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 83 성지 발크락 中
* * *
“그래 이 밤중에 무슨 일인가?”
그레노는 뒷짐을 지며 넬하트가 있는 장소를 찾아왔다. 거기에는 힘없이 앉아있는 버트와 심각한 얼굴의 길렌 백작이 있었다.
“한 번 살펴보겠나?”
“어디, 어디……”
그레노는 인상을 찡그리며 버트를 살펴보았다.
“혹시 라이벨 그 녀석이 데마스 교에 대한 정보를 요청한 거랑 관련 있나?”
“아예 없다고는 못 하겠구만. 샤만의 해저에서 가져온 물건과 비슷한 힘이 담겨있어. 신의 일부라도 품고 있는 건지 원…… 도저히 가늠이 가지 않아.”
“음……”
두 사람이 고민하고 있을 때 길렌 백작은 이디아가 전한 말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버트가 검은 동굴의 지하로 가야한다고 말했습니다.”
“검은 동굴? 의 지하?”
그레노의 반응은 애매했다. 그건 넬하트도 마찬가지였다.
“지하라니? 검은 동굴이라면 로디아 마을에서 멀지 않은 거기 말하는 건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이쪽 근방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서요.”
“지명이 정확하다면 거기 밖에 없네만, 그곳에는 지하가 없네.”
“라피에 초원이 있는 곳의 검은 동굴이라고 했습니다.”
“허어.”
“우선 이동해야겠구만. 이 아가씨가 이렇게 된 이유, 그리고 이걸 해결할 방안 역시 거기에 있을지도 모르겠어.”
넬하트는 그렇게 말하며 버트를 가리켰다. 길렌 백작은 그녀를 안아들었고 그레노는 순간이동을 하기 전에 질문을 던졌다.
“허면 라이벨한테 먼저 물어보는 건 어떤가?”
“은퇴한 뒷방 늙은이가 더 민폐 끼칠 일이 뭐가 있나. 그리고 마법사 선배로서 자존심이 있지 후배에게 어찌 도움을 청하나.”
“그것도 그렇구만.”
둘은 개구쟁이처럼 웃었다. 말은 이렇게 해도 그들의 실력과 경험은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길렌 백작도 별말 없이 지켜보았다.
팟
세 사람은 그대로 검은 동굴 앞으로 이동했다. 넬하트가 앞장 서고 길렌 백작이 그 뒤를 따랐다. 그레노는 턱을 문지르며 뒤에 섰다.
“여긴 확실히 이상한 곳이야. 길렌 백작, 몬스터가 어떻게 나타나는 줄 알고 있나?”
“예?”
백작은 넬하트의 질문에 잠깐 고민했다.
“번식 아닙니까?”
“푸흐흐, 맞는 말이지. 지금 있는 몬스터의 변종이 생길지언정 자연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네.”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시는지……?”
“여기는 그런 규칙이 뒤틀리기 때문이네.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지. 다른 곳에 불가사의와 비교하면 정말 하찮다네. 자, 보게.”
넬하트가 동굴에서 통통 뛰어다니는 개구리를 가리켰다. 녀석은 몸 곳곳에 돌기가 나있는 개구리였다. 버트가 처음 상대했던 몬스터이기도 했다.
“샐러맨더…… 아니, 스펙터의 아종입니까?”
“아닐세. 그냥 개구리라네.”
“예?”
세상 어디에 사람만한 개구리가 있을까. 그건 판타지아에서도 통용되는 얘기가 아니었다.
“간혹 엘리트 몬스터, 보스 몬스터라고 불리는 징조와 비슷한 일이네. 기존의 몬스터가 마기가 집중되는 장소에서 더욱 강해지거나 변이를 일으키는 것처럼, 여기 생물도 마기에 영향을 받고 변화하는 것이지.”
“그렇군요. 그러면 보통 짐승들도 몬스터로 변할 수 있겠습니다?”
넬하트는 놀란 얼굴로 돌아보았다.
“아, 하기사. 모르겠구만. 이보게, 그레노. 몬스터의 원류가 짐승이란 발표는 계획에 있었나?”
“아니, 없었네.”
“예?”
백작의 반응은 지극히 당연했다. 몬스터와 일반 짐승이 다르단 건 상식이었다. 그런데 지식의 권위자들이 그걸 전면부정하는 발언을 하고 있었다.
