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판타지아-50화 (50/104)

〈 50화 〉 50 ­ 랑그라 밀림 中

* * *

엘리트 몬스터는 강하다. 일반 몬스터에 비하면 단독으로 잡기 어려운 난이도였다.

‘보스 몬스터’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타 게임의 보스 몬스터는 혼자서 잡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판타지아에서는 보스 몬스터라 하면 한 수 접어주는 쪽이었다. 레이드 몬스터가 시련이라 불리며 대륙을 뒤집어 놓는다면 보스 몬스터는 한 지역을 휘어잡는 부류였다. 그랬기에 화이트슈트가 라피에 초원을 호령할 때 보스급 엘리트 몬스터라며 쉬쉬한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보스 몬스터를 피하는 건 아니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란 말이 있듯이 대부분 국가에서 대규모 현상금을 걸 거나 아주 희귀한 재료를 내놓기도 했다. 이들이 주는 경제적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그래서 보스를 전문적으로 잡는 길드도 있었다. 다만 화이트슈트처럼 돈이 되지 않거나 너무 강하면 피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의견에 대해 색다른 대답이 나오기도 했다.

“방치된 보스 몬스터는 차후 레이드 몬스터가 된다.”

3대 정보 단체 중 하나인 ‘미래의 눈’ 소속 플레이어의 말이었다. 레이드 몬스터는 강함을 불문하고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었다. 칼라 해변의 메두사 역시 해체되면서 엄청난 값어치로 팔려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메두사의 시신을 통해 현재 연금술과 마법, 네크로멘시, 해부학 등의 발전도가 폭등하고 있었다.

각설하고 보스 몬스터의 입지는 낮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검은비늘이라 불리는 수 십 미터 길이의 검은 뱀이 보스 몬스터로 검토된다는 사실은 가벼운 게 아니었다.

빠자작­

사람 한 두 명은 우습게 삼킬 굵기. 이름에 걸맞게 검고 번들거리는 비늘. 부리부리한 두 눈과 날렵한 몸.

가장 무서운 건 녀석이 영악하단 점이었다.

“투창!!”

“아, 안 됩니다! 말버스 남작이 잡혀있습니다!”

“그랑 준남작과 글라일 준남작 역시 잡혀있습니다!”

검은비늘은 몸통 사이사이 지휘관들을 휘어잡았다. 그 상태로 베이스캠프를 뒤집어 놓으며 병사들을 공격했다. 집중 공격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공격이 주춤거리니 녀석을 막을 수 없었다.

쉬이익­!

검은비늘의 횡포에 연합군은 계속 쓰러졌다. 그들도 약하지만은 않은데 녀석의 꾀에 휩쓸렸다.

그때 버트가 나타났다. 버트는 태연하게 하프 아머 차림으로 검은비늘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 모습에 몇 병사들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녀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도 모르고 도망치라 말했다.

당연히 그들의 태도에 검은비늘은 지체 없이 입을 쩍 벌렸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잡아먹으면 더욱 겁에 질리리라.

쉬리릭­

검은비늘이 덤비는 순간 바닥에서 검은 촉수가 솟구쳤다. 곧이어 뱀의 몸 곳곳을 휘감아버렸다. 버트는 태연하게 검은비늘을 보더니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가볍게 뛰어올라 머리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쩍!!

엄청난 소리와 함께 검은비늘이 일격에 늘어졌다. 모두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얼이 빠진 동안 린베스가 뒤늦게 달려왔다.

“세…… 세상에……”

린베스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검은비늘이 보스급으로 격상될 뻔한 건 그저 영악하기만 해서가 아니었다. 육체 능력 역시 대단했다. 창도 제대로 날리지 않으면 튕겨낼 정도로 튼튼했고 회복력도 좋았다.

근데 단 한 방에 잡았다. 그것도 무기도 없이……! 무엇보다 바닥에서 솟구친 그림자 촉수는 보기 드문 ‘흑마법’이 아닌가?

린베스는 경악했고 버트는 태연하게 널부러진 검은비늘을 내려다보았다.

‘잘 됐어.’

