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판타지아-5화 (5/104)

〈 5화 〉 5 ­ 라피에 초원 中

* * *

최근 들어 은송은 멍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쏭! 정신 차려!”

세영은 마치 심심하기라도 하니 놀러가겠다고 말하며 그녀의 등판을 짝 때렸다. 갑작스러운 세영의 공격에 은송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 어, 어?”

“요즘 왜 그렇게 정신 놓고 다녀. 애인이라도 생겼어?”

“아, 그런 건 아니고……”

“들어 봐. 동혁이가 마법사의 탑 썰 풀어준 게 있는데­”

은송은 간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로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 얼떨결에 그녀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선 세영은 판타지아 접속기기를 힐긋 보더니 은송에게 배고프다며 투정을 부렸다. 은송은 킥킥대며 먹을 걸 가져오겠다고 말하고 방을 나섰다. 세영은 은송이 나간 뒤 문 쪽을 가만히 보다가 접속기기에 손을 가져갔다.

잠시 후 은송이 음식을 들고 돌아왔다. 세영은 태연하게 침대에 앉아 기다리다 말했다.

“혁이는 술식 계산이 아직 덜 됐대. 정말 겜덕이라니까. 그냥 우리끼리 사냥 갈래?”

“으응…… 미안, 지금 돌고 있는 던전이 있어서…….”

뺨을 붉게 물들이는 은송을 보며 세영은 빤히 바라보기만 하였다.

거짓말.

세영은 은송의 코를 꾹 눌렀다.

“요거 요거, 템운은 엄청나게 좋더니 또 던전 발견한 거야? 이번엔 얼마나 가져오려고 그래.”

세영은 털털하게 웃으며 시샘 어린 눈빛으로 은송을 보았다. 은송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

이번 대화를 끝으로 판타지아와 관련 없는 수다가 시작되었다. 은송은 얘기를 하는 와중에 동혁이를 언급할 때마다 발랄해지는 세영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셋은 어릴 적부터 같이 다녔다. 그래서 다 같이 친하다고 생각했지만, 둘에게서 묘한 기류를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은송은 내심 그걸 모른 척 해주었다.

정말 어울리는 한 쌍이다.

이런 은송의 마음은 뒷전. 세영은 접속기기에 꽂아둔 장치를 눈여겨봤다. 거기에서 녹색 빛이 깜빡이자 은송의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리고 그것을 낚아챘다.

“아, 생각해보니 아직 못 깬 퀘스트가 있구나.”

“뭔데?”

“흐흥~ 기대하셔. 이 언니가 마지막 세트 아이템과 관련된 퀘스트를 받았거든. 곧 전부 모을 수 있을 거야!”

은송은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세영을 바라보았다. 얼핏 듣기로는 세트 아이템을 모으는 게 제법 어렵다고 하던데. 그녀는 보란 듯이 그걸 해냈다.

세영은 은송의 시선을 즐기며 기세등등하게 어깨를 펴며 우쭐했다. 그러다 그녀와 작별인사를 하며 방을 나섰다.

그녀가 나가고 은송은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책을 읽고 즐겨보는 드라마를 가족과 함께 보았다. 내일은 주말이라며 은송의 아버지는 놀러가는 계획을 재잘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어머니가 일침을 날리고 계획은 무산되었다.

은송은 깔깔거리며 시곗바늘이 11을 가리키는 걸 보며 슬슬 졸음이 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자기 방으로 올라와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헌데 옷을 입기 전에 착용한 건……

기저귀……?

접속하자마자 전신에서 느껴지는 전율에 버트의 허리가 휘어졌다. 아랫쪽에서 느껴지는 질척함에 버트는 숨을 할딱이며 시선을 내렸다.

여전히 구멍이 뻥 뚫려있는 하의에 침과 애액으로 뒤범벅된 음부가 보였다. 버트는 낮게 숨을 내쉬며 주변을 살폈다.

