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포르노쟈키22♥제3화 형부의 방(2) (22/95)

포르노쟈키22♥제3화 형부의 방(2)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하지 않았지만 언니한테는 말해 줄께.

━━━━━━━━━━━━━━━━━━━━━━━━━━━

겨울의 짧은 해는 어영부영 하는 사이에 창문 앞에 어둠의 장

막을 쳤다.

"웃을 모두 벗어, 그래야 편하게 잘 수 있지."

일찌감치 저녁을 시켜 먹은 민규는 소주 두 병과 오징어 한 마

리를 사 가지고 옆방으로 갔다. 다혜와 둘이 남게 된 방안에서 

혜미가 다혜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괜찮아. 그냥 잘께."

다혜는 아무리 여자 앞이라고 해도 알몸을 보이기 싫었다. 더

구나 그녀는 스스로가 더 이상 몸을 파는 여자가 아니라고 자부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천호동에 있을 때 몸을 함부로 굴린 것

은 아니었다. 직업이 그렇다 보니 남자들을 상대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옷을 벗었지만 같은 여자들과 함께 있을 때는 여자로서

의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고이 간직하고 있었었다.

"아냐, 내가 목욕탕에 뜨거운 물을 틀어 놓을 테니까, 탕 속에 

들어가서 한참 동안 몸을 담그고 있으면 멍든 자국이 쉽게 없어

질 꺼야. 그 다음엔 옷을 입지 말고 그냥 자도록 해, 그래야 몸

이 쉽게 풀어질 테니까."

혜미는 나이가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은 다혜를 동생처럼 

생각하고 부드럽게 말했다.

"언니 말대로 목욕탕에서 찜질은 하겠지만 옷은 입고 자겠어

요. 그래도 돼지?"

다혜는 혜미의 친절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옷을 벗

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너 혹시 부끄러워서 그라는 건 아니겠지?"

혜미가 웃는 얼굴로 물었다.

"부끄럽긴, 여자들끼리 목욕도 하는데 뭐가 부끄럽다고....."

다혜는 자기도 모르게 귀밑을 빨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숙였다.

"네 얼굴에 부끄럽다고 써 있는 데 뭘 그래."

혜미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는 다혜를 보는 순간 가슴이 아리

하게 아파 왔다. 이렇게 여린 마음을 소유하고 있는 여자가 어

떻게 몸을 팔고 있었을 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정말 안 그렇다니까."

다혜가 고개를 흔들며 부끄럽게 웃었다.

"좋아. 그럼 일단 먼저 찜질부터 하자구."

혜미는 일어서서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차가운 물 보다 뜨

거운 물을 많이 나오게 해서 물을 틀어 놓은 다음에 밖으로 나

왔다.

"저......이런 말하면 안되겠지만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혜미가 담뱃불을 붙이고 나서 입을 열었다.

"어떻게 천호동에 있게 되었느냐고 알고 싶어서 그러지?"

다혜가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그건 오래된 습관이기도 했다. 

손님들은 하나 같이 왜 이런데서 있게 되었느냐며 호기심을 감

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응. 하지만 말하고 싶지 않으면 안해도 돼. 단순히 너 같이 착

한 애가 어떻게 그런데서 있었는 지 가 궁금해서 그럴 뿐이니

까."

"아냐.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하지 않았지만 언니한테는 말해 

줄께."

다혜는 잠깐 천장을 쳐다보았다. 고개를 숙여 담배 연기를 내 

품고 있는 혜미를 바라보며 입술을 악물었다. 그리고 치밀어 오

르는 슬픔을 참기 위해 벽을 쳐다 보았다. 

"됐어. 들은 걸로 할께."

혜미는 다혜의 눈썹에 맺히는 눈물 한 방울을 보는 순간 괜한 

말을 꺼냈다는 생각으로 다혜의 손을 잡았다.

"아냐, 지금까지 그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날 이해 

해 주는 사람이 나타나면 언젠가 말을 해 주고 싶었어."

"고맙구나, 날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마운 건 나야. 만약 언니하고 민규 오빠가 날 구해 주지 않

았으면 난 지금쯤......."

다혜는 이 시간에 천호동에 있었으면 끔찍하게 당하고 있었을 

것을 생각하니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아 말꼬리를 흐렸다.

"그래 민규씨는 좋은 사람야. 내가 보기에 정에 굶주린 탓에 

약간 거친 면이 있긴 하지만 본성은 좋은 사람 같아. 그러니 너

도 오빠라고 불러."

혜미는 처음으로 민규를 오빠라고 부르는 다혜가 한결 가까워

진 기분으로 잡고 있던 그녀의 손에 힘을 주었다.

"언니도 너무 착한 사람 같애."

"내가 착해? 너 내가 민규 오빠한테 하는 거 보구도 그 말이 

나오니?"

혜미가 어림도 없다는 얼굴로 피식 웃었다.

"아냐, 언니 자신은 모르지만 언니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나 나

처럼 생각할 걸."

"좋아. 그건 네 자유니까 일절만 해 두고 어서 그 이야기부터 

해봐. 지금이라도 하기 싫으면 그만 둬도 돼. 그건 네 자유니

까."

혜미는 담뱃재를 톡톡 털며 부드럽게 말했다.

"나 담배 한 모금만 줄래?"

다혜는 막상 말을 하려니까 목이 메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자

주 피우는 담배는 아니지만 한 모금 피워야 말이 나올 것 같았

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