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판잣지붕위의 부러진 피리 (7부) (7/48)

아침식사를 마치고 일을 나갈때까지 엄마는 아예 나와 눈도 마주치기를 꺼려하셨다. 뭐라고 변명이라도 하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무릅꿇고 용서라도 빌고싶었다. 차라리 속시원하게 두들겨 맞기라도 하면........ 하지만 엄마는 나에게 시선도 마주칠려고 하지않았고 말또한 건네지도 않았다.

간밤에 자신의 약점을 잡아서 자신을 아들이 엄마의 몸을 능욕했다는 사실에 크게 분노하고 계신걸까? 한번도 아닌 두번씩이나...... 엄마를 능욕했으니........

식사가 끝나고 대충의 설겆이가 끝나자 엄마는 서둘러 집을 나가셨다. 바쁘게 집을 나서는 엄마를 엉겁결에 나도 따라나서고 있었다.

아직도 겨울밤은 긴지 이제서야 뿌옇게 동쪽하늘 저편이 밝아오고 있었다..........

총총히 바쁘게 언덕을 내려가는 엄마의 애처로운 뒷모습....... 막아야한다. 그래 차라리 가족셋이서 얼어죽든 굶어죽든 그 방법을 택하는게 낫지........ 이런식으로 엄마를 밖으로 내돌리는 파렴치한 방관은 더이상.........

허겁지겁 앞서가는 엄마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런 나를 엄마는 비켜서며 계속해서 나를 피한체 나갈려고 한다. 서둘러 엄마의 어깨를 잡고 늘어지며 제지한다.

[ 비켜! 너랑 할말없어..... ]

얼음장보다 더 차가운 말투..... 뭐라 할말이 없어져버린다. 하지만 뭐라 말을 해야만했다.

[ 어..엄마.. 제발...가지마.... 제발... 내가...내가 일을 구해볼게... 응?제발..가지마...... ]

[ 너...란...... 아이 꼴도 보기싫어.... ]

나의 애원과 만류에도 엄마의 냉담한 반응...... 나를 아예 상대도 하기싫어하는듯한 차가운 말투..... 두눈에는 나를 향한 원망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하지만 엄마가 그렇게 나오면 나라도 사죄를하며 용서라도 빌고 엄마의 화를 식혀드려야하는데..... 나란놈은 당체 성깔이 더러워 쳐먹어서인지 엄마가 그렇게 나올수록 가슴속에서 오기만이 치솟아 올랐다. 나란 놈은 도무지 인성교육이 덜된 놈일까?왜 마음은 안그러한데 내 행동은 그와는 정반대로 자꾸만 행동해버리는지.........

[ 좋아.... 엄마 마음대로해.... 마음대로 하라구. 가서 다시 그 소장놈앞에서 가랑이를 활짝 벌여줘버려!! 실컷 즐기다가 오라구. 소장놈앞에서 엉덩이를 흔들어대며 아주 음란하게 행동해봐!! 혹시 알아?집한체라도 사줄지 실컷 즐기다가 오라구.... 실컷.... 엉엉.... 오늘밤도 엄마를 괴롭혀줄거야..엉엉.. 어젯밤보다 더 괴롭히고 고문할거야... 소장놈의 정액이 가득한 그 음탕하고 불결한 거기를 밤새껏 괴롭혀줄거라구!!!!!!! 엉엉엉~~~ ]

나는 거의 발악을 해가며 엄마에게 고래고래 울부짖는 고함을 질러대고 있었다. 내가 왜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모든게 서럽고 원망스러웠다. 온세상을 전부 불태우고 부셔버리고만 싶었다.

엄마는 결국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체 울음을 터뜨리면서 언덕밑으로 달려가신다...... 가엾은분.....연약한분...... 왜 자식같지도 않은 나란놈때문에 저런 고생을 하시는 것일까? 부모란 멍에가 그리도 저분의 어깨에 무거운 짐이 되는것일가? 저 아래 멀리 희미하게 사라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하염없는 눈물만 흘러내린다. 왠지 오늘따라 엄마의 저 낡고 헤진 잠바가 더욱 춥게만 느껴진다.

여전히 오늘도 품에 한가득이나 찬거리를 마련해오신 엄마.... 아버지에게 드릴것인지 담배한보루도 끼어있었다. 요즘 그래도 고급축에 속하는 환희담배를 한보루씩이나...... 늘상 지지리 궁상처럼 꽁초만을 피워대시는 아버지가 안돼보이셨나보다.

건강도 안좋은데 왜 굳이 담배를 그렇게나 피워대시는지....... 아니 능력도 안돼는거 그냥 끊어버리면 속시원할것......

[ 몸도 안좋은데 그렇게 꽁초만 피워대면 더안좋아요. 끊으면 좋겠지만 한두해 태워온것도 아니고 쉽게 못끊으실것면 좀 좋은거라도 피세요... ]

[ 원... 뭐 이런것까지.... 힘들게 추운곳에서 일해서 벌어온걸로 다음부터 이런거 사오지 말구려.... 차라리 애들...... 군것질거리라도 사다주지....... ]

말씀은 그렇게 하시면서도 얼굴에는 흐뭇한 표정의 아버지....... 애들 군것질거리라는 아버지의 말에 엄마는 다시 한번 내 얼굴을 쳐다보았으나 역시나 차가운 표정이다. 괜시리 가족사이에서 나혼자 달랑 떨어져나온듯한 이질감...... 외톨이가 된듯한 기분..... 엄마......엄마... 제발.... 그런 눈으로 나를 쳐다보지 말아요...

평소 일을 쉬었을때보다는 푸짐한 저녁상..... 엄마의 희생으로 빚은 밥과 반찬들.... 후~~~~~~식사가 끝난후 엄마는 더운물을 난로에 뎁히기 시작한다.