그녀가 있는 곳은 투박한 돌집이었다. 제멋대로 뚫려있는 창문과 들쑥날쑥한 벽. 원시인이 깨부숴서 만든 듯한 공간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버트는 구석에 마련된 마른 풀이 쌓여진 곳으로 몸을 뉘였다. 옆엔 넝마 같은 천이 있었는데 버트는 익숙하게 그걸 덮고 눈을 감으며 수면을 취할 준비를 하였다.

이 돌집에 온 건 새하얗게 불태운 다음이었다. 버트는 한쪽 구석에 놓인 건초더미, 편히 앉을 수 있게 만든 평평한 돌탁상, 큼지막하게 뚫려있는 창문 구멍을 번갈아 보았다.

그녀를 데려온 라이칸은 말을 전했다.

앞으로 하루에 한 번, 동족들이 찾아와 진액을 취한다 했다. 그땐 마련해놓은 돌탁상에 앉아 다리를 벌리라 말했다.

버트는 입을 우물거리며 이 민망한 일과에 무언의 불만을 표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나아지진 않았다. 버트는 언젠가 풀어줄 거란 생각을 하며 게임 상으로 근 보름 동안 라이칸들에게 다리를 벌려주었다.

‘그래도 역시 이상해.’

대체 어떻게 되먹은 게임인지 아무리 핥아져도 질리지 않고, 괴롭지 않은 수준에서의 쾌락만이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일주일 째 되는 날까진 어떻게든 맨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그 이후엔 아예 라이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어쩔 때는 버트가 조금 더 핥아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실신할 때까지 음부를 적셔주었다.

녀석들은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며 좋아했다. 남자들은 종족을 불문하고 죄다 강한 걸 좋아하니 참 단순하다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겨우 이런 걸로 강해질까……? 그런 의문도 들었으나 라이칸의 혀에 잡생각은 잊어버렸다.

찌르륵­

버트가 벌레 소리에 잠에서 깼을 땐 늑대들이 찾아와 있었다. 녀석들은 번거롭게 옮기지 않아도 된다며 좋아하곤 돌탁상에 올라서 버트에게 다가갔다. 능숙하게 음부를 핥아대는 녀석을 보며 버트가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 거긴 무슨 맛이야……?”

단순한 호기심에 물었지만 라이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보다.

“건방지게 어디서 말을 줄여? 넌 입 다물고 다리만 벌리면 돼, 암컷.”

“으…… 미…… 미안…… 아니 죄송합…… 니다…….”

위축된 버트의 사과에 늑대는 마저 음액을 핥아먹었다. 버트는 오늘의 할당량을 채우면서 두세 번 정도의 절정을 맛보았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늘어졌다. 녀석들 역시 만족한 건지 혀를 날름거리며 넘쳐나는 힘을 만끽했다.

몇 라이칸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으나 키퍼의 엄명이 있었기에 돌아갔다. 그리고 버트가 자신의 몸을 수습하고 숨을 고르고 있을 때 늑대 세 마리가 과일을 물고 들어왔다.

손을 쓸 수 없는 녀석들은 잔뜩 날이 선 이로 옮겨왔다. 덕분에 과일은 넝마가 되어 과즙을 줄줄 흘렸다.

버트는 고맙다고 말하며 녀석들이 가져온 걸 먹었다. 생각 외로 과일은 달고 맛있었다. 현실에서 맛볼 수 없는 특이한 맛이라 해야 하나. 그러다 이걸 가져온 라이칸들을 보며 녀석들이 이걸 구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했다.

고기 말곤 먹지 않는 녀석들이 순전히 자신을 위해 가져왔으니 기특하다 여기며 과육을 베어 물었다. 그러다 뭔가 아쉬워하는 라이칸들의 눈빛을 마주했다. 여러 번 마주하니 왠지 표정에서 생각이 읽히는 것 같았다.

두 손 모아 과일을 먹던 버트는 이들이 오늘 하루 자신의 체액을 먹지 않았던 것을 깨달았다.

‘혹시……’

그녀는 방금 하루 할당량을 끝냈다. 키퍼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그래서 버트에게 손을 대지 못하였다.