검은 갑주로 조형만 하던 시절과는 달랐다. 전투마을 메일드로우를 반파했을 때나 드러커스의 미로에서 셀기디어와의 전투 때처럼 본격적인 응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림자 촉수 역시 루하다의 도움이 아닌 버트의 의지로 만들어진 물질이었다.

[ 권속으로 삼으실 생각이십니까? ]

‘응?’

버트는 루하다의 심상이 묻는 말에 라이칸슬로프의 때를 떠올렸다.

“으음……”

버트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솔직히 말해서 버트는 파충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검은비늘은 덩치만 크다 뿐이지 눈망울이 큼직해서 제법 귀엽긴 했다.

‘어떻게 하는 건데?’

[ 이미 그릇의 내부에는 씨앗이 싹을 텄습니다. 언제든지 원하시는 대로 사용하시면 되는 겁니다. ]

버트는 루하다의 친절하지만 막연한 설명에 고민했다. 그때 거리를 두고 구경하고 있던 이디아가 다가왔다.

“그럼 이제 일은 끝난 건가? 마무리는 내가 해줄까?”

이디아는 아직 꿈틀대는 검은비늘을 보며 물었다. 버트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렇다고 말하려 했다.

[ 살려주세요! ]

심상을 관통하는 목소리. 이건 루하다 것이 아니었다.

[ 강한 걸 몰라 뵙고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용서해주세요……! ]

검은비늘. 녀석은 평범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

한 차례 소동이 지나고 병사들은 미심쩍은 얼굴로 교역로 개척을 하고 있었다. 캠프 한 구석에서는 버트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검은비늘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략 검은비늘은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해 횡포를 부렸다고 밝혔다. 야생 동물은 영역 싸움을 한다는 걸 알았기에 어느 정도 사정은 이해했다. 무엇보다 큰 덩치로 말하는 동물이 낯설지 않았다.

‘슈트는 하얀 멍멍이…… 얘는 검은 뱀…… 흑백이네. 깔맞춤인가?’

버트가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 검은비늘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표했다.

[ 저도 나름대로 살자고 한 짓이었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

“으음……”

버트는 심각한 얼굴로 고민했다. 이렇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데……

“혹시 사람을 잡아먹은 적 있니?”

검은비늘은 대답을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형지물을 잘 이용하고 인질극도 벌이는 녀석이다. 당연히 버트의 대답 여하에 따라 목숨이 달렸단 걸 알았다. 그녀가 순진해보여도 삐끗하면 죽는다는 걸 안 이상 섣부른 대답은 피해야 했다.

[ ……아예 없진 않아요. ]

“그래?”

[ 하지만 저도 입맛이란 게 있다구요. 확실히 인간이 먹기는 쉽지만 갑옷 입은 녀석들은 소화도 어렵고…… 그냥 하피들이나 그리폰을 잡아먹는 게 훨씬 나아요! ]

“으으음­”

[ 그러니 살려주세요……! ]

“어, 엉?”

[ 죽고 싶지 않다구요!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

검은비늘의 애원에 버트는 말없이 바라보았다. 애초에 죽일 생각도 없었다. 사람을 먹었다고 했으면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고 훈계 정도나 하려 했다. 그런데 먹으려 들지 않았다고 하니 적당히 풀어주려 했다.

그러다 문득 루하다가 한 말이 떠올랐다. 라피에 초원의 라이칸슬로프들은 그녀의 의지대로 권속으로 만든 게 아니었다. 권속이란 것 자체가 낯설긴 했지만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하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버트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의 몸에서 스멀스멀 검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 모습에 검은비늘이 흠칫 떨었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졌다.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싶었다. 그래서 사람 몸뚱이만한 머리를 디밀었다. 그렇게 검은 기운은 조금씩 검은비늘의 몸에 스며들었다. 버트는 녀석과 하나가 된다는 상상을 하면서 천천히 눈을 떴다.

……

버트와 검은비늘은 서로를 보았다. 묘한 느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별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확연히 뭔가 달라진 기분이 들었다. 버트는 그걸 느끼며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럼 이제 얘는 내꺼야?”

[ 일단은 그런 거 같군요. ]

“그래? 그러면……”

버트는 말없이 개척 중인 교역로 쪽을 바라보았다.

