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 하인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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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다소 머뭇머뭇거리긴 했으나 한번 발동이 걸리니 그녀들은 음식을 거의 빨아들이듯 흡입하기 시작하였다. 멜이 아예 음식카트를 빌려서 음식을 날랐으니 말 다했지.
"저기, 그러고 보니 너희들 이름이 뭐야? 나는 알렉산더 골드르프. 알렉이라 부르면 돼."
이젠 다행히 말을 건다고 흠칫거리는 지경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터울없이 대하지는 않았는데, 이건 신분제사회에선 어쩔 수 없었기에 나도 이부분은 포기하기로 했다.
"어... 저는 레이즈고 옆에 이 아이는 하인젤이에요... 알렉님."
이미 아는 이름들이지만 그녀들이 내게 직접 이야기하지 않았음에도 내가 아는척하면 기분 나쁠수도 있기에 직접 물어보았다.
"헤에, 예쁜이름들이네. 둘은 쌍둥이야? 머리색이 비슷한데. 둘 다 예쁜것도 그렇고."
"어... 감사합니다...? 쌍둥이라 물으셨는데 그건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같이 있어서 가족같은 존재라곤 생각하고 있습니다."
둘이 완전히 닮은게 아니였기에 쌍둥이라 하긴 어폐가 있었으나 뭐, 이란성일수도 있고, 무엇보다 둘이 꼭 달라붙어있는게 상당히 자연스러워서 물어보았다. 뭐, 서로 사이 좋아보이니 그걸로 된거다. 같은피가 흐르고 말고가 뭐가 중요한가.
"앗, 그보다 저희 두명을 떨어트리지 않고 같이 구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로 떨어질게 될건 각오하고 있었지만 막상 떨어지게 되면 슬펐을거에요."
얌전히... 라기 보단 열성적으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던 하인젤이 음식을 내려놓고 두손을 모아 내게 머리 숙여 말한다. 처음엔 내성적인 아이라 생각했는데 소설처럼 당찬 모습그대로였다. 그녀가 그리말하자 레이즈도 그걸 깨달았는지 다급히 하인젤처럼 고개를 숙였다.
'처음에 레이즈 품에서 숨고 위축되어 있길래 기사로의 길을 걸으며 성격도 굳어진거라 생각했는데 원래 저렇게 굳센아이였구만.'
"아니야, 아니야. 우린 친구라고 했잖아?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이 좋아보이기도 했고, 둘보단 셋이서 노는게 더 즐겁기도 하니까. 그러니까 고마워할 필요 없어."
처음부터 노예상에 있었을테니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텐데도 저렇게 예쁜말만 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지며 무심코 현설이에게 했던 것처럼 머리를 쓰다듬어버렸다.
앗... 여자들이 극혐하는 행위중 하나가 머리쓰다듬는 거라던데...
이제 겨우 경계심을 푸나 했더니 다시 경계를 사게 생겨버렸다. 역시나 머리를 쓰다듬는건 너무 나간건지 두 미소녀가 어이없다는듯 멍하니 나를 바라본다. 허겁지겁 손을 빼려했더니 하인젤이 내 손을 붙잡았다.
“...어? 아... 갑자기 쓰다듬어서 미안...”
“앗...! 죄,죄송합니다 주인님. 감히 저같은게 함부로 손을...!”
내가 당황하며 사과하니 되려 하인젤이 눈에띄게 당황했다.
[흐음~ 이거 그거구만. 과하게 자존감이 낮아서 자신의 진짜 가치를 모르는 아이들이 되려 있지. 이런 사람들이 첫사랑 잘못 만나면 크게 데이는데. 뭐... 너가 있으니까 딱히 문제는 안되겠지.]
그러고보니 만화에서 알렉이 하인젤에게 칭찬할때마다 그녀가 몸 둘바를 몰라하긴 했다.
‘그럼 이거 어떻게 고쳐야 되죠...? 위축된 모습을 보고싶진 않은데.’
