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 15 펠론의 지하 下
* * *
“송아, 무슨 일 있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유달리 피곤해 보인다 너?”
눈에 띄게 피폐해진 은송의 모습에 하나둘 걱정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펴질 줄 몰랐다.
동혁의 말에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힘없이 웃어 보이기만 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세영이 은근슬쩍 귓속말을 하니 은송은 괜찮다는 말만 남기고 가버렸다.
집으로 돌아가니 게임 때문에 그런 게 아니냔 부모님의 물음에 그냥 피곤해서 그렇다 말했다. 그러더니 일찍 자고 싶단 말만 남기고 자기 방으로 올라가버렸다. 그리고…… 죽도로 싫은 판타지아에 접속을 했다.
*
코르크의 ‘고문’은 심해졌다. 이미 자신이 남작을 음해하려했다 밝힌 이상 죄는 확실했다. 헌데 처벌을 하지 않았다. 코르크는 내막을 캐내겠다며 찬물을 뿌려 깨우더니 온갖 방법으로 괴롭혔다.
채찍질은 차라리 나았다. 유두에 나무집게를 집는 건 기본. 뺨을 때리거나 볼기를 치는 건 별 거 아닌 일이었다. 그 괴롭힘 중에는 섹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헌데 그 방식도 참 악랄했다.
그녀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리버를 두고 그 앞에서 일을 치렀다. 죄책감 속에서도 느껴대는 자괴감에 정신이 무너졌다.
또 한 번은 거울을 갖다두고 스스로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보게 만들었다.
끔찍한 건 그 다음이었다. 질내사정까진 견딜만했지만 코르크는 바로 빼내지 않고 질내에다 오줌을 싸질렀다.
그 불쾌함이란. 접속을 종료하고 다섯 번이나 몸을 씻을 정도로 심각했다.
만일 입으로 받아야할 경우엔 싼 정액을 전부 삼켜야했다. 바닥에 흘리면 손도 못 쓰게 하고 오로지 혀로만 닦게 시켰다. 만일 그러지 못하면 얼굴에 소변을 싸질렀다.
이걸 못 견디고 도중에 접속을 끊을라치면 온갖 협박을 일삼았다.
정말 급할 때…… 그러니까 학교에 갈 때 말곤 쉬지 않고 코르크의 노리개가 됐다.
눈치는 어찌나 빠른지 거짓으로 접속을 끊는다하면 엉덩이가 빨개질 때까지 손찌검을 당했다. 그러면서 지치지도 않는지 하루에 여섯 번은 찾아와서 그녀를 못 살게 굴었다.
“자, 그럼…… 이번에도 꿋꿋하게 버틸지 볼까?”
거의 통과의례라 볼 수 있는 고문과 심문 후에는 곧바로 섹스를 시작했다. 삼각목마에 앉은 버트의 뒤로 코르크의 하반신이 열심히 부딪쳤다. 그 반동으로 등에 굳어있는 촛농이 툭툭 떨어졌다. 출렁거리는 가슴 끝엔 유두를 콱 물고서 떨어지지 않는 나무집게가 달랑거렸다.
여기에 몸 곳곳에 남은 붉은 자국들과 목에 채워진 개줄은 가학적성애자가 본다면 제법 좋아할만한 광경이었다.
버트는 눈을 가린 안대 때문에 스스로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입에 물려진 구멍 난 공처럼 생긴 재갈 때문에 말조차 제대로 못했다. 버트의 뒷목과 허리를 잡고 질내를 맛보던 코르크는 음경에 착 감기는 조임을 즐기는 한 편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이상한 년이야.’
여태껏 맛본 계집들과는 달리 굉장히 중독성이 있다. 손에 감기는 맛도 좋고 느끼기도 잘 느끼고…… 무엇보다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더 힘이 나는 거 같았다.
부작용이 있는 게 아닐까? 이 생각은 뿌리까지 휘감겨오는 질벽의 살맛 때문에 금방 잊혀졌다.
고민을 끝낸 코르크가 애액을 흩뿌리는 허연 엉덩이를 찰싹 때리니 꽉 막힌 답답한 신음이 들렸다. 그 소리에 질내 깊숙이 정액이 파고들었고, 코르크는 음경을 뽑은 뒤 그녀의 안쪽 허벅지에 그어진 4개의 검은 빗금에 한 줄을 더 그었다. 이걸로 5번째.
