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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쟈키 - 5 ♠♠ 제 1 화 투 섹스(5) (5/95)

포르노쟈키 - 5 ♠♠ 제 1 화 투 섹스(5)

시팔, 언제나 이 놈의 세상이 샘물처럼 맑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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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는 오징어 다리를 질겅질겅 씹으며 이불 속에서 어깨를 들

먹이고 있는 혜미를 한참 동안이나 쳐다보았다. 혜미의 난데 없

는 소동에 시나브로 텔레비젼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포르노 영

화는 흥미를 잃은지 오래 였다.

그래,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오늘 저녁에는 한 잔 해야 

갰다.

"어디 가는 거냐?"

민규가 술을 사러 나가기 위해 신발을 드는 소리를 들은 혜미

가 이불 속에서 얼굴을 내 밀고 코 막힌 소리로 물었다. 여전히 

눈망울에는 눈물이 그득히 고여 있는 상태 였다.

"술 사러 간다."

"그럼 캔 맥주 좀 사와. 이 자식아. 흑흑."

혜미는 알았다는 얼굴로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흐느끼기 시

작했다.

"울 땐 울더라도 알건 알아야 갰다 이 말씀 이군."

민규는 흐느끼는 혜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비어 오는 

것을 느끼며 방문을 열었다.

"제발 용서 해 주세요. 네, 시키는 데로 뭐든지 할 테니 제발 

살려 주세요. 살려만 주신다면 이 은혜는 잊지 않을께요."

민규는 옆방에서 새어 나오는 목소리가 어딘가 낯익은 음성이

라는 생각에 발소리를 줄이고 문 앞으로 갔다.

"조용하지 못하겠어!"

"너 자꾸 열통 돗글래?"

민규는 조금 전에 길거리에서 본 사내들과 여자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쓰게 웃었다. 보나마나 술집이나 창녀촌에서 

도망을 쳐 나왔다가 이곳 영동에서 붙잡힌 여자가 틀림 없는 것 

같았다. 그렇치 않다면 이 시골 구석에서 한 여자를 붙잡고 남

자 두 명이 밖에 까지 들릴 정도로 겁을 주고있을 리는 없었

다. 

시팔, 언제나 이 놈의 세상이 샘물처럼 맑아 지려나......

서울이란 거대한 괴물 같은 도시에만 밀림의 법칙이 적용되나 

했더니 영동이란 작은 시골 역 근처의 여인숙에도 예외는 없다

는 생각이 들면서 마른 휘파람 소리가 저절로 흘러 나왔다.

살모사 새끼, 지금쯤 눈에 불을 켜고 영등포 바닥을 헤매고 다

니겠군. 이 몸은 얌전하게 휴양을 하고 계신데......

서울 생각이 나는 순간, 칼에 찔린 허벅지를 질질 끌면서 자기

를 찾아다닐 살무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살무사는 영등포역 근처에서 짱구파 라는 폭력 조직을 운영하

고 있었다. 원래는 경상도 대구 출신인 짱구가 보스 였으나, 폭

력배 일제 소탕 시기에 큰집(교도소)에 달려가고 나서 살무사가 

그 명맥을 유지해 오다 지금은 조직원이 십여 명으로 늘어난 상

태로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 가는 중이었다.

짱구파는 사창가에서 둥기(기둥서방) 노릇을 하며 주변의 업소

를 보호 해 주는 게 주된 영업이지만 가끔 눈 먼 계집들이 있으

면 주워 다가 포주에게 팔아먹기도 한다. 그 중 한 계집이 혜미 

였다. 

그녀는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고위직 공무원이 외동딸로 

가출을 해서 커피숍에 써빙일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 사실을 

민규가 알게 된 것은 경부선 열차 안에서 였고, 그녀가 납치 되

어 오던 날은 술이 떡이 되도록 취해 있던 날이었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있다. 살무사는 밑에 

꼬마들이 납치해 온 혜미를 보는 순간, 단번에 사창가에서 썩기

는 아까운 인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포주에게 데려가는 대신 

자신의 연립 주택으로 데려 갔다. 이른바 구워삶아서 자기 여자

로 삼으려는 속셈이었다. 자기 여자를 삼겠다는 계획을 민규가 

알아차린 것은 살무사가 혜미를 가두어 두기만 할 뿐 강제로 욕

을 보이려고 하지는 않는 다는 것이었다. 그 대신 혜미의 환심

을 사려고, 값싸고 조잡한 선물들을 발이 닮도록 사다 나른 것

은 물론 이었다. 

거기서 민규의 역할은 혜미를 감시하는 역할이었다. 자연히 이

십여 평의 연립 주택에서 둘이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고, 혜미의 

끈질긴 설득에도 넘어가지 않던 민규 였으나 결정적인 그 날의 

사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상어에게 허벅지에 칼침을 놓고 

도망을 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민규가 알 수 없는 것은 자신이야 강원도나, 목포, 아니

면 묵호 쯤에 짱박혀 있으면 살모사의 시야에서 벗어 날 수 있

지만 혜미가 굳이 집으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별수 없

이 혜미의 집에 가서 도주 비용을 마련해서 영동까지 흘러 오게 

된 것이 불과 열 다섯 시간 전의 일이었다.

시팔! 눈이 멀었지. 네가 무슨 거룩하신 분이라고 이 고생이람.

민규는 소주 두 병과 캔 맥주 두 개를 사가지고 차가운 겨울 

바람을 맞으며 여인숙으로 돌아왔다. 

혜미는 어느 틈에 샤워를 했는지 청바지에 티셔츠만 걸친 모습

으로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혜미가 눈두덕이 부은 얼굴로 걱정스럽게 물었다. 조금 전 까

지만 해도 눈꼬리를 치켜 뜨고 이 자식, 저 자식 하던 모습은 

털끝 만큼도 찾아 볼수가 없었다.

"아까는 왜 그랬냐?"

민규는 혜미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형광 불빛에 투명하게 

빛나는 혜미의 입술을 쳐다보며 물었다.

"나 손 데었단 말야. 이 것봐."

혜미가 손바닥을 내 밀었다. 손바닥에 빨간 장미 꽃잎을 깔아 

놓는 것처럼 군데군데 빨갛게 데인 자국이 들어났다.

"이런, 약 안 발라도 되겠니?"

민규는 술병을 내려놓고 혜미의 손을 잡아 형광 불빛 가까이 

비추어 보았다. 손가락으로 눌러 보니 다행이 물집이 생기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유를 알수 없이 가슴이 아파 오는 것은 감출수가 없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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