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판타지아-30화 (30/104)

〈 30화 〉 30 ­ 칼라 해변 下

* * *

“해변에 이런 으슥한 곳도 있었어……?”

그녀들이 도착한 곳은 절벽 아래에 있는 동굴이었다. 멀리서 봤을 때는 몰랐고 가까이 와서 입구를 확인할 때까지도 이곳에 동굴이 있는지 몰랐다. 그만큼 이 장소는 은밀했다.

“관광이나 다른 목적이 아닌 이상 여기까진 잘 안와. 여긴 이미 아무 것도 없단 게 밝혀졌거든.”

관광이나 다른 목적. 니스의 말에 버트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두 사람이 이곳에 온 목적이 무엇이던가. 분명 들떠서 오긴 했고, 아무리 게임 상이라지만 그건 결코 쉽게 받아들일만한 일이 아니었다.

다른 면으로는…… 기대하고 있었다. 이미 그녀와 입까지 맞춰보았는데 더한 걸 못할까.

“무슨 생각해?”

그때 니스가 코앞에 얼굴을 디밀었다. 좋은 향기와 함께 귀여운 얼굴이 눈앞에 나타나니 버트가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러다 돌바닥에 미끄러져 뒤로 벌러덩 넘어갔다. 니스는 그런 버트를 잡아주었고 둘은 가까이 붙게 됐다.

“……좀 더 안쪽까지 들어갈까?”

“……응.”

니스도 조금 민망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버트 역시 최대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걸 원했기에…… 두 여인은 동굴 깊은 곳으로 자리잡았다.

*

쭙­

두 사람은 하나로 합쳐질 기세로 끌어안으며 입을 맞추었다. 니스는 버트와 혀를 엮는 와중에도 허벅다리로 그녀의 음부를 꾹꾹 눌렀다. 버트는 숨을 헐떡거리며 니스의 페이스에 몰려 우둘투둘한 암벽으로 몰아세워졌다.

등이 벽에 닿는 순간 니스에게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겼다. 움직임도, 숨쉬는 것도, 흥분하는 것마저도 모두 니스의 마음대로였다.

끈끈하게 엮인 혀 사이로 뜨거운 침이 툭 흘러내렸다. 그 끈적해진 액체는 버트의 가슴골로 흘러들어가 심장을 두드렸다.

“아웅…… 웅……”

분명 이번 키스가 3번째였다. 첫 번째는 펠론의 지하에 억류되었을 때 현실에서, 두 번째는 라피에 초원에서…… 하지만 니스와의 키스는 질리지 않았다. 오히려 하면 할수록 중독되는 마약과도 같았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오렌지향. 촉촉하고 부드러운 입술과 혀. 기분 좋게 휘감기는 살결과 피를 덥히는 열기. 이따금 얼굴을 간질이는 짧은 머리카락.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

기다란 속눈썹. 잘록한 허리. 가녀린 어깨. 가느다란 팔뚝. 탄탄한 허벅지와 말캉한 가슴…….

버트의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어떻게든 좀 더 니스와 가까이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미 몸이 붙어있음에도 하나로 합쳐지려는 것처럼 부비적거렸다.

한편 니스 역시 버트의 매력에 취해있었다. 버트의 육신은 상상 이상으로 부드럽고 푹신했다. 아마 니스 그녀보다 살집이 많아서 그런 것이지만 군살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가슴이든 엉덩이든 볼륨감이 있어야할 곳은 니스보다 풍만했다. 그렇다고 살이 쳐지거나 모양이 일그러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만화에서나 볼법한 완벽한 비율이었다.

감촉이나 감도는 어떤가. 혼이 빠질 것 같은 부드러움과 따스함은 중독적이었다. 아마 시간만 충분했더라면, 그녀가 친구가 아니었더라면 하루 종일 만졌을 것이다. 게다가 어딜 만지든 버트에게서 작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뇌쇄적이고, 원색적인 게 아니라 끝까지 참으려다 못 이겨서 내는 앙증맞은 소리였다. 예쁜 데다 귀엽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모습에 니스는 지금까지 몰랐던 동성애를 각성하게 되었다.

