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판타지아-57화 (57/104)

〈 57화 〉 57 ­ 페이니 외전 下

* * *

“이제 보스전이다! 모두 긴장해!”

코알라 길드장 꽐라소주의 외침에 모두가 기운찬 얼굴로 대답했다. 몇 번이고 공략을 시도했던 악몽의 성! 모두가 난공불락의 던전이라 생각했지만 꽐라소주의 생각은 달랐다.

퍼즐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은 점을 꼽으며 공략의 가능성을 어필했다. 하지만 악몽의 성은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몰랐다. 특히 블랙매지션 구느하르가 잠들었단 점에서 모두가 쉬쉬했다. 투자에 비해 이익이 없을 거라는 게 주된 여론이었다.

이때가 한창 ‘악몽의 기사’ 레이드로 말이 많았던 때였다. 리치 귀르디의 힘을 목도한 플레이어들은 마법사들의 위험성을 깨닫고 말았다. 특히 그가 부린 흑마법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알게 됐으니 구태여 위험에 걸어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꽐라소주의 생각은 달랐다. 악몽의 성보다 더한 곳을 공략한 경우도 있었다. 어떤 곳은 빛 좋은 개살구여서 투자한만큼 막대한 손해를 보기도 했다. 그랬기에 웬만큼 보상의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니고서야 도전하기 어려웠다.

그나마 코알라 길드는 웬만한 영지에 맞먹는 거대 길드였기에 이런 투자도 가능했다. 그 외에는 오픈베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퍼스트 제네레이션’ 길드나 보스 몬스터를 중점적으로 사냥하는 ‘보스헌터’ 길드 정도가 끝이었다. 나머지는 이런 걸 쉬쉬하거나 좀 더 좋은 사냥터를 찾았다.

‘몇 달만에 드디어 최상층에 도달했다!’

꽐라소주는 속이 쓰렸다. 악몽의 성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수 천 골드를 썼다. 그것도 모자라서 판테스 왕국에 뇌물까지 갖다 바쳤다. 여기에 다른 길드원들의 경비나 장비, 소모품까지 들인 돈만 본다면 수 만 골드를 썼다.

소모된 건 돈이 전부가 아니었다. 공략하는데 드는 시간 역시 만만치 않았다. 몬스터의 유형과 패턴을 분석하고 던전의 지형을 파악하는데 꼬박 몇 주가 소요됐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온갖 어려움이 그를 괴롭혔다.

특히 일정 주기로 바뀌는 몬스터들과 던전 지형이 발목을 잡았다. 악몽의 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같은 몬스터가 전혀 다른 패턴을 보이거나 퍼즐 요소가 삽시간에 뒤바뀌기도 했다. 어지저찌 돌파하고 나면 더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그리고 수 십 번의 공략 끝에 마침내 던전의 패턴이 단순화됐다. 꽐라소주는 안심하지 않았다. 언제 악몽처럼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 곳이다. 그래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 나아갔다. 그 결과 모든 것이 끝났고 총력을 기울일 때가 왔다.

최상층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꽐라소주는 손에 들린 검을 내려다보았다.

「몽마사냥꾼」

몽마를 베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걸 구하려고 살리마 왕국의 지인에게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마침내 최종장이다.’

악몽의 성 보스와는 딱 한 번 마주했다.

절명의 몽마. 그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운데다 강력했다. 그녀가 부리는 마법은 하나하나가 성직자들을 단숨에 찢어발길 수준이었다.

‘이걸로 퍼·제의 위상에 도전한다. 우리가 가진 저력만 인정받으면 베톰 왕국에서의 경쟁도 가능해!’

그렇게 최상층에 들어선 꽐라소주와 20인의 길드원은 진형을 갖추었다. 곳곳에 베일이 걸린 상층부. 이윽고 저 멀리 왕좌에 앉아있는 여인이 보였다.