“그럼 쉬는 동안 실토할 생각이 있다면 기회를 주지.”
재갈을 벗기니 입 안 가득 고인 끈적한 침이 쭉 흘러내렸다. 동시에 버트의 울음 가득한 소리가 들렸다.
“으흑…… 이젠 싫어…… 그냥 처형해주세요, 너무 괴로워요…… 흐윽…….”
“그럼 배후를 말해보라니까? 누가 널 사주했냐고!”
코르크가 볼기를 때리며 묻자 버트가 괴로운 소릴 질렀다. 흐느끼는 소리와 섞여, 처절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 절망을 겪는 여인의 모습은 극상의 맛이다. 코르크는 그녀에게 슥 다가가더니 유두를 집고 있는 집게를 잡았다.
“나도 말이지, 누군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특히 여자라면 더더욱.”
거짓말이다. 버트는 눈치 챘지만 굳이 얘기하지 않았다. 그저 불안한 눈으로 집게를 쥔 손을 보고 있었다.
“그러니 쉽게 가자고. 자, 말해. 계속 버티면 너도 괴롭고, 나도 가슴 아파.”
“전 아니…….”
틱
그대로 집게를 당겨버리자 집게가 유두를 놓치고 지 혼자 입을 꽉 물었다. 버트가 얼얼한 느낌에 고갤 팍 숙였다. 이번엔 반대쪽 유두를 문 집게를 당겨 뺐다.
따끔거리는 느낌이 가시기도 전에 코르크의 손이 버트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악, 이란 소리가 나오지도 못하고 코르크의 속삭임이 버트의 말을 막았다.
“그렇게 버텨줘야 내가 더 오래 즐길 수 있지. 하지만 명심해. 자백이랍시고 어정쩡한 말을 내뱉었다간 그 값싼 몸뚱이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병사 전용 창부로 써버릴 거야. 죽을 때까지.”
그러더니 버트의 머리를 꾹 내리눌렀다. 그리곤 이마가 땅에 닿자 구둣발로 머리를 지그시 밟았다.
“이게 네 위치야. 그러니 잘 생각해서 행동하고, 말하라고.”
이걸로 만족한 걸까. 버트는 등 뒤로 손목이 교차되어 묶이자 그가 갈 것이란 걸 알았다. 언제나 놀만큼 논 뒤엔 이렇게 묶어놓고 한 구석에다가 개줄로 매어놓고 갔으니까.
*
잠시 후 병사 하나가 음식이 담긴 찌그러진 양철 그릇을 가져왔다. 그리곤 먹으란 말을 하더니 그녀의 눈앞에 내동댕이쳤다.
덕분에 음식이 그릇에서 튀어올라 반이나 넘게 땅에 흘렀다. 버트는 눈물을 머금고 고갤 숙여 개처럼 식사를 했다. 남긴다면 코르크가 어떤 심한 짓을 할지 알았다. 손을 쓰지 못하는데다가 병사가 대신 닦아줄 리도 없으니 바닥에 흘린 걸 혀로 깨끗이 닦아냈다.
“추잡하네.”
병사의 말에도 버트는 머리를 들지도 않고 바닥을 핥을 뿐이었다. 그러자 병사가 직접 턱을 잡아들고 이리저리 얼굴을 살폈다.
“참 아까운 년이야…… 얼굴도 반반한 것이 우는 얼굴은 더 이쁘네.”
눈물을 매단 버트의 얼굴에 대한 감상평이었다. 그러다 문득 병사는 버트가 누구의 노리개인지 기억해내고 뒤를 살폈다. 그리곤 침을 꿀꺽 삼켰다.
병사는 버트의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 가슴을 잡아 쥐었다. 이런 끝내주는 몸은 처음인지, 병사가 툭 얘기했다.
“젖가슴 한번 먹음직스럽구나. 몸도 그렇고.”
“아…… 아저씨…….”
흐린 눈으로 울먹이는 버트는 가히 예술적이었다. 어째서 코르크가 매일 드나들며 그렇게 오래 있었는지 이해가 갔다. 그 애절한 표정에 마음이 약해질 뻔한 병사가 씩 웃었다.
“미안하지만 풀어달란 말은…….”
“키스해주세요…….”
“뭐?”
뚱딴지같은 부탁에 병사의 얼이 빠졌다. 매우 쉬운 부탁이었지만 너무 뜬금없지 않은가.