‘귀여워.’

그 생각을 하자마자 버트와 정신없이 키스를 나누었다. 되짚어보면 이건 참 이상한 일이었다. 현실 친구인 두 사람이 지금 키스를 하고 섹스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것도 동성 친구가! 절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것이 판타지아라는 가상현실 게임이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리아주크의 마기에 취해서 그런 것일까. 무엇이 됐든 그녀들의 행동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아니…… 그런 건 안중에도 없었다.

쪽­

니스는 버트의 입안에 남아있는 침을 모조리 빨아내고 자기 입술을 할짝였다. 버트는 그 색기 넘치는 혓놀림에 잠깐 심장이 멈출 뻔했다.

“어디……”

선공은 니스였다. 니스는 고개를 숙여 가슴 크기에 비해 한없이 면적이 좁은 비키니를 들추었다. 땀과 물기에 젖어 반들거리는 하얀 젖가슴 위로 연분홍빛 돌기가 우뚝 솟아 있었다. 매끄러워보이는 유륜을 손으로 꼬집자 버트가 어깨를 움츠렸다. 니스는 장난스레 웃으며 올려다보더니 검지 끝으로 유두를 빙글빙글 굴렸다.

“딱딱해.”

“……으우웃.”

니스는 잔뜩 충혈된 유두를 계속 굴려대며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능글맞은 시선에 버트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니스는 킥킥 웃더니 버트의 가슴을 크게 한 입 물었다. 턱이 아파올 정도로 큰 가슴이었기에 고작해야 유두 어림을 삼키는 게 전부였다. 니스는 그렇게 입안으로 들어온 가슴살을 오물거리며 힘껏 빨아들였다. 땀과 바닷물의 짭짤한 소금기와 달달한 젖내가 혀와 코를 간질였다. 니스는 당장이라도 그 탐스러운 살결을 깨물고 싶었지만 최대한 인내했다. 지금 주도권을 쥔 건 니스인데 버트의 매력에 휘둘려야 쓸까!

쭈웁­

니스는 일부러 소리를 내며 유두를 빨았다. 버트는 그 소리 덕분에 절친인 니스가 자기 가슴을 빨고 있단 사실을 또렷하게 인지했다. 버트의 몸은 단숨에 뜨겁게 불타올랐고 니스는 반대쪽 가슴도 주물러주며 그 흥분을 고조시켰다.

그렇게 버트의 가슴에 빠져있던 니스가 표적을 옮겼다. 버트의 말랑한 뱃살을 손가락으로 쓸며 천천히 하반신으로 향했다. 버트가 놀란 얼굴로 내려다보자 니스가 올려다보며 눈을 마주쳤다.

짧은 눈웃음. 그리고 곧장 비키니 하의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워낙 잘 느끼는 버트이기에 당연히 안쪽은 질척하게 젖어있었다. 물론 니스가 이걸 그냥 넘길 리 없었다.

“이거 뭐야?”

니스는 일부러 손가락에 애액을 듬뿍 묻혀보였다. 그녀의 눈앞에서 손가락으로 비비적거리며 끈끈하게 늘어지는 애액을 보여주니, 버트는 움찔거리며 벽에 들러붙었다. 그러자 니스는 몸을 바싹 붙이며 버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이거 뭐야? 응? 버트. 여기 왜 이렇게 젖어 있어?”

“그, 그야 니스가 만지니까……”

“그래?”

니스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버트의 음부에 손을 댔다. 미끈미끈한 외음부를 어루만지다 균열을 활짝 벌여 안쪽의 음순을 긁었다. 그러다 손가락 하나를 따끈하고 비좁은 구멍에 밀어 넣으며 천천히 쑤셔주었다. 동시에 엄지로 음핵 부분을 꾹꾹 눌러 압박하니 버트가 당장 주저앉을 것처럼 하반신을 바르르 떨었다. 그냥 만져주는 것만으로도 미칠 거 같은데 니스는 그것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친구가 만져줘서 좋아?”

