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판타지아-90화 (90/104)

〈 90화 〉 90 ­ 베르테 야영지 下

* * *

“정령 창조 확인.”

무심한 한 마디. 그 말을 뱉은 건 남성인지 여성인지 모를 중성적인 존재였다. 그리고 그의 말을 받은 건 새하얀 남자였다.

“의문.”

그는 아주 짤막한 단어로 대답했다. 그러자 맞은 편에서 덤덤하게 지켜보던 새하얀 여성이 말했다.

“1호의 말 이상함. 2호의 의문도 이해함. 정령의 창조는 시기적으로 이름. 확인할 수 있음?”

“이상하다고 이해할 수 있다, 4호. 6호도 이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

1호는 말을 하던 여성에게 말하다 그 뒤에 등지고 서있는 소년에게 말했다. 6호라 지칭된 소년은 묵묵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율을 담당하는 3호가 오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 이게 예정된 일인지 아닌지 모른다.”

“의아. 3호. 임무. 확인. 대기.”

“3호가 대기하던 곳이 어디였었지?”

“마법사. 탑.”

“살리마 왕국에 위치한 귀르디의 의지인가. 4호. 이상 공간은 확인 됐어?”

“인벤토리로 쓰이는 아공간에 침투 흔적이 보였음. 하지만 시스템 오류는 아님. 규칙에서 어긋나지도 않았음.”

“다른 건?”

“이상 없었음.”

1호는 2호와 4호의 얘기를 번갈아 듣고 이번에는 6호를 바라보았다.

“5호는 아직 마신의 일부를 가지고 있지?”

끄덕

“좋아. 그러면 이대로 대기하자. 정령 창조가 확인되었단 것도 보고할 겸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겠어. 어차피 여기 모여 있는 한 자세한 걸 알아내는 건 어려우니까.”

1호는 그렇게 말하며 어딘가를 보았다. 그가 바라보는 건 함께 하고 있는 백신들이 아니었다.

저 건너편…… 바로 판타지아의 미래였다. 그걸 확인한 1호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곧 찾아올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그걸 위해 이 자리에 모였고 또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마신이 부활할 그때를 위해.’

*

“새로운 시종을 들이신 겁니까, 그릇이시여.”

“어, 어, 어?”

버트는 루하다의 품에 안겨 얼빠진 소리를 냈다. 루하다는 ‘어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어둠은 조금씩 증식하고 있었다. 이렇다 할 형태를 띄지 않고 끓어오르는 검은 액체처럼 크기를 늘려가고 있었다.

루하다는 여전히 어둠을 째려보고 있었다.

“시종이라 하였건만 어찌 주인된 자를 해하려 드는 것이냐.”

“내, 내가 버트를…… 해쳐……? 아니, 야. 나는 버트를 아, 안아주려고 해, 했어.”

어둠은 울룩불룩한 몸뚱이를 끌었다. 루하다는 으르릉거리며 그림자에서 가시를 뽑아내 위협했다.

“루하다……!”

“그릇이시여. 녀석은 당신을 집어 삼키려 했습니다.”

“아, 아니야. 버, 버트는 안아주, 주는 거 조, 좋아해. 그래서 아, 안아줄 거야.”

어둠은 가시를 뚫고 조금씩 전진했다. 버트는 그 모습에 경악하더니 손을 내저었다.

“기다려 어둠아……! 멈춰……!”

“왜, 왜 그래? 버트는 아, 안아주는 거 조, 좋아하잖아.”

어둠의 희번덕한 두 눈이 울상으로 변했다. 그러자 주변을 잠식한 어둑한 기운이 요동쳤다.

“시종은 버, 버트를 위해 이, 일해. 나, 나는 버트의 시종 어둠.”

어둠은 조금씩 물러났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불안정하게 떨렸다. 루하다는 경계를 거두지 않고 어둠을 째려보았다. 반면 버트는 어둠의 소심한 반응에 루하다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위험합니다, 그릇이시여.”