“일단 듣기만 하게. 몬스터는 본래 짐승이 마기에 침식당하면서 태어난 존재라네. 훨씬 이전부터 존재하였던 존재도 있지만 대부분의 몬스터가 뿌리를 찾아가면 일반 짐승이 되지.”
“그럴 리가…… 그게 가능한 겁니까? 그러면 몬스터를 막으려면 보통 짐승들을 잡아야”
“자네 같은 사람들 때문에 발표하지 않는 걸세. 아마 몇 국가나 지식인들은 그걸 알아챘을 테지. 하지만 잘못 하다가는 생태계가 무너질 걸세. 몬스터들이 충분히 무너뜨리고 있지만 그건 녀석들만 사살하거나 통제하면 그만이야. 그런데 지레질겁한 사람들이 짐승들까지 잡으면 어떻게 되겠나?”
“……그렇군요.”
“그리고 한 가지를 더 경계하고 있지.”
“보스 몬스터인가요?”
“블랙 스타일세.”
“블랙 스타라면……”
이 땅을 밟고 있는 원주민들이라면 그 이름을 모를 수 없었다. 앞서 들은 정보가 소수만 알고 있는 세계의 비밀이라면 지금 이건 어느 정도 권력자라면 알 수 있었다. 대륙에 확산한 블랙 스타라는 이름이 아닌 하나의 나라를 멸망시킨 블랙 스타라는 정보!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정보는 버트가 그들의 성녀란 점이었다. 로디아 마을을 포함하여 온갖 지역에 있는 블랙 스타 교도의 추앙을 받고 있었다. 버트의 팬클럽으로서 만나는 대부분인 블랙 스타의 교도였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그들은 마기를 쓰는 걸 지극히 당연히 여기고 있네. 그들이 전부 아는 건 아니겠지만 몬스터의 시작점이 마기란 걸 아는 사람이 있을 걸세.”
“그렇단 건……”
길렌 백작은 자기도 모르게 버트를 안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짐승들을 통제하는 것처럼 블랙 스타의 신도들 역시 탄압받을 수 있다는 겁니까?”
“그건 문제가 되지 않네. 문제는 어떻게 그들을 구분하며 그들의 ‘반격’을 어찌 막느냐는 거지.”
넬하트는 인상을 찌푸렸다.
“솔직히 말해서 나조차도 그들이 감당이 되지 않네. 마기가 약한 이들은 거의 분간이 안 될 정도지만 민간인보다 강하다네. 그런 데다 지금 이 땅에는 블랙 스타만큼 널리 퍼진 종교가 없어. 아마 지나다니는 사람 10명을 붙잡으면 그 중 7명은 블랙 스타의 교도일 걸세.”
“감지할 수 없는 위험. 그것도 민간인들 사이에 있다는 건……”
길렌 백작은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다. 전술에서 가장 경계하고 주의하는 것. 바로 민간인으로 위장한 병사였다.
“하물며 종교이기에 억압할 수도 없네. 그렇다고 그만한 힘이 있는 것도 아니야. 블랙 스타를 쳐내려면 모든 나라가 합심해서 작정하고 금제해야 하지. 하지만 그게 가능하겠나?”
“불가능합니다.”
백작은 단언했다. 그런 게 가능했다면 하나의 나라로 통일됐을 것이다. 지역 특색을 떠나서 각 나라가 가진 이기심을 잠재울 수 없었다. 당장 판테스 왕국만 봐도 귀족파와 왕당파가 나뉘어있지 않던가. 지금은 왕권이 압도적으로 강해졌기에 문제가 없어졌지만 그건 다른 문제였다.
“그저 선을 지켜 막아야 하는 거야. 누군가 독단적으로 그들을 처단할 수도 있고 남몰래 포섭하려고도 하겠지. 그들조차 견제해야 한다면 분명 구멍이 생겨. 어설픈 탄압은 반격을 부르고 작정한 찍어 누르기는 암중 세력을 만들 수 있지. 뭘 하든 끔찍한 결과를 맞이할 게야.”
“그러면 블랙 스타가 물러난 걸 다행이라 여겨야 하는 건가요?”
“힘이 있는 자의 선택권일세. 당연하지 않나. 하지만 그것마저도 완전히 막지 못했지. 스카이 왕국은 졸지에 불가침 영역이 되어버렸고 블랙 스타는 알게 모르게 퍼져나갔네. 이게 과연 다행인지 모르겠구만.”
넬하트는 혀를 찼다. 백작 역시 그의 말을 듣고 아리송해졌다.