페슈트 이타리니. 절명의 몽마라 불리며 리아주크의 수족이었던 존재. 그녀가 나른한 얼굴로 꽐라소주와 그 일행을 보고 있었다.

“또 왔네?”

페이니는 싱긋 웃었다. 여유로운 미소에 비해 그녀의 속은 짜증으로 가득 찼다.

그들 때문에 구느하르의 원혼으로 만든 언데드와 기관 장치의 8할이 못 쓰게 됐다. 그나마 가장 저급한 것들은 흑마술에 지식이 없어도 재생할 수 있었다. 코알라 길드가 끝끝내 모든 패턴을 박살내버린 결과였다.

하지만 꽐라소주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설사 알았다고 해도 만족하지 않았을 것이다.

페이니를 잡기 전까지 성공한 게 아니다! 꽐라소주는 검을 쥐고 소리쳤다.

“모두 전투 준비! 몽마를 잡고 이 성을 정복한다!!”

“신성한 빛이여! 내려앉으소서! 찬란한 숭배자를 감싸주소서!”

“크아아앗­!!”

“용기여 넘쳐나라!”

“행운이 깃들기를……”

{빛의 휘장} {전투 함성} {강화의 주술} {네잎클로버의 가호}

온갖 강화 효과가 길드원을 감쌌다. 곧이어 꽐라소주가 검을 들었다.

꾸드득­

근육이 부풀고 손에 힘이 들어갔다. 온몸의 마나가 뿜어져 「몽마사냥꾼」을 휘감았다.

“후웁……!”

꽐라소주가 왼손으로 오른손목을 잡았다. 육체로 발휘하는 기술은 마법이나 신성마술, 주술과 달랐다. 따로 영창이 필요 없었다.

스악­

{검기 발현}

몽마사냥꾼의 칼날에서 뿜어진 예기가 페이니를 향해 날아들었다. 페이니는 왕좌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손가락을 튕겼다. 성의없이 휘두른 손가락이 꽐라소주의 검기를 쳐냈다.

“어­?”

꽐라소주가 놀랄 새도 없이 페이니가 일어났다.

“꿈은 잘 꿨어?”

페이니가 손가락을 튕기자 길드원 셋이 날아갔다. 한 명은 반토막이 났고 다른 두 명은 벽을 뚫고 날아갔다. 볼 것도 없이 사망이었다.

“악몽은 지금부터야.”

*

쮸웁­ 쭙­

두 사람의 키스는 멈추지 않았다. 엘도트의 발기한 음경이 페이니의 다리 사이를 내리고 노려오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대로 가면 섹스를 해버릴 기세였다.

쁘쭉­

페이니의 음모 아래로 그의 음경이 서서히 삼켜졌다. 균열을 벌리고 들어선 음경은 정말 손쉽게 삽입되었다. 별다른 전희도 없었는데 페이니의 질은 너무 쉽게 음경을 받아들였다. 질구멍은 여유롭게 음경을 빨아들이고 눅눅하게 젖은 질이 감싸왔다.

엘도트는 코로 숨을 뱉으며 페이니를 내려다보았다. 페이니는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그의 탄탄한 등을 끌어안았다. 차마 그의 시선을 마주할 수 없어서 눈을 감아버렸다. 그런데도 눈꺼풀 너머로 그의 눈빛이 느껴졌다.

쫍­

입이 떨어지고 엘도트가 고개를 숙여 가슴을 물었다. 말랑하고 탱글한 유방이 이에 짓눌렸다. 페이니는 그의 등에서 머리로 손을 옮겼다. 거칠거칠한 머리칼과 그 아래로 열기 가득한 두피가 만져졌다.

“앗……!”

엘도트가 유방을 이로 긁고 빨아대다 유두를 깨물었다. 그러자 페이니가 엘도트의 머리칼을 꽉 쥐었다. 엘도트는 손가락 사이로 스며드는 머리칼을 쥐어뜯어도 멈추지 않았다. 그저 우직하게 단내나는 페이니의 젖가슴을 힘껏 빨았다. 새하얀 유방에 붉은 키스 마크가 남기 시작했다.

