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패배하는 히로인이 없는 이야기!-1화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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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이현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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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역시 난 아무래도 별이가 좋아.”

눈앞의 항상 내게 짖궂은 미소를 보내주던 소녀, 아니 이제는 스크린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하나의 별이 눈물을 울먹 거리고 있었다.

“응...! 나도 그럴 거라곤 알고 있었어. 이건 단지 내 마음정리를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 잊어줘.”

하지만 그녀의 눈가에서 반짝이는 저것은 그녀의 말이 한낱 지나가는 말이 아닌, 혹시나 하는 희망을 담은, 수많은 고민과 결심으로 이루어진 말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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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이, 시부럴.”

혹시나 했지만 이번에도 또 ‘호라 모 젠젠’이다.

내 이름은 차수현.

연애경험이 없어 유사연애 감정이라도 느끼고 싶어 고등학생때 럽코물 만화에 빠져 시시덕거리다가 고3 첫 모의고사에서 깨진 대가리를 봉합해 모든 여가를 전폐하고 학업에 집중해 어찌저찌 겨우 수도권내의 대학에 합격하였지만 그후 중국산 전염병과 군대러쉬로 아는사람이 한손에 꼽히는 화석 백수이다.

그렇게 되니 결국 또 다시 잡히는건 접었었던 웹소설들과 럽코물 만화들이었다.

고등학생때 한창 보았던 소설들이 완결 또는 연중 되었기에 어차피 백수라 시간이 남아도는 나는 그것들을 전부 완독 했지만 희한하게도 내가 탑승한 히로인 코인들은 죄다 상폐당해버렸다.

결국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남아있는 소설

‘별들이 나를 너무 좋아함’의 결과가 저것이었다.

‘별들이 나를 너무 좋아함’의 히로인중 하나인 이현설은 내가 탑승한 코인이었는데, 첫 등장부터 주인공의 맘을 뒤흔듬과 동시에 소악마적인 캐릭터 성으로 독자들의 맘을 흔들었고, 그에 나는 주저없이 현설코인을 풀매수 하였다.

중반에 연예계로 스카웃 당하면서 퇴장당하나 싶었으나 작가왈 분양이나 중도하차는 없다길래 끝까지 매도하지 않았다. 일단 제목부터 별이니 스타가 된 현설이 금의환향하는 그림같지 않은가.

하지만 주인공은 이름조차 간단한 ‘김별’이라는 주인공의 소꿉친구 포지션의 히로인을 선택하였고 이번에도 역시 내 히로인은 상폐당해버렸다.

“으아앙아앍악아!! 이대론 못 넘어가!!!”

마지막 희망이었던 현설이조차 상폐라니!!! 나는 이 현실을 받아들일수 없었다.

그렇기에 소설사이트를 열어 작가에게 쪽지를 보낼수 있는 기능으로 내 하루두끼치 분량의 후원금과 더불어 현설이의 외전이라도 써달라면서 분노반 애원반으로 장편의 편지를 써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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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가 이거였다.

“흐음... 그냥 보는것도 심심해서 그냥 일기 쓰듯이 관찰한 것을 썼는데 이렇게 몰입해주는 아이가 있을줄은 몰랐는걸.”

나는 몇십억은 하지 않을까? 싶은 회색 양복에 은발의 꽁지머리를 한 미청년? 중년? 과 얼굴을 마주하고 내 집앞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신기한 점이라면 남자인 내가봐도 ㅈ되게 잘생겼다는 감정밖에 들지 않게 하는 외모를 가진 남성에게 이 카페 내부의 사람들이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는 점? 또다른 하나는 내 번호와 주소는 물론 내 신상정보를 전부 알고 있었다는 점...?

‘뭐지? 재벌2세 같은건가? 고작 찡찡대는 메일 하나 보냈다고 신상을 캐나...?’

