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판타지아-17화 (17/104)

〈 17화 〉 17 ­ 윙던 숲 中

* * *

버트 파티의 역할 분담이 되었다. 길을 걷다가 적당한 자리를 발견하면 엘도트가 망을 보고 브론트가 땅을 다졌다. 이디아는 잔가지를 주워오거나 열매를 따고 짐승을 잡아왔다.

그리고 엘도트가 바람막이와 잠자리를 깔며 마무리 됐다. 버트는 얌전히 기다리다가 음식을 마련하고 설거지를 했다. 그렇게 설거지를 하고 올 때면 붉어진 얼굴로 조금 달뜬 숨소리를 냈다.

처음 눈치 채지 못했던 이들도 며칠이 지나고 버트가 ‘음란행위’를 하고 왔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주기는 점점 짧아졌다.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우거나 자기 전에도 30분씩 돌아오지 않았다. 심해지는 그녀의 성욕에 세 기사는 의문을 품었다.

왜 남자를 끌어들이지 않을까? 지금 당장이라도 기운 넘치는 기사들이 옆에 있거늘. 버트는 그들에게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

“며칠만 더 가면 숲의 초입에 들어섭니다. 거기서 길만 잃지 않는다면 목적지까진 단숨에 갈 겁니다.”

이디아는 자세한 거리를 설명하란 엘도트에 말에 일주일은 소요된다 하고서 버트를 곁눈질 하였다.

마을 하나 거치지 않았건만 버트는 씩씩하게 웃으며 좋아라했다. 오히려 피부가 전보다 반질거리는 건 기분 탓일까.

“그러고보니 이제 슬슬 시간이 되지 않았습니까?”

“아.”

엘도트가 말한 ‘시간’이란 접속 종료를 말했다. 이모탈의 습성을 알고 있는 그들이었기에 이렇게 여행이 정체되어도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접속을 끊을 땐 시간 비율을 1:1로 설정해놓았다. 즉, 하루면 이곳에 돌아왔다.

그래서 이디아가 계획했던 것보다 여정이 길어지긴 했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버트는 다녀오겠단 말과 함께 판타지아에서 나왔다.

*

접속을 종료한 은송은 접속장치를 벗고 머리를 털었다. 제습 효과도 있다더니. 갑갑한 접속장치 때문에 땀으로 가득 찼어야 할 텐데도 매우 쾌적했다.

“어?”

오전 수업 준비를 위해 푹 젖은 생리대를 빼던 은송의 눈에 이상한 게 보였다.

책상 위에 떨어진 가늘고 붉은 무언가. 긴 실 같은 게 언제부터 있었던 걸까. 분명 어제 머리를 빗었을 땐 없었던 거 같은데……? 그 생각은 지각을 알리는 시곗바늘 덕분에 잊혀졌다.

*

“요즘 어떠신가?”

바삐 걸음을 재촉하던 은송의 곁으로 어느 새 세영이 뒤따라 와있었다. 그녀에게 따라붙은 세영은 살갑게 물었다. 은송은 뺨을 귀엽게 물들이며 입을 삐죽였다.

“괜찮아…….”

“그럼 다행이네. 동혁이는 먼저 갔어.”

이후로 둘은 소소한 얘기를 나누었다. 학교에서 누구와 누가 사귀었다느니 시험 범위가 어디 까지라느니 등의 말이 오가다가 이야기의 주제가 판타지아로 바뀌었다.

“윙던 숲에 간다고?”

“응. 기사분들이랑 거의 직전까지 갔어.”

그 말에 세영은 베타테스터의 기억을 끌어올렸다. 숲이 어떻게 이뤄져있는지, 그곳에서 등장하는 몬스터와 패턴, 퇴치 방법 등을 말해주었다.

은송이 가장 흥미를 느낀 건 ‘슬라임’이었다. 액체덩어리가 통상적인 모습인데 판타지아의 슬라임은 민달팽이라 했다. 둥그스럼하고 길이가 짤막해서 어찌 보면 살찐 거머리처럼 보인단다.

문제는 타격 계열의 무기는 전혀 먹히지 않는단 점이다. 그렇다고 절삭 계열이나 관통 계열을 채택해도 산성 체액을 뿌리기에 상당히 골치 아프단다.

