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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잣지붕위의 부러진 피리 (1부) (1/48)

판잣지붕위의 부러진 피리 (1부)

------덜컹덜컹 삐거덕 삐거덕---

오늘밤도 여지없이 저놈의 무너져내릴것같은 판잣지붕이 바람에 요란하게 흔들거리며 내 고막을 찢어버릴듯 소리내어 울고 있었다. 아 정말 싫다.

정말 싫어........ 아버지나 엄마는 이런 집에서도 잠이 잘오나 하긴 벌써 이 쓰러져가는 달동네 판자촌에 정착해서 산지도 어언 10여년이 다되어가니 익숙해질데로 익숙해 지셨겠지...... 하지만 나는....... 나는 정말 싫다.......

위풍이 상당한 이 단칸방의 아침을 맞는 모습은 다른 집들과는 남다르다. 일어나자마자 덮어둔 두터운 이불을 몸에 칭칭감고 간밤에 내려간 체온을 보상받기위해 부산히 몸을 비벼야한다.

이른 아침....... 아니 새벽이라고 해야 옳나? 아직도 어둑어둑한 하늘이건만 아버지와 엄마는 벌써부터 바쁘게 움직이시고 있었다.

이런 달동네 다 쓰러져가는 판잣집에 사는 우리네들이 먹고살아가는 방법이라곤 공사장에서 간간히 나오는 일거리를 찾아 이른새벽부터 공사장근처에 나가서 자신을 불러줄 현장 오야지들의 손짖을 마냥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그날 재수좋게 불려가면 그날 하루 끼니는 걱정없는 그런 참담한 인생들의 집합소였다.

여기 이 내가 사는 이 동네는......... 우리 부모님또한 그예외는 아니었다. 허구헌날 몸이 파김치가 되도록 일을 하고서는 고작 손에 들고오는 돈이라곤 하루일당 2만원도 안되는 푼돈에 불과했다.

더욱이 아버지는 거동도 불편한 지금 이 집안살림을 도맡으며 생계를 꾸려가시는 분은 엄마 혼자였다. 이런 똥구녕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이 정말 싫다.

아침마다 차가워진 몸을 비벼대는것도 싫고 밤마다 요란하게 삐걱거리는 저 판잣지붕도 싫고 행색이 초라한 우리 부모님도 싫고 모든게 다 싫었다. 내나이 이제 16살...... 나도 남들과 같은 한창 예민한 사춘기를 격고있는지 요즘들어 온갖 불만투성이에 신경이 내가 생각해도 무척이나 예민해진것 같다. 하지만 이런 가난을 그 누가 좋아하겠는가......

엄마는 주섬주섬 두터운 옷을 챙겨입으시는게 이제 일을 나가실려는 모양이다. 새벽공기가 무척이나 차갑던데...... 제대로 된 옷한벌 입어보지도 간직하고있지도 못한 어머니의 외출복이라곤 고작 작업복 비슷한 다 떨어져가는 솜털 잠바가 고작이었다.

그런 차림의 엄마에게 괜시리 화가난다. 다른 엄마들은 옷들도 근사하게 잘 차려입고 다니더구먼..... 우리 엄마는.........

[ 수한아~ 엄마가 도시락 다 챙겨놨거던. 아빠가 차려주는 아침밥먹고 늦지않게 학교가야한다. 알았지? 이 엄마는 일때문에 먼저 나가마... 학교 조심스레 다녀와... 응? ]

추우신지 애써 입김으로 손을 녹이시며 엄마는 그말 한마디를 남기시고 어둑어둑한 밤공기를 헤치고 밖으로 나가셨다. 괜시리 심통이나서 말도 안하는 나를 아버지는 측은한듯 쳐다보기만 하신다.

그런 아버지또한 밉고 싫었다. 다른 아버지들은 나가서 돈도 많이 벌고 맛있는것도 많이 사들고 오시는데 우리 아버지는.............

전에는 우리 아버지도 이러지 않았었다. 그 몹쓸놈의 사고만 아니었어도........ 저 남쪽 지방어디가 고향이시었던 아버지는 학교도 변변히 제대로 다니지 못한체 20살무렵 무작정 보따리 하나만 달랑 들고 상경하셨단다.

