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 53 베즈웍 유적지 中
* * *
버트와 나탈리가 도착한 곳은 낡은 유적지였다. 한 때 관광지로 유명해진 곳이었으나 낡은 석재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터지면서 누구도 찾지 않게 되었다. 다만 어느 정도 역사적 가치가 있었기에 철거하지 않았다.
나탈리는 골렘 마차를 세워두고 유적지 안으로 걸어갔다. 버트는 예전 수학여행 때 봤던 고성을 보는 기분이었다. 판타지아에서도 요새나 고성 같은 건 봤지만 지금처럼 낡아빠진 곳은 처음 봤다.
“여긴……”
“베즈웍. 지상 녀석들 말로는 베즈웍 유적지라는데 조금 달라. 이곳은 리아주크를 신봉하던 녀석들 중 하나가 머물던 장소였거든. 마성자라 했던가? 그런 녀석들과 같지.”
“마성자…… 성지라는 건가요?”
“성지? 아~”
나탈리는 코웃음 쳤다.
“성지라는 것도 우습지. 판테스 왕국에 있는 도시 지하를 말하는 거지? 거기는 마신이 싸움을 했던 장소일 뿐이지 성지도 뭣도 아냐. 전투의 여파로 마기가 짙게 남아있는 걸 오해한 거라더라.”
“정말요?”
“정작 진짜 성지는 이렇게 방치해두고 있으니 말이야. 여긴 다크나이트 베즈웍이 최후를 맞이한 장소야. 그는 다크나이트 중에서도 손꼽히는 존재였지.”
버트는 미묘하게 그녀의 목소리가 격앙되었단 걸 느꼈다.
“그 분이 그렇게 대단했나요?”
“다크나이트의 수장인 라펠튼에 비하면 별 거 아니지. 하지만 적어도 베즈웍, 그의 신념만큼은 강대하다고 볼 수 있어. 그가 백신에게 저항한 그때의 기록만큼은 엠파이어 일족에게 구전될 정도였으니까.”
나탈리는 그렇게 말하며 버트의 그림자를 힐끔 보았다. 버트는 그것도 모르고 유적 주변을 둘러보며 놀라기 바빴다.
“어쨌든 이곳을 선정한 이유는 어느 정도 마기가 가라앉아서도 있고 시선을 피하기도 좋아서 그런 거야. 모든 준비는 되어 있어. 너와 둠워퍼 장로만 가면 바로 시작할 수 있어.”
“음음……”
버트는 주변을 둘러보다 나탈리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베즈웍이란 분을 되살리고 싶은 건가요?”
그 질문에 나탈리의 머리가 멍해졌다. 버트로서는 루하다나 페이니가 마신 리아주크를 살리고 싶은 것처럼 나탈리도 그럴 거라 생각해 한 질문이었다.
순수함 속에 숨겨진 날카로움. 버트는 이따금 누구보다 직설적인 모습을 보였다. 허를 찔린 나탈리로서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어떤 말이든 자신을 옭아맬 것 같아서였다.
긍정도, 부정도 못하는 질문. 나탈리는 웃음으로 무마했다.
“일단 가자. 거기서 자세한 얘기를 해줄 테니까.”
건물 하나를 통해 지하로 내려가니 창백한 낯빛의 사람들이 가득했다. 버트는 그들이 엠파이어 일족이고 언젠가 만났던 노스페라투 기사와 비슷한 인상이라 생각했다. 좀 다른 점이 있다면 건강하다기보다 헬쑥한 느낌이 강했다. 언젠가 접해본 매드사이언티스트 이미지에 딱 맞았다.
지하라서 그런지 습기 냄새도 충만하고…… 곳곳에서 생물학적인 실험이 벌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솔란의 탑에서 미리 접하지 않았다면 징그러워서 고개를 돌렸을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다행히 버트는 금세 적응했다. 오히려 신기한 얼굴로 구경하기까지 했다.
“그 사람을 되살리고 싶은 건 아냐. 마신과는 달리 정신도, 육체도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아. 기껏 해야 전승뿐이지. 그러니 살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
나탈리는 안내를 하며 만드라고라의 팀장을 불러들였다.