처음에 내 핸드폰으로 집앞 카페에있으니 이야기좀 하자는 연락을 듣고 아무 생각없이 나온게 잘못이었다. 애초에 그때부터 이상함을 눈치챘어야 하는데, 왜 그런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그거야 내가 흔히 말하는 신이라는 존재라서그런게 아닐까?”

내생각을 읽었는지 남자가 자연스레 내 생각이 끝나자마자 답하듯이 말했다.

‘뭐, 꽤 신기한 재주긴 하네, 근데 그냥 독심술 그런거 아닌가? 어떻게 믿지?’

“믿고 안 믿고는 니생각이긴 하지.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내가 신이 된지 얼마 안되었거든? 그래서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세계를 만들어 타인의 평가를 받아보려고 소설사이트에 세계에 있었던 일들중 하나를 썼단 말이야?”

뭐지, 독심술 쓰는 망상환자인건가,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저게 사실이라고 납득하고 있었다. 이상하다는걸 인지하는 동시에 말이다.

“그런데 반응이 나쁘진 않더라고. 근데 뭐... 자식이 부모 맘대로 안되듯이 세상도 그렇더라고? 원래는 네가 말했던 대로 현설이... 걔랑 엮일 운명으로 만들었는데, 내가 주인공 시점으로 글을 써서 그런지 흔히말하는 주인공버프로 운명을 깨버리더라고.”

오, 그렇다는 말은 원래 현설이가 진히로인이었단건가! 그 내용의 소설 보고싶다...!

“그래, 현설이 착하지. 귀엽고. 그런데 말이지, 내가 그 외전이라고 하는 평행세계를 만들수 있는 힘이 없어. 말했다시피 신이 된지 얼마 안되어서.”

“아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원래 이어질 운명이라며! 그럼 그 운명을 쓰면 되는거잖아요!!!!”

나는 외전을 못쓴다는 저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당연히도 카페안의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았다.

“뭐야, 저사람... 혼자서 커피 마시다 갑자기 일어나...”

“티튜브 뭐 그런건가...? 하여간, 남한테 민폐끼치는 건 좀 그만하지...”

어라? 주변사람들은 정말 눈앞에 이 남자가 안보이는건가?

나는 머쓱해 하며 주변에 사과를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니,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 내가 써버리면 그건 창조가 되버리는데 말했다시피 난 아직 평행세계를 못만든다니까? 만약 써버리면 원작이랑 합쳐져서 흔히말하는 세계충돌,붕괴 이런게 일어나 버린다고.”

이럴수가...!!! 현설이가 햄볶아질수 없다니...! 귀엽고, 남주를 곤란하게 하는데 소소한재미를 느끼기에 나쁜년인가 싶다가도 항상 남주가 진심으로 힘들때 마망같은 면모를 보여주며 힐링시켜주던 그 현설이가...!

“음... 메일을 보낼때부터 알긴 했는데 정말로 내 피조물을 그렇게 좋아해 주니 좀 감동이네.”

‘그럼 뭐합니까... 어차피 못쓴다면서요...’

“아니, 뭐 꼭 그런건 아니야. 나 말고 다른사람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거 정도는 나도 할수있거든. 원리는 묻지마, 이해하면 니 머리터져.”

남자가 생글생글 웃으며 머리에 손을 짚었다 펑소리를 내면서 손을 펼쳤다. 아니 진짜 말로하는 효과음이 아니라 수류탄 터지는 소리가 났는데?

“아무튼, 그래서 네가 하는건 어때? 현설이 행복하게 해주는거.”

당연히 yes였다. 이게 한낱 몰래카메라로 나를 놀리는 것이였어도, 진심으로 나는 그간내가 봐왔던 소설들의 패배한 히로인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좋아, 그럼 거기서 보자고.”

남성이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내 눈이 감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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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현아...! 최기현! 나와서 밥먹어!”

방 밖에서 들려오는 여성의 소리에 눈이 떠졌다.

“으... 별아, 나 조금만 더 잘래...”

‘어라? 내가 왜 저런말이 자연스레 나왔지?’

순간 잠이 확깨서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두리번 거리며 거울을 찾았다.