*

연합군은 참으로 이상한 광경을 보고 있었다. 시작은 개척 팀을 위협하던 검은비늘의 등장이었다. 버트가 제압을 했다고는 하나 그녀를 신뢰할 수는 없었다. 그저 공격하지 않기에 그냥 두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웬걸, 녀석은 앞으로 나아가면서 몬스터들을 잡아먹었다. 나무는 몸으로 휘감아 뿌리째 뽑아냈다. 덕분에 교역로 개척은 몇 배나 빨라졌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디아는 새하얀 활을 꺼내 말없이 시위를 튕겼다. 그러자 하늘을 떠돌고 있던 와이번들이 하나둘 추락했다. 그렇게 떨어진 와이번은 이디아의 손에 완벽하게 도축되었다.

모든 레인저가 활을 잘 다루는 건 아니다. 그리고 모든 레인저가 해체에 숙달된 것도 아니었다. 특히 몬스터의 해체는 웬만한 숙련자도 어려움을 겪는 문제였다. 그런데 이디아는 이 모든 걸 해내고 있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도적들의 매복 및 습격의 위험성을 꼬집으며 지형지물의 개간을 언급해왔다. 처음에는 건방지다고 생각하던 이들도 하나둘 그의 말에 감화되었다.

마지막으로 버트.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건설 인부들을 도와 자재를 옮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수준이 남달랐다. 장정 네댓 명이 달라붙어야 옮길 석재를 홀로 운반했다. 그러면서 태연하게 인부들과 대화를 나눌 정도가 되었다.

“그럼 제법 오래 전에 방문하셨군요?”

“네, 성녀님에 대해서는 익히 들었습니다.”

마기에 대한 숙련도가 높아지면서 버트의 눈에는 마성자들도 가려낼 수 있게 되었다. 거의 10명의 2명 꼴로 보게 되는 마성자는 익히 반갑기까지 했다. 이로써 버트는 블랙스타에서의 입지가 더 높아졌다.

버트 덕분에 교역로 개척은 예정보다 빨리 전개 되었다. 연합군은 점점 그녀의 활약을 눈여겨 보았고 종국에는 그녀가 탑주의 지인이란 걸 알아냈다. 그래서 스카웃을 위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전부 무위로 돌아갔다.

버트가 언제부터인가 검은비늘의 등 위를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자신들을 돕는다지만 검은비늘의 위용은 무지막지했다. 병사들 중에는 녀석과 직접 대치한 적도 있으니 아무래도 다가가기 꺼려졌다.

“그래서 너는 하고 싶은 게 뭐야?”

[ 저요? 많죠. 우선 영역을 늘리고 싶고…… 그 다음에는 저의 무리를 꾸리고 싶고…… 아, 이름도 갖고 싶어요. 검은비늘이란 이름은 뭔가 촌스럽거든요. 귀여운 단짝을 만나서 알도 숨풍숨풍 낳게 하고…… ]

버트는 검은비늘의 피부를 만지작대며 얘기를 들어주었다. 생각보다 서늘하고 미끈한 것이 만질만 했다. 그러다 알이라는 말에 버트의 머릿속은 자연스럽게 음란한 생각으로 가득 차올랐다.

문득 라피에 초원에서 그녀가 당한 대우가 떠올랐다. 라이칸슬로프의 새끼를 낳게 될지도 모를 상황. 하필 그때가 생각나니 음심이 점점 커져갔다. 버트는 괜히 드는 생각을 외면하려고 딴소리를 했다.

“아, 그럼 내가 이름 지어줄까?”

[ 네? 어떤 이름인가요? ]

“으음­ 검은 뱀이니까…… 흑뱀이 어때?”

[ ……그냥 검은비늘로 할게요. ]

“왜!?”

검은비늘은 대답하지 않았다. 버트는 뾰로통해져서 괜히 녀석의 목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잊으려고 했던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얘도 남성기가 있을까? 있으면 어떻게 생겼을까…… 그리고 그걸……

검은비늘은 뚱하니 있다가 말했다.

[ 저기…… 아마 터져버리지 않을까요? ]

“어?”

버트는 녀석의 뚱딴지 같은 말에 고개를 들었다.

