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 하인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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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리고 들어오는 한 여성을 보며 나는 그 자리에서 입을 벌리면서 굳을 수 밖에 없었다.
저 차가운 표정과 걸을 때마다 풍등처럼 차랑차랑 하는 맑은 소리가 나는게 아닐까 하는 저 머릿결. 비록 만화와는 달리 금발의 머리는 아니었지만, 그것만 빼고 본다면 내가 아는 하인젤 그자체였다.
‘아아... 잘 자라주었구나...’
이렇게 되면 레이즈와 멜의 성장모습도 무척 궁금해지는데? 물론 내가 모르는 내 기억속에서 슬금 슬금 그 모습이 연상되려 했지만 그보다는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싶었다.
“안녕, 하인젤. 좋은 아침이야.”
내가 웃으며 그녀에게 인사를 건내었지만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할 뿐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음… 이런점은 변하지 않았구만. 내가 방문 밖으로 이리저리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멜과 레이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멜이랑 레이즈는?”
그래서 물어보았더니 하인젤이 잠깐이지만 아랫입술을 깨무는 게 보였다. 엥? 아... 하긴, 얘를 앞에 두고 다른 애를 찾았으니 좀 서운할 법 하긴 하지.
“...언니는 늦잠을 자서 오는 중이고 멜…님은 이미 얼마전에 정원 관리 쪽으로 직책을 바꾸었습니다. 혹 보고 싶으시면 불러올까요?”
둘의 바뀐 모습도 궁금했기에 고개를 끄덕이려 했지만 미친듯이 울리는 핸드폰에 화면을 확인했다.
[야야야야야, 너 고개 끄덕이면 ㅈ된다. 저년 저거 저거 앞치마 구겨지다 못해 찢어지려 하는거 봐라.]
신의 말에 슬쩍 아래를 보니 하인젤의 손은 공손히 모아져 있는 그대로 였지만, 그 두손 밑으로 보이는 앞치마의 구김은 나를 속일 수 없었다.
“어어? 아니 아니, 그냥 궁금해서 물어 봤어 하하하하. 너희가 있는데 왜 멜을 찾겠어 그냥 오랜만에 꿈에 나와…”
앗… 이거 약간 지뢰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던 하인젤의 고개가 들리며 내 눈을 마주본다.
“...꿈에 나왔다구요? 꿈에서 나올 만큼 보고 싶으신...”
세상에...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말이 잘못 나온건데. 라는 변명을 해보려 입을 열려 했지만 나는 포식자를 만난 사냥감 마냥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니 예쁘긴 한데... 근데 왜 이렇게 섬뜩한 느낌이 들까?
쾅!
“짜자안~! 헤헤, 미안~ 내가 좀 늦잠 잤… 어? 하인젤, 왜 그렇게 알렉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어?”
회색빛의 목덜미에 겨우 닿을랑 말랑 한 머리칼, 펑퍼짐한 메이드 복으로도 눈에 띄이는 상당히 바람직한 가슴과 몸매. 그리고 저 하인젤과 닮은 듯 하면서도 다른 매력이 있는 얼굴까지, 그녀가 들어온 순간, 나는 그녀가 레이즈라는 걸 알수 있었다.
“…언니, 뛰어 오시느라 옷에 주름이 잡혔습니다. 제발 품행을 좀 가지런히 하시지요.”
휴... 다행히 레이즈가 등장하며 하인젤의 주의를 끌어준 덕에 나는 맹수의 눈빛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역시 이렇게 분위기 메이커가 있어야…
“그냥, 주인님이 꿈에 멜님이 나와서 보고 싶으시다 하시길래 불러 드릴까 질문하던 참이었습니다.”
“…멜? 걔가 왜? 우리로는 부족하대? 왜? 멜 말고 이렇게 밝고 귀여운 내가 있는데 그 년은 왜 찾는거야? 뭐가 부족한거야?”
…어? 어어? 원래 이런 캐릭터가 나오면 분위기가 풀어져야 되는데...?