[흐음... 난 그렇게 생각 안한다만... 뭐, 옆에 레이즈란 소녀도 있으니 상관은 없나? 해결법은 간단해. 항상 잘한다 잘한다 하고 칭찬해줘.]
실로 간단한 방법이었다. 그러고 보니 육아프로그램 같은데서. 자기를 사랑할줄 아는 아이로 키우려면 어릴적부터 칭찬을 자주 해주는게 밝은 아이로 클 가능성이 높다고 한걸 들은적이 있긴했다.
‘자신감 넘치는 위풍당당 대륙제일검이라... 뭔가 설레는걸.’
만화에선 약간 실눈캐처럼 힘순찐 같은 하인젤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이것도 자존감 때문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쎄다... 아무튼 니가 알아서 하겠지 뭐.]
음,음 그러면 일단은...
“아니야, 아니야. 하인젤, 너는 ‘따위’가 아니야. 어... 그래! 무려 나 알렉의 친구라고! 내 친구라는게 자랑스럽지 않은거야? 그럼 날 무시하는건데?”
일단 저 기죽은 모습부터 어떻게 해야겠다. 내가 당당히 말하자 하인젤이 안절부절 못한다.
분명 무슨소리인가 싶을거지만 그녀는 나를 주인으로 대하기에 함부로 말하지 못한다. 결국 그녀에게 남겨진 선택지는 그냥 납득하는 거겠지.
“아, 레이즈도 마찬가지야. 너흰 내 친구니까 둘다 스스로를 낮추지 말았으면 좋겠어. 애초에 내친구이기 이전에 둘다 이렇게 귀엽고 예쁜데 왜 그래.”
[근데 굳이 그렇게 느끼하게 말해야하나?]
어... 다시생각해보니 너무 느끼하게 말한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하인젤과 레이즈도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흠흠... 아무튼 간에 내일부터 나랑 같이 공부하고 검술수업 들을거니까 오늘이 마지막 쉬는날이라고 생각하라고. 저것들 엄청 힘드니까”
“어... 죄송하지만 너무 복에 겨운 소리인 것 같은데요...”
나름 분위기를 풀기 위해 헛소리를 좀 했는데 잘 안먹혔나보다. 하긴... 중세에서 공부는 귀족이나 돈많은 상인들만이 할수 있는 특권이었다. 아버지인 골드르크 백작이 시대와 맞지않게 굉장히 개방적인 사람이라서 다행이었다. 물론 그런 성격 때문에 나중에 가장 큰 네개의 세력중 하나의 수장이 되는거지만...
일단 스토리 전개상 알렉이 19살이 되던해 왕과 왕세자가 의문의 죽음을 맞아 대륙에 대 혼란이 오니 우린 10년간 최대한 힘을 길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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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이거 참... 내 눈을 믿을수가 없구만.”
나도 그렇다. 만화에서 알렉은 손에 꼽을 세기의 검술 천재중 하나로 묘사 되었는데, 지금 내가 겪는 상황은 과연 내가 천재라는 단어를 써도 될지 의문이 드는 광경이었다.
“하하하하! 역시 우리 아들이야. 뜬금없이 생일 기념으로 예쁘장한 노예 둘을 사와서 벌써 여자에 눈을 뜬건가 싶었더니, 갑자기 검술과 공부를 가르쳐 달라기에 좀 놀랐었지.”
아, 아버지가 개방적이란게 무슨 의미냐면 한쪽이 아닌 모든 면에서 개방적이란 뜻이었다. 9살 소년에게 저런 소리를 해도 되는건가...
“저 두 소녀를 보거라. 걸음마를 가르치자 마자 뛴다는 말로도 부족하구나! 젤로. 분명 그냥 일반적인 폼멜과 콤탁만 가르쳤는데 이게 말이 되는건가?”