[ 왜? 씻을라구?날도 추운데 목욕탕을 차라리 가지그랴? 감기라도 걸리면 어쩔려구 그랴? ]

[ 아니에요.. 지금 시간에 언제 갔다와요? 그냥 오늘 좀 지저분한 곳에서 일해서.... 그냥 대충 씻을거니 당신먼저 주무세요... ]

핑계일것이 뻔한것....... 아침에 내가 한말을 기억하고 계셨던가? 분명.... 분명 엄마는 오늘도 그 돼지새기랑 살을 섞고 온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껌껌하고 매섭게 추운 겨울날 목욕탕도 아닌 집안 부엌칸에서 목간을 할리가 없다. 평소에도 거의 없었던 일이었다.

내가 어젯밤 엄마의 질안 가득 고여있었던 그 소장새끼의 더러운 정액을 발견했던것을 아시는것이다. 그리고 아침에 떠나가시는 엄마의 뒷전에 대고 고함치던 말들도.......

흥! 그렇게 불안하고 죄책감을 가질걸 왜 굳이 꼭 그래야만 하는지...... 아무래도 아무래도 좀더 내말의 설득력을 가질려면 내일부터 몰래라도 아르바이트라도 구하러 다녀야겠다. 들켜서 무슨 욕을 먹어도 좋다.

엄마의 저런 모습...... 이제는 더이상 보기싫다. 그런데 과연 나같이 아무재주도 없는 놈을 어디서 써줄지....... 후~~~

아버지는 잠에 깊히 빠지신것같다. 벽을 보고 돌아누우신 아버지의 옅은 숨소리가 들려온다.

동생이 떠나가고 이제는 그전처럼 잠자리가 꽉차는것 같지만은 않다. 언제부터인가 엄마는 아버지곁에 꼭 붙어서 잠을 자시지 않았다.

늘 아버지와 엄마의 중간에는 늘 그사이에 막내 수덕이가 자던 공간을 남겨놓고 있었다. 그 공간사이에 다시 수덕이가 와 채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엄마의 옅은 코고는 소리가 들려온다. 피곤하시겠지. 일때문인지 아니면 소장놈과의 격렬한 정사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새끼... 더러운새끼... 젊고 이쁘장한 아가씨들도 많건만 왜 유독 우리엄마에게 그토록 환장하는지... 시벌넘!! (<== 이런욕 심의윤리에 걸릴까여?ㅡ.ㅡ;; ) 다시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이제는 늘상 의무감으로라도 해야한다. 이렇듯 엄마를 괴롭히면 엄마도 내마음을 알아주겠지... 내마음을... 하지만 이렇게 엄마를 능욕하는것이 아무리 어떤 합리화를 가장한다고해서 떳떳한 것일까 아니면 내속에 숨겨진 엄마에대한 음심을 이런 합리화로 표출하는 것일까?성에 민감한 사춘기의 나.. 나는 아마 엄마에게서 여자에대한 욕구불만을 해소할려는 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주 패륜적이고 더러운 욕망을...

슬그머니 한손을 엄마의 허벅지근처에 올려놓았다. 왠지 어젯처럼 과감하고 꺼릴것없는 행동을 할수가 없었다.

그저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진다. 역시 아무리 자기변명을하고 합리화해도 해서는 결코 안될짖인가보다.

손끝에 전해오는 말랑말랑한 탄력감.... 지그시 엄마의 허벅지를 한번 눌렀다. 좋은 감촉들..느낌... 용기를 내어 어젯처럼 다리사이의 그 엄마의 신비림지대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눌렀다.

엄마의 그 둔덕을... 다시 어젯처럼 느끼고싶다. 확인하고싶다.

숨을 죽여가며 내복끈속으로 살며시 한손을 집어넣어본다. 까칠까칠한 팬티의 감촉이 느껴진다.

이마에 슬슬 땀이 배어나온다. 왜이러지?어제는 안그랬는데... 어젯처럼 당당하게 해보란말야.. 나는 스스로 최면을 걸며 다시 그 팬티속으로 손을 겨우겨우 집어넣기 시작했다.

손바닥전체에 느껴지는 따스하고 물컹한 감각들... 따스했다. 포근했다.

힘주어 엄마의 둔덕전체를 손바닥으로 감쌌다. 까실까실한 음모의 감촉들. 그속에 감추어진 촉촉한 물기를 발하는 살결의 감촉.

손가락하나를 막 엄마의 그 붉은 동구속으로 밀어넣을려는 찰라.................. 막았다. 엄마의 손이.... 분명 엄마의 손이다.

내손목을 힘주어 잡고 제지한다. 깨어있었던 것이다. 엄마는........ 가슴이 덜컹 무너지는 듯한 철렁함. 겨우 엄마의 얼굴을 쳐다볼수있었다.

짐짖 화난 모습의 엄마의 얼굴. 강하게 고개를 젖는다. 거부의 표시. 지지않을려는 나의 쓰레기같은 오기. 엄마의 힘을 누르고 결국은 손가락하나를 밀어넣는데 성공했다.

엄마의 엉덩이가 한번 움찔거린다. 이제는 두손으로 나를 막아온다.

나도 한손을 사용해서 엄마의 손들을 저지한다.

이불속에서 엄마와 나는 서로 그렇게 실갱이를 벌이고있었다. 어느순간 엄마의 손톱이 나의 팔뚝을 찍는다.

평소에는 없었던 엄마의 확고한 의지의 표출이었다.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뻔했다. 하지만 나의 손가락하나는 엄마의 질안에 여전히 틀어박힌체 요지부동이다.

아예 엄마의 질안을 손가락으로 훑어대었다. 미끌거리면서 내 손가락을 간간히 조였다 풀었다 하는 압박감.. 전에는 못느껴봐던 새로운 느낌들이었다.

엄마의 간곡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아들놈은 추잡하고 더러운 행동을 멈출줄 모르자 이제 엄마는 거의 울상이다. 하지만 확인을 해야한다. 다시 그 소장놈의 더러운 액기스가 들어있는지 확인하고싶었다.

저녁에 했던 뒷물과 목간으로 분명 확인할길을 거의 힘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엄마에게서 확인을 받고싶었다. 이런 저항이 아닌 차라리 그입으로 소장놈과 오늘은 몸을 섞지않았다고 그렇다고 한마디만 하면 한마디만 하면 증거가 소멸된 지금의 엄마의 몸안... 미심쩍어도 나는 그냥 넘어갈수가 있을것을....