그 순간 버트는 가슴이 꽉 조이는 기분이 들었다. 숨결 섞인 속삭임은 그녀의 양심을 긁어놓는 말이었다.

“어때? 건드릴 때마다 물이 뚝뚝 흐르는데……? 친구가 보지 만져주는 게 그렇게 좋아?”

“아으으……”

“싫어?”

니스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뗄 것처럼 하자 버트가 눈을 감고 말했다.

“좋아…… 니스가 만져줘서 좋아……”

“친구가 만져주는 건데도 좋아?”

“으응…… 친구가 만져주는 거라서 너무…… 좋아……”

“버트 변태~ 친구끼리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아흥…… 맞아…… 안 되는데…… 친구인데에…… 으으응……”

니스가 버트의 귀를 앙 물고 잘근거렸다. 버트는 헐떡거리며 손으로 벽을 긁어댔다. 그녀의 숨결이 귓가를 맴돌았다. 게다가 부드러운 입술과 혀가 귓바퀴와 귓구멍을 농락했다. 질구멍을 후벼대는 손가락은 그 안쪽을 시원하게 긁어주었다. 엄지로 음핵 어림을 누르고 검지로 질을 자극하니 버트는 단숨에 절정 직전까지 흥분이 누적되었다.

그 순간 니스가 정확한 타이밍에 멈추었다. 버트가 어리둥절해하며 눈을 뜨고 바라보니 니스가 눈웃음치며 그녀의 뺨을 핥았다. 그러더니 어느 정도 흥분이 가라앉은 버트의 음부를 다시 건드리기 시작했다. 버트는 다시 한 번 신음했고 니스는 계속 버트의 흥분을 입맛대로 조절하며 애를 태웠다.

“니스……”

“가버리고 싶어?”

니스는 그렇게 속삭이며 버트의 귀에 대고 촉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친구의 손가락으로 보지 만져지며 가버리고 싶어? 오줌이든 보짓물이든 시원하게 싸버리고 싶어? 응?”

니스의 입에서 그렇게 저속한 말이 나올 줄 몰랐다. 하지만 그 적나라한 단어 선택이 버트의 이성을 흔들어놓았다.

“가고 싶어…… 니스의 손으로 가고 싶어…… 그러니까……”

“저번에 그 몽마랑 나 중에 누가 더 좋아?”

버트가 아주 잠깐 대답을 망설이자 니스가 손가락을 굽혔다. 그리고는 버트의 지스팟을 정확하게 자극했다. 그러니 버트는 반자동적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흐앙?! 니스 네가 좋아……! 니스가 좋아……!”

그 대답을 듣자마자 니스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버트의 질내가 뻑뻑해질 정도로 수축되고 숨은 당장이라도 껄떡거리며 넘어갈 듯 했다. 버트는 서서히 오르가즘이 몰아치는 걸 느꼈다. 니스가 중간중간 멈추며 애태운 덕분에 평소보다 극심한 쾌락이 들이닥쳤다.

덕분에 버트는 소리조차 못 내고 절정을 느꼈다. 수영복 너머로 쏟아지는 애액을 손으로 듬뿍 느끼던 니스는 여유롭게 버트의 속을 휘저어주었다. 버트는 흐린 눈으로 진한 여운을 느끼며 니스의 팔을 붙들었다.

쯔걱­

니스는 음흉하게 웃으며 손을 뺐다. 이제야 왜 남자들이 그녀를 그냥 두지 않는지 이해했다. 이만한 성취감과 정복감이라니…… 아마 이 사실을 다른 플레이어들이 알았다면 버트는 공식 창녀가 되어버렸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두지는 않지.’

니스는 히죽 웃으며 손가에 가득한 애액을 버트가 보는 앞에서 혀로 핥았다. 버트가 헐떡이며 그 모습을 보다 니스의 어깨 너머를 보며 경악했다. 니스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뒤를 돌았고 동굴 입구에 서있는 휴트를 발견했다.

