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판타지아-2화 (2/104)

〈 2화 〉 2 ­ 검은 동굴 中

* * *

버트는 돌발 퀘스트로 추정되는 지금 상황에 몰입하고 있었다.

‘마신이라? 여기서 어떻게 전개 되려나.’

확실히 흥미롭긴 했다. 하지만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에 조금 답답했다. 그때 그림자라고 명명된 녀석들이 쪼르르 달려왔다. 이렇게 보면 제법 귀여운 모습이었다. 팔도 짤막하고­

……!?

녀석들은 짧은 팔을 길게 변형시켰다. 그리곤 버트의 장비를 하나둘씩 벗겨냈다.

버트는 이 조그만 녀석들이 그 묵직한 쇠갑옷을 어떻게 옮기는지 의문이 들었다. 자기도 들기 쉬운 것이 아니었는데!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순식간에 하얀 나시티와 속옷만 남겨지고 나서야 상황 파악이 됐다. 버트는 낼 수 없는 비명을 마음속으로 꽥꽥 질러댔다.

이게 다짜고짜 무슨 짓인가! 뒤늦게 생각한 거지만 그 어떤 게임에서 몬스터가 플레이어의 장비를 훔친단 말인가!

선정성이 짙은 게임의 경우 장비 일부가 박살이 나서 노출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처럼 벗겨내는 경우는 없었다. 상식을 뛰어넘는 게임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라니? 거기에 뒤이어 들려오는 지시는 버트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자! 이제 씨앗을 심을 곳을 찾아라! 그리고 조금이라도 그릇을 상하게 했다간 햇빛형을 받을 줄 알아라! 그건 곧 그림자의 지도자인 나를 모독하는 행위이자 리아주크 님을 욕되게 하는 짓이니까!”

별다를 것 없이 생긴 그림자의 말에 나머지 그림자들이 기합을 내며 하나둘씩 버트의 몸에 손을 댔다.

‘읏……’

간질거리는 느낌. 버트는 감각까진 마비되지 않았단 걸 알았다. 녀석들의 손은 생각 외로 부드럽고 말랑거렸다.

그림자들은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조심조심 그녀의 손을 들어 손바닥을 살피거나 팔을 건드려보거나 아니면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구경했다. 그게 귀여워서 지금 무슨 꼴인지도 잊고 속으로 웃었다.

그러던 중 한 그림자가 버트의 코에 서서 한 손을 들어 올렸다. 녀석은 장비를 벗겨낼 때처럼 손을 날렵하게 변형시켰다. 그러더니 손을 주저 없이 입 속에 처박았다.

버트는 가까이서 보니 더 흉측한 손을 보고 놀랐다. 그리고 입 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에 뛰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생긴 것과는 달리 별다른 고통이 없었다.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그녀의 입 안을 헤집은 손을 시작으로 다른 그림자들도 본격적으로 버트의 몸 구석구석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녀석들의 손이 안 닿는 곳이 없었다.

귓바퀴, 입술, 겨드랑이, 발가락, 배꼽, 등, 목덜미.

물컹물컹한 놈들의 손이 이곳저곳을 만지고 있을 때 몇 그림자가 말하였다.

“이쪽 구멍은 너무 좁아!”

“여긴 큰 데 안쪽까지 심어지지 않을 거 같아!”

이러한 보고가 이어질 때 버트는 기분이 묘해졌다. 간질거리는 느낌이 쌓이고 쌓였다. 축적된 간지러움은 그녀의 뇌를 자극시켰고 몸에 서서히 영향을 미쳤다.

입을 휘젓던 그림자가 손을 빼내자 그녀의 혀가 입 밖으로 덩달아 빠져나왔다. 침이 몇 방울 떨어졌다. 버트는 더위 타는 강아지 같은 모습으로 숨을 고르다가 녀석들의 추가적인 행동에 경악했다.

녀석들은 뒤이어 남은 속옷까지 벗기려들었다. 녀석들 딴엔 아직 살펴보지 않은 이곳에 답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한 것이겠지. 하지만 버트에겐 달갑지 않았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게임에서 나가려고 하였는데…… 이게 웬일. 접속 종료가 되지 않았다. 사유가 무엇 인고 하니 떠오르는 문구는 단 하나.

[ 전투 중. ]

버트는 속으로 듀크 사를 향해 온갖 애매한 욕을 했다. 그러다 남은 천 쪼가리들이 힘없이 뜯겨지는 것을 보고 절규했다.

