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 9 도시 발르틴 下
* * *
그렇게 섹스에 빠진 지 몇 주가 지났을까. 그 동안 달라진 건 차림새만이 아니었다. 갈수록 마성자들의 성행위가 발전했다.
버트를 경험한 마성자가 함께 하면서부터 발전이 시작됐다. 잠정적으로 흥분을 유도하기 위한 모든 행위가 묵과되는 것이었다.
섹스를 시작하는 순간 모든 것이 가능했다.
*
첫 시작은 페너즈란 마성자였다. 세례(?)의 마지막 차례였던 그는 처음부터 넣지 않고 음경만 비벼댔다.
“읏…… 으읏……”
이미 잔뜩 섹스를 하고 난 뒤라 예민해져있었다. 그래서 이 애매한 행위는 그녀를 안달나게 만들었다. 버트는 닿지 않는 손으로 그를 안으려고 바둥거렸다.
그럴수록 페너즈는 더 감질나게, 넣을 듯 말듯 허리를 움직였다. 결국 버트가 울먹이며 애원하였다. 그 때 페너즈가 천천히 삽입을 시작했고 버트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그렇게 즐기고도 아직 모자라신가요? 이렇게 제 자지를 즐겨주시다니 영광입니다. 헌데…… 그릇께선 참 욕심이 많으시네요 얼마나 더 드셔야 만족하시겠습니까?”
이 말에 퍼드롬이 나서려다가 버트의 상태를 감지한 루하다가 그를 저지하였다.
페너즈는 계속 버트의 귀에 대고 간결하게, 그녀가 알아들을 수 있게끔 비꼬는 말을 지껄였다. 그리고 버트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이전보다는 배는 느끼며 절정을 맛보았다.
이것을 시작으로 변화가 일어났다.
애를 태우거나 놀리는 식으로 괴롭히기도 하고 과한 칭찬으로 그녀를 부끄럽게 하는가 하면, 상당한 수치심을 선사하는 일도 벌였다.
로딘이란 마성자는 버트를 둘러싸고 노골적이고 끈적한 시선으로 보게끔 마성자들을 세워두었다. 개 중에는 여인도 있었기에 버트는 마치 동물원에 놓인 동물이 된 기분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저…… 으으…… 왜…… 계속…… 으……”
그저 보기만 하는 건데도 온몸이 더듬어지는 것 같았다. 숨이 턱 막혀서 눈을 꾹 감고 두 손으로 몸을 가리려 했다.
처음 마성자들과 대면했을 때처럼 그녀의 손은 몸을 가리지도 못하고 애매한 위치에서 꿈틀거렸다.
속박된 두 손은 버트를 무력하게 만들었고, 몸을 달아오르게 해주었다. 묶여있는 상태로 치부를 전부 내보인, 그야말로 반항이 불가능한 자태! 그것이 버트의 망상을 촉구했고 음부가 점점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들의 시각적 강간은 얼굴을 바짝 붙이며 감상평을 늘어놓는 것으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그들은 코 앞에서 그녀의 몸 곳곳을 살폈다. 숨결과 체온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지켜봐진다는 건 참으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특히 치부는……!! 하지만 그 무엇도 그들의 한 마디씩 던진 말만큼 자극적이지 않았다.
“피부가 정말 좋으시네요. 땀에 살짝 젖어선 맨들맨들해진 이 뽀얀 살결…… 정말 탐스러워요. 종일 만져도 질리지 않겠어요.”
“가슴도 예쁘시군요. 물방울처럼 유려한 선을 그리는 유방과 일그러지지 않는 탄력이란! 한 번 핥아봐도 되겠습니까?”
“어머…… 여기 바짝 선 젖꼭지 좀 봐요. 어쩜 이리도 색이 고우신지…… 적당한 넓이의 유륜도…… 정말 부럽네요. 맛있어 보이기도 하고요.”
“아으…… 아으으…….”
낯 뜨거운 말들! 버트는 귀까지 겁탈당하는 기분이었다. 그 후 이어진 애무와 가벼운 오르가즘은 최고였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위츠란 성자였는데 그는 버트의 뒤에서 안아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양쪽 다리를 접어올리고 허벅지 사이를 쫙 벌리게 했다.
위츠에게 기대서 뒤로 넘어갈 일은 없었다. 'M'자로 다리를 벌려 앉는 것도 버트의 몸이 원체 유연해서 큰 무리는 없었다.