“하아…… 으……”

페이니가 가슴에 정신이 팔린 사이 엘도트가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애액에 뒤덮인 음경이 천천히 질 밖으로 빠져나왔다가 안쪽으로 전진했다. 두툼하게 발기한 음경은 거침없이 들어섰다.

츠퍽­

“읏……”

츠퍽­ 츠퍽­

“앗……! 아……! 읏……! 아……!”

음경이 빠지고 삽입될 때마다 페이니의 신음이 터졌다. 엘도트는 그녀의 간드러진 목소리에 힘이 붙은 건지 침대 아래로 손을 꾸물꾸물 넣어 페이니를 안았다. 그의 단단히 압축된 근육질 팔이 페이니의 등허리를 감싸안았다.

페이니는 분명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그에게 들려있다는 착각을 받았다. 실제로 허리 쪽이 팔에 붙들려 있어서 들린 거나 다름없었다.

철퍽­ 철퍽­

몇 번 찌르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적나라한 물소리가 터졌다. 빈틈없이 속을 꽉 채운 음경이 바쁘게 들락날락거리고 물기가 가득한 질벽이 비벼졌다. 하지만 소리의 근원은 여기만이 아니었다.

음부에서 흘러넘친 애액이 페이니의 녹아내릴 듯한 살덩이를 질척하게 적셔놓았다. 이 푹신한 쿠션 위로 엘도트의 땡땡한 근육질 몸뚱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주였다. 한 번 내리찍을 때마다 살결에 파도가 칠 정도였다. 그만큼 페이니의 몸에 살집이 많고 부드럽기도 했지만 엘도트의 섹스는 힘이 있었다.

이건 꼭…… 그간 참았던 걸 발현한 듯한 섹스였다. 페이니는 설마 싶었다. 혹시 엘도트가 지금까지 참다 참다 덮친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저 그의 터프함에 휩쓸려 귀여운 신음을 내는 게 고작이었다.

츠퍽­ 퍽­ 츠퍽­

애초에 페이니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엘도트는 일정한 리듬으로 찔러왔다. 부딪친 곳이 얼얼해져서 아프기 직전의 속도였다.

체벌과 쾌락의 사이. 피부는 벌겋게 달아올랐어도 괴롭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따금 속도에 익숙해졌다싶을 때 짧게, 연달아 서너 번 찌르거나 귀두까지 빼내고 뿌리 끝까지 넣는 등의 변속도 섞었다.

한 곳이 집중적으로 비벼지기도 하고 귀두가 긁어내듯이 훑기도 했다. 단조로워야 할 섹스에 더해진 변화는 페이니의 생각까지 찐득하게 적셔놓았다.

“하아…… 하…… 하…… 으…… 하……”

페이니의 힘겨운 숨소리가 엘도트의 귓가에 뿌려졌다. 엘도트는 아랑곳 않고 푹푹 찔러대다 그녀의 목을 핥아 올렸다.

소금기를 머금은 달달한 피부의 맛. 열기가 더해져서 잘 익은 요리 같았다. 엘도트는 입맛을 다시면서 허리는 한 팔로 안고 다른 손을 끌어올렸다. 뒷목을 잡아 눈물과 땀으로 젖어든 페이니의 얼굴을 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검은 루즈를 바른 입술을 잡아먹었다.

쪽­

안 그래도 힘겨운 와중에 숨을 빼앗는 키스가 더해졌다. 페이니는 등을 더듬다 말고 손톱을 세웠다. 입이 막혀버려서 그녀 대신 몸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참을 수 없다……! 손톱이 엘도트의 등에 붉은 흉터를 남겼다. 엘도트는 스크래치가 나는 데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 상처에 독이 오른 건지 허리와 음경에 더 힘이 들어갔다. 졸지에 도발을 해버린 페이니는 침대에 쳐박힐 기세로 엘도트에게 짓눌렸다.