“예, 오셨습니까.”
“마신 모방 프로젝트를 돕겠다고 오셨어. 성심 성의껏 모셔.”
“알겠습니다, 공주님.”
팀장은 가출했다는 말이 무색하게 예의를 갖추었다. 버트는 그 부분을 지적하지 않았다. 루하다도 마찬가지였다. 버트의 경우 마신을 만든다는 말에 주목했고 루하다는 무슨 일이 있어도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일단 마차에서 얘기했다시피 그릇 너의 마기와 둠워퍼 장로의 일부를 뒤섞을 거야. 그걸 위해서 고순도의 마기를 뿜어내는 게 우선이겠지?”
“그렇죠……? 어디에다가 드리면 될까요?”
옛날 같았으면 버트는 안절부절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마기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었기에 큰 고민은 없었다.
그러나 나탈리는 조금 다른 조건을 제시했다.
“물론 그릇이 직접 마기를 뿜는 것도 좋아. 하지만 그것만 필요한 게 아니야. 네가 무의식적으로 내뿜는 마기도 필요해.”
나탈리가 손짓하자 팀장이 품에서 약병 하나를 내밀었다. 나탈리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약병을 받아들었다.
“그러니 이걸 쓸 거야.”
“그게 뭔데요?”
“발정제.”
“발정”
버트의 두 눈이 커졌다. 나탈리는 그러거나 말거나 약병을 찰랑찰랑 흔들었다.
“그릇 네가 얼마나 저항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이거 한 병이면 웬만한 대형 몬스터도 하루 종일 흥분에 절을 수 있거든. 강제로 교배 시킬 때 자주 쓰는 물건이야.”
“그러니까 무의식적으로 내뿜는다는 게……”
“몇 번 해봐서 알잖아?”
나탈리가 음흉하게 웃으며 눈썹을 까딱였다. 버트는 홍조를 발갛게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루하다도 같이 하는 건가요……?”
“둠워퍼 장로께서는 따로 자리를 마련해야지. 염려는 안 해도 돼. 엄청 기분 좋게 해줄 테니까.”
루하다는 나탈리의 인도를 받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버트는 잠시 루하다를 보다가 연구팀장의 인도를 받고 걸음을 옮겼다.
*
실험기록 001.
우선 가벼운 약효 시험. 버트는 약병을 받고 고개를 기울였다. 100분의 1로 희석한 약물은 냄새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왠지 모르게 쓴내가 나서 망설인 것도 잠시…… 나탈리가 했던 말이 떠올라서 단번에 들이켰다.
“음.”
버트는 심호흡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주변에는 만드라고라의 연구원들이 차트를 들고 버트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것도 한둘이 아니었다. 숨을 고르면서 그들의 시선을 느끼니 조금씩 몸이 데워졌다.
“약이 흐른다는 느낌에 집중해주세요. 저항하시면 안 됩니다.”
“네.”
버트는 팀장의 말에 대답하고 몸에 약이 흐른다는 느낌에 집중했다.
발정제로 흥분한다…… 약물이 몸에 조금씩 돌기 시작한다…… 몸이 뜨거워지고 감각이 예민해진다……
그렇게 의식하기 시작하니 피부가 간질거렸다. 이불 속에 파묻힌 것처럼 열이 올랐고 가볍게 뛴 것처럼 심장이 뛰었다. 버트에게서 변화가 느껴진 연구원들이 바쁘게 적어내려갔다.
“희석한 약물에 반응.”
“마기가 강제적인 효과 증폭을 불러올 수도 있어. 잘 확인해.”
“반응 수준은 상정 내입니다.”
연구원들이 한 걸음 다가와 바쁘게 펜을 놀리며 얘기를 나누었다. 버트는 가만히 앉아있는 게 감질나는지 허벅지를 맞대고 비비적거렸다.
조금만 더……
버트는 입을 우물거리다가 결국 한 마디 내뱉었다.
“몸의 변화를 알기 위해서는…… 일단 벗어야겠죠?”