버트는 얼마 못가 완전히 나신이 되고 말았다. 캐릭터를 만들 때나 봤던 매끈한 몸이 무방비하게 드러났다.

극도의 수치심……!

이렇게 강제적으로 발가벗겨지다니. 그것도 한 방도 안 될 거 같은 잡몹 들에게!

버트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들은 계속 탐사 했다. 우선 그녀의 부드러운 젖가슴을 건드려보더니 물건을 감정하듯 살펴보기 시작했다.

버트는 그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걸 맨 정신으로 볼 수 없어서였다. 그때 가랑이 사이로 느껴지는 간질거림에 눈을 뜨고 시선을 내렸다. 녀석들은 그녀의 다리 사이에 몰려있었다!

‘아, 아!? 안 돼……!!’

버트의 외침은 터지지 않았다. 당연히 들리지도 않을 버트의 말은 묻혀버렸다.

그림자 중 하나가 그녀의 미끈한 음부에 착 손을 대고 위아래로 문질렀다. 버트는 그곳에서부터 몸 전체로 전기가 퍼지는 느낌을 받았다.

곧이어 다른 그림자들이 따라서 꾹꾹 눌러대거나 문질러댔다. 처음 만진 그림자가 하는 게 재밌어 보였나보다.

버트는 부끄러움과 함께 이상한 기분이 들어 몸부림을 치고 싶었다.

“갈라져 있다.”

단순한 선이 아닌 두 개의 살점이란 걸 알아챈 그림자가 자신이 본 것을 말했다. 그러자 너도나도 그걸 보겠다며 음부의 균열을 구경했다.

녀석들은 그게 퍽이나 신기한지 감탄을 했다. 그 중 하나는 손으로 꾹 눌러보았다. 작은 그림자의 손이 꼭 닫혀있는 대음순 안으로 밀려들어가더니 그대로 소음순까지 닿았다. 여지껏 수음(손으로 하는 자위행위)조차 해본 적 없는 버트는 이전과는 다른 자극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깊이, 더 깊이 들어간 그림자의 손은 그녀의 내부에서 처녀막을 아슬아슬하게 건드려댔다. 흘러나오는 애액으로 뒤범벅이 된 그림자는 적합 판정을 내리고 씨앗을 들고 있는 대장 그림자에게 엄지를 들어보였다.

그러자 녀석은 쪼르르 달려오더니 버트의 음부를 향해 씨앗을 겨누었다. 처음 그림자가 했던 것처럼 씨앗을 있는 힘껏 밀어 넣었다. 작은 그림자의 손보다 더 굵은 씨앗이 미끄러져 들어갔고, 버트는 입술을 살짝 물며 교성을 냈다.

씨앗은 그림자의 몸뚱이만큼이나 부드럽고 탄력적이었다. 거기에 애액 덕분에 쉽게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씨앗은 그녀의 처녀막을 찢고 들어가 그 피를 빨아들였다.

버트는 통증 없이 쾌락이라는 낯선 감정만 맛보면서 서서히 마비가 풀려가는 몸으로 몸부림쳤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 따위는 잊고서 오로지 신음을 내는 데 급급했다.

“으음?! 그릇이 괴로워하고 있다. 씨앗을 받아들이지 못 하는 건가!?”

씨앗을 밀어 넣던 대장은 버트의 신음과 몸짓을 보고 착각했다. 그래서 손과 함께 넣었던 씨앗을 빼내려 했다. 당연히 밀어 넣을 때처럼 질벽 곳곳이 스쳐서 자극되었고 버트는 발끝으로 바닥을 긁으며 다리를 오므렸다. 신경 자극이 일어나면서 벌어진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씨앗을 심는 데 집중하던 그림자들은 대장이 멈추니 불만을 품었다. 녀석들은 버트를 보지도 않았기에 왜 그러는지 몰라서였다.

“잘 들어가고 있다! 왜 안 넣냐!”

한 그림자가 자신의 손을 변형시켜 음부의 희미한 틈을 파고들어 씨앗을 밀어 넣었다. 그러자 다른 그림자가 끼어들곤……

“으뜸이 뺀다는데 왜 그러냐!”

그 그림자처럼 똑같이 손을 보태어 씨앗을 잡고 끄집어 당겼다. 그러니 이번엔 또 다른 녀석이……

“오래 기다렸다! 그냥 바로 심자!”