[ 아무리 당신이 강하다고 해도 저랑 덩치 차이가 있는데…… 교미를 하기에는 조금 어려울 거예요. ]

“으, 응? 응? 어? 어!?”

버트의 반응에 검은비늘의 머리가 빠르게 돌았다.

[ 제가 말하는 것처럼 당신도 말하고 있던 게 아니었나요……? ]

“무, 무슨 말을 했는데?”

……

검은비늘은 침묵했다. 그 침묵이 도리어 버트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 페이니가 했던 말은 기억하시는지요? ]

그때 루하다가 끼어들었다. 다크나이트, 세 기사와 연결되어있다는 말. 본능적으로라도 버트의 뜻을 알게 된다는 말이 뒤늦게 떠올랐다. 심지어 검은비늘은 권속으로 만든 상태! 그들과 같은 상황이었다.

“아아아아……!”

버트는 민망함에 절규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변한 버트는 부끄러움을 숨기지 않았다.

“……보면 안 될까?”

[ 안될 건 없지만요…… ]

“어차피 다른 곳도 정찰을 가야 하니까! 그렇지?!”

검은비늘은 난처했다. 이렇게 의식이 연결되었다는 건 완전히 종속됐다는 소리였다. 왜냐하면 그가 쓰는 ‘마법’과는 달리 버트의 목소리는 다른 차원의 느낌이었다. 그랬기에 그녀의 명령을 어길 수 없었다. 그렇다고 거부하자니 조금 그렇고 선뜻 받아들이자니 그것도 애매했다.

일단 보여주면 포기하겠다 싶었던 검은비늘은 버트의 말대로 밀림 한구석으로 몸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본 이디아는 한숨과 함께 린베스에게 어떤 변명을 해야 할까 고민하며 캠프로 돌아갔다.

*

검은비늘은 머리를 높여 자신의 반의 반도 안 되는 버트를 내려다보았다. 버트는 수줍게 얼굴을 붉힌 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지금 그녀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검은비늘에게 뚜렷하게 전해졌다. 아직까지 진심인가 싶었던 검은비늘은 비늘을 열었다. 그러자 아랫배의 양옆이 열리면서 생식기가 삐져나왔다.

쑥쑥 커지는 생식기는 둔기처럼 변했다. 귀두 부분이 둥그렇지 않고 원통 같았고 음경 몸통에는 돌기 같은 게 가득했다. 게다가 그 크기도 남달랐다. 버트는 놀란 얼굴로 뿔처럼 돋아난 2개의 생식기를 보며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 조심스레 손을 뻗어 그것을 쥐어보았다.

쯔덕­

삐져나올 때 끈적한 액체가 가득 묻어나왔는데 만져보니 훨씬 더 끈끈했다. 게다가 손에 닿는 느낌…… 뭔가 물렁물렁하지 않았다. 겉으로 보이는 것도 그렇고 몽둥이 같았다. 그런데 그것이 점점 커지더니 엄청나게 굵어졌다.

“와아……”

버트는 힘있게 음경을 주물렀다. 음경에 돋친 돌기는 왠지 모르게 오돌토돌했다. 꼭 오이의 돌기 같았다. 손으로 전부 쥐기 어려운 굵기…… 언젠가 삽입해봤던 브론트의 음경만큼이나 굵었다. 검은비늘의 덩치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크기였지만 감탄밖에 안 나왔다.

어느 샌가 다른 손이 검은비늘의 음경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검은비늘은 고개를 쳐든 채 그녀의 호기심어린 손길을 받아내야 했다. 남달리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 덕분에 검은비늘은 머쓱한 눈으로 버트를 내려다보았다.

그때 버트가 대담한 제안을 던졌다.

“넣어 봐도 될까?”

[ 넣어요? 이걸요? 어디에요……? ]

버트는 당황하는 검은비늘을 억지로 눕혔다.

[ 저기요?! ]

아름드리나무 같은 몸뚱이가 그대로 바닥에 눕혀졌다. 버트는 비교적 말랑한 검은비늘의 뱃가죽을 만지다가 그 위로 올라탔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검은비늘의 음경은 정방향으로 솟아있는 게 아니었다. 불편하게 양옆으로 뻗어있어서 위에 올라탄 채 삽입할 수가 없었다.

