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희는 사진 속 민준을 보며 눈물을 떨어트렸다.
한편, 사장과 김군은 말 없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때 이 적막감을 깬 건 다름아닌 김군이었다.
“사장님...여기 휴대폰이요...”
“어~그래 수고했다~그거 그냥 뒷자리에 놔 둬~”
“네...그리고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술 한잔 하실래요..?”
“술...? 갑자기 무슨소리야..?”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응..? 무슨 말이길래 그래? 여기서 해 그냥~”
“저기...다희에 관해서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무...뭐.....?”
사장은 놀란 마음에 급하게 차를 도로 옆에 세우곤 김군을 한참이나 쳐다봤다.
조용한 술집 룸 안.
사장과 김군은 서로 마주보고 어색한 분위기 속에 있었다. 사장은 계속 휴대폰만 만지작 만지작하고 있었고 김군은 사장의 그런 모습을 보곤 먼저 말을 꺼냈다.
“아...휴대폰은...제가 전화번호부까지 다 옮겨 놨어요..”
“그...그래...?”
사장은 갑작스런 김군의 말에 어색하게 대답하고는 목이 타는지 옆에 있는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김군도 사장의 모습을 보곤 자신도 목이 타는지 옆에 있는 물을 마셨다. 그렇게 또 잠시동안 서먹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사장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연신 김군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이 녀석이...지금...내 휴대폰 전화부까지 다 옮겨놨다고 말하는건....안에 있는 것들까지 다 봤다는 건가.....하....이거 어떡해야하나..........에이 씨발! 진짜 좇됬네!!’
사장이 김군의 눈치만 보고 있을 때 주문한 술과 안주가 나왔다. 김군은 먼저 사장의 술잔에 술을 채우곤 자신의 술잔에도 술을 채웠다.
그리곤 사장이 잔을 들기도 전에 자신이 먼저 술을 세잔이나 연거푸 마셨다. 사장은 그런 김군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다.
김군은 그 쓴 술을 세잔이나 연거푸 마신 덕에 인상은 오만상으로 찌푸리며 옆에 있는 물을 한잔을 그대로 다 마셨다. 그리고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사장에게 천천히 말을 했다.
“사장님....어떻게 하신거에요....?”
갑작스런 김군의 물음에 당황한 사장은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무...무..뭘...?”
“다희요......”
김군의 대답을 듣자 사장은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김군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얼어버렸다. 김군은 그런 사장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
“저희 처음 회식했던 날 그 이후부터 같은데....”
사장은 김군이 정확한 날짜까지 콕 찍어 말하자 불안한 마음이 확신으로 변해버렸다.
‘이...이녀석...본거야...! 내 휴대폰에 있던 사진들을 본거야...! 분명해! 이런 씨발!’
사장은 침만 꼴깍 삼키며 김군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김군은 조금 뜸을 들인 후 입을 열었다.
“회식날 이후부터....도대체 다희랑 어떻게 그렇게 친해지신 거에요?? 네?? 전 아무리 해도 안되던데..사장님은 도대체 어떻게 하신거에요?? 힝...”
사장은 갑작스런 김군의 투정어린 말투를 듣고는 어안이 벙벙했다. 자신이 잘못 들은 것 같아서 다시 김군에게 되물었다.
“뭐...뭐라고...?”
“사장님 어떻게 다희랑 그렇게 친해지셨냐구요...막 다희랑 스킨십도 하고 진짜 친해보이던데...전 아무리 친해지려고 노력해도 아직도 조금 어색한데...사장님 도대체 어떻게 하신 거에요? 네? 비법이라도 있어요?”
사장은 이제야 상황파악이 되는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냈다.
“너...혹시.....”
“네....맞아요...저...다희 좋아하는거 같아요.......다희 남자친구 있는거 뻔히 아는데도....휴...저 어떡하죠 사장님??”
사장은 김군의 말을 듣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이내 다행이라는 생각에 긴장이 한번에 풀려버렸다.
“크크클....크하하하!!”
사장은 김군 앞에서 크게 웃어보였다. 김군은 그런 사장에게 계속 재촉하듯 질문을 퍼부었다.
