지겠지.”

반대로 루이나는 강화를 사용할 수 없기에 지금까지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조건만 갖춰진다면 충분히 경지에 도달할 수 있어.

“하지만 장비가 없으면 결국 마나가 부족한 건 여전하지 않나요?”

“그건 나중에 해결해줄게.”

“해결……해주실 수 있으세요?”

선천적으로 마나가 적은 것뿐이잖아.

마나를 늘릴 방법은 수두룩하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해도 열 가지 방법이 넘어가.

조금 더 고민해보면 스무 가지도 떠오를 것 같다.

물론 그중 몇 가지 방법은 특수한 조건이 있으니 실행할 수 없겠지만.

전부 그런 건 아니니까.

그중 한 가지 방법만 실행에 옮기면 그만이다.

“응.”

“정말로요?”

“나 못 믿어?”

내 물음에 루이나는 고개를 저었다.

휴우, 다행이다.

널 위해서 그 정도 희귀한 장비를 구해다 줬는데, 못 믿는다고 말했으면 상처받았을 거야.

다시 앞을 바라보면 길을 걸으며 입을 열었다.

“믿으면 의심하지 말고 있어. 그 정도 장비를 뚝딱 구해다 준 걸 생각해봐. 마나 부족 문제도 해결해줄 수 있다는 믿음이 절로 생기지 않아?”

물론 장비를 구해준 건 자이로니아긴 하지만, 그 자이로니아를 부하로 다루고 있는 건 나니까.

결론적으로는 내가 구해준 셈이지.

암, 그렇고말고.

“어?”

루이나가 뒤에서 따라오지 않는다.

그것을 눈치채고 고개를 돌리자, 루이나가 울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너 왜 울어!?”

이걸로 루이나가 우는 모습을 본 건 두 번째다.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왜 갑자기 우는 거야?

그것도 이런 대로변에서 울고 있으면 곤란하다.

저거 봐 사람들이 나를 여자나 울리는 쓰레기처럼 바라보고 있잖아.

“저 마나가 부족해서, 히끅. 결국, 한계가 찾아오리라 생각했어요.”

이어지는 루이나의 고백은 제법 참담했다.

맞는 말이기는 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한들, 결국 마나가 부족하면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어.

그 한계를 부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기연이라는 녀석이다.

기연이라는 건 단순히, 좋은 영약을, 뛰어난 무기를, 전대 무인의 힘을 얻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끊임없는 노력 끝에 번뜩 지나가는 고작 한줄기 깨달음조차도 기연이 필요하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모든 것이 갖춰지지 않으면 그 깨달음조차 얻을 수 없으니까.

더군다나 한줄기 깨달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이도 많다.

“그런데 그 문제조차 해결해주시겠다고 하니까.”

그러니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된다.

특히나 루이나처럼 실력에 목숨을 걸고 있는 무인이라면 더더욱 그러겠지.

“안심돼서, 저도 모르게.”

“알았으니까, 뚝.”

그래도 이런 대로변에서 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내 입장도 좀 헤아려줬으면 좋겠다.

“네, 흐읍. 뚝.”

루이나가 울음을 그쳤다.

와, 지금이라도 그쳐서 다행이야.

이미 사람들이 나를 쓰레기마냥 바라보고 있지만, 그건 뭐 그러려니 해야지.

“죄, 죄송해요.”

이제야 주변의 시선이 이쪽에 집중되고 있음을 알았는지, 루이나의 얼굴이 빨개졌다.

“괜찮으니까 가자.”

다시금 대신전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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