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 37 루스타르 궁 上
* * *
“……으음.”
버트는 눈을 비비적거리며 일어났다. 몸이고 정신이고 몽롱했다. 찌뿌둥해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을 때 페이니의 말 한 마디가 떠올랐다.
“반파……”
그 한 마디를 듣고 버트의 기억은 꺼졌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린 지금은 침대에 누워있었다. 이곳은 익숙한 장소였다. 바로 지휘관 전용 천막이었다.
버트는 손바닥으로 눈을 몇 번 더 비비다……
“일어나셨습니까?”
엘도트의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버트가 멍하니 옆을 보니 엘도트가 편한 차림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버트는 눈을 껌뻑이다 시선을 돌렸고 마찬가지로 편한 차림의 이디아와 브론트를 볼 수 있었다.
“저기…… 무슨 일이……?”
“페이니의 말을 빌리자면…… 힘 조절을 못 해서 탈진하셨다고 하더군요.”
“아”
버트는 머리를 긁적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기절했던 게 그것 때문이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밖으로 나가려하니 이디아가 입구를 가로 막았다.
“일단 앉아 계시지요?”
“네? 하지만”
버트가 대답하기 무섭게 몸이 휘청였다. 브론트는 버트를 잡아 부축해주고 다시 침대에 앉혔다.
“마기가 폭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안정시키지 않으면 위험할 거라더군요.”
“그것도 페이니가……?”
“네.”
버트는 엘도트의 덤덤한 보고에 마지못해 침대에 앉았다. 그러자 버트의 왼쪽에 앉아있던 엘도트가 다가와 그녀의 팔을 들었다. 그 사이 브론트가 반대쪽에 앉아 어깨를 주물렀고 이디아는 버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발을 잡았다.
“어, 어?”
“편히 계시지요.”
그들의 손이 버트의 몸을 부드럽게 풀어주었다. 검을 오래 잡아서 그런지 손은 까슬했지만 근육은 나른하게 풀렸다. 루하다가 작은 그림자였던 시절에 받았던 마사지가 떠올랐다. 버트는 자연스레 그들에게 몸을 맡겼다.
“되게…… 잘 하시네요……”
“아무래도 몸을 자주 쓰다보니 종종 근육이 굳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 선배들이 후배들을 손봐주죠.”
“제가 이디아를 주물러줬었죠.”
“……브론트 선배가 이 악물고 힘줘서 아프기만 했다고요.”
“그야 그렇게 해야 뭉친 게 풀리니까 그렇지.”
“그것도 정도가 있죠!”
버트는 그들의 손놀림에 잠에 빠질 것만 같았다. 근육과 신경이 놀라지 않는 적당한 힘 조절…… 그러면서 피가 원활하게 돌도록 혈류를 유도하는 손길…… 그만큼 그들의 마사지 실력은 상당했다.
“괜찮으십니까?”
“네? 아, 네……”
“다리도 많이 뭉치셨네요.”
“요즘 자주 걸어 다녀서 그런가봐요…….”
“목도 뻣뻣하시군요.”
“그, 그런가요……?”
버트는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그들의 손길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은밀하게 서서히…… 버트는 몸에 들러붙은 듯한 큼직한 손들 때문에 가슴이 격하게 뛰기 시작했다. 페이니가 종종 잔잔한 애무를 해준 덕에 이제는 조금만 자극을 줘도 금세 발정해버리게 되었다.
무엇보다 지금 그녀의 차림은 정말 간단했다. 고작해야 가슴을 가로지르는 탱크탑에 짧은 스패츠. 피부가 많이 드러난 상태에서 접촉이 이루어지니 버트의 스위치가 금방 켜질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이 감정은 기사들에게도 똑똑히 전해졌다.
“앗……”
브론트의 큼직한 손이 가슴 밑으로 향했다. 그러나 손날이 가슴을 스칠지언정 옆구리와 겨드랑이 밑 정도만 더듬을 뿐이었다. 엘도트 역시 팔뚝에서 서서히 겨드랑이로 향하다가 어깨로 옮겨졌다. 이디아의 손은 무릎 밑에서 벗어나질 않았다.