버트는 우물거리면서 세 마리의 라이칸에게 묘한 눈짓을 보냈다. 그리곤 발끝으로 바닥을 긁으며 슬쩍 다리를 넓혀보였다.

라이칸들은 자연스럽게 버트의 하반신에 머리를 처박으며 혀를 놀렸다. 다시금 느껴지는 전율. 버트는 신음을 숨기지 않고 과일을 먹으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애액을 핥던 라이칸이 입가를 비틀며 말했다.

“과연 즐긴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군.”

버트는 화들짝 놀라 말을 더듬었다. 녀석은 음부를 핥다말고 버트의 옆으로 폴짝 올라왔다.

“어디…… 그렇게 즐겨대는데 한 번 실험이나 해볼까. 과거에 우리 부족이 수를 늘릴 때 인간 암컷을 잡아다 우리 부족의 아이를 낳게 했다는데…… 네년을 써보면 그게 가능한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순간 소름이 끼친 버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옆에서 코를 바짝 대는 라이칸을 볼 용기도 나지 않았다.

겁먹은 모습이 재밌었는지 늑대가 크르르거리며 웃다가 앞발로 어깨를 내리눌렀다. 버트는 멍한 얼굴로 그대로 눕혀졌다. 그리곤 뒤늦게 지금 상황을 이해한 버트가 새파랗게 질렸다.

맙소사. 다른 것도 아니고 첫 경험을 동물에게……?! 버트는 발버둥을 쳤지만 다른 라이칸이 나서서 눌러버려 옴짝달싹 못하게 됐다.

꼼짝없이 당한다……!

하지만 이 상황은 한 라이칸이 들어서며 해결됐다. 털에 푸른빛이 은은하게 도는 녀석의 등장에 세 라이칸이 당황했다.

“이봐 코이팡. 오해하지 말라고. 이 년이 우리한테 다리를 벌려줬어.”

코이팡이라 불린 라이칸은 낮게 으르렁거리며 세 놈을 노려보았다. 녀석들은 입맛을 다시며 버트를 놓아주었고 슬금슬금 밖으로 걸어나갔다.

코이팡은 콧김을 푹 뿜었다.

“가자, 씻을 시간이다.”

버트는 알아챘다. 처음 자신에게 부하들을 잃은 걸 말한 라이칸이 그란 것을 말이다.

코이팡은 그녀를 데리고 옹달샘으로 데려갔다. 코이팡의 턱짓에 버트는 잠시 망설이다 옷을 벗……으려 했다. 헌데 벗겨지지 않았다.

지금 와서야 새삼 알았다.

벗겨지지 않는 저주. 그래서 버트는 상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입은 채 샘으로 들어갔다. 보이는 것보다 샘은 깊었기에 몸을 전부 담그기엔 충분했다.

물이 차갑긴 했지만 꾹 참고 씻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에 코이팡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기를 찾아온 게 분명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른 라이칸들처럼 강해지고픈 욕구가 없는 건가.

어쩌면…… 부하들을 죽인 것 때문에 앙심이 있어서?

“……미안해.”

코이팡이 어리둥절해하다 말뜻을 이해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정말 미안하다면 도망치지 말고 우리 부족이 융성해질 때까지 마기를 바쳐라. 그게 나에게 사과하는 거다. 뭐 어차피…… 달아날 생각도 없어 보이지만.”

그 말에 버트가 낯을 붉혔다. 코이팡은 코웃음을 치곤 다시 돌집으로 데려가주었다. 그는 달아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례적인 엄포를 놓고 가버렸다. 버트는 그가 사라지고 나서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틈틈이 보이는 나무들과 넓게 펼쳐진 풀밭. 버트는 바깥 풍경을 보다가 뭔가를 발견하였다.

작은 검은 털뭉치…… 목에 걸어준 회색끈 방울!

버트는 똘이라고 이름 지어준 강아지를 보며 이름을 불러댔다. 그러면서 집 밖으로 달려 나갔다.

버트는 녀석을 안아들자마자 얼굴을 파묻었다. 똘이도 낑낑대면서도 버트를 만나서 좋은 건지 뺨을 핥아댔다. 녀석의 애교에 버트는 웃음을 터뜨렸다. 버트가 한창 똘이와의 재회에 푹 빠져있을 때 라이칸 하나가 그 장면을 목격하고 소리쳤다.

