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쟈키16♥제2화 그 여자들의 레일(4)
민규는 허리춤에서 나이프를 꺼내 사내 들 앞에 번갈아 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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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가하게 구경이나 하고 있을 셈이냐?"
민규는 커튼 줄을 챙겨 들어 곱슬머리 옆으로 갔다. 곱슬머리
가 꿈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가만있으면 덜 맞지."
민규는 옆에 보이는 재떨이를 들었다. 재떨이를 정면으로 해서
꿈틀거리는 곱슬머리의 뒤통수를 다시 한번 내려쳤다. 담배꽁초
가 파편처럼 튀면서, 조금 전에 맞았던 자리를 두 번이나 맞은
곱슬머리는 끙 소리를 내며 개구리처럼 뻗어 버렸다.
"빨리 와 야 해!"
혜미는 민규의 팔 빠른 몸짓을 뒤로하고 방을 빠져나갔다.
"내 걱정하지 말고, 역전에 가서 택시나 잡아. 젠장.....새벽부터
이게 무슨 중노동이야, 난 솔직히 이 놈들하고 손톱만큼도 유감
이 없는데."
민규는 혼자 투덜거리며 곱슬머리와, 가죽 잠바의 입에 재갈을
물렸다. 꿈틀거리는 두 놈을 아랫목으로 끌어다 놓고 그 위에
이불을 덮었다.
"으......"
"업, 업,......"
이불 속에서 꿈틀거리는 놈들이 여인숙 주인의 눈에 띄기까지
는 적어도 점심때는 되어야 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쯤이
나 되야 여관 조바가 청소를 하기 위해 문을 노크 할 것이기 때
문이다.
이제 된 건가?
방안을 둘러보았다. 급히 나가느라 혜미가 빠트린 물건이 있나
해서 였다. 인조 다이아몬드가 박힌 혜미의 머리핀 하나가 눈에
뛰었다. 그것을 주머니에 넣고 밖으로 나가려다 뒤돌아 섰다.
그래 이왕 원수지는 거, 쌈박하게 져 보자.
민규는 이불을 획 들쳐냈다. 간까스럽게 정신을 차린 가죽잠바
와, 곱슬머리가 타는 듯한 증오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새끼들 얼른 눈 안 감을래?"
민규는 허리춤에서 나이프를 꺼내 사내 들 앞에 번갈아 가며
위협을 주었다. 그리고 나서 가죽 잠바의 주머니를 뒤졌다. 만원
짜리 몇 장이 들어 있었다. 그 중 천 원 짜리 서너 장을 남겨
두고 지갑을 다시 가죽 잠바의 주머니에 쑤셔 박았다.
"으.....으으으"
가죽잠바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몸부림을 쳤다. 민규는 무시
해 버리고 곱슬머리의 청바지 뒷 주머니에 박혀 있는 지갑을 꺼
냈다.
"이게 그년 잡아 오라는 일당 이냐?"
민규는 지갑의 감촉이 두둑한 것을 보고 피시시 웃으며, 지갑
을 벌렸다. 가죽잠바와 다르게 몇 십만 원은 넘게 보이는 현금
이 들어 있었다.
"새꺄? 넌 이 놈한테 좀 배워라, 겨우 몇 만원이 뭐냐, 사내새
끼가."
민규는 빈 지갑으로 가죽 잠바의 일그러진 얼굴을 툭툭 두들겨
주었다.
"억울하겠지, 암 계집 뺏기고 돈 뺏겨 놓고도 안 억울하면 부
처님이지. 하지만 이 돈은 갚아 줄 테니까, 서울 올 기회가 있으
면 영등포 역전에서 살무사를 찾아, 이 몸이 살무사 형님이시니
까. 그럼 서울서 보자....."
민규는 그 말을 남겨 놓고 밖으로 나왔다. 놈들은 본거지가 어
딘지 모르지만 보스한테 죽사발이 되도록 두들겨 맞을 일 만 남
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약간은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병상련이라고 했던가, 자신도 그와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
이었다. 살무사의 지시로 경기도 포천에서 계집애 한 명을 끌고
오다가 무식한 동네 깡패들한테 걸려서 계집은커녕 버스 간신히
서울로 와서 살무사한테 떡이 되도록 얻어맞은 적이 있었다.
귓전을 얼리는 새벽바람을 맞으며 역전으로 갔다. 혜미가 앞
골목에 여자와 숨어 있다가 뛰어 왔다.
"왜 이제 왔어. 얼마나 걱정 했다구."
혜미는 콩알만하게 쫄아 붙었던 가슴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
며, 너무 반가운 나머지 민규를 와락 끌어 않았다.
"너 영화 찍냐.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민규는 혜미의 품안이 싫지만 않았지만 괜히 쑥스러워서 거칠
게 밀어 밀어 버렸다.
"내가 싫어?"
혜미가 무심결에 물었다.
"언제 좋아했냐. 그리고 넌 무슨 똥 배짱으로 겁도 없이 방으
로 뛰어 들어 왔냐?"
민규가 아직 컴컴한 새벽 하늘에 하얀 입김을 토해 내며 혜미
에게 화를 냈다.
"흥.......물에 빠진 놈 구해 줬더니 내 짐 내노라 는 식이네. 하
지만 오늘 오빠 정말 멋졌어."
혜미는 민규를 하얗게 노려보다가 이내 손을 잡았다.
"저......정말 고마워요. 이 은혜를 어떻게......."
여자가 다가와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 말을 하기엔 아직 일러요. 놈들의 입에 재갈을 채워 놓긴
했지만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우선 역전으로 갑시다 택시
를 타야 하니까."
민규는 여자의 가방을 낚궈 채서 걸음을 빨리 했다. 혜미가 뒤
처지는 여자의 손을 잡고 뛰는 걸음으로 따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