“저도 사장님처럼 다희랑 그렇게 잘 지내고싶은데 어떻게 하신거에요? 혹시 다희가 평소에 제 얘기하던가요? 요즘 남자친구랑은 어떻게 지낸데요? 요즘 편지도 잘 안쓰는거 같던데....”
사장은 이제야 안심이 되는지 앞에 있던 술잔을 들고 술을 한잔 마셨다. 그리곤 빈 잔에 다시 술을 채운 뒤 김군에게 말했다.
“너 정말로 다희 좋아해서 그런거야??”
“네....사장님은 유부남이라서 그런건지..뭐 이유야 잘은 모르겠지만 막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동무도하고 막 그러잖아요....솔직히 그런거 보면 너무 부러워요....”
“크크클..너 지금 연애상담하자고 나 부른거야?? 크크...”
“저 나름 심각해요 사장님......”
사장은 앞에 앉아 있는 김군의 표정을 보니 정말로 심각해 보였다. 사장은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김군을 보니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사장은 앞에 있는 술잔을 들고 건배를 제의하자 김군도 앞에 있는 술잔을 들고 사장과 건배를 하곤 술을 마셨다. 사장은 안주를 먹으며 김군에게 말했다.
“너..막 다희가 치마입고 올 때마다 다희 막 훔쳐보고 그러지 않았냐??”
“헉...사장님 다 알고 계셨어요?? 휴.......진짜 미치겠어요...요즘따라 매일 치마만 입고 오니까...저도 미칠 지경이에요....”
“크크클....내가 내 이야길 하나 해줄게~한번 들어볼래?? 크크..”
“사장님 이야기요...?”
“그래 내 이야기...크크클....나도 너처럼 남자가 있는 여자를 내 여자로 만든 경험이 있거든..크크크...”
“그래요?? 그럼 해주세요!”
“뭐...일단 술 좀 마시면서...천천히 하자...크크..”
사장은 자신과 김군의 빈 잔에 술을 채우자 김군은 술잔을 받아들고 바로 마셨다. 사장도 그런 김군을 보며 천천히 술을 마시곤 이야기를 시작했다.
“흠....어디서부터 얘길 시작해야되나....일하다가 아주 예쁜 여자를 만났어...진짜 아주 예뻐 거의 다희정도야...크크....피부도 뽀얗고...긴 머리에...몸매도 호리호리하고...아주 딱 내 스타일이었지...게다가 성격도 아주 착하고 순수한거야...아...진짜 그 년을 보니까 죽겠더라고....”
사장이 이야기를 시작하자 김군은 사장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사장은 그런 김군을 보곤 피식 웃고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무튼 그래서...하...이년을 어떻게 꼬셔야하나...아무리 고민해도 해답이 안나오는거야....그런데 마침!! 그년이랑 술을 마실 기회가 있었어...크크클...아주 천재일우의 기회였지...근데 술을 마시는데 딱 보니까 얘가 술을 별로 못마셔..크크...그래서 이거다 싶어서 술을 잔뜩 먹였지...크크클....아니나 다를까...이 년이 술을 좀 마시더니만 완전히 가버리는거 있지?? 크크클...”
“서...설마.......그렇게 해서.........”
“바로 이렇게 당장 꼬신건 아니지.....완전히 술 취한 년을 데리고....하룻밤을 보냈지....크크클....이런건 자세히 얘기 안해줘도 다 알아듣지?? 크크클....뭐...그날부터 여차저차해서....그년이랑 몸을 섞는 사이가 되었지 아마?? 크크클....”
“어...어떻게 그런...그건 범죄 아니에요...? 그리고...그 여자도...그렇게 하룻밤을 잤다고해서...계속 그런 관계를 지속할리도 없는데....”
“크크...그날 하룻밤을 보내는데 이년이 술이 깬거야? 그래서 내가 말했지 너도 원한줄 알았다고..크크..그리고 너도 원했던 걸 니 남자친구가 알면 어떻게 될 것 같냐고...그렇게 말하니깐 그날밤은 그냥 넘어가주더라고....크크....뭐...그 뒤로도....이런 식으로 계속 구슬린거지.....한마디로 이빨 깐거지....크크크...”