집안의 따가운 눈총을 더이상은 견디기 싫었다한다. 어머니... 그러니까 나에게는 할머니인 그분이 일찍 돌아가시고 할아버지는 새어머니를 들이셨다는데 그 계모란 여자의 핍박과 구박이 이루 말로할수 없을정도로 심했다한다.

할아버지는 아시면서도 한마디의 말도 없었고...... 결국 집안에서의 도피를 하시게되었고 제대로된 기술이라고는 하나도 없던 아버지는 이곳저곳을 떠돌며 공사장 막일이며 배달이며 닥치는대로 해가며 겨우겨우 그날그날 입에 풀칠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셨다. 지금의 엄마는 한 아파트 현장에서 잡부로 일하면서 그 현장 함바집에서 일하는 엄마를 알게되었고 결국.......... 내입으로 뭐 말하기는 그렇지만 순진했던 총각과 아무것도 모르는 처녀가 눈이 맞았으니 바로 일을 저지르고 만것이다.

결국 내가 엄마 뱃속에 자리잡자 아버지와 엄마는 난감해하면서도 서둘러 거처를 마련하셨고 아무 가진것도 없었던 둘은 겨우겨우 이 달동네 판자촌에 둥지를 트신것이었다. 거의 고아나 다름없던 엄마나.... 집안과 아예 인연을 끊다싶히 한 아버지나 혼례고 뭐고 준비할게 뭐있었냐만은 아직도 아버지는 술만 드시면 엄마에게 하얀 면사포하나 못 씌어주었다고 자기자신에 대한 한탄을 하시고는 했다.

내가 태어나고 내가 어느 정도 커서 학교에서 글을 배우기 시작했을때 엄마의 뱃속에는 또다른 하나의 생명이 잉태하고 있었다. 나또한 내 동생이 생겼다는 기분에 그 아무것도 모를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좋아했었던게 어렴풋히 생각난다. 하지만......... 내 동생이 막 세상밖으로 나오는날........ 현장일 마치고 아버지는 엄마가 막 출산의 진통을 겪고있는 그 병원으로 향하던중 망할놈의 뺑소니 트럭에 그만 치이신것이다.

망할놈의 세상일이란게 없는놈들에게는 이처럼 가혹한 일만 생기는지...... 엄마는 내 남동생을 무사히 출산하셨지만 차에 받히신 아버지는 거의 일주일을 혼수상태로 계시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셨다. 하지만........ 척추와 다리뼈가 크게 손상되신 아버지는 넉넉하지 못한 집안 살림으로 인해 변변한 치료와 약한번 써보지 못한 결과로 지금은 거의 폐인이나 다름없었다.

그전에는 그렇게 엄하고 무서운 분이셨던 아버지는 그 사고를 당하고서 집안에만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인지 언제부터인가 한없이 작아보이며 초라해져갔다. 늘 동생만 품에 꼭 안은체 힘든 걸음걸이를 옮겨놓으며 집안살림을 엄마대신 꾸려가고 있는 그 아버지를 보고있자면 괜시리 울화통만 치밀어 올라 아버지에게 함부로 말하고 내 성질대로 집을 뛰쳐나가 늦게까지 밖에서 놀다가 들어간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옛날 그 정정하셨을때라면 벌써 종아리에 불이 몇십번도 더 났었겠지만 이상하게 아버지는 그런 나를 안타깝게 바라만 보실뿐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대신하여 이제는 엄마가 공사장을 기웃거리며 간간히 벌어오는 푼돈으로나마 나와 아버지, 동생은 겨우 끼니 걱정은 덜을수 있었다. 만약 그때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지만 않았어도....... 만약 그떄 아버지가 병원으로만 안갔어도........ 만약 그떄 동생이 태어나지만 않았어도....... 결국에는 내 모든 증오와 현실에대한 불만이 이제 겨우 7살된 동생에게 모두 쏟아지고 있었다.

더욱이 저녀석은 반병신이나 다름없는 놈이잖은가? 말도 제대로 못하는 병신같은놈...... 엄마말로는 어릴적 제대로된 예방접종 하나 못받아서 그만 홍역에 걸린게 화근이라는데 내 생각에는 저놈이 아버지를 저렇게 만든 저놈이 천벌을 받은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아 진짜 이런 집안 꼴이 정말 싫다.