밀어 넣고…… 이어서 다른 녀석이 넣고, 빼고, 밀고, 당기고…… 이러기를 여러 번.

버트의 질내에선 씨앗을 중심으로 모든 그림자들의 손이 합쳐졌다. 손가락 서너 개 정도를 합친 굵기의 막대와 같은 모습. 그렇게 합쳐진 팔을 살아 움직이듯 꾸물거렸다.

아무리 녀석들의 몸이 유연해도 비좁은 질내에선 한계가 있었다. 버트의 질은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최고조로 늘어나있었다. 무엇보다 하나라 합쳐졌어도 녀석들의 싸움은 끝난 게 아니었다.

이 상태로 씨앗을 빼려던 그림자와 넣으려는 그림자의 다툼은 계속 되었다. 덕분에 이 그림자 막대는 버트의 질내를 빠르게 왕복하며 휘저어댔다.

버트는 어떻게 되었을까. 우선 반쯤 풀린 두 눈은 어딜 보는 것인지 초점이 흐릿했다. 얼굴은 눈물과 콧물, 침으로 범벅이 되어 줄줄 흘렀다. 음액으로 바닥이 흥건해진 건 기본 도중에 실금도 했는지 누런 액체도 섞여 있었다.

다리를 좁힐 힘도 없이 벽에 기대어 혀를 빼물고 늘어져있던 버트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헤헤 웃으며 말했다.

“그마안…… 그만해…… 힘드러어…….”

혀까지 꼬여버려 발음도 제대로 안 되는 버트의 말에 한 그림자가 그녀에게 신경이 쏠렸다.

결국 팽팽하던 싸움은 밀어 넣는 쪽이 미세하게 우세를 점했고 결국 씨앗은 깊이 쑤셔졌다. 그녀의 배에서 검은 빛이 터졌다. 동시에 몇 번의 오르가즘 끝에 버트는 마지막 절정을 느꼈다.

버트는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터뜨렸고 그대로 실신해버렸다.

*

은송은 멍하니 앉아 흠뻑 젖은 아랫도리를 내려다보았다. 반바지는 물론 침대까지 액체로 뒤덮여 있었다. 찝찝할 법도 하건만 은송은 붉어진 얼굴로 멍청하게 앉아있을 뿐이었다.

다짜고짜 게임에서 첫 경험을, 그것도 정신이 나갈 정도로 겪었으니……. 거기에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속도로 몰아붙여져 여운이 상당히 깊었고 그녀의 머릿속에 똑똑히 각인되었다.

은송은 아직까지 저릿대는 음부와 함께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 다리에 순간 힘이 풀려 휘청거렸다. 여전히 몸에 오르가즘의 충격이 남아있었다. 은송은 간신히 중심을 잡고 욕실로 향하였다.

바지를 벗으니 안은 겉으로 보인 것보다 심각했다. 끈적하게 늘어지는 애액은 둘째 치고 하얀 팬티가 젖다 못해 아예 애액이 고여있었다. 하긴 바지만이 아니라 침대까지 적셔놓을 정도였으니…….

“으으…….”

은송은 옷가지를 들고 욕실로 들어섰다. 잠깐 거울에 비친 은송의 나신이 판타지아의 버트와 겹쳐져 보였다. 그러다 서서히 현실의 은송으로 돌아왔다.

버트와 달리 머리칼도 짧고 머리색도 까맣고 키도 작았다. 몸매도 그리 좋지 않은 그냥 평범한 소녀였다. 이제껏 평균이라 자부했던 그녀가 눈에 띄게 예뻐진 모습을 겪어보니 자신은 별 거 아니었단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 번 버트가 되고 싶었다. 원래 없었던 것보다 가졌다가 잃어버린 것에 대한 집착이 크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은송은 게임에 접속하고 싶었지만 다시 들어가게 되면…….

‘일단 씻자…….’

은송은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으며 몸을 씻었다. 씨앗이 박힌 뒤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버트는 어떻게 된 것일까. 지금도 그림자들에게 농락당하고 있을까?

은송은 욕조에 몸을 담갔다. 뜨끈뜨끈한 물이 버트의 전신을 데우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친 은송을 위로해주었다. 동시에 떠올랐다. 뱃속을 휘젓던 그림자들의 손과 그걸 즐기던 자신의 모습이…….