“뭐하는 짓이냐!?”

당황스러운 외침에 버트가 자신이 무슨 짓을 벌인 건지 깨달았다.

아뿔싸…….

키퍼와의 약속 중 하나. 바로 돌집을 혼자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만일 그런 짓을 한다면 도망치는 것으로 간주하겠단 말을 기억해냈다.

버트는 지금 처해진 상황을 인식하고 똘이를 안고 냅다 달렸다.

‘분명 나를 만나러 다시 온 걸 거야……! 구해야 해!’

라이칸들이 버트를 쫓아왔지만 움직임이 워낙 날래서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녀의 뒤를 쫓으며 라이칸들이 이를 갈고 있을 때 키퍼가 나타났다.

쿵­

버트는 키퍼의 등장에 똘이를 꼭 끌어안고 노려보았다. 애매한 대치가 이루어지는 그때 똘이가 버트의 품에서 빠져나와 땅으로 폴짝 내려섰다.

그리곤 당당하게 키퍼를 향해 다가가더니 올려다보며 왕왕거리며 짖었다. 버트는 위험하단 말을 하며 그를 구하려 했는데……

모든 라이칸들, 심지어 키퍼마저 똘이에게 고갤 숙이는 모습을 보며 행동과 사고가 정지하였다. 이게 무슨 일이지?

“몸은 괜찮으십니까. 리버화이트, 우리의 족장이시여.”

“어……?”

리버화이트라면……?

이제야 왜 라이칸들이 자신을 잡아먹지 않았는지 깨달았다. 저 이도 제대로 안 난 녀석이 먼저 먹어야했는데 그게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대신 몸을 씹기 좋게 뜯어주자니 그건 제 족장을 무시하는 짓이다.

결국 리버화이트가 다 자라서 스스로 고기를 뜯어먹을 때까지 버트를 잡아두려던 것이었다. 그걸 깨달은 버트는 또 다른 단어, '족장'을 떠올리고 말을 꺼내려했다.

하지만 리버화이트는 다른 라이칸이 인도했다. 그리고 키퍼의 살벌한 눈초리에 입이 절로 닫혔다.

“암컷…… 신의 씨앗 품고 있는 걸 생각하여 최대한 예우를 해주었거늘…… 감히 족장님께 손을 대?”

“아, 아니야! 나는 그저 저 아이를 구해주려고 했던­”

“닥쳐라!”

뭔가 억울함에 항변하려 했지만 그는 들어주지 않았다. 그는 소름끼치는 늑대 특유의 울음 소리를 내며 외쳤다.

“들어라! 이 암컷은 우리의 족장에게 손을 댄 것도 모자라 납치까지 시도했다. 동포들이여, 내가 그릇을 존중해야할 이유가 있는가!”

그의 말에 라이칸들이 그처럼 일제히 울음을 터뜨렸다. 사방을 울리는 늑대 소리에 버트는 닭살이 돋았다.

이 상황과 기세, 모든 것이 버트를 압도했다. 그녀는 당황한 눈초리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나같이 분노가 섞인 눈빛을 하고 노려보고 있었다.

버트는 그 중 한 녀석을 보았다.

코이팡. 그 녀석은 버트를 무심하게 쳐다보더니 고갤 저으며 돌아섰고, 버트는 멍청히 키퍼의 선언을 들었다.

“이제 리아주크의 씨앗은 없다. 그저 영양가 높은 먹이가 우리의 앞에 있을 뿐이다. 동포들이여! 리버화이트께서 성장하실 때까지 이 암컷을, 옛 선조께서 그러했듯이 우리 종족의 수를 늘리는 데 사용할 것이다! '창고'로 끌고 가라. 그리고 자원하여 저 지저분한 암컷에게 위대한 라이칸슬로프의 아이를 잉태하게 할 영광을 줄 동포가 있는가!”

