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패배하는 히로인이 없는 이야기!-20화 (20/37)

〈 20화 〉 레이즈 (3)

* * *

“하아아아... 스흐읍 하아...”

아니, 진짜 왜 이러는 걸까. 그녀들의 바람대로 욕탕으로 가는 길인데도 달라붙으며 내게 코를 킁킁거린다.

“야, 야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대놓고 킁킁거리면 나도 좀 그렇거든?”

아무리 깨끗이 씻고 한다 하더라도 냄새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게 사람이다. 더구나 나는 검술 연습을 한뒤 아직도 안 씻은 상태였기에 그녀들을 떨어트리며 한발짝 뒤로 물러났다.

“... 우린 괜찮은데...”

내가 저리 말할 줄 알았지. 그 와중에 하인젤 저거 자신은 안그랬다는 듯이 도도한척 하는 거 보소. 내가 봤는데 니가 제일 헤실 헤실거렸어 임마.

뭐, 레이즈는...

“그럼 내가 목욕시중 해줄게!”

그냥 겸양 떨거나 그런 것 없이 언제나 일방통행이었다. 참 밝은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저게 다 연기라고 생각하면 참...

‘어쩌면 현설이랑 죽이 잘 맞을수도 있지 않을까?’

이현설도 그녀의 세계에선 유명한 연기천재였으니까 어쩌면 서로 잘 지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니, 성인이 될때까진 안받는다고... 난 경찰서 가기 싫다니까? 진짜 다 되도 이건 안돼.”

뭐, 중세엔 15,17이면 성인이라고 했었어도 적어도 내 관점에선 아니었다. 아직 앞길이 창창...한가? 어쨌든 성범죄자가 될 생각은 없었다.

그녀들이 나보다 세살,네살이 많으니 그녀들은 이미 현실에서도 성인이었지만 적어도 난 아직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2년뒤면 이 세상은 전란에 휩싸이게 될텐데 마땅한 피임도구도 없는 이 세상에서 덜컥 임신이라도 해봐라. 가뜩이나 둘에게 의존하고 있는데 둘중 하나의 공석이라도 생기게 되면 만화에서의 전개처럼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물론 내가 강해지는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내가 하는 검술 훈련은 나 ‘차수현’이 한다기 보다는 ‘알렉 골드르크’가 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무슨 느낌이냐면 게임 캐릭터를 조종하는 것 처럼 이거 해야지!하면 그런 행동이 되는 느낌이지 뭔가 내가 몸을 쓴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몸에 쌓이는 마나나 기술등은 늘어나는데 대련에선 항상 지고있다.

‘아닌가? 그냥 대련 상대가 저 둘밖에 없어서 그런건가?’

하지만 어쩌겠는가, 저 둘이 악을 쓰면서 남의 검이 내 몸에 닿는 꼴은 절대 못 본다면서 마스터인 자신들이 봐주면 금새 는다고 협박같은 설득을 하는데.물론, 저 둘이 대련해 주는 것도 나 뿐이다. 역의 논리로 그럴리는 없겠지만 우리의 몸에 내가 아닌 다른사람의 손이 닿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런 순애보적인 면만 보면 참 좋은 애들인데 말이야... 언제나 과한건 좋지 않은 법이다.

“언니, 주인님께서 걸으시는데 방해됩니다. 좀 떨어지시죠.”

욕탕까지 향하던 도중 나한테 너무 달라 붙어있는 레이즈가 보기 싫었는지 하인젤이 살짝 부루퉁한 목소리로 불평한다. 아, 레이즈는 아까부터 그럼 냄새만 맡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냐 면서 다시 매달려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하인젤의 불평에 레이즈는 보기 좋게 어그로를 나에게로 돌려버렸다.

“흠~ 싫은데? 알렉님, 알렉님은 내가 이렇게 붙어있는게 싫어? 하인젤은 솔직하지 못한가봐. 근데 저렇게 하는 것보다 나처럼 대놓고 표현하는게 더 좋지 않아?”

[오 ㅋㅋㅋ 애송이 이 고비는 어떻게 넘길거냐.]

레이즈의 저 질문에 하인젤이 잠깐 레이즈를 쏘아보다가 흘끔 나의 눈치를 본다. 아 참, 신이 조금더 힘을 얻은 것인지 이젠 핸드폰 문자가 아니라 vr처럼 눈앞에 글자를 띄워주었다.

그 행동이 ‘설마 저 대답에 그렇다고 대답하진 않으실 거죠?’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꼈다면 그건 착각인 것일까?