하지만 버트가 키스로 얼마나 안정을 찾는지, 코르크가 여태까지 입을 맞춰준 적이 없단 걸 알았다면 이해했을 것이다. 병사는 생각이 깊지 않았다.
안 그래도 생각이 부족한 그의 머리를 흘러나오는 마기가 마비시켜 색욕만 일으킬 뿐이었으니.
“내가 아무리 궁해도 더럽혀질 대로 더럽혀진 암퇘지랑 키스를 하고 싶진 않아.”
그 말에 버트의 눈빛이 죽어버렸다. 그는 그저 도톰한 입술을 보며 바지를 내렸다.
“하지만 그걸 써줄 수야 있지. 자, 빨아봐 이 매춘부야. 입보지 맛 좀 보자고.”
버트는 혀를 빠끔 내밀더니 병사의 음경을 입으로 애무했다. 기계적인 혓놀림에도 좋다고 버트의 머릴 잡고 흔들었다. 그러고선 입 안 가득 오래 참았던 누리끼리한 정액을 싸질렀다.
그녀의 입안에 터진 사정액은 채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바닥에 툭툭. 밥그릇 안으로 툭툭 떨어졌다. 병사는 만족스런 얼굴로 바지를 추스르더니 한 마디 보탰다.
“생각보다 괜찮네. 종종 써줄 테니 기대하라고.”
끈적이는 입안은 신경도 못쓰고, 버트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눈물조차 말라버린 텅 빈 동공이 굳게 닫힌 문을 보고 있었다.
*
세영은 은송이 학교도 나오지 않고 집에만 있다는 말에 그저 몸이 아파서 그러겠거니 했다. 하지만 그게 이틀이 되고 사흘이 됐다. 메신저도 받지 않았을 땐 세영이 심각함을 느끼고 동혁과 함께 집으로 찾아갔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그래, 세영이 왔구나.”
“은송이는요……?”
“왠지 모르겠지만 힘들어하는 거 같아서…… 무슨 일인지 물어도 대답이 없구나. 게임 중독은 아닌 거 같은데…….”
둘은 은송의 어머니와 짧게 인사를 나누고 방으로 올라갔다. 방엔 침대에 쪼그리고 앉아 꼼짝도 안 하는 은송이 있었다.
동혁과 세영은 서로 눈치를 보다 동혁이 먼저 말을 걸어보았다.
“야, 송.”
그의 목소리에 은송의 몸이 움찔 떨렸지만 대답은 없었다. 동혁은 세영을 보았고 세영은 고갤 흔들었다.
잠깐 안 본 사이 이렇게 망가졌다니…… 둘은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먼저 가란 세영의 말에 동혁이 말없이 일어났다.
그가 나가고 세영은 판타지아 접속장치를 찾았다. 여전히 쪼그리고 있는 은송을 힐긋거리며 평소처럼 저장된 게임 기록을 불러냈다.
최근 그녀가 봤던 건 펠론으로 가기 전까지의 기록뿐이었다. 그래서 기록을 읽어내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세영은 그때 동안 은송의 옆에 걸터앉아 그녀의 푸석거리는 머리칼을 쓸어주었다.
은송이 발가락을 꼬물거리다 힘껏 움츠리며 몸을 둥글게 말았다. 그녀가 왜 이러는지 판타지아에 이유가 있을 거라 확신했다.
세영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기다림 끝에 펼쳐진 건 버트에게 있어서 그저 일상인 일 뿐이었다. 수음(자위)에 푹 빠진 모습. 그때 험한 짓을 했던 꼬마에게 또 당하는 모습. 누명을 쓰고 귀족의 성노가 되버린 모습.
전부 괜찮았다.
하지만 코르크란 기사가 본격적으로 나선 뒤부터 세영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단숨에 그가 원인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그’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기록을 끝까지 확인한 세영은 은송을 보았다. 이제 또 저곳에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원치 않는 섹스를 강요받고 정신이 망가질 것이다.
그녀가 이 일을 알아버렸고 굳게 마음먹었다.
어떻게든 은송을 구해낼 것이다. 문제는 은송이 그때까지 버텨줄 수 있냐는 거였다.
세영은 계속 해서 고민했다. 방법은 떠올랐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기가 망설여졌다.
……친구를 위해.
“은송아.”