“웁…… 흐웁……! 웁……!”

극렬한 섹스는 체위를 바꾸면서 조금 가라앉았다. 페이니의 몸이 힘없이 돌려졌다. 침대에 엎드린 그녀의 뒤로 엘도트가 자리를 잡았다. 페이니는 자신의 묵직한 가슴처럼 침대 위로 축 늘어졌다. 그 뒤로 엘도트가 몸을 포갰다.

동시에 음경이 빠져나오면서 허전함을 느낀 질 안이 다시금 가득 차올랐다. 페이니는 등에 느껴지는 탄탄한 몸의 라인을 느끼며 어깨 너머로 넘겨진 엘도트의 얼굴을 보았다.

“하아…… 하…… 그릇이…… 있는데……”

페이니는 말을 끝낼 수 없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서 비아냥거릴 수가 없었다.

“주군은 지금 다른 곳에 계시다.”

엘도트는 덤덤하게 얘기하며 페이니의 안쪽 깊숙하게 삽입했다. 그러면서 페이니의 턱을 고정시키며 속삭였다.

“이곳은 너랑 나 둘 뿐이다. 그러니 주군 얘기는 잠시 접어둬라.”

오히려 페이니가 다른 생각을 한 꼴이 되었다. 그 역습적인 말에 페이니의 정신이 날아갈 뻔한 것도 잠시…… 엘도트는 체위를 바꾸자마자 방금 그 자세는 봐주기라도 한 것인냥 거칠게 몰아붙였다.

츠퍽­ 츠퍽­ 퍽­ 츠퍽­

엘도트의 하반신이 부딪친 엉덩이가 쉴 새 없이 파도쳤다. 애액이 사방으로 비산하고 페이니의 가슴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이렇게 부딪치면 아랫도리가 남아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야성적인 섹스였다.

흡사 한 마리의 짐승이 된 기분이었다. 교미 말고는 다른 생각은 하지 않는 야생 그 자체의 짐승!

섹스로 숨을 헐떡이면서도 도망치지 않고…… 도망치지 않는 암컷을 무자비하게 잡아먹는 수컷……! 침대 위에 벌어진 거칠디 거친 섹스……!

“아앙……! 앙……! 흐읏……! 아앙­!!”

페이니는 결국 도도함을 지키지 못했다. 이 강인한 수컷에게 속수무책으로 교배당했다. 그러면서도 좋다고 앙큼한 신음을 내지르기까지 했다.

나이트피어의 수장이라는 자존심까지 겁탈당하고 있었다. 도무지 이 남자에게 반항할 수 없었다.

페이니는 뒤늦게 악몽의 성에서 마주한 꽐라소주란 플레이어를 떠올렸다.

‘몽마사냥꾼……’

그 무기는 아주 독특한 무기였다. 다른 무기와 비교하면 평범하기 그지없지만 나이트피어 일족에 한해서는 큰 효과를 발휘했다. 그와 몇 번 대치해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페이니가 아니라 다른 몽마였다면 진즉 죽었을 것이다.

‘무력해져……’

페이니는 엘도트가 그 무기의 힘을 이어받았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고서야 자신이 이렇게 나약해질리 없었다.

“흐읏……! 으응……!”

페이니는 입술을 씹었다. 새하얀 이에 잘근잘근 씹힌 검은 입술. 곧이어 페이니는 그대로 고개를 틀어 엘도트와 입을 맞추었다. 엘도트는 페이니의 가슴 밑을 끌어 안아주면서 허리만 튕기며 섹스를 지속했다. 그러면서 입을 맞춰오는 페이니와 진득하게 키스를 나누었다.

“흐웁……!”