문제는 그녀가 아래를 다 내놓은 차림이란 점! 이 자세 덕분에 닫혀있던 음부의 틈이 살짝 벌어졌다. 그 안에 숨겨진 선홍빛의 탱글탱글한 속살 역시 적나라하게 보였다.
위츠는 검지와 약지로 음부 균열의 양쪽 피부, 대음순을 쓸어주며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릇께선 이곳을 뭐라 부르는지 아시나요? 음부, 생식기, 성기 등…… 다양하게 불리지만 뭐니뭐니 해도 '보지'란 단어가 최고라 생각합니다. 경박하면서도 입에 착 감기거든요. 자, 여기가 뭐라구요?”
버트가 대답을 망설이자 위츠가 중지로 음부의 중앙을 꾹 눌렀다. 손가락 끝이 살짝 들어갔다.
그 재촉하는 듯한 애무에 버트의 목소리가 떨렸다.
“보…… 보지…… 요…….”
“죄송합니다. 제 귀가 좀 안 좋아서…… 다시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가 귀에 대고 작게 속삭이며 손을 슬쩍 움직였다. 그러자 버트가 앙증맞은 소리를 내며 힘차게 대답했다.
“흐응……! 보, 보지예요……!”
위츠는 웃으면서 그녀의 귓바퀴를 입술로 물고 질겅거렸다. 그리고 다시 숨결 섞인 속삭임.
“남자는 보통 '자지'라고 부릅니다. 이것도 제법 천박한 단어죠. 그러니까 그릇의 보지에 성자들의 자지를 박는다는 말이 나올 수 있죠. 아, 그릇께서 천박하단 말이 아닙니다. 수많은 남성기를 꽂고 계시지만 더없이 사랑스럽고 성스러우시거든요.”
위츠는 부끄러움에 울먹이는 버트를 달래주며 은근슬쩍 놀렸다. 어쩌면 신성모독이 될 수도 있는 불경한 언행이었지만 루하다는 물론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루하다는 그녀의 씨앗이 요동치는 걸 느꼈고, 사제들은 그녀의 야릇한 웃음을 보며 ‘즐긴다는 걸’ 눈치 챘다.
그리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녀의 쾌락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지금에 이르렀다.
*
‘정말 끈적했구나.’
버트는 물수건으로 가벼운 오르가즘을 안겨준 하녀를 원망 반, 기쁨 반 섞인 눈으로 노려보았다. 하녀는 호호 웃으면서 동료 몇을 더 불렀다.
이유는 식사 때문이었다. 굳이 동료를 더 부른 이유는 음식을 배달만이 아니라 버트가 식사를 하는 동안 몸을 주물러줘야 해서였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 하세요.”
두 손이 자유롭지 못한 버트를 위해 직접 먹여주기 위해서였다. 버트는 방긋 웃으며 아기 취급하는 하녀를 보며 볼을 부풀렸다.
하녀는 고기 조각을 내밀면서 큭큭 웃었다. 그러면서 전처럼 입으로 먹여주면 되냐는 질문에 허겁지겁 받아먹었다.
당연히 처음엔 이렇게 먹여주는 게 싫어서 불평했다. 그러자 하녀가 수프를 입에 머금고 버트와 입을 맞추며 수프를 밀어 넣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곧바로 혀를 뒤섞으니 두 사람의 타액이 섞인 수프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버트는 이런 처사에 불만을 토로했다. 왜 이렇게 먹어야 하냐고 투덜거렸다.
하녀는 히죽 웃었다. 그리곤 숨이 턱까지 찰 때까지 입을 맞추며 수프를 먹여주었다. 그릇이 반쯤 비웠을 때 버트는 항복을 선언했다. 물론 그 일로 잔뜩 달아오른 덕에 식사도 건너뛰고 섹스에 돌입했다.
아무튼 그 이후로 잘 먹게 됐지만 꺼려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 아 하세요.”
“아……”
하녀가 버트에게 음식을 먹이고, 다른 동료 하녀가 어깨와 팔다리를 주물러주었다.
참으로 황송한 대접!
