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 23 에니스트 외전 中
* * *
……변태새끼.
세영은 자신을 다그쳤다. 간혹 수음을 하거나 포르노를 보긴 했어도 지금처럼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 다행히 한 번 느낀 이후로 접속을 끊을 수 있었다. 세영은 그 직후 이불로 몸을 두르고 몇 시간 동안이나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머릿속에 있는 건 두 남자에게 빨리면서 기뻐하는 에니스트의 이미지였다.
그럼 내가 음란한 건가?
아냐, 그건 에니스트지 내가 아냐. 근데…… 내가 에니스트를 조종하니, 내가 에니스트잖아? 이제까지 플레이한 것도 나고…… 그러면 에니스트가 음란한 거면……
내가 음란한 거야……?
세영이 머리를 박박 긁으며 혼란에 빠졌다.이것이 듀크 사가 섹스 패치를 고려한 이유들 중 하나였다.
정체성 혼동.
게임 속의 나와 지금의 나를 헷갈리는 치명적인 부작용…….
세영은 한동안 판타지아에 들어가지 않았다. 은송의 플레이를 보거나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만 했다.
접속기기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째서 내가 게임에서 도망쳐야 하지?
동혁은 게임을 즐겼다. 은송은 할 땐 하고 안할 땐 안했다. 둘과 다르게 세영의 승부욕은 강했다.
그런 거에 혼란스러워하며 멀리하자니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세영은 곧장 판타지아에 접속하기로 하였다.
*
잠든 육체가 죽어 다른 곳에서 부활했을 수도 있었다. 그런 기대를 갖고 들어왔지만…… 접속하자마자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이물감. 찌릿거리는 피부는 그녀의 바람을 배신하였다.
피부에 질척하게 발려져있는 건 뭐지? 만져보니 무슨 오일 같았는데 끈적해서 기분이 이상했다.
옷은…… 전부 벗겨져 있었고 딱딱한 곳에 눕혀져 있었다. 니스는 몸을 일으키려다 이물감이 어디서 오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웅웅거리며 음부에 붙어있는 금속판……. 이게 뭔가 해서 집었다가 안쪽까지 울리는 진동에 손을 접고 몸을 웅크렸다.
이…… 이건 뭐야……?
니스가 당황하여 황급히 금속판을 떼어내려 했다. 그러다 안쪽에서 걸리는 느낌에 발가락을 움츠렸다.
설마 이거?
꾹 참고 판을 떼어냈다. 구부러져있는 기둥이 애액에 질척히 적셔져 있는 것이 보였다. 니스가 황당한 얼굴로 이 성인용품을 보다 내던졌다.
"뭐야 대체……."
정상적이었던 게임이 갑자기 성인용으로 바뀌었다. 그녀가 짜증을 낼만도 했다. 거기다 깨어나자마자 몸에 이런 수작질이라니!
기분 나쁜 오일을 닦아내려고 손으로 비비던 니스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깨어났군."
가이람 백작.
겉으론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이런 짓이나 하다니. 니스는 속으로 그를 실컷 헐뜯고 최대한 인상을 쓰며 째려보았다.
가이람 백작은 독 오른 눈빛을 보고도 느껴지는 게 없는지 마냥 웃었다.
"미리 말해두지만, 반항할 생각은 하지 말게. 그러다 크게 다친다네."
"그런 건 상관없어. 어차피 죽어봤자 다시 살아나니까."
"정말인가?"
그 물음에 니스가 움찔 몸을 떨었다. 그 질문에 바로 답이 나와야하건만 그러지 못했다. 왠지 이 게임에서 죽으면 정말로 죽을 것만 같아서였다.
고문당했던 날 느껴진 아픔과 쾌락은 가짜가 아니었다. 만일 그 아픔을 고스란히 느낀 채 죽는다면?
게임 속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가이람 백작은 그녀의 옆 자리에 풀썩 앉았다. 니스는 몸을 가린 채 엉덩이를 끌며 그와 최대한 거리를 두었다.