버트는 그들이 일부러 은밀한 곳을 건드리지 않는단 걸 알았다. 왜냐하면 그들이 이렇게 여유롭게, 그것도 적극적으로 들러붙어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버트가 먼저 요구를 해왔고 그때마다 마지못해 해주었던 이들이 지금은 버트를 어루만지기 바빴다.
페이니의 짓인가? 그런 생각이 들 때 이디아가 입을 열었다.
“‘블랙 남작’님께서 전투로 휴식을 취하라 하시더군요. 그래서 요 몇 시간은 자유롭게 쉴 수 있지요.”
“출발 전에 얘기해준다고 했으니 편히 쉬시기만 하면 됩니다.”
브론트가 이디아의 말을 받았고 엘도트는 과묵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버트는 그들의 은밀한 신호에 눈을 반짝였다.
“그럼…… 저…… 셋이서 다 같이……”
“욕심도 많으셔라.”
“꺗?!”
이디아가 히죽거리며 버트의 발바닥을 간지럽혔고 버트는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마음껏 소리 질러도 된다 했으니…… 참지 마세요?”
버트가 못마땅한 얼굴로 이디아를 보고 있을 때…… 나머지 두 사람이 몸을 붙여왔다. 버트는 잠시 어깨를 움츠렸다가 그들의 탄탄한 몸과 따스한 체온에 금세 몸을 허락하고 말았다.
*
“어떠신지요?”
“황당하군.”
페멜로 백작은 깃펜을 내던졌다. 테이블 위에 놓인 계약서 위로 잉크가 몇 방울 튀었지만 페이니는 방실방실 웃기만 할 뿐이었다.
백작은 잠시 눈가를 꿈틀거리다 옆으로 시선을 옮겼다. 천막 밖으로 분주한 움직임이 보였다. 가고일 때문에 파손된 성벽을 보수하고 물자를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밤 내내 계속된 전투는 그들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대형 가고일이 아무리 상처를 입었다지만 특유의 거체로 병사를 유린했다. 하지만 페이니가 배에 낸 상처 때문에 얼마 못가 기동성이 떨어졌고 병사들이 합심해서 쓰러뜨릴 수 있었다.
만일 녀석이 멀쩡했다면 어땠을까……?
백작은 300에 이르는 병사 중 반 이상이 다치거나 죽었던 걸 떠올렸다. 그리고 몇 시간의 휴식을 가진 후에야 간신히 보수를 시작할 수 있었다.
‘무서운 여자다.’
백작이 소름이 돋은 이유는 바로 페이니의 제안 때문이었다. 계약서에 명시된 건 다름 아닌 이번 전투에 관한 문제였다.
“감히 내게 이런 제안을 하다니……”
백작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했다. 왜냐하면 페이니는 이번 모든 공적을 백작에게 돌리려 했기 때문이었다.
대형 가고일의 참사는 요새의 병력으로 막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백작이 최소한의 희생으로 막아내게 했단 걸로 입을 맞추려 하고 있었다.
참으로 터무니없는 제안! 심지어 이것의 대가로 자신의 뒤를 조금 더 봐달라는 애매한 말 뿐이었다.
“시선 끄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옵니다.”
“힘을 가진 건 그대다. 그런데 내가 공적을 차지한다? 심지어 이것으로 끝낼 생각이 아닌 모양이로군.”
페이니는 그저 웃어보였고, 백작은 계약서를 밀어냈다.
“나로 인형극을 벌일 생각은 그만두게.”
“어머,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제가 어찌 감히 저보다 높은 지위의 귀족에게 그런 짓을 하겠사옵니까.”
“그게 아니라면 이 애매한 거래 내용은 무엇이며 또 일면식 하나 없는 내게 공로를 넘기려는 이유가 무엇이지?”
페이니는 부채로 입가를 가렸다.