“안 다칠게.”

루하다는 군말 없이 버트를 내려주었다. 버트는 조심스레 어둠에게 다가갔다. 어둠은 끓어오르는 콜라마냥 계속 부글거렸다. 그러다 버트가 다가오니 흠칫 놀라 굳어버렸다.

“어둠아, 너는 나의 시종이지?”

“마, 맞아. 하지만 버트가 안 조, 좋아해. 안아주려 해, 했는데…… 시, 시종 아니야……”

“안아주려 했어?”

“으, 응. 근데 버트가 시, 싫어해……”

“아냐 싫어하지 않아.”

버트는 어둠에게 한 발 다가갔다.

“착하지?”

“차, 착해. 어둠은 착해.”

“자, 그럼……”

버트는 두 팔을 벌렸다.

“천천히. 천천히 안겨.”

“처, 천천히?”

“그래, 천천히. 그리고 포근하게 안아줘.”

“아, 안아줄게.”

버트는 두 눈을 감았다. 어둠은 주춤거리더니 아주 느릿하게 몸을 뻗어갔다. 흡사 점성 있는 액체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 같았다. 사방팔방 뻗어나가는 어둠의 형태는 버트를 조금씩 뒤덮었다.

루하다는 언제라도 어둠을 떼어낼 준비를 했다. 반면 버트는 조금씩 피부에 스며드는 듯한 촉감에 금방이라도 자세가 무너질 거 같았다.

“그렇지. 그렇게.”

“처, 천천히……”

“마구잡이로 안는 게 아니라 부드럽게.”

“부, 부드럽게.”

“잘 하고 있어, 어둠아.”

“흐, 흐히히……”

그렇게 버트는 서서히 어둠에게 뒤덮였다. 그리고 마침내 검은 형체게 완전히 삼켜졌다.

“……괜찮으십니까?”

“응. 괜찮아.”

분명 보이는 건 검은 점액질뿐이었다. 호흡을 못 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버트의 대답은 생각보다 평온했다. 실제로 버트는 온화한 기운을 느끼며 늘어지고 있었다. 최근 리아와 마주했던 평면 세계에 들어섰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으으음~”

버트는 어둠의 품을 만끽하고 천천히 떨어졌다. 어둠은 이전보다 눈에 띄게 안정되었다. 그 모습을 본 버트는 옅게 웃으며 루하다를 보았다.

“이제 괜찮아?”

“네. 덕분에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걱정했어.”

“그런데…… 저건 무엇인지?”

루하다는 어둠을 보며 물었다.

“……둠워퍼.”

“예?”

“둠워퍼를 만들려다 다른 게 만들어졌어.”

“그렇군요.”

루하다는 그 한 마디로 납득한 것처럼 어둠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저 녀석은 저의 ‘후임’이로군요.”

“어, 어? 그렇지……?”

“알겠습니다. 확실히 가르쳐 놓겠습니다.”

“응? 가르쳐……?”

“그의 존재는 둠워퍼는 아니더라도 저와 흡사합니다. 그러니 리아주크의 발걸음을 쫓는 자로서 그 위치와 역할을 전수할 생각입니다.”

“그렇구나.”

“감사합니다.”

“으엉?”

“저를 위해 애써주시고, 저를 위해 동족을 만들어주셔서.”

버트는 입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그의 나긋한 감사 인사에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고마우면……”

루하다는 몸을 숙여 버트와 눈높이를 맞췄다. 버트는 갑자기 확 들어오는 잘생긴 얼굴에 놀라 반 걸음 물러났다. 그러다 일전에 하려다 만 것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오늘은 다른 관찰자가 있군요.”

“으, 응?”

버트는 한쪽 눈을 떴다. 그 말에 어둠 쪽을 보니 커다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버트는 귀를 새빨갛게 물들이며 루하다를 보았다.

“가르친다고 했지……?”

“네.”