세영의 두 손이 은송의 두 뺨을 감쌌다. 눈가에 말라붙은 눈물 자국과 부어오른 뺨. 세영의 손에 들려진 얼굴에 슬픈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초점 없는 흐린 눈을 보던 세영은……
은송과 입을 맞췄다. 한 치의 틈도 안 보이고 겹쳐진 입술. 그리고 그 안으로 조금씩 뒤엉키는 혀. 그 순간 흐릿했던 은송의 눈빛이 돌아왔다. 창백한 볼엔 홍조가 감돌고 두 눈이 맑게 빛이 났다.
친구, 동성, 첫 키스……
행복…… 기쁨…… 포근함……
은송의 머리를 때리는 상황에 세영이 입을 때고 마주보았다.
“나랑 동혁이가 구해줄 테니까 조금만 참아.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때까지 그 놈이 리버를 어떻게 하진 않을 거야.”
“세영아……?”
“후…… 게임일 뿐이야. 버트는 버트고, 은송이 넌 은송이야. 그러니 그 안에서 있던 일을 여기까지 끌어 오지마. 넌 추잡하지도 않고, 더럽지도 않아. 돼지는 더더욱 아니고. 넌 그저…… 내 친구 은송이야.”
왈칵 차오른 눈물이 주체 못할 정도로 쏟아졌다. 세영의 품에 안겨 울던 은송은 그녀가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백마 탄 왕자…… 아니, 공주님처럼 그녀는 은송의 마음을 진하게 울렸다.
“그보다, 너 이게 첫 키스지? 어쩌지, 내가 우리 은송이 책임져야 하나?”
“이씨……!?”
*
키스로 정신이 깨어난 버트는 마음의 응어리가 많이 풀렸다. 버트는 조금만 버티면 구해주겠단 말을 곱씹으며 전의를 다졌다.
“꺄아앗?!”
순간 등골에서 느껴지는 화끈거림에 비명을 질렀다.
말라붙어가는 촛농은 버트의 등판에 십 수 개의 반점에 끼어들었다. 코르크는 버트의 찢어지는 목소리를 깊게 음미하며 볼기를 찰싹 때렸다.
최근 들어 흐느끼거나 애원하는 게 많이 줄긴 했지만 쫄깃한 비명과 쫀득한 몸뚱이는 그대로였다. 그래서 코르크는 질리지 않고 그녀를 갖고 놀았다.
“오늘도 굳세구나. 자, 어디 그 인내심을 다시 시험해볼까?”
그 말을 하며 그녀에게 가한 건 평소에 즐겨 쓰던 채찍과 밧줄이었다. 꽁꽁 묶여져서 채찍질을 당하거나, 아니면 다리 사이에 밧줄을 끼워 넣고 위로 당긴다든지. 여기서 당하는 것 치곤 평범(?)한 일들뿐이었다.
헌데 이번엔 뭔가 달랐다. 나무통과 함께 병사가 물을 가득 담은 대야를 들고 오는 게 아닌가. 평소 같으면 고문이 끝나고 질펀하게 섹스를 했을 텐데…… 게다가 이번엔 목과 손목을 한 번에 구속하는 '칼'같은 나무판에 고정되었다.
버트가 불안함에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자세로 몸을 떨었다.
‘저걸로 대체……’
뭘 상상하든 극악한 짓을 할 것이다.
“이게 뭔지 궁금하겠군.”
코르크는 나무통을 물에 참방 담갔다.
그리곤 뭔가를 뒤로 쭉 잡아당겼다. 여전히 어리둥절해하는 버트의 뒤로 나무통이 그녀의 하반신을 향했다. 주사기처럼 분사구가 달려있는 통은 정확히 항문에 닿았고 분사구는 그 속으로 쑥 들어갔다.
버트는 이상하단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뒷구멍에서부터 서서히 차오르는 이질감에 소릴 질렀다. 장으로 주입된 물의 느낌은 굉장히 차갑고 찝찝했다.
단 한 번으로 괴랄한 느낌을 받은 버트는 막대한 거부감에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추가로 들어온 병사가 그녀의 하반신을 꽉 붙잡자 더 이상 저항을 할 수 없었다. 코르크는 한 번 주입을 끝내고 2번째 주입을 시작했다.
아까보다 거북함이 심해졌다. 입으로 마셔도 버거운 양의 물이 뒤로 들어왔으니…… 흡사 역으로 배설을 하는 기분이었다. 버트가 하지 말아달라고 해봤지만 돌아오는 건 모진 매질과 3번째 주입이었다.