“메일드로우는 반파. 이걸로 도저히 넘을 수 없었던 땅이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각국의 대처는 어떻게 나올까요? 대형 가고일을 막은 일에 대해 왈가왈부 할까요? 아니면…… 토벌대를 꾸릴까요?”
드러커스의 미로. 막대한 재화와 자원이 잠재된 지하 던전!
수많은 이모탈과 왕국, 조직이 그곳을 캐내려 했지만 누구도 도달하지 못한 곳! 랭커들조차 쉽게 넘볼 수 없는 미지의 땅!
“자잘한 건 넘기고 빚도 만들겠다 이건가?”
“그것만이 아니지요. 제가 앞서 말하지 않았습니까? 시선 끄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이지요.”
“그런가?”
백작은 눈을 가늘게 뜨며 페이니를 바라보았다.
그런 것 치고는 지금까지 해온 행태가 있었기에 믿기 어려운 말이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렇게 시선을 끌었으니 귀찮다는 걸 알고 이슈에서 멀어지려는 속셈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럴 듯 했지만…… 그래도 석연치 않았다.
“그래도 곧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로군. 그대가 무슨 꿍꿍이 속인지 알 수가 있어야 말이지.”
“물론 저라도 쉽게 믿기 어렵다는 건 알고 있사옵니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제가 백작님께 선뜻 ‘양보’하는 건 이상하다 생각하실 테지요. 하지만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일단 믿어달란 것뿐이옵니다. 저는 결코 백작님에게 해를 끼치려는 것도 아닐 뿐더러 국가를 전복한다든지 이상한 술수를 쓰고자 함이 아니옵니다. 그저……”
“그저?”
“그저 자유롭게 살고 싶을 뿐이지요.”
“지금 자네는 그 누구보다 자유롭지 않던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그럴 뿐이지요. 저는 속박되어 있답니다.”
“속박이라.”
백작은 잠시 캠프 밖을 주시했다. 그러더니 옅게 웃으며 말했다.
“헌데 자네가 정신머리가 없었던 건지 방금 했던 말 중에서 날 이용하려는 게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더군?”
“그야 이용하는 건 사실이니까요. 다만 꼭두각시로 쓰는 게 아닐 뿐이지요.”
“교묘하군.”
“원래 말이 한 글자 차이로 달라지는 법 아니겠습니까?”
백작은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더니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좋네. 이 계약. 받아들이지. 내가 전두지휘하여 가고일의 침공으로부터 요새를 막았다. 블랙 남작은 내 지시에 따라 움직인 것이다. 그렇게 말해두겠네. 보는 눈은 많았지만 결국 내가 지휘했다하면 넘어갈 테지.”
“감사합니다.”
“대신 조건이 있네.”
“무엇인지요?”
“나 대신 더러운 싸움에 끼어줘야겠어.”
*
쮸릅
버트는 정신을 반쯤 놓고 키스에 빠져 있었다. 브론트는 체격만큼이나 얼굴도, 입도, 전부 컸다. 그래서인지 그와 키스를 나눌 때면 잡아먹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싫지 않았다. 자기보다 큰 이성에게 압도되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브론트는 키스를 나누면서 한 손은 엉덩이 그것도 손이 깔릴 정도로 깊게 집어넣었고 다른 한 손은 가슴에 두고 있었다. 엉덩이에 둔 손은 당연하게도 항문 어림을 만져댔고 가슴에 둔 손은 유두를 두꺼운 손가락으로 짓눌렀다.
“흐우웅……”
버트의 나직한 신음에 반대편에 앉아있던 엘도트는 팔을 들어 겨드랑이를 물고 빨면서 남은 한쪽 가슴에 손을 댔다. 엘도트의 혀가 폭신한 겨드랑이 안을 긁어대니 괜스레 민망해졌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곳까지 핥아준단 생각에 가슴이 크게 뛰었다. 어쩌면 엘도트의 거친 손이 유방을 부드럽게 주물러서 줘서 그런지도 몰랐다.