“아…… 아냐! 내가 무슨 야동 배우도 아니고!”

은송은 스스로의 생각을 부정하며 얼굴까지 몸을 가라앉혔다. 얼굴에 열기가 쏠리면서 정신이 확 들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제 판타지아를 하지 않겠다고!

*

다음 날, 동혁과 세영의 메시지 폭탄에 핸드폰을 꺼내서 음성방을 열었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동혁이 선수를 쳤다.

“뭐야! 하루만 하고 접는단 사람은 처음이야!! 대체 뭐 때문에 그래?! 공부 때문이냐! 그게 문제냐 이 공부 벌레야!”

“시끄러. 그깟 게임 안 한다고 뭔 일 나냐. 그리고 내가 이런 적 한두 번이야?”

“그깟 게임이라니?! 여태껏 같이 했던 것들은 그렇다 쳐도 이번 건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왜?! 장학금 노리고 있는 거야?! 아니면 엄크라도 떴어?!”

“좀 다물어봐. 은송이도 무슨 일이 있었겠지.”

세영은 동혁을 점잖게 꾸짖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동혁이 말은 신경 쓰지마. 아무튼 아쉽다…… 판타지아는 수면 기능도 있어서 매일 잠자면서도 할 수 있거든. 그래서 여차하면 수면 보조 기구라고 속이면서 할 수도 있어.”

제법 솔깃한 말이었다. 낮엔 학업, 밤엔 게임. 그것도 수면에 지장이 가지 않고 할 수 있다니.

하지만 은송은 고개를 저었다. 다신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니까!

*

며칠이 지났다. 은송은 학교에 가야 하니 교재를 챙기고 있었다. 그러다 무거운 교재 하나를 들다 떨어뜨렸다.

“아.”

문득 판타지아로 연결시켜주는 헬멧이 눈에 들었다. 생각해보니 한 구석에 처박아두기만 하고 치운다는 걸 깜빡했다.

‘접속을 안 하면 그 기간 동안 방치된다 이거지……?’

은송은 세영이 했던 말 몇 가지를 떠올렸다.

판타지아는 철저하게 리얼 타임이었다. 시간 왜곡으로 현실 시간과 최대 8배까지 차이가 난다하나 시간이 흐른다는 건 똑같았다. 접속하지 않은 캐릭터는 수면 상태나 다름없었다. 이 때 동안 암살을 당할 수도, 물건을 뺏길 수도 있었다.

심지어 장기간 들어가지 않은 캐릭터는 아사 당하기도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접속을 끝낼 땐 안전한 곳에서 끊고 게임과의 시간 싱크로율도 현실과 1:1로 맞춰놓았다. 그러면 하루 쯤 접속하지 않더라도 캐릭터도 하루 정도의 시간만 겪었다.

어쨌든 버트란 캐릭터는 현재 검은 동굴에 잡힌 상태에서 약 이틀 간 접속하지 않았다. 시간 싱크로율도 최대치로 맞춰놨으니 근 2주, 아니 지금이 늦은 저녁이니 3주 가까이 방치된 것이다.

어떻게 됐든 간에 버트는 이미 아사하고도 남을 시간. 캐릭터가 죽게 되면 마을로 돌아간단 정보를 알아낸 은송은 헬멧에 손을 댔다.

한번…… 들어가볼까……?

그러다 문득 어떻게 접속이 종료된 건지 의문이 들었다. 그걸 안다면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탈출할 수 있지 않은가. 그래서 세영에게 물어볼까하다가 접었다고 한지 며칠 되지도 않은 게 신경쓰였다.

…… ……

그냥 들어가 보자.

그날 밤. 은송은 젖은 머리를 닦으며 핸드폰을 켰다. 동혁의 꾸준한 게임 권유와 세영의 안부 메시지를 확인하고 헬멧을 착용했다. 머리가 푹신하니 자는 덴 지장이 없겠지만 목이 좀 뻐근할 것 같단 생각을 하며 편안하게 누웠다.

그리고…… 접속하였다.

문자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새까만 화면이 눈을 가렸다. 곧이어 서서히 시야가 돌아오자, 은송, 아니 버트는 자신이 누워있음을 깨달았다.

몸을 일으키자 버트는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우선 캐릭터가 죽지 않고 아직 검은 동굴에 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안 먹고 살아있는 걸까.