정말 싫어...........

[ 야 임마! 일어나..... 지금이 몇시인데 아직까지 퍼자고 있어? ]

나는 이불을 돌돌말며 그속에 파묻혀 아직까지 자고있던 동생녀석을 괜한 심통에 발로 툭툭차며 깨웠다. 발길질이 조금 셌나? 동생이 아픈지 인상을 찌뿌리며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그리고 눈꼽이 덕지덕지 낀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히~~ 하며 웃어준다. 보기싫은놈....

[ 어...엉...아.... 일..어...났어? 자...잘...잤어? ]

아휴~~ 말도 제대로 못하는 놈이 아침인사는... 나는 이런 집안에 계속 앉아 있자면 울화통만 치밀어오를게 뻔해서 부리나케 학교에 갈준비를 했다. 나같이 거렁뱅이나 다름없는 놈이 많이 배워봐야 뭘 쓸데가 있겠냐만은 우리 부모님들은 한사코 나를 가르켰다.

가난할수록 공부열심히 해서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터무니없는 소리들을 해가며.............. 누군 그런것을 모르나 하지만 지금도 내 수업료를 마련하느라 겨우겨우 힘겹게 생활하고 있는데 나중에 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또 어떻해 운이 좋아서 대학까지 간다면 과연 그 어마어마한 학비를 어서 마련하겠다는 것인가 터무니없는 망상에 불과한 지금의 현실을 우리 부모님들은 너무도 모르는걸까 

거동도 불편한 몸으로 애써 아들래미 아침상을 차려주시는 아버지.... 보나마나 누런 보리와 잡곡에 시어빠진 김치가 고작이겠지..... 심통이 또 나기시작한 나는 힘겹게 아침상을 차려주신 아버지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달랑 가방하나 짊어지고 그냥 집문을 나서버렸다.

[ 이..이녀석아... 밥먹고 가야지? 그냥 가면 어떻해? 어서 한술이라도 뜨고 가렴. 그냥 가면.... 쿨럭.쿨럭.... 어서..밥....쿨럭....쿨럭.... ]

또 저놈의 천식이 도지셨나? 아침의 차가운 공기를 쐬어서 인지 오늘따라 더욱 심한 기침을 해대는 아버지를 보자니 또 울화가 치밀어 그냥 그대로 집을 뛰쳐나왔다. 뒤에서 동생놈이 어눌어눌한 말투로 뭐라 하는것 같았다. 그냥 본체만체 집을 뛰쳐서 마냥 학교로 뛰었다. 괜시리 눈에서 눈물이 나왔다.

오늘도 학교에서는 수업료를 못낸 아이들을 아침조례때부터 호명하며 온갖 쪽팔림을 주고 있었다. 아이들의 교육은 뒷전이고 돈이나 받아쳐먹는 저런 교사들에게 뭐를 배울게 있다고 내가 미쳤다고 이런 학교에 다니는지..... 그 아이들의 무리속에서도 늘 수업료를 늦게내는 단골손님인 나는 담임선생에게 더 심한 굴욕과 모욕을 당해야만 했다.

빌어먹을....... 누구는 이놈의 학교 다니고 싶어 다니는줄 아나? 눈에 핏발을 세워가며 담임을 노려보는 나의 행동에 나는 그날 아침부터 담임에게 무차별적으로 얻어터져야만 했다. 아~~~~~~~ 정말 싫다......

아침도 안먹고 와서 그런가 그날따라 점심떄가 되기도 전에 허기가 져온다. 더욱이 도시락도 안들고 왔는데....... 하긴 도시락을 가져와봐야 온교실에 시어빠진 김치냄새를 풍긴다고 아이들의 눈총을 받을게 뻔하지만........ 그래도 그 김치에 보리투성이인 그 도시락이 오늘따라 유난히 간절하게 느껴졌다.

아버지는.......... 우리 병약한 아버지는 그래도 당신은 굶으셔도 이런 못된 아들내미 도시락은 꼬박꼬박 싸주시며 챙겨주는 아버지인데........ 그래서 더더욱 나자신에대한 화풀이를 아버지에게 돌리는 것일까?