“근데 어린 녀석의 체액은 산성을 띄지 않아서 애완용으로도 많이 키워. 길만 잘 들이면 체액을 조절해서 커서도 맨손으로도 만질 수 있대.”

촉촉하고 오동통한 촉감이란 말을 하며 게슴츠레 뜬 눈으로 은송을 보았다.

“어린 슬라임은 눈앞에 있는 걸 물어대는 버릇이 있다네. 뭐든 먹으려는 거지. 그래서 손가락을 갖다 대면 쪽쪽거리면서 혀의 돌기를 비벼대는 게 되게 간지럽고 기분 좋대. 뭐…… 너라면 다른 방식으로 쓰겠지만…….”

“무슨 말이야?”

은송이 순진하게 눈을 꿈뻑였다. 세영은 히죽 웃으며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으왁?!”

“으흐흐…….”

은송이 얼굴을 붉게 확 터뜨리며 발길질을 했다. 세영은 음흉하게 웃으며 달아났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평소엔 조금만 뛰어도 헐떡대던 은송이 바짝 따라붙어서 뒷덜미를 낚아채는 게 아닌가. 붙들린 세영은 은송에게 무자비하게 얼굴이 주물러졌다.

“은송으아아”

“시끄러어.”

은송은 학교에 오자마자 못했던 질문들을 쏟아냈다. 그래서 거의 세영이 답하는 식으로 대화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질문이란 것이 판타지아 유저라면 아주 기초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전부였다.

세영은 신기한 표정으로 은송을 보았다.

“몬스터는 짐승들이 마기에 침식 돼서 변형된 모습이야. 봐봐, 그러니 익숙한 이름의 몬스터들이 동물 모습을 하고 있잖아?”

세영의 설명에 따르자면 슬라임 이외에도 박쥐처럼 생긴 가고일, 거대한 지렁이 데스웜, 털없는 거대고릴라 오우거 등 그럴싸한 것도 있었다.

딴딴한 번데기 골렘, 위협적인 조개 미믹, 거인이 아닌 큰 코끼리 자이언트 같은 낯선 것들도 있었다.

은송은 변화하는 짐승들을 차례로 떠올리다 블랙스타에 대한 걸 떠올렸다.

“그럼 몬스터의 원인은 마기란 소린데…… 블랙스타는 전부 마기를 쓰잖아? 그럼 배척받아야 되는 거 아냐?”

“글쎄……? 그런 건 동혁이가 잘 아는데…… 내 생각엔 가장 큰 힘을 가진 리아주크가 마기를 써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 찬양하는 거고. 물론 나도 확실히 아는 건 아니어서…….”

은송은 동혁에게 문자를 보내면서 다른 질문을 건넸다.

“혹시 APC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어? 아~ 기사들이 따라왔댔지? 우리 블랙 남작님 대단하네~? 블랙스타에선 성녀로 추앙받고, 늑대들한테도 인기만점이고…….”

최초의 이모탈 귀족.

거기다 판타지아 최고 규모의 단체이자 종교인 블랙스타와의 친분이 알려지면서 블랙 남작은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문제는 ‘그’의 정체와 목적, 위치가 전혀 알려지지 않는단 것이다. 기껏해야 용모나 ‘실버트리’란 이름이 알려져 있을 뿐. 홀연히 나타나 수증기처럼 사라진 남작을 찾기 위해 판타지아의 3대 정보단체 중 두 곳이나 움직였다.

하나는 가장 많은 정보를 다루고 최고 규모의 조직력을 가진 ‘벌떼’.

이들이 물어오는 정보는 흔하디 흔한 들꽃의 꽃가루다. 하지만 이것들을 조합하여 꿀 혹은 로열젤리라는 고급 정보로 탈바꿈시켰다. 순수하게 정보만을 다루기에 많은 유저들이 애용하는 단체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미래의 눈’.

앞을 내다보는 정보를 주로 추구하여 전쟁에서 빛을 발하는 단체다. 물론 다른 곳보다 위험성이 존재하나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도박적인 형태를 띄었다.

