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쟈키 8 ♠♠ 제 1 화 화투 섹스(8)
우리 아빠를 함부러 입에 올리지마, 그 더러운 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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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미는 민규의 얼굴에서 시선을 옮겼다. 피곤했다. 푹 자고 싶
은 생각은 간절했지만 왠지 눈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나 한테 궁금해 할거 하나도 없어. 우리 집은 가 봤던 그대로
고 내가 안 들어가는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되겠지. 물론 기회가
있으면 말야. 나는 그렇다 치고 오빠는 왜 집을 나왔어?
혜미는 민규를 측면으로 하고 벽에 등을 기대며 고개를 옆으로
돌려 민규를 쳐다보았다.
"나.....난..... 꼰대는 허구 한날 술타령이지, 꼰장은 공부 안한다
고 허구 한날 사람 피 말리는 통에 나와 버렸다. 이제 네 순서
다. 말해봐."
"나도 오빠하고 비슷 할거라고 생각하면 될 꺼야."
"나하고 비슷할 거라니? 좀 풀어서 말해 봐라. 내가 가방 끈이
짧아서 어려운 말은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을 꼭 털어놔야겠냐?"
"아빠가 친 아빠가 아냐. 그래서 아파트를 얻어 따로 살고 있
었어, 그러니 집에 들어갈 필요는 없잖아."
"좋아. 대충 알아듣겠다. 그럼 커피숍에는 왜 다녔냐, 니덜 집
에 가보니까 기똥차게 잘 나가는 집 같던데?"
"아빠가 잘 살지. 내가 잘 사는 거 아니잖아."
"씨팔, 아무리 두 번째 라지만 엄마하고 한 이불 덮고 자면 헌
아빠 나 새 아빠나 그게 그거 아니지. 헌 아빠는 죽었냐?"
민규는 아차 했지만 이왕 뱉어 버린 말이라 신경 끄기로 하고
시선을 돌려 버렸다.
"우리 아빠를 함부러 입에 올리지마, 그 더러운 입으로. 네가
세상에서 젤로 존경하는 사람이 울 아빠니까."
혜미는 묻는 말에 또박또박 대답하다가 갑자기 눈빛에 날을 세
우고 민규를 쏘아보았다.
"씨팔 꼰대 없는 놈 서러워서 살겠나. 그건 그렇고 서울엔 언
제 갈꺼냐. 아무리 부평초 같은 인생이라지만 이렇게 흘러 다닐
수는 없잖아."
민규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술병을 기울였다. 어느 틈에
소주 한 병을 바닥이 나 버렸다. 빈 술병을 탁 소리가 나도록
바닥에 내려 놓고 오징어 대신 담배 연기를 뻑뻑 품어 냈다.
"우리 묵호에 가 볼래?"
혜미는 한쪽 발을 쭉 뻗은 상태로 벽에 의지한 체 방구석을 바
라보고 있는 민규에게 다가가서 세운 무릎에 손을 얹었다.
"묵호라면 바닷가 아니냐? 갈매기하고 부르스 출 일 도 없을
테고, 충청도 골짜기에서 거기 까지는 왜 가냐?"
민규가 가까이 다가와 있는 혜미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가야 할 일이 있어서 그래."
"거길 갈려면 서울서 경부선 기차를 타지 말고, 청량리 행 기
차를 타거나 영동 고속 터미널에서 고속 버스를 탔어야 할거 아
니냐?"
"어머! 오빠 묵호 가 본 일 있어?"
혜미가 반가운 얼굴로 물었다.
"머리 좀 식히러 간 일이 있었지. 킬킬......"
민규는 이 년 전에 살무사의 지시에 따라 창녀들을 상대로 일
수놀이를 하는 대구 댁의 옆구리에 칼침을 놓고 한 달 정도 잠
수함(잠적하다)을 탈 때 묵호에서 지낸 적이 있었다. 그렇기 때
문에 동해의 소도시 인 묵호의 웬만한 곳은 어느 정도 알고 있
었다. 혜미가 느닷없이 묵호를 떠 올리자, 고무 장갑을 뒤집어
놓은 것 처럼 널려 있던 오징어가 생각 났다.
시팔! 그땐 잘 나갈 때 였지. 도무지 겁이라고는 없었으니까.
민규는 자신도 모르게 슬며시 허리 뒷춤으로 손을 돌렸다. 오
년이 넘게 품고 다니는 스웨덴제 재크나이프의 묵직하고 부드러
운 촉감이 손끝을 무리 없이 전해져 왔다. 고개를 숙여 바닥에
널 부러진 오징어 껍질과 부스러기들을 보며 킬킬 웃었다. 세상
에 법이 아무리 무섭다 치지만 아직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은 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떠올라서 였다.
"그럼 잘 됐다. 여기에서 갈려면 어떻게 가야지?"
혜미는 민규의 손가락 사이에서 타 들어가고 있는 담배꽁초를
빼앗아 한 모금 빨고 나서 꺼 버렸다. 그리고 민규의 손을 끌어
다 두 손으로 잡고 그의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왜 갑자기, 고상하게 구는 거지?"
민규는 혜미의 맑은 눈동자 안에 자신의 비틀린 얼굴이 숨어
있는 것을 보고 화를 냈다. 왠지 자신은 그녀 곁에 함부로 근접
해서는 안될 것 같은 거리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난 묵호에 갈 일이 있단 말야."
혜미가 애원을 하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럼 묵호까지 만 데려다 주고 나서 찢어지면 되는 거냐?"
민규는 혜미의 눈을 쳐다보지 않고 물었다. 그녀의 맑은 눈을
보고 있노라면 도무지 노 란 말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응."
혜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묵호에 가
서 민규와 어떻게 할 것인가는 그때 가서 결정할 일이라고 생각
했다.
"그럼, 묵호 까지 가는 차 만 태워 줘도 끝나는 거 아니냐?"
"아냐. 네가 묵호에서 볼일을 보고 서울행 버스를 탈 때까지
도와줘."
"제기랄. 그럴 줄 알았어."
민규는 벌떡 일어났다. 냉정하게 거절을 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화를 내며 이불과 벼개 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불을 불끈 들어
서 한쪽으로 던져두고 요를 좌르르 폈다. 그곳에다 베개 한 개
와 이불을 져 주고 자신은 베개만 들고 윗목으로 갔다.
"엎어져 자! 낼 아침에 대구까지 나가야 하니까."
민규는 취기가 왈칵 밀려오는 것을 느끼며 벽을 향해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