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패배하는 히로인이 없는 이야기!-6화 (6/37)

〈 6화 〉 이현설 (6)

* * *

“...”

“...”

“저기...”

지금 나와 이현설은 아무것도 없는 새카만 공간에서 단둘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우리에게선 서로 후광? 비스무리한게 나와 서로의 모습은 인식할수 있다는 것이었다.

“저기... 수현씨?”

내가 그녀에게 모든걸 털어놓은뒤, 핸드폰이 터질듯 진동하였고, 화면을 켜서 보니 아까보왔던 화면에서 save항목이 엄청 굵은 글씨로 press라고 쓰여있어서 그걸 눌렀더니 이곳으로 날라왔다.

도중에 신이 문자들을 많이 보낸거 같은데 확인하려 하니 지워져 있었다.

“저기요!!”

“으앗! 깜짝이야.”

어느새 이현설이 내 눈앞까지 다가와있었다.

“이제야 들리시는건가요?”

“아... 예... 그, 뭐... 들립니다.”

그녀가 한결같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지만 나는 그 시선을 피할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죄책감이 드는데 어떻게 대해야 되는건지 모르겠어...!’

분명 마지막에 본 화면에선 호감도가 max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게 100을 뜻하는건지 나 ‘차수현’에게 있어서 현재 달할수 있는 최대치를 뜻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함부로 할수도 없었다.

“아아... 이게 그 먹버인건가요...? 나는 진심이었는데...”

“예?! 아, 아니 전 그런게 전혀 아니고, 아니, 전 현설씨를 버리거나 그런게 아니라, 그... 아껴주고 싶다ㄱ...”

그녀의 갑작스런 말에 당황해서 횡설수설하자 그녀가 그제야 쿡쿡 하고 웃는다.

‘아, 그녀는 이런식으로 날 배려해주는 건가...’

본인도 당황스럽고 힘들텐데 내가 죄책감을 너무 느낄까봐 먼저 장난을 걸어준다.

‘정말... 이게 진히로인이지...’

“헤에~ 그럼 왜 그렇게 저를 피하시는거죠? 아, 혹시... 현실에선 이미 임자가 있는 쓰레기셨나요?”

이현설이 생글생글 웃으며 내 눈을 계속 마주보려했지만 난 아직도 좌책감에 눈길을 계속 피하고 있었다.

“그... 죄송합니다. 당신의 감정을 가지고 논것...”

“아! 또 사과하시네? 그만해욧! 제가 말했었지 않나요? 제 감정이 누굴 향했었는지, 어떤 것이었는지 알았다고.”

내가 계속해서 사과하자 그녀는 자신의 허리께에 손을 올리고 내게 잔소리를 시작한다.

내가 계속 고개를 내리고 있었기에 모르겠지만 아마 볼을 잔뜩 부풀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포옥.

내가 계속 말이없자 갑자기 내 시야에 그녀의 색 머리칼이 들어옴과 동시에 내 가슴팍이 축축해시는게 느껴졌다.

“...이번엔 제가 먼저 말할게요. 당신을 좋아해요. 그러니까... “

아까까지의 씩씩하고 당차던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이 물기 가득한 목소리만이 맴돈다.

‘아... 나는 또 그녀를 울리고 말았구나.’

“제발 저를 봐주세요... 자꾸 그러면 불안해지니까... 전 가지고 놀아졌다는 생각 전혀 안하니까...”

‘아아... 정말이지 당신은 하나의 별이시군요...’

그래서 나도 용기를 조금 내어보기로 했다. 그녀가 저리 용기를 냈는데 계속 죄책감만 붙들고 있는 것도 그녀를 힘들게 하는거 같아서.

“저도... 당신을 좋아해도 될까요...? 제가 당신에게 용서 받을수 있을까요?”

말은 없었지만 그녀의 고개가 위아래로 격하게 끄덕이고 있었기에 난 내리고 있던 팔을 들어 그녀를 감쌌다.

정말이지... 그녀는 너무나도 찬란한 별이였다.