“어쨋든 그건 범죄에....그리고 결국 사장님의 여자가 된 것도 아니잖아요......”
“여기서 끝이면 그렇겠지.....여기서 끝이면 뭐 결국은 내 여자가 된 것도 아니고 범죄를 저지른게 될테지만...그 뒷이야기가 있으니...내가 여기 이렇게 잘 살고있는거 아니겠어??크크클....”
김군은 술을 한잔 따르고는 혼자 그대로 마신 다음 다시 사장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뭐...그렇게 그 년이랑...여러번 몸을 섞었지....그러다가 나랑 그년...그리고 그년 남자친구까지 세명이서 만날 기회가 있었어...그렇게 세명이서 있다가 서로 헤어질 때...그 년이 지 남자친구의 배신을 본거야...크크클...”
“배..배신이요?? 바람이라도 피다가 걸렸나요??”
“크크클...바람은 무슨....그냥 그 남자친구가 사창가에 가는걸 그 년이 본거지...크크클..사실 남자들은 그런 곳...뭐 갈 수도 있잖아?? 근데 이 년이 워낙 순수한 년이라 그걸 완전히 배신이라고 생각한거지...크클...그때 내가 그년 옆에 있었는데..이년이 갑자기 나를 보고 모텔로 가자고 하는거 아냐? 나도 깜짝 놀랬지 그땐...크크...그 전에 많이 몸을 섞은 사이지만 이 년이 먼저 모텔로 가자고 한건 처음이었거든..크크크..난 옳다쿠나하고 바로 모텔로 갔지...”
김군은 이야기가 점점 깊어지자 긴장되는지 침을 꿀꺽 삼키곤 다시 사장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나도 그년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온게 첨이라 엄청 흥분되는거야...그래서 모텔방 들어가자마자 덮쳐버렸는데...이년이 갑자기 날 팍 밀치더니 뭐라는 줄 알어?? 크크클...뭐래더라...오해하지마세요...마음까지 주는건 아니니까...이랬던가...? 크크클..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는지 몰라도 진짜 그날 밤은 아직도 내 생애 최고의 밤이었어...크크클....”
“그럼...그날 밤에..........”
“그렇지....완전 그 년도 항복선언 한거지....크크클....진짜...그날 밤 이야기를 조금 해주자면...처음에 진짜 아주 미친듯이 했거든...그런데 내 몸은 지쳤는데...내 아랫도리는 지치지 않았더라고..그래서 한판하고 누워있는 그 년을 딱 쳐다보니까 그 년이 내 아랫도리를 한번 슥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는거 아니야? 크크클...그래서 뒤집어서 아주 뒷치기로 끝장내버렸지....크크클...근데 두 번째가 끝나고는 진짜 힘들어서 침대에 벌러덩 누워버렸는데...그 년은...눈을 보니까...아주...뭐랄까....만족을 못한 듯한? 그런 눈빛인거야? 근데 난 힘드니까 그대로 누워있었는데 이년이 내 쪽으로 슬금슬금 오더니...내 정액이랑 지 보짓물 범벅이 되있는 내 아랫도리..아니 자지를! 그대로 지 입속으로 넣는거 아니겠어?? 크크클....평소엔 그렇게 억지로 하더니만...그땐 지 년도 여자라 아주 성욕에 눈이 멀어가지곤...크크클....한참이나 내 자질 빨더니 그대로 내위에 올라타서 지 스스로 허리를 흔드는데....아......내가 처음 만났던 그 년은 진짜 순수하고 그랬었는데...내 위에서 이러고 있는 걸 보니까 얘도 어쩔 수 없는 여자라는 생각이 들더군.....크크클...”
“그....그렇게 끝난 거에요?? 그 분이랑?”