"정말 특이해. 다른 이모탈과는 달리 죽음을 무서워하고 아픔을 느끼지 않나?"
"누가 그래? 말했잖아. 죽는 건 안 무섭다고!"
"아픔은 느끼나 보군?"
니스는 허를 찔린 기분에 입술을 잘근 씹었다. 단단한 이가 부드러운 입술을 짓누르는 느낌마저 생생했다. 그 감각이 그녀 자신의 처지를 알아차리란 충고같이 느껴졌다.
가이람 백작은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수백의 전장을 다니며 여러 사람을 보았다네. 나와 대적하는 사람, 아군을 죽인 사람, 내게 죽은 사람, 죽어가는 사람, 살려 달라 비는 사람, 거짓말을 하고 뒤에서 칼을 꽂으려 했던 사람, 오해를 받아 죽은 사람, 두들겨 맞고 기절한 사람, 모진 고문에 혀를 물어 자살한 사람…… 나이도 나이인 만큼 전장이 아닌 곳에서도 사람을 보았지. 누구보다 사람을 대하는 경험이 풍만하다고 자부한다네."
가이람 백작이 텁썩 그녀의 발을 잡았다. 니스가 놀라 발가락을 움츠리며 빼내려했지만 그의 힘에 끌려갔다.
낼름. 발바닥을 혀로 핥아 올리자 니스가 경악했다.
다짜고짜 이게 무슨……?! 부끄러움에 반대쪽 발을 내질렀지만 너무 쉽게 붙잡혀버렸다. 결국 두 발을 그에게 내줄 수밖에 없었다.
가이람 백작은 차분히 그녀의 양쪽 발을 번갈아가며 맛보곤 말했다.
"과연 감각이 살아있군."
그렇게 말한 가이람 백작이 니스의 몸을 죽 끌어 당겼다. 미끈거리는 몸에 그의 힘이 더해지니 힘없이 딸려왔다. 그렇게 니스의 하반신이 가이람의 다리 위로 털썩 얹혀졌다.
그는 코스 요리를 맛보는 것처럼 굴었다. 발등에 입을 맞추곤 복숭아뼈를 이로 잘근거리다, 종아리에서부터 무릎까지 혀로 쓸었다.
"요 근래 많이 고민했다네. 전장에서 물러난 지 몇 년…… 내 몸은 아직 싸움을 원하고 있지. 심각할 정도로 피가 끓는단 말일세. 그래서 참을 수 없어서 몇 번이고 저택을 뛰쳐나가 칼부림을 부리려는 걸 병사들이 간신히 막아냈네. 허나 내가 누군가?"
"소드마스터……가이람 백작……."
니스는 홀린 듯이 말했다.
"다행히 녀석들도 전쟁을 숱하게 겪어온 정예여서 내 공격에 쉽게 목숨을 잃진 않았다네. 하지만 언제 또 폭발 할지 몰랐으니 모두를 물리고 믿을만한 몇 명만을 저택에 두고 있다네."
가이람 백작이 무릎에 입을 길게 맞추고 안쪽 허벅지를 이를 세워 잘근거렸다. 니스는 두 손을 가슴께에 모으며 움찔. 그가 살을 뜯어먹진 않을까 조마조마해 하며 그의 이상 행동을 살폈다.
다행히 가이람 백작은 살을 물어뜯지 않고 그저 자극만을 주었다.
"끓어오르는 피를 주체할 수가 없으니 방도를 찾았지. 평생 이렇게 미쳐 살 수 없는 노릇이니 말이네. 그래서 온갖 수단을 이용했지. 수면약으로 이틀 내리 잔 적도 있고, 30인분의 음식을 먹어치워도 보았네. 하루 종일 저택 주변을 뛰어다녀도 보았지. 어떤 때는 책을 읽어보기도 했고, 마법으로 억눌러보려고도 했지만 전부 실패했다네. 그러던 중 한 가지 방책이 나왔다네."