그 말에 쉽사리 나서는 녀석은 없었다. 다른 종족이다. 누가 선뜻 그러하겠다고 나설까.

하지만 어디에든 특이취향은 있었다. 몇몇 라이칸슬로프가 걸어나오자 키퍼는 기끼워 하며 그들에게 한 가지 약속했다.

버트가 아이를 밸 때까지 사냥에서 면제! 그리곤 당장 시행하란 명을 하며 돌아섰다.

버트는 계속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가 앞발로 얼굴을 얻어맞자 뒤늦게 그를 보았다. 그리고 일어나란 말에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서서 끌려갔다.

*

버트는 돌집을 지나고 깊은 숲속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곳에 마련된 엉성하게 만들어진 풀집을 보았다.

그 안으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보인 건 자신이 뺏겼던 검이었다. 그 다음으론 온갖 무구들이 쌓인 게 보였다. 먼지와 곰팡이가 가득 했지만 그래도 조금만 손질을 하면 쓸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물건들. 하나같이 라이칸들이 쓰기엔 부적합했다.

자세히 보니 새빨간 덩어리가 군데군데 있었다. 버트는 단숨에 그것이 피란 걸 알았다. 분명 이것들은 인간을 죽여 뺏은 것이다.

이른바 전리품. 순간 자신도 저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섬뜩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라이칸들은 클클 웃으며 창고에서 가장 구석진 곳으로 그녀를 몰아넣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그의 말에 버트는 본능적으로 도망칠 곳을 찾았다. 하지만 등 뒤는 벽이었고 앞에는 라이칸의 포위망이 펼쳐져있었다.

라이칸들은 서서히 거리를 좁혀갔다. 그들을 피해 뒷걸음질을 치다 등에 벽이 닿은 버트는 절망을 느꼈다.

이대로……

이대로 겁탈 당해야 하다니……!?

버트는 눈망울을 적시며 그들이 동정이라도 해주길 바랐다. 오히려 녀석들의 본능을 자극하는 꼴이 돼버린 걸 모르고…….

“가만히 있어라, 인간.”

한 놈이 버트를 엎드리게 하곤 머리를 짓눌러 반항하지 못하게 했다. 엉덩이를 높이 치켜들게 하니 라이칸들이 무리 없이 삽입할 수 있게 되었다.

버트는 달달 떨면서 뒤쪽에서 라이칸이 자리를 잡는 걸 느꼈다. 그리고 보았다. 흉측하게 생긴 시뻘건 생식기를.

“하, 하지 마! 그러지 마……!!”

“이 년이……”

버트가 질색하며 발버둥을 치자 라이칸이 힘을 실어 누르고 귀에 대고 살벌한 말들을 뿜었다.

협박성 가득한 그 말을 그녀가 언제 들어보았겠는가. 그저 생생한 공포감에 딸꾹질을 해댈 뿐이었다. 뒤에 있던 라이칸은 버트가 잠잠해지자 음경 끝으로 음부를 눌렀다. 뜨뜻한 감촉에 버트가 눈물을 흘렸다.

농담이 아니다. 정말로 이 늑대에게 겁탈당하게 생겼다.

그렇게 음경은 서서히 미끄러져 들어갔다. 버트는 아래쪽에서 밀려오는 이질감을 느끼고 필사적으로 탈출하려 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건 로그아웃 창.

버트는 여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로그아웃이 안 됐기에 항상 포기했다. 버트는 바르르 떨면서 로그아웃 버튼을 눌렀고 나가겠냐는 질문이 나왔다.

된다!

전투 상태가 아니라 판단된 건지 정상적으로 로그아웃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체 없이 '예'를 누르려던 순간…… 라이칸의 음경이 버트의 질 안으로 전부 들어섰다.

버트는 뱃속을 꽉 채우는 녀석의 육봉에 이제껏 맛본 쾌감과는 궤를 달리하는 걸 느꼈다.

‘아, 안 돼……’

뜨겁다.

흥분이 차오른 그녀의 몸은 터질듯이 발기한 라이칸의 성기만큼이나 뜨거워졌다. 라이칸은 킥킥거리며 그녀의 머리에 침을 뚝뚝 흘렸다.