“그 말은…… 날 떠나겠다는 뜻인 거야?”

“그릇께서 저의 후임을 만든 것과 비슷한 의도입니다.”

루하다는 버트의 뺨을 쓸어주었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할 뿐입니다.”

“그게 뭔데……?”

“제가 섬겨야 할 사람이 사라지고 대신 섬겨야 할 사람이 나타날 때.”

루하다는 버트의 눈을 보았다.

“그때 후임에게 넘길 생각입니다.”

버트는 그의 말뜻을 이해했다. 루하다는 자신이 사라진 뒤 직책을 내려놓겠다는 소리였다. 이건 즉…… 버트만을 섬기겠다는 의미였다.

이제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여지껏 보인 행동은 확증이 아닌 심증만 주었다. 그러나 지금 루하다의 말로 모든 고민이 날아가버렸다.

버트는 그를 끌어 안았다.

“섹스할래.”

“어디서 하시겠습니까?”

“바로 여기서.”

루하다와 처음 만났던 곳.

그리고 모든 게 시작된 이 장소.

버트는 열망에 휩싸인 눈으로 루하다를 바라보았다. 루하다도 버트를 마주보았다. 두 사람은 어둠이 보는 앞에서 서로를 보다 입술을 겹쳤다.

*

호록­

케틀라이아는 초췌한 얼굴로 차를 들이켰다. 담요를 둘둘 말고 있는 그녀의 뒤에는 스터그가 서있었다.

“머리는 좀 맑아졌나요, 여왕 폐하?”

이 곳은 페이니의 집무실이었다. 서류 작업을 하던 페이니는 나직하게 말을 던졌다.

“……그래.”

“저의 종기사를 쫓고 계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원하는 바를 이루셨나요?”

페이니는 답을 알고 있음에도 능청스럽게 물었다. 케틀라이아는 대답 대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다 생각을 정리하는 건지 멍하니 찻잔을 바라보다 다시 한 모금…… 그러고 나서야 대답했다.

“이루었다.”

“만족 하셨나요?”

“아니, 아직이다.”

호록……

“그러나 돌아갈 생각이다.”

“다음에 다시 오신다면 여러 서비스를 준비해줄 수 있습니다. 국외 반출은 불가능하기에 선물을 드릴 수 없는 게 안타깝네요.”

“아아…….”

케틀라이아는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더니 차를 다 마실 때까지 반응하지 않았다.

페이니도 구태여 말을 붙이지 않았다. 그저 사각거리는 펜대를 움직일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케틀라이아가 차를 다 마시더니 몸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스터그를 바라보았다.

“돌아가지.”

“그래.”

“아, 그 전에……”

케틀라이아는 힘없이 페이니를 보았다.

“블랙 남작에게 로이첸 왕국의 명예 백작 직위를 내리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시나요?”

“그걸 모를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미친 여왕의 직위를 받을 정도로 여유롭지는 않았으니까요.”

페이니는 펜을 내려놓고 빙긋 웃었다.

“그럼 다음 방문을 기다리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사라졌다. 페이니는 다시 펜을 잡으려다 우뚝 멈췄다. 그녀가 고개를 향한 방향은 검은 동굴이 있는 곳이었다.

페이니와 같은 존재만이 느낄 수 있는 존재감. 아마 근방에 조성된 숲을 확인하러 온 슈어드도 느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백신들도 이 의문의 존재가 탄생하는 걸 알아챘을지도 몰랐다.

“계속 터무니없는 짓만 저지른다니까.”

*

쪽­

가벼운 입맞춤. 버트는 루하다의 품에 파묻히며 키스했다. 루하다는 그녀를 가볍게 안아주며 평평한 바위로 이끌었다. 그렇게 루하다가 엉덩이를 붙이고 버트가 무릎을 꿇게 되자 두 사람의 키스는 좀 더 농밀해졌다.

혀가 뒤엉키고 온몸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비단 키스가 기분 좋아서만이 아니었다.

