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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쟈키59♠ 제12화 - 아주 짧은 섹스 (2) (59/95)

포르노쟈키59♠ 제12화 - 아주 짧은 섹스 (2)

민규는 허리춤에 나이프가 재대로 꽂혔는지 확인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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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경주에서 버스를 타고 동해에 도착했을 때는 초봄의 짧

은 해가 수평선에 운동장 만한 노을을 깔아 놓고 있을 때 였다.

"아직도 화났니, 기차에서는 내가 잘못 한 거 같다. 하니까 이

제 화 풀고 볼일이나 보자 어서."

민규는 내가 언제 널 약올렸나 하는 얼굴로 혜미에게 능청을 

떨었다. 

"오빠가 뭘 어쨌는데?... 아냐. 오빠 잠깐만 이리 와 봐. 다혜 

넌 거기 서 있고......"

혜미는 혜미 역시 그만한 일로 꽁하고 있을 여자가 아니었다. 

민규의 등을 툭 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리려고 했다. 그러

다 다혜의 얼굴을 보는 순간 뭔가 걸리는 것이 있었다. 다혜가 

민규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

고 나서 였다.

"또 뭐냐?"

민규는 허리춤에 나이프가 재대로 꽂혔는지 확인을 하며 혜미

를 따라 버스 정류장 뒤로 들어갔다. 화장실 옆 화단에는 개나

리가 피어 있었다. 바다보다 일찍 해가 내려앉는 산 중턱에 위

치한 정류장 탓에 개나리 줄기는 허리에 어둠을 묻고 있었다. 

"오빠, 혹시 다혜 대리고 화장실 간 건 아니겠지?"

민규는 혜미의 말뜻이 무슨 말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며 혜

미의 눈을 바라 봤다. 혜미의 눈 속에도 개나리 줄기가 숨어 있

는 게 보였다.

"빨리 대답 못해!"

혜미는 민규가 머뭇거리는 모습이 능청을 떨고 있는 것으로 보

였다. 손톱을 세우고 금방 이라도 할퀴어 버리겠다는 얼굴로 노

려보았다. 만약에 자신이 잠든 틈을 이용해서 그가 다혜를 데리

고 화장실에 들어갔다면 용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 저변에

는 다혜에 대한 질투심이 어느 정도 깔려 있기도 했다.

"다혜가 화장실에 혼자 못 가냐?"

민규는 혜미가 두 번이나 물었을 때서야 그녀가 왜 그렇게 묻

는지 이유를 알고 슬그머니 웃었다. 우연이긴 하지만 기차간에

서 번개 같이 해 치운 섹스를 생각하고 있을 거라는 것 때문이

다.

"웃지 말고 너 똑바로 말해. 화장실에 데려갔어. 안 데려 갔

어?"

"킬킬 너 질투하는 거냐. 아니면 여기 서 있는 성민규를 못 믿

는 거냐?"

"기분 나쁘게 자꾸 웃을 꺼야. 어서 내 말에 대답이나 해?"

"야! 조금 전에 대답했잖아. 날 못 믿겠느냐고 말 했잖어. 그게 

해답이라구. 척 하면 삼척이라고 꼭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

야 알겠냐. 내가 왜 다혜를 데리고 화장실엘 가냐? 그리고 너도 

화장실에 데리고 간 적이 없잖아."

"어머머, 사람이 어쩌면 이렇게 능청 맞을 수가 있어. 지금 본 

사람 없다고 억지쓰는 거야?"

"킬킬, 내 말은 니가 날 따라 들어 왔지. 네가 너 한테 화장실 

들어가서 그걸 하자고 했다는 말은 아니란 말야."

"어머! 이 저질, 조용히 못해. 다혜가 다 듣겠다......."

혜미는 그때서야 민규의 말뜻을 알아듣고 얼굴을 붉혔다. 한편

으로는 민규를 믿지 못한 게 미안하기도 해서, 밉지 않게 노려 

보다 얼른 시선을 돌렸다.

"다혜 화장실 안 갈래?"

"킬킬......."

제 딴에는 이 어색한 상황에서 벗어난다고 무심코 다혜에게 말

했다가 민규가 킬킬거리며 웃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휙 돌렸다. 

도끼눈을 뜨고 주먹을 쥐어 보였다. 민규가 웃는 이유는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화장실에서 헐떡거렸던 장면을 떠 올렸기 때문

일 거라는 생각에서 였다.

"그럼 빨리 다녀와라. 난 한잔하고 이쪽으로 올 테니까."

"알았어. 많이 마시면 안돼. 아침도 제대로 안 먹었잖아."

민규는 혜미의 말을 뒤로하고 대합실 안으로 들어갔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소주 한 병하고 쥐포 한 마리를 사 들고 밖으로 

나왔다. 저 멀리 언덕 아래로 바다 가 누워 있는 게 보였다. 바

다를 앞으로 하고 띠처럼 둘러쳐 저 있는 시내는 좁고 협소 해 

보였다. 그러나 시외 버스 정류장으로 통하는 길은 넓고 시원했

다.

어! 저 새끼가 왜 여길 와 있지?

소주 한 병을 단숨에 비우고 한가롭게 쥐포를 뜯고 있을 때 였

다. 살무사의 부하이자, 오른 팔이나 마찬가지인 망치가, 처음 

보는 사내하고 택시에서 내리는 것이 보였다. 

씨팔, 저 놈들이 여길 어떻게 알고 왔지?

민규는 쥐포를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여자 화장실 뒤로 갔

다. 어느 칸에 혜미가 들어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보다 지

금쯤 정류장 앞으로 나갔을 지도 모를 일 이었다. 날씨는 덥지 

않은데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혜미야!......혜미야!"

여자 화장실은 모두 세 칸이었다. 첫 번째 칸에서는 쌍소리가 

흘러 나왔고, 두 번째 칸에서 다혜의 목소리가 한참만에 흘러 

나왔다. 

"네........"

다혜는 밖의 동정에 귀를 기울였다. 문을 열기 전에 변기의 물

을 흘려 보내야 하는데 창밖에 서 있는 민규가 들을까 봐 어서 

그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길 기다리면서 였다. 

"야 쌍년아 혜미밖에 못 나가게 하고 어서 빨리 불러 들여!"

"네?"

다혜는 느닷없는 민규의 쌍 소리에 고개를 번쩍 치켜들고 창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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