“알고 있는 사람들만 아는 비밀이란 건 알겠습니다. 마기에 대한 새로운 지식도 알게 됐습니다만…… 그러면 아는 사람들끼리 마기가 집결되는 위치를 파악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마기가 집약된다고 해서 전부 모이는 건 아니네. 몬스터가 조금 강해지는 데 그치기도 하지만 마기가 없는 곳에서도 시련이 내려지기도 하지. 그야말로 천재지변일세. 그걸 일일이 감지하고 찾아다니기에는 돈도, 인력도 모자르네. 길렌 백작 자네 같은 인원을 100명 모은다면 모를까…… 힘든 일이지.”
백작은 말문이 막혔다. 그건 어디까지나 이상론이었다. 실제로 백작과 견줄만한 실력자는 많지 않았다. 기껏 해야 그가 안고 있는 버트 정도…… 그게 아니면 이모탈 중에 구해야 했다. 하지만 어느 누가 아무런 조건없이 이 땅을 지키려 할까. 시련이 내려질 때마다 모든 나라와 이모탈이 규합하고는 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실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모탈은 믿을 수 없다. 그건 백작이 버트 역시 이모탈이란 걸 알아도 달라지지 않을 사상이었다. 그리고 전 대륙에 뿌리 깊게 박힌 고정 관념이었다.
그렇기에 블랙 남작 실버트리나 샬론 백작 골드로츠, 마탑주 라이벨 같은 경우가 대륙적으로 충격을 주었다. 그 강대한 베톰 왕국조차 이모탈을 등용하지 않았다. 기껏 해야 이용하기 좋은 수단, 혹은 용병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어찌 됐든 수단은 있었다. 그러나 그걸 쓰기에는 어려웠다. 몬스터를 방비하지도 못하는데 블랙 스타를 견제할 수는 없었다. 반대로 블랙 스타를 어찌하지 못하면서 몬스터를 대비할 수도 없었다.
참 복잡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경우도 있기에 함부로 할 수 없는 거라네.”
“지금과 같은 경우요?”
“주변에 끼치는 영향력이 너무 하찮을 때. 지금 보고 있는 개구리는 어떤가 같나?”
“어떤 거 같냐면…… 아직 자세히 모르겠지만 겉모습만 본다면 마을 자경단으로도 잡을 수 있을 듯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네. 이모탈들은 이곳을 ‘뉴비 지역’ 혹은 ‘노가다 구간’이란 언어로 부르고 있다네.”
개구리는 그들이 대화하는 내내 지켜보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먼저 공격했을테지만 녀석도 나름 생존 본능이란 게 있었다.
그들을 건드리면 큰일난다! 영역을 지키고자 하는 본능과 살고자 하는 본능이 충돌하면서 꿈쩍하지 않게 되었다.
“쉽게 말해 ‘저 정도’는 쉽다 이 말이야.”
“마기가 집약된 곳 치고는 말도 안 되는 곳이라는 뜻이군요?”
“그렇지. 당장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라피에 초원만 봐도 알지 않는가? 그곳의 늑대들과 비교하면 여기 동굴의 몬스터는 몬스터 축에도 못 낀다네.”
검을 잡은 무인이라면 그 이야기를 모를 수 없었다. 기사를 잡아먹은 늑대에 대한 이야기. 길렌 백작이 왕당파에도, 귀족파에도 속하지 않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었다.
분명 초원의 늑대들은 강했다. 지금이야 건드릴 수도 없을 정도로 성장했고 하나의 세력을 꾸렸다. 판테스 왕국에서조차 암묵적으로 인정한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싸우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기사들과 병력을 동원한다면 충분히 토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한순간 귀족들에게 환멸을 느꼈고 모든 걸 내치게 되었다. 그래서 순전히 자신의 길만을 닦으며 나아갔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추켜세워주고 중도파의 구심점이 되어버렸다.
지금 와서야 생각하는 거지만 그것도 젊은 날의 치기였다. 그렇게 화가 났다면 혼자서라도 달려가야 했다. 그저 환멸이 났다는 이유만으로 늑대들에 대한 복수를 저버렸다.
“……그렇군요.”
백작은 묘한 어투로 대답했다.
“그렇기에 이해할 수 없는 거라네. 어찌 하여 이 소녀는 방대한 마기를 품고 있는가. 그리고 그 마기를 품은 존재가 어째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장소로 인도했는가.”