어둠이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둠을 내보낼까 싶었다. 그때 루하다가 색다른 제안을 했다.

“지켜봐라. 네가 섬기는 자에게, 어쩌면 지금 그릇께 해야 할 수도 있는 일이다.”

루하다는 그렇게 말하며 버트와 키스했다. 혀를 한 번 빨아내 뒤섞고…… 숨을 고를 여유를 준 다음 혀를 가볍게 깨물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틀어 입술을 빽빽하게 맞물리게 하고 키스했다. 이번에는 혀만이 아니라 숨결까지 섞일 정도로 진한 키스였다.

어둠은 그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버트와 루하다, 두 사람이 어떻게 키스를 하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낱낱이 파헤쳤다.

쪽­

입이 떨어진 순간 루하다가 버트를 자신의 다리 사이에 앉혔다. 한 팔로 버트를 가볍게 끌어 안고 그녀의 귀를 잘근잘근 씹어주었다.

“으웅…… 응……”

“그릇께서는 어떤 형태의 애무나 섹스도 좋아하신다. 동성도, 이성도 가리지 않으시지. 어리고 늙음도 따지지 않으신다. 그야말로 음란한 기질을 타고난 존재시지.”

루하다는 객관적인 설명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말은 전부 버트의 귀로 스며들었다. 묵직하고 나긋한 속삭임. 그녀의 음란함을 추궁하는 것 같은 달콤한 목소리는 버트의 귀를 자극했다.

버트는 흠칫 떨었다. 그의 속삭임만으로도 정신이 나가버릴 거 같았다. 루하다도 그걸 알았는지 옷을 벗겨 알몸으로 만든 뒤에도 몸을 더듬지 않고 계속 설명을 이어나갔다.

“하나여도 좋고, 둘이여도 좋다. 다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지금까지 내가 지켜본 그릇은 모든 문란함을 수용하셨다. 특히 지금처럼 누군가에게 노출하는 상태를 즐기시지. 보이나? 아직 만지지도 않았는데 유두가 빳빳하게 솟아 있으시다. 어찌나 심하게 발기하셨는지 유륜까지 부푸셨군.”

“하아…… 흐으……”

버트는 그의 설명대로 적잖이 흥분하고 있었다. 키스 한 번으로 달아버린 몸은 루하다의 음담패설에 미쳐 돌아갔다.

“그런데도 감도는 발군이시다. 어딜 만져도 좋아하시지. 귀를 빨아줘도 좋아하시고 목을 핥아주는 것도 좋아하신다. 옆구리를 간질여도 좋아하시고 겨드랑이를 애무해주는 것도 좋아하시지. 성감대를 자극해주는 건 두 말 할 필요 없이 즐기신다.”

루하다는 그렇게 말하며 가슴을 가볍게 쥐었다.

“애무부터 차근차근 쌓아올린 다음 섹스를 해라. 하지만 그 반대를 해도 상관없다. 섹스부터 시작한 뒤에 애무로 이어가도 괜찮다. 그만큼 그릇은 모든 걸 수용하실 수 있으시지. 당장 증명해줄 수도 있다.”

루하다는 버트의 다리 위로 자신의 다리를 걸었다. 그러더니 자신의 다리를 쫙 벌리며 버트가 다리를 오므리지 못하게 했다. 그렇게 쫙 벌려지니 사타구니의 근육이 당겨지고 음부가 살짝 열려 분홍빛 음순과 비좁아보이는 질구멍이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보아라.”

그의 손길이 버트의 유두를 집었다. 손가락을 튕겨낼 정도로 단단하게 발기한 유두는 한 번 힘을 줄 때마다 버트의 몸에 짜릿한 쾌감을 주었다.

버트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유두가 압박당할 때마다 고개를 뒤로 젖히며 헐떡였다. 루하다는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버트에게 속삭였다.