그렇게 말하며 가이람 백작의 손이 니스의 등을 받쳐주었다. 그러다보니 니스는 그의 다리에 걸터앉았고 코앞에서 그와 마주하게 되었다.
잠깐의 눈맞춤. 부담스럽지 않은 잔잔한 미소와 물씬 풍겨오는 수컷의 냄새.
니스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처녀 한 명과 잠자리를 가졌다네. 확실히 효과가 좋더군. 전장에서 간혹 전리품을 여자로 데려오는 녀석들을 꾸짖고 벌을 주었는데 그때 잠깐이나마 이해가 가서 미안했다네."
가이람 백작의 입이 니스의 얼굴로 향하다가 방향을 틀어 목 옆을 건드렸다. 거친 입술이 한 번 훑고 축축한 혀가 미끄러져 내렸다.
날숨 한 줌. 오일과 침이 발라진 목에 뜨뜻한 입김이 닿아 니스의 몸을 데워주었다.
"문제는 버티질 못한다는 거야. 세 번째 섹스를 요구했을 땐 그녀가 울면서 용서를 구했지. 난 보상을 해주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았다네. 여인 하나론 만족할 수 없고 그렇다고 여럿을 들여오면 숨어지내는 의미가 없어지니 말이네."
니스는 머릿속을 팍 스치는 무언가에 당장 밀쳐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자는 자신으로 욕구를 풀려고……!
그렇게 생각하며 목을 핥고서 입을 떼는 가이람 백작을 향해 손을 내지…… 를……
수가 없었다…….
눈…… 그 담갈색 눈동자. 이해할 수 없는 감정에 그녀의 손은 그의 얼굴 앞에서 턱 멈추었다.
가이람 백작은 옅은 팔자주름을 만들며 미소를 그렸다. 그러더니 니스의 손을 잡고 뺨에 갖다 댔다.
따뜻하다. 딴딴하다. 거칠다. 간지럽다.
피부에서 느껴진 다양한 감상이 니스의 머리를 흔들었다.
이거……게임맞아……?
니스는 가이람 백작이 천천히 얼굴을 붙여오는 동안에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입술이 맞닿았을 때 그때서야 그의 가슴을 팍 치며 정신을 되찾았다.
의외로 가이람 백작은 순순히 입을 뗐다.
니스는 붉어진 얼굴로 한손으로 입을 가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처음인가보군."
"아냐!"
지기 싫단 그 생각으로 그렇게 소리쳤다. 처음은 아니긴 했는데 이렇게 반응하니 진짜 그런 분위기가 되었다.
가이람 백작은 능청스럽게 웃으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 딴청이 괘씸해서 니스가 주먹을 내뻗었다.
뻑
"어!?"
그가 순순히 맞을 거란 생각도 못하고 홧김에 질렀다. 그래서 니스가 더 놀랐다. 얼굴에 정통으로 들어간 주먹 때문에 가이람 백작의 얼굴이 반쯤 일그러졌다. 니스는 바로 손을 뺐다.
그 틈에 가이람 백작이 입을 맞춰왔다. 니스가 입을 닫기도 전에 혀가 파고들어와 혀를 엮어댔다. 확 깨물어버릴까 생각했던 니스는…… 그냥 눈을 감고 키스를 음미했다.
어차피 단순한 섹스일 뿐이야. 니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가 만족할 때까지만 놀아주기로 마음먹었다. 남자들이야 금방 끝낼 거란 건 익히 아는 사실이었다.
해봐야 얼마나 오래 할까. 그런 생각으로 두 손을 사뿐히 그의 어깨에 올려두었다.
"저항 않는 건가?"
"그럴 필요가 뭐가 있어."
당당한 그녀의 태도에 가이람 백작은 헛웃음을 냈다. 그리고 니스는 얼마 안 가 이 말을 후회했다.
*
"흐그윽…… 흐으윽……!"