이젠 배가 조금씩 불룩해질 정도.
‘아으으……’
부풀어 오르는 아랫배와 내장의 감촉에 버트는 미칠 것 같은 정신을 간신히 잡았다.
물이 얼마나 들어갔을까. 이젠 질질 새어나올 정도로 가득 찬 속은 조금만 움직여도 찰랑거리는 느낌이 왔다.
코르크는 항문에 고무 마개를 끼워 넣었다. 묵직한 배는 빨리 꺼내라고 난리인데 뒤가 막혀버렸으니 괴로움은 심해졌다. 이제껏 한 번도 배변을 안 한 듯한 연한 색의 항문이 오므려지면서 마개를 빼려고 용을 썼다.
코르크는 낮은 웃음소릴 내며 말했다.
“혹시나 했는데, 정말이군. 이모탈은 늙지도 죽지도 않고, 잠도 안 자고, 뒷간도 안 가서 하루 종일 침대에서 내려오질 않는다더니.”
조롱 가득한 코르크의 발언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배 안에서 출렁이는 불쾌함을 치우고 싶을 뿐이다.
그런 버트의 기분을 아는 건지 코르크의 손이 불룩한 배를 꾹꾹 눌러댔다.
괴로워……! 정말 구역질이 치솟았다. 그 기분은 다행히 몇 분 뒤에 끝났다.
마개를 빼내고, 배를 눌러대자 항문에서 물이 콸콸 쏟아졌다.
그 해방감이란……! 한바탕 물을 내뿜은 버트는 개운함에 늘어졌다. 코르크는 음침하게 웃으며 병사와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개는 어디다 뒀지?”
“마땅히 둘 곳도 없어서 문 옆에다 두었습니다. 저년한테 줬다 뺏었다하기도 번거로워서요.”
“수고가 많군. 술이라도 줄 테니 감시는 잠깐 쉬도록.”
“오! 감사합니다!‘
지하인데다 통로는 하나였기에 이 둘의 대화는 웅웅 울려서 버트의 귀에까지 들어왔다. 늘어져있던 버트는 눈을 빛내며 고갤 들었다.
탈출.
이 한 단어가 떠올랐다. 버트를 속박한 이 나무판을 힘을 주어 움직여 봐도 꿈쩍하지 않았다. 다급해진 버트가 간절한 표정으로 계속 힘주어 버둥댔다. 그때 찰칵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를 속박한 칼이 풀린 것이다.
믿기지 않는 성과에 버트는 기뻐할 틈도 없이 맨발, 맨몸으로 통로를 달렸다. 어둑한 촛불 조명이 아닌 더 밝은 빛을 향해 뛰었고 그곳에 도달했다.
탈출했다!
“남작님 말씀이 맞았네.”
“크…… 근데 이 년 하나로 다 쓸 수 있을까?”
통로 끝. 입구에서 비스듬히 기대고 서있던 병사 둘이 있었다. 둘을 스쳐 지난 버트가 좁혀진 동공으로 뻣뻣하게 고개를 돌렸다.
‘분명 감시를 쉰다고……?’
자신을 보며 히죽대는 두 사내를 인지한 순간 일이 잘못 됐음을 깨달았다. 뒤늦게 악 소리를 지르며 달렸지만 이미 다른 병사들이 하나뿐인 입구를 막아버렸다. 도와달란 소리가 목 끝까지 차올랐고 로그아웃 버튼을 미친 듯이 눌렀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로그아웃도 되지 않았다.
‘왜! 왜 안 되는데?!’
라이칸에게 처음 당했을 때도 이렇게 무섭지 않았다. 서서히 다가오는 병사들과 로그아웃 창을 번갈아보며 탈출구를 찾았다. 그러나 우악스러운 손길에 잡힐 때까지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병사들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침대와 상자가 가지런히 놓인 방이었다. 그들의 머릿수에 맞춰 진열된 가구들 정중앙엔 둥근 탁자가 있었다. 그 위엔 먹다 남은 음식과 술이 뒹굴고 있었다.
병사 한 명이 탁자 위의 물건들을 팔로 쓸어버리고 다른 병사가 버트를 그 위에 앉혔다. 그러더니 몸을 숙여 그녀의 무릎을 잡아 벌리곤 그 사이로 파고들었다.