“저기…… 이거 좀 불편한데 좀 도와줄래?”

[ 그럼 그만두면 되지 않나요!? ]

“그렇게 나랑 하기 싫어……?”

[ 네……? ]

“하기 싫냐구.”

[ 아니, 몸이 버티지 못한다니까요? 당신이 얼마나 센지 모르겠는데 그러다 터질 수도 있어요! ]

버트는 뾰로통한 얼굴로 검은비늘을 노려보았다. 그러더니 음경을 한 손으로 꼭 쥐고 바닥에 내려섰다. 그녀가 힘으로 당겨버리니 검은비늘이 몸을 옆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몸을 돌리니 원체 두터운 몸뚱이 덕분에 높이가 어느 정도 맞게 되었다. 그 상태로 엉덩이를 뒤로 빼고 음경의 끝부분에 엉덩이를 갖다댔다.

쯔덕­ 쯔덕­

세로로 개방된 하반신은 촉촉하게 젖은 맨살 그대로 음경과 닿았다. 버트의 음욕이 가득 담긴 마기가 흘러나와 검은비늘의 음경을 휘감았다. 단순한 촉감이 아니라 근원적인 본능을 자극했다. 당연히 검은비늘로서는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버트는 손바닥으로 문질러지는 듯한 음경의 느낌에 생긋 웃었다. 벌써부터 가슴이 쿵쿵 뛰었다. 이것이 들어갈지 안 들어갈지는 몰랐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음부를 덮을 두께에 기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형태의 남성기를 거쳐온 버트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음경의 중간 부분을 꼭 쥔 채 삽입하려고 힘을 주었다. 이미 체액으로 뒤덮인 음경은 언제든 삽입할 수 있었다. 문제라 한다면 역시 두터운 음경 부분이었다. 버트는 어떻게든 집어넣으려고 비비적대봤지만 구멍은 그렇게 넓지 않았다.

‘어떻게……’

버트는 안달이 났다. 그러다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그림자. 이제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그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츠츠츳­

그림자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음부를 여러 방향에서 벌렸다. 근육이 뻣뻣해지는 느낌이었지만 어느 정도 구멍이 넓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아직 모자랐다. 그래서 조금 더 힘을 주어 당기니 조금씩 넓어졌다.

“끄으응……”

버트는 앓는 소리를 내며 계속 음부를 넓히려 들었다. 그러다 검은비늘이 몸을 숙여 혀를 쭉 뽑아냈다. 몸에 비해 가느다란 혀가 버트의 얼굴을 날름거렸다. 버트는 왜 그러나 싶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살짝 열린 입으로 혀가 파고 들어 안쪽을 휘저었다.

뭔가…… 특이했다. 지렁이가 꿈틀거리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 그렇게 파고 든 혀는 목구멍까지 범접해왔다. 처음에는 헛구역질이 일었다. 하지만 점점 능숙하게 입 안을 휘저어놓았다.

버트는 검은비늘이 루하다의 협박으로 키스를 하게 된 걸 몰랐다.

[ 조금 더 혀 끝의 움직임에 집중해라. 네놈이 먹이를 찾는 것처럼. ]

검은비늘은 목 끝에 들어온 손가락에 기겁하며 혀를 놀렸다. 버트는 이 사실을 모르는 건지 뱀 키스에 흥분하며 조금씩 구멍을 넓혀갔다. 그리고 조금씩 검은비늘의 음경을 집어넣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차츰 삽입되는 음경은 확실히 남달랐다. 굵기도 굵기지만 돌기가 질의 주름을 촘촘하게 긁어주었다. 두터운 음경으로 팽팽해진 질은 돌기가 스치는 것만으로도 자극이 대단했다.

“흐아…… 하아…… 흐…… 하아…… 흐아아……”

반도 넣지 않은 데다가 본격적으로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만족감이 대단했다. 버트는 기대 어린 얼굴로 엉덩이를 뒤로 뺐다. 그렇게 하니 가만히 있는 음경이 쑥 들어왔다. 버트는 허리를 휜 채로 몸을 떨었다.

“헤에헤­”

역시 생각한대로 기분이 좋았다. 버트는 눈웃음 지으며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눅진한 질벽이 음경을 휘감고 촘촘해진 공간을 질압을 높여주었다.