이젠 하인젤뿐만이 아니라 레이즈까지 합세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무표정으로 나를 주시했다. 아니, 저건 무표정 수준이 아니다. 주변의 모든것을 빨아들여 없애는 블랙홀 표정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아... 아니 그냥 너네가 이렇게 예쁘게 잘 컸다 싶어서 그랬어…!”
“…감사… 합니다?”
의외로 레이즈보다 하인젤 쪽의 기분이 풀어졌다. 약간 의도하긴했지만, 이렇게 쉽게 풀릴줄은 몰랐다. 기분좋은 오산이라고 생각하며 이제 레이즈 쪽을 바라보는 순간.
“…알렉, 아니 알렉님 내가 이번은 그냥 넘어갈게. 하지만 다음에 원하는 취향이 생기면 확실히 말해줘야 된다?”
그녀가 맹수같은 눈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조곤조곤하면서도 무서운 말에 나는 거의 반 자동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고야… 벌써부터 암울한 미래가 보인다 야…]
‘아니, 아저씨 당신이 쓸데없이 스킵해서 그렇잖아요. 이거 어쩔거야, 이미 손 쓰기엔 늦었다고.’
흘러갔던 기억중엔 그녀들이 마스터로 각성하는 순간들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제와서는 너무 늦어버렸다. 그녀들을 내쫓겟다는 협박도 이제 통하지 않는다. 마스터는 절대로 놓칠수 없는 전력이었고, 그렇기에 무리가 되지 않는 한 아니, 무리해서라도 그녀들의 요구를 들어주려 할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레이즈와 하인젤의 저 누가 보더라도 비 정상적인 상태는 아주 사소한 문제였다.
이걸 어떻게 해야될까. 혹시나 싶어서 하트앱을 켜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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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도: 이현설:4%
호감도: 하인젤: 50%(한계치입니다! 추가 확보를 위해선 특정 이벤트를 완수해야 합니다.)
레이즈: 50%(한계치입니다! 추가 확보를 위해선 특정 이벤트를 완수해야 합니다.)
메리: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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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였다. 수치 만으로는 크지 않았지만 저 괄호 안에있는 한계치라는 글자로 보아 이미 그녀들이 내게 임프린팅 된 보호자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다는 건 분명했다.
‘하...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미움 받을 각오를 해서라도 확실히 했어야 됐는데.’
스킵하느라 자동모드가 된 나는 분명 그녀들을 오냐오냐 해줬을게 뻔했고, 가문에서도 나날이 실력이 늘어가는 그녀들을 보며 행복회로를 돌리며 사소한 문제는 무시했을 것이다.
그 결과가 지금의 저 둘이었다.
스으읍, 이거 좀 늦긴 했어도 무리해서 어떻게 해봐야 되나…? 하지만 또 생각해 보면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애초에 이성이 질투를 한다는 게 그만큼 애정을 가져준다는 뜻 아닌가?
뭐 어떻게 적절하게 조절만 좀 잘해주면…
아침 검술훈련 일과가 있었기에 애써 긍정적 생각을 가지고 자기위로를 해가며 연무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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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도, 이미 가문의 기사들이 한창 훈련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누군가 우리를 발견하고 자기들끼리 수군 거리더니 이미 공간이 남아도는 데도, 굳이 자리를 비켜주어 우리가 연습하기 쉬운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아,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기 보단 그냥 구경하듯 둘러 싸고 있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일 것 같다.
하긴, 경지에 오른 사람들의 연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연습이 되겠지.
근데 이러면 레이즈랑 하인젤이 싫어하지 않나? 나 말고 다른 남자랑은 말도 섞기 싫다더니 그런식으로 말했는데 하긴, 지금은 그때로부터 시간도 많이 지났으니 상관 없나?
하지만 그녀들이 입고있던 메이드 복을 벗고, 움직이기 편한 옷으로 갈아 입고 올 거란 내 생각과는 달리 펑퍼짐하고, 움직이기엔 다소 불편한 메이드 복을 그대로 입은채 한켠에 꽂혀있는 목검들중 하나를 뽑아왔다.