“이년, 그렇게 걸레짝처럼 당했으면서 색은 예쁜데?”
병사가 거친 손길로 음부를 벌렸다. 그 안의 환상적인 색과 모양을 감상한 병사는 입을 가져다댔다. 그의 까끌한 수염이 음부를 찔러대며, 혀가 음부 안쪽을 핥았다. 버트가 어깨를 움츠리며 콧소리를 흘렸다.
누가 봐도 끼를 흘리는 모습에 병사는 그녀의 턱을 잡아 돌려 입을 맞췄다. 다른 병사는 한쪽 가슴을 쥐어 잡고 입을 갖다 댔다.
익숙한 느낌…… 버트는 엮이는 혀와 굴려지는 유두, 빨리는 음부의 쾌락을 느끼면서 자신을 둘러싼 병사들을 보았다.
안달난 듯한 그들의 모습이 불안하긴 했지만 코르크보단 훨씬 나았기에 이 상황에 수긍했다. 난교는 항상 벌이던 일 아닌가.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이를 지켜보던 성급한 병사가 불만을 내뱉었다.
“이래 가지고 언제 다 하겠어! 비켜봐!”
병사가 키스와 가슴 애무를 하던 다른 병사를 밀어냈다. 버트가 혀를 빼물고 간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간만에 하는 키스인데…….
병사는 그런 건 안중에도 없는지 그녀를 테이블에 발랑 눕혔다. 그리곤 바지를 훌러덩 까서 털이 무성한 음경을 내보이더니 그녀의 입에 디밀었다.
“어디 내 좆에도 키스해보라고.”
바로 눕긴 했어도 고개는 뒤로 젖혀있었다. 머리에 피가 쏠렸다.
‘어지러워.’
그때 그녀의 입에 두터운 음경이 파고 들었다. 병사는 버트의 입에 음경을 쑤셔 박고 허리를 흔들어댔다. 그 사이 음부를 빨던 다른 병사가 섹스를 시작했다.
앞뒤로 박혀댄 경험은 있었다.
헌데 이렇게 거칠고 험하게 당한 건 처음이었다. 차라리 도적들이 더 신사적이었다.
병사가 짐승처럼 버트의 입과 목을 범했다. 그러면서 탐스럽게 흔들리는 젖가슴을 머릴 숙여 빨아댔다.
다른 병사들은 버트의 손에 음경을 꺼내 끼우며 비벼댔다. 나머지 병사들은 스스로 잡고 흔들었다. 뒤통수가 탁자 모서리에 쓸릴 정도로 힘을 쓰는 병사가 유두를 꼬집어 당기며 말했다.
“이년 입보지 굉장한데? 아주 맛있다고 물고 늘어지고 있다고!”
워낙 험하게 해서 숨이 막히고 헛구역질도 해서 조이는 것일 뿐이었다. 물론 병사들은 자기만족이 우선순위였음으로 이런 사실을 알 리 없었다.
한참 동안 쑤셔대던 병사가 끈적한 정액을 싸질렀다. 목구멍을 직격하는 정액은 걸쭉하게 목에 걸렸다. 그가 음경을 빼자마자 버트가 격하게 기침을 하며 정액을 토해냈다.
“크헥! 우윽……!”
버트는 갈수록 터프해지는 그들의 섹스에 질겁했다.
설마 이 정도로 심한 것일 줄이야!
라이칸은 짐승이었고, 마성자들은 배려심이 넘쳤으며, 레드윙이란 산적들조차 이렇게 무식하게 굴지 않았다.
이제까지 겪은 것과는 다른 난교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다른 병사가 버트의 입을 썼다. 아직 정액을 다 못 뱉고 쑤셔대니, 반 강제적으로 그걸 삼키거나 입에서 음경이 빠져나올 때 조금씩 흘렸다.
‘으윽! 비려! 역겨워!’
버트가 발버둥을 치자 병사가 아랫배를 찰싹 때리더니 질내에 사정을 하고 물러났다.
이번엔 기회를 노리고 있던 병사가 비어버린 음부를 사용했다. 버트는 하던 사람이 싸고 곧바로 다음 사람이 오는 것임을 깨닫고, 부릅뜬 눈으로 저항했다.
허나 무의미했다.