검은비늘은 생각보다 괜찮은 느낌이어서 조금 몸을 움직였다. 무엇보다 마기로 몸이 강해지는 게 느껴졌다. 조금은 어울려줘도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버트의 몸을 한 바퀴 휘감고 고정시킨 뒤에 푹푹 찔러댔다. 아무래도 몸통이 크다보니 한 번 휘감은 것만으로 버트의 몸 반 이상이 뒤덮였다. 그렇다고 갑갑한 건 아니었다. 전신을 옭아매는 단단한 속박감은 있을지언정 숨이 막히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럴 수가 없었다. 버트는 모르겠지만 검은비늘을 협박하고 있는 루하다의 존재 때문이었다. 그래서 검은비늘은 기분이 좋으면서도 긴장을 하고 있어야 했다. 반면 버트는 거인에게 붙잡혀서 찔리는 생소한 느낌을 받으며 헤실헤실 웃었다.

[ 괜찮아요……? ]

“좋아아­ 으웃……! 좋아­! 아……! 조금 더…… 으웃…… 읏…… 세게 해도 괜찮아……”

버트는 두 발이 붕 뜨는 걸 느꼈다. 두 팔도 옴짝달싹 못하는 와중에 허공에 들린 채 두터운 음경에 꿰뚫리게 되었다.

쯔욱­ 푹­ 쯔욱­ 퍽­ 쯔억­ 쯔억­

한 두 번 느릿하게 쑤셔박힌 음경은 거리감을 재는 듯 싶었다. 그러더니 귀두와 뿌리 사이만 왕복하게끔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박아대기 시작했다. 버트는 아랫배에 음경의 자국이 들쑥날쑥하는 걸 보며 침을 뚝뚝 흘렸다. 검은비늘이 본격적으로 섹스를 시작하니 숨통이 막혔다.

“하악……! 흑……! 학……! 힉……! 이잇……! 아……!”

하반신에서부터 관통하는 힘은 머리 끝까지 치고 들어왔다. 온몸이 들썩거릴 정도의 힘 덕분에 버트는 음경이 박히는 음부 자체가 된 기분이었다. 귀를 때리는 민망한 액체 소리와 검은비늘의 주기적인 뱀 혀의 키스는 이 행위를 지속할 원동력이 되었다.

츠걱­ 츠걱­ 츠걱­

뱀의 몸에 휘어감긴 채 쑤셔 박힌 버트는 얼마 안가 고개도 못 들었다. 버트는 입꼬리를 당겨 올려 히죽거렸다. 질 안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검은비늘의 음경은 최고였다. 질퍽대는 그 소리마저 즐거웠다. 온몸을 옥죄는 압박감도 좋았다. 뱀과의 섹스에 빠져갈 무렵 검은비늘은 버트의 뱃속에 정액을 울컥 토해냈다.

“흐잇! 히­! 히잇!!”

버트는 두 다리를 쭉 펴며 버둥거렸다. 그렇게 하니 안 그래도 비좁은 질벽이 조이면서 음경을 치약처럼 짜냈다. 그렇게 왈칵 쏟아진 정액은 버트의 배를 조금씩 불려갔고 버트가 늘어질 때가 되었을 때야 사정을 멈추었다.

단숨에 배를 한가득 채운 사정량에 버트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빽빽하게 채워진 음경과 질 구멍 틈으로 정액이 툭툭 떨어지는 게 보였다. 그걸 본 버트는 몸을 파르르 떨며 고개를 들었다.

“……한 번 더 할래?”

[ 예……? ]

검은비늘은 버트의 제안에 잠깐 망설였다. 사정을 했음에도 발기가 거의 죽지 않았다. 게다가 버트의 질도 상상 이상으로 기분이 좋았다. 그녀의 문란한 제안을 쉽게 쳐낼 수 없었고……

[ 괜찮다면…… ]

버트는 숨김없이 미소를 보였다. 이제는 웬만한 것으로는 로그아웃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쾌락을 덜 느끼는 것도 아니었다.

버트는 상당히 진화했다. 그리고 이 진화는 조금 다른 형태로 발전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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