엄마는 거부의 반항을 하고있는것이다. 오늘도 소장놈과 몸을 섞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듯.. 오느순간 나는 자유로운 손가락몇개를 이용해 엄마의 속살위쪽에 숨겾있던 오돌톨한 돌기하나를 찾아냈다.

여자의 음핵이었다. 바로 여자의 성감대라고 알고있는.... 바로 거기를 집어서 강하게 비벼대었다.

바로 효과가 나타난다.

[ 아흑....... 으...으.......... 으... ]

엄마는 고개를 급작스럽게 이불에 파묻고 몸을 부들부들 떠셨다. 쾌감이다. 분명 저 표현은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 으음.... 임자 모혀?안자? 잠꼬대 하는겨? 응?피곤할터인데 안자고 모하는겨?어여 자... 힘들터인데 잠이라도 푹...... 자둬야재.. ]

엄마나..... 나..... 순간 석상이 되었다. 아무 미동도 숨결도 내뱉을수가 할수가 없었다. 엄마의 질벽들이 갑자기 심하게 수축해왔다. 엄마의 질안에 들어가있는 손가락이 뻗뻗해질정도의 압박감.... 대단.......대단했다.............

[ 아..아..음... 예..이제 잘거...에...요... ]

엄마가 갑자기 몸을 홱 돌려버린다. 그바람에 엄마의 질안에 들어가있었던 내 손가락이 빠져버리고만다.

미끈하고 뜨스한 걸죽한 애액들이 가득이나 묻어있었다. 이것이..... 이것이... 여자들의 그 액체?엄마는 내쪽에서 저만치 물러가더니 아버지품곁으로 바짝 몸을 붙인다.

나에게서 피할려는 속셈이다. 나도 슬그머니 엄마의 곁쪽으로 몸을 붙혔다. 하지만... 엄마는 어둠속에서도 훤히 보일정도로 아버지의 가슴에 팔을 두루고 아버지의 품을 파고든다.

생전 보지못했었던 엄마의 모습이었다. 역시 아버지도 이외인듯 말투에서 놀란기색이 역력했다.

[ 이... 이사람이... 왜그랴?안피곤혀?어여 자... ]

[ 아이.. 여보.... 좀 그래서 그래요.. 수덕이가 품에 없으니.... 좀 허전해서.. 저 한번만 안아 주세겠어요? 네?이상하게 오늘은 더욱 허전하네요.. 수덕이의 빈자리가.. 빈자리가.. 이렇듯 클줄은.... 저 조금만 안아줘요.... ]

[ 임자도...참...... 수한이가 들으면 어쩔려구 그랴? 안피곤한겨?응? ]

아버지의 만류에도 엄마는 더욱 아버지의 품을 파고들뿐이었다. 그리고 두분의 이불속에서 부스럭 부시럭 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엄마의 등쪽으로 몸을 돌아누운체 실눈을 떠서 두분의 행동거지를 주시했다.

사고로인한 성불구자에다가 병약한 아버지에게서 무슨 만족감을 얻겠다고 엄마는 저러시는 것일까 혹시 그핑계로 나에게서 벗어날려는 역시 그랬군.. 엄마는 자신을 향한 나의 능욕이 멈출기색이 보이자않자 아버지에게로 피신한것이었다. 잠시후 엄마의 펑퍼짐한 엉덩이가 흔들거리며 들먹거리는것이 보였다.

아버지와 엄마... 두분은 지금 서로를 보고 돌아누운체 이불속에서 한창 뭔가를 하시는 것같았다. 힘을 못쓰시는 아버지가 엄마에게 뭐를 해줄수 있겠는가? 아마 손으로라도 엄마의 욕정을 풀어주는 것이겠지. 엄마는 아예 아버지를 꼭 끌어앉은체 연신 엉덩이만 요동을 치고있었다.

이불이 점점 더 푸썩거리며 먼지를 일으킨다.

[ 흐...흡...흡...아..흐..흡..흡...음.....흡... ]

애써 입밖으로 새어나오는 신음을 참는 엄마의 억눌린 신음들.. 내게 그것은 참을수없는 흥분이었다. 아버지와 엄마 두분의 사랑의 행위를 어둠속에서 훔쳐보면서 나또한 조심스레 자위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두분의 순결한 사랑행위를 훔쳐보면서 나의 머릿속에는 온갖 음탕한 상상들을 해가며 나는 그렇게 자위를 하고있는것이다. 어느순간 엄마의 단발마의 탄식과 함꼐 엉덩이가 심하게 푸들거린다.

나또한 내 팬티안에서 걸죽한 방사를 이루어냈다. 앞섭이 축축해진다.

오늘도....... 또... 팬티안에다가 확인을하고 말았다. 빌어먹을...

한동안 두분은 서로를 꼬옥 안은체 아무말도 아무 미동도 없었다. 그리고 나지막한 엄마의 흐느끼는 울먹임이 간간히 들려왔다.

[ 괘.....괜찮아?]

[ 흐..흑..... 흑.. 미안해요...미안해요... 나란년... 흑흑... ]

[ 괜찮아..괜찮아.. 내 임자의 그 맘 왜 모르겠나?왜 내가 다 죽일놈이지... 내가 다..... 임자의 그맘...... 이해해... 미안하구려.... ]

엄마의 등을 다독거려주시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품에서 소리죽여 흐느끼시는 엄마...... 자신때문에 늘 욕구불만일것인 엄마에게 아버지는 한없이 죄스러워 하는것 같았다. 엄마의 저말은...... 뭐를 의미하는거지 두분의 저런 모습을 보면서 나또한 심한 죄채감과 두분의 가슴아픈 모습에 괜시리 눈시울이 적셔왔다.