세 단체 중 하나인 ‘그림자를 쫓는 별’은 침묵하는 가운데 이 두 단체는 블랙 남작을 추적하였다. 그들은 블랙 남작의 최근 이동 경로, 과거 행적, 인연 등 모든 것을 캐내려했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 건 없었다. 그나마 델폰 남작이 블랙 남작을 욕보이고 죽기 직전까지 갔단 소문을 잡았다. 그러나 간신히 잡은 꼬리는 다시 사라지고 말았다.

모두가 찾는 블랙 남작은 도시 윌카를 벗어나 윙던 숲에 갔단 건 어느 누구도 모르는 일이었다.

한 명만 빼고…….

“놀리지 말고…….”

“흐흥…… 그냥 사람 대하듯이 하면 돼. 게임이라고 막 다루면 악명도 높아지고, 성격 파탄도 나더라고. 진짜 사람이랑 다를 바가 없어.”

“……그래?”

은송은 여기서 고용비나 육성 방식 등을 물었다. 세영은 이것저것 대답해주다 걱정 섞인 말을 뱉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들은 실제 사람이랑 다를 바 없어. 우리처럼 숨 쉬고, 먹고, 자고…….”

“어? 으응…….”

“그러니까 조심해. 판타지아에서 가장 경계하고, 금기 시 하는 게 뭔지 알아?”

세영은 은송에게 의자를 붙였다.

“게임에서의 연애야. 상대가 플레이어인지 아닌지 구분 짓지 못 하거든. 작정하고 플레이어란 걸 숨기면 실력자가 아닌 이상 알아보지도 못해. 그럴 때 딱 두 가지 방법이 있어. 플레이어에게만 통하는 스킬을 쓰거나…… 죽이거나.”

은송은 침을 꼴깍 삼켰다. 왠지 모르게 세영의 분위기가 으스스해진 탓이었다. 세영은 굳은 얼굴로 경고를 하곤 다시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뭐, 그럴 일은 없겠지! 우리 버트는 남녀 구분 없이 짝짜꿍만 잘 하면 되니까!”

은송이 소리 없이 경악하며 세영을 두들겼다. 힘 있는 주먹질에 세영이 바둥거리다가 손목을 낚아챘다.

“이 아가씨가 정말?”

음흉하게 뜬 두 눈이 은송을 옭아맸다. 괜히 이전의 키스가 생각나버렸다. 은송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세영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잠깐이나마 세영의 가슴이 크게 뛰었다.

……이래서 판타지아의 인간들이 버트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건가.

그렇게 생각하던 세영은 미묘한 분위기와 함께 주변의 눈초리를 느꼈다.

누가 봐도 장난 이상의 상황이었다. 세영은 황급히 뺨에 입을 쪽 맞추고 은송의 머리를 안고 다독여주었다.

“오구오구, 우리 은송이…….”

세영의 대처로 귀여운 친구를 놀리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모두가 고갤 돌리자 세영은 주변을 슬쩍 보다가 은송의 귀에 속삭였다.

“그 사람들이 불편한 거 같은데, 때때로 솔직한 얘기가 통하기도 해. 그러니 한 번 대화라도 해봐.”

“으, 응…….”

그리고 나처럼 얽매이지 말고.

세영은 마지막 말을 삼켰다.

*

다시 깨어났을 땐 기사들도 깊게 잠든 밤이었다. 버트는 덮여져 있는 모포를 걷어내고 일어났다.

바스락대는 소리에 리버가 귀를 파닥거리며 뒤척거렸다. 조심히 옆으로 밀어내니 리버는 다시 곤히 잠들었다.

“일어나셨습니까.”

예민한 엘도트가 비스듬히 기대앉은 자세로 눈을 슥 떴다.

어떻게 저렇게 불편하게 잘까? 그 생각을 하던 버트는 입에 검지를 세워보였다. 그러더니 숲 근처를 가리키고 엘도트의 끄덕임을 본 뒤에 자리를 떴다.

도착한 곳은 윙던 숲의 입구였다. 실상 숲의 코앞에서 야영을 했으니 숙영지에서 그리 먼 거리를 온 건 아니었다. 버트는 신선한 밤공기를 맞으며 루하다를 불렀다.