“확실히…… 납득하기 어렵군요. 어째서 여기로 오라 했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지금부터 알아가면 되는 걸세.”
넬하트는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동굴 곳곳에 숨겨진 장소를 찾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버트가 루하다와 처음 만났던 곳, 납치당해 돌봐졌던 곳, 루하다의 다른 그림자들이 지내던 곳을 전부 돌아다녔다.
하지만 어디에도 지하는 없었다. 심지어 자리를 잡고 땅 밑까지 투시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아리송하군.”
“상징적인 의미로 말한 게 아니겠나? 여기에는 지하가 없지 않나.”
“그렇다면 장소 자체가 잘못 되지 않은 건가. 하지만 라피에 초원 근방의 검은 동굴은 여기밖에 없고……”
“첫 단추부터 잘못 꿴 건가.”
넬하트나 그레노 둘 다 버트가 마신이 부활하기 위한 발판이란 걸 알지 못했다. 그것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가설이며 마신이란 존재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장 몬스터의 근원이 마기란 건 알아도 그 근원에 블랙 스타가 섬기는 성신 리아주크가 있으며 그 리아주크가 마신이란 것까지는 알 수 없었다.
백작은 말없이 널찍한 바위에 앉아 버트에게 무릎베개를 해주었다. 넬하트와 그레노는 열심히 얘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곳을 가기에는 버트가 남긴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버트, 대체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백작은 잠들어있는 버트를 아련하게 불렀다.
그리고 버트는 지금……
*
“우으……”
은송은 괜스레 몸이 달아올라 손장난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침대에 앉아 팬티 위로 손가락질을 하는 것 정도였다. 본격적으로 하기에 앞서 그냥 가벼운 스트레칭 정도로 건들거렸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좋았다. 이전에 자위를 할 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기분 좋았다. 그냥 간지러운 걸 긁는 수준의 해소가 아니라 손가락만 까딱이는 걸로도 만족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은송은 어느 샌가 5분, 10분 내리 손가락으로 긁어대고 있었다. 팬티에 애액이 배어나올 때쯤 그녀의 손가락질은 더 섬세하고 집요해졌다. 음핵 어림을 집중적으로 후벼파면서 본격적인 흥분을 끌어 올렸다.
여기서 끝낼 생각은 없었다. 분명 팬티 위로 만지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좋은데 그 이상이 있다면 누군들 시도해보지 않을까. 하물며 판타지아에서 온갖 쾌락을 겪어보았다. 그때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각을 고작 가벼운 손가락질로 느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팬티 안으로 손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방문은 잠가놓았고 소리를 참기 위해 옷까지 씹고 있었다. 만반의 준비가 되었으니 조금 더 나아가도 문제 없었다.
쯔덕 쯔덕
물기 가득한 살을 문지르는 소리. 픽픽 새어나오는 콧김 소리는 쉽게 묻혀버렸다. 흥분에 겨운 은송은 미끈해진 음부를 문지르며 점점 자위에 빠져들었다. 손가락의 움직임에 몰두하게 되니 점점 온몸이 제멋대로 움직이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 버둥거리는 건 기본, 허리가 붕 떠오르고 두 발은 제멋대로 침대 커버를 헤집었다. 소리를 안 내려고 하다 보니 입으로 숨을 들이쉬고 코로 날숨을 뱉으며 미약한 신음을 뱉었다.
“흣…… 으…… 으……”
은송은 허리를 한 번 들썩이더니 손가락을 슬쩍 움직였다. 음핵 쪽을 후비던 손가락이 질 안으로 들어갔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도 아닌데 질 안은 질척하게 젖어 있었다. 손가락이 무난하게 삽입될 정도로 잘 풀렸다.
쯔걱 쯔덕 쯔덕
“으흐…… 흐으…… 흐……”
손가락이 들락날락하는 느낌이 좋았다. 구멍 인근이 비벼지는 느낌도 좋았다. 손가락 끝이 이따금 질벽 한 구석을 찌르는 느낌도 좋았다. 질육이 손가락에 들러붙는 느낌도 좋았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안쪽 살이 비벼지는 느낌과 단단한 것이 안을 휘젓는 느낌이 좋았다.
지금 자신이 자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함과 동시에 머릿속에서 망상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판타지아에서 있었던 일. 거기서 겪은 것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망상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현실감 있는 섹스 게임. 어째서 지금까지 그때를 떠올리며 자위하지 않았는지 후회됐다. 자위를 하며 자극을 받으면서 그때 겪었던 일을 되새기니 가슴이 터질 거 같았다.