그리고는 나에게 툭하고 던져주는데... 잉? 내가 쟤네랑 싸워? 쟤네는 마스터고 나는 그… 아, 이제 겨우 익스퍼트야?
보통 수준에 맞춰서 초급반 중급반 고급반 이런식으로 나눠 서는게 맞는 것 아닌가? 분명 저기 구경하고 있는 가문의 기사들 중에도 익스퍼트에 갓 다다른 기사가 있을텐데도 그녀들은 내가 나오길 기다리는 듯 자신들의 목검을 아래로 향한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
그렇게 되니 아주 자연스럽게 관중들 마저 나보고 안나가고 뭐하냐는 듯한 눈빛을 보내온다. 아니, 나는 니들이랑 싸워야 되는 수준이라니까? 제에발 끼리끼리 놀라고...
하지만 어쩌겠는가, 결국 나는 눈치를 보며 검을 들고 나서게 되었고, 그녀들이 왜 굳이 메이드 복을 벗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윽, 익! 이이익!”
애초에 많이 움직일 필요가 없던거였다. 나는 나름 있는 힘껏 내 몸이 기억하는 모든 기술을 총 동원하면서 그녀들에게 유효타를 먹이려 했는데도, 단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들도 손속은 두는지 나를 공격하진 않았지만, 군데군데 들어오는 카운터들과 나의 필사적인 공격에 내 몸은 점점 녹초가 되어 가고 있었다.
털썩
“으갸하아악... 나 죽겠다아아…”
우리를 바라보던 관중들도 다 자기 자리에 가서 다시 훈련을 재개했다. 저놈들 마스터의 검술을 보고 싶었던게 아니라 그냥 내가 고통 받는걸 보고 싶었던 건가?
녹초가 된 내가 바닥에 뻗어 있으니 레이즈가 슬금 슬금 와서는 내 머리를 들고 자신의 무릎위에 얹어둔다. 땀 많이 났을텐데 그런거 신경 안쓰나?라는 생각을 하고 얼마 안가 이번엔 하인젤이 수건과 빨대꽂힌 물병을 들고와 내 땀을 닦아주고, 내게 물을 먹여준다.
후… 이런 것만 보면 참 좋은데… 그놈의 질투가 문제였다. 이런걸 보면 다행히 메이드장이 기본 품행이나 예의범절은 잘 가르친 것 같은데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인 이 질투를 내가 관리하지 못했으니. 이게 다 그 초짜 신 때문이었다.
위이이잉!
어허, 불평하지마세욧. 일이년이면 몰라도 몇년을 뛰어넘어 놓고는. 아니, 그리고 그 혼잣말이랑 그 요청이랑 구분도 못하나?
추… 충성!
어어, 그래 그래 이거이거 우리 가문의 방패들이 이렇게 열심히 수련하는 걸 보니 내 기분이 좋구만 허허허허
얼마간 휴식을 취하고 나자 오는게 있으면 가는게 있다고, 이번엔 내가 그녀들을 눕히며 내 무릎을 배게 만들었다.
‘아, 생각해 보면 여기 흙바닥인데 옷 다 더러워졌겠네.’
하지만 그녀들은 그런건 생각하지 않는지 그냥 내 무릎을 베고 있다는 사실이 좋은건지 싱글벙글 웃으며 베는 걸로 모잘라 내 무릎에 볼을 부벼대기 시작한다.
“허허허... 이거 보기 좋은 장면이구만! 아, 알렉. 저번에 내가 얘기 했던 약혼은 생각해 두었나? 프로즐 공작가에서 좋은 얘기가 오갔는데 하하하하.”
으악! 깜짝이야. 언제 온 건지 골드르크 백작이 어느새 내 근처에 와선 허허허 웃으며 말을 건낸다. 하인젤과 레이즈도 고용주가 왔기에 빠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내가 그냥 누워있으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으으으 같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백작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눈을 꽉 감는다.
그리고 그런 우리가 아니꼬왔던 건지 백작이 툭하고 폭탄을 던지고 가자 갸르릉 거리던 아기 고양이 아니, 고양잇과의 호랑이와 사자의 눈이 번뜩 뜨였다.