“그날 밤일이 끝났냐고?? 아니지...그거 뒤로 한판 더 땡기고 서로 지쳐 잠들었는데...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확인을 받아야겠더라고...이제 진짜 내 여자가 된건지 말이야...크크..그래서 어제 씻지도 않은 내 자지를 그년 앞에 딱! 내밀곤....이제 니 년도 인정하면...그대로 빨어...이렇게 말하니까 이 년이...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만 곧장 내껄 빠는거야!! 크크크클....그때의 그 정복감이란....하........그렇게 아침에 한번 더 하고 모텔에 나와서 집으로 가는데........하.....진짜 넌 모를거다...크크클........자....내 얘기 들으니까 어때??”
“네?? 어떻다뇨............”
“봐봐....여자란 다 똑같애...자빠트리고 그대로 박으면 게임 끝이야 끝! 왜 그걸 몰라 그 나이 먹도록...참나..답답하게........”
“그럼...저 보고.......다희를.........”
“그래! 자빠트려버려 그냥! 다희도 여잔데...남자친구가 군대가고 안본지도 꽤 됬을거 아니야..걔도 남자가 고플거라고...크크클...뭐..고픈지 안고픈지는 사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크크...어쨋든....걔도 여자라....남자가 확 밀어붙이면...어쩔 수 없을거야..크크크..”
“하....하지만..전 범죄는 저지르기 싫다구요........그리고 강제로 그러는 것도 싫구요...”
“나봐~나도 처음엔 범죄였을진 모르겠지만 결국은 범죄가 아닌 걸로 됬잖아~그리고 내가 강제로 하래? 강제가 안되도록 잘~유도리있게~그렇게 유도해야지...참...답답하다...”
사장은 자신의 빈 잔과 김군의 빈 잔에 술을 채웠다. 그리곤 혀를 차며 술을 마시자 김군도 곧장 따라마셨다. 김군은 뭔가 생각이 복잡한지 스스로 빈잔을 채우고 연거푸 술을 몇 잔이나 더 마셨다. 그리고 무언가 마음을 먹은 듯 굳은 표정을 짓더니 사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제가....어떻게 해야 될까요...?”
사장은 김군의 표정을 보곤 정말 일을 낼 것만 같았다. 사장도 술을 한잔 마시고는 김군에게 말했다.
“내가....두세달 뒤?? 최대한 빨리 회식자리를 한번 더 마련할게....그때 2차로 우리끼리 나이트라도 가는거야~물론 그때까지 넌 취하면 안되고...다희는 술을 엄청 먹여....알겠어?? 그런다음...내가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룸을 하나 잡아줄게....거기서....여기까지 말했으면 무슨 뜻인지 알겠지?? 그때까지 너도 다희가 널 믿을 수 있도록 잘 해놔야될거야...알지?”
김군은 크게 심호흡을 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은 그런 김군의 어깨를 툭 치고는 서로의 잔을 기울였다.
어느덧 깊어진 밤, 다희는 자리에 누워 아직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자리에 누운 채 한참이나 생각에 빠진 모습이었다.
‘어떻게 해야 될까....지금 당장은 사장과 관계를 갖는 일을 그만둔다고 하면...아마 또 사장은 부모님과 민준이를 들먹이며 협박할거야...그렇다면 당분간은...계속 관계를 지속해야 되는데...사장 스스로 멈추도록 해야해....나에 대한 그 사람의 관심과 흥미를 떨어트릴 수 있는 방법은......’
다희는 한가지 방법을 생각한 뒤 꼭 이뤄내겠다는 다짐 후 잠에 들었다.
봄이 왔지만 아직도 추운 강원도 산기슭, 민준은 야간근무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항상 야간근무는 고달팠다.
잠결에 일어나 정신없이 복장을 갖추고 나가는 일이 이등병에겐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오늘 야간근무는 오후에 조금 일이 있었던 분대장인 남준석 병장과의 근무라 더욱 빨리 준비하려는 민준이었다. 하지만 어느 이등병이나 그렇듯 병장보다 빨리 준비할 수는 없었다.
민준이 복장을 다 갖추고 나오자 분대장은 이미 나와서 민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분대장은 그런 민준을 보면서 짧게 한마디 했다.
“이새끼...존나 빠졌네..”
“죄송합니다...”