어느 샌가 그녀의 입과 음부엔 정액이 마르지 않고 줄줄 흘러내렸다. 버트는 역한 냄새와 정신적인 충격으로 테이블에 늘어져서 덜덜 떨었다.
그들의 흔적은 얼굴에도, 배와 가슴 위에도 뿌려져 있었다. 심지어 발바닥과 겨드랑이에도 찐득하게 묻었다.
한 차례 즐긴 병사들이 연초를 피우며 떠들다가 다시 버트에게 다가왔다.
설마……?! 버트가 놀라서 탁자 위에서 몸을 돌려 허우적댔다. 탁자에 배를 깔고 버둥거리는 모습은 참 우스꽝스러웠다. 껄껄 웃던 병사들중 한 명이 그녀의 풍성한 엉덩이를 쥐어 잡고 양쪽으로 벌렸다.
곱게 주름 잡힌 항문이 고스란히 보였다. 병사는 그곳에 입을 가져다댔다.
“어디, 이모탈의 보지 맛을 봤으니 똥구녕 맛은 어떤지 볼까.”
버트는 판타지아에서 처음으로 받아보는 애무에 새된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옆에 서있던 병사가 시끄럽다며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내리고 자신의 음경을 물려주었다.
“저 새끼 더러운 취향하곤.”
“시끄러, 자식들아.”
버트의 항문에 혀를 밀어 넣고 놀리던 병사가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그러다 되살아난 음경으로 항문을 힘 있게 눌렀다.
침으로 젖어 밀려오는 귀두의 촉감은 이상했다. 애당초 항문 성교 자체가 처음이었으니 버트의 낯선 감정은 당연했다. 입은 음경에 막혀 웁웁거리는 답답한 소릴 냈다. 뒤에 선 병사는 꽉 차는 항문과 장벽의 질감에 으스스한 웃음 소리를 냈다.
“아주 좋아.”
그는 소리 나게 그녀의 볼기를 때려댔다.
버트의 항문에 삽입하는 모습을 보던 나머지 병사들이 호기심이 일었다. 버트의 입을 쑤시던 병사도 힐긋거렸다.
“이러면 한두 놈을 더 상대하게 할 수 있다고. 괜찮지 않아?”
병사는 버트의 입 안에 사정을 하곤 뒤로 물러났다.
“으엑 으윽! 흐윽! 흑! 흐윽!”
버트가 볼기를 맞는 아픔과 뒤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우는 소릴 냈다.
하지만 이런다고 그녀의 처지가 달라지긴 커녕 더 심해졌다. 병사가 항문에 음경을 끼운 상태로 버트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러더니 허벅지를 잡아 받치고 다리를 활짝 벌렸다.
“꺄앗!?”
버트는 삽입된 항문과 채 정액이 빠지지 않아 뻐끔거리는 음부가 적나라하게 보이자 두 손을 내렸다. 그녀의 색정적인 모습에 이를 보던 병사가 나서서 그녀의 두 손을 잡아 올렸다.
“존나 꼴리는데.”
병사는 음부에 삽입했다. 그녀를 들고 있던 병사가 버트의 질에 음경이 삽입되자마자 허리를 튕겨댔다. 앞에서 박고 있던 병사도 얼떨결에 그의 움직임을 따라 박아댔다.
버트는 살면서 최초로 두 남자에게 동시에 삽입을 당했다. 물론 기회는 여럿 있었지만 마성자들은 그녀의 불쾌함을 존중했다. 레드윙은 그런 쪽의 취향이 없었다.
그래서 앞뒤로 번갈아가며 쑤셔대는 그 짓은 생소하지만……
‘기분…… 좋아앗……!’
미치도록 좋았다. 물론 그것은 육체에 한정된 쾌락일 뿐, 정신은 이미 갈기갈기 찢겨졌다.
“이년, 이렇게 박아주니 좋다고 조이는 거봐.”
“오우, 좆되나 본데? 나도 해봐야겠다.”
“난 저 튼실한 젖방망이 좀 써야겠다.”
병사들의 대화가 귀에 꽂히면서 버트의 몸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이윽고 동시에 터져 나온 정액 분수에 버트는 온 몸을 뒤틀었다.
*
눈 앞에 리버가 있었다. 복실복실한 감촉과 간질거리는 녀석의 체취.
꿈이 아니다! 어떻게 된 일이지?