버트는 식사와 휴식을 즐기다 가슴에 떨어진 소스에 고갤 내렸다. 스테이크 소스가 그녀의 둥그런 가슴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
둘은 동시에 감탄사를 냈고 눈을 맞췄다. 그리고 버트는 초승달처럼 휘어진 눈을 보이는 하녀를 보며 섬찟함을 느꼈다.
하녀는 눈웃음을 흘리며 소스가 흐른 쪽 가슴을 쳐다보았다.
“실례할게요?”
하녀는 버트의 허리를 잡고 머리를 수그렸다. 그러더니 쇄골 쪽부터 혀로 소스를 닦으며 내려갔다.
“앗 안 되는…… 데……”
버트가 소심하게 반항을 했지만 단순한 앙탈에 그쳐버렸다. 하녀의 입은 유방의 바깥쪽부터 서서히 소용돌이를 그리며 안쪽으로 핥아갔다.
버트는 몸을 조금씩 틀긴 했지만 피하지 않았다. 하녀도 그걸 눈치 챘는지 유륜을 혀끝으로 누르며 놀리다가 그녀를 올려다보며 혀로 입술을 축였다.
그런 뒤에 유두를 살짝 물어버리나 싶더니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렇게 유륜까지 빨아들이다가 멈추었다. 그리고 그대로 뒤로 고개를 젖히면서 침으로 적셔진 유두를 뱉어냈다. 하녀는 혀끝으로 유두를 탁탁 튕겨대다 다시 가슴을 집어삼킬 기세로 빨아댔고 몇 분 간 이 짓을 반복했다.
침으로 번들거리는 가슴에 입김을 훅 불어주는 것으로 마무리. 하녀는 버트와 눈이 마주쳤다.
가슴 애무에 정신이 팔려 몰랐는데…… 버트가 잔뜩 애타는 표정을 하고 흐릿한 눈 너머로 간절함을 내비쳤다.
완전한 쾌락의 해소. 하녀는 색기가 넘쳐흐르다 못해 동성까지 유혹하는 그 모습에 버트가 원하는 대로 일을 치렀다.
*
이 때 퍼드롬은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그리고 이 일에 대해 루하다와 얘기를 나누었고 마음대로 하란 말만 받았다.
식사 시간이 끝나고 퍼드롬은 버트를 찾아갔다.
수 십의 마성자를 대동하고! 버트는 아직 식지 않은 흥분을 음미하며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러다 여느 때처럼 마성자들이 오는 걸 보며 준비를 하려는데…….
“그릇이여. 신도들 중 일부가 청이 있다하여…….”
“네……? 청이요……?”
버트의 말에 한 성자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전 비르딘이란 마을에서 온 아스레라 합니다. 감히 리아주크 님의 씨앗을 품은 그릇, 블랙스타의 성녀께 청하건 데 신도들에게 차별을 두지 마시옵소서!”
로브 때문에 확실하지 않았지만 몸의 굴곡과 목소리 덕분에 아스레가 여자임을 알 수 있었다.
자세히보니 그녀뿐만 아니라 그 뒤에 몰려있는 마성자들도 전부 여인이었다.
그보다 차별이라니 무슨 소리인가.
“그게 무슨 소리죠?”
“그릇께선 남성 신도에게만 은혜를 베풀어주시지 않으십니까. 저희 역시 그들과 같은 블랙스타의 신자입니다! 어찌하여 저희에겐 기회조차 안 주시고 리아주크 님의 헌신을 볼 은덕을 내리시지 않는 겁니까……!”
그녀의 통곡에 가까운 말에 버트가 당황하였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자신이 한 것이라곤 그들과…….
확실히 감사하다며 리아주크의 은혜란 소리는 몇 번 듣긴 했지만 아스레의 말은 금시초문이었다.
버트가 의문을 드러내기도 전에 퍼드롬이 점잖게 그녀들을 꾸짖었다.
“그릇께서도 애쓰시고 계시다. 헌데 이렇게 나서서 난리를 피우다니…… 내가 들은 청은 부탁과 정중함이었지, 투정과 무례가 아니었다! 그 경박함이 리아주크 님에 대한 믿음과 충정 때문인 걸 감안하여 이번 일은 넘어가겠다만 더 이상 봐주는 일은 없다!”
“하지만……!”
“진정!”
퍼드롬이 기세를 끌어올리는 순간 내부 공간이 진동했다. 그의 수준을 따지고 보면 '키퍼'와 맞먹거나 그 이상이다. 아니, 그 노련함까지 본다면 키퍼를 압도하고 남았다.