그녀의 질문에 연구원들이 일순간 침묵했다. 소름끼치는 고요함에 버트가 흠칫 떨며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니 제가 벗고 싶단 건 아니고……! 그냥 여러분의 실험을 조금이라도 더 쉽게 도와드리려고요……!”
버트는 빤히 보이는 변명을 했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이 대답했다.
“그릇이 괜찮다면 벗어주시겠습니까?”
“아, 네……!”
버트는 즉답했다. 반짝이는 눈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음란한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 부분을 지적하지 않았다. 버트가 기대 어린 얼굴로 그림자를 걷어내고 알몸으로 될 때까지 차트 위로 펜만 놀릴 뿐이었다.
사각 사각
버트는 두 팔을 벌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부 곳곳에 땀이 배어 반짝였다. 가슴도 이전보다 볼륨감이 살았고 허리와 팔뚝의 군살은 줄었다. 점점 몸이 예뻐지는 건 착각이 아니었다. 실제로 누군가 그녀의 몸을 조금씩 조형한 것처럼 아름다워지고 있었다.
그걸 모르는 건 버트 자신 뿐이었다. 그녀와 몇 번이고 몸을 섞고 봐왔던 이들은 그 미세한 변화를 알아챌 수 있었다.
‘쓰고 있어……’
버트의 두 눈이 그들의 펜과 시선에 주목했다. 그들이 자신의 몸을 보고 있었다.
기계적이다. 자신의 흥분을 체크하면서도 다른 욕심은 없어보였다. 그런데도 자신은 그것에 흥분하고 있었다.
조금씩 깨어나는 노출증의 환희.
언젠가 친구들을 앞에 두고 자위했던 그때가 떠올랐다.
발르틴에서 마성자들 앞에서 변태 같은 모습을 보이던 그때가 떠올랐다.
크람스로 향하면서 노출을 하던 그때가 떠올랐다.
마법사의 탑에서 모두에게 자위하는 모습을 보이던 그때가 떠올랐다.
아.
해방감이 들었다. 알몸이 되어서 모두에게 보이는 것이 두근거렸다. 이렇게 흥분하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게 너무 즐거웠다.
수치스럽다. 동시에 흥분됐다.
피부에 스치는 공기의 흐름이 그들의 숨결 같았다. 간질거리는 느낌은 그들의 시선이 닿는 기분이었다. 직접 만지지 않아도 온몸이 흥분으로 차올랐다.
버트는 조금씩 눈치를 보았다. 조금 더……
조금만 더……
뭔가 없을까?
버트는 손을 덜덜 떨며 머리 위로 올렸다. 두 팔이 몸을 가린다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그렇게 하니 늘어지지 않고 근육이 잘 잡힌 팔뚝과 매끈한 겨드랑이가 잘 노출되었다. 팔이 올려지며 가슴 근육이 좀 당겨지니 유방의 볼륨감이 더 살아났다.
사각 사각
그 순간 연구원들이 한 걸음 다가왔다. 기록도 빨라졌다. 그 반응이 버트의 감각을 예리하게 자극했다.
그녀의 기대심 어린 두 눈이 연구원들을 훑어보았다. 참으로 대담한 행동을 했지만 동시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꼴깍
몸을 살짝 흔드니 가슴이 묵직하게 흔들렸다. 현실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중량감…… 이전보다 자라난 젖가슴은 주변을 덮는 방해물이 없으니 마음대로 흔들렸다. 이 문란한 움직임이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버트의 숨이 가빠졌다. 이건 비단 약효 때문만은 아니었다. 버트가 연구원들의 시선으로 흥분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상태 확인.”
“약효는 충분히 듣는 거 같습니다. 농도를 올려도 될 듯 합니다.”
“한 번에 더 높이는 건 어떨지?”
“10퍼센트?”
“너무 과해. 3%로 가지.”
그들은 서로 수군거리고 결론을 내렸다. 연구원 하나가 다가와 버트의 한쪽 팔을 잡았다.
“따끔해요.”
“네……”
버트는 눈을 질끔 감았다. 팔이 아프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온몸의 열기가 한 층 강렬해졌다.
“오…… 옷……”
버트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러나 전신으로 간지러움이 퍼져나가면서 갑갑함이 사라졌다. 오히려 간질거리는 느낌이 강해지면서 몸이 답답해졌다.