이불을 거칠게 위로 끌어당겨 이불속에 푹 파묻혔다. 두분의 시리고 아픈 모습을 더이상 볼수있는 뻔뻔함이 나에게는 없었기에...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핑계로 밖을 나왔다. 그리고 여기저기 공사장이며 하역소등을 기웃기웃 거려봣으나 당체 나같이 어리고 재주없는 놈에게 선듯 일자리를 준다는 곳은 없었다. 막막하다.

이런 내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이제서야 이런 삭막한 사회현실에서 가족들을 부양하는 엄마의 그 힘들고 지친 삶을 이해할수 있을것 같았다.

벌써 해가 기웃기웃 서쪽 하늘로 넘어갈때까지 다리품을 팔아봤으나 역시 일자리는 구할수가 없었다. 하도 돌아당겨서 인지 발에는 벌써 물집이 잡히고 다리에 온통 알이 배겨서 걷기조차 힘들었다.

허기진배에서는 연신 꼬르륵소리가 진동을 한다. 하늘이 노랗다.

입에서는 단내까지 나는것같았다. 이렇게까지 힘들줄은...........

나도 모르게 어느새 엄마가 일하는 공사현장까지 오게되었다. 아파트공사장 입구앞에서 괜시리 서성거리고 있었다.................

날이 어둑어둑 해져가면서 점점 이제는 매섭게 추워진다. 나는 지금 공사장 입구에서 뭐를 하는거지? 엄마를 기다리는 것일까 엄마를 왜 기다리는 것일까? 지금쯤.... 엄마는...... 엄마는.......

[ 수한이 수한이니 수한아!! ]

많이들어본 따스한 정이 듬뿍 담겨있는듯한 온화한 목소리가 내귓가를 간지럽힌다. 고개를 소리가 들리는쪽으로 돌려본다. 손에는 장갑을끼고 옷여기저기에 흙먼지가 잔뜩이나 묻어있는 아주아주 낯익은 아녀자의 모습...... 엄마였다.

[ 여긴 어인일이야? 추운데 왜 밖에 나왔니? 어머..이런 손이 얼음방보다 더차갑네?언제부터 여기 있었던거야?응 ]

장갑을 벗고 꼭쥐어오는 엄마의 따스한 손길....... 그래 나는 엄마가 이런 따스한 손길을 다시 내밀기를 기대하면서 여기를 찾아왔는지 모른다. 일이 거의 끝났다며 조금만 기다리란 엄마의 말..... 그때까지 나는 엄마에게 단 한마디도 하지를 못했다.

아니 할수가 없었다. 젊은 장정들도 버거워할 시멘트를 등에 짊어지고 부지런히 움직이시는 엄마의 모습... 저런 가녀린 몸으로 이런 힘든 노동을....... 엄마의 곁으로 달려갔다.

이제 막 등에 짊어질려고하는 시맨트 한푸대를 뺏다싶히 내가 짊어졌다. 순간 다리가 휘청거린다.

무겁다. 생각보다 너무나 무거운 무게다. 엄마의 놀란눈...... 이리 내라며 다시 짊어질려는것을 우격다짐으로 내가......내가 하겠노라며 띠엄띠엄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내 고집을 알기때문에 말없이 쳐다만 보시는 엄마의 표정.... 그속에 살포시 드러나는 흐믓한 얼굴..... 그래 난 엄마의 저 얼굴을 그동안 보고싶어했다. 얼음장처럼 차갑고 서늘한 표정이아닌.......

[ 수덕이엄마!! 누구야 누군데 ]

[ 내 제 큰아들놈이에요. 우리아들... 듬직하죠? ]

[ 어머....... 엄마가 고생할까봐 도와주러 나온거야?그런거야? 대견하기도하지... 수덕이 엄마는 좋겠수.. 저런 효자를 둬서... ]

[ 그럼요.. 우리 아들.. 정말 효자죠...효자고 말고요... ]

같은 인부인 어느 아줌마와 엄마의 대화... 순간 얼굴이 붉어져서 낯을 들수가 없었다. 나같은 패륜아가 효자라니....... 나같은 쓰레기가 효자라니..... 그런 아들내미를 떳떳히 자랑하며 칭찬하는 엄마..... 부모란 더 저런거구나..... 서너번밖에 시멘트를 옮기지않았는데도 허리는 끊어질듯하고 다리는 후들후들 떨려왔다.

막 땅바닥에 주저앉을려는 찰라.... 십장의 일종료외침소리가 들려왔다. 휴...... 하마터면 쪽팔림을 당할뻔했다.

한창 젊은놈이 시멘트몇푸대 날라다고 이꼴이 됐으니.. 애써 엄마를 도왔다는 명분이 안섰다. 금방 나올테니 조금만 기달리라는 엄마의 말... 아파트공사장 입구에서 엄마를 기다렸다.

과연 엄마는 말처럼 금방 나올수있을까 혹시 지금 소장놈에게 잡혀서.... 지금쯤..... 아냐..아냐.. 엄마는 말대로 그냥 일찍 나올거야.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엄마의 벌어진 다리사이에서 소장놈이 헐떡이는 모습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애써 잊을려고 머리를 도리질치고있는 내앞에 엄마가 나타났다.

왜그렇게 반갑고 안심이되던지..... 그런 나의 마음을 눈치챈것일까? 나의 마음을 다 안다는듯한 그런 엄마의 표정..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 밥은 먹고나온거야? 응? ]

아무말이 없자.... 엄마는 내손을 이끌고 어딘가를 가신다. 북적북적대는 시장골목..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저마다의 생계를위해 장사에 여념이 없는 하층민들의 애환이 가득배어있는 시장통........ 부유층들의 나태하고 권태로운 분위기와는 달리 생기가 넘쳐나는 듯한 분위기... 그래 이런것이 진정 사람사는 모습이겠지. 엄마가 끌고데리고 간곳은 뜨거운 김이 가마솥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순댓국밥집이었다.

놀란 눈을 하고 쳐다보는 내게 그저 웃기만 하신다. 우리가 무슨돈이 있다고..... 식탁에앉아 국밥두개를 시키시는 엄마....