그렇다고 대답하면 하인젤이 실망할거고 아니라고 한다면 레이즈가 실망할 것 같은 상황이었다.

...서로는 질투 안한다고 생각했더니 은근히 우위를 점하려고 하기는 하는구만. 나중에 꼭 둘이 어떤 거래던 이야기던 무슨 모종의 협약을 했는지 알아야겠다.

아무튼 나는 그중 가장 나은 선택지인 못들은 척 하고 조용히 하인젤의 한쪽 손을 잡아 끌어 깍지를 꼈다. 이러면 하인젤도 레이즈만 편애한다고 투정부리진 못할 것이다.

“에, 재미없게. 뭐, 하인젤의 말도 틀린건 아니니까 너무 달라붙진 않을게.”

다행히 레이즈도 눈치를 보긴 보는지 별다른 불평없이 아까처럼 매달리는 자세가 아닌 통상적인 팔짱끼는 자세로 고쳐주었다.

‘아으, 이뻐라.’

그녀의 예쁜 짓이 귀여워 레이즈도 한쪽 손을 잡아 손깍지를 껴주었다.

“히히...”

그렇게 양쪽을 번갈아 달래주니 더이상 불평 없이 조용한 웃음만을 들으며 욕탕에 도착할 수 있었다.

...

“아 좀 훔쳐보지 말라고!”

물론 내가 목욕시중을 거절하였음에도 그녀들은 기어이 몰래 몰래 기어들어와선 남정네의 몸을 흘끔 흘끔 쳐다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다행히 은신에는 소질이 없는건지 그럴때마다 내게 걸리긴 했지만...

덕분에 벌써 몇십분째 욕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으으... 몸이 불다 못해 타이어 맨처럼 되버릴거 같아.’

미국의 어느 타이어 회새의 캐릭터처럼 하반신만 퉁퉁 불어버리는게 아닐까... 다행히 때는 잘 밀리겠구만.

“몸을 밀어드릴까요?”

“어우씨, 깜짝아!!”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싶어서 봤더니 언제 들어온 건지 타올로 몸을 감은 하인젤이 내 옆에 앉아있었다.

아니, 뭐야 도대체 언제 온거야. 분명 아까 전만 해도 저기 저 칸막이에...

“후웅~ 알렉님, 몸 좋네?”

“으악! 으... 제발 좀 소리 좀 내고 들어와...”

이번엔 내 왼편에서 갑작스레 귀에 바람이 들어와 화들짝 놀라니 역시나 레이즈가 앉아있었다.

“응! 알았어, 다음부턴 소리내고 들어오면 되는거지?”

...? 어라? 이게 얘기가 그렇게 되는건가? 이게 아닌거 같은데...

그녀들이 조금씩 손으로 내 몸을 살짝 살짝 건드릴 때마다 몸이 오싹오싹 떨리느라 생각이 마비되어 갔다.

검을 잡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손톱을 짧게 깎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몸에서 느껴지는 손끝이 보들보들거려서 저절로 내 아들내미가 성질을 내기시작한다.

으아아아... 한쪽은 집요하게 귀에 바람을 불고 한쪽은 손끝으로 살짝 살짝 쓸어내리기만 하는게 너무 자극적이었다.

“후후후♡ 주인님 왜이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거야?”

윽... 레이즈가 평소처럼 알렉님이 아닌 주인님이란 호칭까지 써가며 몸을 건드려대니 이젠 완전기립한 상태가 되었다.

“응? 내가 주인님이라고 하는게 그렇게 좋은거야? 흐흫, 그런거 좋아하는구나?”

“핣, 촙, 하아♡ 주인님, 너무 그쪽만 바라보지 말아주세요.”

으으윽... 내가 너무 레이즈만 바라본게 불만인건지 하인젤이 귓고리를 핥으며 이제 몸을 넘어 허벅지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한다.

“주인님, 참지 않아도 된답니다...?”

이젠 손끝이 아닌 손가락 전체를 대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굳은살이 자극되는게 거슬릴것 같지만 오히려 내가 이 부드러움에 적응하지 못하게 새로운 자극을 주고있어서 더욱 흥분되었다.

“아아♡ 주인님, 여기 욕탕의 물을 더럽히면 안되죠. 우리 바깥으로 나갈까요?”

“우리가 씻겨줄게 주인님.”

...결심은 개뿔, 진심으로 그냥 해버릴까 생각해버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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