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 막간) 지금 현설이는…
* * *
그렇게 이현설, 세상에 알려지기론 usb좌, usb여신이라 알려진 그녀는 한창 당첨금을 수령하고 있었다.
“자, 그래서 그 많은 양의 수령금을 전부 관리하시기엔… 어쩌구 저쩌구…”
[그냥 추천해주는 대로 한 20억 정도는 시키는대로 펀드에 넣겠다고 하고 나머지는 니가 쓰게 통장하나 개설해 달라고 해. 주식하고 입출금 자유로운 걸로.]
“음... 말씀하신 대로 20억 정도는 추천해주신 펀드에 넣고, 나머지는 입출금 자유로운 통장하나 개설해 주세요. 제가 한번 굴려보게.”
매니저는 내심 아쉬웠으나 그래도 3할정도는 예치에 성공한 것에 만족했다.
그렇게 대략 한시간 정도 더 걸려서 통장 개설에 성공한 우리의 usb좌는 은행을 나오자마자 양복입은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꺅...! 저, 저 그냥 운이에요! 꿈에 번호가 나왔다구요!”
우리의 순수하신 영혼은 그 양복들이 경찰이나 금감원인줄 알고 빼액소리부터 지르셨다. 은행 바로 앞에서 소리를 지르니 이목이 끌리는 것은 당연했고, 그에 경비를 서던 경비원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양복들을 훑었다.
“아아, 저흰 그런 사람아닙니다. 자, 여기 저희 명함…”
서둘러 양복들은 두손을 내저으며 이현설에게 자신의 명함을 내밀기 시작했다. 수근거리던 사람들도 에이 뭐야, 하면서 제 갈길을 찾아 나섰다. 물론 경비원은 긴장을 놓지 않았지만, 양복중 한명이 내민 명함에 아아, 그런건가 하고 수긍했다.
“JM엔터...?”
그리고 헤실헤실 언제나 밝은 미소를 유지하던 이현설의 얼굴이 싹 굳은건 거의 동시였다.
“저 연예계에는 생각 없어요. 그럼 이만.”
저번처럼 어쩌다가 한번 나오는, 연예계라는 물에 발장구만 치는 정도라면 상관없지만, 아예 그쪽에 몸을 담근다면 다시 빠져나오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물론 그 물은 찬란하고 아름다워 보이나, 이현설에게 있어선 그저 늪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현설이 단호한 만큼, 기획사들은 그만큼 간절했다. 그들에게 있어선, 이미 그녀만큼 외모, 가창력, 매력이 갖추어진 우량주를 만드는 것은 무척이나 돈이 많이 드는 일이었지만, 성공만 한다면 말그대로 돈을 쓸어 담을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보기엔 이현설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리스크가 없는 성공이란 의미였다. 마케팅도 이미 위튭에 올라온 영상의 조회수가 단 일주일만에 몇백만에 근접해있었고, 댓글창엔 한글만이 아닌, 외국어들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곧바로 데뷔한다 하더라도 손색이 없는. 그야말로 원석수준이 아닌 잘 제련된 보석이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모양새였기 때문이었다.
“억대! 억대 계약금에, 원하는 조항 무엇이든 추가해 드리겠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당신을. 당신은 가장 찬란한 별이 될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내미는 조건은 그 무엇 하나도 이현설을 설득할순 없었다. 억대 계약금에 원하는 아무 조건? 이미 저번세상에서 그런 계약서 두장은 썼다. 돈? 지금 신이 주식을 찍어준다는데 필요할까? 찬란한 별또한 그녀에겐 매력적이지 않았다. 모든것엔 장점만 있을순 없다. 그녀는 수많은 사람의 사랑보다는 이미 단 한사람의 사랑으로도 충분했고, 가장 찬란한 별보다는 단 한명을 위로해주는 촛불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그녀에게 있어선 전부다 해보았고, 그렇기에 그 단점이 얼마나 큰 건지 알고 있었다. ‘자유’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였다.
“생각 없어요~ 거기서 또 따라오시면 경찰에 신고합니다.”
그녀에게 있어서 세상의 관심은 딱 이정도면 충분했다. 어? 어디서 본것 같은데? 정도. 본인이 sns계정을 파거나 해서 불을 지피지 않는 이상 어차피 꺼질 불이었다.
[그럴거면 아예 눈에 띌 행동을 안하면 되는거 아니냐?]
신이 의아하다는 듯 그녀에게 물으니 그녀가 당당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이제 후배들 올텐데 제가 자랑할거 몇개는 있어야 서열정리가 되죠. 수현이에게 있어서도 제가 좀 유명해야 어깨가 좀 올라갈테고. 뭐... 너무 유명하면 어깨가 올라가는 걸 넘어서 기죽어버릴수 있으니까 딱 이정도가 좋아요.’