그랬다. 우리의 검술 담당 교관인 젤로는 왕의 친위대 출신 기사로 한쪽팔을 부상당해 전역후 우리 골드르크 가문에 몸을 의탁한 엘리트 중 엘리트였다. 하지만 천재들만 모인다는 근위대 출신의 그가 보기애도 하인젤과 레이즈의 재능은 진짜배기였다. 애초에 휘두르는 거랑 기본 자세만 가르쳤는데 단 한달만에 막기,카운터,페인팅까지 구사하며 현역의 기사랑 스파링을 하는걸 믿을 수 있겠는가.
물론 지고 있긴 하지만 그건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애초에 검술뿐만이 아니라 복싱이랑 태권도 같은 스포츠도 아무리 천재라도 처음부터 스파링을 시키진 않는다. 그냥 두사람이 미친거였다. 혹시 원작에선 그녀가 열다섯에 나이에 늦게 검술을 시작했는데 혹시 너무 일찍 시작해서 그 재능이 싹을 틔워 버린건가?
[이건 그냥 작가가 설정붕괴한거 같은데...? 저런 괴물이 어떻게 진다는게 가능하냐?]
내가 생각해도 그랬다. 물론 삼일 밤낮을 지새우며 연속해서 싸우고 적 마법사의 대규모 마법으로 인해 전장에서의 마나사용이 전부 봉인되었다곤하지만 지금 보는 이 모습인 하인젤이 지는 모습을 도저히 상상할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란 건 그녀들이 공부는 그냥 그럭저럭 평범했다는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아니, 사실은 좀 잘하는 축에 속하지만 검술처럼 미친 정도는 아니었으니 그나마 위안이 되는정도였다.
“후... 저 둘을 보고 있으면 검의 길을 걸은 제가 참 초라해 보입니다... 이봐! 이제 그만 휴식해! 과한건 오히려 독이다!”
젤로 교관이 소리치자마자 그녀들이 바닥에 드러누워 헐떡거린다. 한달이나 지나서 적응한건지 그녀들도 어느새 처음의 어색하고 긴장하던 모습과 달리 꽤 마음을 놓는 모습이다.
“이야... 이거 한달만 되도 너희 둘이 우리 기사단 다 이겨버리는거 아니냐?”
기사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을 거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그녀들이 얼마나 잘 적응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미 그녀들은 우리 가문에서 노예가 아닌 예비 기사단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죠. 경험의 벽은 생각보다 높은걸요.”
“그래도, 너희들은 빨리 시작해서 그만큼 더 많은 경험을 쌓게 될거잖냐. 이거 참, 너희에게 검술을 권한 놈은 무슨 예언자라도 되니?”
기사의 그 말에 화기애애 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진다. 어? 뭐지? 뭐 이상한 부분이 있었나?
“저기, 죄송하지만 놈이 아니라 알렉님이십니다. 도련님께 말을 높이시지요.”
레이즈와 하인젤이 갑자기 차가운 눈길과 말투로 방금 그 기사를 향해 말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될것은 나랑 우리가문 기사단은 약간 삼촌과 조카같은 관계라는 거다. 그래서 저렇게 놈이라던가 터울없이 대해도 상관없는 관계란 거다.
“저기... 뭔가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앗, 주인님! 저희 대련하는 거 보셨어요? 저 오늘은 꽤 잘 받아치지 않았나요?”
“주인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 저랑 레이즈 둘다 꽤 잘한거 같은데 그...”
내가 중재를 하기 위해 물과 수건을 들고 그쪽으로 다가가니 또 갑자기 얼었던 분위기가 녹았내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둘이 언제 지쳤냐는 듯 내게 다가와 칭찬을 요구하는 말들을 한다.
그렇게 되니 기사랑 내가 당황하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어... 아니 그게 아니라...”
“저희 잘했죠 그렇죠?이대로 가면 저희가 주인님께 도움이 되겠죠?”
내가 당황하며 입을 열려 하자 하인젤이 내게 한발자국씩 더 가까워져 왔다. 어라? 얘 뭔가 눈빛이 이상한데?
내가 얘 왜이래? 라는 눈으로 레이즈를 바라봤지만 그녀도 아기 고양이 같은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는다. 기사는 어느새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 챘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자리를 떠나고 있었다.
어라...? 이거 뭔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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