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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쟈키87♠제21화 친구의 누나 (3) (89/95)

포르노쟈키87♠제21화 친구의 누나 (3)

그 시절의 어머니는 하루걸러 외박을 했다. 왜 그래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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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미는 다혜가 완전히 잠들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민규의 어깨

에 머리를 기댔다. 목안으로 잠겨 드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고 

나서 고개를 치켜들며 담배 연기를 내 품었다.

"사랑?"

"응. 어떤 여자를 사랑해 본적 이 있냐고?"

"킬킬킬, 나 같은 놈이 여자를 사랑할 자격이냐 있냐?"

민규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차영란 이란 여자의 얼굴을 떠 

올렸다. 눈망울이 크고 피부가 하얀 여자 였다. 말을 할 때는 이

제 막 잠에서 깨어 난 것처럼 목안에 잔뜩 잠겨 있는 듯한 목소

리로 가슴을 편안하게 해 주는 여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친구의 누나 였다.

"내 눈은 못 속여. 오빠는 여자를 사랑해 본 적이 있구나."

혜미는 이유를 알 수 없이 호기심이 불같이 일어나는 것을 느

꼈다. 민규의 성격으로 볼 때 그가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면 

꽤나 뜨겁게 사랑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였다.

"킬킬, 난 사랑을 해 본적이 없어. 철 들 무렵부터 잡초처럼 살

아 왔으니까."

민규는 서 있는 자세에서 그대로 퍼질러 앉았다. 민규의 어깨

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혜미도 슬그머니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

다.

"그러지 말고 말 해 줘. 그럼 나도 내 이야기를 해 줄 테니까?"

혜미는 벽에 등을 기대고 무릎을 세우고 나서 민규를 바라보았

다. 왠지 민규의 얼굴이 우울해 보이는 것처럼 보였다. 소주를 

한 컵을 단숨에 비워 버린 탓일까 취기가 아스라하게 밀려오는 

것을 느끼며 민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넌 물빛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했을 꺼야. 하지만 나는 하룻밤

의 풋사랑이었어........"

민규는 혜미의 머리카락에서 나는 샴푸 냄새를 기분 좋게 받아

들이면서 천장을 지그시 응시했다. 차영란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과연 그게 사랑이었을 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기분이 착 갈

아 앉는 것을 느꼈다. 하긴 그 때는 사랑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날수록 그것은 사랑이라기 보다 잘못된 육체관

계에서 비롯되는 아픈 상처지, 결코 사랑은 아니었다. 하지만 열 

여섯의 어린 마음으로 생각했을 때는 타는 듯한 그리움이기도 

했다. 

"물빛 사랑? 오빠도 그런 말을 할 줄 알어?"

민규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혜미가 고개를 들고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쨔샤! 분위기 깨지 말고 듣고 싶으면 잠자코 있어......"

민규는 팔 굽으로 혜미의 옆구리를 툭 치고 나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날, 그러니까 아침부터 여름비가 쉬임없이 내리던 날이었다. 

슬레이트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저녁이 되도 그칠 줄을 

몰랐다. 어머니는 친구를 만나고 온다고 했지만 이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어야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추스리며 귀가 할 것이 분

명했다. 그 시절의 어머니는 하루걸러 외박을 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알지도 못했고, 생각하려 들지도 않았다. 어머니

는 늘 외박을 하는 여자 였고, 어머니가 밖으로 나돌수록 어머

니에 대한 반항심만 비온 뒤의 죽순처럼 커 나갔기 때문이다. 

서너 평의 조그만 방에서 무협지를 보고 있을 때 였다. 갑자기 

슬레이트 지붕에서 골목으로 떨어져 내리는 빗소리가 요란스럽

게 파고들었다. 바쁠 것도 없다는 몸짓으로 천천히 창문 앞으로 

갔다. 소나기 였다. 밤이 새도록 본격적으로 비를 퍼부어 될 것

이라고 생각하며 방바닥에 벌렁 누웠다.

무협지를 머리맡으로 던져 버리고 팔 베개를 하고 누웠다. 낡

은 벽지로 덧붙여 놓은 천장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노라니 문

득 친구 친구 영갑이가 생각이 났다. 

그 놈은 지금쯤 골 터지게 공부하고 있겠지....... 

이 고즈넉한 시간에도 고등학교에 가기 의해 따분하게도 수학 

문제나 풀고 있을 영갑이의 얼굴이 떠오르는 순간, 중학교를 그

만 둔 게 역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하고는 어차피 담

을 쌓고 있던 터 였기 때문에 학교를 가지 않는 다는 게 이처럼 

자유스러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따분했다. 별다르게 할 일이 없

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언제나 이 따분한 생활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었다. 언젠가 때가 되면 언젠가 습기 찬 동굴 같은 이 

방에서 떠나겠다는 게 꿈이었다. 그 꿈을 이루기 의해서는 최소

한도 의 돈이 필요했다.

꼰장, 요즘 용돈 주는 꼰대들이 없는 모양이지......

가출 자금은 먼 곳에서 구하는 게 아니고 방안에서 구해야 했

는데 요즘 어머니가 돈을 못 가져오는 것 같아 차일피일 가출 

시기를 미루고 있다는 걸 생각하니 짜증이 났다. 담배 나 피울

까, 이럴 땐 그저 구름 과자가 최고 였다. 엎드려서 담배를 피우

고 있는데 누군가 창문을 톡톡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빗소린 가?

시계를 봤다. 아홉 시를 넘기고 있었다. 이 시간에 찾아 올 사

람은 없다는 생각에 계속 담배를 피웠다. 비가 내리는 탓에 창

문을 열어 놓을 수가 없어서 이내 방안에 연기가 가득 찼다. 그

것이 또 나를 짜증스럽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들의 방처럼 크다

면, 아니 큰방은 떠나서 혼자 지낼 수 있는 방 한 칸 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벌렁 누웠다. 천장 구석에 습기가 베어 있는 

것이 보였다. 비가 올 때마다 생기는 현상이었다.

"똑, 똑, 똑!"

이번에는 제법 큰 소리로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영

갑이 아버지가 술 먹었나. 그때서야 영갑이 가 왔을지도 모른다

는 생각에 슬그머니 일어났다. 내가 아버지가 없는 것처럼 영갑

이는 어머니가 없었다. 그 대신 열 아홉 살의 누나가 어머니 역

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활하는데 큰 불편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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