‘내 얼굴이 아니야...!’

날렵한 코에 딱 살짝 둥글게 휘어서 귀엽다는 인상을 주는 눈매... 윽, 남자 얼굴이라 더이상의 외모 묘사는 못하겠다. 아무튼 거울안에는 평소의 내 얼굴이 아닌 웬 미소년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외모는 내가 보던 소설 ‘별들이 나를 너무 좋아함’의 주인공의 묘사와 너무 유사했다.

벌컥!

“아니, 빨리 나오... 너 뭐하냐? 뭔 거울 앞에서 징그러운 포즈를 잡고 있어”

내 외모에 감탄하며 여러 모델들이 취할만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더니 호박(먹는 호박이 아니라 보석 호박)빛의 머리칼을 어깨까지 기른 적당히 불륨감있는 몸매와 누가봐도아이돌 외모 담당으로 생각할만큼 날렵한 고양이같은 눈매와 그와 반비례되는 콧날, 적당히 도톰한 입술을 가진 미소녀가 방에 들어와서 소리쳤다.

‘이 애가 별이인가...’

아까 거울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동안 전부 기억났다. 자칭 신이라는 남자와 대화내용들이. 그렇다면 저 여자가 별이가 맞을거다.

소설속 별이는 저런 외모에도 불과하고 굉장히 보이시한 성격덕에 반의 남자들과 서슴없이 말을 까고 다녔다. 그래서 그런건지 남주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었다는걸 늦게까지눈치채지 못했고, 마지막의 마지막, 그러니까 남주가 현설이의 고백을 차고 나서야 자신의 남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그런 히로인이였다.

‘솔직히 보이시한 히로인도 싫어하진 않지만... 너무 히로인다운 면모가 없어서 나는 별로였어.’

남주가 힘들때의 70프로는 이여자 때문이었고, 그 뒤치닥거리는 항상 현설이가 해왔다그럼에도 현설이는 선택 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다르지... 내가 꼭 행복하게 해줄게...!’

어차피 별이는 결말즈음에 주인공이 고백하기 전까지는 남주와의 관계에 대해 그리 깊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흔히 말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관계란 거지.

다행히도 소설속 주인공에 감정이입되어서 별이에게 설렌다거나 그런 감정이 들진 않았기에 순전히 현설이에게 집중할수 있을 것 같았다.

“야, 자꾸 그런 이상한 포즈 짓지 말고 나와서 밥이나 먹어라? 학교 안가게?”

음, 이렇게 멋진 몸매를 가지고 있는데 보디빌딩 포즈를 안취할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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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이잉

밥을 먹고 등교하다보니 내 주머니속 핸드폰이 울렸다.

[어이, 어때? 멀미나고 그런건 없냐?]

누가봐도 그 신이라는 남자가 보낸 메시지란걸 알 수 있었다.

[오, 눈치는 좀 빠르네. 현실에선 내가 일부로 조작해서 납득시키긴 했는데 소설에 들어가니까 좀 달라졌나?]

어쩐지, 그래서 내가 의심하는것과 동시에 납득하고 있었구만?

‘아무튼, 그냥 이대로 내가 생각하는대로 하면 되는 겁니까? 나 그냥 무지성으로 고백러쉬 해버려요?’

[바보냐? 현실에서 그렇게 해서 연애가 되디?]

...물론 내가 솔로이긴 하다. 하지만 어쩌란 말인가, 소설 백번 봐도 ‘헤헤헿, 현설이 귀여워...! 어휴, 저 남주 새끼, 저렇게 플래그를 꽂아놓곤 어떻게 반하지 말라는거지’라는 생각 뿐이지 내가 저기에선 어찌 했을까란 생각은 안했다.

[그래서 내가 도움 좀 주려고 앱하나 보냈다. 다행히도 내 능력으로 현실세계 물건 하나는 반출시킬수 있어서 ‘니’핸드폰으로 보냈어.]