흥분됐다. 너무 기분 좋았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자극이 심했다. 금방이라도 아랫배가 후끈거려 애액을 토해낼 거 같았다. 아니, 조금씩 새어나온 것만으로도 이미 팬티는 질척하게 젖어 있었다.
“으응…… 으으응……”
은송은 지저분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꾸물거리며 바지를 벗었다. 음부에는 손가락을 먹인 채 손은 멈추지 않았다. 옷을 벗으려는 손과 자위를 하는 손 둘 다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진척은 없었다.
옷을 벗으려는 움직임과 흥분에 겨운 발버둥이 충돌했다. 판타지아에서의 추억(?)과 깨끗하게 자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부딪쳤다. 이제 그만하자는 이성과 조금만 더 하고 멈추자는 본능이 대립했다.
1분…… 2분…… 시간이 지날수록 은송의 열기는 강렬해졌다. 바지는 무릎까지 내리는 데 성공했지만 어설프게 자위를 멈추고 싶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흥분을 더 끌어 올리고 이 시간을 오래 지속하고 싶었다.
망상 역시 끊고 싶지 않았다. 루하다나 다른 사람들과 했던 음란한 짓거리를 계속 떠올리고 싶었다. 덕분에 애액은 팬티만이 아니라 침대 시트까지 침범했다. 그런데도 은송은 손을 멈출 수 없었다. 오히려 아까보다 더 빠르고 격렬하게 질을 쑤셔댔다.
쯔컥 쯔컥 쯔컥
바지까지 벗어버리고 팬티를 들춘 상태로 손가락질을 하니 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렸다. 비록 신음은 참고 있다지만 이미 음부를 찔러대는 소리만으로 시끌시끌해졌다. 은송은 소리가 들리면 어떡할지 고민하면서도 계속 자위했다.
모르겠다.
은송은 허리를 좌우로 꿈틀거리며 하반신은 위아래로 들썩였다. 자신의 손과 섹스라도 하려는 것처럼 안달난 움직임을 보였다.
그때 은송의 눈에 한 구석에 나뒹굴고 있는 헬멧이 보였다.
아.
은송이 입을 벌리며 마음속으로 소리를 냈다. 그 순간 무슨 생각이었는지 아랫도리에서 애액을 줄줄 흘리며 바닥에 내려왔다. 젖은 팬티를 입고 바지는 어정쩡하게 벗은 채 바닥을 기어가더니 헬멧을 머리에 썼다.
어차피 접속은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느낌만 살려서 자위를 하면 어떨까……?
한순간 은송의 입에 야릇한 미소가 걸렸다. 언제나 접속할 때마다 기저귀를 차고 플레이 했는데…… 정작 접속 후 오프라인의 자신에 대해서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 아마 누군가 이 모습을 본다면 정말 음란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게 어떤 여자가 이런 몰골로 게임을 할까. 하물며 지금은 기저귀조차 없었다. 흥분에 절여진 팬티가 고스란히 보였다. 은송은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워 가슴을 조물딱거렸다. 그러면서 다시 질에 손가락을 꽂아넣고 자위를 이어나갔다.
쯔법 쯔법
“그읏…… 흣……”
어째선지 헬멧을 착용한 순간 몸의 감도가 더 올라간 기분이었다.
온라인에서 능욕 당하는 버트. 오프라인에서 자위하는 은송.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겪을 수 없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망상이 폭발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성욕의 화신이나 다름없었다. 이미 충분할 정도로 쾌락을 느끼고 있으면서 더 큰 걸 바라고 있었다. 심지어 이형적인 자위까지 원했다.
섹스하고 싶어.
버트의 몸으로 들어가 마음껏 농락당하고 싶어.
무심결에 즐겼던 모든 걸 다시 겪고 싶어.
루하다랑 섹스도 해야 하는데.
페어리들이랑은 더 야한 짓 못할까?
리버랑도 섹스 하고 싶어.
가끔은 페이니와 엘도트 사이에 끼어 들고 싶기도 해.
아니면 마성자들과 난교를?
그것도 아니면 모르는 사람을 잡아채서 그대로……?
폰타지아에 올릴 영상이나 사진을 찍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
아, 니스랑 섹스해본 적은 없었네.
그러면 다른 몬스터랑도 해봐야지.