그 다음 발가벗겨져서 그림자들에게 둘러싸여져 있단 것이었다. 어째서 캐릭터가 살아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해결하기도 전에 난제가 끼어들었다.

그때 그림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깨어났다! 그릇이 깨어났다!”

그 외침에 그림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그녀가 있는 곳으로 몰려들었다. 대체 이곳엔 얼마나 많은 그림자들이 있는 거지?

동굴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득 찬 녀석들을 황망하게 보았다. 문득 알몸인 걸 깨달은 은송은 한쪽 다리를 끌어오며 팔로 말캉한 가슴을 가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림자들은 서로 쑥덕였다.

“무사하다! 씨앗은 성공적으로 심어졌다!”

“리아주크 님이 은혜를 내렸다!”

“……저기.”

좋아라하는 그림자들을 보며 버트는 조심히 입을 열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그녀에게로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 시선에 버트는 긴장하며 말했다.

“나…… 가도 될까……?”

이런 질문을 한 이유는 여전히 로그아웃이 되지 않아서였다. 전투 중이라고만 뜰뿐 다른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우선 동굴을 벗어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당장 가진 장비가 없는 그녀는 그들과의 대화를 먼저 시도했다. 만약 그녀에게 장비가 있었다면 최소한 반항이라도 해보겠지만……

수도 수이거니와 이런 모습으로 싸울 수는 없었다. 물론 긍정적인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보아하니 뭔가를 오래 기다렸던 것 같은데, 그게 자신인 듯 했다.

“안 된다. 아직 육신이 괜찮은지 모른다.”

대답은 예상대로­

……?

“어…… 응?”

“그릇, 넌 씨앗이 심어지고 쭉 기절했다. 풀을 뜯어 바르고 먹였지만 괜찮은 건진 모른다. 확인해야 한다.”

나름 정중한 반말에 버트는 어떻게 자신이 살아있는지에 알게 됐다. 버트로선 참으로 운이 없는 일이었다.

그냥 그대로 죽었다면 이곳을 벗어났을 텐데…… 하지만 그만큼 그들에게 자신이 필요하단 걸 알 수 있었다.

“응?!”

고민에 빠져있을 때 양쪽 어깨를 감싸는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등 뒤에서 그림자 하나가 손을 크게 키워서 어깨를 잡아 주무르는 모습이 보였다.

버트가 뭐라 하기도 전에 다른 그림자가 한쪽 발에 붙어선 발바닥을 꾹꾹 눌러주었다. 그렇게 하나둘 버트의 몸에 들러붙어 기분 좋게 주물러주는 사이 그림자 하나가 말했다.

“그릇, 계속 약해져서 계속 살렸다. 몸이 군데군데 단단해져서 주물러서 풀었다.”

“으흥…… 응…….”

버트는 알몸인 것도 잊고 정성스러운 마사지에 콧소리를 냈다. 워낙 녀석들의 촉감이 좋기도 했고 여기저기 시원하게 주물러주었다. 기분이 안 좋을래야 안 좋을 수 없었다. 돈 주고 받을 수 있는 전신 마사지를 게임에서 받다니! 의외로 괜찮은…….

“엉……?”

눈을 감으며 마사지를 음미하던 버트가 놀라서 아래를 보았다. 가슴에서도 손길이 느껴져서였다.

그림자 둘이서 가슴에 한쪽씩 붙어서 쓰다듬는 모습이 눈에 들었다. 버트는 그들을 제지하려고 손을 들다 멈추었다. 양 손을 붙잡고 열심히 꾹꾹 눌러대는 그림자들을 때문이었다. 이 작은 녀석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에 자기도 모르게 멈칫했다. 음흉한 짓을 하려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그림자 둘은 이 말랑말랑한 살덩이(가슴)를 어떻게 풀어줄까 분석하며 주무르기 바빴다. 두 그림자가 새하얀 유방을 이리 눌리고 저리 눌리는 사이.

그림자 하나가 어딘가를 주시하였다. 우연치 않게 그 녀석의 눈을 본 버트는 경악했다. 녀석은 분명 가슴 끝자락을 보고 있었고 그곳을 향해 손을 늘리고 있었다.

이번엔 안 되겠다 싶어서 소리치려했지만 그림자가 한 발 더 빨랐다. 바짝 선 선홍빛 유두가 녀석의 손에 꽉 잡혔다. 버트는 헛숨을 삼키며 입술을 깨물었다.