[왜 그러십니까?]

루하다는 나타나지 않고 머릿속 소리로만 물었다.

“나…… 얘기할 거야.”

버트가 입을 오물거렸다.

“내 몸 안의 씨앗도, 이 여정도. 루하다에 대한 것도 전부 얘기해줄 거야.”

[저쪽 세상의 결심입니까?]

저쪽 세상이란 이모탈(플레이어들)이 사는 세계를 판타지아 식으로 부르는 말이었다.

“응…… 미안해. 상의도 안 하고 결정해서…….”

[아닙니다. 알려져도 크게 문제될 일도 없을 뿐더러, 리아주크의 씨앗을 품은 그릇께서 결정한 일을 번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고마워…….”

[헌데 전부 말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응? 왜?”

[지금까지 배변을 핑계로 하셨던…….]

“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마……!”

루하다가 보이지 않는데도 웃고 있다고 느껴졌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 돌아가 보겠습니다.]

“응…….”

루하다의 목소리가 그쳤다. 버트는 뭔가 아쉬운 얼굴로 손을 쥐었다 펴며 제자리를 맴돌았다.

이 말을 하려던 것도 있었지만 그의 손길이 그리워 그런 것도 있었는데…… 미련이 남은 버트는 풀을 밟아대며 주변을 돌아다녔다. 할 수 있다 생각하던 걸 못 해서 그런지 몸은 점점 화끈거리며 본능을 재촉해댔다.

열을 식히려 돌아다니던 버트의 눈에 나무에 붙어있는 점액이 보였다. 아니, 부푼 걸로 봐선 나무에서 난 종기 같았다.

색이 나무껍질과 다르고 미끈거리는 게 벌레의 알은 아니고…… 뭘까. 그리고 뒤늦게 그것이 슬라임이란 생각으로 미쳤다.

흰 바탕에 갈색 얼룩 무늬. 한 뼘에도 못 미치는 크기……. 분명 벌레의 유충이나 다름없는 모습이건만 징그럽단 생각이 들지 않는 형태.

버트는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으로 슬라임의 등을 톡톡 건드렸다. 촉촉하고 오동통한 촉감이라더니. 세영의 말이 꼭 맞았다.

푸르르­

녀석이 몸을 떨자 웃음이 터져나왔다. 리버의 콧잔등을 두드릴 때도 이런 반응이었지?

버트의 손가락이 슬라임을 감싸들었다. 눈높이로 들어보니 정말 뭉툭한 민달팽이의 모습이었다.

근데 어디가 앞이지? 끝 부분을 한 번씩 건드려보니 좌우로 꼬물거리는 부분이 뒤. 위아래로 까딱거리는 게 앞이란 걸 알았다.

버트가 실실 웃으며 새끼손가락으로 앞을 톡톡 쳤다. 슬라임은 고갤 들곤 손가락을 확 물었다.

오물거리는 작은 입. 꽉 집히는 촉감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슬라임은 손가락 끝 부분을 물고서 혀를 움직였다.

오돌토돌한 감촉…… 혀에 난 돌기, 치설이 분명 했다.

먹을 걸로 확정 지은 걸까? 버트는 약지로 등을 통통 두드리며 웃었다.

그러다 갑자기 머릿속에서 터진 생각. 오늘 아침에 들었던 세영의 말이 떠올랐다.

버트의 얼굴에 붉은 빛이 끼었다.

손가락을 빨고 있는 슬라임을 보며 갈등의 눈빛을 흘렸다. 고민도 잠시 버트가 마른 침을 삼키며 손가락을 빼냈다.

먹고 있던 걸 뺏긴 녀석은 머릴 쳐들고 입을 뻐끔거렸다. 버트는 손을 천천히 내려 가슴께로 가져갔다.

‘정말 물까.’

오른쪽 흉갑을 걷어내어 젖가슴을 드러냈다. 흉갑이 커튼마냥 젖혀지자 아릿한 열기가 흘러나왔다. 슬라임은 그걸 감지하고 꾸물꾸물 기어갔다.

그리곤 조금의 흉도 없는 매끈한 유룬에 머릴 세우더니 입을 착 갖다 붙였다. 차갑고 촉촉한 슬라임의 입이 유륜을 빨아댔다.

