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 막간) 지금 현설이는…
* * *
{금주의 행운의 번호는… 3, 7, 16, 22, 38, 40 그리고…! 9번입니다! 모두들 행복을 나누는 복권에서 좋은 결과 있으셨기를 바라며 이번주는 여기까…}
“... 이게 진짜 되네?”
차수현이 저쪽에서 시시덕거리고 있을 때, 그의 자취방에선 한 여성이 번호가 적힌 종이들을 손에 쥔채 tv방송을 보고 있었다. 그 번호들은 방금 방송에서 불렀던 숫자들과 정확히 일치했으며, 그러한 종이가 손에 6장이나 쥐어져 있었다.
[허… 신이 얘기한건데 그걸 안 믿는게 더 이상한거 아니냐?]
“...아니, 뭐… 혹시 모르는 거니까요.”
그리고 그 여성은 허공에다가 대화를 나누는 이상한 모습도 보여주고 있었다.
연예인도 명함도 못내밀 오밀조밀하고 눈부신 이목구비에 눈꼬리가 살짝올라간 고양이상의 미인인 그녀의 이름은 이현설. 현재는 차수현과 같은 가운대학교의 학생으로 ‘되어’있으며 또한 현재 sns를 뜨겁게 달구는(본인은 모르지만) 주인공이었다.
그녀가 sns사이에서 화제가 된 건 얼마전 그녀가 버스킹의 성지라고 불리는 송익대학 거리를 지나게 되었는데, 마침 그때 거리의 가게들에서 들려오던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다가 인터넷 방송하던 사람에게 잡힌게 원인이었다.
“와... 저기요! 혹시 잠깐 시간되시나요?”
그 방송인이 남자였기에 이현설은 못들은체 지나가려 했지만 남자 방송인의 재빠른 자기소개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아아, 그 헌팅 그런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시고, 아, 그 길거리 스카웃도 아니니까 걱정 마시구요!”
“그럼 왜 붙잡는거지 설마 조상신이 보인다거나…?”
그녀의 그 말에 남자는 이때다 싶어 벙찐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 장면들을 송출하고 있던 방송엔
ㅋㅋㅋㅋ 길노 도를 아시나요 논란
와, 근데 저분 일반인 맞음? 외모 왜 저러냐, 진심 사람 아닌거 같은데.
같은 반응들이 올라왔다.
“아하하, 그런거 아니고, 혹시 길노라고 아시나요? 제가 인터넷방송하는 사람인데 일반인을 초청해서 버스킹하는 콘텐츠를 하거든요.”
“아~ 인방이요?”
그 말에 순간 이현설이 솔깃해 하는 반응을 보이자 그걸 귀신같이 잡아채고 길노라는 방송인에게 후원하나가 날아왔다
“아이고...! 여신님 너무이뻐요 님~ 5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네? 이걸 저 여성분한테 드리고 노래 신청해달라고요?”
그리고 그 후원을 대놓고 읽으면 은근슬쩍 이현설의 눈치를 보았다. 누가보더라도 은근슬쩍 떠보는 듯한 분위기에 다시한번 채팅창이 활발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사실 이현설도 원래 있던 세상에선 톱에 위치한 배우였기에 이렇게 가끔은 관심이 그립기도 했다. 이쪽세상으로 넘어오자마자 얻게된 익명성에 기뻐하는 것과 동시에 아쉬움을 느끼는 그런 모순된 감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 것 또한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아이고...! 감사드립니다! 그럼 저기, 저쪽 광장에 제가 방송 준비를 해놨으니 그쪽으로 가실까요?”
다시금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을 보여주고, 관심을 얻는다고 생각하니 이현설의 가슴이 콩닥콩닥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닥쳐오는 불안감. 만약 이 이후로 또 그가 나를 어려워하면 어쩌지, 혹시 타인의 관심이 부담스러워 또 도망가버리면 어쩌지. 생각해보면 또 나말고 다른 여자들을 만들러 갔는데 내가 걸리적 거린다고 버리면...
[헹, 걔는 ‘차수현’이다. 원래 너 말고 다른 사람을 선택한 그 놈팽이가 아닌 다른사람이라고. 그리고 내가 말했지? 만약 너에게서 눈물이 날 일있으면 내가 그놈 가만히 안둔다고.]
그리고 그러한 불안들은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듬직한 목소리 하나에 씻은 듯 사라졌다. 그래, 수현이는 걔랑은 달라. 나하나 보겠다고 차원도 넘어온 애인데, 나를 버릴리가 없지.
하지만 이내 이현설의 머릿속엔 또 다른 근심이 생겨났다.
‘어라? 근데 나 이쪽세계의 노래는 하나도 모르는데...’
자신이 아는 노래라고는 다른세계의 노래였고, 그마저도 가사를 외우고 있는건 자신이 출연했던 드라마의 ost뿐이었다.
‘으아아아… 어쩌지?’
[헹… 정말 손이 많이가는 아이구만. …자! 됐다. 주머니에 usb하나 생겨있을 테니까 그거 주면 된다.]