그는 여유롭게 웃으며 서있었고 니스는 정색하며 ‘주머니에서 수리검 3자루를 꺼내 던졌다. 휴트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받아냈다. 그 사이 버트는 니스 뒤에 숨었다.

“어떡해……? 들켰어……!”

“걱정 마. 입단속은 잘 할 테니까.”

“아는 사람이야?”

“일단은 NPC니까 걱정 마.”

“그치만……”

니스는 버트를 다독여주다 휴트를 노려보았다.

“그나저나 넌 뭐 하러 왔어? 거기 지키고 있으랬지!”

“아내가 외도를 하는데 어찌 보고만 있겠소?”

“외도라니?!”

“아내라니!?”

니스와 버트는 동시에 외쳤다. 그리고 그녀들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그림자에서 루하다가 솟아났다.

「그릇의 유희를 방해하지 말고 꺼져라, 인간.」

“루하다?!”

버트는 루하다가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보다 자기가 니스와 일을 치르고 있단 걸 봤다는 것에 경악했다. 버트는 페이니를 보내느라 루하다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자신을 탓했다.

“호오? 처음 보는 형태의 마물이로군. 미안하지만 한 명은 내 약혼인이란 말이지…… 그래서 쉽게 자리를 뜰 수는 없겠소만.”

휴트의 호기심어린 말투에 루하다는 갈쿠리 같은 손을 펼쳤다.

「두 다리가 멀쩡히 붙어있을 때 가는 게 좋을 텐데?」

“과연 그 손이 내게 닿을 수나 있겠소?”

「아무리 그래봐야 인간이지. 개새끼나 쥐새끼보다 강할까…….」

휴트는 히죽 웃었다.

“너무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 순간 루하다와 휴트의 기운이 충돌했다. 루하다에게선 끈적하고 불쾌한 기운이, 휴트에게선 무엇이든 튕겨내는 강렬한 기운이 뿜어졌다.

둘의 기싸움으로 동굴 내부가 흔들렸다. 그만큼 두 사람은 강했다. 그리고 자존심도 월등히 높았다. 이렇게 되니 버트도, 니스도 나서기가 애매해졌다. 그때 휴트가 말했다.

“하기야 사랑을 모르는 그대가 어찌 내 상황을 이해하겠소. 그저 마물일 뿐인 것을……”

「뭐?」

“내가 이러는 것은 질투 때문이오. 그 감정을 억누를 수 있는 인간은 없단 말이오. 그런데 다짜고짜 나타나 사랑하는 이와 떼놓으려 하다니…… 쯧쯔…… 어디 그래서야 그쪽이 모시는 그릇이란 레이디를 보필할 수 있겠소?”

휴트의 말에 루하다의 형태가 울룩불룩해졌다.

「지금 날 무시하는 것이냐?」

“무시 하는 게 아니라 바로 보고 있는 것이오. 질투라는 감정조차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여자를 이해하고 모신단 말이오? 애초에 그런 물렁한 몸뚱이로 뭘 할 수 있겠소? 사랑의 근원은 번식일진데…… 그걸 못하는 그대이니 사랑은 물론 다른 감정에조차 둔감한 게 당연하오.”

루하다는 장황한 휴트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뭘 모르는 군. 확실히 네놈 말대로 번식은 못할지언정 그 비슷한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릇께서 남자가 고프실 때마다 내가 몇 번이고 위로해드렸지. 그리고 그걸 아주 좋아하시고!」

루하다의 폭로에 버트의 사고가 멈춰버렸다. 휴트는 지지 않고 루하다에게 말했다.

“그래봐야 진짜 섹스에 비하면 별 거 아니지 않소? 배려심 없는 애무는 그저 고기를 만지는 손이고, 흥분이 없는 섹스는 공허한 춤사위일 뿐이오. 하물며 감정 없는 그게 뭘 할 수 있단 말이오? 적어도 나는 ‘진짜’ 섹스로 내 약혼인을 네댓 번 보내버렸소. 며칠 전에는 숲 한가운데서 물웅덩이를 만들 정도로 질펀하게 보내기도 했소.”

