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쟈키13 2화 그 여자들의 레일 1-8
어젯저녁에 거리에서 봤어. 사내 두 놈이 토닥거리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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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미는 잠깐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무언가 악몽 속에 시달린
기분으로 눈을 떴다. 밖은 아직 한 밤중이었다. 시간을 봤다. 여
섯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여름이면 해가 뜨고도 남을 시간이라
는 생각 속에 잠을 깨운 원인을 찾아 눈동자를 두리번거렸다.
민규는 이불을 반쯤 덥고 정신 모르게 자고 있었다. 청소부 소
리인가? 그 소리도 아니었다. 손바닥 만한 창문 틈으로 바람이
들어오는지 때묻은 커튼이 조용히 펄럭이고 있다는 생각 속에
시선을 벽으로 돌렸다.
"너 이 쌍년. 우리가 자는 줄 알았지?"
"잘못 했어요. 네, 한번 만 용서해 주시면 다음.......악!"
"이 년 이거 말로 하면 안 되겠는데......"
혜미는 옆방에서 들려 오는 목소리에 사례 들린 사람 처럼 고
개를 길게 빼고 일어났다. 누군가 곤경에 처해진 목소리라는 생
각에서 였다. 옷을 벗고 잠이 들었다는 것을 알고 대충 담요로
몸을 가리고 나서 벽 앞으로 갔다.
"너, 우릴 그렇게 우습게 봤냐, 감히 토낄 생각을 하게, 햐 요
게 하도 순진해 보여서, 어쩌나 하고 잠든 척 했더니 감히 토낄
생각을 했단 말이지 응?"
혜미는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남자의 목소리가 두 명인 것을
봐서 여자가 두 남자에게 감금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빠!"
혜미는 몸을 가렸던 담요를 던지고 옷을 찾아 입었다. 그 다음
에 곤하게 자고 있는 민규를 흔들어 깨웠다.
"뭐야! 살무사 패거리가 왔냐?"
잡초처럼 자란 민규는 동물적인 후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한참 잠 속을 헤매고 있다가 누군가 흔드는 기척에 번개처럼 빠
른 동작으로 일어나며 베개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 안에는
간밤에 숨겨 둔 나이프가 들어 있었다.
"그게 아니고 옆방에 무슨 일이 있나 봐!"
혜미는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고 목소리를 죽여 말하며 눈짓으
로 벽을 가리켰다.
"난.....또 뭐라고. 여자 때문 일 꺼야?"
민규는 그때서야 자신이 과민 반응을 일으켰다는 것을 알고 싱
겁게 웃으며 칼을 허리춤에 꽂았다. 기지개를 한 다음에 편안하
게 누웠다.
"그럼 오빠는 저 방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었단 말야?"
혜미가 기가 막히다 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응, 어떤 여잔데, 술집이나 포주 에게서 도망쳐 나 온 여자 같
더라. 어젯저녁에 거리에서 봤어. 사내 두 놈이 토닥거리는
걸....."
민규는 눈을 뜨지 않고 지나가는 말처럼 말하고 돌아누웠다.
"아니, 그럼 오빠가 알고 있었으면서 여자가 저 지경이 되도록
내버려두었단 말야?"
혜미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민규를 흔들었다.
"야! 야! 신경 끄고 빨리 잠이나 자. 저런 거 일일이 신경 다
쓰다가 제 명에 못 산다."
민규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꾸하며 혜미의 손을 치웠다.
"정말 이럴꺼냐. 너, 저게 어째 남 일이니?"
"너 새벽부터 왜 이러는 거냐. 오늘 묵호 가기로 했으면 묵호
갈 생각이나 하고 있지, 남 제사에 왜 대추 내놔라, 감 내놔라
보채는 거냐."
민규는 다시 잠자기에는 틀렸다는 생각으로 일어나 앉았다. 참
을 수 없을 만큼 갈증이 밀려왔다. 어젯밤 늦게까지 변변치 않
은 안주에 깡 소주를 들이켰기 때문이라는 생각으로 생수 병을
들었다.
"젠장, 빈 병이잖아."
꿩대신 닭이라고 소주병을 들어보았다. 반 병 정도 남았다. 꼬
르륵 마시고 마셔 버렸다. 위장이 뒤틀리는 소리가 밖에 까
지 나면서 갈증이 하얗게 도망가 버렸다.
"불쌍 하잖어. 그리고 저 여자한테 물어 봤어. 술집에서 도망쳐
나왔는지, 포주에게서 도망 쳐 나왔는지?"
혜미는 신 새벽부터 소주병을 비우는 민규를 질렸다는 표정으
로 쳐다보다가 따져 물었다.
"야.....야 척하면 삼척이고, 코하면 딸기코 랬다고 저런 여자 한
둘 보냐. 그러니까 신경 끄고 거기 있는 담배 좀 던져라."
"담배 주는 건 어렵지 않은데, 아무래도 저 방에 있는 여자 억
울하게 당하고 있는 거 같은 생각은 안 드냐?"
혜미가 담뱃갑을 민규 앞으로 던져 주며 살갑게 물었다.
"설마, 너 나한테 저 여자 구해 달라는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
겠지?"
민규는 담배 한 모금을 맛있게 삼키며 두 눈을 번쩍 떴다.
"내가 오빠한테 얼마나 고마워하고 있는 거 잘 알지?"
혜미는 무릎걸음으로 민규에게 가까이 갔다. 그리고 그의 두
손을 잡고 사정하는 투로 말했다.
"내가 잠깐 햇가닥 해갖고 널 구해 준 거하고, 이름 도 모르는
저 여자하고 무슨 관계나. 더구나 난 저 새끼들 실력도 모르고
있단 말이다."
"오빤 이게 있잖아. 이거 말야, 오빠는 이거 하나 만 있다면 람
보가 일개 중대로 달려 와도 하나도 겁 안 난다고 했잖어."
혜미는 민규가 나이프를 어느 곳에 감추어 두고 있는지 잘 알
고 있었다. 민규의 등 허리춤에서 꽂혀 있는 나이프를 툭툭 치
며 콧소리로 아양을 떨었다.
"이게, 새벽부터 재수 없게, 왜 남의 보물을 툭툭 치고 그래."
민규는 칼에 대해서 금기시 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아침을 먹
기 전에 여자들이 절대로 칼을 만져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물
론 지금까지 그런 적이 몇 번 있었긴 했으나, 그 때마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화를 냈던 것은 알게 모르게 칼에 대해서 갖고
있는 터부 때문이었다. 만약 상대자가 혜미가 아니었고, 여느 창
녀 였다면 아굿통이 획 돌아가도록 주먹을 날렸을 것도 그러한
터부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