찌릿거렸다. 가슴이 저릿거리면서 그녀의 숨을 조였다. 그림자는 충혈 되어 단단해진 유두를 잡고선 이리저리 기울여댔다.

헌데 계속 제자리로 돌아왔다. 녀석은 단단해진 걸 풀어줘야겠다 싶어서 한쪽은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주고 다른 쪽은 빙글빙글 돌려주었다. 버트는 윽윽거리며 소리를 참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녀석이 꼭 집은 유두를 당기는 순간 버트가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러자 모든 그림자가 동작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실수를 저지른 아이들이 꾸중을 겁내는 것 마냥 녀석들은 달달 떨었다.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고 그중 하나가 용기 내어 물었다.

“왜, 왜 그러냐? 어디 안 좋은 거냐? 아픈 데를 건드렸냐?”

버트는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라 얼굴을 붉히며 당황했다. 어떻게 기분이 좋아서 그랬다고 말할까. 그저 대답 하지 못하고 유두에 손 대고 있는 그림자를 힐긋거렸다. 그러자 한 녀석이 눈치 채고 그 그림자를 향해 소리쳤다.

“저 놈이다! 그릇을 아프게 했다!”

“괴롭게 만들었다! 햇빛형이다!”

“와아아!”

갑자기 선동하는 분위기에 버트가 당황해서 손을 내저었다.

“아, 아냐! 걔 때문은 맞는데 아팠단 건 아니…….”

“저 놈이 맞다! 잡아라!”

“잡아라! 잡아!”

“그만……! 아니라니까!”

버트의 외침에 그림자들이 그녀가 방금 소릴 질렀을 때처럼 일제히 멈추었다. 버트는 새빨갛다 못해 터져버릴 듯한 얼굴로 고갤 숙이며 실토하였다.

“소…… 소리 지른 건…… 기분 좋아서 그런 거야…… 아파서 그런 게 아니라……”

그녀의 말에 그림자들이 서로를 멍하니 쳐다보았고 버트는 부끄러움에 이를 악물었다. 졸지에 이런 민망한 고백이라니…… 그러나 녀석들의 반응은 희한했다.

“어떻게 하면 기분이 좋아지나? 기분이 좋다는 건 기쁘단 건가?”

“어…… 엉? 그, 그렇지 아무래도……?”

“어떻게 해주면 되나! 녀석처럼 주물러주면 되나!”

“아, 아니 그…… 아까처럼만 해줘도 괜찮……”

그녀의 말에 그림자 하나가 나섰다.

“하지만 우리가 방금 해줄 땐 소리 안 질렀다. 쟤가 할 땐 소리 질렀다. 우리도 소리 지르게 해주고 싶다. 우린 리아주크 님의 그릇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

“그릇이 기쁘단 건 리아주크 님이 기쁜 것! 리아주크 님을 위해!”

열렬한 반응에 버트는 난감해하면서도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녀석들의 손길은 황홀할 정도로 좋았다.

문제라 한다면 양심에 찔리단 점이었다. 이 음란한 행위를 이성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도덕심이 붕괴되는 기분이라 해야 할까. 무엇보다 나름 애쓴다곤 하나 녀석들의 그 순수한 의도는 파렴치한 짓밖에 안되었다.

쉽게 말해선 범죄. 거절해야 한다. 성실한 학생이자 국민으로써……

“아…… 아까처럼 다시 해줘…… 그, 그럼…… 조…… 좋은 데 말해줄게…….”

어?

입은 따로 놀았다. 부끄러움에 숨이 턱턱 막힌다.

아찔해지는 정신을 간신히 잡고 두 다리를 쭉 폈다. 두 손은 뒤쪽 바닥을 짚으며 상체를 뒤로 기울였다. 이렇게 자세를 잡아주니 그림자들은 곧장 너도나도 하겠다며 더듬어댔고 버트는 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녀석들이 유두를 비틀어 당기거나 음부를 긁어줄 땐 야시시한 소리를 내기까지 했다. 버트는 민망해하면서도 어디어디가 좋다고 일일히 말해주었다. 말로서라도 이 쾌락을 토해내고 싶어서였다.

