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쟈키70♠제15화 아랫목, 윗목에서(4)
준식아! 얼굴을 때리면 어떻게 하니. 상품 가치가 떨어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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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옥이의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연신 바깥 동정을 살
피며 확신 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니는 그렇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내는 안 그렇데이. 카니까,
우리 여기서 나가자. 어떻노? 니는 그냥 눌러있을락 카나."
"아냐. 나도 나가겠어. 헌데 어쩌지, 벌써 최언니 한테 옷을 받
았는데......."
"뭐라꼬? 벌써 옷을 받았다고 했나? 그기 무슨 뜻이고?"
다혜는 여기 온지 다음날 최언니 하고 백화점에 가서 옷을 샀
으며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했다는 이야기를 비롯해서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이야기 해주었다. 그러는 동안 영옥이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지기 시작했다.
"그으래?"
영옥이는 그래도 뭔가 석연치 않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천장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얼굴로 다혜
를 바라봤다.
"그 카면, 니 혼자 외출해도 되나?"
"아니......"
다혜는 생각 없이 대답해 놓고 보니 이 집에 들어 온 이후 혼
자 외출 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필요 한 것은 모
두 구비되어 있고, 아직 서울 지리도 모르는 형편이라 외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탓도 있었다.
"그카모, 혹시 우리 이 집에 붙잡혀 있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뭐라고?"
"물론 내 예감이 틀렸는지 모르지만. 내는 기분이 영 안 좋데
이. 암만케도 여길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데이. 니는 그런 생각
안 드노?"
"하지만 난 갈곳이 없는 걸?"
다혜는 영옥이의 막연한 불안이 자신한테 전이되어 오는 것을
느끼며 두려운 목소리로 물었다. 여길 나가게 된다면 당장 갈
곳은 언니 집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형부가 있었다. 그러
나 그 곳은 갈 수가 없었다. 자칫 형부와의 관계가 언니한테 발
각이라도 되는 날이면 언니 집의 파탄을 의미하는 무서운 일이
었다.
"내 한테 여관비가 있으니까 우리 둘이 여길 나가자. 내는 암
만케도 불안해서 앉아 있지도 못하겠다 안하나. 어떻겠노? 저
옷값이야. 나가서 돈 벌면 갚아 주면 될꺼 아이고, 니 말을 들어
보니까 니가 원해서 산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래. 그럼 그러자."
다혜가 무거운 마음을 짓누르고 막 일어서려고 할 때 였다. 방
이 요란스럽게 열리면서 최언니가 들어 왔다. 그 뒤에는 거실에
서 빈둥거리던 사내 두 명이 뭔가 재미있는 일을 기다리는 표정
으로 잔인한 웃음을 흩날리고 있었다.
"호호호, 너 알고 보니 꽤 영악한 애로구나."
다혜는 최언니의 목소리가 변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까지 이
웃집 언니처럼 다정하게 굴던 목소리가 아니었다. 목소리에 날
이 서 있는 게 찬바람의 쌩쌩 불고 있었다. 순간 뭐가 잘못 되
도 한 참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예감이 들며 가슴이 덜컹 내려
앉는 것을 느꼈다.
"뭐라꼬 예?"
영옥이는 다혜가 생각해도 영악할 정도가 아니고 발칵 하는 성
격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자신은 새파랗게 질려서 어쩔 줄 몰
라 하고 있는데 그녀는 그렇지가 않았다. 벌떡 일어서며 자신은
여길 나가겠노라고 선언을 했다.
"호호호, 준식아 제가 지금 뭐라고 했니?"
"흐흐흐. 누님 제 귀에는 빨리 저 좀 어떻게 주물러 달라고 애
원을 하는 소리로 들립니다."
최언니의 말에 말총머리를 한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다혜는
이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준식이의 얼굴만 보는 것으로 새파랗
게 질려서 자기도 모르게 방구석으로 가서 쪼그려 앉았다.
"니는 또 뭐꼬? 날 칠끼가?"
영옥이가 가소롭다는 얼굴로 준식이에게 대 들었다. 그때 였다.
준식이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가 했더니 썅! 소리와 함께 주먹이
날아갔다.
"악!"
영옥이가 아무리 당차다고 해도 연약한 여자 였다. 그녀는 단
한방에 얼굴을 감싸쥐고 허물처럼 무너져 버렸다.
"준식아! 얼굴을 때리면 어떻게 하니. 상품 가치가 떨어지잖아,
모레면 내 보낼 아이들인데."
최언니가 깜짝 놀라며 얼굴을 감싸고 있는 영옥이 앞으로 갔
다.
상품 가치라니!
다혜는 처음에는 최언니가 하는 말뜻이 무슨 말뜻인지 몰랐다.
그러나 조금 있다 준식이가 흐흐흐, 창녀를 얼굴보고 잡아먹습
니까? 몸매만 끝내 주면 그만이지 라는 말을 듣고 하늘이 노랗
게 무너지는 듯한 절망 속으로 빠져들었다.
"차.....창녀라니?"
다혜는 일방적으로 당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늘이 노랗게
무너지는 듯한 절망 속에서 빠져 나오려고 개미 기어가는 목소
리로 반문했다.
"흐흐흐, 명호야 저 강원도 청년이 지금 뭐라고 했냐?"
아직까지 방문을 앞에서 담배를 질겅질겅 씹고 있는 청년의 이
름은 명호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