니스의 입에서 신음만 흘러나왔다. 전신은 발라둔 오일 대신 땀으로 흥건히 젖었다. 혀는 입밖으로 나와 들어갈 생각을 안했다. 두 눈은 당장이라도 까뒤집어질듯이 눈꺼풀 근처에서 덜덜 떨렸다.
숨은 할딱할딱. 끊어질 듯 말듯 얇았고 손가락과 발가락은 제멋대로 움직이며 경직되었다.
가이람 백작은 두 손가락을 덮은 애액을 혀로 핥아내며 니스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니스는 그의 악랄함에 치를 떨었다.
겁간을 한 건 아니다. 애당초 그녀가 허락한 이상 겁간일 순 없었다. 결과적으로 가이람 백작이 한 건 단순 애무였다. 문제는 그 애무가 단순하게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백작은 니스가 자지러질 정도로 인체에 해박했다. 이제까지 그녀도 몰랐던 성감대들이 하나둘 깨어났다. 그의 감질 나는 애무는 점점 애를 태웠다. 결국 건드리기만 해도 폭발하는 환희를 맛봐야했다.
섹스를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그녀가 맛본 오르가즘은 일곱 번. 가벼운 절정은 스물세 번. 비슷한 흥분은 셀 수도 없었다.
체력은 물론 정신도 이미 한계. 니스는 지금 이게 고문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다.
두 번 다시 반항하지 못할 기분 좋은 고문……!
헐떡이는 니스를 향해 가이람 백작이 지켜보다말고 다가왔다. 니스는 기겁하며 힘 빠진 팔로 기어가벽에 최대한 붙었다. 가이람 백작은 니스의 깜찍한 반항에 껄껄 웃으며 말했다.
"섹스 한 번 일세. 그것도 못 견디겠나?"
니스는 그렇다고 말해야했다. 그러나 흐릿해진 눈으로 노려보며 다른 말을 뱉었다.
"흐…… 후후……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겠는데……? 간지러운 수준이라고…… 그렇게 입만 나불댄다고 내가 털어놓을까봐……?"
가이람 백작은 주저없이 옷을 벗었다. 단순히 덩치만 클 줄 알았는데 몸 구석구석 근육이 잘 붙어있었다. 보디빌더처럼 우람하지 않지만 굵은 선이 또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피부는 매끈했으며 군살 하나 없었다.
조금 아쉽다고 해야 하나. 덩치에 비해서 발기한 음경은 귀엽게 느껴졌다.
그것으로니스는 안심했다. 지금까지 보고 듣고 겪은 거에 의하면 남자의 성기는 크기에 비례하여 여자를 만족시켜줄 수 있다고 했다. 가이람 백작은 이것 때문에 손기술(?)을 숙련한 게 분명했다.
버틸만하겠지…… 그 생각은 얼마 안 가 사라져버렸다.
그녀의 반쯤 날아간 정신과 함께…….
*
"완전 비겁하잖아……!"
게임에서 나온 세영은 흥건히 젖은 속옷을 갈아입으며 욕실 벽을 때렸다. 그 때문에 알고 있던 모든 상식이 무너져 내렸다.
첫째, 애무만으로도 충분히 가버릴 수 있고. 둘째, 남자의 성기 크기는 섹스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단 것이었다. 아니 애초에 가이람 백작은 작지 않았다!
가이람 백작과의 섹스는 애무보다 몇 배는 더 기분 좋았다. 하지만 니스가 화가 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가 정말 딱 한 번만 하고 끝냈단 것이었다.
물론 그 한 번이란 기준이 사정 한 번. 그때까지 세영은 죽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째서 복상사란 민망한 단어가 있는 지 절실히 느꼈다.
두 번 가버리고나선 그에게 시체처럼 매달려 당했다. 그런데 어찌 화가 나지 않을까!
그에게 말려들었단 기분에 뜨거운 물을 맞으며 샤워를 시작했다.
'그런 협박이라니…….'
