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이현설 (2)
* * *
두근두근...!
심장이 미칠듯이 뛴다. 현설이 복학한다는 말때문인지 아까 오전의 강의조차 제대로 듣지도 못했다.
‘그러고 보니 학기 도중 복학이 가능했나?’
[대충 넘어가. 어차피 현실이랑은 다른 세계잖아.]
자세히 보면 꽤 디테일이 떨어지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좋은게 좋은거라 보기로 했다. 학교를 같이 다니면 축제, 운동회, MT같은이벤트도 같이 보낼수 있는거 아닌가...!
그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또 강의가 끝나고 오후 1시. 점심을 먹을 시간이었다.
‘그러고 보면 현설이가 도착하는건 언제였지...? 분명 묘사 되었던것 같은데.’
정보를 모르면 그냥 식당으로 향하면 된다. 거기서 대충 혼밥하고 있으면 귀동냥이라도 할수 있겠지.
“야야, 아까 봤음? 졸라큰 밴 한대 생과대 들어가는거?”
“어? 그거 그거일걸? 그... 현설이었나? 이번에 드라마 찍은 배우 복학한다고 학과장님 보러가던데?”
“엥? 미친 그 존예가 우리 학교였냐? 와... 생과대 새끼들 졸라 부럽네. 나도 걍 전과 해??”
보아라, 알아서 정보들을 제공해 주지 않는가.
[뭐냐, 자리에 앉아서 밥 안먹고 돌아다니기만 하네]
‘쯧쯧쯔... 이미 현설이가 학교에 와있다는 정보가 있는데 배를 채우면 안되지. 고백 받고 데이트 가야 되는데.’
[엥? 그러니까 더 밥먹어야지 데이트 가서 돼지같이 와구와구 처먹을 거야?]
!!!! 솔로에겐 생각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역시 신님인가?
내가 밥약속을 다녔을땐 항상 고기뷔페 같은데를 갔었기에 식사를 굶는게 습관이었기에 생각할수 없는 사실이었다.
[혹시 데이트로 고기뷔페 갈거냐...?]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죠. 현설이가좋아하는 꽃게탕 먹으러 갈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기본정도는 매체를 통해 알수있었기에 점수는 못 따도 깎지는 않을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신님의 조언을 따라 간단히 컵밥정도로 배를 채우며 남은 수업을 들으러 갔다.
음... 역시 3년간 듣던 전공관 전혀 다른 수업을 들으니 1도 모르겠다. 데이트 코스나 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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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지막 강의였다. 어느새 현설이랑 보낼 이런저런 미래를 상상하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교양수업이 남게되었다. 아무생각 없이 강의실로 들어가니 이전 수업들과는 달리 뭔가 더 웅성거리는 느낌이 났기에 난 본능적으로 알수 있었다 여기에 현설이가 있구나...!라고
역시나일까 맨 앞자리, 강의에 쓰이는 전자교탁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는 그녀는 가장 눈에 안띌 만한 자리임에도 불과하고 가장 눈에 띄이고 있었다.
살짝 검은빛이 도는 자연갈색의 어깨를 조금 넘어 자연스레 말려있는 머리. 실제로 본적이 없었기에 모르겠지만 대충 봐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몸매. 무엇보다 항상 살짝 끝이 올라가 있는 입꼬리와 커다란 눈망울. 그냥 누가봐도 미인 그자체였다.
[이야... 역시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빚어 안그래?]
나는 미래의 장인어른에게 압도적 감사를 표하면서 남은 자리를 찾았다.
역시 저 압도적 아우라 덕인지 학생들은 웅성거리면서도 현설의 주변자리엔 다가갈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그덕인지 현설의 주변은 전부 비어 있었다.
‘분명 소설속에선 주인공이 저기가 아닌 적당히 떨어진 자리에 앉았었지’
하지만 나는 다르다.
내가 현설 근처로 가자 그녀가 날 알아본듯 표정이 확 밝아지는게 느껴졌지만 내 학교생활을 생각해주어서인지 섣불리 아는척 하진 않았다. 역시 소악마처럼 굴긴 해도 타인을생각해주는 배려심 많은 아이라니까.
‘거기다가 저렇게 기뻐해 주는데도 지 학교생활을 걱정해서 쌩까고 말이야.’
괘씸해져서 다시한번 셀프 싸다귀를 때려주었다.
“...!”
현설이가 깜짝놀라는게 보였지만 나는 태연하게 그녀의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소설속 세계관은 중국발 전염병이 없어서 자리가 다닥다닥 붙어있다는게 고마웠다.
“안녕 현설아, 오랜만이야.”
“어, 어...? 오랜만이야...? ...헤헷.”
내가 먼저 현설이에게 인사해주니 그녀는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웃으며 기뻐했다.
아, 얼굴에 홍조 올라왔다.
“...귀여워...”
“어...?”