버트의 기분에 변화가 온 것처럼 몸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우선 유두와 유륜이 부풀었다. 평소 흥분해서 발기하던 것보다 몇 배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플 정도로 피가 쏠렸는데도 버트는 알아채지 못하는 듯 했다. 아마 다른 곳이 간지러워서 그런 모양이었다.
그 변화를 체크한 연구원들은 잠시 상황을 지켜보았다.
“하…… 학……”
버트는 짧게 숨을 내뱉으며 다리를 오들오들 떨었다. 처음 투여받은 수준에 비하면 강하긴 했다. 당장이라도 음란한 짓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나 조금 부족했다.
버트는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린 채 몸을 조금씩 흔들었다. 이런 노출로도 부족하다 싶었는데…… 버트의 두 눈이 자신의 다리 사이에 꽂혔다.
아직 아니었다. 두 다리가 꼿꼿하게 서있었다.
좀 더……
발의 간격이 벌어졌다. 그래서 허벅지가 벌려지며 하반신이 무방비해졌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조금 더…… 조금 더 벌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아 벌리기에는 추잡스러울 거 같았다.
그래서 버트는 엉거주춤하게 무릎을 굽혔다. 그렇게 하니 두 다리로 서있는 데도 허벅지가 쫙 벌어지면서 음부의 균열이 고스란히 보이게 되었다. 다리에 힘을 줘야 하고 힘이 좀 들긴 하지만 그로 인해 오는 흥분감은 상당했다.
이렇게 하니 앞의 연구원들에게 애액이 몽글몽글 흘러내리는 음부가 대놓고 보이게 되었다. 가슴이고 뭐고 가릴 생각 없이 팔을 들고…… 아예 대놓고 보란 듯이 무릎을 굽힌 채 다리를 벌리고……
그야말로 천박하기 그지없는 노출의 자세였다. 그래서일까 버트의 입꼬리가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베실베실 웃고 있는 그녀를 보며 연구원들은 수군덕거렸다.
“역시 투여량을 더 늘려도 괜찮을 거 같은데요.”
“그래도 몇 분 더 지켜보고.”
“잘 버티는군요.”
그렇게 몇 분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허벅지가 뻐근하다고 느낄 때 같은 부분에 주사기가 꽂혔다. 발정제의 농도는 이전보다 짙어졌다. 당연히 버트의 몸에 쾌락을 직격시켰다.
“아……!”
버트의 눈이 핑핑 돌았다. 한순간 현기증으로 아찔해졌다. 동시에 그녀의 전신이 더할나위 없이 발정으로 몸이 달았다.
이때부터 버트의 기억은 거의 흐릿해졌다. 그나마 이성이 희미하게 깨어있어서 발정난 짐승처럼 굴지 않았다.
……물론 이건 버트가 하는 착각이었다.
“학…… 흑…… 흑…… 흣……”
버트는 혀를 빼물고 격렬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더위 타는 개처럼 헐떡이면서 엉거주춤하게 선 하반신을 앞뒤로 흔들어댔다. 그녀의 전신은 땀으로 젖어서 찐득하게 변했고 열기와 함께 달달한 체취를 뿜어냈다.
언제든 섹스가 가능한 상태…… 아니, 누가 보면 이미 진탕 논 뒤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이제는 참을 수 없는 것일까. 조금씩 퍼져나가는 약효 때문에 버트의 두 손이 꼬물꼬물 아래로 기어 내려갔다. 그러자 연구원 2명이 그녀의 팔을 잡으며 제지했다.
“아으으……”
“아직 약이 충분히 퍼지지 않았습니다.”
“참으세요.”
버트는 두 손을 꼼지락거렸다. 연구원들의 힘은 셌다. 다름 아닌 리아주크를 숭상하던 일족 중 하나인만큼 기본 능력은 뛰어났다. 하지만 버트가 마음만 먹으면 쳐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버트는 하지 않았다.
아랫도리가 저릿거리다 못해 간지러움으로 차오르고 갑갑했지만 어떻게든 참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숨이 찼다. 힘겨운 운동이라도 한 것처럼 온몸의 근육이 나른해지고 숨이 막혔다.