버트는 몸을 움츠리며 덜덜 떨었다. 그렇게 예민하지 않은 부분인데도 이렇게 자극이 세다니!

그녀의 눈에 욕망이 흘러내렸다. 조금만 더…… 슬라임의 뒤를 꾹꾹 눌렀다.

그렇게 해서 자신이 원하는 걸 하고 싶었다. 그 바람이 통한 건지 슬라임은 뒤에서 거슬리는 손길을 피해 조금 더 기어 올라갔다. 그러더니 빳빳하게 선 유두를 콱 물었다.

“아!”

위험했다.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조금만 큰 소리를 내도 달려올 사람들이다. 그래서 루하다가 해줄 때는 늘 입을 막아주었는데 지금은 홀로 견뎌내야 했다.

슬라임이 정확히 유두의 뿌리까지만 삼키고 조였다. 게다가 오물거리기까지 해대니 가슴 전체가 저릿거릴 만큼 자극이 극심했다.

이제 여기서……!

“흐으……!”

그녀의 예상대로 자잘한 돌기가 가득한 혀가 유두 끝을 비벼댔다. 그걸로 쉽게 자극받기 힘든 유두의 미세한 구멍까지 스쳐댔다.

입 안 가득 침이 고인 버트가 풀릴 것 같은 힘을 애써 잡으며 나무에 기대어섰다.

똑­ 똑­

방울져 떨어진 침이 풀잎에 들러붙었다. 그리고 이걸 먹기 위해 또 다른 손님들이 오고 있었다.

이 사실을 슬라임에게 흠뻑 빠진 버트로선 알 리가 없었다. 그저 색다른 자극에 찐득한 숨을 흘리며 풀잎을 적실뿐이었다.

“하앗…… 하아……!”

단단해진 유두가 혀로 문질러지고 기울여졌다. 나무에 기대고 있던 버트의 몸이 스르륵 미끄러졌다.

버트는 엉덩이가 땅에 닿자마자 반대쪽 가슴도 마저 꺼내 한 손으로 쥐어 잡았다. 다른 손으로 유두 끝을 눌러 빙글거렸다. 이렇게 가슴을 애무해보는 게 얼마만인가. 물론 루하다가 자주 해주긴 했지만…….

로그아웃 했을 때 만졌던 느낌과는 차원이 다른 쾌감이 차올랐다. 이대로 가면 젖꼭지에서 쾌락이 터질 만큼 말이다!

색색거리며 가슴을 만져대던 버트는 조금 부족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바지도 조작해 사타구니 사이만 갈라버렸다. 흥건히 젖은 외음부가 드러나자마자 버트의 손이 그 위로 춤추었다.

버트가 바삐 손을 쓰고 있을 때. 그녀의 다리 사이 풀잎 쪽에 무언가 몰려들었다. 버트의 가슴을 빨고 있는 슬라임과 같은 녀석들이었다.

키르륵­

씨앗이 심어진 후로 버트의 모든 것, 체액 모발, 심지어 숨결마저 마기가 깃들었다. 그리고 이 마기는 근원의 어둠, 신의 일부이기에 몬스터들이 본능적으로 찾아들었다.

평소에 이런 마기는 몬스터들의 습격을 우려하여 루하다의 지침에 따라 갈무리하고 있었다. 그걸 여과 없이 흘려대니 근처의 몬스터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다행인 건 그것들이 전부 어린 슬라임이란 점이었다.

버트의 다리 사이에서 계속 음액이 튀었다. 버트의 체액을 감지하고 몰려든 놈들은 하나둘 이 달콤한 음식의 근원을 찾아냈다.

풀잎에 묻은 침이 한데 뭉쳐진 슬라임들 사이로 사라졌다. 수십에 달하는 민달팽이가 갈증을 느꼈다.

더! 더!

조금만 더……!

마침내 녀석들은 오아시스를 찾아냈다. 버트의 음부에서 나오는 체취를 맡은 것이다. 슬라임들이 가랑이 사이로 몰려들었다.

방울져 튀어 오르는 음액과 짙게 흘러나오는 마기. 그리고 열기가 그들을 중독시켰다.