앗, 생각이 입밖으로 나와버렸지만 어떤가, 사실인데.
현설이가 멍해지더니 전력으로 내게서 고개를 돌렸다. 이정도면 소악마가 아니라 소동물이 아닐까.
주변에서 웅성웅성거리며 둘이 아는사이였냐, 무슨 관계지, 같은 여러 추측성 질문들이 자기들끼리 오고 갔으나 무엇 하나 우리에게 닿는건 없었다.
‘까톡!’
<이현설:이따가 강의="" 끝나고="" 기다려줘...=""/>
나는 기분좋게 미소지으며 가방에서 교재를 꺼내 알아듣지도 못할 강의 내용을 전부다 베끼기 시작했다.
적어도 공부하는 척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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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교수님이 쿨하게 말하곤 강의실을 나섰지만 학생 대다수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흠, 너 너무 어그로 끈거 아니냐?]
이럴수가! 이게 나비효과인가? 고작 옆에 앉고 아는척 했다고 소설과 내용이 이렇게 바뀌나?
[아니, 그거 그냥 어그로라니까?]
까톡!
<이현설:어떡하지...? 그냥="" 나중에="" 다시="" 이야기="" 할까?=""/>
굳이? 어차피 내가 현설이와 연애하게 된다면 다 알려질 내용인데 지금 그걸 피할 필요가 있을까? 열애설 문제도 있긴하지만 소설속에서 이현설은 주인공에게 차인후 5년간 슬럼프를 겪는다. 그후 다시 도약하긴 하지만 과연 그녀가 행복했을까?
“아니, 그냥 지금 나가자”
그래서 난 짐을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나 현설에게 손을 내밀었다.
“...응.”
현설은 쑥스러워 하며 손을 맞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둘이 진짜 뭔사이냐?”
“에이, 뭐 어릴적 친구나 알고보면 친척관계인거 아니야? 현재 탑급배우가 저렇게 대놓고 연애하진 않을거 아냐.”
이런저런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냥 대놓고 무시하며 당당하게 걸으니 오히려 학생들이 당황해 반응하지 못했다.
“뛸까?”
“응!”
그래서 우린 그틈을 타 청춘드라마 처럼 서로 손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야야, 사람이랑 부딪히면 은신 풀린다 조심해.]
물론 그럴수 있는 것도 신님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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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 결국 온곳이 주차장이네?”
아무리 청춘드라마 처럼 달렸어도 힘든건 당연한 거였고, 지친 우리는 차를 타기 위해 현설의 밴이 놓인 주차장으로 왔다.
“그러게... 이렇게 뛰면 드라마 처럼 뭔가 멋있을 줄 알았는데 개뿔, 힘들기만 하다.”
내 말이 끝나자 서로 뭔가 넋이 나간듯 서로 웃음을 터뜨렸다.
‘아... 힐링된다.’
“저기... 기현아 수능 끝나고 내가 했던 말 기억나?”
아니, 이 병신은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기억하고 있다. 상폐당할뻔 했던 그 기억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다.
“어, 기억나. 분명 ‘내가 나중에 9시 드라마에 나올정도로 유명해지면 다 때려치고 너 만나러 갈거야’였지?”
내가 기억하고 있었단거에 기뻐서 그런건지 아니면 자신이 했던 그말이 부끄러워서 그랬었는지 모르겠지만, 얼굴이 붉어진 현설이의 얼굴은 무척이나 귀엽고... 요염했다.
“저기... 어제 드라마 봤어...?”
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현설은 갑자기 죄지은듯 고개를 떨어트린다.
아아... 이러려던게 아닌데.
“그... 나 그 배우분이랑 사실 안닿았거든...? 그, 내 뒤통수만 보였잖아? 대역 썼거든 그러니까...”
현설이가 말을 정리하지 못하고 생각나는대로 횡설수설하기 시작한다. 저 모습도 무척이나 귀여웠지만, 이대로 놔두면 어두워 질것 같아 행동하기로 했다.
꽈악...!
품에 쏙 들어오는 체구의 여자애. Tv나 스크린으로 보았을땐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는그녀는 사실 이렇게 품안에 쏙 들어오는 소녀였다.
“현설아. 그건 중요하지 않아. 다만 중요한건 내가 무척 많이 기다렸다는거야.”
“어...? 어어?! 그... 받아주는거야? 하지만 너... 별이랑...”
그랬다. 분명 소설에서 남주는 아직 별이를 좋아한다며 현설이를 한번 밀어낸 전력이 있다. 그렇기에 현설이 저런 말을 했었던 것이고.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무슨상관인가. 내가 남주 최기현인데.
“현설아. 좋아해. 이건 장난도 아니고, 술취한 것도 아니야. 순수하게 널 좋아해. 행복하게 해줄게 현설아.”