이번에는 니스의 정신이 날아가 버렸다. 두 여인이 두 남자의 폭로전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두 사람의 대치는 파국을 맞았다.

「그 말은 그릇을 만족시킨 내 기술이 가짜라 이거냐?」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굳이 말하자면 그렇지 않소?”

「다른 암컷은 안중에도 없다만 그 잘난 생식기로 쑤셔봐야 얼마나 만족을 줄 수 있을까? 그저 네 약혼인이란 것을 위로하는 게 끝이겠지!」

“그러는 그대의 기술은 다른 레이디를 만족시킬 수 있단 말이오?”

「어차피 인간이란 단순한 존재.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쓸데없는 자신감이구려!”

「네놈이야말로!」

분명 기세는 변함없이 험악했지만 그 내용은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니스는 남자는 어떤 형태로든 바보란 걸 깨달았다. 그 사이 버트는 니스와 휴트의 관계를 상상하였다.

분명 자신에게는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라 했었는데…… 그런 니스가 설마 NPC와 결혼을……? 어쩌면 버트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플레이어를 NPC라고 속인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버트가 고민하던 중…… 니스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왜 그런가 싶어 루하다와 휴트쪽을 보니 어느 샌가 다른 형식의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 몇 개 없는 팔다리로 뭘 할 수 있단 거지?」

“많아야 좋은 건 돈과 여자뿐이오. 그대는 부족한 자신감을 양으로 채우는가 보구려?”

「네놈이 할 수 있는데 내가 못할까!」

“나도 마찬가지오!”

「한 번 해보자고!!」

“바라던 바요! 한 번 해보시오!!”

둘은 서로를 노려보며 소리치더니 대뜸 버트와 니스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아.”

모든 대화를 듣고 있었던 니스는 그 시선을 마주하자마자 달아났다. 그에 비해 버트는 고민하느라 말을 제대로 못 들었기에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덩그러니 남겨졌다. 루하다는 버트를 지나쳐 그림자를 뻗어 니스를 휘감았다. 그 사이 버트의 눈앞에 누군가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

휴트…… 중후한 매력이 넘치는 그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실례하겠소, 레이디.”

“무습­”

버트는 의문을 표하다 말고 휴트와 입이 맞물렸다. 입술이 빈틈없이 포개지고 혀가 파고드나 싶더니 무방비하게 늘어진 버트의 혀가 이리저리 휘감겼다. 잠깐 숨을 막아버리고 벌인 키스 뒤 이어지는 건 등과 허벅지를 쓸어주는 손길과 맞닿은 가슴으로 느껴지는 심장 박동이었다. 휴트의 몸은 단순히 근육으로 뭉쳐지지 않았다. 딱딱함과는 조금 다른…… 탄력이었다. 열기를 머금은 그 탄탄한 몸은 버트를 휘감았다.

쮸웁­

버트는 지금가지 맛본 키스 중 휴트가 최고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교합이 있었지만 모든 것이 즐거웠다. 하지만 버트가 가장 좋아하는 건 단연코 키스라 할 수 있었다. 블랙스타의 신자들 중에도 노련한 사람은 있었다. 하지만 휴트는 경험만이 아니라 타고난 육체 능력이 더해진…… 그야말로 궁극체라 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버트의 혀가 어디로 움직이고 그녀가 어떻게 반응할지 알고 대처할 수 있었다.

그렇게 버트가 휴트에게 혼이 빠지는 키스를 받는 동안 니스는 루하다에게 붙잡혀 거꾸로 매달려졌다.

“이거 놔­!! 내가 왜 고추들 싸움에 휘말려야 하는데­!?”

니스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발악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수리검을 던지거나 독을 풀고 ‘검은 칼날’까지 꺼내며 저항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루하다에게는 아무 소용없었다. 수리검은 관통했고 독은 증발했으며 검은 칼날은 흡수되었다. 발악하는 니스를 향해 루하다는 화난 눈빛으로 말했다.