아래쪽에서는 이디아가 두 사람의 행색을 살피며 버트의 양쪽 발을 번갈아가며 핥아주면서 한 손을 뻗어 버트의 외음부를 건드렸다. 분명 기사지만 생각 외로 굳은살이 많이 없고 가느다란 그의 손가락은 버트의 음부를 충분히 자극해주었다.
“파하…… 하아…… 아……”
키스가 끝나고 버트는 달뜬 숨소리를 내며 세 사람을 번갈아보았다. 이렇게 세 사람과 동시에 이런 짓을 한 건 처음이었다. 분명 여러 사람과의 난교는 몇 번이고 해보았지만…… 이상하게도 그때와 다른 느낌이었다. 그때는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물량 공세였다면 지금은 촘촘하고 빈틈없이 맞물려오는 퍼즐 같았다.
당장 다음 애무로 넘어가는 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브론트가 가슴에 입을 대면 엘도트가 버트와 키스를 나누었다. 가슴을 만지는 손도 달라졌다. 아까까지는 브론트가 억센 손길을 보였다면 이번에는 엘도트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는 사이 이디아는 한쪽 발에 손깍지를 끼며 허벅지를 주무르거나 무릎에 입을 맞추었다.
강약 조절, 다른 사람의 애무가 흐려지지 않는 연계, 쉼 없이 몰아치는 지속력, 환상적인 팀 플레이.
그들의 배려심 넘치는 전희에 버트의 몸과 정신은 녹아내렸다. 그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고 어떤 움직임도 보일 수 없었다. 그저 그들의 입과 손에 휘둘려야 했다.
그러나 그 어떤 억압도 없었다. 분명 그들에게 잡혀있고, 속박되어 있는 데도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느낌이었다. 그 이유는 얼마 안가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내가…… 바라는 대로 해주고 있어……!’
분명 버트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그들은 정확한 타이밍에 버트가 원하는 애무를 이루어냈다. 버트와 정신이 연결되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하지만 이건 더 심층적인 개념이었다.
의사 전달, 의지 전파, 의념 전수, 그 모든 것이 이지나 이성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버트는 무의식을 전달했고 세 기사는 그걸 단번에 이해했다. 지금 그들의 연결은 단순히 힘과 힘, 정신과 정신의 이어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그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버트가 원하고 기사들이 이루어주었다. 무심코 바란 것이 실현되고 이루어준 것에 기뻐했다.
뇌가 녹아버릴 듯한 색기! 이성을 흔들어놓는 쾌락! 애무 후에 오는 달성감과 해방감!
버트는 기분이 좋고 세 기사는 만족스러웠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주고 이기게 해주는 이상적인 관계였다.
“아으……”
버트는 눈을 바로 뜨지 못하고 신음했다. 지금 그녀의 두 팔은 브론트와 엘도트의 어깨에 걸쳐져 있었다. 두 다리는 그들의 다리에 걸려 오므리지도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양쪽에서 귀를 빨리고 가슴이 주물러졌다. 밑에서는 이디아가 무방비하게 드러난 버트의 음부를 손과 입으로 정성스레 자극해주었다.
“하악…… 힉……!”
버트는 눈물을 또르르 흘리며 경련했다. 이건 단순 쾌락이 아니었다.
온몸이 속박되고 있었다. 모든 감각이 그들에게 통제되고 있었다. 육체로 만들어진 감옥에 수감되어 옴짝달싹 못했다.
어디에 시선을 두어도 그들이 보였고 수컷 내음이 코를 휘몰았다. 입에는 아직까지 그들과의 키스로 남은 맛이 있었고 그들의 체온과 피붓결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서 동시에 양쪽 귀를 빨려댔으니 그들의 혀가 움직이는 소리가, 꾸덕한 침의 소리가, 숨소리가 지배했다.
버트의 두 눈이 핑핑 돌았다. 죽을 만큼 행복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여기 게임 속 세계는 현실에서 이루지 못할 모든 것을 이루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 행복함과 만족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하아…… 하앙……! 아앙! 흐앙!!”