“으…… 으으…… 간지러워요…… 간지러워……”
“약을 좀 더 넣겠습니다.”
“더요……?”
버트는 흐릿한 눈으로 자신의 팔을 보았다. 앞서 맞은 주사의 빨간 자국이 보였다. 그 사이로 주사바늘이 들어갔다.
농도 30퍼센트. 버트는 그 주사를 맞자마자 주저앉았다. 연구원들이 일으켜주려고 해도 일어나지 못했다. 그 상태로 애액이 줄줄 쏟아지는 음부를 흔들어대며 발정난 개처럼 바닥에 대고 하반신을 부딪쳐댔다.
“학……! 하악……! 학……! 학……!”
그들은 버트의 갑작스러운 변화에도 놀라지 않았다. 그저 차분히 그녀를 둘러싸고 관찰·기록했다. 덕분에 미쳐가는 건 버트였다.
“흣……! 흑……! 흑……!”
버트는 바닥에 방아질을 하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주변을 에워싼 사람들. 그들을 보며 헤벌쭉 웃었다.
“자지……”
버트의 입에서 상스러운 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어느 샌가 다리 사이로 손이 들어가 음부를 들쑤시기 시작했다. 질척한 소리와 함께 애액이 사방팔방으로 튀었다. 버트는 그들을 한 명 한 명 훑어보며 애절하게 말했다.
“박아주세요…… 자지…… 섹스하고 싶어……”
그녀의 안달나는 소리에 연구원들이 서로를 보았다. 나탈리의 명령과 씨앗과의 연관 관계를 보았을 때……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좋았다. 무엇보다 지금은 약물에 충분히 적응하게 해주어야 했다. 일찍이 약물에 미쳐버리면 실험은 전개할 수 없었다.
“여성 연구원들은 물러나고……”
다른 남성 연구원들이 정리를 하려 할 때 버트가 여성 연구원을 붙잡았다. 그리고 녹아내릴 듯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남자도…… 여자도 좋아요…… 누구든 괜찮아…… 같이 섹스해요……”
이미 정신을 놓아버린 듯한 말투. 지금 버트의 기억은 거의 날아간 상태였다. 인지할 수 있는 건 도덕심과 윤리가 아닌 쾌락과 흥분뿐이었다. 말은 물론 행동까지 거침없었다. 버트는 자신이 붙잡은 여성 연구원의 다리를 엉금엉금 타고 올랐다. 그리고 대뜸 그녀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숨을 들이쉬었다.
연구원은 질색하는 기색도 없었다. 오히려 차트를 다른 연구원에게 맡기며 몸을 숙여 버트와 입을 맞추었다.
쪽 쪼옥
진득한 키스가 진행되면서 다른 연구원들도 하나둘 버트의 몸에 붙었다. 그들은 송곳니를 세워서 그녀의 피부를 깨물었다. 피부를 따끔하게 자극하는 송곳니 때문에 버트가 몸을 떨었다. 그들에게 잡아먹힌다는 착각을 받으니 괜스레 흥분이 몇 배로 증폭되었다.
“아웁…… 웁…… 우웁……”
불덩이처럼 달아버린 몸뚱이. 그걸 진화해오는 서늘한 손길과 혓놀림.
열기로 가득 찬 버트의 두 눈이 열망에 잠겼다.
난교로 실험은 종료…… 약에 취한 버트는 연구원 열 여섯 명과 지칠 때까지 몸을 섞은 후에야 잠에 들었다.
*
버트는 멍한 얼굴로 따끈한 꿀차를 마시고 있었다. 담요에 돌돌 말려있는 그녀의 앞에 연구원 셋이 수정 큐브를 내려놓았다.
“이것이 어제 실험 기록입니다.”
“실험…… 그보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죠……? 기억이 잘 안 나서……”
“보시면 압니다. 그리고 다음 실험부터는 투여량을 늘려갈 생각입니다.”
연구원은 수정 큐브의 작동법을 알려주고 자리를 비웠다. 버트는 차를 마시면서 큐브를 작동시켰다.