그러면서 남은 손은 키스마크가 가득한 페이니의 큼직한 가슴을 쥐어짰다. 은근히 커다란 엘도트의 손이 파묻힐 정도로 무시무시한 크기였다. 거기에 땀에 젖어 촉촉해진 살점이 손가락 사이사이로 녹아들었다.

그렇게 풍족함을 즐기던 손은 유두를 비틀었다. 붉은빛이 감돌 정도로 힘차게 발기한 유두는 엘도트의 거친 손가락에 거침없이 뒤틀렸다. 피가 쏠린 유두는 아플 정도로 압박당했다. 그러다 느릿하게 돌려지며 힘이 빠지니 억압된 혈류가 은근하게 퍼져나갔다.

“웁…… 웁……!”

엘도트는 페이니의 혀를 쭉 빨아내면서 키스를 마무리 지었다. 침줄기조차 허락하지 않는 깔끔한 키스 후에 페이니는 침대 위로 엎어졌다. 하지만 상체와 머리가 쓰러졌어도 하반신은 쓰러질 수 없었다. 엘도트의 음경에 걸리고 허리가 붙잡혔기 때문이었다.

페이니는 엘도트의 손에 붙들려서 그대로 정사를 이어가야만 했다. 그렇게 땀범벅이 되어서 헐떡이는 동안 엘도트는 그녀의 안쪽에 정기를 쏟아냈다. 안쪽을 질척하게 적시는 정액의 격류를 느낄 틈이 없었다. 이미 힘겹게 몰아붙여진 페이니는 쾌락에 푹 절여진 몸을 가누지도, 인지하지도 못했다.

“학…… 핫……”

페이니가 흐릿해진 눈으로 돌아보았다. 엘도트는 가볍게 숨을 고르고 조금씩 발기가 수그러드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음경을 빼내지도 않았다. 물렁하게 변하는 음경을 정액과 애액의 혼합액이 가득한 질 속에 담아두고 몸을 숙였다.

“아으응……”

페이니의 귀를 핥아주었다. 가슴을 콱 붙잡으면서 유두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눌러 문질러주었다. 그렇게 페이니의 몸을 핥고 만지다보니 음경은 다시금 기운을 차렸다. 엘도트는 숨을 몇 번 고르고 다시 한 번 허리를 흔들었다.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느긋하게 움직였다. 성급한 요소를 배척해서그런지 페이니는 좀 더 여유롭게 엘도트를 맛볼 수 있었다.

빵빵하게 부푼 귀두가 질벽을 긁어대고 두툼하게 발기한 음경이 구멍에 비벼지는 게 느껴졌다. 유방을 잡은 거친 손길과 그의 뜨거운 숨도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그의 강렬한 시선과 뜨겁게 타오르는 육체……

이건 오롯이 페이니를 향한 열망이었다. 한 번의 정사 이후 이어지는 섹스로 알 수 있었다. 페이니는 그의 강렬한 욕망을 느꼈다.

“너…… 그릇을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느릿한 섹스. 대화가 성립할 수 있는 속도였다. 그래도 무드는 깨고 싶지 않았지만 페이니는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존경과 애정은 다르다.”

그 말에 페이니의 머리에 큰 충격이 느껴졌다. 공과 사를 구분 짓는다는 말투. 이 고지식한 남자가 버트와 페이니를 구분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페이니는 입을 열었다. 그런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목이 억눌리고 있었다. 지금 묻지 않으면 영원히 듣지 못할 것 같았다.

기쁨 때문인가. 그게 아니면 다른 말이 나와서 무서운 건가.

“조금 이상하겠지만 애정을 품고 있다.”

하지만 엘도트가 한 발 더 빨랐다. 페이니가 질문을 하지 못하는 사이 그가 귀에 대고 묵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발르틴에서는 참을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주군께서 탑에서 나오실 때까지…… 지금까지 참았던 걸 전부 쏟아낼 거다.”

페이니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의 직선적인 애정 공세에 마음이 억눌리고 정신이 속박되었다.