“약혼이라뇨? 그런 이야기를 했던건가요?”
“…저번은 넘어가 준다고 했는데, 이거 우리 알렉님 또 사고를 저질러 놨네?”
아니, 뭔 사고에요… 그, 저는 모르는 이야기라니까요? 아니, 그 내가 한 이야기는 맞을 텐데 나는 모르는… 에라이 씨발 이게 뭔 개소리야.
나는 다시 한숨을 깊게 내쉬며 이번엔 또 어떻게 넘어가야 될지 고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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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르크 백작 그러니까 알렉의 아버지는 연무장을 나서며 기분좋은 미소를 얼굴에 띄고있었다. 물론 평소에도 사람좋은 미소를 항상 띄우고 다니는 그 였으나 오늘은 그런 만들어낸 미소가 아닌 진짜 미소를 감출수가 없었다.
“오오,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구나! 와하하! 가끔은 쉬기도 하게나 하하하!”
애초에 평소엔 그냥 아침인사나 하던 그가 한마디 덕담을 건네는 것에서부터 눈치빠른 사람들은 그가 오늘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알 터였다.
“가주님, 오늘따라 유난히 기분이 좋아보이시는군요.”
지금 말을걸어오는 집사처럼 말이다.
“음! 하하하, 우리 아들이 청춘을 즐기고 있길래 좀 골려주고 왔지!”
백작이 웃으며 아까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이른아침에 연무장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싶어서 가보았더니 알렉이 골드르크 가문의 보물인 어린 마스터 둘과 수련을하고 있었다. 이미 한참전부터 수련중이었는지 얼마안가 알렉이 뻗는가 싶더니 갑자기 번쩍!하고 일어나더니 마스터에게 무릎배게를 해주는게 아닌가? 드디어 항상 둘을 은근히 피해오던 아들이 이제서야 정신을 차렸구나!하고 감탄했다.
‘뭐, 그래도 골탕 좀 먹이고 왔지만... 원래 손에 든게 빠져나가려고 할때 비로소 그게 소중한 걸 아는 법이지.’
“아, 그 두 노ㅇ…”
“어허! 비록 신분이 미천했을지라도 지금은 마스터네. 게다가 우리에게 무척이나 호의적이지. 당장에라도 자작의 지위를 받을수 있는 사람들이야! 항상 입을 조심하게나 집사.”
집사가 보물들의 신분을 꺼내자 백작이 두 눈을 부릅뜨고는 그에게 호통을 친다. 두꺼운 성벽을 일격에 두동강 낸다는 그 마스터다.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는게 병력의 수라고는 하나, 그렇다고 병사 백명이 모인다고 성벽을 부술수 있는건 아니다. 그만큼 마스터는 귀중한 전략이기에 국가에선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는 순간 이전의 신분을 막론하고 최고의 대우를 해주어 그들을 자신의 품에 담아두려고 노력한다.
다만 문제라면 애초에 그만큼의 경지에 오를정도로 재능이 있거나 수련을 한자들은 이미 배경이 충분하거나 검술에만 신경을 쓰기에 그런 회유책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보물들이야 말로 진짜 보물이지.’
레이즈와 하인젤처럼 충성하는 마스터들은 흔치않다. 당장 왕국에서도 신분을 의탁한 마스터는 왕의 호위기사단장 단 하나밖에 없고, 그 마저도 절대적인 충성이 아닌, 계약에 의한 충성이었다. 하지만 레이즈와 하인젤은...
백작이 몇개월 전의 일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허허... 세상에, 내 두눈으로 직접 마스터의 탄생을 목격하게 될줄이야...’
연무장에서의 일이었다. 두사람은 이제 젤로로도 감당하지 못할정도의 실력이 되어, 서로가 아니면 골드르크 내에선 호적수가 없는 지경이었기에 여느때처럼 서로 목검을 주고 받으며 수련을 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날은 평소와 달리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펑!하고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기에 모든 호위병력이 연무장으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적의 습격도, 폭탄이 터지는 것도 아니었다.