「저항해봐라. 그릇의 친우라 해도 봐주지 않을 테니까.」

“그게 뭔 개소­ 웁!”

굵직한 촉수 하나가 니스의 입안에 박혔다. 갑자기 입안으로 파고든 촉수의 느낌은…… 마치 남성기와 같았다. 입안을 가득 채울뿐더러 강렬하게 속을 휘젓는 것이 그녀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건 바로 버트가 당했던 상황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그녀의 입에 성욕을 풀어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건 그 이상의 상황이었다. 지금 그녀의 입을 차지하고 몸을 속박하는 건 촉수였다. 야동도 아니고 야애니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촉수는 니스의 몸 곳곳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서서히 그녀를 흥분으로 몰아세웠다.

“으웅……”

루하다가 니스를 조련하고 있을 때 휴트는 본격적으로 버트를 함락하기 시작했다. 휴트의 애무는 도저히 혼자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빈틈이 없었다. 몸 어디 한 군데라도 식을라치면 그의 손이나 입이 다시 따끈따끈하게 달궈주었다. 그것도 거친 방법이 아니었다.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부드럽고 섬세한 애무 덕분에 버트는 가벼운 오르가즘을 느끼며 신음했다. 뒤이어 들리는 휴트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그건 버트를 향한 찬사와 칭찬 세례였다.

“레이디의 몸은 정말이지 황홀할 정도군요. 모자란 제 노력에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내어주시니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아……”

버트는 표현 그대로 녹아내렸다. 휴트의 애정 가득한 전희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행복에 빠져들었다.

휴트의 이런 정성스러운 애무와는 반대로 니스는 거친 취급을 받고 있었다. 몸을 휘감는 촉수는 어느 샌가 그녀를 민망한 자세로 만들었다. 두 팔은 머리 위로 단단히 결박당했고 두 다리는 활짝 벌려졌다. 그렇게 허공에 고정되어 입과 음부, 항문, 동시에 세 구멍을 촉수로 푹푹 쑤셔댔다. 나머지 부분 역시 촉수가 거칠게 애무를 했다. 아니, 애무라기보다는 그저 힘있게 비벼대는 것일 뿐이었다. 게다가 이따금 모멸적인 말을 뱉으며 엉덩이를 채찍질했다.

그야말로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니스는…… 느끼고 있었다. 그걸 감지한 루하다가 조소하며 말했다.

「그릇께서도 이런 수준의 놀이는 즐기시지 않았거늘…… 참으로 해괴한 취향의 암컷이로구나. 그렇게 엉덩이를 맞는 것이 좋더냐? 이렇게 붙잡히는 게 그렇게 좋더냐?」

“으우웁……!”

니스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루하다의 조롱과 무력함에 니스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고 있었다. 거칠게 굴려지는 음핵도, 한계까지 꼬집어 당겨지는 유두도, 피부를 때리는 촉수의 채찍질도 전부 기분 좋게 느껴졌다.

이런 니스의 모습을 지켜보던 휴트는 담담하게 버트와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버트는 유달리 그의 음경이 다른 사람들 것보다 뜨겁다고 느꼈다.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 휴트는 니스가 피학성에 눈을 뜬 것도 모자라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느껴대는 모습에 질투했다. 그 분노는 고스란히 버트에게 전해졌고 자궁을 울려대는 힘 있는 하반신의 충격에 버트가 약하게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두 여인이 서로 다른 상대에게 능욕을 당했다. 그 와중에도 네 사람은 서로를 확인하고 있었다.

루하다는 버트의 행복을, 버트는 루하다의 촉수를…… 니스는 휴트의 섹스를, 휴트는 니스의 쾌락을……

동굴에 열락이 차올랐다. 버트도, 니스도, 땀으로 범벅이 되어 헐떡였다. 루하다와 휴트는 상대를 확인하며 말했다.

「이것 봐라. 결국 네놈이 가짜라고 폄하했던 기술이 네 약혼인을 녹여버렸구나.」

“그대가 섬기는 레이디는 정상으로 보이나? 내게 푹 빠져 있는 거 같소만!”