.

.

.

”아하... 그래도 수현씨의 세상은 제가 살던 세계랑 그렇게 차이나지는 않아서 다행이네요.”

이현설이 리듬을 타며 고개를 좌우로 까닥거리며 말했다.

‘으와... 진짜 말도 안되게 귀여워.’

우리는 서로 손을 잡고 나란히 앉아 밤하늘로 추정되는 것을 보고 서로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처음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신도 우릴 지켜보고 있었는지 우리가 화해? 같은걸 하자마자 바닥은 잔디로, 하늘엔 조그만 반짝이는 점들을 밖아넣어 주었다.

“네, 현설씨도 이쪽으로 오면 빠르게 적응할수 있을거에요.”

‘그런데 이현설은 왜 나를 좋아하게 된걸까.’

최기현이 아닌 차수현은 그냥 제3자이자 완전한 타인일 뿐이다. 정작 우리가 함께 보낸시간은 어제 단 하루일 뿐인데 왜지?

‘설마 그만큼 섹스가 기분좋았나...?’

[그건 아닌거 같은데.]

“앗, 신님이시다!”

우리의 눈앞에 전에 봤던대로 흰머리에 고급양복을 차려입은 남자가 다시 나타났다.

[뭐, 이야기는 좀 잘 풀린 것 같네. 그래서, 넌 정말 이 작고귀여운 아이가 왜 널 좋아하게 되었는지 알고싶다고?]

그가 저벅저벅 걸어와 우리앞에 1인용 소파를 하나 만들더니 혼자서 거기 주저앉는다.

“에? 아~ 수현씨 그런게 알고 싶었어요?”

...뭔가 물어보면 안될거 같아서 안 물어보고 있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네.

“힣, 그냥 알려주면 재미없고 맞춰봐요. 맞추면...”

그녀가 악동같은 미소를 짓고는 내게 얼굴을 가까이 붙이며 말한다.

“하게 해줄게요♡ “

지져스... 그녀의 속삭임이 귀를 간질이자 순식간에 하반신에 피가 쏠리는게 느껴졌다.

[지랄. 여기선 그런거 안된다. 할거면 저 고추샛기네 세상가서 해라.]

“아하핳, 귓속말로 했는데 엿들으면 어떡해요~”

...이현설은 애교가 넘친다. 메모...

소설속에선 항상 장난치거나 힐링시켜주는 모습만 묘사되었는데 이렇게 즐거워하고 알게모르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보니 절로 아빠미소가 나왔다. 아마 이현설은 원래 이렇게 애교많은성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귀여워...”

“넹? 아~ 또 저보고 귀엽다고 생각하시는 거에요? 곤란한데~ 수현씨가 나한테 빠지면 못 헤어나올지도?”

그녀가 또다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잔망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 시선에서 왔다갔다 거린다.

[음... 맛있구만. 어쨌든 서로 이야기는 끝난거 같으니 이제 슬슬 보내주마. 너희 둘이 여기 남아있는건 나도 꽤 힘에 부치거든.]

’헹, 나랑 현설이가 꽁냥거리는게 질투나서 그런게 아니고?’

내가 살짝 비아냥대자 신은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래, 질투나서 그런다 됐냐? 아무튼 조만간 또 보자]

신이 손을 휘젓자 신의 모습, 잔디밭, 밤하늘이 사라지고 대신 우리의 눈앞에 문 하나가 놓였다.

‘이거 내 자취방 현관문인데...?’

”아, 수현씨! 이거 열면 수현씨네 세상으로 갈수 있나봐요! 근데 키패드가 있는데...?”

‘잠깐 그러고보니 내가 청소를 하고 살았었나...?’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키패드에 번호를 입력해 나갔다.

.

.

.

“풉...! 뭐야이게~ 수현씨 청소좀 하고 살아요 아하하핳”

역시나 문을 여니 보이는건 내 자취방의 풍경이었다. 문이 열리자 이현설이 잠깐이나마 기겁했는데 내가 조그맣게 ‘우리집이에요...’ 라고 설명하자 저리 웃으며 이리저리 구경해기 시작했다. 옷가지들이 바닥에 널려있고 책상위엔 노트북과 휴지더ㅁ...