샤워기 물 떨어지는 소리. 그 틈으로접속을 끊기 전에 했던 백작의 말이 들려왔다.
"도망칠 생각은 말게. 내가 그림자를 쫓는 별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마음만 먹으면 왕국 내부의 모든 분점을 부숴버릴 수 있다네. 특히 그대가 담당하고 있는 도시 카니조 말일세. 거긴 내 제자 중 하나가 다스리고 있단 걸 명심하게. 한 마디, 그걸로 그대는 모든 걸 잃을 것이네."
솔직히 세영이 판타지아에서 살고 있다면 두려워할 협박이었다. 네 밥줄과 살 곳을 잃게 하겠다. 이것과 다름없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세영은 입을 삐죽 내밀며 머리를 두드리는 물속에서 중얼거렸다.
"내가 그거 쌓아올리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마치 변명과도 같은 말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판타지아에 접속하였다.
그리고 백작과 몸을 섞었다.
*
"흐우후후……행복해라……."
최근 그녀의 취미는 버트의 야한 모습 감상이었다. 은송이 플레이할 때 시간 배율을 최대로 설정해놓아서 그런지 하루 종일 봐도 비축분이 쌓여갔다. 세영은 해맑게 웃으며 영상을 보았다.
때때로 그녀의 아랫도리가 저릿거릴 만큼 음탕한 모습도 있었다. 절로 웃음이 그려지는 귀여운 모습도 있었다. 특히 아이들에게 농락당하는 모습은 최고였다!
만일 판타지아에서 성별을 바꿀 수만 있었다면 당장 버트를 겁탈했을지도 모를 정도!
그만큼 버트는 매혹적이었다. 사람을 절로 발정 나게 만든다 해야 하나…… 그러다 세영은 자신이 은송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섹스는 나쁜 게 아니야. 밝히는 것도 그렇고. 다만 무분별하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거야."
세영은 피가 싹 식어버렸다. 역시 이 말은 스스로에게 한 충고였나보다. 버트의 영상을 볼 때도,지금도 가이람 백작과의 섹스를 떠올리고 있었다.
단순히 애무와 섹스의 반복이었다. 허나 그와의 섹스는 깊이가 있었고 또한 중독성이 강했다.
그래서 이따금…… 그때를 떠올리며 현실에서 미친 듯이 수음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이 왜 이렇게 됐는지 생각하며 후회했다.
이런 게임 손대지 말 걸…….
버그가 생겼을 때 신고를 해둘 걸…….
괜히 미쳤다고 달려들어선…….
"하……!"
자괴감에 빠진 세영은 터덜터덜 판타지아에 접속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가이람 백작과의 섹스를 즐겼다.
*
이번엔 색다르게 해보자라며 명령한 건 집무실에서의 플레이였다.
하루 깜빡하고 배율을 낮춰 놓지 않아서 며칠 간 접속하지 못하였다. 거의 하루가 가기 전에 이뤄졌던 만남이 성사되지 않자 그의 성욕이 제법 쌓여버렸다. 그래서 자극적인 요구에도 니스는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푹신한 의자에 앉아있는 가이람 백작의 앞으로 다소곳하게 무릎을 꿇었다. 사실 니스 본인도 조금 굶주려 있었다. 그렇다고 티를 낼 순 없으니 뾰족한 목소리로 외쳤다.
"변태같긴!"
"허허허 남자는 본디 호색해야지. 무엇보다 그간 쌓인 게 있으니 즐겨야하지 않겠나?"
"언제까지 하려고 대체……?"
"흠, 만족할 때까지?"
턱을 문지르며 고민하는 모습에 니스는 질린 얼굴로 그의 아랫도리를 꼼지락거렸다. 그녀는 뭔가 다른 때보다 뜸을 들이고 있었다. 가이람 백작은 턱을 괴며 바라보다 니스의 머리칼을 굵은 손가락으로 쓸어 넘겼다.
"고민이 있나 보군."