오늘도 수돗가에서 단골메뉴인 수돗물을 마셔대는 몇몇 낯선 인물들이 눈에 띤다. 저놈들도 똥구녕 찢어지게 가난해서 도시락도 못싸오는 그런 녀석들이었다. 거의가 집안 가장이거나 아님 편모나 편부밑에 있는 녀서들...... 그런 저들에 비하면 그래도 나는 행복한것 일까 

[ 어? 수한이 왔네 너도 물 마시러왔냐? 오늘은 도시락 안싸온거야? 이리와.. 여기 오늘은 이쪽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이 맛있다. 히히. ]

허구헌날 도시락을 못싸오는 헌구란 녀석은 아예 늘 이렇듯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로 그날 점심을 때우곤 한다.

[ 미친놈....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맛이 다 똑같지...... 뭐 다를게 있다고.... ]

[ 아냐... 너 아직모르는구나. 그날 그날 수도꼭지마다 나오는 물맛이 다르다구. 헤헤.. 그렇지? 애들아 ]

아이들이 그러는 헌구를 한대씩 쥐어박는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찢어지게 가난한 놈들은 이렇게 한무리를 이루며 그들나름대로의 집단을 이루며 다른 아이들과는 별개로 생활하고 있었다.

하긴 어떤놈들이 다 떨어져가는 누더기옷에다가 제대로 씻지도 못해서 꼬제제한 놈들을 좋다고 친구로 받아주겠는가 다 이런식으로 우리같은 처지의 놈들하고만 어울리는것이지.............

집에 돌아와보니 동생녀석이 내 피리에 침을 덕지덕지 묻혀가며 불어대고 있었다. 순간 눈에서 불꽃이 티었다.

하나뿐인 피리였다. 음악실습 시험때문에 부모님이 주머니속에 깊히 묻혀두었던 돈을 꺼내 산 소중한 피리였다.

그런것을 저놈이 꺼내서 불어대고 있다니..... 내 등장에 놀란눈동자를 하며 물끄러미 나를 두려운 시선으로 쳐다보는 동생녀석의 뺨을 있는힘껏 후려갈겼다. 동생이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나가떨어진다.

말이 필요없었다. 웅크려 벌벌 떨고있는 동생의 몸에 숱한 발길질을 해대었다.

[ 앙~~아구아구~~ 아....파..아..프...다....엉..아... 잘....몬.......해...떠.... 잘못......아구..아구.... ]

동생이 울부짖으며 잘못을 비는 그 말투에 왠지모를 속에서 치밀어오르는 뭔지모를 울컥하는 마음에 더 심하게 동생을 두들겼다. 동생의 비명소리에 아버지가 힘든 걸음걸이를 옮기시며 방안으로 들어오셨다. 그리고 방안의 광경을 목격하셨다.

식식거리며 그떄까지 동생에게 모진 발길질을 해대는 내 뺨에 번갯불이 작렬했다. 고개가 획 돌아갈 정도였다.

[ 아.....아버지......... ]

[ 이..이놈아.... 네동생이여..네동생이라고... 어떻해 그렇게 개잡듯 팰수가 있는겨? 응?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정녕 사람이여? ]

아버지는 몹시 화를 내시며 한동안 거친숨을 토해내시더니 방바닥에 웅쿠린체 울먹이고 있는 동생을 말없이 끌어안아 주신다. 그떄까지도 동생은 공포에 가득찬 눈물 글썽거리는 눈을 한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냥 그대로 집을 뛰쳐나왔다. 뒤에서 애타게 나를 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마냥 달렸다. 가파른 언더길을 넘어지든 말든 그냥 그대로 내 달렸다. 눈에서 왠지모를 눈물이 쉴새없이 흘러 흩뿌려졌다.

바보....바보같은놈.... 병신.... 왜 도망안가고 맞고만 있는거야? 말도 제대로 못하는 놈이 왜 용서를 빌며 그렇게 묵묵히 맞고만 있어? 도망가지....도망갔으면 차라리 내 마음이 속편하잖아... 바보같은놈.... 많이 아팠을텐데.... 엄청 고통스러웠을텐데..... 그런데 왜 맞고만 있어.......

[ 으~~~~~~아~~~~~~~~~~~~~~악~~~~~~~~~~~~~악~~~~~~~~ ]

나는 언덕길을 상처난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내달리고 있었다. 세상모든것에 대한 증오와 불만만 내 마음속을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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