“그러니 오래 어울려주었으면 한다. 페슈트.”

“아……”

페이니는 멍한 얼굴로 돌아보았다.

“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존칭으로 대답하고 말았다. 엘도트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그녀와 입을 맞추었다.

길고 긴 키스…… 그것보다 더 긴 섹스…… 두 사람은 버트가 나올 때까지 최선을 다해 몸을 섞었다.

*

쪽­

가벼운 키스. 페이니는 엘도트와의 키스를 통해 잠시 옛 이야기를 떠올렸다. 페이니는 키스가 끝나고 새초롬하게 말했다.

“분명 그때는 버트보다 날 더 좋아한다했지만 아직까지 납득이 안 가.”

“……이제 와서 갑자기?”

엘도트가 황당해하는데도 페이니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언제부터 그런 건데?”

“뭐가 말이지.”

“언제부터 나한테 연심을 품었냐고.”

페이니는 짓궂게 질문했지만 눈빛과 얼굴만큼은 여린 소녀와 같았다. 부끄러움이 가득 담긴 눈을 본 엘도트는 고개를 숙여 속삭였다.

“그 질문 그대로 돌려주지. 언제부터 내게 관심을 가졌지?”

“어, 엉?”

페이니가 당황해서 돌아보니 엘도트가 덤덤하게 말했다.

“칼라 해변에서부터 느꼈다. 어째서 주군에게 질투한 거지?”

“질투라니?! 그때 말한 건 전부 사실이었잖아!”

“구태여 그렇게 털어놓을 필요가 없었다. 네 성격 상 남을 떠보거나 교정하려는 게 아닌 이상 꺼낼 필요도 없는 말들이었지. 설마 내가 주군을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가?”

“그……!”

단번에 속내가 파헤쳐졌다. 당연히 페이니로서는 쉽게 대처할 수 없었다. 차라리 다른 사람이었다면 능청스럽게 대처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는 자신의 이상형인 남자였다. 당장 이런 말을 내뱉는 지금도 평소의 그녀가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그래서 뭐. 추잡하다고 하려고?”

“질투할 필요가 없단 거지.”

엘도트의 몸이 뒤에서부터 페이니를 감싸 안았다. 그의 스킨십에 표독스럽던 페이니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주군을 보고 있었지만 마음은 너를 향해 있었다.”

“푸하­ 뭐야 그게. 느끼해. 이디아한테 배워온 거야?”

“그저 내 마음을 알려주는 것 뿐이다.”

엘도트는 그렇게 말하며 페이니의 앞머리를 젖히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이어서 눈꺼풀, 코, 뺨, 턱에 입을 맞추고 마지막으로 입술에 입을 맞췄다.

“일단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지. 네가 발르틴의 숙소에서 울면서 안겼을 때, 그때 너의 아름다운 모습에 비해 여린 속마음을 보고 반했다.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마음이 갔지.”

“내가 울었어……?”

“어떤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조금 질투가 나긴 했지만……”

질투.

페이니는 엘도트의 뺨에 입을 맞췄다.

“질투할 필요가 뭐가 있어. 지금은 서로 이렇게 원하는데.”

페이니는 말을 하고서 이상하단 걸 느꼈다. 질투라……

혹시?

“종종 딱딱한 태도를 보였던 건 심술부린 거였어……?”

“……음?”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데 예쁘다는 칭찬 한 번을 안했잖아. 내가 질투한 거 알면서도 달래주지도 않았고…… 뭔가…… 아하~?”

페이니는 말을 하다 보니 이상하단 걸 알아챘다. 그리고 음흉하게 웃으며 올려다보니 엘도트가 시선을 피했다.

“그래서 그런 거야~?”

“이제 필요 없는 얘기 아닌가.”

“그럴 리가! 이건 결판을 지어야지!”

“결판을 내려면 네가 언제부터 신경 썼는지도 대답해야 하지 않나?”