“그릇께서는 이처럼 누군가에게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노출하시는 걸 특히 좋아하신다. 보지를 감출 새도 없이 내보이고 유두를 희롱당하며 느끼는 걸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어하시지. 그 관객이 욕정을 품고 지켜보는 것도 좋아하고, 무지한 이에게 보이는 것도 좋아하신다.”

루하다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유두를 만지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은 유두를 계속 압박하다가 천천히 풀었다. 손가락에 막혀 끝에 뭉쳐있던 핏기가 서서히 퍼져나갔다. 그렇게 유두에서 해방감이 느껴지나 싶을 때 손가락이 유두 끝을 가볍게 누르고 빙글빙글 돌렸다.

단단한 유두는 끝과 뿌리 부분이 동시에 자극 받았다. 그렇게 유두가 컨트롤러마냥 천천히 돌아가다 유륜 안으로 파묻혔다. 손가락이 유두를 유방 안쪽으로 밀어넣더니 그 상태로 끝을 긁어댔다.

“흐극…… 흐윽……! 흐윽……!”

“보이나? 보지에서 물이 흘러 넘치고 있지? 지금 그릇께서는 유두 자극만으로도 절정하실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금방 증명해주지.”

루하다는 그렇게 말하며 유두를 다시 꺼내고 집었다. 그 다음 손가락으로 집은 유두를 빠르게 쓸어주었다. 거의 남자가 수음을 하듯이 양쪽 유두가 손가락에 문질러졌다. 버트는 허리를 점점 휘어대며 몸을 튕겼다. 그런데도 루하다의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문지른 다음에는 다시 유두를 붙잡았다. 이번에는 중지와 엄지로 유두를 집고 검지로 끝부분을 빠르게 긁어주었다.

“에으으…… 아으…… 아흣……”

버트는 유두가 저릿거려 미칠 거 같았다. 루하다는 착실하게 유두에 쾌락이 쌓이게 하고 틈틈이 풀어주었다. 그렇게 방류된 쾌감은 유방마저 후끈거리게 만들었다.

그러다 루하다가 유두를 조금씩 비틀며 앞으로 당겼다. 조금 아프다 싶을 정도로 당겨진 유두는 쭉 늘어났다. 유방 역시 당겨지며 조금씩 형태가 일그러졌다.

탓­

그러다 버트가 한계라고 느낄 때쯤 유두를 놓아주었다. 제자리를 되찾은 가슴은 푸르르 떨리다 서서히 자신의 모습을 되찾았다.

“하아…… 흐윽…… 흑……”

“그럼……”

루하다의 손가락 끝이 변형했다. 작은 입처럼 변한 손가락은 유두 부위만을 정확히 물고 빨아댔다.

“아읏……! 하윽……! 아윽……!”

버트는 그의 팔을 붙들며 입을 앙다물었다. 촉촉하게 적셔진 유두는 입으로 빨아주는 것처럼 기분 좋았다. 미끈한 촉감도 그렇게 유두를 때려대는 혀 같은 것도 있었다. 자그마한 무언가가 젖을 빠는 느낌이었다.

버트는 루하다의 팔을 벅벅 긁으며 고개를 퍼덕였다. 그가 말한대로 정말로 유두 자극만으로도 절정해버릴 거 같았다. 루하다는 애초에 그걸 의도했던 것이기에 멈추지 않고 자극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푸슛­

억지로 벌려진 버트의 사타구니에서 애액이 터졌다. 루하다는 장담한대로 버트가 유두만으로 절정하게끔 했다.

“흐하…… 흐학……! 흐하악……!”

버트는 부릅뜬 눈으로 숨을 골랐다. 정말 가슴만으로 절정할 줄 몰랐다. 그래봤자 가벼운 오르가즘이었지만 상당히 괜찮은 기분이었다.

“그 다음은 보지. 클리를 만져줘도 좋고 질을 쑤셔도 좋다.”