그렇게 버트가 행복한 신음을 터뜨리니 세 기사는 서서히 엉겨붙기 시작했다. 그들의 음경이 힘차게 솟아나 펄떡였고 버트의 두 눈이 그것들을 바쁘게 훑어보았다.
“그럼……”
버트는 그들의 손길에 따라 움직였다. 이디아가 아래쪽에 눕고 그 위에 버트가 앉혀졌다. 브론트는 뒤에서 버트의 허리를 잡았고 엘도트는 버트의 머리를 잡았다.
쯔푹
버트의 질 안으로 이디아의 곧게 뻗은 음경이 들어갔다. 뒤이어 브론트의 묵직한 음경이 항문을 비집고 들어갔다. 엘도트의 음경은 버트의 입에 삽입됐다. 동시에 들이닥친 세 음경은 각자의 구멍을 열심히 드나들었다.
겉에서부터 속박해온 짜임새 있는 살의 감옥이, 이제는 속까지 채우고 있었다. 위도 아래도, 앞도 뒤도 전부 꽉 들어찼다. 그것만이 아니라 뜨거운 열기까지 전해주고 있었다. 전희로 닿지 않던 속까지 그들의 힘이 닿고 있었다.
쯔웁
이때부터 버트도 나름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랫도리에 힘을 주거나 혀와 입을 최대한 움직이며 음경을 조이고 자극하는데 집중했다. 그러자 그들의 음경이 꿈틀거리며 반응했다. 버트는 그것에 힘을 받아 최대한 근육의 움직임에 신경 썼다.
“헉헉……”
“후욱……”
침대가 삐걱거릴 정도로 세 사람은 버트를 몰아붙였다. 그들의 숨결과 근육의 맥동, 체온, 체취 모든 것이 버트에게 주입되었다.
브론트는 버트의 얇은 허리를 더듬다가 양쪽 팔을 잡아 쭉 잡아당겼다. 그러자 허리가 눌리면서 아까보다 하반신이 밀착되었다. 이디아는 눈앞에서 출렁대는 가슴에 입을 댔고 엘도트는 버트의 귀와 머리카락을 만져주었다.
“으훕…… 흐우웁……”
버트는 숨이 막혔다. 비단 입을 틀어막은 음경 때문만은 아니었다. 벅차오르는 쾌락 때문에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었다. 그것 때문에 세 사람이 뭔가를 준비하고 있단 것도 모른 채 갑자기 몸이 붕 들려 화들짝 놀랐다.
“읍…… 아!?”
브론트가 버트를 들어 올리더니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러더니 항문에서 음경을 뽑아내고 버트의 몸을 빙글 돌려 음부 쪽에 삽입했다. 결코 가볍지 않은 버트를 쉽게 드는 괴력! 더구나 갑자기 내부로 치고 들어오는 것을 염려하여 삽입할 때도 힘조절을 했다.
이렇게 해도 거근 특유의 감각까지는 지울 수 없었다. 이디아와 달리 구멍이 팽팽해질 정도의 굵기, 자궁이 짓눌릴 정도의 길이에 버트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때 이디아가 브론트에게 매달린 버트의 뒤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엉덩이를 콱 잡아 벌리고, 브론트 때처럼 항문에 삽입했다.
“흐힉……?!”
앞쪽이 빵빵하게 부푼 만큼 다른 장기들은 짓눌려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장 쪽이 치고 들어오니 양쪽 음경에 끼워진 근육이 비벼졌다. 속이 쓰다듬어진다고 해야 할까……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감각이었다.
이미 페이니를 통해 경험을 해봤으면서도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 전에도 수 차례 이런 식의 섹스를 했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늘상 기분 좋은 걸지도 몰랐다.
“하아…… 흑……!”
헐떡대는 버트의 옆으로 엘도트가 다가왔다. 그는 방금까지 자신의 음경을 물고 있던 버트의 입에 키스를 나누었다. 버트는 그게 좋은지 헥헥거리며 얼굴을 붙여왔다.