하지만 그 생각은 잠시 애교를 떨며 들러붙는 리버를 꼭 안아주었다. 정말 힘들여야 만날 수 있는 그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리고 앙증맞은 코에 입을 맞춘 순간.
“아.”
모든 게 부숴지고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뭐야, 이 년 정신 차렸네?”
병사는 흐릿한 눈에 초점이 돌자 입에 박고 있던 음경을 뽑아냈다. 끈끈한 쿠퍼액이 그녀의 입과 귀두에 끈을 그리다 떨어졌다.
버트는 입안에 남은 찜찜함에 입을 우물거리다 고갤 들었다. 자신은 몸을 숙이고 있었고, 아랫도리에선 화끈거림이 느껴졌다. 자신의 벌려진 허벅다리에는 두 손이 얹어져있었다. 그 밑에 음부엔 성기를 꽂아 넣은 사내의 하반신이 보였다.
뒤이어 버트는 그들에게 몸을 대주다가 혼절했음을 기억하고 치를 떨었다. 로그아웃이 되지 않고 게임 속에서 기절할 정도로 그들은 거칠고 저돌적이었다. 오르가즘을 느끼긴 했지만 배려심 하나 없는 성교에 지쳐갔다.
“자, 마저 하라고.”
버트는 자신의 음경을 디미는 병사를 보다가 곧 혀를 움직였다. 질척한 혓놀림은 귀두에서부터 음낭까지 길게 이어졌다.
그들에게 질리도록 당하고 나서야 버트는 아픔을 안 느끼려면 장단을 맞춰줘야 한단 걸 알았다. 그래서 털과 주름으로 가득한 알주머니까지 정성들여 빨았다.
“크, 난 이년이 부랄을 빨아줄 때가 제일 좋더라.”
“암만 그래도 요 살 오른 보지만큼 좋으려고?”
밑에 깔려있던 병사의 말에 다른 병사가 낄낄 웃었다.
이런 상황이 끝없이 계속 되었다. 한밤중에 뺨을 때려 깨워서 덮치기도 하고 삽입한 채 자기도 했다. 둘 이상은 기본. 저번엔 앞뒤로 박아대면서 입에도 음경을 물렸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해대니 그녀의 아랫도리가 마를 날이 없었다. 전신에 비린내가 찌들었다.
씻을 시간도, 식사 시간도 주지 않았다. 그야말로 하루 종일 섹스만 하고 살았다.
버트는 입 안에서 정액이 터지자마자 망설임 없이 삼켰다. 흘리는 순간 얻어맞을 거란 걸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옳지, 옳지. 요년도 이제 능숙해졌네.”
병사는 칭찬과 함께 자리를 떴다. 버트는 밑에 깔려있는 병사가 시작하잔 말에 엉덩이를 흔들어댔다.
탈출의 의지도, 구원의 희망도 없었다. 당분간…… 이 짓거리를 계속 해야 한단 생각 뿐이었다.
*
병사들에게 파묻혀 질펀하게 노는 버트의 모습.
코르크가 악랄한 미소를 보였다.
정말 단순한 여자이지 않은가. 일부러 도망치라고 풀어준 줄도 모르고 희망에 차서 탈출하려 들다니. 붙잡혔을 때의 그 절망스러운 표정은 정말 최고였다.
다만 그의 기분을 꿀꿀하게 만드는 일이 있었다.
바로 최초의 이모탈 귀족의 탄생이었다. 그것도 준자작에 해당하는 남작의 작위로 '폰'이란 미들네임의 권한과 함께 정식 귀족의 혜택까지 내린다고 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속박할 수 없는 이모탈 특성을 꼬집어 자유 이주의 권리까지 주어졌다. 코르크는 노력으로 오른 기사 작위가 우스워보였고 그 이모탈 귀족이 미치도록 샘이 났다.
“블랙 남작이라 했나. 하여간에 마음에 들지 않아!”
코르크는 마음속으로 판테스 왕국을 시끄럽게 만들 이모탈 귀족을 욕하며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그림자가 코르크로 하여금 검을 뽑게 만들었다.
챙!
“웬 놈이냐!”
그림자는 인간이 아닌 듯 했다. 꾸물럭거리는 몸뚱이에 기이한 움직임. 결코 인간이 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괴물.
그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벨루그하 다프모스.」
그림자는 순식간에 코르크의 몸을 꿰뚫고 그의 육신을 집어삼켰다.
「리아주크의 발걸음을 쫓는 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