루하다는 그렇게 말하며 버트의 음핵을 손가락으로 빙글거렸다. 그러다 구멍에 손가락을 밀어넣고 후벼파준 다음 애액에 뒤덮인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물론 보지도 좋지만 항문 자극도 좋아하신다. 그릇이시여, 핥아주십시오.”

분명 루하다의 말은 공손했다. 하지만 입술을 반쯤 파고든 손가락은 전혀 예의바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버트는 그가 시키는 대로 자신의 애액이 묻은 손가락을 입에 물고 빨았다. 키스를 하듯 혀로 손가락을 훑어댔다.

“보는 것처럼 그릇께서는 당하는 걸 좋아하지만 하는 것도 좋아하시지. 자지는 물론 보지도 잘 빠시지. 명심해둬라.”

어둠은 버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녀가 황홀한 얼굴로 손가락을 빠는 걸 보았다. 그러다 루하다를 돌아보며 안달내듯 칭얼거리는 모습도 보았다. 루하다가 키스를 해주며 진정시켜주는 것도 보았다.

모든 것은 어둠에게 기록되었다.

“네 모든 것은 그릇을 위해 봉사해라. 섬길 이가 없다면 그릇의 후임을 섬겨라. 지금 네가 보는 모습은 가장 이상적인 시종의 모습이다.”

루하다는 그렇게 말하며 다리를 거두고 버트의 허벅지를 받쳐 들었다. 버트가 다리를 벌린 채 번쩍 들렸다. 그러다 다시 내려앉을 때는 루하다의 음경에 꿰뚫렸다.

“흐그윽……!”

버트의 음부는 그토록 바라던 루하다의 음경을 맞이했다. 정말 갑작스럽게 맞이한 삽입. 뭔가 로맨틱한 상황은 아니었다. 루하다의 후임 교육 중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버트는 미소를 억제할 수 없었다. 히죽거리면서 입꼬리를 당겨 올렸다. 그야말로 천박한 미소. 누가 봐도 이 여자는 음란하고 저급하다고 생각할 웃음이었다.

“자지…… 루하다 자지 들어왔어……”

“예, 맞습니다. 그릇이시여. 제 자지가 당신의 보지를 꿰뚫고 질에 안착했습니다.”

“너무 좋아앗…… 루하다랑 섹스하게 됐어…… 하흐……”

“‘입맛’에 맞아 다행입니다. 당신의 아랫입이 기쁘게 육봉을 물어주어 안심했습니다.”

“섹스해줘…… 키스해줘…… 루하다……”

“알겠습니다, 그릇이시여.”

루하다는 버트와 키스하며 그녀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버트의 활짝 벌려진 다리 사이에서는 그의 음부를 바쁘게 오가는 질척해진 음경이 보였다.

즈걱­ 즈걱­

버트가 내려앉을 때마다 그녀의 발이 하찮게 나풀거렸다. 음경이 반 이상 틀어박힌 음부에서는 애액이 게걸스럽게 흘러내렸고 발기한 음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으웁­ 으움­ 으우웅­”

버트는 루하다와 키스를 하면서 그의 입 안에 마음껏 신음을 토했다. 루하다는 버트를 들어올렸다 내려주며 박아주었다. 버트는 허공에 루하다에게 붙들린 채 내려오지도 못했다. 그의 뜻대로 움직여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함이 도리어 그녀를 흥분시켰다.

쯔겁­ 쯔법­

간간이 귀두에 긁혀나온 애액 대신 공기가 들어가며 찐득한 소리가 났다. 그러다 물소리가 아랫도리를 차지했다.

버트는 루하다와 키스를 하다 입을 뗐다.

숨이 막혔다.

너무 좋아서 숨이 막혔다. 코가 아니라 입으로 숨을 들이마시지 않으면 부족한 지경이었다.

“흐아…… 흐하……! 흐하악……! 흐하……!”

버트는 속이 간질거렸다. 손으로 직접 긁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가려운 속을 시원하게 하기 위해 큰 소리로 소리쳤다.