광검. 순수한 마나로 이루어진 검한자루가 목검내부에서 만들어지며 목검이 터지는 소리였다. 레이즈의 마스터 각성이었다.
그리고 그날 백작은 마스터의 탄생을 축하하며 성대한 연회를 열었다. 그가 아는 모든 인맥을 초대한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초대장도 보내지 않은 국왕이 왔기에 엄청 뻘뻘 맸었지...
중요한건 일주일도 안지난 그 이튿날이었다. 연무장에서 또 다른 폭발음이 들려왔고, 처음 겪은게 아닌 만큼 저번처럼 혼비백산은 아니었으나 모든 병력들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모여들었다. 레이즈는 경지에 이른후 마나를 사용하지 않았기에 그런 소리가 들릴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하인젤과 대련하느라 자신도 모르게 마나를 방출해 버린게 아닐까?’라며 모두가 생각했지만 그 반대였다.
이번엔 레이즈가 아닌 그 반대편에 서있는 여성의 손에 광검이 들려있었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모두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었으나 정작 두 마스터의 씨앗을 데려온 알렉은 태연하기만 했다.
“헉헉... 아니, 나 진짜 더이상은 못해... 저런 괴물들이랑 같이 수련하는게 말이 안된다니까...?”
아니, 그냥 뻗은거였나? 아무튼 그날 백작은 그때 아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은게, 아니 자신이 너그러운 성격이었음을 신에게 감사했다. 또 다시 열린 연회에서 국왕과 직접 대면할 기회가생겼기 때문이었다.
“허허... 내 호위기사단에 익스퍼트는 많아도 마스터는 단 한명인데... 그대는 이런 인재들을 어디서 모은 것이오...? 그보다 앞으로가 힘들겠구만, 나는 한명으로도 힘든데 그대는 저 둘의 요구를 받아주어야 할터니... 뭐, 정 못하겠다면 내게 부탁하시오. 힘들긴 하나 감당하지 못할건 아니거든.”
감당하지 못하긴 무슨, 무리를 해서라도 감당해야 하는 전력이다. 처음엔 국왕의 말에 혹시 마스터를 강제로 데려가면 어떡하나... 싶었으나 역시 국왕도 마스터를 억지로 마음대로 할수는 없는지 넌지시 운만 띄울뿐 별다른 요구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왕의 말대로 그녀들이 어떤 요구를 할지 백작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듣기론 호위기사단장은 으리으리한 대저택에 명마, 그리고 단하나뿐인 보검을 요구했다는데...
“저는 그냥 알렉님의 곁에 있는 것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 그분을 지킬 무장정도는 있으면 좋겠군요.”
“엣...! 그, 그럼 저도! 아니, 저는 알렉님의 전속 시녀가 되고 싶습니다!”
“...! 말을 번복해서 죄송합니다만 저도 전속 시녀가... 가주님, 어째서 눈물을 흘리시는 겁니까...? 혹 그정도로 무리한 부탁인지...”
그날 골드르크 백작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수가 없었다.
“아...! 아니네, 무리하긴 무슨! 당연히 해주고 말고! 마침 멜이 전부터 꽃을 키우고 싶다고 노래를 했는데 잘 되었구만!”
그날 이후로 멜은 그녀가 그토록 바라던 정원관리로. 위치가 애매하던 레이즈와 하인젤은 알렉의 전속 시녀가 되었다.
“저... 가주님? 상념을 깨어 죄송합니다만 이제 나가셔야 합니다만...”
“아아, 미안하네 집사. 아무튼 늘 입을 조심하게나. 그 둘은 우리 가문에서 숨만쉬어도 고마운 존재들이라고.”
백작은 집사의 말소리에 상념을 깨며 그녀들 덕에 참가할수 있게 된 왕당파들의 모임에 참여할 준비를 하였다.
뭐, 그의 아주 약간 골려주려고 했던 그 사소한 장난이 꽤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을 그가 알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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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야! 아니, 왜 목검에서 빛이 나는데. 힘빼, 힘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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