[ 너 술할줄 아니 아니다... 됐다. 여기요. 소주한병만 주세요!! 잔은 하나만요. ]

[ 어..엄마...... 술마실려고요? ]

[ 왜?엄마는 술좀 마시면 안돼니? ]

[ 아니..... 그게아니라... ]

[ 원..녀석...하여간 싱겁기는... 술이라도 안마시면 밤마다 삭신이 쑤셔서 도통 잠을 이룰수가 없더구나. 이제는 인이 박혔나봐. 이 엄마... 이젠 술 잘한다. 아버지보다 더 잘마실걸~~ ]

엄마는 웃으면서 아무렇지도 않은듯 말씀하시지만 듣는 자식의 입장에서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같았다. 역시 아낙네의 몸으로 그 힘든 공사장일을 하시는것 자체가 무리였다.

아까 내가 직접몸으로 겪어봤으니..... 그 힘든일들을.. 엄마는.... 술의 힘을 빌려 이겨내시는것이었다. 그런 힘든 엄마를 나는 밤마다 잠도 못자게 괴롭혔으니..... 나란놈은....

구수한 냄새가 나는 순댓국밥이 도착하고 그냄새를 맡은 나의 뱃속에서는 아우성이 일어난다. 허겁지겁 숟가락으로 연신 국밥을 입안으로 한참을 우겨넣고 있는데..... 엄마가 놀란눈을 해온다.

[ 밥... 안먹었던거야? 그런거니? 집에 쌀도 있는데.... 밥은 꼬박꼬박 챙겨먹고 다니라고 했잖니! 그러다가 몸이라도 축나면 어쩔려고 그래? ]

엄마는 속이상한듯 한참을 잔소리하시더니만 자신의 국밥을 거의 반이상이나 내 그릇에 덜어놓으신다. 그러면서 어여 많이먹으라는 얼굴을 해오시는 엄마.... 나의 엄마.... 엄마는 걸신들인 놈처럼 국밥을 먹고있는 나를 한참동안 쳐다만 보시더니 이내 밥과 함꼐 소주잔을 기울이신다. 그렇게 한두잔 드셨을까?벌써 얼굴이 불그스레해진다. 아무래도 많이드시면 몸이 상할텐데... 얼릉 막 소주가 채워지는 잔을 빼앗듯히 하고는 홀라당 내입에 털어넣었다.

목구멍을 불로 지져대는 화끈함. 위장에서 전해지는 찌리리한 뜨거움... 연거퍼 기침을 몇번해대자... 엄마가 웃으신다.

[ 이녀석아.. 술은 아무나 마시는줄아니? 고녀석, 샘통이다. 맨날 엄마를 들들 볶고 괴롭히더니.......... ]

뒷말을 흐리시는 엄마...... 나또한 무안해지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수가 없었다. 그런 내게 다시 소주를 한잔 따라주셔오는 엄마....

[ 이것까지만 마셔. 더이상 마시지말고. 어린녀석이 벌써부터 술맛은 알아가지고..... 그리고.... 올겨울 날때까지만 여기서 일할거야. 봄이오면 다른 일을 알아볼거고..... 알겠니?엄마의 말. 그러니 너도 쓸데없는 걱정말고 공부나 열심히해. 내년이면 이제 고등학교에 갈녀석이 이렇게 공부안하면 어떻해해?]

아무런 반박도 할수가없었다. 엄마의 저 가슴에 시퍼런 대못을 수없이 박아놓은 나이기에......

[ 술만 마시지말고 밥도 좀들어요. 그러다가 속버리겠어. ]

[ 후훗... 그렇게 엄마걱정하는 놈이 왜 밤마다 그렇게 엄마를 괴롭히니? 응?이 못된 녀석아!! ]

순간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릴수밖에 없었다. 누구 들은사람 없나하고...... 가슴이 철렁했다.

엄마는 이런 사람많은곳에서 그런 절대 꺼내서는 안될 이야기를..... 벌써 취하신걸까 맞다. 얼굴이 벌게지신게 눈도 풀려보인다.

거짓말이었나?술 잘드신다는말은......... 낭패다... 하지만 엄마는 말한마디 한마디 발음도 온전한체 말씀을 이어가셨다.

[ 수한이 네가 엄마 걱정해주는것 엄마도 고마워...... 하지만..하지만말이다. 아직은 네가 이해못할 어른들만의 일이란게 있는거란다.

나중에 네가 좀더 커서 아이를 낳고 키우다보면 이 엄마의 마음........ 조금은 이해할수 있을거야. 그리고...... 그...것...도.. 올겨울 만이야.... 날이 좀 풀리고 그러면 아마 이곳저곳에서도 일이 생길거야.... 그떄까지만......그떄까지만.... 수한이 네가 좀 이 엄마를 이해해줄수 있겠니 응?그래줄수있어?]

엄마의 이해해달란말....... 이해한다. 엄마의 그 어쩔수밖에 없는 그 아픈 사연.... 왜 모르랴?가난속에서 부데끼며 자라온 사람은 조숙하다고 했던가?일찍부터 세상살이가 험난하고 힘겹다는 것을 알아온 내가 왜 모르랴?하지만...... 나는 엄마의 물음에 답을 하지못했다.

그저 묵묵히 숟가락을 움직일뿐..... 가증스러운놈...... 엄마의 한숨소리.....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한숨소리.....

엄마는 끝내 소주한병을 다 비우신다. 걱정이다. 저렇게 많이 마시면...... 밥값을 지불한 엄마는 소주한병과 머릿고기를 더 주문하셔서 봉지에 싸신다. 아마 아직 식사를 못하고계실 아버지의 것이겠지.......

약간은 비틀거리는 엄마의 걸음걸이.... 안돼겠다싶어 옆에서 부축해드리자 기분좋아하신다.

[ 엄마..... 이엄마는 말야..... 돈많이 벌거다..... 그래서 수한이 좋은학교도 보내고 좋은옷도 사입히고 맛있는 음식도...... 그리고 무엇보다..... 수덕이를....... 그 불쌍한 어린것을 꼭 다시 데려올거야..꼭....... ]

술주정같았지만 엄마의 마음속에 응어리져있는 커다란 상처가 술기운에 밖으로 표출되고있었다.