그런 퍼드롬이 마기를 풀풀 흘려대는 통에 마성자들이 차례차례 무릎을 꿇었다.
“그릇과 대면할 기회를 주었거늘 그 따위 태도를 보이다니……! 모독죄는 즉결처분으로 다스릴”
“잠시만요……!”
이 때 버트의 제지가 있었다. 그녀는 우물쭈물하며 그만해달라고 부탁했다. 퍼드롬은 그녀의 말에 평소처럼 버트의 말이라면 안절부절 못하는 노인으로 돌아왔다.
“무슨 오해가 있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오늘 할 거는 나중에 하고 잠깐 얘기를 나눠도…… 괜찮을까요……?”
그녀의 말이면 목숨을 끊어 보일 마성자들이 수백이다. 퍼드롬 역시 그중 하나였다.
이 어마어마한 권력자가 아랫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흡사 혼날까봐 조심스레 말하는 아이처럼 말하고 있었다. 퍼드롬은 그녀의 순수함에 감탄하면서 그 말을 따랐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원하는 대로 하시옵소서, 그릇이시여.”
퍼드롬이 있으면 얘기가 힘들 것 같아서 그와 함께 전부 밖으로 내보냈다. 물론 숨어서 지켜보는 루하다도!
버트는 모두를 내보내고 침착하게 얘기를 듣기 위해 그녀들을 불렀다. 그런데 웬 걸 그녀들은 다짜고짜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감사합니다 성녀시여!”
버트가 그들의 감사인사에 어쩔 줄 몰랐다. 간신히 그녀들을 설득하고 나서야 몇 시간이고 엎드려 경배할 기세를 멈출 수 있었다. 그렇게 대화를 할 분위기를 만들려던 버트는…… 그녀들의 시선을 느꼈다.
“저기…… 너무 빤히 보지 말아주세요…….”
버트가 민망해하며 마성자들의 시선을 지적했다. 아스레는 잠깐 정신이 팔렸다가 고갤 흔들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거리가 있을 땐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훨씬 대담한 복장이어서…… 저도 모르게 넋 놓고 보았습니다…….”
그녀들은 물론이고 버트 본인조차 그들의 시선을 끄는 이유를 몰랐다.
흘러넘치는 마기가 다른 형태로 변질되고 그것이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건 루하다만이 알고 있었다. 덕분에 라이칸에게 산 채로 뜯어 먹힐 뻔한 게 그냥 따먹히는 일이 된 것을 아는 것 역시 루하다 뿐이었다.
“여러분께서 말하시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여드리고 싶다고 해서 보여드릴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어떻게 하는 건지도 모르고요.”
어찌됐든 버트는 차분히 자신의 뜻을 밝혔다. 그녀가 임의대로 보여줄 수 없고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는 말에 마성자들이 크게 실망하였다.
버트는 침체된 그녀들을 어떻게 도와야할지 고민했다. 그때 여신도 중 하나가 남신도들이 섹스를 하고 성장한 것을 얘기하니 버트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사실을 확인한 여신도들 사이에서 한 가지의 일을 떠올렸다. 하나둘 서로의 눈짓으로 생각은 같아졌다. 차츰 나머지도 그 무언가에 대해서 감을 잡고 버트에게로 시선을 모았다.
‘응?’
버트는 그 묘한 기류를 눈치 채고 침을 꼴깍 삼켰다.
“혹시 저희와 성교를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안돼요!”
즉답! 버트는 예상 외로 강렬하게 반응했다. 기껏 뜻을 모아 청한 건데……!
마성자 중 하나가 억울함이 섞인 어투로 말하였다.
“어째서 저희만 안 된다고 하시는 겁니까. 저희도 충분히 그릇을 만족시켜 드릴 수 있습니다!”
“그!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이건 그러니까…… 쉽게 정할 수 없다구요……!!”
이 얼마나 힘든 결정인가. 어떻게 동성과의 거사를 쉽게 허락할 수 있겠는가. 안 그래도 지난 하녀와의 일은 잊으려 노력 중이었다. 더군다나 그때도 섹스까지 간 건 아니었다. 그랬기에 아무리 쾌락에 취한 버트라도 같은 성별의 사람들에게까지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았다. 그것도 맨 정신으로 말이다!