니스는 말할까 고민하다 버트에 대한 걸 전부 털어놓았다. 분명 친구에 대한 비밀이었지만 그녀를 위해서란 생각에 주저 없이 입을 열었다.
왜……? 스스로가 말하고도 당황했다. 그를 이 정도까지 신뢰하였던가?
"그러니 힘을 써달라?"
"걔가 잘못한 건 없어. 누명을 쓴 거라고."
"그래, 힘써보지. 그러니 자네도 힘을 써주게."
가이람 백작이자신의 허벅지를 두드리며 말했다. 니스는 뾰로통하니 입을 내밀며 그의 음경을 꺼냈다.
뿔처럼 솟아있는 모양새는 자못 강건해보였다. 하지만 니스는 방심하지 않았다. 언제 거대해져서 자신의 구멍을 찌를지 몰랐다.
한 손으로 쥐기 딱 좋은 굵기…… 위아래로 문지르던 니스는 지금까지 그와 섹스를 했을 때를 떠올렸다. 당하기만 했지 직접 한 건 없단 게 생각났다.
이제까지 봐왔던 포르노를 떠올렸다.
그래, 분명 이렇게…….
혀를 빼물었다.
오직 끝만 이용해 밑에서 위로 핥아 올리거나 귀두 사이로 보이는 요도 구멍을 간질였다. 그러다 혓바닥을 착 붙여 핥아냈다. 마지막으로 귀두를 입술로 오물거리다 입 안으로 음경을 쪽 빨아들였다.
니스는귀두를 위주로 혀로 슥슥 돌려 핥았다. 그러다 입 안의 미끈거리는 안쪽 살이 딱 붙을 정도로 힘 있게 빨면서 입을 뗐다. 그러자 음경은 점점 거대해지면서 니스의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푸흐……!"
한 번 이렇게 자극을 주고 다시 입에 머금고 고갯짓을 하며 음경을 빨았다. 가이람 백작은 흡족스럽게 웃으며 내려다보았다.
"정말 아끼는 친구인가보군."
"그 애 가지고 협박할 생각일랑 하지마."
니스의 으름장이 귀여워 가이람 백작이 허허 웃으며 명심하겠다고 말했다. 니스는 확 깨물어버릴까 하다 괜히 밉보여선 곤란해지니 샐쭉한 얼굴로 애무에 전념했다.
그녀의 침으로 음경이 질척히 젖을 때 쯤. 니스는 이전에 봤던 걸 떠올리다 문득 아랫쪽으로 시선이 내려갔다.
……해볼까.
눈을 감고 핥아 내리던 니스는 주름져있는 음낭을 보다 입술로 텁썩 물었다. 이곳이 남자들의 공통적인 약점이라 아플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힘을 빼서 빨거나혀로 휘감았다. 왼손은 그의 허벅지에 두었다. 자신의 침으로 젖어 미끌 대는 음경을 오른손으로 꼭 쥐어 문질러주었다.
그가 이 정도로 사정할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최대한 달아놓게 하려 했다. 그런데…….
풋!
고환을 핥고 다시 위쪽을 빨려던 니스의 얼굴에 정액이 튀었다. 워낙 힘이 좋다보니 물총을 정면에서 맞은 느낌이었다.
얼굴의 반 정도를 정액이 뒤덮었다. 니스는 놀라서 한쪽 눈을 감으며 손바닥 밑으로 정액을 닦아냈다.
고작 손으로 문지른 것만으로도……? 애무한 시간이 제법 됐지만 평소 그의 체력을 본다면 시간과 자극이 짧고 약했다.
놀란 눈으로 올려다보니 가이람 백작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뭐, 이제까지의 섹스에선 사정을 최대한 참아가며 했지. 그래야 그대가 좀 더 좋아하지 않나."
엿같은 배려야!
속으로 그렇게 외친 니스는 마저 얼굴에 묻은 걸 닦아내려했지만…… 가이람 백작이 손목을 잡으며 하는 말 때문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입으로 치워줬으면 하는데."