[ 나... 나그런것 안입고....안먹어도돼..... 그냥 엄마만......엄마만....예전처럼..... 다시 예전의 엄마로...... ]

[ 수한아...... 엄마 마음 그렇게 모르겠니?응 ]

눈물이 아롱아롱 맺혀오는 엄마의 슬픈얼굴..... 나또한 가슴이 미어져서 더이상 바라볼수가 없었다.

[ 나는 엄마가...... 엄마가 그런짖하는것....... 정말 싫어..... 정말 싫다고!! 죽고싶을만큼 싫어!! 싫다구!! ]

악을쓰며 뒤돌아 언덕길을 달리는 내뒤로 엄마의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마 지금쯤 우시겠지. 나같은 자식놈때문에 또 상처를 받으시고 아파하시겠지..... 이해하면서.....이해하면서도 왜 왜...... 이리도 엄마에게 상처를 주기만 하는 것일까?집으로 들어왔다.

거칠게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선다. 숨이 목까지 차오른다.

술취한 엄마를 그대로 길바닥에 팽기치고 왔다는 죄책감과 그런 엄마가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한가지더 집안이 고요했다. 으례 반겨야할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아버지가 안보이신다. 어디로 이 컴컴한 저녁에 어딜가신것일까 몸도 성치않으신분이 이 추운날 어디를 나가신걸까? 행여 무슨 일이라도.....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다시 집을 뛰쳐나왔다.

수덕이를 다른집에 보낸후로 아버지에대한 불만과 분노만이 느껴졌었는데 막상 아버지가 안보이자 걱정이 앞섰다. 다시 언덕길을 반쯤 내리 달려가고있자..... 그제서야 힘겹게 언덕길을 오르시는 엄마가 보였다.

뛰어내려오는 내모습을 발견했는지 처음에는 반가워하시는 표정을 짖다가 나의 다급한 표정을 보셨는지 얼굴이 굳어진다.

[ 아...아...아버지가...아버지가 안보여요. 헉헉.. 어디가셨는지........ ]

[ 무슨말이니?좀 차근차근 말해봐.. 아버지가 어떻다고? ]

[ 집에 들어가보니 아무도 없어요. 아버지가 안계세요. 이추운날 불편한 몸으로 행여........ ]

[ 그..그런... 그런 소리 하지마... 그런 소리하는게 아냐.. 아버지는...아버지는... 어디잠깐 나가신걸꺼야.. 그래.. 담배라도 사러 가신것인지도...... ]

엄마는 애써 부정하면서 내손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셨다. 술이 깨셨는지 걸음걸이가 전혀 흩으러지지 않았다.

그래.. 그럴거야.. 내가 괜한 걱정을 하는지도.... 하지만 이제것 단한번도 집밖으로의 출타를 하지않으셨던 분인데........ 담배심부름도 나아니면 동생인 수덕이가 하곤했었는데.... 당신은 결코 집밖을 나가시는 일이 없었는데...... 불안했다.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내말대로 역시 방안에 아버지가 안보이자 역시 불안에 떠신다.

방안을 불안하게 왔다갔다 하다가 도저히 안돼겠다싶어 막 집밖으로 뛰쳐나갈려는 순간....... 낯익은 아버지의 주정소리가 들려온다. 그래. 아버지였다.

엄마도 그소리를 들었는지 우리는 동시에 밖으로 뛰어나갔다. 역시 아버지였다.

뭐가 그리 좋으셨는지 거나하게 술을 걸치시고 콧노래를 하시며 집으로 돌아오시는 것이었다. 반가운 나머지 너무나 반가운 안도심때문이었는지 엄마의 두눈에는 이내 눈물이 핑고여온다.

의외로 평소에는 눈물이 많은 가녀린 엄마의 모습이었다.

[ 어...어디를 가셔섰어요? 한참을 걱정했잖아요?아무런 말도 없이 그렇게 나가면 어떻해요?몸도 성하지않은 양반이....... ]

[ 원...임자두 애들같이 울기는...... 내 어디 죽으러갔나?호들갑은.... 내 오늘 좋은일이 있어 이렇게 한잔 했구려.. 허허... 수한아---- 수한아!! 이눔아!! 이애비 내일부터 돈벌러나간다. 돈벌러 나간다구!! 하하하하~~~~~ ]

아버지의 돈벌러나간다는 말에 엄마와 나는 순간 귀를 의심해야했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듯 병색이 완연한 분이 무슨 일을 하겠다는 것인가?엄마는 자초지종을 듣자며 서둘러 비틀거리는 아버지를 방으로 모셔서는 설탕물을 타오신다. 엄마도 술때문에 속이 부데낄텐데....... 늘자신은 뒷전인 엄마...

[ 임자..... 거 김씨알지? 옛날에 나랑함꼐 공사장에서 같이 형님,아우했던 그 친구말여.. 글씨 갸가 이번에 시장통 한구석에 야채가계를 냈다지뭐여?자기 혼자서는 힘들어서 못하겠으니 나랑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구먼.... 이래뵈도 내 옛날 촌에 있을떄 농삿군 이었잔여.. 허허.. ]

[ 당신..... 그런 몸으로 무슨일을 할려고 그래요? 그냥 그분에게 못하겠다고 하세요. 완전히 몸이 낫을때까지는 그냥 집에 계세요?네?]

[ 무슨 소릴?내 이제것 당신혼자 이 추운겨울날 밖으로 일내보내며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는지나 아느겨?이런 기회 그리 쉽게 오는게 아녀. 내일이라도 당장 일하러 나갈거구먼. 그리고..... 그친구도 내 몸상태를 아는지 그냥 점포에서 손님만 상대하면 된댜..... 어디 그처럼 쉬운일이 있간디?이제는 나도 집안에서만 있지말고 돈을 벌어야겄어. 어서 벌어 수덕이 그놈을 데려와야제..암.. ]

역시 아버지도 수덕이일이 마음에 남아있었던건가?엄마와는 달리 무책임한 분인줄로만 여겼었는데...... 한동안 엄마와 아버지는 말씨름을 하다가는 결국은 아버지의 고집을 엄마는 꺽지를 못하셨다. 내고집이 아마 아버지를 닮았나보다.