저기다!

그렇게 판단한 슬라임들이 주저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허앗?!”

손가락으로 음부를 쑤시던 버트는 아랫도리에서 느껴지는 물컹한 감촉'들'에 놀라서 손을 뺐다. 그와 동시에 달려든 슬라임들이 행동을 시작했다.

사타구니를 기준으로 그 사이는 슬라임들이 빼곡히 들어섰다. 그리고 입을 붙이고 혀로 피부에 묻은 애액을 긁어냈다.

버트가 허리를 한 번 튕기고 바들거리는 손을 내렸다. 놈들을 떼내려고 했다.

“아흐­”

그러나 손은 슬라임들이 아랫배까지 뒤덮여버리자 뒤로 물러났다.

기분…… 좋은데 뭐…….

다리를 활짝 펼친 버트는 눈을 감고 이 상황을 만끽했다. 그리고 여기서 조금만 더…… 라는 욕심이 비집고 나왔다.

키릭­

그녀의 욕망이 실현됐다. 한 슬라임이 동족들 틈으로 파고들려 힘을 주었다. 녀석은 한순간에 갈라진 음부의 틈까지 비집고 들어갔다.

살짝 벌려진 균열 사이로 체취가 확 풍겼다. 그 순간 슬라임들이 일제히 머릴 돌렸다.

그리고…… 전부 그곳을 향해 머리를 비벼댔다. 처음 머릴 넣은 슬라임이 뒤에서 들이대는 슬라임들 때문에 얼떨결에 안으로 밀려들어갔다.

비좁고 꼈다. 그러나 들어가지 못할 것도 없었기에 슬라임은 음부의 구멍을 지나자마자 질내로 파고들었다.

쯔걱­ 쯔걱­

깊이 갈수록 짙어지는 마기와 농밀한 체액이 흘러나오는 ‘굴’은 2번째, 3번째 손님도 맞이했다. 이 손님들은 그저 안으로만 가지 않고 중간중간 벽에 입을 대고 마기의 진액을 맛보았다.

주름 사이에 고여 있는 것까지 혀로 긁어내어 목을 축인 슬라임들은 더…… 더 안으로 들어갔다.

버트는…… 낯선 방법으로 충분히 익숙한 환희를 맛보고 있었다. 내부를 꽉 채우는 그 느낌은 이제껏 삽입되었던 음경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꿈틀대며 움직이는 그 해괴한 느낌은 전혀 다른 종류였다.

게다가 질벽이 핥아질 때면 불가능한 애무가 주는 이색적인 맛에 전율을 느꼈다. 루하다가 여럿으로 나뉘었던 그때의 기억도 떠올라서 다섯 마리째부턴 더 들어오지 않아 아쉬움이 들었다.

그땐 몇 마리나 들어왔었지?

“흣…… 으…… 으……”

질내에 일렬로 기어들어간 슬라임들이 만족하고 꼬물거렸다. 그때 조금 간격이 넓어진 음부 사이로 음핵이 삐죽 돌출되었다.

더 들어가지 못한 슬라임들은 다시 음부 주변에 입을 붙여댔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충혈된 음핵을 덥썩 물어버렸다.

“흐읍!?”

소리를 지를 뻔했다. 신음을 참고 있는 이유를 떠올리지 않았다면 큰일날뻔했다.

버트는 입을 틀어막았다. 높은 교성 대신 눈물이 줄줄 흘렀다. 이 쾌락을 소리를 지르지 않고 어떻게 표현할까!

바스락­

버트는 한창 물이 올라 있었다. 그렇다고 수풀이 움직이는 소리까지 놓칠 정도로 빠져있지 않았다. 버트가 풀린 눈으로 고갤 돌렸다. 그러다 벙찐 얼굴로 쳐다보는 사내와 눈이 맞았다.

이디아…… 그였다. 순간 찬물을 맞은 것처럼 정신이 확 깨어난 버트가 어버버 말을 더듬으며 변명을 늘어놓으려 했다.

“이, 이! 이건……! 하앙?!”

때맞춰 슬라임들이 격렬히 혀를 비벼댔다. 그 덕에 깨어났던 이성이 본능에 휘감겨 내려갔다.