이건 이것 나름대로 괜찮은 느낌이었다. 방금 침대 위에서 했던 자세도 지배당하는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아예 자유로움까지 뺏겼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자신을 옭아매는 남자들을 붙잡고 매달리는 것뿐이었다. 허공에 놓인 그녀는 자유롭지 않은 육체와 달리 마음까지 붕 떠서 잔뜩 들떠 있었다.
그들의 숨소리가…… 따스한 체온이…… 격렬한 움직임이…… 모든 것이 버트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버트는 끈적하게 섹스에 취했다. 시간이 가는 지도 모르고 그저 그들과의 관계에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알 수 없게 되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뱃속에 가득 찬 정액이 이 농밀한 시간이 거짓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휴식 시간의 끝이 다가왔다.
“하읍……”
버트는 세 사람에게 둘러싸인 채 두 손과 입을 이용해 음경을 마음껏 맛보고 만졌다. 하나의 음경을 빨면 다른 두 개는 손으로 문질러주었다. 그렇게 번갈아가면서 세 사람의 음경을 핥아주었다.
턱이 빠질 듯이 굵직한 브론트의 음경은 귀두 사이와 요도구를 집중적으로 핥아주고…… 곧게 뻗어있는 이디아의 음경은 목구멍까지 집어넣은 채 빨고…… 살짝 휘어져있는 엘도트의 음경은 귀두만 머금은 채 혀로 빙빙 돌려가며 핥고……
그렇게 한참이나 빨아대던 버트는 세 사람이 뿜어낸 정액을 차례로 삼켰다. 몇 번이나 사정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목에 턱턱 걸릴 정도의 점도였다. 게다가 한 번에 삼키기 어려운 양이 뿜어졌다. 그런데도 버트는 최대한 흘리지 않고 꼴깍거리며 삼켰다.
“프하…… 흐하……”
버트는 비린내나는 숨을 뿜으며 세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분명 지위 상으로는 그들보다 위였지만 지금 버트는 그들의 앞에 무릎 꿇고 있었다. 그런데도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 위치에 있는 것처럼 행복했다.
“여러분……”
버트가 행복감에 녹아내리는 얼굴로 안기려 들었다. 그러자 셋 중 이디아가 버트를 안아주며 등을 토닥였다.
“이제 슬슬 시간 됐습니다, 버트. 준비하시죠.”
“그치만……”
엘도트의 말에 버트는 칭얼거렸다. 그러자 이디아가 한숨 쉬며 그녀의 귀를 잘근 씹었다.
“흐양……!”
“후희 정도는 해드릴까요.”
브론트는 잠시 천막 밖의 상황을 확인하고 엘도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디아가 버트를 안아들고 침대에 누웠다. 엘도트는 그녀의 다리에, 브론트는 팔에 붙어서 주물러주었다. 이디아는 버트와 키스를 나누면서 그녀의 가슴이나 배꼽 주변을 살살 간지럽히며 쾌락의 기운을 유지시켰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이디아의 애무는 약해졌고 그에 따라 버트의 흥분도도 서서히 떨어졌다.
“하아…… 하아……”
“준비하시죠, 남작님?”
“네에에……”
버트는 늘어지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이제 다시 검은 기사 리실버로 돌아가야 할 때였다.
*
“사흘 뒤에 왕성 회의요……?”
“그래. 그러니 단단히 준비해둬야겠지?”
버트와 일행은 마차에 타고 있었다. 처음 요새에 왔을 때처럼 텔레포트 게이트로 이동할 예정이었으나 근방의 모든 도시의 게이트가 마비되었다. 그건 무엇 때문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드러커스의 미로가 드러나서……’
주요 물자는 전부 게이트로 옮겨지고 있었다. 당연히 대부분의 게이트가 마비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곳도 물자 운반으로 과부하가 걸려서 하루 정도 기다려야 사용할 수 있었다. 어차피 마차로 하루 정도 걸리는 거리니 크게 상관은 없었기에 그들은 별 불만이 없었다.