「뭐?」

루하다는 니스의 자세를 바꾸어 두 사람에게 보여주었다. 마치 당장 날아오를 듯한 새처럼 니스의 두 팔이 뒤로 뻗어지고 두 다리는 접혀 올려졌다. 덕분에 촉수가 들락날락하는 치부와 쾌락에 빠진 얼굴이 숨김없이 드러나게 되었다. 버트는 휴트의 품에 안겨 앙앙거리다 니스의 모습에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니스는…… 눈물을 한가득 담으며 말했다.

“보지 마…… 버트으…… 제바알……!”

그녀의 애원에 버트의 가슴이 쿵쿵 뛰었다. 휴트는 가만히 버트를 쳐다보다 후배위로 자세를 바꾸더니 그녀의 허리를 잡아들었다. 덕분에 버트는 허공에서 니스와 눈이 맞았고 휴트는 그 상태로 허리를 흔들어댔다. 니스는 눈을 감고 버둥거리다 숨결과 체온이 느껴지자 눈을 슬쩍 떴다. 붉어진 얼굴의 버트가 니스를 마주보고 있었다.

“니스……”

“버트……”

두 여인은 서로를 부르더니 고개를 꺾었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키스를 나누었다. 그렇게 하반신이 바쁘게 쑤셔지는 와중에 벌이는 키스는 그야말로 자극적이었다. 열기로 끈적하고 달달해진 침을 나누었다. 루하다는 버트가 니스에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고 니스의 팔을 풀어주었다. 그러자 둘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가슴을 문질러댔다.

버트의 몸이 훨씬 풍만했기에 그녀의 가슴이 니스의 가슴을 집어삼켰다. 말캉한 살결에 휩싸인 가슴 안쪽은…… 땀으로 미끌미끌해진 단단한 유두끼리 비벼지고 있었다. 둘은 상체로는 서로를 느끼며, 하체로는 다른 누군가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동성 친구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니! 루하다와 휴트는 감탄했다. 그녀들의 육욕은 상상 이상으로 강렬했다. 그녀들과 몸을 섞는 그들마저 자극할 정도로 말이다.

“아웁…… 훕……”

“하우……”

둘의 스킨십은 키스가 끝이 아니었다. 버트가 고개를 숙여 니스의 가슴을 쪽쪽 빨았다. 그러자 니스는 버트의 유두를 꼬집었다. 그러자 버트는 풀린 눈으로 니스의 음핵을 꾹꾹 눌렀다. 그녀의 반격에 니스는 버트의 귀를 한 입에 집어삼키더니 혀로 휘감아 빨아주었다. 두 여인의 앙큼한 싸움은 서로 손을 맞잡고 오르가즘을 맞이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중간중간 한 번씩 절정에 달한 게 있었으니 둘은 지쳐서 축 늘어졌다. 루하다와 휴트는 두 사람을 벽에 기대어 앉혀주었다.

「역시 그릇을 섬기는 내가 한 수 위였군.」

루하다의 말에 휴트가 어리둥절해하며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오? 누가 봐도 그대의 레이디가 푹 빠져들지 않았소?”

「보는 눈이 없군. 좋아하다 못해 실신한 건 네 약혼인이다!」

“방금 폭포처럼 물줄기를 쏘아댄 게 누구라고 생각하오!”

「웃기는 군! 분명 내 쪽이 더­」

“아니오! 내 쪽이 더­”

두 사람은 으르렁거리며 말싸움을 하다 버트와 니스를 빤히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헐떡거리며 쉬던 중에 둘의 시선을 받고 창백해졌다.

“안 돼…… 허리 빠질 거 같단 말이야……!!”

“루하다아……”

니스의 투정과 버트의 애교에도 두 사람은 듣지 않았다. 결국 라이가 바다하피의 깃털로 그녀들을 찾을 때까지…… 두 사람은 동굴에서 질리도록 능욕당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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