“흐갸앗!”

짜릿한 느낌에 로그아웃을 못했던 버트가 다시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결합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라이칸이 하반신을 최대한 뒤로 뺐다. 라이칸의 성기가 버트의 체내에서 애액으로 푹 젖은 채 반쯤 삐져나왔다. 그 상태에서 다시 앞으로 밀어 넣자 라이칸의 성기가 다시 깊이 들어섰다.

“흐윽! 읏……! 앙……!”

이 한 번의 동작까지 버트는 침을 삼키면서 간신히 참았지만 결국 신음을 터뜨렸다. 라이칸은 생각 외로 버트가 조이는 맛이 좋아 망설임 없이 허리를 흔들었다.

쯔퍽­ 츠퍽­

질척거리는 소리가 버트의 앙탈과 다른 라이칸들의 비웃음과 섞여 들렸다. 버트는 허물어질 듯한 눈빛으로 앞뒤로 들썩이는 손을 뻗었다.

로그아웃 버튼. 누르기만 하면 여기서 벗어날 수 있다.

‘도망칠 수 있…… 어……’

도망칠 수 있다.

이 지옥에서 달아날 수 있다. 그러면 머리를 장악하는 이 기분 역시 떨쳐낼 수 있다.

‘아.’

우뚝 멈춰버린 손. 로그아웃을 하려던 손은 힘없이 내려갔고 창을 꺼버렸다.

버트는 그 순간부터 앙앙거리며 더 음탕하게 신음을 쏟아냈다. 라이칸들은 그녀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언제부턴가 그녀를 풀어주었다.

그나마 자유로워진 버트는 저항하지 않았다. 라이칸에게 쑤셔 박히면서 두 손으로 땅을 짚어 상체를 일으켰다. 그야말로 개처럼 네 발로 엎드려선 라이칸과 교미를 즐겼다.

버트와 섹스 중인 라이칸은 어깨에 앞다리를 올리고 허리를 흔들어댔다. 그 상태로 버트가 앞으로 허물어지려는 걸 붙잡은 채 섹스를 즐겼다. 그리고 얼마안가 묽은 정액을 뿜어댔다.

“흐아아앙­!!”

첫 질내사정과 함께 버트는 절정을 맛보며 상체를 늘어뜨렸다. 내부에 쏟아지는 정액에 허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그래서 상반신을 따라 하반신도 늘어지려 했지만 엉덩이를 치켜든 채 꼼짝 할 수 없었다. 라이칸의 음경이 걸려있기 때문이었다.

라이칸은 헐떡대며 음경을 쑥 뽑아냈다. 희멀건 정액과 애액이 섞여 바닥에 툭툭 떨어졌다. 동시에 다른 라이칸이 전 녀석처럼 하반신을 맞댔다.

“헤윽…… 흑…… 흐윽……”

버트가 눈물 섞인 웃음을 보이며 살짝 엉덩이를 흔들었다. 버트가 힘들다는 표현을 한 것이었지만 암만 봐도 수컷을 유혹하는 암캐의 몸짓이었다.

라이칸은 망설임 없이 음경을 밀어 붙였고 버트는 2번째 섹스를 시작했다.

쯔퍽­ 퍽­ 쯔퍽­

“앙! 앙­! 앙……! 앙……!”

섹스 횟수는 점점 늘어났다. 네 번, 다섯 번까지 하고나선 처음 했던 녀석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쯤 되니 버트가 실신을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히…… 힘드러…… 힘…… 드러……”

버트는 그렇게 헤까닥한 표정으로 로그아웃 되었다.

“이거 왜이런데?”

“기절했나보지. 우린 하던거나 마저 하자고.”

라이칸들은 실신해버린 버트의 하반신에 남은 성욕을 풀었다. 그리고 질릴 때가 되었을 땐 버트의 몸은 묽은 정액과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찐득하고 질척해진 버트는 흐릿해진 눈으로 꼼짝하지 않았고 라이칸들은 그런 버트를 물고 어느 곳으로 옮겨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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