그 메시지가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현의 핸드폰이 잠깐 빛나더니 현실의 나 차수현의 핸드폰으로 변했다.

스마트폰을 키니 처음보는, 심플하게 하트모양 아이콘 하나만 있는 앱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난 이게 신의 선물이란걸 알수있었다.

앱을 실행시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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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도

김별: 42%

이현설: 89%(한계치입니다. 해제를 위해선 특정한 이벤트를 겪어야합니다)

김승현:40%(한계치입니다. 남성으로선 이 이상 해제할수 없습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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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심플한 텍스트 들이 화면에 나타났다. 뭐냐 이거, UI 개똥이네.

[야야, 내가 힘이 없는걸 어떡하냐. 근데 그런 UI개선 하는 것보다 너한테 힘 좀 더주는게 낫지않냐?]

그건 인정. 그러고 보니 나한테 메시지 보내는건 힘이 안드나?

[운영자가 서버에 공지 메시지 쓸때 아이템 쓰냐?]

단번에 납득이 갔다.

‘그보다 현설이 호감도가 지금 한계치네? 설마 이게 그 고백 각인건가?’

[이번엔 특별히 니가 뭔짓을 해도 이뤄지는 시간선으로 보내줬다. 내가 만든 세계라 그런거니까 다음부턴 랜덤인거 알지?]

‘다음...? 그렇다면 현설이 행복하게 해주고 끝이 아니란거구나...!’

살면서 신을 믿은적은 군대에서 햄버거 준다길래 기도할때 빼고는 없었지만, 지금은 당당히 신께 감사한다고 말할수 있다. 헤헤헤... 현설이랑 좀 꽁냥대면서 힐링하고 또, 다음 소설,만화에서 맴찢당한 히로인들 애껴주고...

“이 새끼 아침부터 상태가 이상하네...? 너 뭐냐? 설마 어제 드라마에서 이현설 키스신 나왔다고 넋 나간거냐?”

옆에서 김별이 뭐라 뭐라 했지만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앞으로 만나게 ㄷ...

“어? 현설이가 키스신을 찍었다고?!”

깜짝놀라 소리치니 김별이 움찔거렸다.

“야이씨! 깜짝아... 넋 놓고 있길레 그건줄 알았는데...? 아니면 너 시발 혹시 어제 밤새 그거보고...”

그러면서 힐끔 내 아랫도리를 보는데... 어휴... 진짜 그냥 부랄친구 그 자체다. 그러고보니 소설속 주인공 최기현의 베프인 김승현의 호감도가 40에 최대치인걸 보아 40정도가 베프! 라고 생각되는 호감도 인거 같은게 김별의 호감도가 42 였으니 정말 나를 이성으로 보지 않는다는걸 유추할 수 있었다.

‘그것보다 현설이가 키스신을 찍었다니... 소설에선 그런 내용 없었는데’

설마 남주새끼가 현설이한테 관심이 없어서 그런거였나. 살짝 짜증나서 스스로 뺨을 쳐줬다.

“아씨! 그만 좀 놀래킬래? 너 미쳤냐? 갑자기 멍하질 않나, 셀프 싸다귀를 날리지 않나. 너 진짜 왜그래?”

물론 내가 처녀충이나 그런건 아니지만 그래도 모르던 내용을 갑작스레 아는건 꽤 충격이...

“야! 씹지말고 씨발 정신좀 차리라고!! 오늘 현설이 복학하는거 모르냐고!!!!”

짝!하는 소리와 함께 김별이 두손으로 내 양볼을 잡고 흔들며 말하는 덕에 정신을 차렸다.

이현설의 복학! 이건 분명 내가 읽었었던 이현설이 금의환향해 주인공에게 고백하는 부분이었다.

‘신이시여...! 진짜 감사합니다!!!’

마음만 같아선 당장 무릎꿇고 절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것이 개념 세이브인건가...!

[그래, 어디 한번 이빨 썩어지게 달달하게 해봐라.]

예쓰 유얼 마제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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