그냥 자위만 해도 좋을 거 같긴 해.
아.
하고 싶다.
은송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쯤 되면 성욕에 잡아먹힌 짐승이 아닌가. 지금까지 은송과 버트를 별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니었다. 어떻게 게임에 접속한 사람이 원판과 다른 존재가 될까. 하나의 역할극이라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은송은 그게 아니었다.
버트나 은송이나 크게 다를 게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드니 어째서 판타지아를 하고 나면 음란한 생각이 안 드는지 알게 되었다.
과도한 쾌락으로 인한 탈력감. 소위 남자들이 말하고 느끼는 ‘현자타임’이라는 개념이었다. 판타지아에서 모든 걸 쏟아냈으니 현실에서 터뜨릴 욕망이 없는 것이다. 게임에서 느낀 쾌락을 의식이 꺼진 육신이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 정도로 성욕이 타오를 줄 몰랐다. 감도도 상상 이상이었다. 어쩌면 버트와 견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설마 이것까지 동기화가 될 줄이야.
기분 좋다.
조금 더 하고 싶다.
판타지아에서 조금 더……
조금 더……!
은송은 헬멧 안에서 눈을 까뒤집었다. 서서히 몰아치는 쾌락이 하나로 뭉쳐졌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 하면서도 한없이 응축되었다. 거대한 폭발을 준비하는 것처럼 모든 감각이 결집되었다.
그 흥분감을 높이기 위해 두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한 손은 엉덩이 아래에서 질을 미친 듯이 쑤셔댔고 다른 손은 음부 위에서 발기한 음핵을 비벼댔다. 아랫도리 전체가 저려질 정도로 격렬한 자위였다.
까치발이 된 두 발. 금방이라도 튀어오를 듯한 허리와 하반신. 숨이 넘어갈 것처럼 껄떡대는 호흡. 주체할 수 없는 쾌락처럼 흘러 넘치는 침과 애액. 온몸을 적시는 땀과 충만한 열기.
온다.
온다……!
쾌락이 온다. 오르가즘이 찾아온다! 현실에서 간만에 맛보는…… 아니, 거의 처음이라 할 수 있는 쾌락의 결정이 만들어졌다.
프슈슛
한순간 은송의 호흡이 멈췄다. 쩍 벌어진 입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등을 댄 채 하반신만 최대한 들어 올린 아크로바틱한 자세로 근육이 굳어져 꼼짝하지 않았다. 겉모습에서는 큰 변화가 없지만 은송의 모든 신경은 미쳐 날뛰고 있었다. 하반신에서 시작해 전신으로 몰아치는 쾌락 신호는 은송의 몸을 경직 시켜버렸다.
머리가 하얗게 질려버렸다. 은송은 어떤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한순간 기억이 날아갈 정도였다.
그렇게 은송은 몇 분 동안 오르가즘에 허덕였다. 그러다 힘없이 풀썩 쓰러졌다.
“하아…… 하아……”
은송은 멍하니 숨을 골랐다. 그렇게 누워 있기를 다시 몇 분…… 어느 정도 체력을 회복했다고 생각했을 때 주변이 이상함을 깨달았다.
“어……?”
은송은 몸을 벌떡 일으켰다. 분명 방 안에 있어야 할 자신이 어둠뿐인 공간에 놓였다.
“여긴……?”
은송이 당황하여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누군가 그녀의 뒤에서 끌어 안았다.
“엇……!”
은송이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그 누군가가 입을 맞췄다. 맞물린 입술 안에서 두 사람의 혀가 뒤섞였다. 은송은 키스를 하면서도 그 사람이 누군지 확인했다.
리아.
버트가 만들어낸 최초의 창조물. 마신의 의식을 품은 존재. 그녀가 은송과 키스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느 샌가 판타지아에 접속하게 된 버트와 키스했다. 그러면서 버트의 온몸을 더듬어댔다.
버트는 잠시 무슨 상황인지 알지 못했다. 이 공간은 어디이며 왜 리아가 갑작스레 자신을 덮치는지 몰랐다. 그저 리아와의 키스가 기분 좋았고…… 방금까지 자위를 하며 느낀 흥분감을 이어가고 싶었다.
그뿐이었다.
그래서 버트는 리아와 키스했다. 그러면서 손을 뒤로 두어 리아의 몸을 역으로 만져댔다. 그렇게 어둠 뿐인 공간에서 서로를 닮은 두 여인은 서로를 계속 탐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