[ 흐아아앙!! ]
귀를 찌르는 신음. 눈을 까뒤집으며 헤실거리는 천박한 미소. 버트는 자신의 괴랄한 변화에 눈을 떼지 못했다.
“우와아……”
버트는 의외로 덤덤하게 자신의 음탕한 모습을 지켜보았다. 남녀 상관없이 입을 갖다대며 키스를 해대고 음경을 쥐고 흔들어대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입에서는 쉴 새 없이 침이나 정액이 흘러내렸고 입꼬리가 올라간 얼굴은 천박하기 그지없었다.
성욕을 감추지 않는 노골적인 자태……! 욕망의 화신……! 발정난 짐승……!
그러나 버트는 자괴감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모습을 보며 아랫도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꼈다.
영상으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건 익숙했다. 게다가 그 모습을 보며 품평을 하는 것 역시 겪어봤다. 무엇보다 버트는 자신의 저질스러운 모습을 인정한 참이었다. 이것보다 더 포르노처럼 찍으면 찍었지 거북해할 이유가 없었다.
“우와아……”
다만 영상 속의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기에 신기해했다. 저렇게 기분 좋은 얼굴을 하고 허리를 흔들어댔는데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다니……! 왠지 손해보는 기분이 드는 한편 영상 속의 흥분감을 이어가고 싶었다.
이런 버트의 모습은 연구원들의 관찰 기록에 남겨졌다. 지금 그녀는 혼자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곳곳에서 그녀를 지켜보는 시선이 있었다.
드러커스의 미로에서 사용하던 생물 감지 기술. 그것을 응용하여 만든 감시 체계였다. 판타지아에서는 오버 테크놀러지일 수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엠파이어 일족만의 발전이었다. 영상을 저장하는 큐브도 마찬가지였다.
“제법 괜찮은 반응이네. 그렇죠?”
나탈리의 물음에 루하다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릇도 분발하니 저희도 힘내볼까요.”
나탈리가 병 하나를 들어보였다. 거기에는 루하다에게서 추출한 물질이 담겨있었다. 루하다는 말없이 버트의 영상을 보았다. 버트는 어느 새 분위기를 탄 건지 자위를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는 루하다는 참 무감각해보였다.
*
“결국 하는 건가.”
라이는 백신 3호의 보고에 인상을 구겼다. 나탈리와의 첫 만남 때부터 시작된 인연…… 라이는 3호에게 손을 뻗더니 그녀의 구조를 넘보았다.
3호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지금 이건 마법이었다. 판타지아의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않는 힘이었다. 그랬기에 그녀가 제지할 필요가 없었다.
백신을 훑어보는 건 어느 정도 아슬아슬한 경계였다. 그러나 나탈리를 통해 3호의 체계가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세계의 불균형을 조율해오던 그녀가…… 융통성을 갖기 시작했다.
라이는 그런 3호를 보며 나탈리의 계획을 떠올렸다.
마신의 복제. 그건 라이가 가장 바라는 일이었다. 타티샤가 남긴 연구 결과도 확인해보니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어째서 그렇게 됐는지는 묻지 않을 게.’
라이는 버트의 상황을 떠올렸다. 니스가 그녀에 대해 알아챈 것처럼 라이 역시 진즉 버트에 대해 알고 있었다. 다만 어떻게 간섭할 수가 없었기에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라이는 나탈리의 계획이 성공하기를 원했다. 그랬기에 그녀가 마법사의 탑에 쳐들어온 것도 묵인하고 그녀를 도왔다.
‘마신의 육신이 전부 모여서는 안 돼.’
라이는 목에 걸린 검은 보석을 꼭 쥐었다. 이제 얼마 안남았다. 데이터를 훑어볼 수 있는 라이는 알 수 있었다. 버트가 모으고 있는 「밤」 세트의 완성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기껏 해야 서너 개 밖에 없었다. 만일 그것이 전부 모인다면 뱃속의 씨앗과 동화되어 마신이 태어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버트는 죽게 된다.
‘절대…… 전부 모을 수 없게 할 거야.’
「밤 세계의 보석」
라이는 버트가 필요로 하는 세트 아이템 하나를 갖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