결국 아버지의 고집대로 내일부터 아버지는 일을 나가시기로 결정이 되었고 엄마는 그런 아버지가 걱정이 되는지 옷장에서 두터운 옷가지와 털모자..... 장갑등을 잔뜩이나 준비하신다. 준비라해봐야 거의 낡고 헐은 옷가지들뿐.......

그래...... 아버지께서도 이제 돈을 벌러나가시면 이제는 집안 형편이 금새라도 훤히 필것같은 무지개꿈을 꿔본다. 병약한 아버지가 걱정도 되었으나 짐같은거 옮기는 그런 힘든일이 아니라니 애써 위안을 해본다.

두분이 그렇게 힘들고 지친몸을 이끌고 돈벌이를 하러 이 추운겨울날도 마다않고 열심이신데...... 나같이 젊고 팔팔한 놈이 뜨스한 아랫목이나 차지하고 있다니........ 나도 내일 다시한번 여기저기 일자리를 구하러 돌아다녀봐야겠다. 신문이나 우유라도 배달하면....... 혹시 하지만 새벽녁에 나가야하기 때문에 분명히 아버지와 엄마에게 들킬것은 자명한 이치다. 하지만 지금에와서 그런것 따질때가 아니다.

나까지 좀 보탬이 된다면 수덕이를 데리고 오는시일이 조금이라도 앞당겨질지........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그런 공사장에 나가지 않으셔도.... 그 소장놈의 노리개에서 벗어날수도 있는일이었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나는 무엇이든 할 자세가 되어있었다.

오늘밤은 유난히 방안이 훈훈하다...... 엄마의 따스한 품에서 나는 순한양이 되어서 잠이 들었다. 결코 그 어떤 음심도 탐욕도 나는 부릴수가 없었다.

오늘만은 결코.......... 엄마의 진실된 마음을 알았기에........ 그리고 더이상 술기운에 의지하시며 고된노동을 하시는 엄마의 숙면을 방해하고 싶지않아서...........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만지는 엄마의 부드러운 젖가슴은 너무나 따스하고 포근하기만했다. 그런 나를 엄마는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깊은 잠에 빠져계신다.

엄마의 저 그늘진 얼굴은 언제쯤이나 환히 펴질까 어느덧 새해가 지나고 서서히 따스한 봄날의 볕이 우리의 판자촌 허름한 달동네에도 스며들기 시작했다. 진짜 길고지루한 추운 겨울이었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 내게는 온갖 시련과 아픔만이 존재했던 매섭게 살을 에는듯한 강추위였다. 이제는 봄날의 따스함만 있기를 원년 새해아침부터 나는 온갖 신들에게 빌고 또 빌었다.

제발 그런 시련은 다시는 우리집에 찾아오질 않기를...... 바라며....

아버지의 건강이 예전보다는 많이 호전된듯하다. 우리집에도 아버지때문인지 제법 활기가 넘친다.

늘상 골방에만 앉아있은체 세월을 탕진하던 그 병약하고 무기력한 아버지가 이제는 아니었다. 이제는 두손가득 야채꾸러미를 짊어지고 언덕길을 오를정도로 건강이 예전처럼 돌아오시는것같다.

물론 그 동료분이라는 분의 도움이 진짜 컸다. 늘상 털털거리는 삼륜차를 언덕아래에까지 이끌고 와서는 새벽마다 아버지를 태우고 시장을 갔으며 일이 끝나면 늘상 아버지를 집앞까지 배웅해주시고는 하셨다.

정말 고마우신 분이다. 내 아직 어린나이지만 세상에 온갖 불만과 증오만 팽배하던 나의 삭막해진 가슴에 훈훈한 이웃의 정을 심어주신 분이었다.

늘 난 세상사람들을 적대시했다. 가진자들의 착취와 핍박에대한 반발심이라고 할까 하지만 그분은 그렇게 삭막하고 얼어붙은 내 마음에 사람의 정의 본질을 깨닭게 해주셨다.

엄마........ 아직은 그 아파트현장에 다니신다. 이제는 제법 하루일당을 많이 받아오신다.

어찌보면 아버지보다 더 많이 버시는것같다. 그돈..... 그돈이 어떻해 생기는줄 나는 알지만...... 아직도 엄마에게 불만이 많지만 한동안 나는 잘 견디었다.

엄마도 그런 내앞에서는 전혀 내색을 안하실려고 무단히 애를쓰셨다. 하지만 간간히 작업을 마치고 돌아오시는 엄마의 몸에서 풍겨오는 살내음...... 희미한 밤꽃의 향기....... 그때마다 미칠것 같았지만 나는 정말 잘 참았다. 이제 엄마는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시면 더운물을 뎁혀 목간을 하는게 일이되어 버렸다.

그 추운겨울철에도 엄마는 내 기분을 알기에 하루도 빠짐없이 더럽혀진 몸을 씻어내었다. 이제 곧 따스한 진짜 봄이 오니 엄마의 저 마음고생도 끝이나겠지....

그리고.....나.... 이제는 몇일 있으면 새로이 고등학교에 진학을 한다. 별로 가고싶은 마음은 없지만 부모님의 기대를 져버릴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것 나하나를 위해 저렇게 고생하시는 두분인데...... 지난 겨울.... 새벽에 신문배달 일자리를 겨우 정말로 간신히 구해 하루 다녔다. 단 하루........ 결국 다음날 새벽에 몰래 집을 나서는 나를 엄마가 발견하고 만것이다.

그날 엄마와 아버지에게 정말 귀를 후벼파고 싶을만큼 하루종일 잔소리에 시달려야했다. 그어떤 말도 그 어떤 변명거리도 당체 두분에게는 먹히지가 않았다.

결국 하루만에 힘들게 구한 일자리를 포기하고야 말았다. 후로도 엄마와 아버지의 따가운 감시로인해 나의 일자리계획은 물거품으로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그동안 나도 신기할 정도로 잘참았다. 아니 버티었다.