“아, 아으으…… 죄송해요……! 보지 말아요……!”

애원하는 말과는 달리 표정과 목소리는 끈적거렸다. 버트 본인도 그의 시선을 느끼는 순간 온몸이 저려온단 걸 알고 있었기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디아는 그저 변소를 보기 위해 나왔다가 발길이 사로잡혔다. 빈 자리를 보며 막연히 늘 그렇듯이 손장난을 하러 간줄 알았지만……

이 정도로 굉장한 줄 몰랐다.

판타지아에서 버트의 외모는 크게 주목 받을만한 게 아니었다. 예쁘고 멋있게 고치는 플레이어가 판을 치는 곳에서 평범한 외모를 조금 고친 건 미모 축에도 끼지 못했다. 그저 조금 예쁜 정도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디아는 여지껏 레인저 생황을 하며 본 사람 중 버트가 으뜸이라 여겼다.

묘하게 끌어들이는 매력…… 그리고 코앞에서 펼쳐지는 색정의 정수는 그의 성욕을 끌어올렸다.

기사도 정신이…… 마기에 물들어갔다.

“이, 이게…….”

“그…… 얘들이 갑자기…… 히잇! 다, 달려들어서…… 아응……!”

안 그래도 음란하기 짝이 없거늘. 눈물과 앙탈이 뒤섞인 ‘같잖은 변명’은 누가 봐도 남자를 홀리는 짓거리였다.

다 자라지도 않은 것들이 갑옷을 찢고, 바지를 뜯어냈으며, 자기보다 더 큰 버트를 제압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이디아가 바람 빠지는 소릴 내자 버트는 다음 말을 궁리했다. 그러나 오르가즘으로 치닫는 몸뚱이는 그 생각을 막아버렸다.

“아, 안 드애…….”

버트가 양발을 꼬물거리면서 머릴 서서히 뒤로 젖혔다. 얻어맞은 듯 움찔거리는 것이 한바탕 가버린 모양이다.

슬라임들이 남김없이 애액을 핥아먹은 덕에 겉으로 튀는 건 없었다. 버트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여 숨을 할딱였다.

변명을 해놓고서 이렇게 헤까닥 가버린 모습이나 보여 버리다니…… 이디아의 내리까는 눈빛에 기가 죽어 눈물만 또륵 흘렸다.

“도와 드리겠습니다…….”

“예……에……?”

“이것들이 들러붙지 않았습니까? 떼내 드리겠습니다.”

이디아는 성큼 다가가 버트의 하반신에 붙어있는 슬라임들을 떼어냈다. 입을 붙이고 발버둥치는 녀석들을 틱틱 떼어내자 약간의 해방감이 들었다.

이디아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체취와 함께 눈을 자극하는 속살 때문에 정신이 흔들릴 뻔했다. 그러나 침착하게 마지막 한 마리까지 떼어냈다.

버트는 잔뜩 열이 오른 얼굴로 이디아를 보았다.

숨 막힌다…… 새로운 욕망이 고개를 내밀었다.

……이 남자와!

“그, 그 혹시…….”

말을 더듬는 버트를 향해 이디아가 이를 악물며 많을 끊었다.

“지금 최선을 다해 억누르고 있습니다. 부디 제가 흔들리지 않게 도와주십시오…… 진심으로 저와, 그리고 저희의 기사도를, 자존심을 생각해주신다면…….”

거절당했다. 버트는 실망에 젖어 일어나려다 풀썩 주저앉았다. 겉에 있던 슬라임들은 떼어냈지만 안에 있던 것들이 남아있었다.

“히익! 흑……!”

그걸 잊어버리고 방심하였다가 꿈틀거림에 확 느껴버렸다. 다리 사이에 두 손을 넣고 바들거리는 버트를 보며 이디아의 눈에 갈등이 일었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 물었다.

“……설마 안으로도 들어갔습니까?”

고갤 끄덕이자 이디아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냥 가버리기엔 이미 늦었다. 매몰차게 돌아설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엮어버린 이상 외면하긴 껄끄러웠다.

이디아는 다시 한 번 그녀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더니 다리 사이로 손을 뻗었다.