“어~ 그야~”

페이니는 고민하는 척 하더니 그의 품에서 쏙 빠져나왔다. 그리고 하이힐로 가볍게 뛰면서 손짓했다.

“나 잡으면 알려주지~”

탓­

페이니가 집무실에서 달아나자마자 엘도트가 뒤를 쫓았다. 페이니는 얼마 안가 붙잡혔고 그를 도발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

“가지 마.”

페슈트 이타리니. 마신 리아주크가 있을 때, 그녀는 그저 평범한 나이트피어 일족일 뿐이었다. 그에 비해 상대는 리아주크를 수호하는 다크나이트의 수장.

라펠튼은 덤덤하게 페이니를 돌아보았다. 딱딱해보이는 표정 없는 얼굴에 은은하게 미소가 서렸다.

“가야 한다.”

“드래곤들조차 허무하게 짓밟히고 있어! 마신을 신봉하는 마왕도 단번에 으깨졌고 다른 추종자들도 하나둘 쓰러지고 있단 말이야! 이대로 가다가는 당신도 끝장이야!”

“내가 죽어도 다크나이트의 유지는 이어질 거다.”

“당신이 아니면 아무 쓸모도 없어!! 그러니 가지 마! 개죽음일 뿐이라고!!”

페이니의 간절한 외침에도 라펠튼은 꿈쩍하지 않았다. 그저 두터운 갑옷으로 무장한 몸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갔다.

“섬기는 이를 지키다 죽는 것, 그것만큼 기쁜 일이 어딨을까.”

“그럼 나는! 당신이 죽으면 나는 어쩌라고! 머저리 같은 당신을 사랑한 나는 어쩌라고!!”

그 말에 라펠튼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그는 슬픈 얼굴로 페이니를 돌아보았다.

“미안해, 페이니.”

라펠튼은 슬픈 얼굴로 웃어주었다.

페이니. 그가 페슈트를 부르는 애칭이 귀에 꽂혔다.

“이건 내 사명이자 존재 의의야. 혹시라도 그들을 피해 살아남는다고 해도 마신께서 없어진다면 내 가치는 사라져. 페이니, 네가 날 사랑해준다고 해도 내 자신이 그걸 넘길 수 없어.”

“그대로 죽는다고 해도? 내가 당신이 사라져서 슬퍼한다고 해도? 당신이 아무 쓸 모 없는 쓰레기가 되도 좋아! 그래도 괜찮아! 내 곁에만 있어주면 된다고!”

페이니의 애절한 외침에도 그의 걸음을 돌려놓을 수 없었다.

“페이니.”

“……왜.”

“사랑해.”

……

“내가 섬기는 게 마신이 아니라 너였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라펠튼은 그 말을 남기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페이니는 그가 점점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다 큰 소리로 외쳤다.

“가서 죽어버리면 너보다 멋진 남자 만나서 잘 살 거야!! 훨씬 남자답고 기사도도 충실하고! 상대를 배려해주고 보듬어주는 그런 남자랑 오순도순 예쁜 사랑하며 살 거라고!!”

울음기 가득한 외침. 페이니는 눈물을 쏟아내며 소리쳤다.

“그러니까 그런 남자한테 뺏기기 싫으면 돌아와!! 그 남자 대신 나랑­”

페이니는 딸꾹질 하더니 숨을 골랐다.

“그 남자 대신 나랑!! 오순도순 살아!! 예쁜 아기도 낳고……! 맛있는 것도 먹고……!”

페이니는 결국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울음이 가득 차버려서 저 멀리 사라져가는 라펠튼에게 말을 전하지 못했다.

그랬기에 라펠튼의 말도 들을 수 없었다.

“그래.”

조촐한 한 마디. 처절하게 외친 페이니의 말에 비해 형편없는 한 마디였다.

그렇게 라펠튼과 다크나이트는 마신과 백신의 전투에 참전했다.

그리고 라펠튼은 돌아오지 못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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