밤마다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그 욕정을....... 더러운 욕정을 나는 참아냈다. 엄마에 대한 더러운 욕정이 피어오를때마다 공사장에서 고생하시는.... 술기운으로 버티시는 엄마의 초췌한 모습을 상기하고 또상기하며 내 스스로를 질책했다.

한번 엄마의 몸을 탐한것이 이리도 깊은 후유증이 될줄이야...... 엄마의 그 살결..... 살내음..... 그......뜨겁고 온통 미끌거리던 활화산같은 분화구가 도무지 내 뇌리속에 깊이 박혀서는 지워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어......머........니.....였다.

마지막으로 동생...... 수덕이.... 그후로 단한번도 수덕이의 얼굴을 본적은 없다. 간간히 전해들은 말로는 그 부잣집에서 행복히 지낸다는 말밖에는...... 그 중년부부가 정말 친자식처럼 아껴준다는..... 정말 다행이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수덕이에게 해가 끼친다면 당장이라도 나는 부엌칼을 들고 그집을 쳐들어갔을것이다. 잘산다는.... 행복하게 지낸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한쪽 가슴에서는 왠지모를 서글픔이 느껴지는것은 왜일까?

고등학교란것도 내게는 그저 그런 하나의 족쇄처럼만 느껴진다. 예전 같이 다녔던 그 판잣촌 친구들은 일찌감치 고등학교진학을 포기했는지 입학한 후로도 단한명의 얼굴도 볼수가 없었다.

아마 저마다의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사회에 첫발을 디디고 있겠지..... 나란 녀석만 호강하는 것인가? 반아이들...... 별로 마음에 안든다. 다들 왠만하게 먹고 지내는 넉넉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녀석들...... 이질감이 느껴진다.

학교에서 집까지는 제법거리가 되었다. 중학교 다닐때와는 그 통학거리가 배는 되었다.

엄마나 아버지꼐서 늘상 차비를 조금씩 주시지만 등록금만해도 두분에게 큰부담을 지어주고 있는데 속편하게 차비까지 얻어쓸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렇듯 언제까지 두분께 짐만 지어드리고 속편한 학업생활만을 해야되는지........

중학교다닐때보다는 하교시간이 좀 늦어졌지만 그래도 다른 부유층놈들처럼 과외나 서클활동이 없는 나는 집에 일찍 돌아가는 편이었다. 부모님 두분이 생계로인한 부재를 내가 대신 메꾸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면 전처럼 가방만 던져놓고 놀거나 책이나 뒤적거릴 한가로움은 그다지 없어졌다. 청소, 쌀을 씻어 올려놓거나 가끔씩 빨래도 내몫이 되어버렸다.

시켜서 하는게 아니라 내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들이었다. 이제는 일상사가 되어버렸지만.........

막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뿌옇게 부엌가득 더운 수증기가 내시야를 가려왔다. 불이라도 난걸까? 아님 방바닥 온돌이 터졌나? 황급히 부엌안으로 들어서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시야에 들어오는것은 뽀얀 알몸의 여인네의 등이 들어왔다.

그위로 놀란눈을 하고있는 엄마의 얼굴이 보였다. 엄마였다.

휴~~ 엄마가 목간을 하고있었던 것이군... 난또....

[ 문도 안잠그고 목욕하는거에요?그러다가 누구라도 덜컥 들어오면 어떻할려고 그래요? 하여간 조심성이 없다니까.. ]

애써 엄마의 알몸을 훔쳐보고 싶지않아 고개를 돌리고는 헛기침 몇번을 하고 후다닥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엄마의 알몸을 봤다가는 내가슴속에 꼭꼭 묻어두었던 그 더러운 음욕이 다시 치솟아 오를가 두려워서였다.

[ 으....응.... 문..문....이라도 두....들기지...얘는... 놀...놀..랐잖니... ]

이상했다. 유난히 더듬거리는 엄마의 말투.... 그리고 이시간에 집에 돌아오신것도 이상했고..... 오늘 비도안오고 눈도 안왔는데 데마찌가 나서 일찍 돌아올리가 없는데...... 그러고보니........ 방금전........ 엄마의 얼굴...........

나는 후다닥 방문을 열고 막 옷을 입을려는 엄마에게로 다가갔다. 나의 등장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웅크리며 알몸을 가리시는 엄마..... 그런 알몸의 충동적인 장면이 내게는 지금 이순간 들어오지가 않았다.

눈에 들어온것은....... 들어온것은 엄마의 여기저기 상처난 얼굴이었다. 입술을 가늘게 터져있었고...... 얼굴여기저기 작은 상처와 몽울진 멍.... 목에 선명하게 찍혀있는 벌건 이빨자국..... 등에도 상처들..... 무슨일이.......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건가?

[ 들.....들어...가.. 그렇게 갑...갑자기..나오면....어떻하니?어...엄마..옷좀 입게..... ]

여전히 엄마는 더듬거리며 알몸을 웅크린체 고개를 부엌바닥만 쳐다보신체 말을 이어가신다. 얼굴을 숙인다고 못봤을 내가 아니다. 저 얼굴에 난 상처....... 그리고 목의 이빨자국...... 엄마에게 무슨일이 있었던게 틀림없었다. 나는 거칠게 엄마의 어깨를 흔들며 추궁하기 시작했다.

[ 얼굴.....얼굴.......왜이래?응?엄마 얼굴 왜이렇냐구 무슨일...무슨일이 있었던거야....... 응? 어서 말해봐!!!!!! 말해보라구!! ]

[ 아...아무...것..도 아냐.... 어서 들...어가... 아무일도....없었어...... 아무일도 없었다구.... 그러니..제발... ]

[ 뭐가 아니야?이 얼굴에 상처.... 누가..어떤새끼가 그랬어? 응?어떤새끼가 그랬냐구?그새끼지?그 소장새끼지?응?그렇지 ]

[ 아냐!! 아냐! 아니라구!!!! 흑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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