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쟈키20♥제2화 그 여자들의 레일(8)
혜미는 민규의 목을 와락 끌어 안고 그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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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단 말도 몰라. 왜 자꾸
남의 비윗장을 건드는 거야."
혜미는 그때서야 민규의 속마음을 읽고 슬그머니 목소리를 낮
추었다.
"문교부 가방 끈 짧은 거 인제 알았냐. 빨리 밥이나 먹어."
민규는 담배 연기를 길게 내 품으면서 혜미에게서 시선을 돌렸
다.
"오빠는 안 먹어?"
혜미가 민규의 해장국 그릇을 바라보며 한결 누그러진 음성으
로 물었다.
"이 오빠는 앞으로 생각할 게 많아서 배 좀 비워 둬야 겠다.
배가 부르면 잡생각이 많이 나 정신 집중이 안 되거든."
민규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유리창 문 밖으로 쳐다보았다. 역
광장은 한산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햇볕이 광장을 점령하
고 있었다. 실내에서 보는 바깥 날씨는 봄 날씨처럼 따뜻했다.
그러나 광장을 오가는 행인들의 모습을 보니까, 그렇지만은 아
닌 것 같았다. 하얀 입김을 헉헉 토해 내며 걷거나, 도파 깃 속
에 머리를 자라처럼 숨기고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어떻게 할꺼냐."
역전 근처에 있는 정형외과 문을 나오자 마자 민규가 따지듯
물었다. 다혜는 엑스레이를 찍어 본 결과 부러지거나 삔 곳은
없었다. 하지만 탈의실에서 다혜의 모습을 본 혜미의 입을 빌리
자면 그녀의 여린 몸뚱이는 먹물을 뿌려 놓은 듯이 상처투성이
라는 거 였다. 그렇다면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었
다.
"어떻하긴. 우선 깨끗한 여관을 잡아야지."
혜미는 생각하고 있었다는 얼굴로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여관?"
민규가 상처 입은 작은 새 같은 몰골로 저 만치 서 있는 다혜
를 흘깃 쳐다보며 왠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얼굴로 반문했다.
"그럼 어떻해. 저 몸으로 방치 시킬 수는 없잖아. 우리가 구해
줬으니까 끝까지 책임져야지."
혜미는 담배가 피우고 싶어졌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행이
인적이 드믈었다. 민규에게 담배 한가치를 달라고 해서 한 모금
길게 삼켰다.
"이러면 안 되겠니?"
민규는 혜미의 어깨를 잡으며 다혜로부터 좀 더 먼 거리로 자
리를 옮겼다.
"어떻게?"
알몸으로 서 있는 목련나무 밑에서 혜미가 물었다.
"이 돈을 주고 저 혼자 병원에 입원을 하든, 여관을 잡고 상처
가 낳을 때까지 푹 쉬라고 하면 어떻겠니. 난 네가 왜 묵호에
가야 하는지 모르지만, 이왕 묵호까지 데려다 주기러 한 이상.
다혜를 묵호까지 끌고 갈수는 없는 노릇이잖어. 안그래?"
"어머 이게 왠 돈이니?"
혜미는 민규가 꺼내 보이는 돈 뭉치를 얼른 빼앗아서 바지 주
머니 속에 집어 놓으며 물었다.
"야, 그게 왜 거기로 들어 가냐?"
"이 돈 어디서 났어. 설마 여인숙에서 훔친 것은 아니겠지?"
"날 그렇게 밖에 안 봤냐. 다혜 끌고 가던 새끼들한테 좀 빌린
거다 왜."
"그럼 잘 됐다. 그렇지 않아도 김천서 하루 이틀 지내려면 돈
이 좀 필요하던 참이었는데. 가자."
혜미는 민규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돌아서서 다혜가 있는 곳
으로 갔다.
"야!"
이런 경우를 혹 떼러 같다가, 혹 붙인 꼴이라고 하는가. 민규는
어떻하든 다혜를 떼어놓으려다 주머니에 있는 돈까지 뺏기고 나
니까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고함을 지르며 뛰어가서 혜미 앞
을 가로막았다.
"오빠, 난 오빠의 성격을 잘 알아. 내가 알고 있는 오빠는 저렇
게 불쌍한 다혜를 모르는 척 하지 않아. 그러니 제발 혜미 마음
대로 하게 해줘, 응."
혜미는 씩씩거리는 민규를 어린 남동생을 달래듯 부드럽게 달
랬다. 그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 간절한 시선을 보내면서 였다.
"시팔! 도대체 일이 언제까지 꼬여 나갈지 모르겠군. 너 혹시
나하고 전생에 원수 진거 있냐, 왜 새처럼 자유롭게 사는 날 자
꾸 귀찮게 구는 거냐?"
민규는 금방이라도 진주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릴 것 같은 혜미
의 시선을 거칠게 외면하며 발을 굴렀다. 생각 같아서는 혜미고
뭐고 당장 어느 곳으론가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혜미의 맑은
눈동자를 쳐다보기만 하면 병든 닭처럼 의지가 약해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게 자신을 화나게 만들고, 자신이 화가 나는
만큼 혜미가 밉기도 했다.
"오빠, 화만 내지 말고 혜미 말대로 해줘. 다시는 이런 부탁하
지 않을게. 응."
혜미는 돌아선 민규 앞으로 가서 다시 간절하게 부탁을 했다.
"시펄, 언제는 내 몸이 내꺼 였나. 서울에 있을 때는 내 몸이
살무산지 독사 소유 인줄 알았더니, 이제 임자가 따로 생긴 꼴
이군."
민규는 혜미의 투명한 입술이 무언가 간절하게 원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면서 더 이상 거절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고마워 오빠, 나는 처음부터 오빠가 내 말 들어 줄줄 알았어."
혜미는 민규의 목을 와락 끌어안고 입술에 키스를 했다. 지나
가던 간호원이 눈을 동그랗게 뜬 체 쳐다보나 말거나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