그렇게 말하며정액투성이가 된 가라앉지 않은음경을 가리켰다. 꿈틀 움직이니 귀두 끝에서 울컥 정액이 한 방울 맺혔다.
니스는 눈을 가늘게 뜨며 노려보았다.
어째 갈수록 매니악해지는데…… 그렇게 생각하며 혀로 슥슥 정액을 긁어서 입으로 모아왔다. 금세 음경은 깨끗해졌다. 귀두에 묻은 것 역시 입을 붙이고 쪽 빨아서 깔끔하게 해두었다.
문제는 입 안에 고인 정액 한 무더기였다. 그 미끌미끌하고 비릿한 냄새 때문에 삼키기 너무 역했다.
힐긋. 가이람 백작의 웃는 모습을 보고 니스는 정액을 오물거리다
꿀꺽 삼켰다.
짜증나는 양반…… 그 한 마디를 덧붙이며 일어나려했다. 가이람 백작이 얼굴을 가리키는 걸 보았다.
니스는 손으로 정액을 끌어와 모으고 아까처럼 한 번에 삼켰다.
"으으……."
그리곤 약속이라도 한듯 그의 품에 안기듯이 올라탔다. 쑥 밀려들어온 음경은 제자리를 찾기라도 하듯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삽입되었다.
그의 하반신에 걸터앉은 니스가 목을 감싸 안으며 말했다.
"약속…… 꼭 지켜……."
"아무렴, 누구와의 약속인데 내 쉽게 잊을까……."
가이람 백작이 허리를 잡고 움직였다. 니스의 입에선 금방 달궈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째서인지 그가 허리를 놀릴 때마다 자지러질듯이 느껴댔다. 특정 자세로 섹스를 벌이면 그의 음경이 들어올 때마다 고개가 꺾일 정도로 기분 좋아질 때가 있었다.
지스팟이란 곳인가……?
몇 번의 섹스 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의 성기가 지스팟을 건드리기 좋은 형태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갈수록 생각나는 건 그와의 '속궁합'에 대한 것이요, 느껴지는 건 질내에서 또렷하게 기억되는 삽입의 감각이었다.
왜 하필 이런 자와……
물론 나이에 비해서 제법 젊은 편이고 자기 관리가 허술하지 않아 얼굴도 말끔했다.
나이스 미들……그를 표현하기 가장 알맞은 말이었다.
니스는 분명 연상의 취향이 없었다. 그렇지만 날이 갈수록 그의 자상한 애무와 따뜻한 섹스에 새로운 무언가에 눈을 뜨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자기도 모르게 그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문득 그와 눈을 마주치기 부끄러워 확 끌어안았다. 어깨에 턱을 얹었다.
백작은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러면서 거칠지 않게섹스를 이끌어나갔다.
집무실에서의 열락은 몇 시간 만에야 끝이 났다.
가이람 백작은 섹스를 하느라 쓴 시간만큼 일해야 한다며 엄살을 부렸다. 그 와중에도 버트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란 엄포를 잊지 않은 니스는 판타지아의 접속을 끊었다.
*
다음 날.
가이람 백작은 왕궁에 전서를 보냈다는 말과 함께 니스에게 옷을 건넸다.
하얀 프릴이 가득한 머리 장식. 검은 브래지어. 까만 끈팬티가 그대로 보이는 짧은 주름치마……. 거기다 망사스타킹에 가터벨트까지!
니스는 이 옷을 내려다보며 특유의 가늘게 뜬 눈으로 노려보았다. 가이람 백작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이제 좀 색다르게 놀아도 될 거 같아서 말우풉"
니스는 가이람 백작의 얼굴에 옷을 집어던졌다. 뭔가 마음 속 깊이 간직해온 믿음이 배신당한 기분이라 해야 하나…….
그는 그냥 호색한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니스는 혀를 빠끔 내밀어주곤 홱 돌아서서 그 자리를 벗어났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