“빼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하며 빤히 바라보자 버트가 슬그머니 손을 치웠다. 이디아는 검지와 중지를 겹쳐 음부에 갖다댔다.

흠뻑 젖어 있어서인지 손가락은 부드럽게 밀려들어갔다. 쑥 들어간 손가락이 무언가에 막혔다.

이디아는 손끝에 닿은 슬라임을 손가락을 교차시켜 집었다. 그렇게 손을 뒤로 당기자 배불리 식사를 한 슬라임이 딸려 나왔다.

처음 한 마리는 쉽게 빼냈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슬라임은 저항이 심했다. 녀석들은 나오지 않으려고 꿈틀대며 몸부림을 쳤다. 이디아 역시 그놈을 잡으려고 손가락을 움직였다.

질 안의 추격전은 슬라임의 패배로 끝이 났다.

얼마나 남았을까. 이디아는 4마리째 빼내고 버트를 바라보다……

순간 숨이 멎어버렸다.

버트는 유혹하지 말아달란 부탁에 충실하고 있었다. 기분 좋은 소리를 꾹 참고 또 참았다. 그러다보니 얼굴이 시뻘개져 있었다. 애써 뽑아낸 개운함이 답답함으로 바뀌어서 그런 것이다.

그렇게 참는 게 힘들었는지 입술을 꽉 물고 있었다. 눈물 줄기도 끊이지 않고 흐르고 있었다.

이디아는 그녀의 마음씀씀이와 표정에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처음으로 기사도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눈앞의 여성을 취하지 못 하는 끔찍한 규율!

자유로워지고 싶다. 해방되고 싶다.

지금 버트도 같은 기분일까?

이디아는 끈끈해진 침을 삼키며 물었다.

“다 나왔습니까?”

“한 마리…… 있는 거 같아요…….”

고갤 주억거린 이디아가 다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그리곤 곧장 끝까지 집어넣고서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손바닥이 음부에 닿을 정도로 밀어 넣었건만 걸리는 느낌이 없었다.

이디아는 그 상태로 손가락을 휘저어댔다. 누가 봐도 삽입 전의 애무 같은 손놀림이었고 버트 역시 그걸 느끼고 있었다.

“소리 내셔도 됩니다.”

윽윽거리며 죽는 소리를 내는 게 안쓰러워 한 마디 던졌다. 그러자 버트가 도리질을 하며 대꾸 없이 계속 소리를 참아댔다.

그러는 사이 남은 슬라임의 발버둥과 이디아의 손가락질이 심해졌다. 슬라임은 계속 도망쳤지만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는 질벽에 점점 밀려났다.

그때 이디아가 슬라임을 잡아 뽑았다. 순간 버트는 절정을 참지 못했다.

“꺄으흐­!”

애액이 흩뿌려지며 버트가 지금껏 참았던 신음을 터뜨렸다.

‘아아.’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참아낸 이디아도 오르가즘에 취해있는 버트의 모습을 보고 무너져 내렸다.

이디아가 대뜸 달려들어 입을 맞대자 버트는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고개를 꺾어 입을 벌렸다. 슬라임처럼 파고든 혀가 뒤엉키면서 호흡을 끊었다.

버트가 헐떡거리며 가슴팍을 붙들자 이디아가 정신을 차리고 입을 뗐다. 서로의 눈에서 보이는 깊은 열망. 그걸 확인했을 땐 멈출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어요…….”

버트는 이 말을 하고 달콤하게 입을 맞추었다.

“어쩔 수 없는 거예요…… 지금은 그렇게밖에 말씀드리지 못 해요…… 하지만 들어주세요. 절대 당신의 그 반응은 기사도에 어긋나는 게 아니에요. 제가 유혹했고 또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으니까…….”

이디아는 마기와 씨앗에 대해 설명을 피한다는 걸 몰랐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그녀의 심성에 반했다.

기사도를 존중하고 지켜주는 레이디. 엘도트가 그녀를 섬기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이모탈의 체취와 그 맛은 뛰어나단 생각을 하며 이성을 놓아버렸다. 이디아는 그 즉시 버트와 몸을 섞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나지 못할 때까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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