“자! 세팅은 끝나구요, 혹시 준비하신 노래나, 애창곡 그런거 있으시나요?”
마침 들려오는 방송인의 말에 이현설은 움찔거리며 반사적으로 usb하나를 건냈다.
“오~ 혹시 이렇게 캐스팅 되는걸 기대하신건가요? 하하하, 음원도 챙기시고 다니고. 오~ MR~ 준비된 여성분이셨군요!”
그의 말에 이현설의 얼굴이 창피함으로 붉어지는 모습은 남성들의 심장을 때려댔다.
‘와, 진심 존예네 진짜 연습생인가...? 번호 따봐?’
하지만 그런 남성의 흑심은 반주를 틀고 얼마가지 않아 경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흠흠... 아, 이거 너무 오랜만에 부르는 거라 잘 기억이 안나네욯 흐흫”
역시 차원을 넘어와서도 그 끼는 어디가지 않는지 처음엔 조금 어색해 하던 이현설은 멘트 하나하나로 주변을 사로잡기 시작했고, 얼마 안가 노래를 시작했을땐, 우연히 길을 지나던 사람조차도 불러모으기 시작했다.
“너 를 바라보며 느꼈던~ 이 아픈 마음은~ 사랑인 가요~”
애절한 현악기의 멜로디와 청량한 종소리에 더불어 한껏 가사에 감정을 이입한 연기천재 이현설의 음색은 듣는 것 만으로도 그 장면을 연상시키기 충분했고, 항상 채팅으로 붐비는 길노의 방송조차도 시청자들이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감상에 들어가게 만들기엔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리고 하이라이트. 본 드라마에서 자신이 아닌 다른 여성과 웃으며 길을 것는 남주를 보고 오열하는 모습에서 나오는 이 부분은 저쪽 세상에서도 이 고음파트가 여주의 오열을 대신하는 것 같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호평이었고, 그것은 그 드라마가 존재한적도 없는 이 세계에선 사람들에게 감탄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왜~ 내게 보여주지~ 않~ 았던 그 미~ 소~ 를~”
뚝…
자신도 모르게 감정에 너무 이입했는지 이현설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흘러내림과 동시에 반주가 멈춘다.
“그 여자에게~만~ 보여 주~ 나요...”
그리고 가사가 끝난후 들리는 현악기들의 구슬픈 클라이막스.
“…와…! 와아아! 이거, 이거 정말 대박이군요. 와… 저도 이거 들으면서 눈물이 절로 나왔어요 이거 보이시죠 이거?”
길노가 기립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오버액션을 하자 현설의 노래에 울적해진 주변 분위기가 풀어진다. 이는 그만큼 이현설의 노래가 주변을 장악했다는 반증이었고, 이건 방송을 보고있는 시청자들도 느낄수 있었다.
와… 이거 자작임? 진짜 지린다…
누나아아 날 가져요 엉엉
앵콜 앵콜 앵콜
이 반응은 비단 방송에서만이 아닌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와... 이거 원곡이 뭐지? 이렇게 좋은 노래가 있나?”
“길노님! 이거 무슨노래에요?”
주변 청중의 요청에 남성 방송인도 컴퓨터를 뒤적여 보지만 당연히 그 결과가 나올리가 없었다.
“어... 찾아도 안나오는데요, 혹시 자작곡이신건가요? 아, 아니면 혹시 가수…?”
하지만 그 질문에 이현설이 쉽게 답해줄수 있을리가 없었다. 자작곡은 아니지만, 무슨노래인지는 알려줄수 없다. 이게 무슨상황이란 말인가.
[그냥 아는사람이 만들어 줬다고 해. 음원발매 안한거라고.]
“어... 자작은 아니고 제 지인이 만들어준 곡이에요. 가수도 아니고요. 그냥 평범한 일반인 입니당 히히...”
그리고 이렇게 주변을 전부다 휘어잡아놓고도 저렇게 아무것도 모른다는 천진난만한 모습. 이 모습에 방송인 길노는 큰 직감을 느꼈다. 이건 월척이라고.
“저기! 이거 영상 위튭에 올려도 될까요? 제가 수익공유도 15... 아니 30으로 해드릴게요!”
그 말에 당황한 이현설은 결국 어어 거리며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고, 이에 방송인 길노는 고심하지만 그녀가 두고간 usb를핑계삼아 이 엄청난 음원을 두고간 사람을 찾는다며 위튭에 영상을 올리며 이현설을 당당히 sns스타로 만들어 버렸다.
물론 핸드폰이 없는 그녀에게 있어서 이 사실을 알리가 없었고...
<야야, 나="" 어제="" 은행에서="" usb녀="" 봄="" 진짜="" 존나="" 예쁘긴="" 한데="" 갑자기="" vip실로="" 가더라?="" 혹시="" 금수저인가?=""/>
복권 당첨금을 수령하러 간 그녀를 봤다는 목격담은 그녀를 순식간에 금수저로 만들어 버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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