‘일단 저 책상부터 빠르게 치워야 된다!!’

나는 재빠르게 달려가 노트북을 닫고 휴지들을 싹 쓸어서 화장실 변기에 처박고 물을 내렸다.

“수현씨, 제가 청소 도와드릴까요? 그러고 보면 여자친구가 방치워주는게 남자들의 로망이라고 들었는데~”

이현설이 싱글벙글 웃으며 물어본다. 음... 일단 위험한건 치웠으니 괜찮지 않을까? 하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도 일종의 데이트지.’

일개 대학생의 자취방이 커봤자 얼마나 크겠나. 우린 청소할때마다 툭툭 부딪치기 일수였고, 그때마다 그녀는 꺄르르 웃으며 장난을 걸어왔다.

그냥 칙칙한 원룸일 뿐인데 그녀 하나 있다고 이렇게 방분위기가 화사하게 바뀔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최고의 인테리어는 다름아닌 이현설이었나?

청소를 마치고 우리는 서로 말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침대에서 꼭붙어 누웠다. 스킨쉽이나 그런걸 바라는게 아닌 그냥 순수하게 꽁냥대기 위함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제가 왜 수현씨를 좋아하냐고 물었죠?”

나와 그녀가 서로 나란히 누워 서로의 손을 가지고 놀다가 이현설이 입을 열었다.

“음? 아... 대답하기 힘드시면 안해도 돼요. 전 현실에 만족하기로 했거든요.”

솔직히 무척이나 궁금했으나 꼭 들어야 되는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히히 웃으며 고개를 좌우로 젓더니 ‘싫어요~ 말할거에요~‘하고 말을 이었다.

“음... 제가 수현씨를 알게된건 그 꿈에서였어요. 신님이 나오셨던. 신님이 딱 나오시자 마자 제게 무슨 편지 하나를 주시더라고요?”

앗, 설마 저 편지는 내가 작가에게 보냈던 분노반 애원반이 섞였던 그 메일인건가?

“풋, 저는 첫줄을 읽자마자 당신이 떠오르는거 있죠? 그냥 말투 자체가 제 단하루 연인이였던 당신이었던 거에요. ‘우리 현설이는 왜 행복할수 없냐아~’이러면서”

“신님이 뭘 하셨는지, 저는 그편지를 읽으면서 당신이 그 편지를 쓰며 느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제게도 느껴졌어요. 분노, 슬픔. 그런것들”

솔직히 메일을 보내면서 매우 빡친것도 사실이라 뭐라 반박을 할수 없었다.

“그런걸 느끼면서 읽다보니 생각이 나더라고요. 과연 살면서 나한테 이렇게까지 공감해주던 사람이 있었나? 하고.”

나는 그냥 독자라서 감정이입을 한거였다. 작가인지 신인지 모르겠는 누구가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잘 묘사하는 사람이었기에.

“생각해보니 별로 없더라고요. 거기다 단 하루 당신과 연인으로 지냈던 하루를 생각하니.”

짝! 하고 그녀가 손뼉을 치며 몸을 일으켜 나와 눈을 마주했다.

“아, 이 남자는 놓치면 안되겠구나. 이렇게 날 생각해주고 나를 위로해주는데 어떻게 사랑에 빠지지 않을까.”

“쪽♡“

그러곤 천천히 고개를 내려 내게 입을 맞춘다.

“그러니까 걱정하지마요. 당신처럼 내 이 감정도 분명 거짓이 아니에요.”

그러곤 그녀가 꼬물대며 내 위에 올라탔다.

“뭐... 맞추진 않았지만 아무튼 제가 왜 수현씨를 좋아하는지 알았으니 이제 상을 줄 차례네요?”

...신이시여 진짜 존나게 감사합니다.

아랫도리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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