하녀와 즐겼던 일, 그것마저도 니스와의 일을 잊기 위한 발버둥에 불과했다. 역으로 점점 그때의 일이 선명하게 되살아나게 되었지만…… 어찌 됐든 버트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부탁입니다!”
“안돼요!”
“이렇게 빌겠습니다!”
“그래도 이건 힘들어요!”
버트와 마성자 사이의 대립이 심해지자 아스레가 입술을 물었다.
“어찌하여 저희의 믿음을 시험하시는 겁니까! 이대로면 저희는 리아주크 님께 버려질 것입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그게…… 그래도……”
“알겠습니다……”
여전히 망설이는 버트를 향해 아스레가 조용히 뇌까렸다.
이판사판이다. 이대로 리아주크를 영접하지 못하고, 남신도들과 차별을 당할 바엔!
서서히 좁혀오는 마성자들을 보며 버트가 딸꾹질을 했다. 미안함도 있고 이 차가운 분위기에 지레 겁을 먹은 것이다.
따가운 시선. 왠지 그녀들에게 살해당할 것만 같아서 버트는 벌벌 떨었다. 그녀들은 라이칸들과는 달랐다. 최소한 그들의 눈엔 원망은 없었다!
“미……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정말로…….”
버트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사과를 하였다. 울먹임 섞인 버트의 말에도 그녀들은 듣지 않았다.
그녀들은 우악스럽게 어깨와 팔다리를 잡아 눕히더니 완벽하게 제압했다. 버트가 잔뜩 겁먹은 눈으로 떨고 있을 때 아스레가 말했다.
“이래도 버려지고, 저래도 버려질 몸…… 이렇게 된 거, 강제로 범하겠습니다.”
“네?”
결연한 태도와 상반되는 말에 버트가 잠깐 어벙해졌다. 아스레는 버트의 코앞에서 당당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어차피 제대로 시도도 하기 전에 교주의 손에 찢겨나가겠지만 상관없습니다. 없는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리아주크 님께 다가갈 초석을 마련할 것입니다. 그리고 될 때까지 할 수 있는 한 몇 번이고…… 도전할 겁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그 생각을 끝맺기도 전에 야스니가 누워있는 버트와 입을 맞추고 혀를 밀어 넣었다.
그걸 시작으로 마성자들 전원이 버트에게 들러붙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쭉 그랬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같은 여자끼리, 그것도 수십 명이 들러붙어 무슨 짓을 하는 것인가! 물론 그 이전에 하녀와도 몇 번 못할 짓을 하긴 했지만 적어도 합의(처음은 아니었지만)는 됐다. 거기다 이렇게 여럿이서 일을 벌이지 않았다!
그런데 거부할 수 없었다. 라이칸들의 거칠고 힘 있는 애무와는 달리 꼼꼼하고 세심하게 그녀의 피부를 쓸었다.
버트는 키스에 정신을 팔다가 자신의 몸 어디에서든 느껴지는 혀를 인식했다. 두 팔을 잡아 올려 겨드랑이를 핥고, 팔뚝 살을 깨물고, 손가락을 빨아댔다. 혼이 쏙 빠져나갈 세심한 애무였다.
옆구리 중 갈비뼈의 올록볼록한 부분을 따라 핥기도 하고, 배꼽 주변을 간지럽히기도 했다. 무릎 뒤쪽, 치골, 손바닥, 심지어 발바닥과 발가락까지!
이대로면 전신이 침범벅이 될 것 같았다. 느릿하게 속을 태우는 애무는 아스레가 키스를 끝내고나서도 계속 되었다.
“그만둘까요?”
아스레가 버트의 뺨을 잡고 마주 보며 물었다. 그 물음에 버트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침만 삼켜댔다.
“우리도 충분히 당신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단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떤가요? 지금도 싫으신가요?”
숨을 크게 들이마신 버트가 헉헉대며 힘겹게 대답하였다.
“우읏…… 아무리 응…… 이러셔도…… 정말 몰…… 몰라요…… 아앗! 여러분께도 그 사람들이 봤…… 으응…… 다는 그걸 보여주고 싶……하앙! 하아…… 싶은데…… 정말 모르겠아윽!”