내 진심을 듬뿍 담아 모든 감정을 토하니 품안에 담긴 소녀는 울먹거리며 입을 열었다.
“으...으우... 나... 난 그냥 정리하려고... 그랬던건데... 이런 행복은 바라지도 않았는데... 크흥!”
다시한번 품안에 꼭 끌어안으니 내 가슴께에 머리를 묻고는 울음을 한가득 쏟아내었다.
가슴팍이 축축해지는게 느껴졌지만 어떠한가.
“크흥!”
...코를 풀면 또 어떠한가. 이렇게 작고 소중한 현설이가 내 품에 있는데. ...혹시 현설이 밴에 남자용 상의는 없겠지?
“다 울었어?”
“흐우... 응...”
“그래서 대답은? 하루정도 기다려 줘야 되나?”
일부러 짖궂게 웃으며 현설이를 놀리니 현설이가 웃다가 피식거린다.
‘어? 울다가 웃으면’
[거기까지. 그 개소리는 이 너굴ㅁ... 아니 신님이 묵음 처리했으니 안심하라구!]
“헤에~ 기현이 너 왜이리 성급해? 그만큼 내가 좋은거야?”
내덕에 기운을 차렸는지 다시 나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현설이가 보였다.
‘다행이다, 기운을 차렸네 역시 현설이는 능글맞으면서 마망같은 매력이지.’
“어, 엄청 좋아.”
뭐가 그리 부끄러우랴 소설속 최애랑 진짜 연인이 되었는데. 이 행복에 비하면 저 말을 뱉기위한 부끄러움 정도는 감수할수 있었다.
“읏... 너, 나말곤 따른 여자한테 그러지마... 애가 왜이렇게 능글맞아졌어...”
으와아아아아아 부끄러워 하는 현설이 깨물어버리고 싶어어어ㅓㅓㅓㅓ
[오우... 달달하긴 하지만 사람이 이렇게 단순해질수 있구만]
‘지금 현설이의 파괴력은 그정도다! 장인어른! 따님의 귀여움력이 보이지 않습니까아아ㅏ’
위이이잉!
신님에게 현설이의 귀여움을 어필하고 있으니 다시금 내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아까 신께서 주신 선물인 하트모양 앱이 반짝거리고 있어 터치하였더니 이번엔 다른 화면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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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도
김별:41%
이현설:(new!)90%
김승현:40%(한계치입니다. 남성으로선 이 이상 해제할수 없습니다.)
더보기
(new!)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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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현설이의 한계치였던 호감도가 잠금이 해제되고 새로운 항목인 아이템이 생겼다.
뭘까 싶어서 아이템을 눌러서 열어보니 보이는게 ‘콘ㄷ...’ 바로 닫았다.
‘어이, 현설이는 아껴줘야 된다고요. 물론 안할건 아닌데 아직 진도가 너무 빠르다. 이말입니다.’
[헤에~ 근데 그거 아냐? 그 아이템은 필요한게 나오는 건데 너가 원하는 일방적인 그런게 아니라 서로가 원하는 것중에서 중재되어 생기는거?]
‘!!!!!’
신의 그말에 갑자기 힘이 솟아오르는게 느껴졌지만 나는 현설이의 패배하던 장면을 되뇌였다.
‘꼬무륵...’
그러니 갑자기 슬퍼졌다.
‘휴... 현설이의 정조를 지켰다.’
물론 좋지만 아직은 아니다. 현설이를 좀더 행복하게 해주고 하더라도 늦지 않다.
“저기... 뭘 그렇게 봐...? 설마 별이...”
‘으와아아아아 뭐야~ 질투하는거야?? 귀여워!!!’
[이 새끼 그냥 단순히 아껴줄거 같았는데 그냥 미친새끼였네]
‘아니! 장인어른은 그렇게 생각 안하십니까!’
[...그래서 오히려 좋다는 거였다.]
그래서 난 참지않고 현설이를 꼭 끌어안고 저 몰랑몰랑한 볼을 비볐다.
“걱정하지마! 나랑 별이는 그냥 친구사이야. 게다가 아까는 별이... 아니 김별도 아니었고. 나는 현설이 너를 좋아하는걸?”
“으우...! 나... 나도 좋아해... 근데, 그럼 방금은 누구야?”
볼을 부비며 내 감정을 전해주었더니 현설이는 부끄러워하면서 내게도 좋아한다고 말해주었다.
‘어? 뭐였는지 보여줘도 되는건가...?’
괜찮지 않을까 싶다가도 하트앱이 생각나서 안된다고 생각하며 내가 얼버무리자 현설이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가 이내 풀어졌다.
“헤에~ 뭔가 보여주면 안되는게 있는거구나? 뭐야? 동양? 서양?”
라고 말하면서 현설이는 입가를 씰룩거리며 나를 향해 짖궂은 미소를 지어줬다.
...이번 공격은 나의 패배루트 밖에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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