“버트는 지금……! 루하다랑 섹스하고 있습니다……!! 루하다의 후임자가 보는 앞에서……! 루하다의 자지에 보지를 찔리면서 섹스하고 있어요……! 그토록 박히고 싶어서 참았던 보지에 자지가 박히니 너무 좋아……! 루하다랑 섹스하는 거 즐거워……! 계속……! 계속 박힐 거야……! 보지로 자지 물고 놔주지 않을 거야……!!”

거의 한이 맺힌 듯한 외침. 그렇게 소리치니 버트의 속이 개운해졌다. 그러자 루하다가 속삭였다.

“저도 그릇께서 떨쳐내지 않는 한 계속 박을 겁니다. 당신의 음탕한 보지에 제 자지가 걸쭉하게 녹아버릴 때까지 박고, 또 박아서 체액을 게워낼 겁니다. 그렇게 제 좆물로 가득 차올라 배가 빵빵해져도 놓아주지 않을 겁니다. 당신은 스스로 그만해달라고 빌 때까지 자지에 찔릴 운명입니다.”

루하다는 음담패설로 응수해주었다. 덕분에 둘의 분위기는 한 층 더 뜨거워졌다.

버트는 정말로 그의 말을 상상이라도 한 건지 한쪽 눈을 찡그렸다. 그러면서 주체할 수 없는 미소를 보이며 그의 목을 깨물었다. 잇자국이 남을 정도로 세게 깨물고 나더니 그 다음은 턱을 잘근거렸다.

루하다는 버트의 입질에 키스로 대응했다. 그러다 금방 입을 떼고 귀를 집어삼켜 핥아주었다.

“흐아응……!”

츠퍽­ 츠퍽­

이제는 애액이 음경을 뒤덮다 못해 바닥에 고일 정도로 쏟아졌다. 그렇게 섹스를 하다 보니 두 사람은 땀범벅이 되었다. 키스하며 서로의 침이 섞인 것처럼 이제는 서로의 땀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달큰한 냄새. 몸의 열기로 증발한 침과 땀이 체취가 되어 상대의 후각에 스며들었다.

“후우…… 후우……”

“아으응……! 아응……! 루하다……! 루하다앗……! 아앙……! 루하다……! 루하다­!! 루하다­!!”

버트는 끊임없이 루하다를 불렀다. 앞서 음담패설을 뱉을 때처럼 폭발하는 쾌락의 감정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무슨 소리든 내뱉으려고 하다 보니 그의 이름만 연달아 부르게 되었다.

“여기있습니다, 그릇이시여. 당신의 충실한 시종이자 그림자인 루하다가 여기 있습니다.”

“아앙……! 루하다……! 루하다……! 아앙……!”

“네, 루하다입니다. 당신의 보지에 열심히 자지를 박으며 섹스하는 루하다입니다.”

“루하다앗……! 아앙­!! 앙­!! 아앙­!! 앙!! 흐앙!!”

이제 버트의 입에서는 신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랫배에서부터 뭉쳐진 쾌락이 점점 풀어지고 있었다. 그 타이밍에 맞춰 루하다의 음경이 움찔거리다 정액을 토해냈다. 이윽고 버트 역시 고개를 젖히며 절정해버렸다.

“흐하…… 흐학……! 흐하악……!”

버트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부릅 뜬 눈으로 천장을 보았다. 그러다 그의 두 손에 들려진 채 몸부림쳤다. 루하다는 그런 버트를 안정적으로 받쳐들며 오르가즘에 허우적대는 걸 기다려주었다.

“하…… 흐하…… 흐하아……”

그렇게 안정을 찾은 버트의 입에 루하다의 입술이 겹쳐졌다. 오르가즘 이후에 키스…… 버트는 행복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어둠을 한 번 힐끔 보더니 V자를 그리며 웃었다. 어둠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이어졌다.

그렇게…… 3일이 지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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