그리고 사실 또 하나의 속셈이 있었는데, 그녀는 ‘내가 이런 사람이야! 그러니까 나한테 고마워하라고!’라고 말하며 조금이라도 그에게서 우위를 점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가 그녀에게 져주긴하지만... 그래도 져주는 거랑 곤란해 하는 거랑은 달랐으니까.
‘그러니까 우린 빨리 돈을 벌어서 엄청 큰 집을 삽시다! 그래야 서열정리도 좀 되고! 수현이한테도 칭찬받구. 흐흐흫’
그녀의 갑작스런 웃음에 우연히 그녀와 가까운 자리에 앉았을 뿐인 버스 승객은 영원히 이뤄지지 않을 사랑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 근데 신님 새로 오게될 내 후배님들은 어떤 분들이에요? 음… 이 만화였나 사자심왕 이야기? 여기 나오는 사람이죠?’
[어... 내가 볼 땐 그거 별 의미 없을걸…? 생각보다 많이 달라져서... 일단 좀 무서운 애들이라 해야되나...?]
‘에이, 무서워봤자죠~ 설마 절 해치거나 하겠어요~? 해봤자 기싸움일텐데. 그거 아시죠? 연예계는 정글인거. 저 기싸움은 자신있는데 흐흐’
[오~ 너도 기 쓸줄 알았어? 그럼 그걸로 막 칼 만들고 할수 있어?]
‘에…?’
[엉…?]
순간 이현설의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치듯 지나갔다. 혹시 정말 신체에 위협이 생기는 건가? 그 생각이 들자마자 재빨리 만화 앱에 들어가 그 세계를 훑어보니 마나니 뭐니 하는 초자연적 힘들이 난무하는 세상이었다.
‘…신님 혹시 총은 구할수 있ㄴ…’
[에이, 야. 그건 진짜 아니지. 그정도는 아닐거야... 아마도’
뭔가 돈을 벌게 되면 가장 해야될게 호신용 무기를 구해야되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그녀였다.
.
.
.
‘오~ 진짜 단 3일 만에 3배로 불었어요! 근데 저 이러다가 막 금감원? 거기서 연락오는 거 아니에요?’
[걱정마 그거 내가 이미 손 썼다. 그냥 니 쪽으로는 관심도 안가질거니까. 안심하고 집이나 보러가자. 넓고 마당있고 지하실도 있는거로.]
신의 말에 이현설은 걱정을 접어두고 당당하게 원룸을 나섰지만, 좁기로 유명한 한국 아닌가, 그러한 집이 있을리가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땅은 있네. 그냥 땅만 사자 그러면.]
그래서 이현설은 아무말 없이 그냥 산이 반, 아무것도 없는 잡초와 넝쿨로 뒤덮인 아무쓸모 없는 부지를 구매하였다.
‘근데 이제 어떡해요? 물론 도심지가 얼마 안걸리긴 하지만... 여기 진짜 아무것도 없는데요?’
그리고 그녀가 걱정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서 뚝! 하고 백발에 밝은 회색톤의 양복을 입은 남자가 떨어졌다.
꽈당!
…초짜 신은 착륙이 익숙하지 않았나 보다.
‘어.. 음… 날씨가 좋네요~?’
[…자, 그럼 집 한번 지어볼까? 생각해둔거 있니?]
당연히도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한 불멸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넘어갔고, 두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어떤 집을 지을지 이리저리 구상하기 시작했다.
“역시 모던한게 좋지 않을까요?”
[음… 근데 오게 될 애들이 좀… 구시대적 애들이라 뭔가 엔틱하면서 세련되게 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건 방 내부 인테리어로 꾸며도 되잖아요. 일단 모던한게…”
그렇게 얼마간 둘은 서로 논쟁을 했고,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던가. 결국 이현설의 주장대로 모던한 느낌의 집으로 가기로 했다.
[음... 지하는 2층정도로 훈련장도 만들수 있을 정도로... 위로는 한 4층정도… 어쩌구 저쩌구…]
그리고 이윽고 신의 중얼거림과 함께 그들의 눈앞에 신비한 장면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에서 식물의 성장과정을 빠르게 보여주듯 땅이 주르륵 파이고, 그 위로 주르륵 기둥이 세워지고 벽이 세워지더니 어느새 이현설이 원하던 딱 그 집이 완성되었다.
‘와... 무슨 제 머릿속에 들어갔다 오셨어요? 완전 마음에 드는데요?’
[음... 틀린건 아니긴 한데…]
신의 괜한 말에 이현설이 따가운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아니, 농담삼아 건낸 말이었는데 진짜일거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진짜, 신이라고 막 능력쓰면 좀 그래요?’
그리곤 이현설이 신에게 투덜거리고, 신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남들이 보기에, 마치 다큰 딸과, 아버지라고 생각이 들 법한 장면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