다만 버트로서 이해가 가지 않는 건 페이니의 말이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전해 들은 버트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그를 뒤에서 조종하겠다 이건가요……?”
“물론이지.”
“뭔가 조금……”
“조금 뭐?”
“나쁜 게 아닌가 해서……”
페이니는 황당한 얼굴로 버트의 양옆에 앉은 브론트와 이디아를 보았다. 두 사람은 시선을 피했고 페이니는 이번에 자기 옆에 앉은 엘도트를 보았다.
“그렇게 생각해?”
“……왜 내게 묻는 거지?”
“대답을 피하는 걸 보니 그렇게 생각하는 구나.”
페이니는 볼을 부풀리면서 버트의 이마를 콕 찍었다.
“네가 너무 무른 것뿐이야. 원래 귀족 사회…… 아니, 지성체끼리는 살벌하게 경쟁하며 산다고. 다들 힘을 얻으려 하고, 힘을 가진 자를 이용하려 들지. 여의치 않으면 죽이는 것까지 시도하고 말이야. 애초에 블랙 스타에서 네 뒤를 봐주지 않았다며 네 정체는 진즉 까발려졌을 걸?”
“그, 그런가요……?”
“물론. 게다가 어째선지 몰라도 이 나라의 왕도 너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니 긴장하는 게 좋아.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말이지.”
“그건 몰랐는데요……?”
페이니는 뚱한 얼굴로 세 기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적합한 일을 한 거 같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고생했다.”
그제야 페이니는 의기양양해져서 어깨를 쭉 폈다.
“하여간 이번 기회에 최대한 눈에 띌 생각이니까 버트 너도 각오하는 게 좋아. 본격적으로 네 존재감을 알리는 한 편 어느 정도 힘의 규율을 세워야 할 테니 말이지.”
“근데 정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요……?”
버트의 질문에 페이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페이니가 그렇게까지 해서 저를 도와주실 필요가 있냔 거예요. 페이니는 그저 편하게 위장만 하면 되잖아요? 이렇게 일을 벌리실 필요가 있는 건가 싶어서……”
그녀의 질문에 세 기사도 동시에 페이니를 보았다. 확실히 그냥 어울린다기에는 묘하게 적극적이었다. 항상 기분 내키는 대로 하던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
페이니도 그걸 자각했는지 얼굴이 확 붉어졌다.
“아니 이건……”
“흐음.”
“음……”
“큼.”
페이니는 기사들(특히 엘도트)을 살벌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잊고 있나 본데, 리아주크 님의 나머지 육신을 되찾기 위한 포석일 뿐이야. 아무래도 몽마들로는 한계가 있어서 말이지. 특히 ‘녀석들’이 감시하는 눈길은 무시무시하거든.”
페이니의 대답에 버트는 문득 궁금해졌다. 나름 신이라고 불린 존재를 억압한 건 누구일까.
이 게임의 GM? 아니면 듀크 사? 그것도 아니면 버트도 모르는 게임의 절대자?
‘그러고 보니 드래곤이나 마왕 같은 것도 있다고 했었지……? 그들의 짓인가?’
언젠가 한 번 물어보자고 생각하고 있을 때…… 어느 새 이야기가 진전된 건지 페이니가 버트의 무릎을 딱딱 치며 말했다.
“듣고 있어?”
“네?”
“이번 왕성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네가 해야 될 일 말이야.”
“아, 아뇨. 그냥 저는 서있기만 하면 되지 않나요?”
“아니.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어.”
페이니는 초상화 하나를 꺼냈다. 청년이라기에는 조금 나이가 있어 보이는 외견의 남자. 그래도 젊은 기운은 확실히 느껴졌다. 페이니는 그의 초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회의 시작 전 루스타르 궁에 머무는 이틀 내로…… 이 남자를 꼬셔줘야겠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