버트는 여기저기 빨리는 통에 신음을 참고 간신히 말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그녀들에게 미안함을 내비쳤다. 그리고 뭐든 해보려는 걸 알리려다 두 마성자의 애무에 말이 멈춰버렸다. 그 둘은 유두를 입으로 꾹꾹 누르다 입에 머금으며 느긋하게 빨았다. 그러다 머리를 뒤로 당겨 가슴을 늘렸다.
사실 이쯤 되면 아무리 멍청하다 해도 자의적으로 리아주크의 헌신을 보여준 게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마성자들은 바보가 아니었기에 그쯤은 진즉 눈치 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두지 않는 이유는?
……그냥.
어째선지 그녀를 보고나서 든 생각은 매력적이다를 넘어선 '애정'이었다. 묘하게 끌어들이는 매력에 거리낌 없이 이런 행동을 한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 모인 대다수가 이성애자다. 심지어 애인도 있고 혼인이 약속된 몸도 있었다. 그런데 버트는 그런 여인들의 마음을 뒤흔들었고 진하게 파고들었다.
아스레는 버트의 안에 심어진 씨앗이 마성자들의 마기를 끌어들여 그런 것이라 추측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애인이 있는 리디스가 아기처럼 가슴을 빨아대고 결혼한 밀러가 귀를 빨아대며, 결벽증이 있는 캐시가 발바닥을 핥아주며 좋아라 하겠는가.
여기까지 오니 아스레도 즐기기 시작했다. 버트와 깊게 입을 맞추고 그녀의 코앞에서 혀로 입술을 핥아보였다.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방법이 없단 건 알고 있으니까요. 그냥…… 저희의 봉사라고 생각해주세요. 아, 그리고…….”
버트의 귓가로 그녀의 심장을 두들길 말들이 속삭여졌다.
“오늘 하루는 그들한테 양보하지 않을 거예요. 밤새도록 함께할 테니 각오하세요.”
어째선지 버트가 서너 번 가버릴 동안 리아주크와 퍼드롬은 물론, 다른 마성자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 덕분에 지금 버트가 머물고 있는 이곳은 한바탕 열락의 밤이 찾아왔다. 버트의 몸을 맛보고 건드리던 마성자들이 생글거리면서 서로에게 몸을 비벼대기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그렇게 하나둘 전염되다시피 환희에 빠져들었다.
그렇다고 버트에게 소홀해진 건 아니었다. 손가락이나 입으로 해주는 건 약과. 한 마성자가 다리 사이에 마기를 응집시켜 남자의 생식기를 닮은 기둥을 뽑아냈고 그걸 그대로 버트의 음부에 박아 넣으며 사내가 된 것처럼 허리를 흔들어댔다.
어떤 이는 아랫도리를 버트의 입에 갖다 누르며 자신은 버트의 다리 사이에 입을 처박기도 했다. 버트는 이 날 처음으로 자기 것 외의 여자의 치부를 보았고 또 처음으로 맛보았다.
이 상태가 대략 2시간. 그야말로 환락가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하녀 하나가 식사를 내왔다. 이 정욕의 공간에 들어선 그녀는 한 마성자의 손에 이끌려 이곳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가져온 음식은? 물론 버트가 먹긴 했다. 윗입으로는 음식을, 아랫입으로는 손가락을 먹으며 식사를 시작했다.
간혹 지난번의 하녀처럼 입에서 입으로 먹여주거나, 혀가 풀릴 때까지 식사 하는 중에도 무지막지하게 자극을 주었다.
수프류 같은 경우 채 못 삼키고 자기 몸 위로 흘려대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마성자들이 깔끔하게 핥아냈다.
5시간. 들어서기만 해도 흥분에 찬 열기가 느껴지고 코를 찌르는 체취와 음란한 내음이 맴돌았다.
지칠 법도 하건만 그녀들은 끝없이 움직였다. 실제로 마성자들끼리 한 건 1시간도 채 안 되는 터라 멀쩡했지만, 버트는 거의 쉬지도 못했다. 그래도 제법 오래 버티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흐릿해진 눈이 그녀가 정말 간신히 접속을 끊기지 않고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정신은 딱 6시간이 경과할 무렵에 끊어졌다.
널부러져 있는 버트를 보는 마성자들은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하나둘 잠에 빠져들었다. 버트와 몸을 섞은 시간이 길어서일까, 아니면 그저 환상이었을까.
마성자들의 꿈속에선 거신이 손을 내밀며 그녀들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