그림자들은 버트가 희한한 소리를 내는 걸 좋다는 뜻으로 학습했다. 그래서 그녀가 소리를 높이는 부분을 찾아 간질어주거나 문질러주었다. 덕분에 이젠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버트가 좋아하는 곳을 찾아냈다. 버트는 자신도 몰랐던 성감대가 하나둘씩 발견되자 고개를 꺾으며 기뻐하는 한편 그 부분을 기억해두었다.

등의 날개뼈 부근.

척추가 그려지는 선.

발가락 사이, 발등, 골반 주변, 뒷목, 가슴 밑 선……

대체 몇 군데일까. 예민한 부분은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 기억한 것보다 도중에 놓친 게 더 많았다. 혹시 몸 전부가 성감대인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림자들이 만져서 기분이 좋은 게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그들의 능숙한 애무 덕에 버트는 약하게나마 오르가즘을, 그것도 여러 차례 맛보았다. 전신의 힘이 빠져나가고 발끝에서부터 머리까지 소름이 끼치는 그 느낌은 정말 짜릿했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힉힉 소리를 내며 몸을 뒤틀었다. 그 순간 그림자들이 한 차례 긴장하였으나 곧 좋아서 나오는 반응이란 걸 깨닫고 계속 해서 손을 움직였다.

“좋으냐?”

그림자의 물음에 버트가 숨을 헐떡대며 대답을 망설였다. 버트의 상태를 확인하려는 질문이었지만 왠지 그녀는 짓궂은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뜸을 들이니 그림자는 불안해하며 되물었다.

“싫으냐?”

그 물음에 나머지 그림자가 화들짝 놀라 애무에 박차를 가했다. 은은했던 방금과는 달리 격한 애무에 버트는 끙끙거렸다.

가슴 속에서 뭔가 터질 것 같았다. 그래서 억누르고 억눌렀지만 너무 거대해졌다.

그렇게 참고 참다가 결국

“좋…… 좋아! 너무웃…… 기분 좋아앗……!”

버트는 꼭꼭 숨겨둔 비밀을 밝힌 것처럼 쾌락에 일그러진 얼굴로 크게 소리쳤다. 그 외침 이후로 버트의 신음은 더욱 야릇하고 노골적으로 변하였다. 침을 질질 흘리며 요사스러운 웃음을 흘려대니 그림자들 역시 신이 나서 손을 놀렸다.

땀이 흐르고 애액이 새어나왔다. 버트의 몸에서 체액이란 체액이 모조리 흘러내렸다. 그러던 중 그림자 중 하나가 축축한 음부를 벌리며 헤집었다. 그러던 중에 뭔가를 발견하고 그것을 건드렸다.

붉게 달아오른 콩알만한 살점. 으레 클리토리스(음핵)라 불리는 게 만져지자 버트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고개를 뒤로 꺾었다.

지금껏 느낀 게 찌릿찌릿한, 전기가 오르는 느낌이라면 방금의 자극은 흡사 감전과도 같았다. 머리가 새하얘지면서 이성이 날아갈 것 같은 느낌. 녀석들에게 첫 경험을 당했을 때의 그 기분이 다시 펼쳐졌다. 버트는 방금의 감각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눈을 부릅뜨고 다급하게 외쳤다.

“거기……! 거기 좋아……!! 미칠 거 같아……! 더……! 더 해줘어……!!”

그림자들이 의아해하며 여기저기를 건드려보았다. 그러다 벌려진 음부에서 빨갛게 달아오른 음핵을 건드렸을 때 그녀가 미친 듯이 소리치는 걸 확인했다.

“내가 할 거다!”

“아니, 내가 기쁘게 해줄 거다!”

“비켜라!”

그림자들은 사탕 하나를 놓고 다투는 아이들 마냥 이곳으로 손이 집중되었다. 덕분에 음핵에 가해지는 압력은 더 커졌다. 그 상태에서 이리 당겨지고 저리 당겨지니 쾌락이 켜켜이 쌓였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비틀리고 당겨지는 음핵으로 인해 버트의 몸은 물풍선이 한계까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다가 터져버린 것처럼 극한의 오르가즘을 겪었다.

“아­ 아­ 아­!”

버트는 음액을 내뿜으며 아직까지도 차오르는 자극이 전신을 맴도는 걸 느꼈다.

늘어지는 몸. 여전히 몸을 주물러대는 그림자들을 보며 색기 넘치는 웃음을 보였다. 그리고 계속 되는 애무에 부르르 떨다가 기분 좋게 눈을 감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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